ㅍㅍㅅㅅ https://ppss.kr 필자와 독자의 경계가 없는 이슈 큐레이팅 매거진 Fri, 27 Jun 2025 04:25:33 +0000 ko-KR hourly 1 https://wordpress.org/?v=5.8.10 https://ppss.kr/wp-content/uploads/2015/07/ppss-100x100.png ㅍㅍㅅㅅ https://ppss.kr 32 32 기업의 진정성 있는 사회 공헌, 소비자들의 신뢰와 연결 https://ppss.kr/archives/269875 Fri, 27 Jun 2025 04:14:13 +0000 https://ppss.kr/?p=269875
  • 소비자들의 건강하고 안전한 내일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사회 공헌 통한 신뢰 쌓는 한국 P&G
  • 기업 경영뿐만 아니라 환경과 사회 다각도에 걸쳐 구성원 모두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한 활동 지속
  •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18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기업호감지수’에 따르면 기업에 대한 국민 호감도가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을 향한 긍정적 인식의 주요 원인에는 일자리 창출, 사회 공헌 활동 그리고 ESG 경영 확산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과 진정성 있는 노력을 다할 때 그 진심이 소비자들에게 전달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 P&G 또한 사회적 책임 실행으로 소비자들과의 신뢰를 구축하고자 비즈니스 전반에 걸쳐 노력하고 있다. 한국 P&G는 소비자들의 일상 속 가장 가까이에 자리한 생활용품 기업인만큼, 사회 공헌 활동 또한 환경 보호, 지역사회 지원 및 도움이 필요한 가족 단위 지원에 이르기까지 다각도로 진행하고 있다.

     

    교육 및 콘텐츠로 더욱 재밌게 접하는 생활 속 환경 보호

    ▲지난 12일 진행된 ‘WWF-P&G 탄소중립 및 전과정 평가 교육’에서 담당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전과정 평가’를 교육하고 있다.

    24년 한국경제인협회가 발표한 ‘2024 주요 기업의 사회적 가치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이 새롭게 추진한 사회 공헌 프로젝트와 지속가능경영의 핵심 이슈 모두 환경 분야에 가장 높은 비중을 두고 있다. 한국 P&G의 환경 분야 활동은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과 일상 속 친근한 정보 전달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지난 2021년부터 WWF 한국본부(이하 WWF)와 협력해 친환경 생활 습관을 독려하는 어린이용 환경 동화책을 제작해 왔으며, 작년에 이어 올해도 WWF와 초등학교를 직접 방문해 ‘WWF-P&G 탄소중립 및 전과정 평가 교육’을 실시했다.

    지난 12일 봉현초등학교에서 진행된 교육에서는 환경 보호의 개념과 실천 방안은 물론, 제품이 모든 단계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전과정 평가’를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춰 쉽게 설명했다. 이외에도 2024년 웹툰 작가 4인과 ‘지구보호 릴레이툰’ 인스타툰 제작, ‘가져와요 플라스틱 지켜가요 우리바다(가플지우)’ 캠페인을 펼치는 등 다양한 콘텐츠로 환경 보호 메시지를 친근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한 바 있다.

     

    따뜻한 손길로 어린이 환자의 치유 공간 재탄생

    ESG 지표 중 E(Environment, 환경)에 이은 S는 Social(사회)을 의미하며, 사회적 가치 창출과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를 포함한다. 한국 P&G 역시 이러한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기 위해 가족 모두의 행복한 삶을 통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패밀리케어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경제적 어려움이나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소외 계층을 위한 맞춤형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그 일환으로 2018년 서울특별시 어린이병원을 시작으로 2019년 보라매병원, 2025년 서울의료원 소아청소년과 리모델링을 지원했다. 성장기 소아 및 청소년은 다양한 질병에 노출되기 쉽고, 장기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아 세심한 케어가 필수적이기에, 한국 P&G는 대기실, 검사실 등 주요 공간을 안락하고 밝은 환경으로 재탄생시켰다. 또한, 올해 2월에는 한국P&G의 기저귀 브랜드 ‘팸퍼스’ 직원들이 서울의료원 소아청소년과를 찾아 봉사 활동을 진행하며 따뜻한 나눔을 실현했다.

     

    일상 속 도움이 필요한 곳을 향한 기부 활동

    한국 P&G는 긴급한 재난 상황으로 갑작스럽게 일상을 잃은 지역 사회에도 희망의 손길을 건네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장기간 지속된 대형 산불로 인한 피해 복구를 위해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은 580만 원을 포함해 총 5,580만 원을 기부했다. 앞서 2023년에는 폭우로 피해를 입은 청주, 대구 지역 학교의 시설 복구를 위한 3,000만 원을 전달했고, 2022년, 강원, 경북 지역 대규모 산불 이재민 구호를 위해 약 1억 1,000만 원의 성금을 기부하며 지역 재건에 힘을 보탰다.

    또한, 지난 2023년에는 시각장애인의 안전한 생활용품 사용을 돕기 위해 제품의 식별을 돕는 점자 태그를 제작하고, 약 2,900만 원 상당의 자사 제품을 사단법인 시각장애인연합회에 기부하는 등 안전하고 포용적인 일상을 위한 지원 행보를 이어갔다.

     

    사회적 가치 키우는 미래 인재에 대한 투자

    한편, 한국 P&G는 사회 공헌 활동을 인재 투자로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인재 채용 플랫폼 사람인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전체 채용 공고 수는 전년 대비 9.2%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만 해도 전년과 엇비슷한 수준의 전체 공고 수가 올해 급감하며 역대 최악의 고용 한파가 불어닥친 것이다. 한국 P&G는 이와 같은 어려운 고용 환경 속에서도 2025년 상반기 채용 전환형 인턴 모집을 통해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사회적 책임을 위해 힘썼다.

    한국피앤지 관계자는 “오늘날 기업이 나아가 할 방향은 우리 사회를 위한 지속가능한 성장과 포용적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다”라며 “P&G 또한 책임 있는 기업 시민으로서 다양한 일상 속에서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진정성 있는 노력을 지속하며 소비자들과의 신뢰를 굳건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P&G 회사 소개

    P&G는 소비자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오늘의 변화를 추구하는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이다.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브랜드 포트폴리오로 더 편리하고 기분 좋은 오늘, 더 건강하고 안전한 오늘을 선사하고 있다.

    대표적인 브랜드로는 SK-II®, 질레트®, 오랄-비®, 팬틴®, 헤드앤숄더®, 페브리즈®, 다우니®, 팸퍼스®, 브라운® 이 있다. 188년 역사를 가진 P&G는 전세계 약 70여 개국에 자회사 및 지사를 두고 있다. P&G 및 자사 브랜드에 대한 최신 뉴스 및 상세 정보는 http://www.pg.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P&G 웹사이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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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농사를 알 것 같다”고 말하는 30년차 농부에 대한 기록 https://ppss.kr/archives/267982 Tue, 17 Jun 2025 03:38:56 +0000 http://3.36.87.144/?p=267982 계절이 바뀔 때마다 우리 엄마의 전화통엔 불이 난다. 일명 옥수수 아저씨, 현미 쌀 아줌마, 서리태 아저씨, 천일염 아줌마 등 전국의 수많은 아저씨와 아줌마에게 전화를 걸어야 하는 까닭이다. 전국 팔도에 걸쳐 그 이름이 하나씩 있다. 그런 엄마의 전화부가 부러웠을까. 나도 때가 되면 전화하는 사람이 있다. 그의 옥수수를 먹고 넘어가지 않으면 그해 여름엔 유죄다. 올해는 그에게 다른 용건으로 전화했다. 일명 ‘대표님’.

