고고학자들은 덴마크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인 퓐(Funen) 섬에서 5,500년 전의 음식을 가는 돌(grinding stones)을 발견했습니다. 이 신석기 유적에서는 보리와 밀도 같이 발견되었기 때문에 고고학자들은 이것이 북유럽 초기 농부들이 빵을 만들어 먹은 흔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모에스고르 박물관의 벨모에드 아웃 박사(Ph.D. Welmoed Out from Moesgaard Museum)가 이끄는 연구팀은 퓐 섬 유적에서 발굴된 가는 돌과 곡식, 식물 등의 유물을 더 자세히 분석해 가장 오래된 빵의 흔적은 아니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첫 번째 증거는 돌에 남은 흔적입니다. 연구팀은 마모 흔적을 봤을 때 보통 생각하는 것처럼 밀을 갈아서 밀가루를 만드는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확인했습니다.
더욱이 현미경으로 확대해 본 결과 이 돌에 남은 녹말이나 다른 식물 조각은 밀이나 보리 같은 곡물이 아니라 훨씬 거친 식물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예를 들어 개암(헤이즐넛) 같은 단단한 식물 열매나 혹은 식물 자체를 갈아 먹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밀가루 대신 밀 자체를 물에 넣어 끓인 죽이나 포리지(우유나 물을 넣고 곡물을 끓인 요리)를 먹었습니다.
사실 빵은 꽤 손이 많이 가는 음식입니다. 밀을 갈아서 가루로 만든 후 반죽을 만들고 효모를 넣은 후 적당히 숙성하여 빵으로 구워내는 과정이 개발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을 것입니다. 연구팀은 최초의 빵 비슷한 음식이 나오기 위해서 500년 정도는 더 필요했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초기의 빵은 우리가 아는 빵보다 훨씬 거칠고 조악한 음식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오늘날 우리가 먹는 맛있는 빵이 됐습니다.
아마도 같은 시기 우리 조상도 비슷하게 곡물을 먹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냥 먹기에는 보리나 쌀 같은 곡물이 너무 단단한 만큼 물과 함께 끓여 죽을 만들어 먹었다는 것이 가장 그럴듯한 가정입니다. 밥을 지어 먹은 건 한참 후의 일이었을 것입니다. 이런 시행착오와 발전을 거쳐 우리가 지금 문명 생활을 누리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새삼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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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세터 대학의 킴벌리 호킹스 (Kimberley Hockings of the University of Exeter)와 동료들은 저널 <Trends in Ecology & Evolution>에 발표한 리뷰에서 자연계에 알코올 분해가 가능한 동물의 비율이 높을 뿐 아니라 생각보다 자주 섭취하는 것 같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꿀이나 과일이 자연 발효되어 생기는 알코올의 농도는 대개 1-2% 정도이지만, 예외적으로 높은 경우 10%에 달할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낮은 농도라도 알코올 분해효소가 없는 경우 신경계에 큰 부담을 주어 해당 음식을 못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일찍부터 분해 능력이 진화했습니다.
그 시기는 개화식물이 본격적으로 진화해서 꽃과 열매가 흔해진 1억 년 이전으로 생각됩니다. 알코올 탈수소효소가 진화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이 있었던 셈입니다. 따라서 조류, 포유류, 곤충 등 서로 다른 생물에서 독립적으로 알코올 탈수소효소가 진화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알코올 분해 능력이 진화한 첫 번째 이유는 역시 칼로리 섭취 때문입니다. 시한이 약간 지난 꿀이나 과일을 문제 없이 먹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그 자체로 상당한 열량을 지니고 있어 1kcal가 아쉬운 자연 상태에서는 알코올 역시 귀중한 에너지원이 됩니다.
