ㅍㅍㅅㅅ https://ppss.kr 필자와 독자의 경계가 없는 이슈 큐레이팅 매거진 Thu, 19 Jun 2025 02:44:08 +0000 ko-KR hourly 1 https://wordpress.org/?v=5.8.10 https://ppss.kr/wp-content/uploads/2015/07/ppss-100x100.png ㅍㅍㅅㅅ https://ppss.kr 32 32 국민의 힘 말실수, 심리학이 설명해 드립니다 https://ppss.kr/archives/269723 Thu, 19 Jun 2025 02:44:08 +0000 https://ppss.kr/?p=269723

제 구박받는 거 멈춰주기 위해서라도 제발 2번 이재명 후보 찍어주셔야 한다.

  • 안철수/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

  • 손학규/전 바른미래당 대표:

이재명 대통령을 모시고 확실하게 대한민국을 지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필승!

  • 한기호/국민의힘 의원

이번 선거에 대해서 아예 투표하지 않겠다는 분들이 굉장히 많으셨습니다. 그런데 이제야 이재명의 진심, 아니 김문수 후보의 진심…

  • 나경원/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

이번 선거 국면에서 국민의힘 인사들이 한 말들이다. 처음에는 해프닝으로 웃고 넘어갔다. 그러나 발언이 한두 번이 아니다. 손학규 전 대표, 안철수, 나경원, 한기호 의원까지… 정치 베테랑들이 줄줄이 상대 후보를 지지하는 듯한 말실수를 반복했다. 실수의 반복에는 언제나 구조가 있다.

이쯤 되면 물어야 한다. 왜 하필 ‘이재명’이라는 이름이 그렇게 자주 튀어나오는가? 정치 공방이 치열할수록, 말실수는 단순한 언어의 미끄러짐이 아니라 심리의 노출이 된다. 이를 설명해주는 몇 가지 심리 이론이 있다.

 

아이러니 처리 이론(Ironic Process Theory)

  •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게 된다.

하버드 심리학자 다니엘 웨그너는 유명한 실험을 했다.

흰 곰을 생각하지 마세요.

그러자 사람들은 흰 곰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 실험은 뇌가 어떤 생각을 억제하려 할수록 오히려 그 생각을 더 떠올리게 되는 구조를 보여준다. 이를 아이러니 처리 이론, 생각 억제 효과(thought suppression effect)라고 부른다.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힘은 이재명 후보에 대한 언급을 통제하고, 비판의 수위를 조율하고, 칭찬으로 오해받지 않도록 말조심을 해야 하는 상황에 몰려 있었다. 하지만 이런 억제 시도는 오히려 ‘이재명’이라는 이름을 뇌리에 각인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말을 꺼내는 순간, 가장 강하게 떠오른 단어는 오히려 피해야 했던 이름, 바로 이재명이었다.

 

역설적 긍정 강화 효과(Paradoxical Priming)

  • 반복된 비판은 오히려 이름을 강화시킨다.

특정 단어를 자주 들으면 그 단어는 기억 속에서 더 빨리 인출된다. 문제는 그 단어가 비판의 맥락에서 등장했더라도, 단어 자체는 자극 빈도 효과(frequency effect)로 인해 인지적 우선권을 얻게 된다.

지속적으로 “이재명은 안 된다”, “이재명은 문제다”, “이재명은 위험하다”라고 말했지만, 결국 청자나 화자 모두의 뇌에서 가장 많이 들리고 말한 이름은 “이재명”이다. 비판은 오히려 언어적 활성화 수준을 높이고, 의도와 무관하게 이재명이 자동으로 먼저 떠오르며, 발화 실수로 연결될 확률도 커진다.

 

자동화된 언어와 인지 과부하(Cognitive Overload)

  • 말이 생각보다 먼저 나간다.

우리는 빠른 사고(시스템 1)와 느린 사고(시스템 2) 두 가지 시스템으로 생각하고 말한다.

  1. 빠른 사고: 익숙하고 자동적인 반응 (예: 언어, 습관, 인상)
  2. 느린 사고: 논리적이고 통제된 사고 (예: 말 실수 수정, 메시지 조율)

선거철 연설이나 인터뷰 상황은 인지 부하가 극심한 순간이다. 메시지를 공격적으로 설계해야 하고, 상대 후보를 비판하면서도 품격을 잃지 않아야 하고, 당 내부 노선을 고려한 표현 조절도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느린 시스템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가장 익숙한 이름이며 가장 반복적으로 떠올랐던 단어인 이재명이 무의식적으로 먼저 튀어나오는 것이다. 이는 단지 기억에 남아서가 아니라, 언어 시스템이 자동 완성하듯 익숙한 단어를 먼저 발화한 결과다.

같은 맥락에서 정서적 긴장과 정서 역설(affective interference)이 발생할 수 있다. 쉽게 말해, 감정적 억제는 오히려 언어의 부조화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긴장 상태에서 사람은 감정 표현을 억누르려 하지만, 그 억제가 인지적 자원을 소모한다. 이로 인해 언어-의도 간 일치가 무너지고, 정서적으로 억눌렀던 말이 돌출된다.

이재명 후보에 대해 강한 반감, 정치적 긴장, 감정적 대비를 내면에서 조절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그 감정이 말로는 부정되어야 하는데, 실제 언어에서는 이상한 긍정의 형태로 나타나는 부조화가 발생한다.

 

개념 간 활성화 모델(Spreading Activation Model)

  • 연상망에서 가장 활성화된 개념이 먼저 튀어나온다.

우리의 기억과 언어는 개념 네트워크로 저장되어 있다. 특정 단어가 떠오르면 그 주변에 연결된 개념들이 함께 활성화된다. 선거 유세장에서 “후보”, “정책”, “대통령”, “정권 교체” 같은 단어가 언급되면, 그 주변에서 가장 강하게 연상되는 이름이 “이재명”일 수 있다. 이는 그가 정치 담론에서 가장 두드러진 인물로 떠올라 있기 때문이다.

즉, 자당 후보를 말하려다가도 뇌의 네트워크에서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이재명”이라면, 그 이름이 말 앞머리에 실수처럼 튀어나올 가능성도 커진다. 이건 기억력 문제도, 실수도 아니다. 가장 두드러진 개념이 인지적 우선권을 가진다는 구조적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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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실수의 본질은 ‘실수’가 아니다

사람들은 말실수를 무능, 헷갈림, 착오로 치부하지만, 심리학은 다르게 본다. 이런 실수는 의식적으로 통제하려는 심리, 과잉 억제 피로, 인지적 과부하, 자동화된 언어 반응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심리적 구조물이다. 결국 그 실수는, “이재명을 의식하지 않기 위해 애쓴 결과, 이재명만 생각하게 된” 아이러니한 심리의 결과물인 셈이다.

실수처럼 보인 그 말은, 정치인의 뇌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였다. 억누르려는 생각이 가장 강하게 떠오르는, 정치적 아이러니의 심리적 메커니즘이다.

원문: 박진우의 브런치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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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이 오르면 더 착해진다고? (feat. 56년의 연구) https://ppss.kr/archives/269206 Mon, 09 Jun 2025 02:17:05 +0000 https://ppss.kr/?p=269206 월급날, 그리고 우리의 마음

월급날에 마음이 넉넉해진 경험, 직장인이라면 다들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통장에 찍힌 숫자를 보며 “이번 달엔 가족 외식?”, “친구들과 커피 한 잔?”과 같은 고민이 자연스럽다고 생각된다면, 베풂은 여유에서 나온다는 말을 공감할 것이다.