    십 년 전 사업 진행 실무자와 작목반 대표로서 그를 처음 만났다. 지금은 직거래 구매자로서, 그의 토마토를 구하기 위해 봄부터 그에게 몇 번이나 전화를 걸었는지 모르겠다.

    물 좋고 산 좋은 양평에서 삼십 년째 농사를 짓는 농부 노국환 대표. 뭇 유명인사나 사업가의 인터뷰는 세상에 차고 넘쳐나는데, 내가 아는 농부의 이야기는 없다. 그래서 직접 기록한다. 한여름을 새겨 넣는 지극히 개인적인 아카이빙이긴 하지만, 반면 최대한 많은 이가 읽었으면 하는 건 욕심일까.

    여러 버전의 글을 썼지만, 지루하고 딱딱해도 문답 형식을 택했다. 한껏 멋 부린 낱말이 어째 좀 머쓱했다. 이 글을 읽겠다고 결심했다면, 부디 끝까지 보길 바란다.

    Q. 한여름이다. 그야말로 농번기다. 어떻게 지내시나.

    새벽부터 분주하다. 볕이 뜨거워지기 전에 밭일을 해야 해서 일찍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한여름이라 채소가 쑥쑥 자란다. 게다가 나는 노지 자연농사(비닐하우스나를 짓지 않고, 화학비료, 농약 등 인위적인 재배방식을 배제하는 농법)를 추구하지 않나. 이 더운 날 나만 지치겠나, 열매도 잎도 다 지친다. 그러니까 더 때에 맞게, 늦지 않게 밭을 돌봐야 한다. 여하간 그날 딸 것들을 다 따면, 농산물꾸러미(정기 농산물 구독 서비스)를 위해 집품하고, 근처 생협에도 갖다 놓는다. 해가 중천이면 그날 일이 얼추 마무리된다. 덕분에 긴 하루를 보내고 있다.

    Q. 한때는 땅에 씨앗을 심으면 절로 열매가 주렁주렁 달리는 줄 알았다. 물론 농부의 역할과 그 노고를 아예 몰랐다는 건 아니지만, 이 더운 날에도 매대에 진열된 번쩍번쩍 채소와 과일을 보면 바로 이 상황을 떠올리긴 어렵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럴 거다. 최근 들어 소비자와의 관계 변화를 느끼는가.

    코로나 이후로 많은 것이 변했다. 예전에는 농촌에서 행사나 체험 활동을 열면, 가족 단위로 많이 왔는데 요샌 참여율이 현저히 낮아졌다. 게다가 사람들은 ‘가족’, ‘공동체’ 단위의 활동보다 ‘개인’, ‘소규모’를 지향하는 추세인 것 같다. 그러니 이런 단체 활동을 선호하지 않는다. 예전에 비해 소비자를 직접 만날 기회가 줄어든 것이다.

    한 가지 더, 확실히 채소 소비가 덜한 것 같다. 식생활이 바뀐 것도 한몫한다. 그리고 젊은 소비자를 만나기 어렵다. 그에 비해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연령대가 높아지고 있다. 갈수록 (농부와 소비자의) 간극이 더 커지는 느낌이다.

    Q. 아마 요새 사람들은 개인의 취향이나 선호, 혹은 자극에 따라 움직이는 성향이 강해서인 것 같다. 거기에 SNS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따라 (온라인으로) 모이고 또 흩어진다. 말씀하신 대로 코로나 이후로 대면 만남이 부담스러워진 것도 사실이다.

    그런 이유로 주변에서 SNS를 권한다. 가끔 적채가 되면 SNS에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청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꾸준히 관리하기가 쉽지도, 익숙하지도 않다. 게다가 경험을 비교하는 게 익숙한 세상 아닌가. 그런 것을 고려하면 농촌에서의 경험이 얼마나 비교 우위에 있을지 싶다.

    앞서 말한 대로 예전에는 꼭 SNS가 아니더라도 일을 벌이면(행사나 축제를 열면), 많은 사람들이 와서 즐기곤 했는데 이젠 농촌 사람들이 거의 오질 않는다. 그 인기 많던 딸기 농장 체험도 참여율도 많이 낮아진 걸로 안다. 그래도 사람들(소비자)을 자주 만나야 할 텐데, 솔직한 말로는 요새 일을 벌이기가 걱정부터 된다.

    Q. SNS의 장단점이 확실한 것 같다. 최근에 SNS의 도움을 받은 적도 있다던데.

    그렇다. 지난겨울 고구마가 창고에서 썩을 뻔했다. 생산량이 많아서 주 판로인 근처 생협에 시세보다 조금 낮은 가격에 수매해 달라고 했다. 그런데 당시 정부에서 소비자에게 농산물 할인 쿠폰을 지원했는데(농산물 출하량 증가로 소비 촉진을 위한 할인 지원 제도), 오히려 그 제도 때문에 내 고구마는 팔지도 못하고 뒷전으로 밀려났다. 어떻게 된 일인고 하니, 그게 일종의 ‘판매 코드’가 잡혀야 할인을 적용받는데, 나는 소규모 농가라 그 코드가 잡히질 않았던 거다. 소비자는 당연히 할인쿠폰이 적용되는 상품을 원하는 게 당연하다. 그렇게 이마저 안 되는구나 하는 순간, 어느 발 넓은 분이 본인 SNS에 내 사정을 설명하는 글을 올린 거다.

    Q. 맞다. 그래서 나도 그 고구마 샀다. 정말 맛있었는데… 그래서 저도 올릴까요 하니까 벌써 다 팔렸다고 하셨다(웃음).

    오랫동안 끙끙 앓던 것이 그렇게 며칠 새 해결되는 것을 보고 SNS의 장점에 대해 알게 된 거다. 잘 활용하면 오히려 나같이 소규모 농부에겐 좋은 일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그렇게 본인 플랫폼을 잘 활용하는 농부도 있는 걸로 안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Q. 비록 지금은 얼굴을 몰라도 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예전엔 그렇지 않다고 들었다. 지난 삼십 년 동안 누군가의 밥상에 끊임없이 기여해 왔는데, 기억에 남는 일이 있는가.

    물론. 해마다 전화로 내 배추를 구입하던 소비자가 있었다. 배추를 심을 때가 되면 꼭 가을장마가 시작되는데, 그렇다 보니 젖은 밭에다 어쩔 수 없이 배추를 심게 된다. 그러다 날이 추워지면서 진 밭이 딱딱해지니까 배추 뿌리의 발육이 덜 된다. 어떨 때는 그 과정에서 배추에 쓴맛이 날 때가 있다. 여하간 그해 배추가 좀 썼나 그랬을 거다. 그 이후로 한 번 더 그랬나… 우연인지 그 후로는 그 손님이 주문하지 않는다(웃음). 사실 인위적인 방식 마다하고 땅과 열매에도 좋다는 유기농법을 고수하면서 정작 맛이 잘 들지 않으면 농부로서 그렇게 자존심이 상하고 그렇다. 이후에 배추씨를 심을 때마다 그분이 생각난다. 올해 잘 되면 그냥 공짜로 가져다드릴까 하는. 그동안 맛있게 먹어준 게 정말 고마우니까. 종종 그런 생각을 한다.