두 번째 이유는 놀랍게도 자신을 방어하거나 의학적 이유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초파리는 알을 에탄올이 있는 곳에 낳는데, 이는 기생충에서 알과 유충을 보호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습니다. 또 기생벌이 나타나면 유충도 더 많은 에탄올을 섭취해 쉽게 기생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다만 사람처럼 기분이 좋아지거나 심리적인 변화가 일어나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도파민 및 엔돌핀 분비를 자극해 행동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아직은 음주가 동물에 미치는 영향은 확실치 않은 셈입니다. 아마 사람처럼은 아니라도 어떤 영향은 주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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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용태: 바이오빛 대표 김용태입니다. 성균관대학교에서 연구 교수로 있다가, 8년 전 펩타이드를 아이템으로 창업했습니다.
이승환: 펩타이드가 뭔가요?
김용태: 우리 몸을 이루는 기본적인 구성 성분이 ‘아미노산’입니다. 수십 개의 아미노산이 특정 형태로 연결된 걸 ‘펩타이드’라고 해요. 펩타이드는 종류에 따라 다양한 효능을 발휘하는데, 소량으로도 효능이 뛰어나서 의약품, 화장품 등 다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죠. 문제는 안정성이 매우 떨어져요.
이승환: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게, 펩타이드가 다시 아미노산으로 분해가 된다는 건가요? 아니면 효과 자체의 지속성이 낮다는 건가요?
김용태: 둘이 비슷한 이야기입니다. 펩타이드는 아미노산이 특정 형태로 계속 연결되어 구조를 유지해야만 효과를 제대로 발휘할 수 있어요. 그런데 산소 접촉 등 외부 요인에 의해 이 구조가 쉽게 무너집니다. 자연히 효능도 떨어지죠.
이승환: 아무리 효과가 좋아도 구조가 금방 무너지면 무쓸모 아닌가요?
김용태: 그래서 기존에 펩타이드 의약품들은 대부분 주사제 형태였어요. 바로 신체에 주입하면 구조가 무너지기 전에 효과를 볼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박사과정부터 펩타이드를 구조적으로 안정화시킬 수 있는 기술을 연구했어요. 이게 상업적으로도 큰 잠재력을 가질 것으로 기대하고 창업한 거죠.
이승환: 펩타이드가 되게 다양하잖아요. 그러면 다양한 구조에 따라 안정화 기술도 다른가요? 아니면 몇 가지 표준 방법으로 안정화가 가능한가요?
김용태: 특정 펩타이드에 맞춤 적용하는 기술도 있지만, 그보다는 여러 펩타이드에 범용적으로 적용하는 기술 연구가 훨씬 많습니다. 가장 많이 쓰이는 방식은 고분자를 이용해 나노구조체를 만들어 펩타이드 유지 시간을 높이고, 원하는 신체에 전달된 후 녹아 효능을 발휘하는 거죠. 그런데 이런 기술의 문제가 몇 있는데요. 첫 번째는 정말 원하는 곳에서 잘 녹아져 나오냐는 거고, 두 번째는 독성으로 인한 염증이나 면역거부반응 문제가 있어요. 아무래도 고분자가 원래 신체 안에 있는 물질은 아니니까요.
이승환: 바이오빛은 이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요?
김용태: 제가 하는 기술은 ‘프로테인 모디피케이션(Protein modification)’이라고, 쉽게 말해 단백질에 펩타이드를 붙이는 거예요. 이 기술은 펩타이드 구조를 거의 가리지 않고 대다수 펩타이드에 적용 가능하고요. 또 펩타이드를 이루는 아미노산도 단백질이잖아요? 원래 신체 안에 있는 단백질이니 신체에도 안전하지요.
이승환: 그럼 이 안정화된 펩타이드가 하는 역할이 뭔가요? 기능이 다양할 것 같은데…
김용태: 항균/항바이러스 펩타이드가 저희 핵심 물질입니다. 사람, 동식물 모두 외부 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항균펩타이드를 가지고 있어요. 이걸 활용한 겁니다. 항균펩타이드는 외부 균이나 바이러스를 죽이기도 하고, 면역반응을 통해 몸의 염증을 줄여주기도 하죠. 우리가 원래 가지고 있는 물질이기 때문에 외부 균은 죽이지만 우리 몸에는 안전한 겁니다.