그런데 내 월급의 몇십 배가 되는 돈을 버는 부자들을 생각해 보자. 돈 많은 부자들이 더 탐욕스럽지 않은가? 가난한 사람들은 서로의 처지를 공감하고 배려할 수 있지만, 부자들은 그렇지 못하다. 그렇다면 과연 내가 버는 돈은 나를 더 착한 사람으로 만들까, 나쁜 사람으로 만들까?

2025년 Psychological Bulletin에 실린 「Social Class and Prosociality: A Meta-Analytic Review」라는 논문은 이 궁금증을 파헤쳤다. 전 세계 60개 사회에서 56년간(1968~2024) 쌓인 471개 연구, 무려 234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사회 계층(social class)과 친사회성(prosocial, 남을 돕는 행동)의 관계를 확인했다.

Wu, J., Balliet, D., Yuan, M., Li, W., Chen, Y., Jin, S., … & Van Lange, P. A. (2025). Social class and prosociality: A meta-analytic review. Psychological Bulletin, 151(3), 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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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시선: Risk Management Perspective vs Resource Perspective

연구진은 두 가지 상반된 이론적 관점에서 이 질문을 던졌다.

1. 위험 관리 관점(Risk Management Perspective)

자원이 부족한 사람들은 불확실하고 위태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전략을 택한다는 주장이다. 상호 의존적 관계망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더 공감적이고 협력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사는 게 팍팍할수록 서로 도와야 한다”는 현실 인식을 반영한 설명이다.

2. 자원 관점(Resource Perspective)

자원이 많은 사람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여유가 더 크기 때문에 타인을 도우려는 행동도 부담 없이 할 수 있다는 관점이다. 바로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속담이 이 논리를 잘 요약한다.

당신에게 보다 익숙한 관점은 무엇인가? 가난한 사람들이 의리있게 서로 돕는 것에 끌리지 않은가? 부자들이 착하면 왠지 안 될 것 같다. 부자들은 형제 간의 우애도 좋으면 안 되고, 너무 착해도 안 된다. 우리는 은연 중에 이런 기대를 갖고 산다.

하지만 실제 현실은 다르다. 부자도 얼마든지 착할 수 있고, 미인박명이 아니라 미인도 오래 살 수도 있으며, 천재가 재수 없는 게 아니라 온정적인 천재도 있을 수 있다. 아무런 상관이 없는 변수들에 대해 “신은 공평하다”는 기대를 갖는 현상을 심리학에선 〈공정한 세상에 대한 착각(just world fallacy)〉이라고 부른다.

 

데이터가 말하는 진실

그렇다면, 부자와 가난한 사람 중 실제로 누가 더 친절할까? 연구진이 밝힌 결론은 이렇다.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조금 더 친사회적인 행동을 보였다(r = .065, 95% CI [.055, .075]). 이 수치는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전 세계, 전 연령대, 모든 문화권에서 일관되게 나타난 패턴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효과 크기 r = .065는 심리학에서 ‘작지만 신뢰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간주된다. 마치 매일 아침 1분씩 더 걷는 것이 결국 건강에 의미 있는 영향을 주듯, 이 작은 차이도 수백만 명의 행동에는 실질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마음’보다 ‘행동’에서 그 차이가 더 뚜렷하게 드러났다.

이 연구에서 사회 계층(social class)은 객관적 vs 주관적, 두 가지 방식으로 측정했다.

  • 객관적 사회 계층(objective social class): 소득, 교육 수준, 직업적 위신 등 실제 자원 수준
  • 주관적 사회 계층(subjective social class): “나는 사회에서 어느 위치에 있다고 느끼는가?”에 대한 개인의 인식

의도보다는 행동

두 방식 모두 친사회적 도움 행동과 관련이 있었지만, 실제 자원이 많은 사람들(객관적 상위 계층)이 자신을 상위라고 느끼는 사람들(주관적 상위 계층)보다 더 실제 행동에서 친사회성을 보였다. 요컨대, 마음보다는 현실적 여력이 행동으로 전환 가능성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행동은 의도보다 친사회성이라는 특성을 더 높여주었다. 구체적으로 의도(Pro-social Intention)가 친사회성에 미치는 영향은 약한 관련(r = .039)이었지만, 행동(Pro-social Behavior, 기부나 시간을 들여 도운 경우)이 친사회성에 미치는 영향은 더 강한 관련(r = .079)을 보였다.

이 연구는 단순히 착한 마음을 먹는 것보다 실제로 돕는 행동에서 사회 계층의 차이가 더 뚜렷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즉, 부자는 마음만이 아니라 지갑과 시간을 여는 데 익숙하다.

비공개보다는 공개

사람들은 공개 상황(Public Context)에서 즉, 남이 볼 때, 더 적극적으로 친사회성을 보였지만, 비공개 상황에는 그러한 관련이 나타나지 않았다. 재미있는 사실은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을 때 돈 많은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들에 비해 더 잘 베푼다는 것이다. 돈이 많을수록 ‘티 안 나는 선행’보다 ‘인정받는 친절’ 에서 더 크게 베푼다.

문화적 보편성

이 효과는 국가 경제 수준·불평등 정도·종교성·인구 밀도·문화 규범 등 다양한 사회문화적 변수와 무관하게 나타났다. 다시 말해 사람들이 사는 곳·나이·문화와 상관없이 이 패턴은 일정하게 유지됐다. 국가 간·문화권 간·나이대 간의 큰 차이는 없었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보편적 인간의 심리에 가깝다.

물론, 보편적 경향이 존재한다고 해서 국가 간 차이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리투아니아· 말레이시아·브라질·베트남·튀르키예·불가리아·핀란드·네덜란드 등은 사회 계층이 높을수록 친사회적 행동이 많음이 상대적으로 더 강하게 나타났고, 반대로 루마니아와 멕시코·대만·태국 등은 사회 계층이 높을수록 오히려 덜 친사회적이거나, 낮은 계층이 더 친사회적 행동을 보이는 패턴이 나타났다. 이 국가들의 공통점은 관계지향적 문화, 또는 비공식적 네트워크가 중요한 문화일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문화적 맥락이 전체 통계에 영향을 미칠 만큼 크지는 않지만, 문화, 제도, 사회 자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는 틀렸다

65년 간의 심리학 연구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돈이 없으면 가오도 없다.” 그렇다고 돈이 없는 사람이 덜 착한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착한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기 힘들 뿐이다. 돈이 없으면 가오를 부리고 싶어도 그러기가 힘들다.

하지만 연구가 보인 또 하나의 진실은, 우리가 어떻게 해서든 행동으로 옮기면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신의 좋은 의도를 행동으로 옮길 때 더 쉽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 의도보다는 행동이 더 좋은 사람을 만든다.

원문: 박진우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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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잘하는 사람이 오래 산다 https://ppss.kr/archives/269208 Mon, 26 May 2025 06:33:47 +0000 https://ppss.kr/?p=269208

90초 안에 최대한 많은 동물 이름을 대보세요.

이 단순한 질문 하나로 우리의 수명을 예측할 수 있다. 최근 Psychological Science에 게재된 연구는 언어적 유창성(verbal fluency)이 노인의 생존 예측력에서 가장 강력한 단일 지표임을 밝혀냈다(Ghisletta, P., Aichele, S., Gerstorf, D., Carollo, A., & Lindenberger, U. (2025). Verbal Fluency Selectively Predicts Survival in Old and Very Old Age. Psychological Science, 09567976241311923.).