    Q. 결국 그런 에피소드는 역시 직거래로부터 이루어지는구나 싶다. 그렇다고 이 시대에 모든 농산물이 직거래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기에는 유통 플랫폼이 거대하고, 소비자로서는 이용하기 편하기도 하고. 결국 유기농·제철이라고 하는, 그러니까 대표님과 같은 ‘다품종, 소량생산’하는 분들이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드는 것이 아닌가.

    모든 시스템이 너무 대형 농업, 대형 유통 중심으로 짜여있다. 아까 말한 고구마의 경우를 봐도, 그나마 농부친화적이라는 로컬푸드 매장이나 생협에 출하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는 거다. 아마 소비자와 더 멀어지게 된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일 거 같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GAP니 무농약이니 유기농이니 하는 인증제에 기대어 농산물의 정보를 얻곤 한다. 그 마크를 보고 농산물을 판단하지 어느 농부의 무엇으로 판단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합리적 소비만 하면 되고, 더 이상 서로를 알 필요도 없다.

    사실 인증제가 오히려 우리에게 편한 것도 있다. 일일이 이건 유기농, 이건 무농약 이런 설명을 하느니 인증 하나로 딱 알아주니까 더 편한 측면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인증제 자체는 ‘결과 중심’이라 농부로서 좀 아쉬운 부분이 있다.

    그리고 아무리 적기에 농사일을 한다고 해도, 농사라는 게 마음처럼 잘 안될 때가 있다. 관행농이나 유기농, 무농약, 그리고 나처럼 제철 노지농사를 짓는 농부 모두는 잘 알 거다. 그럼에도 유통계에서는 ‘지속 공급, 안정 출하’만을 요청한다.

    나는 여전히 그들의 웃는 얼굴을 찍기가 부담스럽다

    Q. 인증제에 대한 우려를 언급했는데, 어떤 부분인가.

    유기농에 대한 국제 기준만 보더라도 비닐하우스가 농지의 (정확하지는 않지만) 10% 미만일 때, 인증 조건을 채우는 거라고 들었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비닐하우스는 되고, 농약과 화학비료만 쓰지 않는다고 유기농이라고 할 수 있을까? 말 그대로 ‘유기’라는 의미는 유기적인 관계, 조직, 균형을 말하는 것이다.

    유기농은 땅과 사람의 관계에 대입해 보면 그 뜻이 선명해진다. 비닐하우스 유지를 위해 부가적인 자재를 쓰고, 화석 연료를 땐다면 땅과 사람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는 게 전부는 아닐 텐데 말이다. 애초에 유기농법이라는 것이 근대화, 산업화를 거치면서 무차별적으로 농약을 사용하다가 사람에게도, 자연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되어 이에 대한 반성으로 시작한 것인데, 이전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게다가 유기농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의 ‘과정’보다, 농약 검출 여부, 경과 시간 등을 위주로 보는 ‘결과’ 중심인 것도 아쉬운 마음이 있다. 이 방식을 유지하는 게 과연 지속가능할까.

    Q. 그럼에도 일명 농사씬의 끝판왕이라는 제철, 노지 농사를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나라 인증제라는 그릇에 담기엔 음식이 꽤 큰 셈인데.

    먹을거리를 위하나, 농업을 위하나 제철 농사를 짓는 것이 더 나은 길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건 농부 본인의 권리다.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지속 가능한 농사를 짓겠다고 결심하고, 그 권리를 지킨 것이다. 농사도 ‘업’이다. 최종 책임과 권리는 농부 본인에게 있는 거다. 삼십 년을 해보니 이런저런 노하우가 생기기도 했다.

    작물이 크는 데에는 수분, 양분, 온도 세 가지 조건이 잘 맞아야 한다. 이걸 인위적인 방법 없이 맞추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지력 유지작물(수확을 목적으로 심는 것이 아닌 땅심을 키우기 위해 심는 작물)을 심거나, 혼합 유박을 사용한다거나, 최소한의 비 가림(시설)을 한다거나 하는 등 지난 삼십 년간 별별 방법을 써봤다. 수차례 시행착오를 겪다가 우연찮게 효과적인 방법을 찾기도 하는 게 농사다. 올해는 토마토가 그렇다. 이제 농사를 좀 알 것 같다.

    Q. 귀를 의심했다. 삼십 년 차 농부인데, ‘이제’ 농사를 알 것 같다니. 제가 제대로 들은 게 맞나(웃음).

    진짜다. 농사라는 게 농부마다 자기만의 방식이 있다. 아무리 같은 채소라도 농부마다 키우는 방식이 약간씩 다르다. 땅심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 왈가왈부할 수 있는 영역도 아니다. 그래서 다른 농부의 조언을 받아들이고 적용하는 게 쉽지 않다. 오로지 스스로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기 땅에 대해 잘 아는 것만이 방법이다.

    한 삼 년간 해서 잘되면 이 품목은 이렇게 하는구나, 하면 이 방식이 맞는구나 할 텐데 이듬해엔 같은 방식으로 해도 틀어지는 게 농사다. 특히 나는 여러 품목을 소량씩 생산하다 보니 해마다 품목이 약간씩 바뀌기도 해서, 데이터를 축적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나마 올해는 토마토 감을 좀 잡은 거 같다. 이제 좀 알 것만 같다.

    Q. 십 년 전 대표님 토마토를 정말 맛있게 먹었던 이로썬 이런 비하인드가 있는 줄 몰랐다.(웃음) 올해도 그 토마토를 맛볼 수 있어서 기쁘다. 마지막 질문이다. 한여름에 이 농산물만은 꼭! 먹어야 하는 채소를 알려주시라. 일명 노국환의 픽!이라고 할까.

    토마토, 호박, 가지, 고추, 호박순, 깻잎, 오이, 양배추. 이것들이 한여름에 가장 영양이 꽉 차고 맛이 좋다. 가장 많이 수확이 되어서 가격도 싸다. 되레 엽채류는 봄, 가을이 제철이다. 지금 시장이나 마트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채소가 그야말로 ‘제철’이다. 싼데 일 년 중 영양이 꽉 들어차 있기도 하다. 제철에 난 채소는 그 시기 우리 몸에 필요한 채소이기도 하다. 제철 채소를 먹는 건 값비싼 한겨울 과일을 사 먹는 것보다 소위 훨씬 ‘합리적인’ 소비일 거다. 가장 싼 채소를 많이 드시라. 이거면 충분하다. 여름 보양이랄 것이 따로 없다.

     

    마치며

    글을 정리하다 보니, 내 질문이 얼마나 우매한지 알게 되었다. 지난 삼십 년간 그는 이미 숱하게 자문하며 몸소 그 답을 실천해 왔을 텐데, 마치 이미 색이 다 바랜 질문을 한 것만 같았달까. 오랜만에 와서는 내가 뭐라도 되는 양 그에게 질문을 쏟지 않았나 하는 우려도 들었다.