이승환: 안전하면서도 오랫동안 지속되는 항균인 거네요.
김용태: 네. 안전한 항균을 구현하기 위해 ‘바이오 항균 코팅’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항균’ 제품을 너무 많이 쓰잖아요. 코로나 이후에는 더 그렇구요. 그런데 균을 죽이기 위해서 쓰는 항균제품이 실제로 우리 몸에까지 유해한 경우가 꽤 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만 봐도 알 수 있죠. 10여 년 동안 피해자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어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게 바이오빛의 목표입니다.
이승환: 근데 원천기술을 가진 것과 돈을 버는 건 또 다른 일이지 않나요? 주변에 벤처 창업한 교수님들 생고생하는 경우 많던데.
김용태: 아… 이게 어렵죠. 과학자는 연구를 잘하고 기술을 잘 만드는 사람이지, 상업화는 다른 일이거든요. 스타트업에서 ‘시장’이 중요하다고 하잖아요. 마찬가지로 원천기술은 그걸 어느 시장에 쓰느냐가 정말 중요합니다. 제가 처음 적용하려고 했던 분야는 화장품 쪽이었어요.
이승환: 뷰티요? 시장 너무 좋은 거 같은데요.
김용태: 그게 아모레퍼시픽에서 저희가 투자를 받았기 때문이기도 해요. 창업 초기, 아모레퍼시픽이 주관하고 퓨처플레이가 진행한 ‘아모레 테크업플러스’라는 행사가 있었어요. 기술력 있는 200여 개 스타트업들이 모여서 참여한 행사였는데, 저희가 최종 3개 팀으로 뽑혀 퓨처플레이랑 아모레퍼시픽 투자를 받았고요. 이후 자연히 TIPS까지 연결됐습니다.
이승환: 그리고 자연히 아모레퍼시픽과 협업으로 연결된 거군요.
김용태: 네. 아모레퍼시픽에서 그러려고 만든 행사니까요. 여자분들 쿠션에 쓰는 ‘퍼프’ 있잖아요? 이것도 펩타이드를 잘 쓰면 굉장히 좋아요. 퍼프를 얼굴에 바르고 다시 넣고 할 때마다 피부와 공기 중에 닿고 오염되는 거죠. 그래서 우리 회사 바이오빛, 아모레퍼시픽, 퍼프 납품 업체와 3자 계약까지 마치고 시제품까지 만들었죠.
이승환: 시작부터 대박인데요?
김용태: 근데 마침 그때 사드 배치로 인한 한한령이 터졌어요. 아모레뿐 아니라 화장품 업계 전체가 가라앉았죠. 그러면서 신규 프로젝트가 완전히 무산됐어요.
이승환: 눈물 났겠네요…
김용태: 그래도 그때는 창업 초기라 기술력 하나는 우리가 인정받았다는 자부심이 있었죠. 아모레퍼시픽이 택했다고 하면, 전 세계 어디든지 관심을 가질만한 거니까요. 그러면 우리는 잘하는 기술개발을 계속하자. 그러다 우연히 미국 최대 안과 관련 업체 ‘VSP’와 연결됐어요. 여기서 안경렌즈 항균 코팅 의뢰를 받았습니다.
이승환: 오, 안경렌즈에 항균을 얹는 건가요…?
김용태: 맞습니다. VSP는 우리가 잘 아는 Ferragamo, Calvin Klein, Nike 등의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회사입니다. 여기에서 저희 기술을 활용해 항균 펩타이드를 안경 렌즈에 코팅해서 항균 기능을 부여하기로 했죠. 렌즈에 항균 코팅을 하면 안경이나 선글라스를 장기간 착용할 때 발생하는 안구감염에 도움이 되거든요.
이승환: 되면 대박이겠네요. 미국 최대 업체와 거래하게 되는 것이니.