기존 노화에 관한 연구는 주로 일화 기억 감소, 지각 속도 저하 등을 중심으로 논의되어 왔다. 그러나 이 연구는 언어 능력, 특히 언어 유창성이 노년기 건강의 핵심 축임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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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유창성은 유일한 인지적 장수 지표다

베를린 노화 연구(Berlin Aging Study)에 포함된 연구 대상자들은 평균 연령 84.92세(표준편차 8.66) 516명이었고, 이들은 크게 4가지 인지 요인으로 평가되었다.

  • 언어적 유창성 (semantic & phonemic fluency)
  • 지각 속도 (perceptual speed)
  • 기억력 (episodic memory)
  • 어휘력 (verbal knowledge)

연구진들은 연구 개시 시점부터 최대 18년간 8차례에 걸쳐 추적 연구했으며, 종단적 생존 분석에는 joint multivariate longitudinal-survival model이 적용되었다. 이 분석은 인지 기능의 변화 궤적과 생존 시간의 상호작용을 동시 추정할 수 있는 최신 통계 기법이다.

연구 결과, 생존과 가장 강한 상관관계를 보인 것은 바로 언어적 유창성이었다. 언어 유창성은 기억력이나 지각 속도보다도 더 강한 예측 요인이었다. 연구진은 말한다.

언어적 유창성은 기저값과 변화율 모두에서 생존 기간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예측한 유일한 인지 요인이다.

언어 유창성이 높다는 것만으로도 기본적으로 오래 살고(기저값), 나이가 들수록 더 오래 살 가능성이 높아진다(변화율)는 뜻이다. 언어 유창성은 지각 속도나 기억력, 어휘력보다도 더 강력한 생존 지표였으며, 나이, 성별, 사회경제적 상태, 치매 여부 등을 통제한 이후에도 그 관계는 유효했다. 다시 말해, 말을 잘하는 능력이 수명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통계적으로 입증한 것이다.

출처: Ghisletta, P., Aichele, S., Gerstorf, D., Carollo, A., & Lindenberger, U. (2025). Verbal Fluency Selectively Predicts Survival in Old and Very Old Age. Psychological Science, 09567976241311923.

 

언어적 유창성이 수명을 예측하는 메커니즘은 뭘까?

언어적 유창성 측정은 주어진 시간(보통 90초) 동안 특정 범주(categories)나 초성(word beginnings)에 해당하는 단어를 최대한 많이 산출하도록 하는 과제로 평가한다. 특정 범주 과제는 가능한 많은 동물 이름을 대라거나, 초성 과제는 F로 시작하는 단어를 최대한 많이 말하라는 식이다. 이런 과제는 두뇌의 집행 기능(executive control) 및 의미 기억(semantic memory)을 기반으로 한다.

언어적 유창성은 단지 어휘력의 문제가 아니다. 전두엽(계획, 조절, 판단 기능을 담당)과 측두엽(언어 및 기억 담당)의 협력 작업이다. 다양한 단어를 빠르게 떠올리고, 이를 적절히 조합해 말하는 과정은 뇌의 여러 영역이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가능한 고차원적 작업이다. 즉, 언어적 유창성이 좋다는 것은 뇌 건강의 신호이며, 나이가 들어도 뇌가 여전히 민첩하고 유연하다는 뜻이다.

또한, 말을 잘하는 사람은 사회적으로도 더 활발하게 관계를 맺으며, 이는 우울증 예방, 스트레스 조절, 건강한 생활 습관과도 연결된다. 결국 유창하게 말하기는 단순한 표현을 넘어 신체 건강, 사회성, 정서 안정의 거울인 셈이다.

 

말하는대로는 이뤄지지 않지만, 말 잘하는 대로 오래 살 수는 있다

유창성은 어휘량이나 제한된 범주의 지식만으로 높일 수 없다. 말 많은 노인이 그렇지 못한 노인들보다 오래 사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같은 대상의 사람을 만나 비슷한 주제의 대화만 지속하면 유창성을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주제로 더 자주 대화를 나누고, 자신의 경험에 의미를 부여해 이야기로 끌어내는 훈련이 중요하다.

책을 깊이 있게 읽고, 여러 매체에 귀를 기울이고, 듣는 힘과 표현하는 힘을 함께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 연구는 언어가 우리의 뇌를 자극하는 가장 자연스럽고도 강력한 도구라는 점이 다시 입증된 연구라 할 수 있다.

‘나는 잘 말하지 못해서…’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말은 나이와 상관없고 언어적 유창성은 연습으로 충분히 향상시킬 수 있다. 매일 조금씩 새로운 단어를 입력(기억)하고 인출(대화)하는 일이, 어쩌면 하루하루 생명을 연장하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건강한 뇌는 결국, 살아 있는 말에서 시작된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뇌가 여전히 건강하고 살아있다는 지표다.

한마디로, 당신의 말발이 곧 당신의 수명이다.

원문: 박진우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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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어린 팀장이 불공정하게 느껴지는 이유 https://ppss.kr/archives/267206 Tue, 22 Apr 2025 03:08:41 +0000 http://3.36.87.144/?p=267206 당신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리더를 원하는가? 아니면 어린 리더를 원하는가?

직장인들은 대개 자신의 상사가 자신보다 나이가 많고, 경력이 길며, 교육 수준도 높기를 기대한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수십만 년 동안 이 위계 구조 내에서 생활하는 것이 보다 자연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이, 경력,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이 리더가 되는 것을 지위 일치(status congruence) 조건이라고 한다. 연공서열적 승진 체계를 생각하면 쉽다.

그러나 현대 조직에서 직장인들은 과거에 비해 상사보다 나이도 어리고, 교육 수준도 낮으며, 자신보다 경력이 짧은 상사의 지시를 받는 지위 불일치(status incongruence)의 경우도 흔하다. 지위 불일치가 확산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능력 기반의 승진 체계를 구축해야 기업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기업들이 직원들의 고령화에 따라 경직된 계층 구조를 타파하고자 기존 연공서열 기반의 승진 시스템에 더 이상 의존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출처: 사람인

그런데, 사람들은 이런 지위 불일치(status incongruence) 조건, 즉 자신보다 나이 어린 상사를 좋아하지 않는다. 상사 역시 자신보다 나이 많은 부하직원을 불편해하지만, 취업포털 사람인의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자신보다 나이 많은 부하직원보다 자신보다 나이 어린 상사가 직장 생활을 더 힘들게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나라를 포함한 유교 문화권의 국가에서 더 그렇다.

이처럼 지위 불일치가 점점 더 보편화되면서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직장 분위기에서 지위 불일치가 직원들의 업무 태도와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사람들은 마땅히 승진해야 할 사람이 승진한다면, 지위 불일치에 따른 불공정성을 상대적으로 덜 느낄 것이다. 하지만, 승진 자격이 없는 사람이 승진해서 생기는 지위 불일치 경험은 승진 체계뿐만 아니라, 조직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질 수 있다.

지위 불일치를 수용하는 중요한 조건 중 하나는 마땅히 승진해야 할 사람, 즉 능력 있는 사람이 리더가 되는 것이다. 나이와 경력이 자신보다 모자란데 능력도 없는 사람이 리더가 된다면, 불공정함을 참기 힘들다. 사람들은 불공정함을 느끼게 되면 우선 자신들이 투입한 노력과 시간을 줄인다. 이는 곧 성과 저하로 이어진다. 그리고, 현재 몸담고 있는 조직이 아니라, 자신을 공정하게 대해줄 다른 조직을 알아보기 시작한다. 따라서 직원들이 사내 승진 시스템의 공정성에 대한 인식은 성과와 이직 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나이 어린 리더가 역량이 탁월하다면 별문제가 없겠지만, 나이 어린 리더가 역량에도 문제를 보인다면 공정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기 쉽다는 것은 굳이 조직심리학을 배우지 않아도 누구나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응용심리학저널(Journal of Applied Psychology)에 여기에 한 가지 중요한 변수가 더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논문이 게재돼 화제가 되고 있다. 그 변수는 바로 직원들의 역량이다.

