ㅍㅍㅅㅅ https://ppss.kr 필자와 독자의 경계가 없는 이슈 큐레이팅 매거진 Mon, 19 Feb 2024 03:37:41 +0000 ko-KR hourly 1 https://wordpress.org/?v=5.8.10 https://ppss.kr/wp-content/uploads/2015/07/ppss-100x100.png ㅍㅍㅅㅅ https://ppss.kr 32 32 반드시 이뤄지는 계획 세우는 법 https://ppss.kr/archives/265135 Mon, 19 Feb 2024 03:37:41 +0000 http://3.36.87.144/?p=265135 무슨 신년 계획입니까, 올해 계획은 어디로 갔나요?

시작부터 시비(?) 걸어서 죄송하다. 여러분의 연말연초 풍경은 어떤가? 많은 사람들이 다가오는 한 해만큼은 계획했던 것들을 다 실천하며 열심히 한번 살아보자고 다짐한다. 조금 더 부지런한 사람들은 플래너·다이어리를 산다. 금연, 다이어트, 자격증 따기, 승진하기, 연애·결혼하기, 취업하기 등등 큼직한 목표를 세우고, 조금 더 시간이 있다면 세부 행동 계획까지 마련해 본다.

만들 때는(만들 때만) 항상 재미있는 계획: 작가 macrovector 출처 Freepik

문제는 여러분도 알고 나도 아는 그것이다. ‘실천의 부재’. 사실 계획 탓을 할 필요는 전혀 없다. 우리가 세우는 계획들은 모두 훌륭하기 이를 데 없다. 계획이 예언하는 대로 돈도 많이 벌고, 건강도 챙기고, 사람들과 더 자주 어울리며,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으리라. 하지만 작년 말에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을 떠올려 보자.

내 2023년 계획이 뭐였지? 이룬 게… 딱히 없는데?

그렇다. 우리는 작년의 계획도 그냥 날려 먹었다. 실천은커녕 무슨 목표를 세웠었는지 기억도 안 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만약 하던 대로 한다면 올해도, 내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거창한 신년 계획을 세우고 꿈에 부풀어 있는 것도 잠시, 연말이 다가오면 어느새 내가 뭘 계획했었는지, 시도를 하기나 했는지 허탈해하는 일이 반복될 것이다.

이번에는 달라져 보자. 맘에 드는 신년 계획을 세우고 이번에는 정말 진짜, 제대로 부지런히 실천을 해보자. 운동도 열심히 하고, 담배나 술은 좀 줄이자. 남는 시간에 자기 계발도 해보고, 독서나 음악감상같이 고상한 취미도 누려보자. 사랑하는 가족들과 더 소중한 시간을 보내며 추억도 만들어 보자.

100% 성공하는 신년 계획을 위해, 심리학자들이 전하는 비법을 소개한다.

 

보상 계획을 함께 수립하라

여러분이 학업 계획, 업무계획 등 계획을 세울 때 가장 흔히 범하는 실수가 무엇인지 아는가? 그것은 바로 해야 할 일만 생각하지, 보상 계획을 전혀 수립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상 계획이 빠진 신년 계획은 그저 스스로에게 잔소리하고, 닦달하고, 몰아붙이는 것밖에는 안 된다.

  • 술/담배 좀 줄여보자 → ‘나’야, 술/담배 좀 줄여라, 응?
  • 한 달에 한 번 책을 읽자 → ‘나’님아, 가끔은 책도 읽자
  • 올해에는 부업을 시작하자 → ‘나’야, 너 이대로 만족해? 부자 되고 싶지 않아?
  • 헬스장 등록하자 → 지금 네 몸 꼬락서니를 봐라 좀
  • OO를 배우자
  • OO를 다녀 보자
  • OO에 도전하자……

곰곰이 생각해 보자. 여러분이 신나게 적어 놓은 계획들을 죽 읽고 실천해야 하는, 미래의 여러분 자신의 심경을 말이다. 얼마나 답답하고 막막할까?

계획을 실천하고 나면 돌아오는 보상이 뭔지 명확히 설정되어 있지가 않다. 그냥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온갖 잔소리만 가득할 뿐. 어느 누가 질리지 않을 수 있을까. 이렇게 되면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나’ 사이의 갈등만 깊어질 뿐이다

(이를 심리학적으로 표현하면 현재-미래 자기연속성self-continuity 이 낮아졌다, 라고 한다. 자기연속성이란 과거, 혹은 미래의 나 자신을 얼마나 가깝고 친하게 인식하는지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미래의 ‘나’가 열심히 신년 계획을 위해 노력하길 바라는가? 그렇다면 여러분은 계획 중간중간에 적절한 보상을 제시해야 한다. 과업을 세팅하고, 세부 달성 미션을 설정했다면, 다음으로 각 미션을 마쳤을 때 자신에게 무슨 보상을 줄지 적어놔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 ‘보상도 엄연히 계획의 일부’라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열심히 노력한 자신에게 수고했다고,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며 계획대로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 스스로가 계획을 존중하지 않으면, 미래의 ‘나’ 자신도 그 계획을 존중하지 않는다.

 

보상을 어떻게 배치하죠?

미션과 보상 간에는 밸런싱이 맞아야 한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하기’가 신년 목표이고, 1단계 세부 미션으로 ‘3일간 간식 끊기’를 달성했다고 해 보자. 미션을 완수한 자신이 너무 대견하다며 갑자기 1개월 해외여행을 선물해 버린다면? 아니, 처음부터 너무 좋은 걸 선물해 버리면 나중에 10단계 미션 달성 시에는 도대체 스스로에게 뭘 주려고 그러나?

그러므로 해야 할 일과 마찬가지로, 보상 계획 또한 점진적으로 세팅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각 미션별 소요되는 노력의 양을 가늠하고, 그에 걸맞은 보상을 배치하는 것이 현명하다.

원인과 결과의 기가 막힌 밸런싱이 필요/ 작가 redgreystock 출처 Freepik

한 가지 더. 자신의 현재 여건에 맞는 보상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사회초년생이고 월급도 적은데 갑자기 명품 시계와 가방을 넣어놓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지금 당장 쉽게 마련할 수 있는 보상부터, 조금만 노력하면 준비할 수 있는 보상까지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궁리해 보자.

 

근데 자신에게 뭘 줘야 할지 모르겠어요

보상 계획도 같이 세워보자, 라고 결심했다면 앞으로 한 해 동안 여러분 자신에게 선물할 보상의 종류들을 목록으로 작성해 보자. 그런데 아마 몇 줄 쓰다가 막힐 것이다. 한우 먹으러 가기, 갖고 싶던 전자기기 구입하기, 국내여행 다녀오기 등 처음에는 금방 쓰지만 신년 계획에 꽉꽉 채울 만큼의 보상 목록을 짜내는 일은 마음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왜일까?

평소 자신에게 뭘 좋아하는지 물어볼 생각을 안 했으니 당연하다. 우리는 놀라울 정도로 자신의 욕망에 무지하다. 고기도 먹어본 자가 그 맛을 안다고, 어떤 보상이 가치 있게 느껴지려면 충분히 먼저 경험해 보고 이를 자신의 욕망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가 아이를 다룰 때에도 마찬가지이지 않나. 이거 좋아하니? 아니면 이게 좋니? 하면서 이것저것 제시하고 체험시켜 보면서 그 아이의 욕망을 발견하려 하지 않던가. 똑같은 원리다. 여러분 자신에게도 그렇게 해야 한다.

때문에 보상 계획·목록을 세운다 함은 곧, 자기 탐색과 성찰의 과정이기도 하다. 여러분의 숨겨진 욕망들을 발견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된다.

 

마치며

필자가 강연에서 이 ‘보상 계획’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나면 으레 따라오는 청중들의 질문이 있다.

‘보상’을 받아도 되는 걸까요? 자신에게 보상을 주자니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리는 것 같아 죄책감이 들어요. 의지, 정신력의 문제 같아요.

이에 대해 필자는 다음과 같이 답변한다. 의지와 정신력은 허상이라고. 인간은 지극히 자극에 따라 움직이는 동물이라고 말이다(이 점을 깊게 파고들어 한 시대를 풍미했던 심리학자가 바로 스키너다. 행동주의 심리학, 스키너 상자. 어쩌면 들어봤을지도 모르겠다).

벌헉스 프레더릭 스키너(1904~1990). 하버드 대학 심리학자로, 행동주의 심리학자로서 교육과 심리학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따라서 의지와 정신력을 믿는 대신 우리는 자신에게 아낌없이 당근을 내 걸어야 한다. 먹고 싶지? 갖고 싶지? 스스로에게 유혹하면서 움직이도록 만들어야 자신을 ‘길들이기’ 수월하다.

그렇게 외적 보상을 통해 목표를 이뤄 나가다 보면 때가 올 것이다. 그 일을 해 나가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재미가 곧 보상이 되는 순간이 말이다. 이른바 자기결정성 이론에서 주장하는 내적 동기의 발현이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처음부터 자발적인 내적 동기를 갖긴 어렵다.

시작은 ‘당근’으로, 끝은 ‘자아실현’으로, 원래 계획이란 건 그렇게 끌고 가는 거다.

원문: 허용회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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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리학적 글쓰기, 자존감 향상, 목표관리, 마음건강 등에 관한 특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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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에서의 섹스에 관하여 https://ppss.kr/archives/242909 Thu, 24 Jun 2021 03:12:21 +0000 http://3.36.87.144/?p=242909

섹스는 언제나 사회적이다.