김용태: 맞습니다. 그런데 이게 굉장히 어려운 도전이었어요. 렌즈면 빛이 투명하게 투과해야 하잖아요? 투명도가 99% 이상 나와야 하는데, 이러려면 은(Ag) 입자 사이즈를 엄청 줄여야 되는 거예요. 은 입자 사이즈가 조금만 커지면 haze 현상이라고, 렌즈가 뿌옇게 됩니다.
이 때문에 렌즈 겉부분에만 나노 사이즈 은 입자를 코팅하는데, 이러면 항균 기간이 굉장히 짧아요. 항균 펩타이드의 경우, 크기가 나노 단위이기 때문에 코팅을 해도 투명도가 굉장히 높습니다. 항균 지속력이 있어서 투명도가 나오면서도 항균 효과가 오래 유지되는 것이죠. 이런 점을 VSP에서 좋게 봤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출시를 못 했어요.
이승환: 이번엔 또 뭔가요…
김용태: VSP 미국 공장에서 양산테스트까지 완료했는데, EPA에서 저희 항균 렌즈에 들어가는 펩타이드를 두고, 이게 신고된 물질이냐고 질의가 들어왔어요. 미국에서 항균 물질은 EPA, 한국으로 따지면 환경부의 규제를 받더라고요. 저희는 이거는 바이오 물질이다, 아미노산으로만 연결된 안전한 물질이다… 이렇게 답했죠. 그런데 이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 바이오빛 김용태 대표 [email protected]
이승환: 별 문제 없을 거 같은데 왜 통과되지 않은 거죠?
김용태: 기본적으로 미국 환경부, EPA에서 이야기하는 항균 물질이라는 거는 다 농약이에요. 저는 따졌죠. 이건 단백질이지 화학 물질이 아니다, 논문 자료부터 해서 여러 자료를 다 보냈어요. 하지만 EPA는 일단 모든 항균 물질은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그 비용만 최소 몇억이었고, 시간도 3년 이상 걸려요. 돈이야 어찌 해도, VSP는 당장 제품화를 원했으니 계약이 무산됐죠.
이승환: 눈물 나겠네요…
김용태: 그사이에 놓친 기회도 많아요. 효성 TNS가 미국 ATM기 보급률 1위로 점유율이 50%가 넘는 회사입니다. ATM기 화면부터 손에 닿는 키보드까지 전면 항균 코팅하는 기술이 필요해서 저희를 먼저 찾아왔었어요. 미국 뿐 아니라 러시아, 중동까지 수출을 논의해서, 아주 저온부터 사막과 같은 뜨겁고 건조한 조건에서의 성능평가까지 완료했어요. 테스트 통과하고 유통 계획까지 세웠지만, EPA 허가를 받기까지 너무 긴 시간이 필요해서 무산됐어요.
이승환: 미국에서 계속 큰 기회를 잡을 뻔하다 놓쳤네요;;; 결국 인허가 때문에 항균 코팅 사업을 접게 됐나요?
김용태: 고민 끝에, 결국 인허가를 받고자 도전했습니다. 주변에서 모두 미쳤다고 했습니다. 인허가는 공인임상시험기관(GLP)에서 진행해야 하는데, 3년 이상의 시간과 10억 이상의 돈을 투자해야 하거든요. 진행한 지 4~5년째인데 이제야 가닥이 잡힙니다.
이승환: 진짜 고난의 행군이군요… 새로운 물질 하나 만들고 등록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네요.
김용태: 그래도 뿌듯한 게, 전 세계에서 항균 펩타이드를 등록한 회사가 우리가 최초예요. 각 사이트에서 검색하면 아직 등록된 항균 펩타이드는 아직 없거든요. 사업 기회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기업에서도 계속 연구개발 의뢰가 들어오고 있고, 자동차나 공기청정기 필터, 마스크, 키오스크 등 적용 범위가 매우 광범위합니다. 항균물질이 기존에 있음에도 저희에게 계속 의뢰가 오는 이유는 안전에 대한 기준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저희 물질이 필요한 거겠죠.
이승환: 그러면 바이오빛의 기술을 쓰면 펩타이드의 효과가 얼마나 유지되는 걸 목표로 하나요?