출처: Image by storyset on Freepik

 

팀장의 능력 못지않게, 구성원들의 능력이 중요하다

중국 내 40개 회사의 800명의 부하직원과 160명의 리더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지위 일치와 불일치 그 자체는 공정성에 대한 인식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이 팀장이 된다고 해서 무조건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직원들이 불공정을 가장 크게 느끼는 조건은 직원 스스로 능력이 없다고 느낄 때,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데 능력도 부족한 사람이 리더가 된 경우다. 직원 스스로 능력이 부족한데, 자기보다 나이가 어린 리더가 능력이 탁월하다면 사람들은 공정하다고 생각했다. 흥미로운 점은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 무능한 사람이 나이와 경력이 많다는 이유로 리더가 된 경우에도 사람들은 매우 공정하다고 느꼈다는 것이다.

무능한 사람들이 리더가 되는 것에 아무런 문제를 못 느끼는 이유는, 구성원들 스스로 무능하고 무기력하다고 느껴서다.

그런데, 스스로 유능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달랐다. 이들은 조직 내 승진에 있어 지위 일치와 지위 불일치 자체가 중요하지 않았다. 나이나 성별, 경력을 떠나 능력이 있는 사람이 리더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무능한 사람이 리더가 되는 것을 매우 불편하게 생각했다.

출처: Li, H. J., Wang, X. C., Williams, M., Chen, Y. R., & Brockner, J. (2023). My boss is younger, less educated, and shorter tenured: When and why status (in) congruence influences promotion system justification.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그렇다. 지위 불일치를 수용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조건은 상사의 역량이 탁월해야 한다. 그런데,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조건은 부하 직원의 역량 역시 높아야 한다.

나이 많고 경력 많은 사람이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아무런 문제 없이 받아들여지는 조직은 구성원의 역량 수준이 낮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리더와 직원 모두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이 높다면, 지위 일치나 지위 불일치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조직은 연공서열에 대한 불만이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나겠지만, 높은 수준의 기술과 능력이 필요치 않은 조직일수록 연공서열에 어긋난 사람이 리더가 되는 지위 불일치적 조건에서 반발이 심할 것이다.

한편으로, 무능한 리더가 계속 득세하려면 구성원들을 똑똑하게 만들면 안 된다. 직원들의 자율성을 박탈하고 시키는 일만 아무 생각 없이 하게 만드는 것이 무능한 리더가 살아남을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이다. 무능한 리더일수록 구성원의 성장이 두려운 법이다.

원문: 박진우의 브런치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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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책상의 화분 하나가 성과를 높일 수 있다 https://ppss.kr/archives/267213 Tue, 25 Feb 2025 03:17:55 +0000 http://3.36.87.144/?p=267213 사회생물학의 창시자인 에드워드 윌슨(Edward Wilson) 하버드대 교수는 인간의 자연에 대한 본능적 갈망을 바이오필리아(biophilia)라고 불렀다. 우리는 막연히 자연과 가까워질 때 몸과 마음이 더 건강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도시에 사는 많은 직장인들은 주말이나 휴가철에 삭막한 도시를 떠나 강과 산으로 바다로 초원으로 달려가 힐링을 갈구한다. 인간의 무의식은 자연으로 향해 다른 생명들과 연결점을 갈망하기 때문에 바이오필리아를 목마름에 비유해 녹색갈증(綠色渴症)으로 부르기도 한다.

인류 역사의 대부분은 자연과 함께였고, 이는 우리의 본능에 각인돼 있다. 자연을 직접 접하거나 자연의 이미지를 접하는 것은 우리의 본능을 충족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줄이고 휴식을 주며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바이오필리아 효과다.

실제 바이오필리아 효과는 인간의 삶에 여러 장면에서 효과적인 처방전으로 쓰이고 있다. 의사는 환자에게 자연 노출(exposure to nature)을 처방하고 도시 설계자는 개발 계획에 자연을 포함시키고 회사 역시 자연과 상호작용을 높일 수 있는 사무실을 설계한다.

바이오필리아의 긍정적 효과는 의학계, 건축학계, 심리학계 등에서 지속 검증되고 있지만, 여전히 믿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들은 사무실에 화분 하나 들여놓고, 휴게 공간에 인공 정원을 꾸미는 것이 도대체 무슨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사람들에게 자연이 주는 효과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최근 조직심리학자들은 조직 내에서 자연이 주는 효과를 극대화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들은 미국, 홍콩, 대만, 뉴질랜드 등 다양한 국가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자연이 성과와 이타성에 미치는 효과를 연구했다. 이들이 세운 가설은 다음과 같다.

자연에 대한 갈망은 인간의 본능적 욕구기 때문에 본능적 욕구가 충족되면 자연스럽게 자율성, 유능감, 관계성과 같은 내재적 동기를 느끼게 된다. 자기 결정적인 이 세 가지 동기는 조직 내 성과와 이타적 도움행동을 이끌어 내는 핵심 동력이다.

하지만, 만약 자연 따위로부터 얻을 게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 효과는 없거나 혹은 역으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Tang, P. M., Klotz, A. C., McClean, S. T., Wang, Y., Song, Z., & Ng, C. T. S. (2023). Who needs nature? The influence of employee speciesism on nature-based need satisfaction and subsequent work behavior.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연구진들은 여러 사진들을 활용해 사무실에서 자연 환경을 경험한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을 나눴고, 실제 자연 환경을 경험한 것으로 느끼는지도 확인했다.

연구 결과, 자연 환경을 경험한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자율성과 관계성, 유능감을 느낄 확률이 높았다. 그런데, 이 효과는 종 차별(speciesism)이 낮은 사람에게만 나타났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기에 다른 개체는 열등하고 인간만이 우월하다고 믿는 종 차별이 강한 사람들에게서는 자연이 주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구성원들의 심리적 요구가 충족되는 정도에 따라 성과는 달라진다. 성과를 높이기 위해 목표 관리만 하는 리더는 하수다. 구성원들을 보다 높은 수준의 유능감과 자율성, 관계성을 경험하게 만들려면 아래와 같은 다양한 욕구 충족의 원천(sources)이 필요하다.

  • 업무 방식의 개선(flexible work arrangements)
  • 교육 훈련(training and development)
  • 지원적 업무 환경(supportive work environments)

이 중 자연 환경을 활용하는 것은 비교적 손쉽게 시도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다. 사무실을 비롯한 업무 공간에 자연을 더하는 것은 구성원들의 기본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런데, 이 효과는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자연을 사랑하는 구성원들이 직장생활로 힘들어 한다면 자연 환경을 보다 많이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배치하는 것이 실효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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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자연 환경의 가치를 낮게 두는 구성원이라면 자연을 통해 힐링을 하라는 조언은 접어두고 본인이 좋아하는 행동을 하게 두는 것이 낫다. 리더 스스로 자연의 가치를 낮게 둔다고 해서 자연을 높게 평가하는 구성원들을 무시해서도 안 된다. 자연과 함께하고 싶은 욕구는 갈증이나 배고픔처럼 인간의 본능적 욕구에 가깝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욕구 충족에 더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한다.