사회학자 에바 일루즈는 『사랑은 왜 불안한가』에서 현대사회의 섹스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섹스의 세 가지 기능에 대해 강조해서 말한다.

첫째로, 섹스는 ‘자아를 발견하고 깨닫고 실현해가는 마당’이다. 섹스란 단순히 생물학적인 본능과 쾌락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자아’라는 지극히 정신적인 차원에서 핵심적인 위치에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인생에서 거의 최초로, 어쩌면 가장 독립적으로 하는 결정이 ‘누구와 언제’ 섹스할 것인가이다. 학교나 진로, 사는 동네나 친구 등 여러 문제들에서 우리는 부모의 선택권 안에 움직인다. 그러나 누구와 ‘섹스하라’는 결정을 부모가 대신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히려 우리가 누구와 섹스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순간, 그것은 부모에 대한 최초의 벗어남이자 비밀이 된다. 그래서 부모가 사실상 결코 개입할 수 없는 어떤 독립의 영역에 들어서는 것이다.

그밖에도 많은 소설이나 영화에서 ‘섹스’는 사랑의 절정으로 다루어진다. 한 사람의 평생에 걸친 상처나 트라우마, 치유와 관련되기도 한다. 옷을 벗고 몸을 섞는다는 것이 자기의 내면을 보여주고 그것이 받아들여지며, 서로의 가장 깊은 내면을 끌어안는다는 하나의 상징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Photo by Becca Tapert on Unsplash

서로가 서로를 가장 무방비인 상태로 내어놓음으로써 자기 자신이 안전하다는 공간적 상징을 확보하고, 스스로를 정의해나가는 순간에 ‘섹스’가 놓여 있다. 그래서 섹스란 생물학적이지 않고 사회학적이다.

두 번째로, 섹스의 결정적인 기능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게 소비를 요구함으로써’ 소비문화를 촉진한다는 점이다. 섹시하기를 원하는 사람, 즉 섹스어필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끝없이 돈을 써야 한다. 섹스를 하기 위해서는 섹시하게 보여야 하며, 그 과정에서 온갖 미용, 운동, 패션, 나아가 지적인 섹시함, 부의 과시, 호텔과 여행 등 천문학적인 소비가 일어난다. 인스타그램 등 최근의 SNS 경향은 더욱 이런 섹스어필에 치중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자기 몸이나 능력을 과시하여 수많은 선택권을 확보하고자 하는 경쟁이 결코 적지 않은 시장을 형성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세 번째 차원인데, 그것은 현대적 섹스의 ‘계약관계’이다. 현대적인 만남에서 섹스는 완전히 자율적인 두 사람이 합의 하에 자유롭게 맺는 계약관계이다. 사회학자 엔서니 기든스가 ‘순수한 관계’라고도 지적하는 이 관계의 계약적이라는 특징은 자유로우면서도 동시에 불안하다는 점이다.

나는 상대에게 모든 걸 내어준다는 마음으로 섹스에 들어섰지만, 다음 날 상대는 더 이상 관계를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계약은 섹스를 하는 그 순간에만 맺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섹스는 관계마다 새로이 쓰는 계약서와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구속이 없고 자유로운 계약의 모습을 띄고 있는 섹스에는 필연적으로 ‘불안’이 동반된다.

그래서 이 ‘불안’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가 사실 모든 ‘섹스 맺는 관계’의 핵심이기도 하다. 에바 일루즈는 현대의 로맨스 작품을 언급하면서, 이에 대한 현대 소설 혹은 영화의 가장 강렬한 해결책은 ‘낭만적 사랑’이라고 이야기한다. 많은 작품들이 섹스 맺는 관계의 불안을 ‘영원히 변치 않는 절대적이고 낭만적 사랑’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것이다.

결국 과거보다 섹스가 자유로워진 시대이고, 섹스가 순수한 자율적인 영역에 들어섰다고는 하지만 최후에 그 자유를 견디지 못한 현대인들은 다시 과거와 같은 ‘영원불멸하는 감정’인 낭만적 사랑’으로부터 그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는 것이다.

에바 일루즈(Eva Illouz, 1961~)

실제로 에바 일루즈가 묘사한 사랑의 풍경은 우리 사회의 사랑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연애란 근본적으로 불안하다. 연애가 깊어질수록, 사랑하는 사람과는 내 인생의 수많은 상처, 고민, 걱정, 꿈, 희망 등을 나누게 된다. 그러면서 나라는 존재에 대해 알아가고, 또 생활이나 삶의 많은 부분들에 대해 확신을 갖고 선택하게 된다. 사람에 따라서는 가장 많은 시간을 쓰며 추억을 쌓고, 그런 추억이 관계를 지탱해주는 힘이 될 거라 믿기도 한다.

또한 그 누구에게도 허락하지 않을 완전한 무방비 상태의 나체를 허락하며, 나의 몸이 ‘거절당할지도 모른다’는 위험을 감수한다. 하지만 아무리 추억을 쌓고, 아무리 자주 연락하고, 아무리 선물과 정성을 다하고, 아무리 자기의 모든 걸 내어주더라도, 이 ‘순수한 계약관계’는 다음 날 끝나버릴 수도 있다.

이런 불안감 때문에 결혼을 서두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사회에서도 ‘결혼’이라는 제도는 그리 대단한 안전망은 못 된다. 무척 흔해진 이혼의 가장 일반적인 사유가 ‘성격 차이’라는 것만 봐도, 결혼이 얼마나 연약한 계약관계인지가 드러난다.

결국 에바 일루즈가 지적한 대로, 섹스의 불안 혹은 사랑의 불안에서 유일한 해결책은 ‘절대적이고 낭만적인 사랑’인 셈이다. 결국 우리는 사랑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냥 상대가 마치 ‘신’처럼 나에 대한 절대적인 사랑을 변치 않고 지닌다고 믿을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는 것이다. 설령 그게 실제로는 다음 날 끝장나버릴 수도 있는 계약관계라 할지라도 그 안에 있는, 추상적이고 절대적인 사랑을 믿을 수밖에 없다.

물론 다른 선택지도 있다. 그런 불안을 끌어안고 싶지도 않고 그런 믿음에 자신을 내맡기지도 않으면, 사랑도 섹스도 하지 않으면 된다. 실제로 지극히 현대화된 어느 사회들, 가령 일본 사회에서만 하더라도 평생 사랑과 섹스를 하지 않는 사람들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우리 사회 또한 ‘사랑 혹은 섹스의 위험’을 더 이상 감수하지 않으려는 경향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일본은 ‘연애도 결혼도 사치’라고 생각하는 사토리 세대의 출현이 크게 문제되고 있다.

어쩌면 우리 시대의 사랑이란, 그렇기에 그 어느 시대보다 종교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믿거나, 믿지 않거나. 보이지 않는 신을 믿듯이 사랑을 믿고 사랑이라는 교회에 들어서거나, 그런 건 믿을 수 없으므로 사랑이라는 교회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섹스란 언제나 종교적이다. 섹스는 계약관계의 탈을 쓰고 있지만, 결국에는 ‘믿거나 말거나’를 요구한다.

현대적 사랑이 특히 어려운 이유가 있다면, 바로 이처럼 사회적이고도 종교적인 특징 때문일 것이다. 그저 자율적인 이성을 믿으면서 순수한 ‘계약’만을 맺을 수는 없다. 결국 ‘믿고 계약’해야 한다. 그런데 신과 거래를 하고 계약을 하기 시작하면 더 이상 진정한 믿음이라 볼 수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랑의 문제에서 이 믿음과 계약이란 끊임없이 충돌할 수밖에 없기도 한 것이다.

결국 복잡한 사회학적 고찰을 거치더라도, 그 결론이랄 것은 ‘믿음’에 이른다는 점은 역설적이기도 하고 흥미로운 지점이다. 사랑하고자 하는 자는 어쩔 수 없이 믿어야 한다. 믿음 바깥에 있는 건 공허한 계약관계뿐이기 때문이다.

모든 게 계약이 되고 불안이 된 이 시대에는 도리어 더 강렬한 믿음이 요구된다. 불안하고 믿을 게 없는 이런 시대에야말로, 사랑하는 자는 더 한계를 넘듯이 믿음에 의지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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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용품 계의 애플 ‘텐가’의 모든 것: 창사 15년 리뉴얼 기념 https://ppss.kr/archives/240152 Thu, 22 Apr 2021 02:33:57 +0000 http://3.36.87.144/?p=240152 지난 2017년에 한국에 론칭한 이후, 꾸준히 인지도를 쌓으면서 어느새 남성들 사이에서 낯설지 않은 존재가 된 텐가. 하지만 텐가의 제품군은 대단히 디테일하고 다양해서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선뜻 제품을 선택하기란 의외로 쉽지 않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이번에 리뉴얼 된 컵 시리즈를 이해하고, 나아가 어떻게 새로이 리뉴얼되었는지도 알아보고자 한다.

 

텐가와 애플

텐가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이름이 하나 있다.

APPLE(에-쁠.)

흔히 텐가를 성인용품 계의 애플이라 일컫기도 한다. 물론 혹자는 이 비교가 얼토당토않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텐가와 애플은 두 가지 측면에서 정확히 닮았다.

1. 예쁘고 2. 쉽다.