    그러나 그는 우매함에 현명하게 답해주었다. 나는, 아니 도시의 우리는 언제쯤이면 그들에게 현명한 질문을 던질 수 있을까. 오늘 밤도 축축하다.

    원문: 오가닉씨의 브런치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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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초, 병원성 세균을 걸러 주는 ‘천연 필터’입니다 https://ppss.kr/archives/266966 Tue, 27 May 2025 06:24:35 +0000 http://3.36.87.144/?p=266966
    출처: Cornell University

    해초(seagrass)는 육지에서 살던 개화 식물이 백악기 후기에 다시 물로 들어간 식물입니다. 남극 대륙을 제외한 전 세계의 얕은 바다에 뿌리를 내리고 번성하고 있습니다. 해초가 만드는 목초지(seagrass meadows)는 많은 해양 생물이 살 수 있는 보금자리로 해양 생태계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조리흐 램 교수와 코넬 대학의 드류 하벨 교수(Joleah Lamb, assistant professor at the 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 Charlie Dunlop School of Biological Sciences, Drew Harvell, professor emerita of ecology and evolutionary biology at Cornell)가 이끄는 연구팀은 도시 인근 바다에 있는 해초가 항생제 내성을 지닌 병원균을 65%나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얕은 바다에 있는 해초들은 육지에서 온 입자들을 거르는 천연의 필터 역할을 합니다. 연구팀은 이 가운데 인간의 질병을 일으키는 박테리아를 얼마나 제거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 주의 퍼젯 사운드 해변(Puget Sound beaches)의 20곳에서 홍합을 채취해 아가미 속에 있는 세균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주변에 해초가 있는 경우 병원성 세균의 빈도가 65%까지 크게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도시 앞 해초 목초지가 병원성 세균의 필터 역할을 해준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준 것입니다. 연구팀은 이전 연구에서 인도네시아에서도 해초가 병원성 세균의 숫자를 50% 정도 줄인다는 점을 밝혀냈습니다. 이를 종합하면 열대 바다이든 온대 바다이든 간에 해초가 세균을 걸러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밥 프릴과 SeaDoc Society가 제작한 영상. SeaDoc Society 디렉터 조 게이도스가 내레이션을 맡았습니다. / 출처:  SeaDoc Society

    최근 항생제 내성균이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항생제 사용량이 많아지면서 생활 하수를 통해 유입되는 항생제 내성균 역시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하수 처리 시스템으로는 이 세균을 모두 없앨 수 없기 때문에 환경에 자꾸만 내성균이 흔해지는 일을 막기 힘듭니다.

    ​문제는 이렇게 퍼진 항생제 내성균이 다시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경우입니다. 물속에 있는 세균은 결국 해산물로 옮겨가 우리에게 다시 돌아옵니다. 아무리 열로 조리한다고 해도 요리 과정에서 죽지 않은 세균이 뭍어 우리 주변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해초가 이런 세균들을 걸러 주는 자연의 필터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해초가 세균에 감염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으나, 우리가 이 해초를 먹진 않기 때문에 적어도 식품 안전에서는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 김, 미역은 전혀 종류가 다른 해조류입니다)

    ​연구팀은 환경 오염과 지구 온난화 등으로 인해 해초가 매년 감소하는 추세라며, 이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해양 생태계를 보호하고 해산물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해초를 보호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원문: APERTURE LABORATORIES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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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의 탄소 배출, 데이터 시각화로 관리할 수 있을까? https://ppss.kr/archives/267828 Fri, 20 Dec 2024 02:52:45 +0000 http://3.36.87.144/?p=267828 유난히 더웠던 이번 여름, 여러분은 탈 없이 보내셨나요? 해가 져도 가시지 않는 더위에 밤늦게까지 에어컨을 틀어야 했는데요. 올해 서울에서는 34일 연속으로 열대야가 나타나면서 기상 관측 이래로 가장 긴 열대야 기록을 세웠다고 합니다. 기후 전문가들은 ‘올해가 관측 사상 지구촌의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어요.

    점점 더 뜨거운 여름을 맞이할 우리에게 기후변화는 생존과 직결된 중대한 문제입니다. 우리의 일상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살아갈 미래 세대의 삶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텐데요. 지난 8월 우리나라 헌법재판소에서 ‘정부의 기후 위기 대응이 부족하면 국민의 기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결정이 나오면서, 지금의 정책이 미래 세대의 삶을 보호하지 못한다는 주장이 법적으로 확인되었어요. 미래 세대에 대한 현세대의 책임이 다시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기후 위기의 주요 원인이 되는 기업에게도 대응할 의무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기업의 기후 위기 대응의 일환으로, 세계 곳곳에서는 기업이 얼마나 많이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지 공개하는 ‘탄소 배출량 정보 공시’를 의무화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움직임에 기업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오늘은 지난 8월 발생한 기후 소송 이슈와 함께, 기업의 리스크 대응 방안으로써 시각화 대시보드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여러 기후 위기 관련 지표 중 보다 구체적인 예로 ‘탄소 배출량’을 시각화한 대시보드 사례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1. 시급한 기후 위기 대응, 기업이 해야 할 일은?

    1) 미래 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기후 위기

    지난 8월, 헌법재판소에서 역사적인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아시아 최초로 기후 소송의 헌법불합치 판결이 나왔는데요. 지금의 탄소중립기본법이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아서, 미래 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것이 소송의 요지입니다.

    탄소중립기본법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만들어진 법으로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데요. 해당 법에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로 감축해야 한다는 목표가 규정되어 있지만, 그 이후의 목표가 없다는 것이 한계점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정부가 ‘2050년 탄소 중립의 목표 시점에 이르기까지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감축을 실효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장치가 없으므로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했다’고 보고, 소송 청구인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 탄소 중립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 증가를 막기 위해 인간 활동에 의한 배출량을 감소시키고 흡수량을 증대하여 순배출량이 ‘0’이 되는 것, ‘넷제로(Net-Zero)’라고도 부름. (출처: 탄소중립 정책포털)

    국내 기후헌법소원 현황 (출처: 그리니엄)

    소송에 참여한 대리인에 따르면, 이번 결정이 ‘기후 위기 대응에 관한 국가의 헌법적 보호 의무를 처음으로 인정’한 데 의미가 있다고 하는데요. 미흡한 기후 위기 정책이 미래 세대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고, 정부가 국민에 대한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판결은 미래 세대를 위한 현세대의 책임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더욱 활발하게 만들었는데요. 개인을 비롯한 정부, 국회, 기업 등 다양한 주체들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책무를 다하고 있는가에 대한 자문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어요.