원문: 박진우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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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불안을 느낀다면, 업무 이메일 활동을 늘리세요 https://ppss.kr/archives/267208 Tue, 21 Jan 2025 04:40:27 +0000 http://3.36.87.144/?p=267208

지금 현재 불안하지 않다면, 당신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2017년 뉴욕 타임즈가 미국을 ‘Untited States of Xanax’로 규정하며 덧붙인 말이다. 자낙스(Xanax)는 알프라졸람의 상품명으로 불안증, 공황장애, 우울증에 일시적인 효과를 나타내는 의약품인데, 미국에서는 대표적인 오남용 의약품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들이 일터에서 불안을 느끼면, 업부 집중력 저하로 인해 생산성의 손실로 이어진다. WHO는 직장 내 불안감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1조 달러가량의 손실로 추정하고 있다. 직장 내 불안은 점점 확산되고 있고, 관련 비용 역시 증가함에 따라 직장 내 불안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방법을 조직 내 HR과 리더들은 반드시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직장 내 불안이 항상 나쁜 것일까?

사실 그동안의 직장 내 불안 연구들은 주로 성과 저하와 비생산적 행동 증가, 비윤리적 행동 증가, 이직의도 증가 등 주로 부정적 영향에 초점을 맞춰왔다. 하지만, 진화적으로 인간에게 불안은 ‘투쟁 또는 도피(Fight of Flight)’라는 복합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불안은 불안 상태에서 도망치려는 행동을 야기하기도 있지만, 불편한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맞서 싸우는 신호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다음 날 시험을 봐야 하는 아이들이 만약 전날 저녁에 아무런 불안을 느끼지 않는다면 끝까지 최선을 다하지 않을 것이다. 스포츠 선수도 마찬가지다. 뛰어난 선수들은 두근거리는 불안감을 싸움에서 이기고자 하는 열망과 흥분의 신호로 바꾸는 달인들이다. 이처럼 인간에게 불안은 무조건 회피해야 할 대상만은 아니다.

최근 조직연구에서도 이러한 변화의 기류가 뚜렷하다. 불안을 부정적이고 없애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고, 조직 내부에 무엇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지에 관한 내부 경보 시스템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직장 내 불안을 적응적으로 활용할 경우, 문제 예방 행동과 친사회적 행동을 조장할 수 있다는 증거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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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불안은 일상적인 경험이다. 생각해 보자. 직장 내 불안이 일상적인 경험이라면 일상적 활동으로 적절히 대응하게 만드는 것은 얼마나 지혜로운 일인가? 최근 이렇게 직장 내 불안을 일상적 활동으로 대응하는 방법에 관한 논문이 〈Journal of Vocational Behavior〉에 발표돼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논문의 제목은 <You’ve got mail! How work e-mail activity helps anxious workers enhance performance outcomes>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메일 수신! 어떻게 업무 이메일 활동이 불안한 직장인의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는가?“다.

 

“메일과 불안이 무슨 상관이야?”라고 생각한 당신에게

직장인들이 불안을 느끼는 원천은 다양하지만, 크게 3가지 요인으로 나눠볼 수 있다.

  1. 업무 난이도, 업무량, 시간적 압박과 등의 ‘직무 요구’
  2. 리더의 공격성, 동료와의 갈등 등의 ‘대인관계 요인’
  3. 스킬 및 역량 부족 등의 ‘개인적 요인’

이 중, 직무 요구는 대표적인 직무 스트레스와 번아웃 요인으로 꼽힌다. 현대의 직장인에게 직무 요구는 직무기술서에 있는 내용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직장인들은 시도 때도 없이 떨어지는 이메일과 메신저를 통한 업무적 압박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이메일이나 메신저를 통한 업무 관련 압박에 즉시 응답하려는 집착과 충동을 텔레프레셔(telepressure)라고 하는데, 텔레프레셔가 클수록 불안을 크게 느낀다. 텔레프레셔가 높은 사람들은 일상의 직장 생활에서 긴장의 수준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 수치가 클수록 일상의 스트레스와 불안 수준, 일 중독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궁금하면 아래 문항에 응답해 보길 바란다.

  1. 나는 누군가로부터 메일이나 메시지를 받으면 다른 일에 집중하기 어렵다.
  2. 나는 메시지에 응답하고 난 후에 다른 일에 더 집중할 수 있다.
  3. 나는 메시지 응답을 완료하기 전까지 메시지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없다.
  4. 나는 다른 사람의 말에 즉시 반응하고 싶은 충동이 높다.
  5. 나는 누군가의 요청을 받는 순간 바로 응답해야 한다는 느낌이 든다.
  6. 메시지에 즉시 응답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 어렵다.
  • 출처: Barber, L. K., & Santuzzi, A. M. (2015). Please respond ASAP: workplace telepressure and employee recovery. Journal of Occupational Health Psychology, 20(2), 172.

그렇다면, 불안을 크게 느끼는 직장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일을 회피하고 잠깐 쉬는 시간을 가지면 업무 불안이 사라지고 집중력이 높아질까? 안타깝게도 그렇진 않다. 불안을 줄이기 위해서는 효능감(efficacy)이 필요하다. 그래서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고 결과가 바로 눈앞에 보이는 일, 즉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정답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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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시작할 수 있고 결과가 바로 보이는 일은 여러 직무 요구 중 이메일을 활용한 업무가 딱 맞다. 이메일을 작성하여 전송을 클릭하면 완료 결과가 뜬다. 작지만 작은 성취의 순간이다. 또한 업무 이메일을 통해 업무 수행에 필요한 여러 중요 정보를 교류하기 때문에 업무 관련 내용을 논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고 전체 상황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러한 경험은 자신의 업무에서 보다 주도적으로 활약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다른 팀원들의 업무 현황에 대한 객관적 파악이 가능해 필요시 도움행동을 나타낼 수도 있다.

한 마디로 불안할 때 대인 관계가 필요한 업무는 오히려 불안감을 가중시키지만, 접촉을 피하고 업무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면 불안을 낮출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업무가 이메일 중심으로 처리되는 일이라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이메일을 활용한 업무가 단발성이 아니고 이메일 중심적으로 진행되는 업무일 경우, 불안감을 느낄 때 이메일에 집중하는 것은 현명한 대처다.

딱 이것만 기억하자. 불안할 때는 작고 구체적인 업무에 집중하는 것이 답이다.

출처: Cheng, B. H., Zhou, Y., & Chen, F. (2023). You’ve got mail! How work e-mail activity helps anxious workers enhance performance outcomes. Journal of Vocational Behavior, 144, 103881.

실제 현장 연구에서도 불안감을 느낄 때, 이메일을 활용한 일 처리가 불안을 낮추고 주도성과 도움행동을 더 많이 보인다는 결과를 얻었다. 특히 이메일 중심으로 업무가 처리되는 일일수록 그 효과는 더 컸다.

직장에서 불안은 언제 어떻게 우리를 덮칠지 모른다. 적절한 대처 방식을 잘 알고 있다가 불안이 엄습할 때, 활용하는 것은 성과는 물론이고 개인적 웰빙 수준을 유지하거나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한 스킬이다. 자기 스스로 통제감을 가지고 있다고 느낄 때 불안은 서서히 사라진다. 대인 접촉을 피하고 이메일을 활용한 업무 처리를 하는 건 이 효과를 누리기에 매우 적절한 기술이라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조직과 리더는 불안을 크게 느낄만한 업무 환경이나 구성원에게는 업무 이메일을 활용한 소통과 업무처리를 보다 빈번하게 할 필요가 있다.

