ㅍㅍㅅㅅ https://ppss.kr 필자와 독자의 경계가 없는 이슈 큐레이팅 매거진 Tue, 11 Mar 2025 02:39:19 +0000 ko-KR hourly 1 https://wordpress.org/?v=5.8.10 https://ppss.kr/wp-content/uploads/2015/07/ppss-100x100.png ㅍㅍㅅㅅ https://ppss.kr 32 32 빌 게이츠 자서전 『소스 코드: 더 비기닝』: 금수저라 성공한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습니다 https://ppss.kr/archives/268812 Tue, 11 Mar 2025 02:39:19 +0000 http://3.36.87.144/?p=268812 저는 1979년생입니다. 하지만 저는 늘 마음은 27~28세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러니 20대 청년입ㄴ… 시작부터 무리수네요. 죄송합니다. 믿기 힘든 숫자라 AI에게 79년생이 몇 살이냐고 물으니 47이라는 충격적인 답변이 돌아옵니다.

팩트로 때리는 가혹한 AI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하자면 제 나이대 분들. 그러니까 70~80년대생 분들은 참으로 재미있는 경험을 하며 산 세대라고 생각합니다. 나이부심이 아니라 정말로 그렇습니다. 상상력이 풍부하던 어린 시절에 하이테크의 발전을 그대로 보면서 자랐거든요.

저보다 형님 세대 분들은 흑백 TV에서 컬러 TV로 변하는 걸 보셨습니다. 저는 그 정도는 아닙니다만, 예전 TV 수상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생생히 기억합니다. 최초의 핸드폰인 모토로라 단말기도 봤고, 거의 최초의 게임기인 대우 재믹스도 해봤고, 오락실이라는 게 처음 생겨서 50원, 100원 들고 한판 해 보겠다고 뒤에 서 있다가 동네 무서운 형들에게 털리기도 했습니다. 카세트테이프도 늘어날까 봐 소중히 듣다가 CD가 나오고 MP3가 나오는 변화도 겪었죠. 이거 추억팔이하면 끝이 없는데, 암튼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아날로그가 디지털로 변화하던 시절입니다. 제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께서 빌려준 돈을 현물로 받아오셨습니다. 당시 엄청난 고가였던 대우전자의 X-2라는 컴퓨터였습니다. 그게 제 인생을 일정 부분 바꿔주었습니다. 통신사에 입사하고, 금융회사로 와서 신기술을 접하고 있는 저의 밑바탕이 그때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1988년이네요.

그때 처음으로 접한 OS가 MSX-DOS였는데요, 마이크로소프트라는 회사가 일본의 아스키라는 회사와 합작해서 만든 OS였습니다. 제가 마이크로소프트라는 이름을 처음 들은 순간입니다.

MSX-DOS v1. 03

마이크로소프트는 그때도 대단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더 대단한 회사가 되었죠. 빌 게이츠는 대단한 인물이었지만 저한테는 좀 먼, 뭐랄까 전설 속의 캐릭터 같았습니다. 뉴스 너머로 볼 뿐이었죠. 사실 저는 게이츠를 많이 무시하고 있었습니다. 알려진 정보만 보면 딱 그 시절 미국의 금수저였거든요. 부모 빨로 성공한 캐릭터 같은 느낌이 싫었습니다.

  • 1955년에 성공한 백인 부부인 변호사 아버지와 은행가 집안 딸 어머니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남
  • 살면서 큰 어려움 없이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았으며, 부모님도 승승장구. 아버지는 로펌 파트너, 어머니는 대기업 임원.
  • 명문가 자제들만 가는 고등학교를 갔는데, 당시에는 귀하디귀한 컴퓨터를 쓸 수 있었던 환경!
  • 하버드에서 뜻있는 친구들과 창업!

아니 딱 봐도 이건 뭐 금수저가 ‘맡겨놓은 성공 찾으러 왔다’ 느낌이지 않나요. 흙수저 입장에서는 짜증 나는 사기캐입니다. 그래서 신경 안 쓰고 살았는데, 이번에 회고록이 나왔다고 합니다. 어찌어찌 알았는지 출판사에서는 베스트셀러 작가인(죄송합니다) 제게 서평을 부탁하더라고요. 원고료라도 많이 주면 잘 써보겠지만 책만 주고 돈은 안 줍니다? 그래서 속으로 ‘이거 잘 걸렸다. 금수저 디스나 해야지’ 생각하며 책을 읽어 나갔습니다.

서두가 장황했으니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책을 읽어보니 제가 크게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라면받침 급의 위용을 자랑하는 빌 게이츠 회고록 1편 『소스코드』

1. 무언가에 미친 Nerd로 집중하고 노력하며 살았던 삶

13살 때부터 컴퓨터에 미쳐서 외박을 밥 먹듯 하며 부모님 속을 썩이고 다른 모든 것을 안 하는 삶을 살았더군요. 제13살 때를 돌이켜 보면 엄청난 차이가 있었습니다. 저는 컴퓨터로 게임하는 걸 좋아했는데, 빌 게이츠는 프로그래밍 자체에 빠져 있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컴퓨터 옆에서 먹고 자면서 주 80시간 이상 개발만 했더군요. 당시에도 금수저들은 많았을 텐데 빌 게이츠 같은 사람은 별로 없었던 것을 보면, 본인의 적성과 노력이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습니다.

2. 타고난 두뇌, 수학에 대한 열정

금수저인데 머리까지 좋습니다. 하버드, 프린스턴, 예일 등을 다 합격하고 하버드를 갑니다. 거기에 수학은 SAT 만점입니다. 숫자에 대한 감각은 사업할 때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책에서 고백하고 있습니다. 이 또한 금수저라서 되는 건 아니죠.

3. 세상의 변화를 읽는 감각, 자신의 길에 대한 확신

인공지능이 세상을 뒤흔드는 지금 보면 컴퓨터가 세상을 바꾸는 것은 요즘 말로 팩트죠.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 당시, 그러니까 70년대 초반에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분명 쉽지 않았을 겁니다. 빌 게이츠 또한 하버드를 나와서 좋은 일자리를 잡고 평생을 안락하게 살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그는 회고록에서도 ‘그때 확신이 있었다’라고 말합니다. 세상은 바뀔 것이고, 자기가 가고 있는 길이 옳다는 확신입니다. 그래서 하버드를 휴학하고 졸업도 하지 않고 회사에 올인합니다. 결론을 다 아는 우리지만, 저 당시로 돌아가면 우리는 저렇게 할 수 있을까요? 못하는 사람이 절대다수일 겁니다.

책의 두께가 어마어마해서 이거 다 읽을 수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실제로 책 초반의 어린 시절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재미없습니다. 놓을까 했는데, 고등학교 가서 코딩을 접하는 부분부터 아주 흥미롭습니다. 대학교에서 창업 후 스티브 잡스와 만나는 장면은 영웅 신화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추천하느냐? 네, 추천합니다. 먼저 4050 이상이시고 그 시절 컴퓨터를 기억하신다면(예를 들어 애플 II 시절) 아주 재미있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의미에서, 인공지능 시대를 살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도 추천합니다. 책에서 다루는 시대와 지금 시대가 놀랍게 유사한 부분이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 모르는 시대라는 공통점입니다.

소스코드는 빌게이츠 자서전 3부작의 첫 번째 책이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다음 편이 훨씬 기대가 되는데요. 나오기 전에 한 번씩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텍스트를 잘 보시면 70년대 컴퓨터 코드입니다.
커버와 속지 사이는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진짜 예전 프로그램 출력물이네요. 과거에는 프린터가 옆에 구멍 난 종이만 출력할 수 있었답니다. 이런 편집 센스 너무 좋아요.

원문: 길진세 New Biz on the BL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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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제대로 철학 책 읽기가 어려운 이유 https://ppss.kr/archives/267129 Mon, 07 Oct 2024 03:32:54 +0000 http://3.36.87.144/?p=267129 철학 책 읽기의 어려움

나처럼 철학하는 사람, 철학을 공부하는 학자 입장에서, 철학 텍스트를 읽는다는 게 다른 텍스트를 읽는 것과 차이가 있는지, 있다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짚고 가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철학 책을 읽으려면 굉장히 많은 장벽이 있습니다. 다른 텍스트들하고 단순히 비교하자는 건 아닙니다. 철학 책의 특징을 좀 알게 되면, 철학이 읽기에 가장 까다롭다는 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사진: UnsplashDebby Hudson

 

1. 다루는 문제를 파악하라

우선 철학 텍스트를 왜 읽느냐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소설이건 역사서건 철학 책이건, 아니면 연극이건 영화건 드라마건, 당대의 삶의 문제를 다룬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시대의 문제를 꿰뚫는 그런 거죠. 그래야 평가도 함께 따라가고요. 영화 〈기생충〉이 사람들에게 호소했던 문제가 분명히 있습니다. 가령 불평등이 그렇지요.

철학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철학도 시대가 겪고 있는 가장 심각하고 핵심적인 문제, 그래서 풀어야만 하는 문제를 다룹니다. 중요한 철학자마다 자기가 살았던 시대, 자기가 살았던 삶의 조건 속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그 문제를 문제로 잘 정리하고, 정리된 문제를 잘 해결하려고 시도했고, 그 시도가 어느 정도 수긍이 갔기 때문에, 철학 텍스트로서 살아남았다 이렇게 봐야 됩니다.

따라서 역사학이나 문학과 마찬가지로, 철학은 아주 구체적인 문제에 대한 답으로써 텍스트가 만들어졌다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우리는 독자로서 철학 텍스트를 읽을 때, 왜 이 철학자가 이 책을 썼을까, 이 사람이 풀려고 했던 구체적인 문제가 뭐였을까를 알아내지 못하면 읽을 수가 없습니다.

철학 책은 읽기 어렵다는 말을 합니다. 철학자가 책을 쓸 때 원래 풀려고 했던 문제를 이해하지 못한 채, 그러니까 문제와 문제를 풀려는 고민을 지우고 그저 써 있는 내용과 결과만 놓고 읽으려고 하니까, 이 얘기를 왜 했는지 모르겠고 그래서 어려운 지점이 생기게 됩니다. 특정 철학자의 문제는 그 사람에 대해 다룬 역사적인 문헌 속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령 플라톤이 《국가》라는 책을 썼는데, 도대체 어떤 문제 때문에 썼는지, 플라톤이 살았던 당시 사회적인 조건은 뭐였는지 등을 2차 문헌으로 접해서 알 수 있습니다. 데카르트가 《성찰》을 왜 썼는지, 칸트가 《순수이성비판》을 왜 썼는지 등도요. 그러니까 각 철학자가 갖고 있던 고유한 문제를 알지 못하면 철학 책을 읽어도 읽은 게 아닙니다. 그래서 우선 문제를 알아야 합니다.

‘플라톤은 어떤 시대를 살았으며, 어떤 게 가장 중요한 문제였을까?’를 생각하며 읽어야 한다

그런데 2차 문헌을 통해서, 그러니까 특정 철학자에 대한 사료라든지, 아니면 그 철학자에 대한 동시대와 후대의 해석을 통해 문제가 다 드러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철학자가 간파한 문제가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다른 사람에게 간파되지 않은 채로, (뭐라고 그러죠? 책을 읽을 때 눈으로 흘려 읽는다 그러죠? 건성으로 읽는 거예요,) 그러니까 글자만 따라가고 뜻은 파악하지 못한 채로, 그런 방식으로 수천 년 동안 읽혔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건 철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제와 통찰을 읽어내지 못하는 채로 그냥 접할 때 그런 일이 일어납니다. 따라서 어떤 독자건 간에, 특히 철학 연구자나 일반 독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수백 수천 년 동안 간과됐을지도 모를 그 철학자의 통찰과 문제를 찾아내는 일입니다.