김용태: 보통 항균제가 뿌리면 금방 효과가 없어져요. 사실상 닦을 때 없애고 마는 거죠. 저희는 이미 렌즈 업체 VSP, 효성 TNS, 3M 등과 기술 평가는 마쳤잖아요? 다들 1년 정도 유지 가능한지 테스트했고 통과됐어요. 심지어 안정적으로 생산 가능한지 양산까지도 말이지요.
이승환: 대체 10년 가까이 어떻게 버티며 물질 인증까지 간 거죠.
김용태: 초기에는 아모레퍼시픽과 퓨처플레이의 투자금으로 버티다가, 중간에 중기부에서 빅3 창업기업이라고 반도체, 미래차, 바이오, 세 가지 분야의 미래선도 국내기업을 뽑는 프로그램에서 바이오헬스 유망기업으로 선정됐어요. 이때 받은 지원금과 국가 R&D자금으로 기술개발과 인허가를 위한 비용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진짜 10억 넘게 들였고, 지금은 미국 EPA, 유럽 BPR, 한국 환경부, 이렇게 다 등록 예정입니다.
그 외에도 화장품 원료로 펩타이드를 판매하기도 했어요. 항균, 항감염쪽으로 연구를 하다보니, 탈모나 트러블 방지, 아토피와 같은 피부면역질환에 대한 효능 스터디도 깊게 했습니다. 그 자료를 바탕으로 국내 대기업 반려동물 계열사에 원료를 판매하기도 하고, 로레알, P&G와 같은 글로벌 회사와 원료 적용을 위한 논의 중에 있습니다. 인허가를 준비하는 사이에 화장품, 동물의약외품을 5종이나 만들었어요.
이승환: 그나저나 사업은 어쩌다 시작하게 되셨나요?
김용태: 첫 직장은 유한양행이었어요. 제가 학부 마치고 취업할 당시, 국내 제약회사들이 다 카피약을 만들고 있었어요. 저는 철없는 마음에, 국내 1위 제약회사도 이러고 있구나, 다른 분야처럼 글로벌 경쟁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는데 학부 졸업생이니 아는 게 없잖아요? 그래서 회사를 5년 정도 다닌 후 뒤늦게 석박사를 했습니다. 그래도 국내 1위 제약회사에서 제품 기획과 제작 경험이 있으니 잘 적응했어요. 이후 연구교수가 됐고, 연구 쪽에서는 인정받는 교수님들과 창업하게 된 거죠.
이승환: 8년 동안 개고생했는데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없었습니까?
김용태: 대기업 인수 직전까지 간 적도 있었어요. 대기업 바이오 계열사의 임원분이 단백질 쪽 연구하셨던 분이라 저희 기술을 바로 이해해주시더라구요. 투자 논의가 있었고 실사까지 완료되었는데, 제 욕심도 있고 대기업과 딜이 쉬운 것도 아니라 막판에 서로 갈 길을 가게 됐습니다. 박사 출신이다 보니 사업을 하면서 이런저런 시행착오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기술에 대한 확신이 있고, 그동안 다양한 기업들과 협업을 하다 보니 올 하반기부터 필터, 의료기기 등에 저희 펩타이드를 적용한 제품이 시장에 나올 겁니다.
이승환 : 코로나 특수가 다 지났는데 너무 아쉽지 않나요?
김용태: 코로나가 한번 오고 말 일이 아니에요. 요즘 기후위기 이야기가 많은데, 코로나도 박쥐에서 왔다고 하잖아요? 기온이 1도만 올라가도 박쥐들의 서식지가 훨씬 넓어져요. 사스, 메르스, 코비드19, 어차피 다 같은 코로나 종이거든요. 많은 과학자들이 이제 그런 질병들이 더 빠르게 올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이: 바이오빛의 다음 스텝은 무엇인가요?