원문: 박진우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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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 업무목표 달성이 힘들 때는 3가지를 개선해야 한다 https://ppss.kr/archives/267217 Mon, 06 Jan 2025 03:50:12 +0000 http://3.36.87.144/?p=267217 업무목표와 관련한 연구는 주요 학술지에서 발표된 것만 무려 1,000건이 넘는다. 이 많은 연구에서 일관되게 주장하는 바는 ‘목표의 중요성’이다. 조직 목표설정 및 성과 연구에서 주로 다루는 주제 중 하나가 일일 목표다. 일일 목표를 세우고 달성 여부를 관리하는 것은 현대 조직에서 기본적인 성과관리 방식이 됐다.

하지만, 일일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지 못한 상황을 매일 체크받는 것은 엄청난 스트레스다. 현대의 직무 환경 복잡성과 예측 불가능성은 일일 목표 달성을 점점 힘들게 하고 있다.

조직에서 목표는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달성 과정의 스트레스는 감당하기 힘들다. 연간목표, 월간목표에 비해 일일목표가 특히 그렇다. 일일목표와 성과 간의 차이가 생긴다면 그 차이를 메우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때 더 유리한 사고방식은 있다.

우선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더 유리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 간단히 측정하는 테스트를 해 보겠다. 아래 문항에 기준에 맞춰 점수를 매겨 보라.

점수 부여 기준

1점: 거의 그렇지 않다. 2점: 별로 그렇지 않다. 3점: 보통이다. 4점: 종종 그렇다. 5점: 자주 그렇다.

  1. 나는 과거의 기억을 마음속으로 되새긴다.
  2. 나는 내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생각한다.
  3. 나는 내 인생에서 일어난 일을 자주 되돌아본다.
  4. 나는 앞으로 다가올 시대에 대해 생각한다.
  5. 나는 과거의 일들을 생각한다.
  6. 나는 내 미래에 집중한다.
  7. 나는 나의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8. 나는 미래에 나에게 어떤 일이 생길지 상상한다.
  • 출처: Shipp, A. J., Edwards, J. R., & Lambert, L. S. (2009). Conceptualization and measurement of temporal focus: The subjective experience of the past, present, and future.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110(1), 1-22.

점수 계산 방법

홀수 문항(1, 3, 5, 7)의 합산 점수에서 짝수 문항(2, 4, 6, 8)의 합산 점수를 빼라. 양수면 과거 지향 성향(past focus), 음수면 미래 지향 성향(future focus)이다.

미래 지향 성향은 과거 지향 성향에 비해 목표와 성과 간의 차이를 줄이는 데 더 유리한 사고방식이다. 미래 지향은 과거 지향에 비해 미래 행동과 계획 중심의 ‘예측사고’를 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과거 지향은 자신이 달성하지 못한 성과의 원인을 탐색하는 ‘반추사고’를 할 가능성이 높은데, 성과 개선을 위해서는 반추사고보다는 예측사고가 더 유리하다.

최근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에 발표된 연구에서도 에측사고가 반추사고에 비해 성과 개선에 더 유리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출처: Song, Y., Tu, M. H., Fang, Y., & Krishnan, S. (2023). Looking forward or backward: A temporal lens to disentangle adaptive and maladaptive reactions to daily goal-performance discrepancy.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매일 업무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목표와 성과 간의 차이를 의미하는 GPD(goal-performance discrepancy)는 업무 환경의 변동성을 감안하면 피할 수 없는 사건이자 스트레스원이다. GPD를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다음 날, 또 그다음 날 점점 불어나게 되어 있다.

과거에 머물러 자책하며 시간을 보낼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시도하는 편이 유리하다. 이러한 계획적 사고에 유리한 사람들이 바로 미래 지향적 시간관을 가진 사람들이다.

 

과거 지향적 시간관을 가진 사람에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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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당신이 과거 지향적 성향이 높다면 다음의 업무 행동을 추천한다.이 행동을 실천함으로써 직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성과를 향상하는 습관을 기르길 바란다.

1. 일일 GPD(goal-performance discrepancy)가 실수나 실패가 아니라 다음 날 행동을 촉진하는 동기부여로 인식하라.

GPD를 더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로 인식하는 습관은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성과 목표를 학습 목표로 재정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일일 목표가 A제품 고객 불만족 자료조사 및 분석 완료였다면 조사 및 분석을 위한 스킬 향상으로 재정의해보는 것이다.

2. 일일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날은 퇴근 전에 내일 해야 할 일(to-do list)을 미리 써보라.

To-do list는 계획과 행동을 자극한다. 반추적 사고에서 벗어나 미래에 집중하도록 돕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다음 날 업무를 구상하고 계획하고 해야 할 일을 쓰는 것은 미래 지향적 사고를 기르는 데도 도움이 된다.

3. 긍정정서는 미래 지향적 사고의 좋은 에너지다.

부정정서가 강할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잘못했던 행위를 떠올리거나 상황 탓을 하기 쉽다. 반면에 긍정정서는 반추적 생각에서 벗어나 긍정적으로 성찰하고 미래를 계획할 수 있도록 돕는다.

퇴근 후, 긍정정서를 느낄 수 있는 활동을 하는 것은 스트레스 관리뿐 아니라 다음 날 업무를 수행하는 에너지를 만들어 내고 미래 지향적 사고와 행동의 도약판 역할을 한다.

원문: 박진우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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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는 리더는 강점을 강화한 사람도, 약점을 보완한 사람도 아니다 https://ppss.kr/archives/267430 Mon, 18 Nov 2024 02:44:58 +0000 http://3.36.87.144/?p=267430 성공에 관한 두 가지 시각이 있다. 하나는 강점 강화고 다른 하나는 약점 보완이다. 어느 쪽이 정답일까?

직장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강점과 장점을 인정받는 순간은 참 뿌듯하다. 그 장점으로 인해 리더가 된 경우 더 그렇다. 그런데 리더가 된 이후엔 강점이 곧 약점이 되기도 한다. 사례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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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팀장은 신입 시절부터 목표 집중력이 좋다는 말을 들어왔다. 결과를 낼 때까지 끈기있게 밀어붙이는 업무 스타일을 고수해왔다. 계획대로 되지 않은 일은 적극적으로 관여해 차질이 없게 하는 진행했다. 발군의 업무 추진력을 인정받아 팀장이 되었다.

A팀장은 변한 게 없다. 여전히 결과지향적이고 집중력이 탁월하다. 그런데, 팀장이 되고 나서는 하나의 일이 아니라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데, 우선순위에만 지나치게 집착하는 바람에 돌발적인 상황에 대처하지 못하는 일이 한두번씩 발생하기 시작했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벽하게 마치기 전에 다른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것도 어려워했다. 뜻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 쉽게 화를 내고 짜증내는 일도 잦아졌다. 과거엔 전략 실행 능력이 탁월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현재는 상대적으로 전략적 사고력이 떨어진다는 말이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최근엔 비전과 전략적 사고 측면에서 최악의 평가를 받았다.

A팀장에게만 나타난 독특한 현상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다. 세계적인 조직심리학자인 Hogan Assessment Systems의 설립자 로버트 호건(Robert Hogan)은 리더십에 관한 연구들의 여러 연구시점, 다양한 장소, 다양한 집단을 종합해 성공하는 리더와 실패하는 리더에는 눈에 띄는 점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성공하는 리더들 간의 공통점은 비교적 적지만, 실패하는 리더의 공통점은 훨씬 많았다. 그 공통점 중 하나는 바로 자신의 장점이 약점으로 변질되는 순간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Hogan, R. (2017). Personality and the fate of organizations. Psychology Press.).