우리가 어떤 제품을 평가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1. 기능 2. 디자인이다. 전혀 예쁘지 않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에 많은 “앱등이”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애플의 제품은 예쁘고, 사용하기 편리하기 때문이듯이,텐가 역시 기존의 불쾌하고 노골적인 성인용품들과는 달리 마치 피규어를 보는 듯한 예쁜 디자인, 그리고 사용하기 더없이 편리하고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갖추고 있다.

즉 애플이 제품이 아닌 문화를 판매하는 기업이듯, 텐가 역시 외설스러운 자위기구를 파는 것이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을 판매하는 기업”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징가랑 겟타가 손을 잡고 있으면 사지 않을 도리가 없잖아…

 

텐가의 철학

텐가를 대표하는 일회용 제품라인은 컵, 에그, 그리고 포켓으로 나뉜다. 물론 이외에도 고급 소재를 사용한 프리미엄과 집중적인 자극을 위한 SD라인, 그리고 빅사이즈인 US라인을 비롯하여 각종 독특한 디자인의 리미티드 라인까지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은 제품들이 존재하지만, 궁극적으로 텐가가 지향하는 철학은 오로지 한가지이다.

 셀프 플레져(Self-Pleasure)

즉 어떤 제품을 선택하건 즐거움의 종류와 방식이 다를 뿐, 스스로를 행복하게 하기 위한 제품이라는 목표는 똑같이 적용되기에 사실은 눈앞의 수많은 제품들 중에서 어떤 것을 골라야 할까를 고민할 필요는 없는 셈이다.

이거 아닙니다. 아니예요.

 

텐가, 어렵지 않다.

텐가를 구성하는 수 십 가지의 제품들은 알고 보면 매우 간단한 기준에 의해 구분된다. 그중에서 가장 큰 기준은 바로 “일회용이냐, 다회용이냐”이다.

그리고 일회용 제품군은 컵 시리즈와 에그 시리즈, 그리고 포켓 시리즈로 다시 세분되는데, 이 역시 복잡한 구조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단순하게 편리성과 휴대성이라는 기준에 의해 나뉠 뿐이다.

이 글에서는 이번에 리뉴얼된 가장 핵심적인 11가지의 컵 시리즈에 대해 알아볼 것인데, 이 11가지 제품을 쉽게 이해하는 두 가지 키워드는 바로 “어떻게?”“얼마나?”이다. 무슨 말이냐고?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알아보자.

 

“어떻게?” (부제: 다섯 가지 테마)

컵 시리즈는 “어떻게 자극하는가”에 따라 다섯 가지의 형태로 나누어진다. 그 다섯 가지를 하나씩 간단하게 소개해보겠다.

ㄱ. Original Vacuum Cup

오리지널 버큠컵은 모든 텐가 제품 중에서도 가장 텐가를 대표하는 제품이자 기준이 되는 존재이다. 즉, 각각의 제품들은 오리지널 버큠 컵을 기준으로 파생된 것들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그래서 텐가를 처음으로 사용하는 남성이라면 주저 않고 이 제품을 추천한다.

ㄴ. Soft Case Cup

소프트 케이스컵은 오리지널 버큠컵에 비해 훨씬 부드러운 소재로 만들어졌고, 쥐기 쉬운 튜브 형태로 디자인되어 있어서 컵을 쥐고 펴면서 자극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게 만들어진 제품이다.

즉 손으로 컵을 쥐는 정도에 따라 발생하는 압력의 차이에 따라 자극의 정도를 직접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것이 소프트 케이스 컵의 개성인 것이다.

ㄷ. Rolling Head Cup

롤링헤드컵은 오리지널 버큠컵에 사용자의 취향을 더할 수 있게 만들어진 제품이라는 면에서 소프트 케이스 컵과 동일하지만, 몸통 자체를 상하좌우로 자유롭게 꺾을 수 있게 디자인되어 압력에 의한 자극이 아니라 물리적인 꺾임에 의한 선단부의 색다른 자극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인 제품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이런 느낌…

ㄹ. Dual Sensation Cup

듀얼 센세이션 컵은 마치 “짬짜면”처럼, 상단과 하단 두 개의 삽입구가 있어서 양방향에서 쾌감을 느낄 수 있는 제품이다. 즉 내부 구조는 나누어져 있어서 어느 쪽으로 삽입하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쾌감을 느끼도록 만들어진 2 in 1 제품이다.

ㅁ. Air Flow Cup

에어 플로우 컵은 생김새는 오리지널 버큠 컵과 흡사하나, 내부에 우레탄을 사용하는 대신 공기의 흐름을 활용하여 오리지널 버큠 컵과는 다른 밀착감을 만들어 내는 제품이다.

즉, 텐가의 컵 시리즈는 기준이 되는 오리지널 버큠 컵을 중심에 놓고 사용자의 성향이나 취향을 고려하여 특화시킨 나머지 네 가지의 제품으로 이루어지는 셈이다. 참 쉽죠잉?

 

“얼마나?” (부제: 세 가지 타입)

두 번째로 텐가의 제품군을 나누는 기준은 바로 “자극의 강도”, 즉 “얼마나 부드럽거나 강한가?”이다. 이 자극의 정도에 따라 ‘레귤러’와 보다 소프트한 ‘젠틀’, 그리고 강력한 자극을 주는 ‘스트롱’의 3가지 타입로 나뉜다. 즉, 오리지널 버큠 컵에도 레귤러와 젠틀, 스트롱 이렇게 세 가지 각기 다른 제품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세 가지 등급은 컬러로 구분되는데, 레귤러는 텐가의 상징색인 붉은색, 소프트한 젠틀은 흰색, 그리고 강한 스트롱은 검정색 등 다분히 직관적인 컬러를 사용하여 각각의 제품이 가진 특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기준이 되는 레귤러 타입은 5종류 모두가 출시되며, 젠틀과 스트롱 타입은 듀얼 센세이션컵과 에어 플로우 컵을 제외한 3종으로 출시된다.

 

어떻게 리뉴얼되었는가?

앞선 내용을 요약해보자면, 텐가의 가장 대표적인 라인인 컵 시리즈는 수십 가지에 이르는 방대한 라인업을 이루지만, 그중 가장 핵심이 되는 11가지의 제품군은 자극의 “방식”과 “정도”에 의해 나뉘며, 이 11가지의 핵심 아이템이 15년 만에 모두 리뉴얼되었다.

우선 가장 대표 제품인 “오리지널 버큠 컵”은 외관과 가격(8,900원)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고, 단지 내부의 설계만 변경되었다. 물론 지난 15년 간 변화 없이 꾸준히 사랑을 받아온 제품이었다는 사실로 미루어 보아 이번 내부 설계 변경은 개선이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그동안의 기술의 진보와 제조의 발전을 고려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을 위한 업그레이드의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소프트 케이스 컵의 경우는 기존의 “소프트 튜브 컵”에서 명칭이 변경되었을 뿐 아니라 외관의 변화가 눈에 띈다. 다소 완만했던 몸통 라인이 굴곡 있는 형태로 변경되어 그립감이 개선되었고 자극 조절의 폭이 넓어졌으며, 내부 구조 역시 전보다 섬세하게 변경되어 보다 디테일한 자극이 가능해졌다.

롤링 헤드컵은 가장 변화의 폭이 큰 제품으로, 전체적인 바디의 형태 자체가 굴곡이 생겼고, 튜브 부분도 미끈한 나선형으로 변경되어 기존 제품보다 훨씬 더 자연스럽게 선단부 자극이 가능하다.

내부 설계 역시 꽤 큰 폭으로 변경되어서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게 되었으며,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기존의 13,000원에서 10,000원으로 크게 저렴해졌다는 점이다.

기능적인 메리트가 확실했던 제품이지만 다소 높았던 가격 때문에 구매가 망설여졌던 부분이 과감히 개선된 만큼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되는 제품이라 하겠다.

듀얼 센세이션 컵은 “더블 홀 컵”이라는 직관적이었던 이름에서 변경되었으며, 외관과 내부 설계에도 변경이 있었다.

이 제품 역시 밋밋한 원통형 디자인에서 굴곡 있는 형태로 바디 디자인이 변경되면서 기존에 비해 그립감이 큰 폭으로 개선되었으며, 내부 구조 역시 스파이럴 설계로 역동적인 자극을 느끼도록 업그레이드되었다.

마지막으로 에어 플로우 컵도 꽤 큰 변화가 눈에 띈다. 기본의 “에어쿠션 컵”에서 “에어 플로우 컵”으로 다이나믹하게 명칭이 변경되었고, 다른 제품군과 동일하게 원통형에서 굴곡 있는 형태로 바디 디자인이 변경되었으며, 기존의 에어쿠션을 더욱 진화한 나선형의 립(Rib:갈빗대) 구조로 개선하여 보다 나은 밀착감을 전달한다.

뿐만 아니라 모든 제품군 중에서 가장 큰 폭의 가격 변동이 있는데, 기존의 16,000원에서 12,000원으로 변경되면서, 독특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이 되었다.

 

성공적인 리뉴얼, 그리고 박수

이번 리뉴얼은 바디 디자인을 전체적으로 일관성 있는 형태로 변경하여 개성은 모두 다르지만 그것들이 텐가의 “컵 시리즈”임을 명쾌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훌륭하다. 특히 텐가는 워낙 다양하고 디테일하게 제품군이 설정되어 있기에 언뜻 “오리지널 버큠 컵”을 떠올리게 하는 패밀리 라인으로의 디자인 변경은 “컵시리즈”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해 줄 뿐 아니라, 다른 제품군과의 구분 역시 쉬워지는 효과를 만들어준다.