그리고 심지어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철학자 본인도 문제를 다 깨닫지 못한 경우요. 엄청난 영감이 떠올랐고 직관적으로 보긴 했지만, 미처 다 자각하지는 못한 거죠. 막상 글을 쓰다 보면 무의식적인 숨은 통찰이 숨어 들어갈 수 있거든요. 후대에 발견되는 거죠. 글 속에는 어느 정도 들어있는데, 충분히 자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냥 녹아들어 있기만 한 걸 찾아내는 것도 후대의 독자 몫인 거죠. 이런 일이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철학 텍스트를 읽을 때는 해당 텍스트를 쓴 철학자가 풀려고 했던 구체적인 문제가 뭔지를 포착해서 그 문제가 잘 풀렸는지 검토하고, 독자 본인이 살아가고 있는 지금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문제인지, 풀 수 있는 문제인지 따지고, 못 풀었으면 추가 작업을 더 해나가는 식으로, 그걸 생각거리 혹은 생각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합니다. 굉장히 중요한 일이고 본질적입니다. 그러니까 그 텍스트를 놓고 함께 생각했을 때 뭔가 우리 삶의 문제를 풀 때 도움이 되는 문제인지 알면 그 텍스트는 읽을 가치가 있는 거고, 더 파다 보면 열쇠 같은 뭔가가 나올 수가 있고, 실마리라도 찾을 수 있게 됩니다.

보통은 이런 과정이 생략됐기 때문에 철학 텍스트를 읽기 어렵다는 말씀을 드릴 수 있습니다. 이건 다른 인문 고전도 비슷한 것 같아요. 보통은 책의 줄거리 정도 배우고 끝나는 경우가 많고요. 아이들도 두꺼운 책을 읽고 나서 고작 줄거리를 정리하는 정도죠.

생각이 필요해

 

2. 진짜 그 철학자가 쓴 걸까

철학자가 지금 우리가 접할 수 있는 그런 형태로 책을 쓴 게 아니라는 게 또 문제입니다.

두 번째로 철학 텍스트는, 특히 오래된 경우에, 원본 자체가 오늘날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책의 형태로 쓰지 않은 게 다수입니다. 우선, 언어가 다릅니다. 플라톤이 쓴 고전 《국가》는 한 기원전 3~4세기 희랍어로 썼어요. 지금 그리스에 가도 현재 그리스 사람도 잘 못 알아들을 희랍어, 아티카 희랍어로 썼습니다. 심지어 플라톤은 대문자로 썼고 띄어쓰기도 안 되어 있었습니다. 후대에 보기 좋게 다듬고 각색하고 편집한 판본이 오늘날 우리가 접하는 이른바 ‘정본’입니다. 많은 고증과 연구를 거친 결과물입니다. 깔끔하게 책에 인쇄된 거, 그런 거 없었어요.

플라톤 당시에는 인쇄술이 없었죠? 게다가 문자가 탄생한 후 일반에 보급된 지 얼마 안 되던 시점이었습니다. 플라톤은 문자로 기록을 남긴 첫 세대에 해당합니다. 아시다시피 역사학자가 ‘축의 시대’라고 부르는, 동서고금의 성인들이 활동했던 시기에, 이분들은 죄다 문맹이었습니다. 문자를 몰랐어요. 문자가 나온지 얼마 안 됐거든요. 플라톤의 스승 소크라테스도 구라만 깠지, 기록을 남긴 건 제자인 플라톤이었어요. 공자의 말이 제자들을 통해 몇 백 년 후에 정리된 게 《논어》예요.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됐을 리가 없다

또 누구 있죠? 석가모니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오늘날 접할 수 있는 문자 형태로 정리된 건 상당히 후대예요. 가령 석가모니의 초기 텍스트인, 흔히 《법구경》이라고 부르는 ‘니까야’가 있는데, 이 텍스트도 처음엔 구전으로 전수됐어요. 인도 각지의 고승들이 모여서 1년에 한 번 경전을 암송하는 행사를 열었어요(노래가 아니면 이 긴 작품을 외울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함께 합창 형태로 암송하다 보면 서로 잘못 알고 있던 부분들이 수정되겠지요. 이런 형태로 1년에 한 번씩 모여서 암송하는 행사를 몇 백 년 계속한 후에야 텍스트로 정착됐습니다. 그전까지는 다 구전으로 왔던 겁니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도 다 구전이 나중에 텍스트로 정착된 겁니다. 플라톤은 텍스트로 뭔가를 남긴 첫 세대고, 인류 역사에서 비슷한 시기 다른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축의 시대는 아니지만 예수도 문맹이었습니다.)

더욱이 당시에는 글을 적을 수 있는 미디어(즉, 매체)가 활판 인쇄가 아니었어요. 당연히 전자 조판도 없었습니다. 다 파피루스나 양피지, 아니면 나무조각, 다시 말하면 쉽게 손상되는, 오래 보존되지 못하는 미디어에 기록했습니다. 지금까지도 남아 있는 기록물은 흙판이나 돌에 기록된 것들입니다. 쐐기 문자가 대표적이죠.

거기 뭐 기록됐는지 아세요? 그건 장부였습니다. 주로 돈 얘기만 잔뜩 있어요. 거의 모든 기록이 누가 누구한테 얼마를 빌렸네, 갚았네, 얼마에 어떻게 거래됐네, 이런 것들이었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경제 문제가 사람들한테 가장 중요한 주제였던 거죠. 그랬으니까 지워지지 않게 기록했던 거예요.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설형문자 토판. 이름부터 ‘채무 변제 증서’다….

지식층에 문자가 보급된 게 기원전 3~4세기입니다. 앞서 말했던 플라톤 시대입니다. 그런데 파피루스, 양피지, 나무 같은 미디어는 대부분 썩어 사라졌습니다. 건조한 지역에서 보존된 것들이 가끔 발굴되기도 합니다만. 그렇다면 내용이 어떻게 전해졌을까요? 필사였습니다. 베끼고 또 베꼈지요. 언제까지 그랬냐면 인쇄술이 발명될 무렵까지 그랬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텍스트는 대부분 19세기 쯤에 정리되었다고 봐도 좋습니다. 그전까지는 기술의 한계와 관심의 한계가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텍스트가 성립된 과정을 살펴보면,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책 찾아서 읽으면 되지, 하는 식이 아니었던 거예요. 애로사항들이 많았습니다. 남아 있는 자료를 읽는 일은 비석이 오래돼서 비바람에 낡아버린 비문 읽는 것과 비슷한 작업입니다.

옛 문헌에 대해 문헌 자체와 역사적 과정을 연구하고, 언어적인 짜임을 분석해 원저자가 썼던 모습에 최대한 가깝게 복구하고 복원하는 작업을 보통 문헌학(philology)이라고 부릅니다. 오래된 고전 텍스트에 관련된 경우 고전 문헌학이라고도 합니다. 문헌학 작업은 동서양이 마찬가지예요. 생각해 보세요. 어렸을 때 베껴 써본 적 있죠. 요즘이야 ‘컨트롤 C, 컨트롤 V’ 하면 되지만 옛날에 손으로 일일이 베꼈지요. 베끼다 보면 누락과 중복이 엄청 많아요. 수많은 오류가 생깁니다. 당대까지 전수된 모든 문헌을 비교 검토하고, 전수 과정을 추적하고, 원본에 가장 가깝게 복원하는 작업이 필수적이었습니다.

문헌학은 텍스트의 진실성을 찾는 작업입니다. 말하자면 전수된 문헌 중에는 저자가 처음 썼던 게 아닌 내용이 많이 섞여 있습니다. 쓰다가 멋있어 보이면 자기 얘기도 좀 섞고 하는 경우도 많았고요. 그래서 지금 우리가 활자화된 후에 접하는 것과 원본이 다른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고, 그건 필연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몇 줄 안 되는 노자 《도덕경》만 해도 판본이 엄청 많죠. 이런 식이예요. 그러니까 손에 쥔 철학 책을 읽고 고전 철학자의 생각을 과연 얼마나 알 수 있을까, 의문이 드는 건 당연합니다. 철학 책 중에 어지간한 것들은 아주 옛날 사람들이 썼기 때문에 이런 사정이 있습니다.

요약하면, 플라톤이 사용한 고대 희랍어, 데카르트가 사용한 라틴어와 프랑스어(출판된 것들은 사정이 낫지만, 당대 유럽 지식인과 주고받은 편지가 더 많아요), 이런 것들을 굉장히 여러 번 각색되고 편집된 형태로 우리가 접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됩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읽고 있는 게 액면 그대로 그 사람이 사용한 그 언어, 그리고 그 언어가 전달하려고 한 의미를 담고 있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전제해야 합니다.

문헌학 작업이 철학 텍스트의 성립을 위해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었다는 것도 확인하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철학 텍스트라는 아주 추상적인 텍스트가 아주 구체적인 문제에서부터 시작됐기 때문에 최대한 그 문제를 잘 알아야 하고 문제를 느꼈던 사람 가까이 접근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말씀도 드렸고요.

문헌학은 문헌의 전승 관계를 조사하고 그 관계를 해명하는 학문이다. 기원전 3세기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서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 오토 폰 코르벤, 「고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그러면 고전어인 희랍어, 라틴어는 그렇다 쳐도 근현대에 나온 책은 어떨까요? 솔직히 말해, 20세기 중반 이후에 쓰인 철학 텍스트 중에 중요한 건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이 이슈는 각자 평가하기 나름이니까 더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20세기 초반 무렵까지 쓰인 텍스트들의 상태인데, 생각보다 문제가 심각합니다. 그 무렵까지도 여전히 출판되지 않고 노트 상태로만 남아 있는 텍스트가 아주 많습니다. 맑스, 니체, 후설, 심지어 하이데거도. 하이데거 죽은 게 1976년인데도요. 이 사람들의 텍스트도 노트로 남아 있는 게 대부분입니다. 하이데거의 노트 중에 반유대주의를 강하게 담고 있는 《검은 노트》가 있는데, 2014년에야 출간되었어요. 그러니까 뭐냐면 현대 텍스트라고 생각하는 상당히 많은 텍스트조차도 의문의 여지가 있다는 겁니다.

맑스나 니체가 쓴 글씨를 보통 사람은 알아볼 수가 없어요. 문서 보관소에 가보면 필체가 정말 엉망입니다. 검색하면 사진으로 볼 수 있어요. 누군가 이걸 깔끔한 활자체로 바꿔주는 작업을 하는 거죠. 그런 문헌학 연구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해야 합니다. 노트의 보존 상태가 좋아 학자들이 정확히 복원했다고 봐야겠지만, 아직 출판되지 않은 것도 많다는 점을 알아야 하겠습니다.

 

3. 언어적인 문제도 크다

연관된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잘 복원된 텍스트라고 칩시다. 서점에 가서 플라톤이 쓴 《국가》를 뽑아서 읽으면 플라톤이 품었던 문제가 보일까요? 칸트가 쓴 《순수이성비판》은? 데카르트의 《성찰》은?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이 얘기는 뭐냐면, 우리가 접하는 철학 텍스트의 대다수는 해당 철학자가 쓴 그 내용이 아니라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한국의 철학자 또는 철학 연구자가 현대 한국어로 번역한 텍스트라는 겁니다. 이게 중요한 문젯거리입니다. 물론 번역자가 주석을 아주 잘 달아주고 잘 읽히게 번역했을 수 있다고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충분치는 않습니다. ‘아’ 다르고 ‘어’ 다르거든요. 무엇보다도 철학에서는 뉘앙스가 문제가 돼요.

이건 한국적 현실인데, 대체로 번역본으로 읽어야 합니다. 근데 번역하다 보면 원래 의미와 한국어 번역 사이에 차이가 너무 많이 납니다. 한 문장이 한 문단이 되고 책 한 권이 되는데, 이 과정에서 원본과는 완전 다른 얘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걸 차단하는 작업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철학 책이 잘 읽히지 않을 때, 가장 중요한 이유가 번역이 부실해서라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떤 책을 읽는 게 철학 책을 읽는 것일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해 많이 고민하게 됩니다. 책을 소개해 달라고 해도 마땅히 추천할 만한 게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현실이 척박합니다.