조직풍토조사(Organizational Clmate Survey)는 조직개발을 위해 사용되는 도구다. 조직풍토조사에는 보수, 복리후생, 작업환경, 안전, 성취, 자율성, 사회적 지지 등에 대한 구성원들의 인식 수준을 측정한다. 흥미로운 점은 구성원들의 조직풍토인식에 있어 최악을 만드는 요인이 바로 리더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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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풍토에 리더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어떤 조직이나 알고 있다. 조직에서 누군가를 리더로 선정할 때는 조직풍토를 개선하는 의도도 깔린 것이다. 하지만, 리더의 강점은 언제든 약점이 될 수 있다.

  • 매우 독립적인 사람이 리더가 되면 팀 구축이나 충원, 육성에 약점을 보이고 부하들에게 권한을 위양하지도 않고 부하들 간의 갈등도 해결하지 못한다.
  • 매우 창의적인 사람이 리더가 되면 조직화하지 못하고 과업을 세밀하게 검토하지 못한다.
  • 자기 주장과 의지과 확고한 사람이 리더가 되면 주변 사람과의 논쟁에서 이기려고 하고 상사와 전략적 관점에 차이가 있을 경우 좁히지 못한다.

리더십에 있어 성공은 강점을 강화하는 것도 약점을 보완하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강점이 약점이 될 수 있는 순간을 인식하고 적절히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섣불리 강점을 강화하라거나 약점을 보완하라는 조언을 해서는 안된다. 그렇다면, 강점을 유지하고 약점으로 변질되지 않게 만드는 대안은 무엇일까?

1.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인식 강화다.

  • 360도 피드백은 필수다
  • 비공식적 멘토들을 통해 피드백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

2. 적극적인 학습이다.

  • 자신의 강점이 약점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함과 동시에 이를 보완할 수 있는 효과적 대안을 시행하는 것이다.
  • 효과적인 대안은 이미 많이 연구되어 있다. 학습이 부족할 뿐이다.

3. 경력 경로의 확대다.

  • 조직 내 다양한 분야의 업무 경험과 사람들과의 인간관계를 경험하는 것은 보다 폭넓은 관점을 갖게 한다.

4. 균형잡힌 삶이다.

  •  자아강도(ego strength)는 불균형 상태에서 강해진다. 아닌 줄 알면서도 끝까지 우길 때가 있다. 자아에 위협협을 받는 상태여서다. 직장에서 나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사회에서, 친구로서 나와 같은 자아가 다양한 사람들은 자아의 위협에 비교적 잘 대응할 수 있다.
  • 직장 뿐만 아니라, 가정, 운동, 취미, 학습, 봉사활동, 사회 모임 등 다양한 장면에서 자아를 돌아보는 것은 자아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다.

리더로서 성공은 강점 강화도 약점 보완도 아닌, 리더가 되기 전의 강점이 리더가 된 후에 약점으로 변질되는 시점에 대한 인식과 대응이다.

원문: 박진우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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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일을 사랑할수록 동료를 무시하기 쉽다 https://ppss.kr/archives/267202 Tue, 01 Oct 2024 12:07:50 +0000 http://3.36.87.144/?p=267202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것에 부정적인 측면이 있을까?

전통적으로 경영학자와 조직심리학자들은 일을 사랑하는 것의 장점만을 말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일을 바라보는 관점은 크게 3가지다.

  1.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일을 생업(Job)으로 보며 금전적 보상만을 위해 일을 한다.
  2. 현재 하는 일을 직업적 성장으로 보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일을 직업(career)로 보며 자신의 전문성을 향상시키고 성장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여긴다.
  3. 마지막 유형은 일을 천직으로 여기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일은 소명의식(calling)에 따라야 한다고 믿으며, 숭고한 목적 의식을 가지고 자신의 가치를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출처: Remy Franklin의 Medium

일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일을 천직(calling)으로 여기는 사람들이다. 자신의 일을 천직으로 여기는 사람들은 직무 만족도와 성과가 높고, 조직 충성도도 높다. 조직 입장에서는 당연히 일을 천직으로 대하는 사람을 채용하고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 또한, 고객들 역시 자신의 일을 천직으로 대하는 직원을 만나기를 원한다.

만일, 당신이 몸이 아파 병원에 가게 됐다면 어떤 의사를 만나기를 원하는가? 자신의 일을 생업으로 여겨 돈벌이로 보는 사람인가? 이런 의사라면 당신을 호갱으로 보며 불필요한 검진까지 덤탱이를 씌울지도 모른다. 자신의 일을 전문성 향상의 기회로 보는 의사라면 어떨까? 당신을 자신의 의술을 향상시키는 도구로 볼지도 모른다. 그렇다. 당신은 당신을 가족처럼 대하며, 자신의 일을 천직으로 여기는 의사를 만나기를 원할 것이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직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전형적인 내재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를 지닌 사람들이다. 역시 전통적으로 심리학자들과 경영학자들은 아래와 같이 내재적 동기와 외재적 동기(extrinsic motivation)을 구분해 왔다. 어떤 일을 할 때, 대개 당근과 채찍으로 대변되는 보상과 처벌 때문이라면 전형적인 외재적 동기고, 재미, 성장, 학습, 의미감, 자율성, 호기심 등에 따른 것이라면 전형적인 내재적 동기다.

출처: http://www.heraldtomorrow.co.kr/news/articleView.html?idxno=703

그런데, 최근 동기 체계에 다른 한 측면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바로 자기중심적이냐, 타인 중심적이냐는 관점이다. 물론 내재적 동기 자체가 자기중심적이고, 외재적 동기는 타인 중심적인 측면이 강한 것은 맞다. 하지만 자신의 일의 완성도를 높이면서도 타인에게 인정받고자 한다면, 내재적 동기에 타인 중심적인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아래 표를 보면 일에 순수한 재미를 느끼거나 성장하고자 하는 욕구는 내재적 동기에 자기중심적인 측면이 강하고, 다른 사람을 동기부여하거나 직업 윤리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내재적 동기에 타인 중심적인 측면이 강하다. 청렴이나 윤리는 자신이 그런 사람이라고 타인에게 인식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출처: Kwon, M. (2022). The Moralization of Intrinsic Motivation (Doctoral dissertation).

또한 사람들은 일을 통해 자신의 가진 내재적 동기를 표현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내재적 동기의 표현 방식 역시 암묵적(implicit)이냐, 표출적(explicit)이냐 외에 자기중심성과 타인중심성인 측면이 있다. 내재적 동기를 표출하면서 타인 중심적이라면 도움 행동(helping)이나 자신이 가진 정보를 공유(information sharing)하는 행동을 보일 것이고, 자기 중심적이라면 일을 열심히(work hard) 하거나 더 잘하려고(work well) 노력할 것이다.

한편, 자신의 일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일을 천직으로 여기기 때문에 도덕적 기준도 남다르다. 이들은 자신의 일을 개인적 성취감 이상의 도덕적 의무로 여길 가능성이 높다. 바로 이 장면에서 일을 사랑하는 것의 부정적 측면이 야기될 수 있다.

작가 benzoix 출처 Freepik

 

그런데, 자신의 일을 도덕적 의무로 여기는 소명 의식이 뭐가 문제란 말인가?