또한 몇 아이템의 꽤 큰 폭의 가격 인하 역시 이번 리뉴얼에서 눈여겨볼 부분이다. 오리지널 버큠 컵을 기준으로 거의 2배에 가까운 가격대의 폭은 제품을 선택하는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인이기도 했고, 그만큼 제품 선택에 치우침이 있었던 것도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 리뉴얼을 통해 전보다 가격적인 접근이 훨씬 쉬워짐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보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기 취향에 따른 다양한 선택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5월에는 프리미엄 컵 시리즈 역시 리뉴얼된다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된다.

텐가의 이런 행보가 진실되게 다가오는 이유는, 그들의 모든 활동은 지난 15년에 걸쳐 그들이 스스로 내세우고 있는 “전 세계의 성생활을 풍부하게 하고,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는 그들의 철학과 항상 궤를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리뉴얼 역시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 싶다는 텐가의 자세가 그대로 묻어난다. 앞으로의 꾸준한 리뉴얼이 더더욱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텐가, 지구를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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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텐가 창업주에게 배우는 위대한 기업가 정신 7가지」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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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구려 성인용품으로는 행복한 밤을 보낼 수 없단다 https://ppss.kr/archives/186529 Fri, 01 Feb 2019 08:54:42 +0000 http://3.36.87.144/?p=186529 아무도 가지 않을 것 같은 어두운 골목 안

아주 촌스러운 간판에 ‘성인용품’이라고 쓰인 가게가 보인다. 성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건전함이 제대로 피어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뭔가 불건전하고, 함부로 손대서는 안 되며, 왠지 그것을 만지는 순간 그릇된 길로 걸어 든 불량 청소년이 된 기분마저 든다.

반도의_흔한_성인용품점.jpg

최근에 성인용품 양성화를 내세우며 다양한 성인용품점이 많이 들어섰지만, 아직까지도 성인용품점의 이미지가 그리 긍정적이지는 않다. 사용해서는 안 되는 것, 어떤 경우에는 심지어 위험한 것으로 치부하던 삐뚤어진 시선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이다.

건강한 성생활을 위해 적극적으로 제품을 구매한 사람들에게도 시련은 계속된다. 소비자가 누려야 하는 선택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저품질의 물을 무척이나 비싼 값에 사야 한다. 몸에 직접 닿는 제품임에도 싸구려 플라스틱을 조립해 만든 듯한 것들을 감수해야만 한다.

지옥에서 온 장난감도 아니고…

 

소비자를 개돼지로 취급하지 않는 곳이 있다고?

극심한 정보 불균형에 굶주린 소비자라면 꼭 주목해보아야 할 곳이 하나 있다. ‘건전한 성문화를 만들자’는 목표로 소비자에게 인사를 건네는 ‘라운데’가 그 주인공이다.

성인용품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이 제품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어떤 점들이 좋은지 물어볼 만한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성인용품점에 찾아가 어렵게 묻고, 어렵게 듣는 게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라운데는 “전문가 리뷰”를 통해서 자신이 관심 있는 제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있도록 도와준다. 텐가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에어테크 젠틀 사용기의 경우 1,300명이 넘는 사람이 넘을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그야말로 살아 숨 쉬는 후기…

내부 크기 비교, 재질의 단단함, 스핀감 비교, 자극강도, 자극 만족도 등 다양한 포인트에서의 세밀한 비교와 별점을 통해서 소비자들에게 더욱 더 자세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 리뷰는 그간 ‘촉’에만 의존하던 사용자들에게 큰 은혜를 주고 있다.

 

싸구려 성인용품으로는 밤에 행복할 수 없단다

모든 제품은 몸에 직접 닿는 제품이기 때문에 안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라운데는 KC 인증을 거친 제품만 판매한다. 또한 상품으로 올라오는 것들은 직원들이 ‘직접’ 제품을 쓰면서 불편한 점은 없었는지 체크한다.

한 임직원당 한 달에 사용하는 제품 수가 20건에 달한다고…

기존 성인용품점의 경우에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해 과도한 마진을 붙이고 판매하는 경우가 많았다. 라운데에서는 그럴 일이 없을 것 같다. 소비자들에게 부담 없는 가격으로 다가가기 위해, 최소한의 마진으로 판매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격적인 메리트 때문에 많은 고객이 라운데를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운데는 앞으로도 계속 재밌는 콘텐츠들을 생산하고, 영상을 활용한 V커머스를 통해 더욱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알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제 손과는 작별할 때가 왔다. 지루했던 연인 간의 섹스에도 긴장을 불어 넣어줄, 검증되고 안전한 섹스 토이들을, 라운데에서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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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량세 전환은 ‘4캔 만원’과 무관하다 https://ppss.kr/archives/170449 https://ppss.kr/archives/170449#respond Mon, 30 Jul 2018 09:53:57 +0000 http://3.36.87.144/?p=170449 종량세

맥주의 주세 제도가 기존의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뀔 수도 있다는 소식에 언론이 들끓는다. 정확하게는 정부에서 관계자들과 업계 사람들을 불러서 공청회를 한 것이 계기가 된 것 같다. 여론은 ‘종량세로 전환되는 것=세금을 올리는 것’이므로 문재인 정부의 세금인상을 위한 꼼수라는 시각이 꽤 많고, 무엇보다 소비자은 ‘4캔 만원’이 사라질 가능성에 분노하는 분위기다.

이런 여론이 많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로 업계 사람들은 쉬쉬하면서 종량세 전환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내는 것 자체를 무서워한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종량세 전환의 문제는 4캔 만원의 문제와는 별개다(일부 보수 언론이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사사건건 시비 거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본질을 호도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정확하게 입장을 밝히자면 나는 종량세를 지지한다. 대다수 수제맥주(크래프트맥주) 업계에 몸담은 사람들은 자칫 종량세를 주장하는 것이 집단 이기주의로 여겨질까 봐 걱정한다. 그럼에도 내가 종량세를 지지하는 이유는 종량세가 대다수 나라에서 사용되는 세금 제도이기도 하지만, 다른 여러 가지 이유에서 합리적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명백히 4캔 만원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도대체 왜 이게 4캔 만원이랑 연관이 되는지 모르겠다.

출처: 중앙일보

 

투자

종량세는 좋은 품질의 맥주를 만들 수 있도록 투자할 여지를 열어준다. 기존의 종‘가’세는 말 그대로 ‘가치(價値)’에 세금을 매긴다. 여기서 ‘가치’는 정확하게는 ‘출고가’이며, 이는 “과세표준”이라는 원가개념에 가까운 무엇인가에 세금을 매기도록 되어 있다. 그럼 맥주의 원가는 무엇일까? 현재의 세법에서는 원재료, 인건비, 설비에 대한 감가상각, 그리고 자가 건물이 아닌 경우 임차료까지 포함된다. 즉,

  • 좋은 원재료를 써서 원재료비가 비싸지면 세금을 많이 낸다.
  • 사람을 많이 쓰거나 좋은 사람을 써서 인건비가 늘면 세금을 많이 낸다.
  • 비싼 기계를 사면 감가상각이 커져서 세금을 많이 낸다.
  • 자기 건물이 없어서 임차로 사업을 하면 (건물주로 자기 건물에서 제조하는 것보다) 세금을 많이 낸다.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한국의 맥주 대기업은 위의 논리를 정확하게 반대로 이용했다. 값싼 재료, 적은 인력, 오래되고 노후된 설비를 사용하는 것이 세금을 적게 내는 방법인 것. 72%라는 높은 주세율을 고려하면, 세금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고, 맥주의 품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종량세의 전환이 좋은 원재료, 좋은 설비, 좋은 인력에 대한 투자가 될 것이라는 보장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그런 투자가 불가능하게 했던 장애물을 없애주고, 가능하도록 문을 열어주기는 할 것이다.

 

고용

위에서 설명한 대로 종가세의 ‘가’는 원가의 개념이고, 거기에는 인건비가 포함된다. 인력을 적게 쓰는 것이 제조원가를 낮추는 것뿐 아니라 세금을 낮추는 효과가 있게 된다. 72%라는 고세율을 고려하면 다른 산업대비 거의 2배 이상의 효과가 나오는 것이다. ‘맥주를 만드는 인력을 어떻게 하면 줄이는가’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몇 달 전에 미국산 카스가 출시되어서 업계는 엄청난 파장이 일었다. 해외에서 생산하는 카스가 국내에서 생산하는 카스보다 저렴하다는 것은 생산직에 일하는 많은 분에게 자괴감과 함께 자신들의 고용 안정성에 대한 불안감마저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한국수제맥주협회의 추산자료에 따르면 불과 몇 년 만에 한국의 수제맥주 산업은 약 5,000명 정도의 고용을 만들어 냈다고 한다. 그중에서는 예전 하우스맥주 시절부터 맥주업에 종사하던 분들이 있었을 수도 있고 배송이나 판매 등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니 전체를 모두 생산에 종사하는 신규 일자리로 보기에는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OB맥주와 하이트진로의 전체 직원이 3,000명 수준임을 고려해볼 때, 확실히 다수의 중소기업의 성장이 고용 창출에는 더 큰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종량세로 전환이 된다면 이러한 효과는 조금 더 커지지 않을까…

출처: 여성경제신문

 

공정한 경쟁

종가세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이유로 더욱 싸게 만드는 회사가 세금을 더욱 적게 내는 효과가 있다. 그런데 맥주라는 산업은 워낙 스케일, 규모의 싸움이기 때문에 규모가 클수록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다. 한마디로 회사 몸집이 클수록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2014년에 롯데맥주가 시장에 들어오기까지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다이닛폰 조선맥주(하이트맥주)와 기린의 쇼와기린맥주(OB맥주)가 회사명과 브랜드명만 바꿔가면서 시장을 양분한 채 90여 년간 장기 집권할 수 있었던 이유다(그런데 하필이면 새로 들어온 3위 업체도 일본계…).