작가 pikisuperstar 출처 Freepik

그럼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철학 텍스트가 얼마나 되겠나? 생각해 보면, 진짜 얼마 안 됩니다. 왜냐하면 불행하게도, 또 여러 가지로 유감스러운 부분이지만, 한국어로 철학 텍스트를 쓴 선학(先學)이 별로 없기 때문에 그래요. 그런데 잠깐, 지폐에 나오는 얼굴들, 퇴계도 있고 율곡도 있지 않냐,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 그분들은 한국어로 글을 쓰지 않았죠. 우리가 알아먹을 수 있는 한글로 쓴 게 아니죠. 그분들이 쓴 것도 우리한테는 외국어입니다. 원효도 그렇고 정약용도 그렇습니다. 누가 아주 잘 번역해 줘야 읽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언어적인 문제가 굉장히 크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게다가 우리가 외국어를 배우기 시작하는 게, 영어는 그나마 좀 빠르지만 희랍어, 라틴어는 중고등학교 때 어림도 없고 독일어, 프랑스어를 좀 배우긴 하는데 요즘엔 잘 안 배웁니다. 그래서 영어 아닌 외국어는 대부분 대학에 와서 배우기 시작합니다. 대학생 쯤 되면 자기 생각을 책으로 쓸 정도 되는 나이인데, 우리는 비로소 그때 아빠, 엄마를 배우기 시작하는 거죠. 적어도 학술장에서는 분명히 짚고 가야 할 문제입니다. 인문 교육 전체가 그렇지만 철학은 특히 더 심하다고 봐요. 물론 문학적인 글의 맥락과 뉘앙스를 파악하는 것도 쉬운 문제는 아니에요. 하지만 철학은 제일 까다로운 사고를 끝까지 붙잡고 있어요. 이 문제를 파악하기 어렵게 하는 장벽이 언어인데, 이 장벽을 넘는 일이 만만치 않습니다.

전반적으로 두 가지 차원의 문제, 그러니까 첫 번째는 철학 텍스트를 읽을 때 해당 철학자의 구체적인 문제를 파악해야 한다는 점, 두 번째는 거기에 도달하는 데 굉장히 장벽이 많다는 점, 특히 한국 사회는 연구 인력도 별로 없었고 연구 역사도 짧고, 게다가 요즘은 연구도 안 하고 하는 문제 때문에 굉장히 난관에 부딪혀 있다는 점을 알고 나시면 철학 텍스트를 일반 독자가 읽는 게 얼마나 허망한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4. 그러므로, 원전을 비교해 읽어라

끝으로, 이렇게 좋지 않은 조건에서 철학 책을 읽으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무엇보다도 먼저 번역된 ‘원전’을 ‘비교’하며 읽으라고 하고 싶어요. 요약된 책을 보는 건 안 보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발췌된 구절들일지라도 원전을 읽어야 합니다. 해설이나 설명이 붙어 있으면 더 좋아요. 또한 2개 이상의 판본이 있으면 반드시 비교해서 읽으라고 하고 싶어요. 번역한 사람마다 원문에 대한 이해나 해석이 다를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비교하며 읽다 보면 원문이 해석될 수 있는 몇 가지 가능성이 확인되기도 해요. 바로 그런 지점에서 자기 나름으로 생각을 해 보는 거죠.

실제로 참 난감해요. 내가 철학 쪽에 오래 종사했기 때문에 좋은 철학 입문서를 추천해 줄 수 있느냐는 요청을 많이 받게 되는데, 유감스럽게도 별로 없어요. 물론 외국 책을 번역한 것 중에서도 찾아보기 쉽지 않아요. 이른바 일반인들이 아니면 공대생들이 읽을 만한 그런 게 있느냐? 일반 독자가 아니면 고등학생 이상의, 한글을 읽어낼 수 있는 독자가 철학을 어떻게 입문하고 공부해야 할까요? 어떤 책을 읽어야 되고 어떻게 읽어야 될까요?

문제거리입니다. 요령 있는 답은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직접 책을 썼고 또 쓰고 있습니다. 만약 서양 철학을 처음 공부해 보려고 한다면 내가 쓴 《생각의 싸움》을 권합니다. 서양 철학 입문서로 손색이 없다고 자부합니다.

여러 온라인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 출처: 교보문고

 

마치며: 한국의 역사적 특수성을 이해하자

마지막으로 이 문제와 관련해서, 한국에서 그동안 학자들이 뭘 했느냐, 하는 의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별로 한 게 없어 보이는 거죠. 학자들의 게으름과 무능함을 꼽는 사람도 많은데요. 부인할 수는 없지만, 사정이 단순하지만은 않습니다. 이 문제 역시 한국적인 현실과 굉장히 밀접한 측면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역사적인 배경이라는 게 있거든요. 한국의 역사적 특수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우선 오늘날 우리가 쓰는 한국어와 한글이 보편화된 것이 20세기 초반임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그전까지 대부분의 문헌은 한문이었다는 뜻입니다.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지 않으면 읽을 도리가 없습니다. 동시에 이 시기가 일제 강점기였다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제국주의 일본은 한국어 말살을 꽤했지요. 결국 한국어가 보편화되기 시작한 것과 한국어가 억압된 것이 거의 동시라는 뜻입니다.

다음으로 분단과 독재가 있었습니다. 남북을 통틀어, 한국에서도 어지간한 학자들이 성장하고 있었는데 대부분 살해됐습니다. 감옥 가거나 고문당해 죽거나 해외로 망명하거나 아니면 중도에 포기하거나 이런 일이 허다했습니다. 사상의 장이 성숙할 수 없는 사회 풍토였습니다. 사상의 자유를 탄압했던 굉장히 오랜 역사가 있었습니다. 해방 이후 20세기 후반 내내 그러했지요. 이 문제가 충분히 해소됐다고 얘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죠. 지금도 이념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철학을 포함해서 흔히 말하는 인문학의 전통적인 연구 분과들이 제대로 성장할 기회를 갖지 못했던 겁니다.

결국은 식민지와 분단이라는 문제로 한국의 20세기 역사 전체가 왜곡됐기 때문에 현대 한국어로 좋은 철학 텍스트를 생산해낸 철학자 혹은 철학 연구자가 별로 없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단순히 학자들의 게으름 문제로 치환할 게 아니라, 한국 현대사 전체와 관련된 문제라고 인식해야 하고 거기서부터 문제를 풀어가야 되는데, 결국은 한반도 평화가 전제돼야 풀릴 수 있는 문제입니다.

철학 책 한 권을 제대로 읽고 싶었을 뿐인데 너무너무 많은 문제 / 작가 jcomp 출처 Freepik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 접할 수 있는 철학 책이, 읽어야 할 또 읽자고 권할 만한 책이 빈약한 데는 이런 배경이 있습니다. 앞으로 읽을 독서 목록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시대적인 과제를 함께 짊어져야겠습니다. 한국인 혹은 한국어 구사자가 한국어로 집필하는 것이 한국어 철학 책을 읽을 수 있게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획을 그었던 외국의 유명한 철학자들의 성과물을 한국어로 번역하더라도 잘 읽히지 않는 게 정상이라는 걸 전제로 출발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한국 연구자들이 해설도 쓰고, 관련된 문제를 짚어서 논문도 쓰고 해야겠지요. 이게 미진한 것도 사실이고, 좀 아쉽습니다. 널리 읽히는 논문이 생산되지 않은 게 한 30년 넘게 지속된 현실이어서, 이것도 풀어야 합니다. 국가의 연구 지원이 한국연구재단(KCI) 등재지에 수록된 논문 위주로 진행되다 보니, 정작 읽히고 토론되기 위해 논문을 쓰는 게 아니라 평가 받기 위해 논문을 쓰는 상황으로 이어져오고 그런 관행이 정착되어 버렸지요. 연구자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는 능력도 떨어졌고요. (이 문제도 따로 다루어야 합니다.)

지금 시점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인문학의 학문 연구 분과들에서 학문 후속세대가 재생산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학문 연구의 대가 끊길 위기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가령 철학을 공부해 대학원 가서 박사를 받았다 치면, 그다음에 바로 굶어야 합니다. 이런 일이 기초 인문학 분과들에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학원 진학을 꺼리거나 포기합니다. 이 상황이 20년 정도 지속되면, 학문 전통 자체가 내부에서는 사라지는 거죠. 지금 거의 절멸 직전에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나마 대학원을 가더라도 다 미국으로 갑니다. 그래서 한국어를 쓰는 한국인이라 할지라도 미국 학풍의 후예로 길러집니다. 미국적 특수성을 보편으로 수용하면서 한국적인 것이 필요 없다는 태도를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한국적인 학문이 뭔지는 논의할 거리가 많지만, 이런 풍토에서 지금 이곳의 문제를 다루는 텍스트가 나오기는 어렵습니다.

미국에 유학 갔다 온 경제학 박사가 한국 경제를 제일 모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 데이터를 다룬 적이 없기 때이라고 합니다. 이 사람들은 미국에 복무하는 미국 학자지 한국에서 강의한다고 해서 한국 학자라고 할 수는 없다고 봐요. 도대체 이 현실에 대해 뭘 얘기할 수 있겠어요?

한국 학문의 미래와 관련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굉장히 획기적인 해결책이 마련돼야 합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다른 자리에서 깊게 논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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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헐적 단식” 직접 해본 후기: 일상 속에서 평생 유지할 수 있는 다이어트 https://ppss.kr/archives/266526 Wed, 07 Aug 2024 03:17:20 +0000 http://3.36.87.144/?p=266526 화요일에 멀리 사는 친구가 서울로 출장을 온다고 해서 얼굴도 볼 겸 모였다. 그날 바로 저녁 비행기로 다시 내려가야 하는 상황이라 정겨운 사람들끼리 오래간만에 낮술을 하면서 맛나게 먹고 있는데 체중 이야기가 나왔다. 최근에 살이 너무 쪄서 3 자릿수를 달려간다는 선배도 있었고, 반대로 먹어도 살이 너무 안 찌는 친구도 있었다.

만으로 45인 나도 최근에 체중을 꾸준히 관리하고 있다. 한때 80kg을 넘어서서 무겁던 몸이었지만 지금은 74kg 내외에서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먹고 싶은 걸 안 먹고 그러지는 않는다.

자취 생활을 해 본 사람들은 언제 이렇게 음식을 챙겨 먹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배가 불러도 눈앞에 음식이 있으면 손이 간다. 술이라도 한잔하는 날이면 안주빨은 또 왜 그렇게 세우는지… 그렇지만 2년 가까이 지금의 체중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은 ‘간헐적 단식’ 덕분이다.

좋은 습관 덕분에 다행히 계속 안정적으로 지표를 유지 중이다.

 

간헐적 단식의 원리

단식이라고 하면 고통스럽고 힘들 거라고 생각하지만,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많이 먹었으니까 그걸 소화해서 피 속에 혈당이 올라가면, 높아진 혈당이 에너지로 소비되어서 자연스럽게 정상으로 돌아올 때까지 시간을 확보해 주는 거다. 그렇게 하면 몸은 핏속에 있는 에너지를 먼저 쓰고, 그러고도 모자라면 쌓여있던 살에서 에너지를 가져다 쓴다.

몸이 영양분을 관리하는 방식은 수입이 현금으로 들어왔는데, 은행에 입출금이 자유로운 통장과 정기 예금에 넣는 것과 원리가 비슷하다. 현금으로 들어오는 수입은 내가 먹는 음식이고, 입출금이 자유로운 통장은 혈당이고, 꺼내기 어려운 정기 예금은 살이다. 혈당이 일정 수치 이상을 계속 유지하게 되면, 몸은 마치 자연스럽게 남는 혈당을 더 꺼내기 힘든 형태인 지방으로 만들어 몸에 쌓아 둔다.