김용태: 단기적으로는 공기청정기나 에어컨에 사용되는 필터에 항균 코팅을 적용하려고 합니다. 대기질 악화, 반려동물 증가,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 기후변화 등으로 항균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겁니다. 직접적인 호흡기와 연관된 만큼, 안전한 항균기술이 꼭 필요한 분야입니다. 저희 기술로 기여할 수 있는 바가 클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의료보건분야로 적용을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수술 후 사용되는 스킨 스테이플에 항균펩타이드를 적용해서 수술 후 감염 문제를 해결할 겁니다. 임상을 진행하고 있어서 빠르면 내년부터는 본격적 상용화를 예상하고 있어요. 바이오 기술로 보다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톡소포자충은 사람에도 쉽게 감염되며 뇌에 숨어서 오랜 시간 버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인간의 정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별로 좋은 기생충은 아니지만, 과학자들은 이 기생충의 놀라운 능력 하나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바로 뇌를 보호하는 장벽인 BBB(blood-brain barrier)를 쉽게 통과하는 능력입니다.
뇌는 매우 민감한 장기입니다. 그래서 머리는 뇌를 두개골과 뇌척수액으로 둘러싸서 잘 보호하고 있습니다. 혈액에서 아무 물질이나 쉽게 뇌세포로 들어가는 것도 막기 위해 BBB라는 방호벽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약물이나 단백질을 투여해서 뇌 질병을 치료하려 할 때도 BBB가 막기 때문에 의사들을 곤란하게 만듭니다.
글래스고우 대학의 오디드 레카비 교수(Professor Oded Rechavi)와 동료들은 톡소포자충을 살아 있는 약물 전달 장치로 만들기 위해 레트 증후군(Rett syndrome) 치료 물질인 MeCP2를 생산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했습니다. 이 실험에는 쥐와 미니 인공 장기가 이용됐죠.
결과적으로 유전자 변형 톡소포자충을 원하는 단백질을 주입할 수 있는 미니 공장으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BBB를 손상시키지 않고 다른 뇌 조직에 큰 영향이나 염증 없이 원하는 단백질이나 약물만 투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톡소포자충이 계속 살아있으면 뇌에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일정 기간이 지나면 스스로 사멸하는 연구도 진행 중입니다. 사람에게 실제 임상 시험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많은 과정이 남아 있겠죠. 하지만 자연이 이미 개발한 BBB 통과 마이크로머신인 톡소포자충을 활용한다는 아이디어가 기발한 것 같습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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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온열 질환에 취약한 고령 인구 증가와 지구 기온 상승으로 인해 수억 명의 노인이 열사병 같은 온열 질환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습니다. 온열 질환은 심각하지 않은 경우 충분한 수분 섭취와 그늘에서 휴식으로 회복될 수 있으나, 고령 환자에서는 생명을 잃는 위험한 경우까지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 역시 여름철에 무더위 쉼터를 운영하고 온열 질환에 대한 위험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CMCC 재단 및 유럽-지중해 기후 변화 센터 (Euro-Mediterranean Center on Climate Change) 보스턴 대학의 과학자들은 2050년까지 인구 구조 변화와 기후 변화 모델을 이용해 온열 질환 취약도를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주로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인구 고령화와 기온 증가로 2050년대에 온열 질환 취약 인구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이 지역의 기온이 본래 높은 데다, 이미 고령화가 진행된 유럽과 미국과 달리 이 시기에 고령화되는 인구가 크게 늘어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1억 7,700만명에서 2억 4600만명의 69세 이상 노인 인구가 온열 질환 위험도가 높아지는 섭씨 37.5의 폭염에 노출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현재는 이런 노인이 전체 노인 인구의 14% 정도이지만, 2050년에는 23% 이상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늙어가는 가운데 지구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기 때문에, 점점 여름이 두려운 시대가 다가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참고 링크
매립해야 하는 폐기물을 콘크리트에 섞어 이산화탄소 배출도 줄이고 쓰레기도 줄이는 업사이클링 기술을 몇 차례 소개드린 적이 있는데, 그 가운데 커피 폐기물을 이용한 강화 콘크리트가 실제 보도에서 테스트에 들어갔다는 소식입니다.