그나마 국내회사들이 양분할 수 있었던 것은 다행이었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국제무역이 발달하고, WTA, FTA 등의 발전으로 이제는 해외 수입 맥주에 대한 관세조차도 (국가별로 다르긴 하지만) 거의 사라졌다. 주류(맥주)산업은 강력한 규제산업이기도 하지만, 규제가 강하고 면허를 획득하기 쉽다는 것은 반대로 굉장히 보호 산업이라는 뜻.

80여 년간 국가의 보호를 받아온 한국의 맥주 산업은 잘못된 주세 제도 때문에 품질경쟁력도 잃어 갔고, 해외맥주와의 경쟁에 노출되는 순간 추풍낙엽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국내의 대기업 맥주 브랜드들도 종량세로의 전환을 환영하는 눈치다. 대기업들도 안방 시장을 수입 맥주에게 내주는 것보다는 어떻게든 내수시장을 지키고 싶은 것이다.

출처: 뉴스1

하지만 지금의 종가세 주세 제도로는 한국의 대기업 맥주회사들도 좋은 품질의 맥주에 투자해야 할 매력을 못 느낀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리일 수도 있겠다. 주세 제도 때문에 질이 좋지 못했던 것인지, 질이 좋지 못하니 경쟁에서 소비자에게 외면당했고 그래서 거꾸로 주세 제도를 고치자는 것으로 들릴 수도 있다.

이런 주장이 국내 대기업의 변명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주세 제도를 종량세로 변경하는 것이 조금 더 공평한 경쟁의 길로 가는 터전을 마련해 주는 것임은 분명하다.

 

브랜드

한국의 맥주 브랜드는 국제 경쟁력이 떨어진다. 그렇다 보니 해외에서 유명 브랜드가 들어와서 안방 시장을 점령했다. 게다가 ‘4캔 만원’이라는 프로모션까지 더해지니, 수입 맥주가 우세하는 현상은 당연. 여기까지는 이해가 쉽게 된다. 그런데 그다음부터 이해가 안 되는 현상도 벌어진다.

독일이나 벨기에, 덴마크 등은 맥주산업이 오랜 기간에 걸쳐서 발전했기에 저렴한 맥주의 대량생산이 가능한 OEM 브루어리가 꽤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자체 브랜드를 고집하지 않고 누가 와서 만들어달라고 하면 만들어 준다. 한편 2010년 정도부터 한국의 마트와 편의점은 소셜커머스와 오픈마켓 등과 무한 경쟁을 하던 중이었다.

스마트폰 보급률도 엄청 높은 이 나라에서, 사람들은 굳이 마트나 편의점에 가서 장을 보기보다는 출퇴근길 혹은 잠자기 전에 소셜커머스나 오픈마켓에서 물이나 휴지, 기저귀 심지어 야채/과일 등을 주문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인터넷으로 구매를 할 수 없는 아이템이 두 가지 있으니 바로 술과 담배. 그중에서도 마트와 편의점은 술, 그리고 급속도로 성장하는 수입 맥주 시장에 집중한 것이다.

출처: 이뉴스투데이

일본보다 값싼 아사히 맥주가 나오고, 4캔 만원이라는 직관적인 프로모션도 실행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맥주를 사러 마트에 갔다가 기저귀를 사기도 했고, 맥주를 사러 편의점에 갔다가 과자를 집어 오기도 했다. 아무튼 인터넷이 아니라 오프라인으로 사람들을 불러내는 도구 중 하나로 유통업체는 맥주를 택했다. 매출 규모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큰 매대들은 유통업의 특성이 매대 임대업에 가깝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대단한 투자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부터는 약간의 상상력이 가미되었다.) 급기야 마트/편의점은 위에서 말했던 OEM브루어리들을 찾아가서 자신들만을 위한 특별히 저렴함 맥주를 만들어 달라고 한다. 혹은 OEM브루어리에서 예전에 만들어 놓은 브랜드 중에서 쓰지 않는 브랜드가 있다면 자신들에게 달라고 한다. 그래서 나타난 것이 초저가 수입 맥주다.

독일에 살았던 사람들도 처음 보는 독일 맥주, 벨기에에 살았던 사람들도 생전 못 보던 벨기에 맥주가 우리나라 마트/편의점에서는 자랑스럽게 원산지 마케팅으로 대량 유통되기 시작했다. 한국 시장만을 위한 기획상품인 경우도 있는데 소비자들은 벨기에/독일의 유명 맥주를 값싸게 사는 줄 알고 구매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로 나타났다.

나는 초저가 노브랜드 맥주가 계속해서 선택을 받는 것은 맥주 시장 자체를 위해서도 건강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번 종량세 개편으로 인해서 이제는 어쩌면 한국에서도 세계적인 맥주 브랜드가 나올 수도 있다는 희망을 걸어볼 수 있게 된다.

출처: INSTAGRAM @THEBOOTHBREWING

 

‘악마는 72%에 있다’

사실 모든 국내산 제품에는 어떤 명목으로든 (부가가치세와 같은) 소비세가 붙고, 거의 모든 수입품에는 관세가 붙고 또 소비세가 붙기도 한다. 즉 대다수 카테고리에서 국내 제조원가에 비해서 수입제품이 약간 더 저렴해도 비슷한 종목의 세금이 비슷한 세율로 붙기에 소비자의 구매에 큰 차이를 만들지 못한다.

사치품의 경우에는 해외에서 들어오는 것이 저렴하면 소비가 집중될 수도 있어서, 소비세가 더 붙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밸런스를 유지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왜 유독 맥주만 이렇게 수입 맥주에게 유리한 운동장이 되어버린 것일까?

그 이유는 72%라는 높은 주세율 때문이다. 주세도 일종의 소비세인데, 아무리 사치품이라고 해도 붙는 세금은 20% 수준이 거의 최대치. 그런데 72% 라는 말도 안 되는 높은 세율 때문에 술은 세금이 가장 중요한 팩터가 되었다(게다가 여기에 30%의 교육세가 따로 붙는다). 업체들로 하여금 품질, 고용, 브랜드 등을 모두 내팽개치고 세금을 줄이는 데 열중하게 만든 것이다.

따라서 종량세로 굳이 전환하지 않더라도 72%라는 주세를 낮춰주면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 그럼 정부는 왜 72%라는 세금을 낮추려고 하지 않을까? 세수가 줄어드는 것도 문제겠지만 술값이 다 같이 너무 저렴해지면 술의 소비를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알코올 소비량은 전 세계적으로도 최상위권이고, 위암 발생률은 세계 1위이며, 청소년 음주는 사회 문제다. 여기서 알코올음료 가격을 낮춰서 소비가 더 늘어나는 것은 보건복지부 장관님의 실적에 매우 악영향을 끼치고, 여성가족부 차관님의 분노를 살 일이다.

맥주만 주세를 낮추는 것 또한 문제다. 다른 주류와의 형평성에서도 문제가 생긴다. 사람들이 소주를 덜 마시고 맥주를 더 마시면 소주 회사가 억울해할 것이다. 따라서 결론적으로는 종량세로 전환하는 것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다.

출처: JTBC

 

그럼 ‘4캔 만원’은요?

내 주변에서도 많은 사람이 당장 ‘4캔 만원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며 물어본다. 하지만 나는 4캔 만원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가장 먼저 업계 반응을 보면 안다. 국내 맥주 대기업 3군데 중에서 OB맥주는 AB Inbev라는 브라질 회사의 100% 자회사이고, 롯데주류는 애매하긴 하지만 일본계이며, 하이트진로만이 국내 기업이긴 한데 대기업이다.

재미있는 점은 이들이 맥주 수입 또한 꽤 열심히 한다는 것인데, OB맥주는 AB Inbev의 글로벌한 해외맥주(호가든, 버드와이저, 스텔라 아르투아, 벡스 등), 하이트맥주는 기린 등을 앞세워 1,000억 이상의 매출이 수입 맥주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이름 자체에 롯데가 들어가는 롯데아사히를 소유했다.

그 외에도 몇몇 대형 외국계 주류 회사에서도 맥주를 수입한다. 그럼에 생각해보면 이미 국내 맥주시장은 외국계 자본에게 70% 이상 점령당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OB맥주 시장점유율만 55%-60%로 추정하는데 수입 맥주가 12% 가 넘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들도 종량세로의 전환을 반기는 분위기다. 이러한 유명 브랜드 맥주들은 아마도 가격이 내려갈 확률이 큰가 보다. 결국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초저가 수입 맥주 일부에 국한될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6캔 만원이나 4캔 5,000원 같은 파격적인 행사를 했던 수입 맥주는 볼 수 없을 확률이 크지만, 모두가 알만한 유명 브랜드들은 계속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마시자!

 

첨부

그나마 이번 뉴스에 대해서 가장 객관적으로 다룬 것 같은 뉴스를 찾아서 반가운 마음에 링크를 건다.