먹는 것을 구하기 힘들었던 원시 시대의 우리의 조상들은 생존을 위해 그렇게 진화했지만, 생물학적으로 유전자가 변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 동안 우리는 갑작스럽게 풍요의 시대로 들어섰고, 하루 3끼를 먹는 주기로 계속 몸이 필요한 것 이상의 영양분을 섭취하고 있다. 그래서 살이 찌고 아프다. 몸이 무겁고, 혈압이 오르고, 지방이 몸 곳곳에 쌓인다.

마흔이 넘어서면서도 특히 술자리가 있으면 과식하고, 그다음 날이면 몸이 무겁고 체중이 느는 걸 체험한 나는 그래서 휴직을 했던 2022년부터 간헐적 단식을 실천하고 있다. 뭐 요가복 입고 명상하듯 하루를 굶고 그러는 거 아니다. 그냥 저녁을 일찍 먹고, 아침을 거르는 거다. 12시가 넘어서 점심을 먹고, 저녁을 7시 이전에 먹고 야식을 먹지 않으면, 전날 저녁 식사 이후부터 다음 날 12시까지 16시간 이상의 공복 시간을 벌 수 있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말 그대로 간헐적으로 단식을 하는 것이다.

제일 좋은 건 이런 생활 습관이 유지하지가 너무 쉽다는 점이다. 아침을 안 먹으면 허기지고 스트레스받을 것 같지만, 조금만 익숙해지면 몸은 자연스럽게 스스로 에너지를 만드는 기재를 작동한다. 전날 늦게까지 과식하면 다음 날 점심을 좀 가볍게 먹고, 오늘은 아침에 아이들에게 챙겨 준 아침이 너무 맛있어 보여서 먹었으면 그냥 평소보다 몸을 조금만 더 움직이면 된다. 그렇게 내 몸을 이해하고 편하고 좋은 규칙들을 정해서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마음속에 있던 규칙들을 매일 체크해 보고 있다. 다 못 지키고 살지만 그래도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

 

평생 유지할 수 있는 다이어트

아널드 홍의 『간헐적 단식? 내가 한 번 해보지!』는 간헐적 단식이라는 활동을 아주 쉽게 풀어낸 책이다. 평생 보디빌더로 어려운 식이요법을 지키고 살다가 간헐적 단식을 알게 되고, 먹는 것에서 자유로워진 경험담이 담겨 있다. 아널드 홍이 직접 100일을 수행해 본 기록과 그 뒤로 많은 사람들과 함께 건강한 생활 습관을 함께 만들어 가본 경험들이 쉬운 말로 설명되어 있다.

여성의 경우 호르몬의 변화에 따른 어려운 점도, 그리고 스트레스가 많아서 폭식하게 되면서 무너지는 상황에 대한 마음 챙김 방법도 함께 소개되어 있다.

출처 교보문고

무엇보다도 책에서 소개해 준 지속 가능한 생활 습관이 내가 하고 있는 일들과 비슷해서 참 뿌듯했다. 그리고 선생님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마음속으로만 있던 규칙들을 이제는 눈에 보이게 인쇄해서 매일매일 기록해 두고 있다.

다 못 지키고 살지만, 그래도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고 기록들을 보다 보면 더 신경 써야 하는 부분들이 보인다. 최대한 나 자신에게 너그럽지만 또 그만큼 소중한 나 자신을 위해 당장 눈앞의 달달한 것에 가는 손을 멈추고 조금이라도 내 몸에게 스스로를 추스를 시간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니 몸이 무거워서, 나이가 드니까 살이 쪄서 고민인 분들은 한번 시도해 보시길. 백세 시대에 제일 큰 행복은 아프지 않고 나이 드는 삶이다. 입이 즐거우려고 찾는 음식들을 소화하고 처리하느라 너무 바쁜 우리 몸에 조금 쉴 수 있는 시간을 챙겨 줄 수 있는 여유가 다들 있으면 좋겠다.

원문: 이정원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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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야, 문제는 임금이야. 주가가 아니고!” https://ppss.kr/archives/264857 Tue, 14 May 2024 02:53:20 +0000 http://3.36.87.144/?p=264857 1.

경제 전망이 어둡다. 제로 금리로 돈이 넘쳐 나던 시절의 호황기는 인플레이션 위기로 제동이 걸리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금리 인상이 시장 자체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 높아진 금리에 가계 대출의 부담은 증가하고, 대출 길이 막힌 부동산 시장은 잔뜩 움츠러들었다. 모두들 경기가 안 좋다는 이야기를 반복한다.

이전보다 1인당 GDP도 높아졌고, 생활은 더 윤택해진 것 같은데 사람들은 살기 더 팍팍해졌다. 자살률은 OECD 중 1등이고, 출산율은 압도적인 꼴찌다. 현실도 미래도 어둡다는 반증인 셈이다. 그야말로 위기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2.

우연히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경제학과 대학생에게 책을 추천하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거기서 로버트 라이시의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라는 책을 접할 수 있었다. 역사적으로 미국이 겪었던 가장 큰 위기인 1920년대 경제 대공황과 2008년 리만 브라더스 사태를 돌아보면서 경제적인 위기가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고찰하는 책이다. (현재는 절판되었기 때문에 인근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돈을 흥청망청 소비해서 위기가 왔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소비는 죄가 없다. 나는 어제 들른 약국에서 만 원으로 감기약을 샀다. 그 돈으로 약사님은 집 앞 칼국수 가게에서 식사를 하실 것이고, 그 돈으로 칼국수 가게 사장님은 태안의 해물 가게에서 바지락을 구해 올 것이다. 만원은 소비라는 행위를 통해 돌고 돌면서 각 경제 주체들이 가치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해준다. 소비가 돌아야 생산도 느는 법이다.

그럼 사람들은 언제 소비를 할까? 간단하다. 원하는 것이 생기고, 주머니 사정이 좋아지면 소비를 한다. 곧 카드값으로 사라질 월급이라도 들어온 그날에는 든든한 마음에 치킨 하나 살 수 있는 게 우리 삶이다. 소비가 줄었다는 얘기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없어졌거나, 주머니 사정이 안 좋아졌다는 뜻일 것이다.

원하는 것이 줄어들지는 않는 것 같다. SNS에 돌아다니는 무수한 행복한 삶의 모습들은 시샘과 부러움을 먹고 자란다. GDP가 높아지고 생활 수준은 분명히 올랐으니 이왕이면 큰 집, 이왕이면 더 큰 차를 원한다. 실제로 미국도 집의 평수가 1980년대 보다 2010년대가 1.5배 더 늘었다. 전체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의 수준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3.

문제는 결국 주머니 사정이다. 전체 경제 규모는 늘었지만, 늘어난 부가 제대로 분배되지 못하면서 상대적으로 사람들의 삶을 궁핍해졌다. 대량 생산된 공산품들이 대량 소비되려면 부의 분배가 필연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 그러나 자본을 잠식한 소수가 소비자들의 손에서 구매력을 앗아감으로써 자신들의 생산품에 대한 수요마저 없애버렸다.

결과적으로 포커 게임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소수의 플레이어에게 칩이 집중되듯이, 다른 국민들은 돈을 빌려야만 게임에 계속 참여할 수 있었다. 그러다 빌릴 수 있는 돈이 한계에 다다르면 판은 무너지게 된다.

1929년 대공황 시절에 미국 상위 1% 부자들이 차지하는 수입은 전체 생산량의 23%에 달했다. 그렇게 균형이 무너진 경제를 되살린 것은 ‘근로자가 곧 소비자다’라는 믿음으로 중위 계층의 소득을 높이는 데 집중한 뉴딜 정책이었다. 금리를 낮추고 공공사업을 늘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냄으로서 사람들은 다시 물건을 살 수 있는 여유를 찾았다.

정부는 최상위권의 소득세율을(무려!) 70%로 두고 상위 1% 부자들이 차지하는 수입이 10% 내외에서 통제되도록 했다. 법인세율 26%이 높다며 망하겠다는 전경련의 엄살이 무색하게도, 그 시절 미국은 오히려 1950년부터 1980년까지 풍요의 시대를 누리게 된다. 경제는 꾸준히 성장했고, 그 성장의 열매는 잘 분배되어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아메리칸드림이 가능한 시기였다.

그러나 1970년대 말 석유 파동으로 온 불경기를 등에 업고 당선된 레이건이 소득세율을 낮추면서 생산과 소비 사이의 합의가 깨지게 된다. 공장 자동화와 세계화로 노동자의 수요는 점점 줄어드는 반면, 주식과 부동산의 바람을 타고 투자라는 명목의 금융 자산의 비중은 갈수록 커져 갔다.

사람들은 실업했고, 재취업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에 만족해야 했다. 원하는 것과 주머니 사정 사이의 갭은 가격만 높아진 부동산을 통한 대출로 채워졌다. 그렇게 다시 소수에게 부의 집중이 가속화되었다. 다시 1%의 상위 그룹이 23% 이상의 수입을 독차지하게 된 2008년, 결국 리만브라더스 사태와 같은 대불황이 찾아왔다.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번에는 해법도 가당치 않았다. 정치를 꾸려 나가는 데에도 돈이 너무 많이 드는 시대다. 많은 걸 생산하기보다 많은 돈을 버는 데 집중하는 월스트리트의 금융 전문가들에게 경제를 맡겨 버렸다. 그들은 본인들의 도박과 잘못된 경제 구조로 일어난 불황을 인질 삼아 국민의 세금으로 구제 금융을 은행권에 뿌렸다. 그렇게 회생한 은행들은 저평가된 주식들을 쓸어모아 다시 성과급 파티를 벌였다.

그렇게 금융이 살고, 부동산이 오르고, 주식이 올랐다. 경기는 회복된 것일까? 하지만 실물 경제가 좋아지려면 임금이 올라서 소득이 늘고, 그래서 소비가 늘어야 한다. 그러나 두 번의 경제 불황을 겪고도 우리는 깨닫지 못했다. 1990년대 이후 주식과 부동산이 경제 상황을 대변하는 지표처럼 되어 버렸지만, 실질적으로 이 둘은 내가 방금 사 먹고 지불한 치킨값처럼 구성원들 간의 생산을 증폭시키는 효과는 보이지 않는다. 그저 장부상에 남아 삶과 괴리된 ‘부의 숫자’로 존재할 뿐이다.

 

4.

우리 경제는 성장했다. 사람들은 삶이 더 좋아질 거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부는 소수의 몇 사람에게만 집중되었고, 실질적인 임금은 떨어졌다. 사람들 사이에서 돌고 돌아야 하는 돈은 투자와 부동산에 묶여 더 큰 빈부격차를 만들 뿐이다. 한 사람이 벌어서 살기 힘드니 맞벌이가 늘고, 안 그래도 적은 일자리에 구직자는 많으니 청년들의 취직이 힘들어진다.

취직해도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이유도, 출산율이 급락하고 삶이 더 팍팍하다고 느껴지는 모든 이유도 제대로 된 임금을 주는 직업의 수가 현저히 줄어든 이 불평등의 구조에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책의 저자는 10년 전 이렇게 주장했다.

  1. 일정 금액 이하의 소득을 가진 사람에게는 보조금을 주는 ‘역소득세’를 도입한다.
  2. 탄소세를 부과해 저소득층에 영향이 큰 기후변화에 대응하도록 유도한다.
  3. 부자들의 한계 세율을 적어도 50%까지는 인상하고, 금융 소득에도 근로 소득과 동일한 세율을 적용한다.
  4. 실업자에게 생활비를 대주는 대신, 재취업하면 1년간은 기존 임금의 90%까지 보전해 주는 재고용 대책으로 삶의 질 하락을 막는다.
  5. 소득에 따른 학교 바우처를 제공한다.
  6. 학자금 대출을 의료보험처럼 펀딩화해서 많이 버는 사람은 많이 내고, 적게 버는 사람은 덜 내는 차등제를 도입한다.
  7. 전 국민 메디케어를 도입한다.
  8. 도서관이나 공공의료와 같은 공공재 활용을 주도한다.
  9. 마지막으로, 정치가 깨끗해져야 한다.