호주의 RMIT 대학의 과학자들은 좀처럼 생각하기 어려운 콘크리트 소재인 분쇄 커피 폐기물을 테스트했습니다. 물론 커피를 내리고 난 후 남은 찌거기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섭씨 350도에서 구워 바이오숯(biochar)을 만드는 것입니다. 보통 이런 폐기물이 소각로에서는 태운 후 매립하는 것을 생각하면 들어가는 에너지 비용은 충분히 상쇄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만든 바이오숯으로 콘크리트에 섞는 모래를 대체할 경우 탄소 강화 콘크리트가 되기 때문에 썩지 않고 오히려 더 단단한 콘크리트를 만들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목재 폐기물을 이용한 바이오숯도 사용했는데, 커피 폐기물 바이오숯이 콘크리트 강도를 30%나 높이는 우수한 성과를 보여줬습니다.
이 정도로 콘크리트 강도가 높아지면 10% 정도 덜 사용해도 안전하기 때문에 폐기물만이 아니라 자원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추가 감축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렇게 만든 콘크리트가 실험실 환경이 아니라 실제 환경에서도 강도와 내구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 검증하려면 실제로 사용해 봐야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RMIT 연구팀는 지자체와 협력해서 호주 빅토리아주 마케돈 레인지스 셔 (Macedon Ranges Shire)에 테스트용 보행로를 만들었습니다.
이 짧은 보행로는 일반 콘크리트, 목재 폐기물 바이오숯 콘크리트, 커피 폐기물 바이오숯 콘크리트 덮어 놨기 때문에 앞으로 몇 년간 실제로 어떤 콘크리트가 외부 환경에서 내구성이 가장 강한지 테스트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실제 환경에서 바이오숯 강화 콘크리트를 테스트하는 한편 더 다양한 유기물 폐기물을 안전하게 바이오숯으로 만들어 폐기물을 줄이고 콘크리트의 품질을 높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바이오숯 콘크리트가 미래 친환경 건축의 새로운 혁신이 될지 주목됩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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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게 잘라지기 전에 아예 쓰레기를 회수하거나 혹은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지만, 이미 바다로 흘러 들어간 플라스틱의 양이 엄청나기 때문에 이를 회수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물론 필터를 사용해서 일부 걸러낼 순 있지만, 바닷물 전체를 필터로 거를 순 없는 일입니다.
체코 브르노 공대 및 멘더 대학 (Brno University of Technology and Mender University in the Czech Republic)의 연구팀은 안전하면서 현실적인 대안을 찾기 위해 연구했습니다. 연구팀은 그동안 여러 층으로 되어 있는 이산화티타늄 (TiO2) 마이크로봇 (microbot)을 만들고 추진력을 높이기 위해 백금 같은 금속을 사용했으나, 가격이나 환경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좋은 아이디어라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따라서 연구팀은 살아 있는 미세 조류 (micro algae)를 살아 있는 로봇처럼 만드는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사실 미세 조류 세포 표면의 -COOH기는 음전하를 띄기 때문에 양전하를 띄는 미세 플라스틱 및 나노 플라스틱 입자를 끌어당기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오히려 미세 조류를 먹이로 삼는 바다 생물이 많기 때문에 이를 통해 미세 플라스틱이 제거되기 보다는 먹이 사슬로 유입되어 인간까지 도달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연구팀은 미세 조류에 자성을 띤 산화철 (Fe3O4) 나노 입자를 코팅해 미세·나노 플라스틱 입자를 흡착하면서도 자석을 이용해 쉽게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연구팀이 개발한 바이오하이브리드 마이크로봇 (Biohybrid microbot)은 설령 사용 후 회수하지 못한다고 해도 자연적으로 세포 분열을 하면서 희석되고, 다른 동물이 먹었을 경우에도 철분제나 다름 없어 큰 해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물론 가격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저렴하다는 것 역시 큰 장점입니다.