     

    2) 기업의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Scope 3 공시

    특히 기업의 경우 경제 활동에 관한 사회적 책임 이행 차원으로 기업을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정보 공개를 요구받고 있는데요. 기업의 탄소 배출량을 세 가지로 나누어 산정하는 ‘Scope 1, 2, 3’이 대표적인 측정 범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과 보고 표준 (출처: AVARNI)

    이중 Scope 3은 최근 국제사회에서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업에게 의무적으로 정보를 공개하도록 요구되는 범주입니다. Scope 3은 기업이 직접 소유하거나 관리하지 않아도, 공급망 안에 포함되는 모든 시설과 협력 업체 등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을 전부 포괄하는 개념인데요. 협력사에서 가동하는 공장부터 직원이 출장을 가는 길에 타는 비행기, 소비자가 기업 제품을 사용하고 폐기하는 데까지 기업 공급망 전체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해당합니다. 기업이 운영하는 공장이나 제품 운송 과정에서 직접 배출하는 탄소량만을 의미하는 Scope 1이나 기업이 외부에서 구매한 에너지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만을 의미하는 Scope 2보다 훨씬 큰 범위의 탄소 배출량을 의미하죠!

    EU 등 주요국에서 Scope 3에 대한 공시 기준을 마련하고 시행을 준비하기 시작함에 따라 국내에서도 공시 의무화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4월 ‘2026년 이후 Scope 3 의무 도입 계획’의 초안이 발표된 만큼, 우리나라 기업들도 공급망의 탄소 배출량 측정 및 관리 역량 보유가 관건이 되었습니다.

    기업들은 공급망 전체의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취합하고 분석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을 텐데요. 이어서 탄소 배출량 데이터 관리를 하고자 하는 기업에게 유용할 다양한 탄소 배출량 시각화 차트 사례를 알아보겠습니다.

     

    2. 목적에 따라 다르게 보는 탄소 배출량 시각화

    탄소 배출량 데이터를 관리하기 위해 다양한 시각화 방법을 활용할 수 있지만, 효과적으로 시각화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데이터를 어떤 목적으로 보고 싶은지를 정확히 정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데이터를 어떤 목적으로 볼 것이냐에 따라서 활용할 수 있는 시각화 유형이 달라지기 때문인데요. 탄소 배출량 데이터로 도출할 수 있는 세 가지 주제의 인사이트마다 적합한 시각화 유형을 살펴보겠습니다!

    1) 연도별 탄소 배출량의 변화를 확인하고 싶을 때

    연도별 탄소 배출량 막대 차트 (출처: Salesforce)

    가장 먼저 기업의 입장에서 모니터링 해야 하는 데이터 인사이트는 무엇일까요? 바로 시계열에 따른 탄소 배출량의 변화입니다. 기업에서 배출하는 탄소의 양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항목인데요. 이에 적합한 시각화 사례를 알아보겠습니다!

    위 시각화는 2016년부터 2022년까지의 연도별 탄소 배출량을 나타낸 누적 막대 차트입니다. 막대가 시간 순서대로 정렬되어서, 막대 높이의 변화를 통해 지난 시간 동안의 데이터 변화 추이를 확인할 수 있는데요. 사례를 보면 2016년부터 2021년까지는 탄소 배출량이 2.2~2.5M 수준으로 유지되다가, 2022년에 들어 전체 배출량이 약 6M로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이 눈에 띕니다.

    사례에서 사용한 누적 막대 차트는 항목별 데이터 조각을 쌓아 데이터를 표현하는 시각화 유형입니다. 막대 전체 길이를 기준으로 데이터를 비교할 수 있고, 막대별 조각으로 세부 항목별 데이터를 비교할 수도 있어요. 위 차트에서는 탄소가 배출된 출처별로 막대 조각을 분류하고, 각기 다른 색상으로 나타냈습니다. 범례를 보면, 출처는 고정 오염원(Stationary Sources), 차량(Vehicles), 스코프 3(Scope 3), 기타로 분류됩니다.

    범례를 바탕으로 차트를 해석해 보면, 2016년부터 2021년까지는 Scope 3으로 배출된 양이 전부였으나 2022년의 경우 탄소 배출 출처가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2년 막대의 경우 고정 자산과 기타 출처로부터 배출된 탄소량이 각각 3M, 2.8M로 전체 배출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Scope 3으로 배출된 양은 크게 감소했습니다. 따라서 2022년에는 전체 탄소 배출량이 급격하게 늘었지만, Scope 3으로 배출된 양은 대폭 줄어들었다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2) 특정 기간과 비교하여 탄소 배출량의 차이를 확인하고 싶을 때

    기간 대비 Scope 3 탄소배출량 도넛차트 (출처: Salesforce)

    앞서 데이터를 시계열 순서에 따라 확인했다면, 특정 기간과 1:1로 비교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시각화 방법도 알아보겠습니다. 매년 탄소 배출량 감소에 더 큰 노력을 쏟는 기업 입장에서는 전년도에 비해서 얼마나,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그 효과를 직관적으로 비교해보고 싶을텐데요!

    위 시각화는 Scope 3 탄소 배출량을 카테고리별로 확인할 수 있는 도넛 차트입니다. 선택 기간(Selected Period)과 비교 기간(Comparison Period)을 지정해서 카테고리별 탄소 배출량 비중과 값을 대조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인데요. 두 도넛 차트를 동시에 확인함으로써, 시차를 두고 카테고리별 탄소 배출량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위 사례에서는 선택 기간(왼쪽 차트)을 2022년, 비교 기간(오른쪽 차트)을 2021년으로 조회해 보았는데요. 각 차트 중앙의 텍스트를 비교해 볼 때 Scope 3 배출량이 2.4M에서 195k로 대폭 감소했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차트에서는 투자(Investments)와 구매한 상품 및 서비스(Purchased Goods and Services)라는 두 가지 카테고리를 각각 연두색과 청록색 조각으로 표현했는데요. 조각의 면적을 서로 비교하면, 전체 데이터에서 각 요소가 차지하는 비중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선택 기간(왼쪽 차트)의 경우 청록색 조각의 면적이 연두색 조각보다 큰 것을 알 수 있는데요. 비교 기간(오른쪽 차트)의 경우 청록색, 연두색 조각의 면적이 동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2022년 투자로 인한 탄소 배출량의 비중이 높아진 것 역시 알 수 있습니다.

    3) 공급처별 배출량을 비교하고 싶을 때

    공급망의 Scope 3 탄소 배출량 막대 차트 중 일부 (출처: Salesforce)

    앞서 언급했듯이 Scope 3 범위는 기업이 직접 소유하거나 관리하지 않아도, 공급망 안에 포함되는 모든 시설과 협력업체 등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을 전부 포괄하는데요! 따라서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해, 기업은 공급망 내 탄소를 많이 발생시키는 공급처가 어디인지 검토하여 협력 관계를 관리해야 합니다.

    이때 공급처별 탄소 배출량을 나타낸 위 막대 차트를 참고할 수 있는데요. 사례를 보면 왼쪽부터 순서대로 선택 기간의 탄소 배출량, 비교 기간의 탄소 배출량, 그리고 이 두 기간 사이의 변화율을 나타내는 가로형 막대 차트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차트의 Y축에는 공급망에 속한 공급처의 이름이 나열되어 있어요.