그러나 지난 십 년 동안, 세상은 저자의 바람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왔다. 그리고 다시 대출의 임계점에 다다랐다. 100년 전에는 묘책이었던 제로 금리도 어려워졌고, 돈 찍어내서 받쳐주는 정부는 인플레이션 때문에 시도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니 지금이 자본주의의 세 번째 위기가 아닐까.

역사 속에서 자본주의는 늘 극단적인 순간에 노선을 수정하여 생존해 왔다.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부디 이번 변화에 선량한 이웃들이 덜 고통스럽기를 바랄 뿐이다.

원문: 이정원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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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는 자녀에게 아이패드를 못 쓰게 했다 https://ppss.kr/archives/264820 Thu, 04 Jan 2024 02:50:40 +0000 http://3.36.87.144/?p=264820 1.

얼마 전 책 읽기 동아리 활동을 하는 학생들과 스마트폰 올바르게 쓰는 자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말머리에 ‘균형’이라는 말을 먼저 꺼냈다. 하루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이 1시간이라면 종이 책을 적어도 1시간 정도 읽자는 뜻에서였다.

이것은 최소한의 조건이다. 나는 말 끄트머리에 종이책 읽는 시간이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훨씬 넘어서야 한다며 책과 책 읽기의 가치와 의미를 강조하였다.

작가 rawpixel.com 출처 Freepik

몇 가지 근거를 들었다. 종이책 매체와 인터넷 매체 간의 역사적인 검증 상황의 차이가 하나다. 우리 인류는 기원전 3천 년 무렵 문자를 발명하여 쓰기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5천 년 동안 내용과 형식, 영향과 가치 등의 차원에서 종이책 매체를 다채롭게 검증해 왔다.

이와 달리 인터넷 매체는 세상에 출현한 것이 반세기 정도에 불과하여 앞으로 살펴봐야 측면이 많다. 인터넷 기반의 소셜 미디어가 갖는 역할과 의의를 놓고 장밋빛 청사진의 예찬론 일색이던 출현 초창기 분위기와 다르게 지금은 에스엔에스(SNS)의 폐해나 부정적인 결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무척 높다.

 

2.

무엇인가를 과신하거나 과용하는 태도는 우리를 해로운 지점으로 이끌어 갈 가능성이 높다. 나는 학생들에게 세계 유수의 IT회사들이 밀집해 있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아이티 전문가들이 저(底)기술 생활이나 반(反)기술 교육에 눈길을 주는 사례들을 두 번째 근거로 들었다.

자칭 미래교육 전문가들은 첨단 아이티 기술을 접목한 교육 수단을 옹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대개 이들은 공통적으로 스마트폰과 스마트 패드 등 각종 디지털 기기의 장점과 의의를 강조하는데, 정작 이들 기기를 발명하고 확산시키는 일을 하는 기술 전도사들이 자기 자녀나 어린이들이 전자 기기와 접촉하는 것을 꺼린다는 사실에는 애써 눈을 감는 것 같다.

사진: Unsplashcharlesdeluvio

네덜란드 저널리스트이자 사상가인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화제작 『휴먼 카인드』에서 소셜 미디어를 ‘독성 사업’이라고 규정했다. 그 근거로 페이스북이나 구글 같은 회사의 관리자들이 자기 아이가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에서 보내는 시간을 엄격하게 제한한다는 점을 들었다.

나는 브레흐만이 책 미주에 소개한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2018년 2월 18일 자 기획 기사 「Silicon valley parents are raising their kids tech-free: And it should be a red flag」를 찾아 읽었다. 거기에는 기사를 쓴 클리스 웰러 기자가 취재한, 저기술 및 반기술 육아의 사례들이 다양하게 실려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전 최고경영자 빌 게이츠는 자기 자녀들이 14살이 될 때까지 전화기를 소유하지 못하게 하는 지침을 만들어 시행했다고 한다.

애플의 전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는 2011년 <뉴욕 타임즈>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자기 자녀가 새로 출시된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다고 밝혔다.

현 애플 최고경영자인 팀 쿡은 자기 조카가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에 가입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웰러 기자는 이와 같은 의외의(?) 사례들을 들면서 이렇게 말했다.

저기술 및 반기술 양육이 실리콘밸리의 거물들 사이에서 조용한 필수품이 되었다.

스티브 잡스의 자녀들. 왼쪽부터 막내 이브, 둘째 리드, 셋째 에린

 

3.

지난 2018년 10월 2일 사회학과 통계학 분야에서 권위가 있는 국제 학술지 <사회과학연구> 최신 호에 호주 국립대학교 사회학과와 미국 네바다대학교 응용통계학과, 국제통계센터 공동 연구진이 한 편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OECD에서 언어 능력, 일상 속 수학 문제 해결 능력, 컴퓨터 조작 관련 능력 등의 3개 지표를 조사하는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 데이터 중 2011년부터 2015년까지의 5년 치 자료를 분석하였다. 그 결과 집에 책을 쌓아 두는 것만으로도 언어 능력, 수학 능력, 컴퓨터 능력 영역의 교육 성취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놀라운 사실을 밝혀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집에 쌓여 있는 책들을 읽지 않았더라도 단지 책이 “있었다”는 기억만으로 사람들의 인지 능력과 학업성취도가 향상되었다는 것이었다.

수년 전 우연히 이 기사를 접하고 교실에 있는 학급 문고 서가를 알차게 채우는 일에 부쩍 큰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얼마 전 전체 교직원 회의 때에는 발언 기회를 얻어 가용 학교 예산을 들여 각 학급의 학급 문고용 도서를 확충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조만간에는 학교 도서실 업무를 담당하는 선생님께 올해 도서 구입 계획 일정과 규모를 여쭤보고 우리 학교 학생과 선생님들이 함께 읽었으면 하는 책들을 신청하려고 한다.

사진: UnsplashFlorencia Viadana

나는 평소 넓게 알고 깊게 생각하려고 애쓰는 삶 속에서 경험을 통한 배움과 성장이 더 값진 결실을 가져온다고 믿고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책과 책 읽기보다 더 좋은 매체나 매체 활동은 없을 것이다.

스마트폰을 집에 놔두고 집 근처에 있는 도서관에 가서 책을 펼쳐 읽는 부모와 자녀들이 더 많아지는 세상을 꿈꾼다. 책과 책 읽기가 일상의 시간과 공간의 다수를 차지하는 학교와 교실을 상상해 본다.

원문: 정은균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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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스와 텀블벅 CSO가 말하는 “데이터를 잘 바라보는 12가지 조언” https://ppss.kr/archives/264374 Tue, 17 Oct 2023 02:54:40 +0000 http://3.36.87.144/?p=264374

1. 측정을 하는 이유는 대상의 본질을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다. 문제의 원인 근처에는 항상 이런저런 증상이 나타나고, 이는 숫자로 드러나야 한다. 측정을 통해 양자택일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고, 잘한다 못한다가 아닌 60점, 90점으로 따질 수 있다.

2. 비즈니스 환경에서 데이터들은 정형화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브랜딩 광고의 성과를 측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를 측정하기 위해서 포획-재포획법을 활용하면 좋다. 연못에 개구리가 몇 마리인지 추정하기 위해 20마리의 개구리를 잡아 등에 표식을 한다. 다음날 10마리를 잡았는데 2마리가 표식이 있다. 그러면 전체의 20%가 표식이 있으니 개구리는 100마리라 역산할 수 있다.

3. 지표를 개선하려 할 때에는 지표 자체에 집착하면 안 된다. 그러면 과적합화(overfitting)가 일어나기 쉽다. 그렇기에 이를 개선함으로 후행 지표에 영향을 주는 ‘선행지표’를 개선하는 게 좋다. 선행지표를 찾기 위해서는 목표가 되는 후행 지표를 찾은 후, 이를 지향하는 선행 지표를 리스팅하라. 그리고 후행 지표를 떨어뜨리는 선행 지표, 즉 문제를 찾아나가면 된다.

4. 전체 구조를 파악해야 한다. 눈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표를 개선하려 하면 안 된다. 예로 주문이 늘었다고 생산시설을 늘리면 주문량이 줄어들 때 손해가 커지는 구조적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

『세컨드 펭귄』▶ 교보문고 / YES24 / 알라딘

5. 고객 세분화 분석 프레임워크 중 RFM(Recency최신성, Frequency빈도, Monetary돈)이 유용하다. 이를 각각 3단계로만 나누어도 3*3*3=27가지 유저군이 나온다. 물론 이렇게 고객군을 많이 쪼갤 필요는 없으니 좀 줄이는 게 좋다.

6. 이커머스 구매 분석은 특정 아이템을 구입하려는 목적이 강한 ‘목적형 구매’와 쇼핑 자체를 즐기는 ‘발견형 구매’로 나누어 보면 좋다. 전자는 짧은 시간 체류하고 구매전환율이 높다. 후자는 아이템을 찾기까지의 여정에 시간이 긴 편이다.

7. 조직에 데이터 파이프라인이 자리잡혔다면, 정말 중요한 것은 해석을 넘은 ‘내러티브’다. 즉 숫자를 보는 것은 기본이고, 이를 통해 문제를 정의하고 전략적 방향성을 제시하는 스토리텔링 능력이 중요하다.

8. 조직의 문제는 ‘퍼즐’이 아닌 ‘미스터리’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완벽한 조각은 없다. 명확한 답은 없음을 인지하고, 여러 정보를 검증하고 어느 정보에 집중할지 결정해야 한다.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의미 있는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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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BM 자체도 측정할 수 있다.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여러 효용을 경쟁사와 비교해 보자. 예로 쿠팡은 타 오픈마켓에 비해 ‘배송 속도’라는 강력한 우위를 가지고 있다. 어차피 이길 수 없다면 완전히 다른 효용을 제공해야 한다. 예로 텀블벅은 ‘독특한 셀렉션’과 ‘판매자와의 소통과 공감’을 가지고 있다.

10. 탐색을 멈추고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최적의 때는 생각보다 이르다. “바닷물을 끓이려 들지 마라”는 말처럼, 가설을 세우거나 문제를 정의하기 위해 너무 오랜 시간을 들이지 마라. 지나치게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건 ‘데이터의 늪’일 뿐이다.

11. 우리가 택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각 미래의 가능성을 계산해 보고 그에 맞는 최선의 대응 전략을 짜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시나리오를 여러 개 만들어, 각 시나리오의 발생 가능성과 위험과 기회 요인 등을 분석하면 좋다.

12. 세상에 공짜는 없고 모든 일에는 비용이 따른다. 심지어 ‘어떤 선택도 하지 않는 선택’마저 보이지 않는 비용을 치르고 있음을 잊으면 안 된다. 나의 결정이 얼마짜리인지를 항상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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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할 필요 없다, 망하지 않으면서 도전하는 ‘세컨드 펭귄’이 되라: 백패커 CSO 임승현 인터뷰 https://ppss.kr/archives/264206 Mon, 25 Sep 2023 06:42:55 +0000 http://3.36.87.144/?p=264206 도전은 ‘창업’이라는 위험한 선택지만 있지 않다

이승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임승현: 아이디어스와 텀블벅을 서비스하는 백패커 CSO 임승현입니다.

이: 『세컨드 펭귄』이라는 제목이 독특한데 무슨 뜻이죠?