연구팀은 이 마이크로봇을 magnetic algae robots (MARs)이라 명명하고 인공 미세 플라스틱이 있는 수조에서 테스트했습니다. 그 결과 나노 플라스틱 입자의 92%와 마이크로플라스틱 입자의 70%를 제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MARs는 다른 에너지원 없이 태양 에너지의 힘으로 스스로 돌아다니면서 입자를 제거하기 때문에 더 간단하고 효과적인 대안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이를 통해 회수할 수 있는 미세플라스틱 입자는 전체 입자의 극히 일부에 불과할 것입니다. 오염시키기는 쉬워도 이를 다시 주워 담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플라스틱 쓰레기의 환경 유입을 막고 사용량을 줄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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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터 기술은 제조업뿐 아니라 의료 부분에서도 활용도가 기대되는 신기술입니다. 각각의 환자의 신체와 병변의 형태에 맞춘 임플란트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살아 있는 세포를 출력하는 바이오 3D 프린터 기술은 조직과 장기를 복원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듀크 대학과 하버드 의대의 연구팀은 여기서 더 나아가 아예 몸속에서 출력할 수 있는 3D 프린터 기술을 연구했습니다.
현재 3D 프린터 기술의 대세는 조금씩 잉크를 출력해 쌓는 적층식 방법과 빛을 이용해 수지 안에서 3차원 형태로 물체를 굳히는 방법입니다. 후자는 볼루메트릭 프린팅 방식인데, 빛을 이용하는 만큼 수지가 빛이 투과할 수 있는 형태여야 합니다.
연구팀은 빛이 도달할 수 없는 인체 내부에서 초음파 에너지를 집중시켜 원하는 형태로 생체 적합 소재를 굳히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연구팀이 개발한 심부 투과 음향 볼루메트릭 프린팅(deep-penetrating acoustic volumetric printing, 이하 DAVP) 카테터로 초음파에 반응하는 소노 잉크(sono-ink)를 주입하면서 특정 주파수의 초음파로 인체에 다른 조직에 해를 주지 않고 정확히 원하는 위치에서 결과물을 출력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동물 실험을 통해 심장처럼 움직이는 장기 내부에도 원하는 형태로 3D 프린팅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사람과 크기가 비슷한 염소 심정에서 DAVP 기술은 의도한 대로 결과물을 출력했습니다. 물론 뼈나 다른 움직이지 않는 장기에서도 적용이 가능합니다.
아직 초기 단계로,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DAVP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수술 없이도 3D 프린터 임플란트를 몸속 깊은 곳에 삽입할 수 있어 새로운 혁신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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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은 단백질이 많아 밭에서 나는 고기로 불립니다. 그리고 콩고기 같은 인조고기를 만들 때도 사용됩니다. 하지만 식감은 진짜 고기와 상당한 차이가 있어 호불호가 갈립니다. 적어도 맛에서 진짜 고기의 100% 대체는 되지 않는다는 건 누구나 인정할 것입니다.
인공 배양육은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체 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실제 동물을 희생하지 않는 데다, 내장이나 다른 부분을 위해 들어가는 에너지나 가축 분노나 메탄가스 등 배출 물질도 없다는 점이 큰 장점입니다. 하지만 실제 고기보다 월등히 비싼 가격이 보급에 걸릴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바이오 스타트업인 몰렉 (Moolec)은 다소 특이한 접근법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바로 콩에 돼지고기 단백질이 발현된 유전자 조작 작물을 만든 것입니다. 연구팀이 개발한 피기 소이 (Piggy Sooy) 콩은 전체 단백질의 26.6%가 돼지 단백질로 잘랐을 때 돼지고기 같은 붉은빛을 보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 회사는 미국, 유럽, 남미에서 피기 소이의 상업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지만, 실제 돼지 맛 콩이 얼마나 시장에서 반응이 좋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아무래도 돼지고기 특유의 식감은 재현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이런 콩으로 콩고기를 만들면 통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아무튼 밭에서 나는 고기가 비유가 아니라 진짜인 셈이라서, 재미있는 시도로 보입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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