원문: EQUALIZ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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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ppss.kr/archives/170449/feed 0
불안한 그대, 열심히 일하라 – 일 중독 https://ppss.kr/archives/165490 https://ppss.kr/archives/165490#respond Fri, 15 Jun 2018 05:45:09 +0000 http://3.36.87.144/?p=165490

특정한 노동 활동을 하고 그에 대한 대가로 보수를 받는 일반적인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스스로 일을 그만두지 않는 이상 고용 유지 여부를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장사를 하든 남의 밑에서 일하든 처지는 비슷하다. 나의 고용 여부를 판단하고 선택하는 것은 다른 사람, 혹은 시스템이나 환경의 몫이다.

장사나 사업이 잘돼서 권리금 높게 받고 가게를 넘기거나 높은 값에 주식 팔고 사업체를 넘기고 그 일을 더 이상 하지 않는 것은 본인의 선택이다. 하지만 장사나 사업이 잘 되지 않아서 접어야 하는 것은 본인의 선택이라기보다는 상황에 떠밀린 거라고 봐야 한다. ‘남의 밑에서 일하는’ 경우도 다르지 않다. 고용의 유지를 원한다는 전제 아래에서는 스스로 고용을 포기하는 선택이란 있을 수 없다.

남는 건 고용 유지인데, 그 선택은 일하는 사람의 몫이 아니라 조직의 몫, 시스템의 몫, 조직과 시스템에 대한 권력을 쥔 사람의 몫이다. 한창 돈이 많이 들어가는 시절을 사는 40대의 경우 고용 유지를 원할 수밖에 없다. 마음속으로는 이놈의 회사, 이놈의 장사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이 하루에도 열두 번씩 들겠지만 실행으로 옮기는 것은 생각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얘기다. 당장 일을 그만두면 생활의 유지가 어렵다.

비록 다른 연령대나 성별에 비해 40대의 소득이 가장 높다고는 하지만 버는 족족 쓰기 바쁘고, 그동안 모아둔 재산이 많다고 해도 나머지 삶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40대 직장인은 그나마 목돈이 되는 퇴직금을 털어먹는 데 몇 년 걸리지도 않는다. 울며 겨자 먹기가 되든 월급도둑이 되든 간에 돈을 벌 수단은 계속 움켜쥐어야 하는 것이 평범한 40대의 상황이다.

고용과 삶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는 이런 현실에서 ‘고용의 해지’는 삶에 균열을 낸다. 고용에 대해 불안한 감정을 갖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이유다. 게다가 40대는 한번 일자리를 잃으면 다시 자리를 잡기가 어렵다. 40대만 되어도 직급이나 연봉이 높은 편에 속한다. 고용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최대한 비용을 아끼면서 능력 있는 사람을 쓰고 싶어 한다.

하지만 40대는 기존에 받던 대우를 쉽게 포기할 수가 없다. 아직은 돈이 들어갈 곳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일의 노하우도 제법 있고 경험도 많고, 아직까지는 한창 일할 때가 맞긴 하다. 하지만 고용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원하는 만큼 대우를 해주기에 부담이 된다. 이왕이면 비싼 40대 차장이나 부장을 쓰느니 30대 과장을 쓰는 게 더 낫다는 생각으로 기울기 쉽다. 헤드헌터가 40대를 가장 인기 없는 연령대라고 하는 데는 이런 사연이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니 40대는 열심히 일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일이 좋아서, 일하는 것이 좋아서 열심히 하는 사람은 드물다. 세대나 연령에 관계없이 대다수 사람은 일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직업을 통해 자아실현을 하겠다는 사람도 있기는 하다. 실제로 신입사원의 48.5%가 직생생활의 목적을 ‘직업을 통한 자아실현’이라고 답한 설문조사도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자아실현과 직업의 관계는 그렇게 끈끈하지 않다. 당장 계좌에 돈 100억 원이 꽂혀도 직업을 고수할 것인지 생각해보면 답은 금방 나온다. 아주 희귀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당장 회사를 그만둘 것이고 장사를 집어치울 것이 뻔하다. 대기업에 입사하고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는 것은 자아실현과 별로 관계가 없다는 얘기다.

차라리 아프신 할머니의 무릎을 고쳐주기 위해 의사가 되고자 하는 어린 아이의 꿈이 자아실현과 더 가깝다. 대다수 사람이 직업으로서 하는 일은 좋아서가 아니라 필요해서 하는 것이다. 40대가 역시 자아실현을 위해서, 좋아서 열심히 일하지는 않는다. 기본적으로는 ‘먹고 살기 위해서’가 열심히 일하는 이유가 된다.

다만 일하는 이유와는 별개로 일을 하도록 만드는 동력(동기)은 존재한다. 돈을 많이 번다거나, 인정을 받는다거나, 성취감을 느낀다거나 하는 각자의 욕망이 일을 열심히 하는 동력이 된다. 이런 욕망은 ‘고용된 상태’에서만 달성할 수 있다. 또 그러한 욕망이 많이 달성될수록 ‘고용 상태를 유지할 확률’도 그만큼 높아진다. 반면에 일자리를 잃으면 돈도, 타인으로부터의 인정도, 성취감도 일을 통해서 획득할 수가 없다.

이 구조는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무한 반복된다. 고용을 보장받아 욕망을 달성할 기회를 얻고, 욕망을 달성하여 고용을 보장받아 다시 욕망의 달성 기회를 얻는 것이다. 욕망의 달성 여부에 따라 욕망을 달성할 기회를 부여받느냐 마느냐가 결정되는 구조다. 이렇다 보니 그 욕망의 밑바닥에는 고용에 대한 불안이 또아리를 틀 수밖에 없다. 불안은 불쾌한 감정이고, 인간은 불쾌한 감정이 생기면 그것을 없애거나 피하려고 한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열심히 일하는 행위는 고용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열심히 일해서 좋은 실적을 내면 나의 가치는 올라가고 그만큼 생존 확률은 커질 테니 말이다. 따라서 열심히 일하는 것은 고용불안에 대처하는 현실적인 방법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간혹 마음의 중심을 잃어버리고 일에만 매달리는 경우가 있다. 수단이 목적을 잡아먹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일 중독/워커홀릭이다.

중독이란 어떤 행동이나 물질이 쾌감을 주면 그 행동이나 물질의 섭취를 반복하고 싶은 욕구가 강화되어 그것들에 집착하는 것을 말한다. 이 정의에 의하면 중독은 쾌감(즐거움)과 연결된 개념이다. ‘일 중독’이라는 개념은 그런 점에서 모순을 안았다. 먹고 살기 위해서 하는 일이 쾌감을 주는 경우는 아주 드물기 때문이다.

간혹 순수한 성취욕 때문에 일에 중독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는 일을 하면서 즐거움, 쾌감을 얻지 못한다. 일을 하면 보상이 주어지고, 그 보상으로 삶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에 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필요에 의해서, 해야만 하기 때문에 하는 일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즐겁지도 않은 ‘일하기’에 중독되는 것은 뇌의 보상회로와 관련되어 있다기보다는 강박 장애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강박 장애는 불안을 감소시키기 위해 특정한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는 불안증(불안장애)의 한 가지다. 세균에 오염될까 불안해서 하루에도 수십번씩 손을 씻고, 도둑이 들까 봐 불안해서 자기 전에 몇 번이나 문단속을 확인하는 것이 불안증이다.

고용불안은 일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일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을 가치 있는 사람, 필요한 사람으로 만들어야 한다. 일하는 사람이 자신의 가치를 높이려면 열심히 일하는 것이 기본이다. 아주 특별하거나 특출한, 유일무이한 능력과 기술을 지니지 않았다면 열심히 하는 것이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최선이 방법이 된다. 그 최선의 방법으로 불안을 벗어나기 위해 강박적으로 일에 몰두하는 사람이 일 중독자, 워커홀릭이다.

산업노동연구원의 「일 중독 측정과 실태」라는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의 7%가 일 중독자라고 한다. 그중에서 40대의 일 중독 비중이 8.6%으로 가장 높다. 또 일용직이나 자영업자가 일 중독자가 될 확률은 일반 상용직보다 4.1%가 높고, 일용직의 경우 일이 없을 때는 조바심이나 불안감을 가지는 금단증상을 겪는다고 한다.

고용의 안정성과 일 중독이 상관관계에 있고, 일하지 않을 경우 금단증상까지 일으키는 지경까지 이른다는 것은 일을 하지 않으면 불안이 더 커진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일 중독자는 안정적이지 않은 고용 상태로부터 오는 불안을 없애기 위해 일에 매몰된 상태인 것이다.

다행히도 모든 40대가 일 중독자는 아니다. 하지만 일 중독자가 아니라도 마음 한켠에는 고용에 대한 불안감이 깃들어 있다. 당연히 고용의 불안정성이 커질수록 불안도 그만큼 더 커진다. 슬슬 퇴직의 압박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40대의 고용불안은 20대, 30대의 그것과는 다르다. 책임져야 할 것들이 더 많은 데다가 한번 자리를 뜨면 원래 있던 수준의 일자리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지금의 일자리는 더욱 절실하고 소중하다.

앞서 말했듯 40대가 다른 연령대보다 고용불안을 더 많이 느낀다. 이 말은 곧 일 중독자가 될 확률도 그만큼 높다는 뜻이다. 서글프지만 40대가 처한 지금 상황을 놓고 보면 일의 족쇄를 풀어낼 뾰족한 방법은 없다. 지금처럼 스스로 자신의 거취를 선택할 자유가 희박한 상황에서는 40대의 고용불안은 고용이 해지되는 그 순간까지 계속될 것이다.