임승현: 보통 가장 먼저 빙산에서 뛰어내리는 용기 있는 펭귄을 ‘퍼스트 펭귄’이라고 해요. 주로 창업자를 이야기하죠. 저는 지금이 퍼스트 펭귄의 시대인 것 같아요. 다들 근로소득으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고, 창업을 장려하고 실제로도 많이 하죠. 유튜브도 보면 6개월 만에 1억 버는 법, 스마트스토어 대박… 그런데 창업은 대박 말고 쪽박도 있어요.

이: 그렇죠. 사실 쪽박차는 사람이 훨씬 많죠.

임승현: 네. 그런데 ‘퍼스트 펭귄’, 즉 창업자가 뛰어드는 세계는 운이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큽니다. 사회가 자꾸 창업을 권하는데, 진짜 퍼스트 펭귄은 드물거든요. 창업 성공 확률은 극히 낮고 사람들은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하니까요. 설사 창업했다 해도 이후 그 극심한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하죠. 그러니 무리해서 퍼스트 펭귄이 되지 말란 거죠. 요즘 너무 쉽게들 창업을 권하는 것 같아요.

출처: GS 칼텍스

이: 그럼 세컨드 펭귄은 2인자가 되라는 겁니까? 님도 회사 내 이사이기도 하고.

임승현: 세컨드 펭귄은 조직 내 2인자가 되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두 번째로 뛰어내리라는 겁니다. 첫 번째 뛰어내린 펭귄인 창업자는 엄청난 리스크를 감수합니다. 세컨드 펭귄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역시나 리스크를 짊어지죠. 편하게 돈 잘 받을 수 있는 회사를 나오는 거니까요. 하지만 대표로 창업하는 게 아니기에 망하지는 않습니다. 저를 예로 들면 컨설팅 펌 3년 다니고, 연봉 깎으며 당시 직원 500명 정도 되는 쿠팡에 합류했죠.

이: 근데 쿠팡이 지금 잘돼서 그렇지, 잘못했으면 커리어 꼬일 수도 있는 결정 같은데요.

임승현: 제 생각은 다릅니다. 가장 위험한 결정은 가만히 있는 거라 생각해요. 대기업이든 컨설팅이든 좋은 직장에 취업하면, 가만히 있는 게 제일 편하죠. 그런데 신입으로 입사해서 머리가 조금만 굵어져도, 내가 여기에서 뭔가 도전적인 일을 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거든요. 임원을 꿈꾸는 사람이 아니라면, 어느 순간 타성에 젖어버리게 되죠. 이때 뛰어내려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게 세컨드 펭귄의 길입니다. 대신 무리해서 창업하지 않고, 리스크도 함께 낮추며 도전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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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역량을 발휘하고 극대화할 수 있는 회사에 몸을 담아야 한다

이: 근데 회사를 나와서 스타트업에서 도전하려면, 기존 가지고 있던 직무와 핏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잖아요?

임승현: 저도 첫 직장에서 한 컨설팅 업무가 실무와 좀 거리가 있잖아요? 그래서 내가 실무에서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이 무엇인지 고민했어요. 그래도 컨설팅 펌에서 배운 것은 ‘데이터를 해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전략을 제시’하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데이터를 많이 다루는, 커머스 플랫폼 쿠팡으로 간 거죠.

이: 쿠팡에 가보니 어땠나요?

임승현: 뛰어난 인재들이 막 본격적으로 영입되고 있었어요. 그런데 엘리트들이 와도 IT나 유통을 모르잖아요. 그분들도 좌충우돌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기회였습니다. 2014년 당시만 해도 데이터가 있어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정리가 안된 시기였거든요. 특히 쿠팡은 너무 급속도로 성장하다 보니, 전사적으로 데이터를 잘 활용하기는 힘들었어요. 그래서 아예 SQL을 배워서 직접 데이터를 뽑기 시작했어요.

2014년은 쿠팡이 로켓처럼 날아오르기 전이었다 (출처: 전자신문)

이: 그래서 쿠팡에서 어떤 일을 하셨나요?

임승현: 데이터를 자유롭게 다루니 많은 게 보이더라고요. 그때만 해도 커머스가 주먹구구식이었어요. 영업본부장이 “이벤트는 7일 정도 해볼까” 하면 통과되는 식으로, 베테랑 MD의 감으로 운영된 거죠. 그런데 제가 카테고리별 주간 매출과 이익, 이벤트시 매출 변화폭 등 데이터를 제시하며, 의사결정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게 됐어요. 나중에는 수요예측 프로그램도 만들었고요. 로켓배송도 데이터 기반으로 나온 겁니다. 유독 배송 문제에 소비자들의 불만족이 엄청났거든요.

이: 그 쿠팡은 왜 그만뒀습니까?

임승현: 체계 없이 조직이 커지는 과정이 정말 쉽지 않더라고요. 몇 달에 한 번씩 조직 발령이 나는데, 제게 맞는 일도 아니고 윗사람이 제가 뭐했던 사람인지도 모르고… 반대로 지금 쿠팡이 그걸 이겨내고 대기업이 된 건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그때 조직이 너무 비효율적으로 돌아가니, 작게라도 내가 경영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처음부터 MVP를 만들어 시장과의 접점을 찾아보고 싶었죠. 그래서 산타토익을 만드는 뤼이드에 COO(운영총괄) 입사했습니다.

5분 만에 토익진단을 해줬던 산타토익

 

연봉이 아닌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회사에 가야 하는 이유

이: 그런데 보통 이럴 때는 창업을 하잖아요.

임승현: 저는 확실히 창업은 안 할 것 같아요. 창업자들은 정말 다르거든요. 성공한 창업자를 많이 봤지만 내성적인 사람도 외향적인 사람도 있고, 성격은 다양해요. 하지만 불확실한 세계에 뛰어들어 내가 할 수 있다고 믿고 사람들을 끌고 나가는 낙관성, 때로는 무지해 보이기까지 하는 무모함, 이건 제 기질로는 절대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창업자는 생각보다 굉장히 회사에 매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도 저에게 맞지 않다 생각했어요.

이: 그래서 2인자를 겨냥한다?

임승현: 2인자라고 특정할 필요는 없어요. 자신이 가진 역량으로 창업자가 가지고 있지 못한 부분을 잘 보완하고 보좌해 주면 되는 거죠. 창업자는 철학과 비전을 가지고 과감한 의사결정을 내리며 도전한다면, 순간순간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게 제 역할이죠. 지금까지 여러 회사에서 그 역할을 했고, 최근에는 조직에서 영향력도 커져서 업무 범위도 넓어졌습니다. 창업자가 아닌 세컨드펭귄의 길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거죠.

창업가가 채우지 못하는 부분을 채우는 세컨드 펭귄, 출처: https://visioneer4.tistory.com/370

이: 어쨌든 큰 회사 관두고 작은 회사로 가면 연봉이 깎일 확률이 높잖아요?

임승현: 이직할 때마다, 내가 무엇을 얻을지 어떤 비용을 지불할지 명확히 비교해야 해요. 제가 이직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이 ‘내가 어떤 역량으로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가’라고 했잖아요. 또 하나의 중요한 기준은 ‘내가 쌓고 싶은 역량을 여기서 쌓을 수 있는가’입니다. 제 경우도 쿠팡, 뤼이드 갈 때 연봉은 전혀 고려 안 했거든요 . 대신 쿠팡에서는 데이터와 마케팅 역량을 높였고, 뤼이드에서는 제품과 조직 운영 역량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연봉을 비용으로 지불하는 대신, 역량을 얻은 거죠.

이: 그런데 쿠팡도 잘됐고 뤼이드도 일단 엄청 컸으니까, 지금 커리어가 잘 풀린 거 아닐까요?

임승현: 틀린 말은 아니죠. 그런데 반대로 제가 뭔가 꼬인 회사에 갔다, 그래도 전 큰 문제는 안 됐을 거라고 봐요. 저는 좋은 커리어는 ‘어떤 역량을 쌓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연봉이 좀 더 낮고 스톡옵션도 별로 못 받았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제가 쿠팡이 아닌 다른 커머스 기업에 갔어도 데이터 기반으로 실무부서의 문제를 풀고, 전략을 제시하는 역량을 쌓았을 거예요. 일시적으로 차이는 있겠지만, 길게는 회사 명함 떼어낼 때의 생존력이 중요하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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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드 펭귄은 군주를 돕는 ‘참모’

이: 그렇다면 성공적인 세컨드 펭귄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어떤 능력은 어떤 게 있다고 보세요?

임승현: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일단은 신뢰를 얻는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퍼스트 펭귄인 창업자들은 시작부터 권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표의 지위에 누구도 의문을 제시하지 않죠. 결국에는 그거를 스스로 잘 인지하고 잘 그냥 실행하는 거가 되게 중요한데요. 세컨드 펭귄은 처음부터 권력이 없습니다. 좋은 회사 출신 좋은 경력, 이런 걸 가지고 오면 오히려 경계심에 부딪힐 때도 있죠.

이: 그러면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한 신뢰는 어떻게 얻어가야 할까요?

임승현: 가장 쉬운 건 배우는 겁니다. 모든 실무를 각 실무자들이 훨씬 더 잘하잖아요? 이걸 하나하나 배우는 거죠. 어떤 리더도 특정 영역을 제외하면 실무자만큼 하지 못해요. 그렇게 배워나가다 보면, 좀 더 큰 조직의 시야에서 그 사람이 하는 일을 더 낫게 만들 수 있습니다. 더 효과적인 일을 하거나, 더 의미 있는 일을 하도록 동기부여를 해주는 거죠. 그 과정이 반복되며, 동료의 실력이 늘고 실적이 오르면 신뢰를 얻게 되겠죠.

세컨드 펭귄은 다분야를 고루 살필 수 있어야 한다

이: 이런 일들을 대표가 직접 해도 되지 않나요?

임승현: 대표는 세세한 실무를 배울 시간이 없습니다. 직접 뭘 하기에는 비용 대비 효율성도 떨어지고요. 좋은 사람을 찾고 큰 결정을 내리는 게 대표의 역할이지요. 세컨드 펭귄에게는 ‘내 역량으로 대표를 성공시키고 싶다’는 생각은 중요합니다. 삼국지 보면 참모들이 끊임없이 군주를 찾아다니잖아요. 군주를 도우며,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국가를 만들 듯 회사를 만들어 가는 거죠.

이: 삼국지 참모라 하니 확실히 감이 오네요.

임승현: 네. 세컨드펭귄은 대표를 잘 보완해야 합니다. 대표들은 과감하고 빠른 만큼, 무모한 의사결정을 하기도 하거든요. 대표의 직관은 존중해야겠지만, 이를 논리적으로 분석해 줘야 하죠. 그러면서도 누구보다 대표의 비전을 지지해 줘야 하고, 또 대표로부터 어느 정도 신뢰를 얻었는지를 지혜롭게 봐야 합니다. 보통 대표는 고집이 세서 설득하기 힘드니까요. 그렇게 회사를 위한 의사결정을 끊임없이 근거 기반으로 하는 것, 이게 세컨드 펭귄의 역할이라 생각해요.

세컨드 펭귄은 삼국지의 참모 같은 존재다

 

편한 회사에 계속 남는 것은 결코 좋은 선택만은 아니다

이: 그러면 어떤 분들께 세컨드 펭귄이 되길 권하시나요?

임승현: 대부분 직장인들은 회사에서 내 역량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일을 하지 못해요. 하지만, 지금 상황이 편하고 익숙하니까 회사에 계속 남아있죠. 그런데 세컨드 펭귄은 ‘아무리 편해도 내 역량을 펼치지 못하는 게 만족스럽지 못한 사람’인 것 같아요. 남들이 볼 때 잘 살고는 있지만, 안정적인 빙산이 불만족스러운 거죠. 하지만 대부분은 그냥 빙산에 머물러 있죠. 그냥 그게 편하니까.

이: 하지만 돈을 포기하기는 너무 마음 아프지 않습니까.