    예를 들어 두 번째 행에 위치한 ‘Glasgow Catering’ 기업의 탄소 배출량을 살펴볼까요? 2021년인 두 번째 차트(비교 기간)에서는 배출량이 470이었다가, 2022년 첫 번째 차트(선택 기간)에서는 88로 줄어듭니다. 따라서 세 번째의 보라색 막대 차트로 해당 기업의 배출량 변화율은 -81.28%인 것을 확인할 수 있어요. 만약 기업이 공급망 내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렇게 각 공급처의 배출량과 그 변화율을 비교해 보고, 탄소 배출량을 줄여나가고 있는 업체와 협력을 강화하고, 탄소 배출량 변화가 미미한 공급처는 더욱 직접적인 관리 방안을 실행하는 등의 액션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한편, 이 시각화 사례의 아쉬운 점 한 가지는 첫 번째 차트(선택 기간)와 두 번째 차트(비교 기간)의 X축 범위가 서로 다르다는 점인데요. 각 차트 안에서 공급처끼리의 배출량을 비교하기엔 용이하지만, 선택 기간과 비교 기간의 배출량을 막대의 길이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어요. X축 범위를 동일하게 조정하면 두 기간의 배출량 차이를 막대 길이만 가지고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에디터의 한마디

    지금까지 기업 차원의 기후 위기 대응 책임을 묻는 ‘공시 의무화’ 이슈와 함께, 공급망의 탄소 배출량 관리를 위한 시각화 사례를 살펴봤습니다. 이번 글에서 살펴본 다양한 시각화 차트를 한 화면에 모아서 배치하면 아래와 같은 대시보드로 나타낼 수도 있는데요.

    Scope 3 탄소 배출량 대시보드 (출처: Salesforce)

    하나의 대시보드에 여러 차트를 배치하여 종합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새로운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탄소 배출량 연간 추이 변화에 영향을 준 세부 카테고리는 무엇인지, 공급처는 어디인지를 함께 확인해서, 공급망 내 탄소 배출량 관리 방안을 보다 종합적으로 세울 수 있습니다.

    사실, 기업 입장에서 공급망 전체의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고 관리하는건 꽤나 어려운 일입니다. 데이터를 측정하고 수집하는 데 비용이 많이 발생하기도 하고, 공급망의 어느 지점까지 데이터를 측정하고 수집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와 결정도 필요하죠. 공급망에는 여러 국가에 위치한 업체와 시설이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징후를 체감하고 있듯이 기후 위기는 모든 주체가 참여해야 하는 시급한 사안입니다. 이러한 ‘기후 리스크’에 대처하기 위해선 효율적인 데이터 관리와 이에 기반한 의사결정이 필요한데요.

    앞서 살펴본 Scope 3 대시보드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기후 데이터를 데이터 시각화로 나타내면 기업이 기후 위기에 얼마나 잘 대응하고 있는지를 가시화할 수 있습니다. 기업의 효과적인 기후 리스크 관리를 위해 시각화를 도입해보면 어떨까요?

    원문: 뉴스젤리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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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 진단되는 천식 환자 중 1/3이 초미세먼지와 연관되어 있다 https://ppss.kr/archives/267832 Mon, 02 Dec 2024 01:56:39 +0000 http://3.36.87.144/?p=267832
    Graphical abstract. Credit: One Earth (2024). DOI: 10.1016/j.oneear.2024.09.022

    전 세계적으로 천식 환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전체 천식 케이스 가운데 1/3은 초미세먼지 (particulate matter (PM2.5))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미세먼지 중에서 2.5 마이크로미터 이하 크기의 초미세먼지는 기관지 안쪽까지 쉽게 들어가 자극과 염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천식의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쉽게 유추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이에 대한 연구도 많이 되어 있지만, 상당수 연구가 대기질이 좋은 편인 선진국에 집중되어 있다는 제한점이 있습니다.

    ​독일 막스 플랑크 화학 연구소의 뤼징 니 박사(Dr. Ruijing Ni)가 이끄는 연구팀은 전 세계에서 발표된 관련 연구에 대한 메타 분석을 시행해 초미세먼지가 천식 발생 위험도를 얼마나 증가시키는지 조사했습니다.

    2019년 22개국 68개의 연구에 포함된 2500만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연구팀은 새로 진단되는 천식 환자 연간 3000만 명 중 1/3 정도인 1140만 명의 천식과 초미세먼지가 연관되어 있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천식 환자는 전 세계 인구의 4%에 해당하는데, 이번 연구에 따르면 이 가운데 우리나라 인구보다 많은 6350만 명이 초미세먼지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성인보다 기관지가 작은 소아에서 더 많은 연관성이 나타났습니다. (상단 이미지 참조)

    ​물론 이는 대기질이 상대적으로 좋은 선진국에서는 비중이 낮은 편으로, 독일의 경우 11% 정도만이 초미세먼지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전체 인구로 보면 절대 적은 숫자가 아닙니다.

    Image by mdjaff on Freepik

    ​이번 연구는 초미세먼지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번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번 겨울에도 어김없이 다가올 문제라 더 신경 쓰일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원문: APERTURE LABORATORIES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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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냄새나는 과일 두리안이 커피 가격 상승의 원인이라고? https://ppss.kr/archives/267463 Sat, 19 Oct 2024 04:29:22 +0000 http://3.36.87.144/?p=267463 ※ BBC의 「How the world’s smelliest fruit is making coffee more expensive」를 번역한 글입니다.


    카페인을 보충하는 데 얼마가 들어야 비싼 것일까? 런던에서 커피를 마시는 데 5파운드, 뉴욕에서 마시는 데 7달러가 든다면? 상상할 수 없는 가격일 것이다. 그런데 세계 최고의 커피 생산지에서 경제와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이 가격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애널리스트 주디 게인스는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거래되는 볶지 않은 커피 원두의 가격이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작황 부진, 시장의 힘, 비축량 고갈,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냄새가 심한 과일을 원인으로 꼽는다.

    대체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걸까? 이 사태는 모닝 라떼의 가격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두리안, 커피 가격 상승의 문제로 떠오르다?

    2021년, 세계 최대 아라비카 원두 생산국인 브라질에서 이상 서리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면서 바리스타가 만드는 커피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아라비카 원두의 작황이 완전히 붕괴됐다. 원두가 부족해지자, 구매자들은 인스턴트 블렌드에 주로 사용되는 로부스타 원두의 주요 생산국인 베트남 같은 국가에 눈을 돌렸다.

    하지만 그곳의 농가들은 1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에 직면한 상태였다. 호치민의 커피 컨설턴트인 윌 퍼스에 따르면, 기후 변화는 원두 수확량에도 영향을 미쳤다. 커피의 작황이 나빠지자, 베트남 농가들은 냄새가 나는 노란색 과일인 두리안으로 눈길을 돌린 것이다.

    두리안은 냄새 때문에 태국, 일본, 싱가포르, 홍콩 등지에서 소지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금지된 과일이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베트남의 중국 두리안 시장 점유율은 2023년과 2024년 사이에 거의 두 배로 증가했다. 일부에서는 커피보다 수익성이 5배 높은 작물이라고 추정한다. 그래서 베트남 농가들은 이 신흥 시장에서 돈을 벌기 위해 작물을 커피에서 두리안으로 대체하고 있다.

    베트남의 농가들은 시장 가격에 따라 변덕스럽게 대응합니다. 과잉 생산을 한 다음 새로운 작물의 물량을 시장에 쏟아낸 역사가 있죠.