원문: 마흔하나, 생각을 시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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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더라는 정글에서 살아남는 7가지 절대 법칙 https://ppss.kr/archives/163294 https://ppss.kr/archives/163294#respond Thu, 03 May 2018 04:57:45 +0000 http://3.36.87.144/?p=163294

한국인은 어떤 민족일까? 배달의 민족이라 생각하면 정규교육을 너무 열심히 받은 것이다. 바로 연애의 민족이다.

최고매출 22위 중 15개가 연애 앱이다!

보다시피 게임을 제외한 최고매출 앱 순위 대부분을 데이팅 앱이 차지하고 있다. 이쯤 되면 연애의 민족을 넘어 ‘연애의 종족’이라 부를만 하다.

 

틴더의 역습

틴더는 매출 20위권에 겨우 올라있다. 하지만 그 파급력은 엄청나다. 틴더는 타 어플에 비해 돈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이다. 타 어플은 돈을 쓰지 않으면, 하루 한두명에게 관심을 표하고 끝이다. 하지만 틴더는 한푼도 들이지 않고도(!) 이성에게 계속해서 하트를 보낼 수 있다.

물론 결제를 하면 좀 더 많은 부가기능을 활용할 수 있지만, 그조차도 월정액인 틴더 플러스(월 15,000원 내외), 틴더 골드(월 20,000원 내외)로 충분하다. 한 번 결제할 때 40~50% 할인을 빌미로 10만 원 이상을 뜯어가는 앱에 비하면 그야말로 양심적인 앱이다.

착한 어플 인정합니다

그런데도 틴더로 매칭이 힘들다는 사람들이 많다. 각종 해외 자료를 분석하고 추가로 약 50명의 틴더 사용자와 간단 인터뷰를 했다. 이를 통해 몇 가지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데이트 앱에서 매칭이 잘 안 되는 이유: 그대, 진심과 성의를 다하였는가?

취업 시즌을 떠올려 보자. 정말 애타고 힘들었던 날들이었다. 연애 역시 마찬가지로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정작 데이트 어플에는 그렇게까지 공을 들이지 않는다.

취업을 위해 자소서를 쓰던 그 순간을 떠올려 보자. 정말 한 문장 한 문장에 혼을 실어, 조금이라도 더 돋보이기 위해 노력했던 그 순간…

그런데 우리는 정말, 연애를 위해 그만큼 힘쓰고 있는가? 자기소개서 한 문장을 고심했듯, 틴더의 자기소개를 썼는가? 없는 통장 털어 사진 잘 찍는다는 곳을 찾아가 증명사진을 찍었듯, 틴더에 올리는 사진에 신경 썼는가?

취업 때는 왼쪽 사진을 큰돈 들여 찍고서는 틴더에는 오른쪽 사진을 찍는다?

물론 취업과 연애의 무게는 다르다. 연애야 못하면 그냥 좀 외롭고 (혼자 국밥집에서 소주를 마시다가 배게 끌어안고 울며 구여친에게 전화할까 말까 망설이다 “자니” 카톡 때린 후 다음날 이불킥하고) 끝이지만, 취업을 못하면 밥을 굶게 된다.

 

데이팅 앱: 약간의 이력서 업그레이드로 취업이 가능하다

다만, 이 한 가지는 알아둬야 한다. 데이팅 앱 시장은 취업 시장만큼이나 경쟁률이 빵빵하다. 한 여성은 1주일간 틴더에서 3,700개의 하트를 받았다.

어지간한 여성이라면 하루에 100개의 하트는 기본으로 받는다.

기업의 인사 담당자는 말한다. “너무 많은 서류가 들어와서 어떻게 걸러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게 틴더를 사용하는 여성들의 마음이다. 더군다나 여성들은 일부 피곤한 남자들의 메시지로 의심의 눈초리를 풀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인 소식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개팅 앱에 그렇게 큰 힘을 들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약간의 노력만 해도 훨씬 더 잘 먹힐 수 있다. (그리고 다행히 상대방은 당신의 실물을 모른다!)

틴더에는 5가지 항목이 보인다. 나이, 직장, 학벌, 사진, 자기소개이다. 겨우 이 5가지 항목만으로 당신을 돋보이게 해야 한다. 그런데 괜찮지 않은가? 취업처럼 쓸데 없이 입사동기, 입사 후 포부 같은 걸 쓸 필요는 없으니.

이거보단 훨씬 편하지 않은가

 

1. 일단 사진을 바꿔라

사진은 사실상 틴더의 전부다. 일단 화면을 뒤덮는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은 더할 필요가 없다. 너무나 중요한 부분인 만큼 개인의 의견이나 조사보다 GQ의 기사를 인용하겠다.

  • 정장, 청바지, 뭐든 자신을 잘 표현하는 걸로
  • 미소짓는 사진은 당신을 더 친근하게 보여준다
  • 귀여운 동물은 언제나(!) 옳다
  • 스포츠, 음악 활동 사진: 무조건 좋다 (단 옷 벗은 헬스 사진은 X)
  • 대화의 소재가 되는 사진: 해외 명소, 스카이다이빙 등은 관심과 이야기를 낳는다
같은 활동도 사진으로 이렇게 달라 보인다

취업에서는 모두가 예쁜 이력서에 골몰하기에 당신의 노력이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데이팅 앱에서는 약간의 노력으로 이를 커버할 수 있다.

 

2. 나이는 그냥 솔직하게 써라

나이는 숨기는 기능이 있지만 굳이 숨기지 않기를 권한다. 한 번은 이런 대화가 오간 적이 있다.

늙음의 서러움...

물론 당신은 어린 여자를 만나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럴 때는 주변에 친한 여성 중 가장 어린 분께 물어보자. 너는 몇 살까지 커버되냐고. 아마 당신 나이는 레인지에 없을 것이다. 인정하면 편하다.

우리는 이런 아저씨가 아니다

 

3. 자기소개 좀 써라

남자들은 그냥 여자 외모만 보고 왼쪽 오른쪽 스와이프하느라 정신이 없다. 하지만 여자들은 남자들의 자기소개를 충실히 보는 편이다. 틴더에 사람이 많아지다보니 워낙 이상한 사람도 늘어난 상태, 그녀들은 항상 낯선 대상에 경계할 수밖에 없다.

화려하게 쓸 필요 없다. 인기를 끌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다. 그저 대화의 소재를 찾아라. 만나고 싶은 인물상, 상대가 흥미를 느낄만한 나의 포인트, 약간의 취미 활동 정도면 충분하다. 일단 써라.

실제 연구에 따르면 남자는 여자의 자기소개가 있든 없든 별로 개의치 않는다. 하지만 여자는 프로필이 있어도 까다롭고, 없으면 무려 4배는 더 까다로워진다.

출처: Tinderella Worldwide

 

4. 자기소개에서부터 타깃팅을 해라

틴더는 다른 데이트앱보다 매칭되는 수가 압도적으로 높다. 37세 아저씨(본인)도 슈퍼라이크를 좀 뿌리니 하루에 평균 5건씩(!)은 매칭이 됐다. ‘나 아직 먹히는 거야…?’라는 생각이 막 솟아날 정도다.

그러나 실제 만남까지 이어지는 건 쉽지 않다. 여성들은 꽤 까다롭다. 아래 그래프는 남성들은 온갖 여성들에게 하트를 날리지만, 여성들은 소수의 매력적인 남성에게 하트를 날림을 보여준다.

너무 슬퍼하지 말자. 30% 안에만 들면 충분한 하트를 받을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프로필을 좀 더 관리하자) 그렇다면 너무 다수의 여성들에게 어필하기보다는, 분명한 취향을 가진 여성들에게 어필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출처: worst-online-dater

 

5. 연애하려 하지 말고 일단 재밌게 이야기해라

다른 데이팅 앱에는 연애하고 싶은 사람, 연애하고 싶은 사람, 연애하고 싶은 사람, 원나잇하고 싶은 사람, 연애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

일반적인 데이팅 앱을 사용하는 유저들의 모습

반면 틴더는...

  • 연애하고 싶은 사람
  • 편하고 재밌는 친구가 필요한 사람
  • 외국인과 언어교환을 하고 싶은 사람
  • 원나잇하고 싶은 사람
  • 그냥 신기해서 가입한 사람 (아마도 가장 많을 거다!)

...등 다양한 사람이 모여 있다. 그러다 보니 맞추기가 굉장히 힘들다. 다른 데이팅 앱은 연애라는 목적이 뚜렷하지만, 틴더는 상대의 목적을 알 수 없다. 어설프게 이성으로서의 관심을 드러내면 떠나갈 사람이 더 많다. 최대한 가볍게 말을 걸자. 너무 긴장하지 말라. 이미 상대방은 당신과 하트를 주고 받아서, 이야기를 나눌 준비가 되어 있으니.

… 라고 썼지만, 일주일간 답이 오지 않자 마음이 찢어질 것만큼 아팠다(...)

덧. 해외 매체에서 말을 (그나마) 끊어지지 않게 하는 몇몇 방법을 발견했다. 1. “안녕하세요” 로 끝나지 말고 상대의 자기소개와 사진을 활용해 왜 말을 걸었는지 이야기하자. 이쪽이 반응이 오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2. 매칭이 됐으면 되도록 빨리 말을 걸자. 시간이 지나면 상대방의 기대도 식는다. 3. 정 할 말이 없으면 그냥 상대가 했던 말을 반복한 후, “어머, 정말?” 정도 붙여주며 공감하자.