임승현: 저는 반대로 돈을 많이 받는 직장은 기회비용이 그만큼 크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에서 받는 만큼 역량을 발휘하고 성장하고 있다면 문제가 없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거든요. 예로 지금 회사에서 1억을 받고 있는데 내가 밖에 나가서 1억을 벌 수 있는가? 아마 많은 사람이 그렇지 않을 겁니다. 시장가치보다 내 가격이 높은 거죠. 그런데 우리가 안정적이고 좋다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개인의 역량과 가치가 극대화되기 힘들거든요. 회사 운영에 최적화된 시스템인 거죠. 그렇기 때문에, 저는 가격보다 가치를 올리는 게 장기적으로 유리하다고 봅니다. 좋은 직장에서 주어진 일만 하면 가치가 떨어지고 나와서 할 게 없는 거죠.

당장의 연봉에 얽매이다간 발전 없이 생존력을 잃을 수 있다

이: 스타트업에 뛰어들 때 다들 연봉 대신 지분을 택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이건 어떻게 보세요.

임승현: 처음 스타트업에 올 때, 주식 가치를 생각하면 아마 실망할 확률이 높을 것 같아요. 우선 스톡옵션의 실현 개념이 그렇게 단순하지도 않고 세금 등을 떼면 생각보다 연봉 이상 받을 확률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사실 많은 경우에 스톡옵션은 실현할 필요조차 없어지는 여러 가지 상황에 처합니다. 스톡옵션이 인생을 바꾸는 건 정말 운 좋을 때 이야기에요. 세컨드 펭귄 전략은 단기 보상을 좇는 것이 아니라, 일단 역량을 쌓으며 기회를 탐색하다가, 역량을 극대화할 기회가 나면 뛰어드는 거라고 봅니다.

이: 돈도 아니고 주식도 아니면 좀 슬프잖아요.

임승현: 세컨드 펭귄이 얻는 건 당장의 부가 아니라, ‘언제라도 부를 얻을 수 있는 역량과 기회’입니다. 저만 해도 세 번째 스타트업에 몸담고 있어요. 그때마다 제 권한과 보상의 기회는 훨씬 커졌고요. 다만 첫 시작은 스타트업을 알아가는 거라 생각해요. 막상 스타트업에 오면, 생각보다 스타트업에 기여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아서 당황하실 수도 있어요. 내가 어떻게 해야 기여할 수 있는지 고민하며 역량을 쌓아가다 보면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커지고, 굉장히 좋은 가격으로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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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아닌 문제해결 능력을 길러야 한다

이: 대기업에서 열심히 일해 임원까지 올라가는 분들은 어떻게 보세요?

임승현: 제가 ‘세컨드 펭귄’을 ‘기업가형 인재’라고 정의했잖아요. 저는 그렇게 승진하며 성공하는 분들도 ‘기업가형 인재’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대기업에서 위로 승진할수록 정말 큰 일을 맡은 C레벨을 보좌해야 하잖아요. 또 거기까지 올라가기까지 정말 많은 시간을 넣으며 도전해야 합니다. 사실 저는 인생에서 직업적 성공이나 일에서의 성취가 주목적이 아닌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제 주변에도 일과 가정과 취미를 균형 있게 가져가는 분들이 많아요.

이: 그러면 스타트업 주니어들에게 하고픈 말은?

임승현: 저는 먼저 스타트업 개념을 아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스타트업은 일반 직장처럼 다니면 더 위험하거든요. 대기업, 중견기업과 달리, 스타트업은 10년이 된 곳도 시장과 비즈니스 모델이 불안정한 곳이 많아요. 반면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는 것은 기회가 열려있다는 거예요. 그렇기에 최대한 역량을 높일 기회를 많이 가질 수 있는 직장에 가야 합니다. 당장 연봉 좀 낮더라도 배울 게 많은 포지션을 택하면, 앞으로 훨씬 많은 기회가 펼쳐지거든요.

멋진 드라마와 달리 스타트업은 기회를 찾고 만들어야 하는 곳이다

이: 그럼 주니어들이 더 높은 레벨로 올라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임승현: 몇 년 전까지 퍼포먼스 마케팅 열풍이 불었잖아요. 그걸 할 줄 아는 사람들 몸값이 막 뛰었죠. 그런데 페이스북 광고 성과가 떨어지며 열기가 확 식었어요. 본질이 중요하다, 이런 뻔한 말이 아니라 스킬이 아닌 다양한 문제해결력을 길러야 합니다. 그러려면 다양한 문제에 부딪혀 봐야 해요. 퍼포먼스 마케팅을 했던 사람이면 CRM이나 온사이트 마케팅도 해보고, 기회가 되면 더 작은 스타트업에서 마케팅 리더를 하며 브랜딩도 익힌다거나, 공부로 배우기보다 문제에 부딪히며 배워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성장하지 못하고 빙산 위에 남는 사람이 되어버리죠.

이: CSO나 COO가 흔히들 기술 없는 잡부라고 하는데 어떻게 보세요?

임승현: 그 관점이 ‘문송합니다’ 잖아요? 저는 그런 저변에 깔려 있는 생각이 ‘스킬셋이 곧 역량’이라는 생각인 것 같아요. 이게 주니어에게는 맞는 말이에요. 그런데 기술은 몇 년 하면 숙달되거든요. 공식 그대로 할 수 있는 건, 가치 창출이 높지 않습니다. 결국 조직의 진짜 문제를 해결하는 의사결정, 조직의 구조가 커질수록 여러 사람과 팀이 함께 같은 문제를 해결해 나가게 하는 것, 이런 게 정말 비싼 능력이라 생각하거든요. 여기에 필요한 건 경험이고, 몸으로 부딪히며 얻은 경험은 스킬셋으로 대체할 수 없다고 봅니다.

임승현 아이디어스 CSO

 

운에 맡기지 말고 타인을 따라 하지 말라

이: 아이디어스는 어쩌다 합류하게 되셨나요?

임승현: 쿠팡, 뤼이드와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기여할 수 있고, 제 역량도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서죠. 이미 쿠팡에서 커머스를 경험했고 뤼이드에서 조직 구조도 만들어 보고… 다만 이번에는 대표님의 인성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이 대표님은 내가 꼭 성공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 그래서 시작부터 CSO에 권한도 많이 받았다…

임승현: 감사하게도 좋은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어요. 처음에는 전략팀 리더로 입사했었고, 6개월 정도 일하며 성과를 보인 후 CSO 포지션을 받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인 직장인은 보상이 산술적으로 꾸준히 오르잖아요? 그런데 세컨드 펭귄의 보상은 지수 곡선처럼 처음에는 거의 오르지 않다가 갑자기 급격하게 올라가요. 저도 지금은 연봉이 높지만, 최근 몇 년 만에 확 높아진 거거든요. 그 전 10년 정도는 제 주변 사람에 비해 연봉이 훨씬 낮았어요.

스타트업은 연봉이 팍 튀는 곳이다

이: 당장 욕심낼 필요는 없겠군요.

임승현: 네. 저는 세컨드 펭귄이 리스크는 낮추면서도 기댓값을 최대화하는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창업자는 승률은 매우 낮지만 리턴이 매우 높습니다. 반대로 직장인은 승률은 매우 높지만 리턴은 높지 않지요. 세컨드펭귄은 승률이 그리 높지 않지만 돌아오는 건 직장인보다는 훨씬 높습니다. 무엇보다 망하지 않으면서 계속 도전할 수 있지요. 그러니 확률이 굉장히 낮은 스톡 옵션에 가치를 두기보다, 경험과 역량에 투자하길 권합니다. 그러면 연봉이 높아지고, 스톡옵션의 기회도 많아질 거예요.

이: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임승현: 책의 마지막 장을 쓰고 나서야, 제가 정말 하고 싶었던 얘기는 ‘나 자신으로 사는 법’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문제가 되는 경우는 무턱대고 퍼스트펭귄을 따라 하는 것이에요. 그게 멋져 보이니까, 모두가 그렇게 하니까. 특히 한국은 스스로를 어떻게 보는지 보다, 남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가 더 중요한 사회 같아요. 그렇지만 타인의 욕망을 욕망해서는 결코 자신을 만족시킬 수 없습니다.

모두가 창업이라는 특수한 길을 갈 필요가 없고, 실제 스타트업의 99%는 멤버로 구성되어 있죠. 저는 세컨드펭귄으로서 충분히 주도적으로 일하면서도, 적절한 리스크로 높은 보상을 가져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한 겁니다. 반대로 안정적인 조직에 있지만 성장하지 않고 역량에 발전이 없다면, 필요한 때에 적합한 리스크를 져야 합니다. 그것이 어떤 방향성이든지요.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이렇게 되겠네요. 운에 맡기지 말 것. 타인을 따라 하지 말 것. 그리고 뛰어내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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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주일만으로 스타트업이 전혀 상관없는 사람을 고객으로 만드는 방법 https://ppss.kr/archives/263375 Tue, 23 May 2023 04:51:21 +0000 http://3.36.87.144/?p=263375 스타트업이 힘든 시절이다. 대표들을 만나보면 얼굴에 먹구름이 한가득 껴 있다. 머릿속은 어떻게든 이익을 올릴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익을 올릴 수 있을까?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공통된 큰 흐름이 있다.

  1. B2C에서 B2B 강화
  2. 마케팅에서 영업(세일즈) 측면을 강화

하지만 말이 쉬울 뿐, 영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괜히 ‘세일즈맨’이라는 직종이 따로 있겠는가.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 해도, 정작 팔려면 말도 안 나온다. 친하다는 이유로 말 꺼내봐야 사이만 어색해지기 십상이다. 이때 책 『원 위크: 가장 빨리 당신의 비즈니스를  업그레이드하는 가장 쉬운 방법』는 이렇게 전한다.

일단 시작하라! 일주일이면 충분하다.

왜 일주일밖에 안 걸린다고 자신하는 것일까? 그만큼 스타트업에 최적화된 영업 방법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따르면 일주일 안에 당신의 영업 방식은 완성된 것이다. 이들이 전하는 인터넷을 활용한 세일즈 5단계를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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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틈새시장을 찾아라

세일즈는 ‘사막에서 물을 파는’ 일이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필요로 하는 곳에 팔아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저기 들이대 봐야 시간 낭비일 뿐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틈새시장인가? 이를 알고 싶다면, 지난 2년간 만나 왔던 고객을 분석하라. 스스로에게 아래의 질문을 던지면, 자신이 놓쳤던 틈새시장이 보이게 된다.

  • 내 주요 고객들에게는 어떤 공통점이 있었는가? 혹은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가?
  • 다른 고객보다 수주가 쉽고, 더 큰 매출을 올려줬던 고객 집단은 누구인가?
  • 함께 일할 때 즐거웠던 고객은 누구인가?

비록 시작은 틈새일지라도, 팔다 보면 얼마든지 확장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한 번이라도’ 팔 수 있는가, 그뿐이다.

한 번 팔기 시작하면 고객의 여러 문제를 알 수 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또 다른 걸 팔 수가 있다. 이러다 보면 틈새시장은 커진다. 틈새시장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오롯이 우리의 파이가 되는 것이다.

 

2단계, 잠재고객을 끌어들일 무료 리포트를 만들어라

고객을 문제를 해결할 정보를 원한다. 하지만 검증되지도 않았는데 무턱대고 지갑을 열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처음에는 무료로 정보를 정리한 리포트를 제공하며, 전문성을 어필해야 한다.

‘리포트’라고 해서 부담 갖지는 말자. 이 글처럼 ‘세일즈 시스템을 5일 만에 구축하는 법’ 정도로 충분하다. 잠재 고객을 정의하고 싶다면, 먼저 그들에 대한 3가지 질문을 던져 보자.