    • 윌 퍼스

    국제 커피 기구에 따르면, 중국에 두리안이 넘쳐나면서 6월 로부스타 커피 수출은 전년도 6월 수출량에 비해 50% 감소했다. 현재 재고는 ‘거의 고갈된 상태’에 이르렀다.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페루, 우간다의 수출 업체들이 생산량을 늘리고 있지만, 타이트한 시장을 완화할 만큼 충분한 양을 생산해내지는 못하고 있다.

    로부스타의 수요가 증가하기 시작한 바로 그 시점이, 전 세계가 공급을 늘리기 위해 애쓰고 있을 때였습니다.

    • 주디 게인스

    즉, 로부스타와 아라비카 원두는 현재 원자재 시장에서 거의 사상 최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커피 시장의 폭풍

    변화하는 글로벌 커피 경제가 번화가 커피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까? 대답은 ‘가능성이 있다’다. 도매업자 폴 암스트롱은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곧 영국에서 카페인을 보충하기 위해 5파운드 이상을 지불해야 하는 ‘미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본다.

    현재로서는 완벽한 폭풍입니다.

    암스트롱은 이스트미들랜드에서 카라라 커피 로스터를 운영하고 있다. 남미와 아시아에서 원두를 수입해서 로스팅하고 판매한다. 그는 최근 물가 상승을 감안해 가격을 인상했지만, 그 이후로 비용이 ‘더 높아졌다’고 말한다.

    앞으로 몇 달 안에 일부 계약이 종료되기 때문에, 그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페는 곧 고객에게 높은 비용을 전가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퍼스는 업계의 일부 부문이 다른 부문보다 더 많이 노출될 것이라고 말한다.

    가장 큰 혼란을 겪게 될 분야는 상업적으로 대량 생산되는 커피입니다. 인스턴트커피, 슈퍼마켓 커피, 주유소 커피 등 모든 것이 올라갈 전망입니다.

    한편, 업계 관계자들은 커피의 높은 시장 가격이 반드시 소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브라질의 FAFCoffees의 CEO인 펠리페 바렛토 크로체는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그는 원두 가격보다는 임대료와 인건비 등 ‘일반적인 인플레이션 비용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컨설팅 업체 알레그라 스트래티지스는 원두가 커피 한 잔 가격의 10% 미만을 차지한다고 추정한다.

    커피는 집에서 직접 만들면 사치품 중에서는 여전히 매우 저렴한 축에 속합니다.

    또한 저품질 원두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고품질 커피의 가치가 더욱 조명받을 것이라고 말한다.

    런던의 스페셜티 커피숍에 가서 커피를 마시는 것과 코스타 커피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의 가격 차이는 예전보다 훨씬 작아졌습니다.

     

    흐린 미래 전망

    크로체에 따르면, 전 세계 커피의 3분의 1을 생산하는 브라질의 다가오는 봄 작황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모두가 주시하고 있는 것은 ‘비가 언제 다시 올 것인가’입니다. 비가 일찍 오면 식물은 충분히 건강해지고 개화도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비가 10월에 그랬던 것처럼 늦게 온다면 내년 작물의 수확량 예측치가 떨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 시장 스트레스는 계속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장기적으로 기후 변화는 전 세계 커피 산업에 심각한 도전이 될 것이다. 2022년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더라도 커피 재배에 가장 적합한 지역은 2050년까지 50%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지금은 냄새나는 과일이 과일 상승의 일부 원인이지만, 기후 변화는 궁극적으로 향후 몇 년 동안 커피의 경제성을 압박하게 될 것이다.

    크로체가 지지하는 커피 산업의 미래를 위한 방안이 있다. 노지의 생존력을 보호하고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재생 농업에 투자하도록 농부들의 커피에 부과하는 소액의 세금인 ‘그린 프리미엄’이다. 과연 이 세금은 상황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지켜볼 일이다.

    원문: 피우스의 책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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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7 기후정의행진,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 https://ppss.kr/archives/266922 Wed, 04 Sep 2024 02:13:22 +0000 http://3.36.87.144/?p=266922

    유엔환경계획(UNEP)이 발표한 「2023년 배출량 격차 보고서」는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탄소중립 목표대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국가는 단 한 곳도 없고, 이대로라면 금세기 말에 3도씨에 가까운 온도상승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런데도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구와 금융자본은 에너지, 교통을 비롯한 사회기반시설의 전환을 위한 사업에 민간 자본의 이윤을 보장할 수 있도록 대규모 공적 투자와 인센티브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화석연료에 기반한 자본의 권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전환을 위한 공적 지원과 혜택을 요구하는 ‘약탈적 전환’의 흐름이 강화되는 것이다. 최근 유럽의 대규모 농민 시위와 유럽연합 선거에서 드러난 ‘친환경 정책’에 대한 반발(그린래시)은 기후위기 대응의 부정의와 불평등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한국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정부가 앞장서 석유가스전 시추계획과 핵발전소 수명연장과 확대를 발표하고 대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사업 투자 독려와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이를 반영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반도체 클러스터와 데이터 센터를 위해 16GW 이상의 전력수요 증가를 계획했고, 이는 핵발전과 화력발전소, 초고압 송전탑 건설계획으로 이어진다.

    한편 정부의 탈석탄 정책에 따라 2025년 12월 태안 1, 2호기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20기의 노후석탄발전소가 폐쇄 예정이다. 그런데 발전소 폐쇄로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3,000개 이상의 일자리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조차 없는 상황이다.

    오직 경제성장과 기업의 이윤을 위해서라면 핵발전이든, 화석연료든, 재생에너지든 무엇이든 지원하고 개발하겠다는 정부와 자본의 계획 속에 민중들의 삶은 없다. 가덕도, 새만금을 비롯한 10여 개의 신공항 사업, 케이블카 설치와 국립공원 개발사업, 4대강 사업과 같은 생태계 파괴와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온갖 개발사업들이 추진되는 이유는 오직 하나다. 모두 돈이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들은 경제성장과 지역균형발전을 앞세우며 정당성을 주장한다. 정부의 이러한 기후변화대책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비롯한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제기된 기후헌법소원이 2차례의 공개변론을 마치고 최종 선고를 앞두고 있다.

    연일 치솟는 물가와 금리, 부자 감세 속에서, 대기업과 금융자본은 사상 최고의 이윤을 쌓고 있지만 노동자, 농민, 자영업자, 시민들은 궁핍한 삶에 허덕이고 있다. 농민들은 식량주권과 생태농업전환을 요구하지만 반복되는 기후재난과 자본주의적 농업구조 아래 신음한다. 비인간 동물을 비롯한 뭇 생명들은 자본의 탐욕 아래 쓰러져간다. 현재 삶의 위기가 저들이 만들어낸 착취와 수탈로부터 비롯된 것이지만, 오히려 ‘성장과 발전’으로 풍요를 거짓 약속하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에 대한 분노는 ‘이대로 살 수 없다’는 우리 삶의 절박함이기도 하다. 오직 자본의 이윤에 헌신하며 기후재난과 불평등을 강화하는 윤석열 정권과 자본에 맞선 투쟁을 전면화하자. 9월 기후정의행진은 현장의 구체적인 투쟁들을 연결하며 평등하고 존엄한 삶을 위한 정의로운 전환을 열어낼 것이다.