 

6. 직장과 학벌은 중요하지만...

인터뷰에 따르면, 남성의 학벌과 직업이 좋을수록 매칭 확률이 확실히 높아졌다. 물론 여자의 경우에 그런 거 없다. 그냥 얼굴만 보고 스와이프하는 우리 행동력 있는 남성들… 알아서 잘 쓰기를 바란다(...)

 

7. 관리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연동하라

역시 인터뷰를 통해 드러난 자료. 여성은 정말 까다롭다. 당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추가 정보를 알아냄은 물론, 좋아요를 누른 페이스북 페이지도 그녀에게는 중요한 정보가 된다. 인스타그램을 좀 멋지게 꾸미자. 이상한 페이지 좋아요 누른 거 당장 취소하자. 그리고 뭔가 있어보이는 페이지의 좋아요를 늘리자.

남자가 가오가 있지 않냐고? 처음에 쓰지 않았던가… 우리는 면접을 보고, 그녀들은 우리의 면접관이라고…

틴더는 살벌한 정글이다

 

마지막. 쪽팔림을 두려워하지 마라

인터뷰를 하며 굉장히 많이 들었던 이야기. 틴더를 지운 이유가 “아는 사람이 떠서”라고 한다. 그런 것에 연연하지 말자. 어차피 다른 소개팅 어플을 가도 마찬가지다. 외로운 청춘남녀가 외롭다고 징징거리는 게 뭐 그리 부끄러운 일이겠는가.

더군다나 틴더는 거기에 핑계를 좀 댈 수 있다. 외국 친구를 만나고 싶다거나 클래식 이야기를 하고 싶다거나… 허세 떨지 말라고? 우리 취업할 때 그렇게 정직했던가 반성해보자. 다시 말하지만 데이팅 앱은 정글이다. 취업할 때처럼 자신을 돋보이고 또 돋보이게 하기 위해 노력하자.

~ 꿈과 희망이 가득한 틴더로 어서 오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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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 앱 프로필 사진의 30가지 유형 연구 결과 https://ppss.kr/archives/163255 https://ppss.kr/archives/163255#respond Thu, 03 May 2018 01:53:42 +0000 http://3.36.87.144/?p=163255

~ 꿈과 희망이 가득한 틴더로 어서 오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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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소개팅 앱에서 만날 수 있는 30가지 유형 https://ppss.kr/archives/162719 https://ppss.kr/archives/162719#respond Thu, 26 Apr 2018 05:57:05 +0000 http://3.36.87.144/?p=162719

수개월의 틴더 활동 및 골드결제를 통해 나는 틴더에서 나타나는 유형들을 정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 이 연구가 본격적인 봄바람과 함께 쏟아져 나올 틴더 새내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이 연구를 위해 틴더에서 열심히 스와이프 당한 당신들에게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1. 미세먼지 알림봇

감사합니다. 내일 꼭 마스크 쓰고 출근하겠습니다.

 

  1. 저녁 메뉴 기록자

하지만 나는 곱창 싫어하니까 왼쪽

 

  1. 확률은 반반

아니 사실 너구리가 틴더를 하는 거라면?

 

  1. 그래서 이름이 뭐예요

르으드브으님 안녕하세요. 나가시는 길은 왼쪽이십니다.

 

  1. 등으로 말해요

슈퍼라이크 23개가 모이면 얼굴이 공개됩니다

 

  1. 얼굴 아래는 어쩐지 조인성

그래서 얼굴은요?

 

  1. 스타일은 범죄도시지만 이름만은 귀엽게

태꾸 안녕? 나는 현이 30살.

 

  1. 뜻밖의 멜론 탑 100

덕분에 일주일 째 듣고 있습니다. ㄳㄳ

 

  1. 뜻밖의 증명사진

소통할 줄 아는 21세기형 신입사원, 틴더에서 인사드립니다!

 

  1. 월리를 찾아서

난이도: 하

 

  1. 너넨 비행기 안 타봤지

나는 타봤지롱

 

  1. 뜻밖의 설문조사

펩시는 왼쪽, 코카콜라는 오른쪽.

 

  1.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만남이 이루어지면 어쩐지 종각공원으로 가야 할 것 같다

 

  1. 보여줄 것은 다 보여주었다

얼굴을 보려거든 슈퍼라이크를 눌러라

 

  1. 카페 회원님덜, 꽃이… 피었습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

 

  1. ???: 주인님은 지금 부재중이시다

용건이 있거든 내게 하트를 눌러라옹

 

  1. 폰 케이스 샀어오

괜찮으면 오른쪽 별로면 왼쪽~

 

  1. 내 프라이버시는 소중하니까

상대방에게도 절대 보일 수 없다!

 

  1. 메뉴 추천받습니다

왼쪽? 오른쪽?

 

  1. 살색 과다 노출

이러시면 감사합니다

 

  1. 야 빨리 찍어봐봐

잘 나왔어? 자연스러웠어?

 

  1. 새로 앱 샀어요

필터 기능이 이렇게나 많답니다~

 

  1. 이 골목이 끝나면

나만 아는 맛집이 있으니까 따라와

 

  1. 하이 아엠 외국인

앤 아이 러브 김치 앤 강남스타일

 

  1.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은

눈이랍니다

 

  1. 틀린 그림 찾기

난이도: 상

 

  1. 자 찍습니다

하나 둘 셋!

 

  1. 착용감 약간 있는 신상입니다

구매하실 분 선제시요

 

  1. 대리님이 여기서 왜 나와?

내일 회사 가서 어떻게 얼굴 보지…

 

  1. 걸어서 세계 속으로

오늘은 이스탄불로 가보았습니다

 

~ 꿈과 희망이 가득한 틴더로 어서 오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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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사람과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12개의 질문 https://ppss.kr/archives/37357 https://ppss.kr/archives/37357#respond Wed, 25 Apr 2018 01:27:02 +0000 http://3.36.87.144/?p=37357 11LOVE-blog427

지금부터 소개하는 것은 심리학자 아서 아론(Arthur Aron)의 논문 「The Experimental Generation of Interpersonal Closeness: A Procedure And Some Preliminary Findings」에 나온 낯선 사람과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질문입니다.

뉴욕타임즈의 칼럼니스트 맨디 캐트론(Mandy Len Catron)의 글 「To Fall in Love With Anyone, Do This」을 통해서 널리 알려진 모양인데요. 어쨌든 캐트론 본인은 실제로 생판 모르는 남자와 이 질문으로 이야기하다 연애를 시작했다며 효과를 인증(?)했습니다.

저는 이 기사를 읽은 절친을 통해서 알게 되었고, 논문을 찾아서 전체 36개 질문 중에서 첫 번째 세트인 12개를 번역했습니다. 이들이 사랑의 주문서로 효과를 발휘하려면 두 사람이 이 질문을 놓고 서로 대답하면 됩니다. 어느 한쪽이 질문하고 상대가 답하는 형식이 아닙니다. 둘 다 대답해야 합니다.

  1. 지구상에 사는 사람 중에서 누구든 상관없이 당신이 원하는 사람 한 명을 저녁 식사에 초대할 수 있다면 누굴 선택할래요?
  2. 유명해지고 싶어요? 만약 그렇다면 어떤 방면으로 유명해지고 싶어요?
  3. 전화하기 전에 전화로 할 말을 미리 연습해본 적이 있나요? 그랬다면 무슨 이유였어요?
  4. 당신에게 ‘완벽한 날’ 이란 어떤 날이죠? 그 조건을 말해주세요.
  5. 마지막으로 당신 자신을 위해서 노래를 불러본 게 언제였어요? 다른 사람에게 바치는 노래를 부른 건 언제가 마지막이었나요?
  6. 만약 90세까지 살 수 있는데 30세 때의 몸과 마음 둘 중 하나를 90세까지 유지할 수 있다면 뭘 선택할래요?
  7. 당신은 자신이 어떻게 죽을지에 관해서 뭔가 남몰래 가지고 있는 예측 같은 게 있나요?
  8. 당신과 당신 파트너(상대방) 사이에 드러나는 공통점 세 가지만 대보세요.
  9. 당신 인생에 있어서 가장 감사하는 건 뭐예요?
  10. 당신이 키워진 방법 중에서 아무거나 바꿀 수 있다면 뭘 바꾸고 싶어요?
  11. 시간을 4분 드릴 테니 당신 파트너(상대방)에게 당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최대한 자세하게 해주세요.
  12. 현재 당신이 가진 능력이나 수준 중에서 하나가 향상된 상태로 내일 아침에 일어날 수 있다면 그게 뭐였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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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왜 이 질문들이 사랑을 끌어내는지 심리학적으로 분석해보자면… 평소 다른 사람에게 할 기회가 없었던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면서도, 평가받거나 추궁받는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 중립적이고 개방적인 질문이라는 점이 눈에 띕니다.

즉 질문에 서로 답하다 보면 다른 누구와도 공유하지 못했던 나의 내면을 공유하는 상대가 하나 생기는 거죠. 상대방 역시 나와 같은 수준의 공유를 하고요. 오랫동안 사귄 친구와 쌓아 올릴 수 있는 수준의 친밀감에 상응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셈입니다. 그 결과 사랑이 싹틀 수 있겠죠.

같이 이 이야기를 들은 제 선배는 “진작에 이걸 알았더라면” 하고 한탄했습니다만. 마치 이걸 몰라서 아직 싱글인 것처럼… 음… 안 될 사람은 안 되는 거라는…

원문 : 싸이코짱가의 쪽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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