  • 타깃 고객이 ‘이것만큼은 꼭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문제는 무엇일까?
  • 이들은 답을 얻기 위해 검색엔진에 어떤 키워드를 검색할까?
  • 이들이 나에게 일을 맡긴다면/맡기지 않는다면 무엇 때문일까?

무료 리포트에는 솔루션뿐 아니라, 우리 회사에 신뢰를 줄 수 있는 장치까지 포함되어야 한다. 우리 회사의 주요 고객사, 고객사 문제해결 사례 등을 함께 실어라.

나아가 행동을 촉구하라. 연락처만 달랑 적어두지 말고, 상대방의 뇌리에 남을 메시지를 적어라. 해결하지 않으면 찝찝해할 스토리를 함께 전달하라.

 

3단계. 고객의 관심을 지속시킬 웹사이트를 구축하라

잠재고객은 한둘이 아니다. 그들이 겪는 문제도 한둘이 아니다. 레포트도 여럿 필요한다. 그렇기 때문에 웹사이트와 온드미디어, 블로그를 구축해야 한다.

각각의 문제마다 하나의 페이지를 부여하자. 이 페이지에는 회사 소식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포스트마다 ‘구독 버튼’을 설치한다. 그렇다면 구독은 어떻게 해야 높일 수 있을까? 간단하게 아래 3가지 방법이 제시된다.

  • 구독 과정에서는 가급적 많은 정보를 받아라. 이름, 이메일 주소, 직책 등. 귀찮아서 이탈할 걱정을 하는 것보다, 하나를 받더라도 질 좋은 고객 정보가 낫다.
  • 구독 페이지의 사소한 것도 신경 쓰자. ‘보내기’ 버튼을 ‘리포트를 보내주세요’라는 문구로 바꾸기만 해도 반응률이 훨씬 높아진다.
  • 구독 후에는 감사 메시지를 발송하자. 리포트로는 이메일로 발송하자. 그래야 가짜 이메일을 넣지 않는다.

 

4단계. 고객의 지갑을 열게 할 드립 마케팅 메시지를 작성하라

잠재 고객이 구독 신청을 완료했다! 이제 적극적으로 영업해야 한다. 그런데 영업을 어떻게 해야 할까? 주기적으로 뉴스레터를 만들어 보내면 될까?

아니다. 구독을 신청한 이는, 당신의 회사 솔루션을 필요로 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적극적으로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알려야 한다. 때때로 메일로 당신 회사를 언급해사 반응 확률도 높여야 한다.

  1. 구독 1일 차: 무료 리포트를 발송한다.
  2. 구독 2~3일 차: 리포트를 잘 받았는지 확인 메시지를 보내며, 도움이 됐는지 물어본다.
  3. 구독 5일 이후: 당신이 이야기한 솔루션 활용 스토리를 들려주며, 무료 30분 상담을 제안한다.

 

5단계: 웹사이트 트래픽을 창출하라

세일즈는 ‘사막에서 물 팔기’라고 했다. 그런데 ‘사막`은 구체적으로 어디서 찾을 것인가? 바로 검색 엔진이다.

좋은 리포트도 눈에 띄어야 팔 수 있다. 우리의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직종의 관련 키워드에 우리 회사 서비스를 노출해야 한다. 주요 키워드는 경쟁이 치열하니, 니치 키워드를 확인하고 그에 맞춰 상위 노출을 노린다. 이후 검색 순위가 어떻게 되는지 확인하고, 2~4단계를 지속적으로 실행한다.

 

마무리하며

이 5가지가 식상해 보이는가? 하지만 이를 잘 실천하는 회사는 많지 않다. 시작하는 회사들은 종종 보여도, 꾸준히 하는 회사는 정말 드물다. 많은 회사들이 퍼포먼스 마케팅에는 돈을 퍼부으면서, 정작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고객들에게 하는 세일즈는 방치한다.

지금까지 제품에 공을 들여왔지만, 본격적으로 영업활동을 벌이지 않는 회사나 적게라도 세일즈를 시작하려는 회사에 필요할 책이다. 특히 오프라인 기반보다 IT 기반의 회사라면 더욱 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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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의 아버지 샘 올트먼의 스타트업 운영을 위한 조언 5가지 https://ppss.kr/archives/263218 Tue, 16 May 2023 03:59:50 +0000 http://3.36.87.144/?p=263218 1. Cost VS. Price: 우선 빠르게 최저 수익을 달성하세요

어쨌든 가능한 한 빨리 ‘라면 수익성’, 즉 창업자가 라면으로 생활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수익을 올리도록 노력하세요. 이 단계에 도달하면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으며 더 이상 투자자와 금융 시장의 변덕에 휘둘리지 않게 됩니다.

 

2. 영업하세요, 세일즈하세요, 돈을 달라고 하세요

영업과 마케팅은 나쁜 단어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세요. 훌륭한 제품이 없다면 어느 쪽도 도움이 되지 않지만, 둘 다 성장을 크게 가속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 두 가지를 잘하는 것이 성장의 필수 요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판매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창업 멤버 중 적어도 한 명은 사람들에게 제품을 사용하고, 사용했으면 돈을 달라고 요청하는 데 능숙해져야 합니다

 

3. 여러 일을 하지 말고 하나에 집중하세요

회사 운영 방법에 대한 조언을 두 단어로 압축해야 한다면 ‘집중’과 ‘몰입’입니다. 제가 아는 최고의 창업자들은 제품과 성장에 끊임없이 집중합니다. 그들은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하지 않으며, 오히려 “아니오.”라고 자주 말합니다. 쓸데없는 것들을 쳐내고 집중하기 위해서입니다. 회사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건 어려운 일입니다.

일반적으로 첫 번째 착수한 일을 어느 정도 장악할 때까지는 다음 일을 시작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아는 어떤 위대한 회사도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을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한 가지 일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시작하여 끝까지 해낸 후에 다른 일을 시작했지요. 회사는 생각보다 훨씬 적은 수의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이 죽는 가장 흔한 원인은 잘못된 일을 너무 많이 하는 것입니다.

 

4. 최적화된 단일 지표를 찾고, 무조건 무조건 성장하세요

성장은 모든 문제를 해결하며, 성장의 부재는 성장 외에는 어떤 것으로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성장하고 있다면 승리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사람들은 행복해집니다. 성장하고 있다면 항상 새로운 역할과 책임이 주어지고 커리어가 발전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성장하지 않으면 패배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사람들은 불행해하며 떠납니다. 성장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책임과 비난을 놓고 싸우기만 합니다.

창업자와 직원은 거의 쉼 없이 스타트업에서 일하게 됩니다. 이러다 보면 기력이 소진돼죠. 여기서 벗어날 방법은 바로, 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것입니다. 회사는 CEO가 측정하는 대로 움직입니다. 성장의 기준으로 삼아야 할 지표를 찾으세요.

회사가 최적화하는 단일 지표를 가지는 것은 가치가 있으며, 올바른 성장지표를 파악하는 것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 또한 가치가 있습니다. 성장에 관심을 갖고 실행 기준을 설정하면 회사의 나머지 구성원들도 성장에 집중하게 됩니다.

 

5. Necessary evil: 투자에 목매지 말고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받으세요

회사가 자본을 유치하기에 충분한 상태가 아닌데 투자를 받는 것은 좋지 않은 생각입니다. 평판이 나빠지고 시간만 낭비하게 됩니다. 투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해서 의기소침하지 마세요. 최고의 회사도 처음에는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투자자가 거절할 때에는 그 거절의 이유를 너무 중요하게 생각하거나 믿지 마세요.

펀드레이징은 필요악이며, 가능한 한 빨리 끝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세요. 일부 창업자는 펀드레이징에 너무 빠져드는데, 이는 항상 좋지 않습니다. 회사가 멈추지 않도록 한 명의 창업자만 펀딩 작업을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가 쓴 더 상세한 취업 규칙은 『샘 올트먼의 스타트업 플레이북』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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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의 아버지 샘 올트먼의 스타트업 CEO를 위한 HR 조언 5가지 https://ppss.kr/archives/263172 Fri, 12 May 2023 01:31:02 +0000 http://3.36.87.144/?p=263172 1. Do not hire, 되도록이면 채용하지 마세요

제가 드릴 수 있는 채용에 대한 첫 번째 조언은 ‘채용을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와이콤비네이터에서 함께 일한 가장 성공적인 회사들은, 직원 채용을 시작하기까지 비교적 오랜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채용은 비용이 많이 듭니다. 증원은 조직의 복잡성과 소통 비용을 가중시킵니다. 공동 창업자에게는 할 수 있지만 직원들과는 할 수 없는 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 직원 채용은 관성을 가지고 있어서 일단 팀에 사람이 많아지면 방향을 바꾸기가 기하급수적으로 어려워집니다. 한 번 사람을 뽑으면 계속 뽑아야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직원 수에서 자신의 가치를 찾고자 하는 충동을 억제하세요.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

 

2. Best people, 일단 뽑기로 했다면 전체 시간의 1/4은 채용에 투자하세요

탁월한 인재들은 다양한 선택권을 가지고 있고, 훌륭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런 사람이 필요합니다. 형평성·신뢰·책임감에 관대해야 합니다. 당신이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쫓아가세요. 당신이 탐내는 사람은 원한다면 스스로 회사를 설립할 수도 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채용 모드에 있을 때에는 전체 시간의 약 25퍼센트를 채용에 투자해야 합니다. 적어도 한 명의 창업자(보통 CEO)는 인재 수집에 능숙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CEO가 가장 많이 시간을 할애하는 활동이기도 합니다.

누구나 CEO가 채용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최고의 CEO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3. Don’t compromise, 어려운 상황에서도 함께할 사람을 뽑으세요

채용하는 직원의 자질에 타협하지 마세요. 절박한 상황에서는 누구나 타협을 하게 됩니다. 결국 후회하게 되고, 때로는 회사가 망할 수도 있습니다.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은 모두 전염성이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으로 시작한 회사의 평균은 올라가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회사는 거의 그 수준에 머무르게 됩니다. 뭔가 의심이 든다면 당신이 보내야 할 문자는 ‘아쉽지만 이번에는 우리 회사와 함께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입니다.

만성적으로 부정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을 고용하지 마세요. 초기 스타트업에서는 전 세계가 매일 당신들의 사망을 예측합니다. 이것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회사 내부에서라도 영생을 믿으며 단결하는 분위기가 중요합니다. 부정적이고 투덜거리는 사람은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출처: shuttestock

 

4. Find a co-founder, 좋은 공동창업자는 잘 아는 사람 중에서 함께 하세요

처음 만난 사람 중에서 섣불리 선택하지 말고, 잘 아는 사람을 선택하세요. 스타트업의 가치는 부침이 심할 수 있는데, 어느 시점에는 도저히 가망 없는 지점 아래로 뚫고 내려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당신의 공동 창업자가 당신과 오랫동안 관계를 쌓아온 사람이라면 좀 더 버텨볼 수 있습니다. 당신도 그 사람도 서로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함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단, 공동 창업자 간의 결별은 초기 스타트업의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입니다. 창업자들이 창업이라는 분명한 목적으로 만난 경우 매우 빈번하게 발생하는 일이기도 하죠.

 

5. Be a good manager: 재택하지 말고, 해고는 빠르게 하세요

모든 직원이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도록 노력하세요. 어떤 이유에서인지 많은 스타트업이 이 부분에서 타협합니다. 하지만 가장 성공한 스타트업은 거의 모두 함께 시작했어요. 원격 근무가 대기업에서는 잘 작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스타트업에서 큰 성공을 거두는 비결은 아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빨리 해고하세요. 원칙적으로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실천하지 않는 원칙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 말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업무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회사 문화에 독이 되는 사람은 해고하세요. 회사 문화는 누구를 고용하고, 해고하고, 승진시키는지에 따라 정의됩니다.

그가 쓴 더 상세한 취업 규칙은 『샘 올트먼의 스타트업 플레이북』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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