     

    907 기후정의행진 소식

    이번 907기후정의행진에 담은 우리의 요구안, 행진정보, 그리고 시민들이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참여방식과 추진위원가입등 정보는 907기후정의행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907기후정의행진 홈페이지에서 자세한 내용 확인하기

    원문: 시민건강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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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50년에는 수억 명의 노인이 심각한 온열 질환 위험에 노출된다 https://ppss.kr/archives/266488 Tue, 16 Jul 2024 02:06:43 +0000 http://3.36.87.144/?p=266488
    왼쪽 열은 현재 기후를 보여주며, 오른쪽 열은 2050년경 노화를 겪은 사람들이 겪게 될 열 노출.
    (A, B) 연간 냉방도 일수(CDD)에 노출된 69세 이상 인구의 비율. (C, D) 연간 극열 노출 백분위수(TAX95)에 해당하는 온도. (E, F) 연간 TMAX가 37.5°C 이상인 날. 

    앞으로 온열 질환에 취약한 고령 인구 증가와 지구 기온 상승으로 인해 수억 명의 노인이 열사병 같은 온열 질환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습니다. 온열 질환은 심각하지 않은 경우 충분한 수분 섭취와 그늘에서 휴식으로 회복될 수 있으나, 고령 환자에서는 생명을 잃는 위험한 경우까지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 역시 여름철에 무더위 쉼터를 운영하고 온열 질환에 대한 위험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 ​참고 링크: 질병관리청 「폭염

    ​CMCC 재단 및 유럽-지중해 기후 변화 센터 (Euro-Mediterranean Center on Climate Change) 보스턴 대학의 과학자들은 2050년까지 인구 구조 변화와 기후 변화 모델을 이용해 온열 질환 취약도를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주로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인구 고령화와 기온 증가로 2050년대에 온열 질환 취약 인구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이 지역의 기온이 본래 높은 데다, 이미 고령화가 진행된 유럽과 미국과 달리 이 시기에 고령화되는 인구가 크게 늘어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1억 7,700만명에서 2억 4600만명의 69세 이상 노인 인구가 온열 질환 위험도가 높아지는 섭씨 37.5의 폭염에 노출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현재는 이런 노인이 전체 노인 인구의 14% 정도이지만, 2050년에는 23% 이상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작가 wirestock 출처 Freepik

    우리 모두가 늙어가는 가운데 지구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기 때문에, 점점 여름이 두려운 시대가 다가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원문: APERUTRE LABORATORIES


    참고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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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 폐기물을 이용하여 강화 콘크리트를 만든다고? https://ppss.kr/archives/266462 Thu, 04 Jul 2024 04:54:12 +0000 http://3.36.87.144/?p=266462

    (Credit: RMIT)

    매립해야 하는 폐기물을 콘크리트에 섞어 이산화탄소 배출도 줄이고 쓰레기도 줄이는 업사이클링 기술을 몇 차례 소개드린 적이 있는데, 그 가운데 커피 폐기물을 이용한 강화 콘크리트가 실제 보도에서 테스트에 들어갔다는 소식입니다.

    호주의 RMIT 대학의 과학자들은 좀처럼 생각하기 어려운 콘크리트 소재인 분쇄 커피 폐기물을 테스트했습니다. 물론 커피를 내리고 난 후 남은 찌거기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섭씨 350도에서 구워 바이오숯(biochar)을 만드는 것입니다. 보통 이런 폐기물이 소각로에서는 태운 후 매립하는 것을 생각하면 들어가는 에너지 비용은 충분히 상쇄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만든 바이오숯으로 콘크리트에 섞는 모래를 대체할 경우 탄소 강화 콘크리트가 되기 때문에 썩지 않고 오히려 더 단단한 콘크리트를 만들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목재 폐기물을 이용한 바이오숯도 사용했는데, 커피 폐기물 바이오숯이 콘크리트 강도를 30%나 높이는 우수한 성과를 보여줬습니다.

    ​이 정도로 콘크리트 강도가 높아지면 10% 정도 덜 사용해도 안전하기 때문에 폐기물만이 아니라 자원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추가 감축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렇게 만든 콘크리트가 실험실 환경이 아니라 실제 환경에서도 강도와 내구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 검증하려면 실제로 사용해 봐야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RMIT 연구팀는 지자체와 협력해서 호주 빅토리아주 마케돈 레인지스 셔 (Macedon Ranges Shire)에 테스트용 보행로를 만들었습니다.


    ​이 짧은 보행로는 일반 콘크리트, 목재 폐기물 바이오숯 콘크리트, 커피 폐기물 바이오숯 콘크리트 덮어 놨기 때문에 앞으로 몇 년간 실제로 어떤 콘크리트가 외부 환경에서 내구성이 가장 강한지 테스트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실제 환경에서 바이오숯 강화 콘크리트를 테스트하는 한편 더 다양한 유기물 폐기물을 안전하게 바이오숯으로 만들어 폐기물을 줄이고 콘크리트의 품질을 높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바이오숯 콘크리트가 미래 친환경 건축의 새로운 혁신이 될지 주목됩니다.

    원문: APERTURE LABORATORIES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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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라 껍데기 대신 플라스틱 쓰레기로 몸을 보호하는 소라게 https://ppss.kr/archives/266096 Mon, 10 Jun 2024 06:26:28 +0000 http://3.36.87.144/?p=266096
    (Credit: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2024). DOI:/10.1016/j.scitotenv.2023.168959)
    (Coenobita purpureus with artificial shells: (A) plastic cap, (B) bulb fragment, (C) metal cap with a glass bottle fragment. Credit: Shawn Miller /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2024). DOI:/10.1016/j.scitotenv.2023.168959)

    소라게 (hermit crab)는 부드러운 몸을 지닌 게로 소라 껍데기처럼 다른 생물의 껍데기를 사용해 자신의 몸을 보호합니다. 소라처럼 위장해 자신을 숨기기 때문에 매우 효과적인 방어 및 위장 수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플라스틱 쓰레기 오염이 심각해지면서 소라 껍데기 대신 플라스틱 병 뚜껑을 사용하는 씁쓸한 모습들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폴란드 바르샤바 대학 및 포즈난 생명 과학 대학의 연구팀은 주로 열대 지방에 살고 있는 뭍소라게 (Terrestrial hermit crabs (Coenobitidae))의 변화를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인터넷에서 검색할 수 있는 소라게 이미지를 통해 16종의 뭍소라게 중 10종, 386마리가 소라게 대신 플라스틱 및 다른 쓰레기를 집으로 사용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 가운데 84.5%는 플라스틱 병뚜껑을 소라 껍데기 대신 사용했는데, 가장 적합한 형태와 크기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소수이지만, 유리나 금속 성분을 사용한 경우도 5.4%씩 있었고 금속과 유리 성분이 동시에 있는 경우도 4.7%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소라게가 자연스럽게 쓰레기를 집으로 사용하게 된 이유를 분석했습니다. 연구팀이 세운 가설은 소라 껍데기보다 가볍고 튼튼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짝짓기에서 더 눈길을 끌기 위해 선택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마지막은 가장 씁쓸한 결론이지만, 쓰레기가 많은 지역에서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더 자연스러운 위장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소라 껍데기 대신 플라스틱 쓰레기를 뒤집어쓴 소라게는 인간이 만든 우울한 자화상처럼 보입니다.

    원문: ​APERTURE LABORATORIES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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