소명의식의 어두운 측면이 과연 무엇인지 최근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에 「냉철한 성자들(discerning saints)」이라는 제목으로 관련 연구가 실려 소개하고자 한다(개인적으로 ‘discerning saints’를 ‘차별하는 성자들’로 번역하고 싶었지만 원작자의 의도는 ‘냉철한’ 정도인 듯하다). 이 논문은 AMJ에 발표 후, 높은 화제성으로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지에도 「일에 대한 당신의 사랑이 동료를 소외시킬 수 있다(Your Love for Work May Alienate Your Collegues)」라는 제목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출처: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소명의식의 부정적 측면은 바로 자신의 일을 도덕적 의무로 보는 사람들이 동료의 업무 동기 역시 도덕적 잣대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존 자키모위츠(Jon Jachimowicz) 교수와 미시건대학교 로스 비즈니스 스쿨 줄리아 리 커닝햄(Julia Lee Cunningham), 그리고 콜로라도 덴버 비즈니스 스쿨 권미정 교수 등의 연구에 따르면, 자신의 일을 더 사랑하는 사람들은 돈만 밝히며 일하는 속물들과 함께 일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이들은 외재적 동기에 따라서만 일을 하는 직원들을 비도덕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다.

자신의 일을 더 사랑하는 사람들은 자신과 같이 일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외적 동기에 따라 일을 하는 동료들을 돕는 행동은 주저하거나 심지어 자신이 주도하는 중요한 프로젝트에서 배제시키고 무시하는 일도 나타났다.

출처: Kwon, M., Lee Cunningham, J., & Jachimowicz, J. M. (2023). Discerning saints: Moralization of intrinsic motivation and selective prosociality at work.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ja).

 

그렇다면, 조직은 어떻게 해야 할까?

자신의 일을 적당히 사랑하고 적당히 열정적으로 일하라고 해야 할까? 그렇지 않다. 우선, 조직은 자신의 일을 사랑하라고 또, 열정이 최고라고 강조하는 것이 일부 직원들에게 소외감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내재적이든, 외재적이든 동기의 근원이 어떻든 간에 다양한 직무 동기를 존중해야 한다. 동기에 따라 직원들을 평가할 것이 아니라 직원들의 실제 기여 정도에 따라 인정하고 보상하는 문화가 진정한 소속감과 생산성을 보장할 수 있다.

원문: 박진우의 브런치


제 신작 『음악은 어떻게 우리의 감정을 자극하는가』를 소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길을 걷다가 들려오는 노래에 발걸음을 멈추고 ‘어? 이거 내 이야긴데?’라든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이거였어!’ 하면서 무릎을 친 적이 있을 것이다. 음악은 우리의 마음과 귀를 붙잡는 힘을 지니고 있다.

『음악은 어떻게 우리의 감정을 자극하는가』에서 저자는 우리의 마음을 붙든 노랫말들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한다. 물론 같은 노랫말이라 하더라도 듣는 사람의 기분이나 처한 상황에 따라 해석은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

이 책은 특정 음악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BTS, 트와이스, 멜로망스, 이무진, 잔나비, 폴킴 등 33곡의 다양한 노래들을 심리학적으로 조명한다. 게다가 독자들이 손쉽게 노래를 찾아 들을 수 있도록 각 꼭지마다 QR 코드가 있어 읽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듣는 즐거움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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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시간을 돈으로 환산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마라 https://ppss.kr/archives/263256 Wed, 10 Jan 2024 05:03:10 +0000 http://3.36.87.144/?p=263256 최근 있었던 모기업 임원 코칭의 한 장면이다.

박사님, 사장님께서도 우리 회사의 급여 수준이 경쟁력이 있는 수준으로 향상되었으니, 외적 동기가 아닌 내적 동기로 구성원을 리딩하라고 강조하시는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상무님 스스로 외적 동기보다 내적 동기를 우선시하는 말과 행동, 태도를 보이는 것이 좋습니다. 내적 동기를 중시하는 리더의 태도가 구성원들의 외적 동기를 약화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지금부터 설명드리겠습니다.

 

외적 보상과 내적 보상이란?

직무 동기를 설명하는 수많은 이론들이 있지만 비교적 잘 알려진 설명 중 하나는 동기의 소재에 따른 구분이다. 조직 행동론에서는 동기의 소재에 따라 외재적 동기와 내재적 동기로 구분한다. 외재적 동기는 당근과 채찍 즉 보상과 처벌이다. 내재적 동기는 보상이나 처벌 같은 외적인 요소가 아닌 내면의 의미와 재미에 집중한다.

동기에 관한 세계 최고의 저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대니얼 핑크(Daniel Pink)는 그의 저서 『드라이브(Drive)』에서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행동을 위해서 외적 보상은 중요하지 않으며 오히려 외적 보상으로 인해 자발적 행위가 손상된다고 주장했다.

또 한편으로, 많은 경영학자들은 헌신, 조직 몰입, 창의성, 직무 열의, 직무 의미 창조 등에 있어 내적 동기가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조직의 장기적 성장과 성과를 위해서도 내적 동기가 외적 동기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비전을 내재화하고, 일하는 목적이나 의미를 상기시키려는 수많은 슬로건, 교육, 행사들이 우리 조직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내적 보상은 외적 보상보다 ‘항상’ 중요할까? 내적 보상은 중요하지만 외적 보상은 중요하지 않은가?

 

사람들은 두 보상을 ‘동시에’ 추구한다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의 리처드 월턴(Richard E. Walton)은 두 종류의 보상이 서로 다른 장면에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조직에서 비용 절감이나 효율성 개선 등을 강조할 때는 외적 보상이 중요하지만, 구성원의 역량 개발이나 신뢰 등이 강조되는 문화에서는 외적 보상보다 내적 보상 기반의 인적 자원 관리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외적 보상과 내적 보상은 양자택일의 상태가 아니다. 사람들은 외적 보상과 내적 보상을 동시에 추구한다.

심리학으로 외적 보상과 내적 보상을 해석하자면, 전경과 배경의 관계에 빗대어 설명할 수 있다. 네덜란드 출신의 그래픽 아티스트인 마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스허르(Maurits Cornelis Escher)의 판화 작품들을 떠올리면 쉽다. 그는 〈서클 리미트(Circle Limit)〉라는 제목으로 여러 개의 목판화 작품을 발표했는데, 1960년에 발표한 네 번째 작품 〈서클 리미트 4〉에는 ‘천국과 지옥’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출처: WIKIART

그림의 밝은 면에 주목하면 천사의 모습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하지만 배경인 어두운 면에 주목하는 순간, 밝은 면은 배경으로 퇴장하고 악마들로 가득 찬 그림을 보게 된다.

구성원들이 외적 보상과 내적 보상 중 어디에 집중하게 만들지는 조직 내 제도나 문화, 리더십에 달려 있다. 내적 보상을 밝은 면으로, 외적 보상을 어두운 면으로 가정해 보자. 내적 보상인 밝은 면에 집중하면 조직은 천사로 가득 찬 그림이 되고, 외적 보상인 어두운 면을 바라보는 순간 악마가 지배하는 조직이 되는 것이다.

외적 보상과 내적 보상을 전경과 배경으로 이해하는 것은 전통적인 외적, 내적 보상의 분류 체계마저 무너뜨릴 수 있다.

돈과 같은 금전적 보상은 전형적인 외적 보상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보기에 따라 내적 보상이 될 수도 있다. 만약 연봉 수준이 자신의 성취감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생각한다면 돈은 단순한 외적 보상이 아니다. 성취감이나 유능감의 또 다른 표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투자은행처럼 금전적 보상 같은 외적 보상이 지배적으로 작동하는 금융 업계에서도 돈은 완벽한 외적 보상이 아니다. 이들에게 돈은 지위나 성취에 대한 신호이자 유능감을 나타내는 기호로 뇌 속 깊이 인식된다.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의 직장인들에게 연봉은 사회적 성취의 상징으로 치환되기 쉽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직장인들은 서구의 직장인들에 비해 급여를 내적 동기 요인으로 자연스럽게 연계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처럼 우리 내면은 복잡한 인식과 해석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내적 보상이나 외적 보상과 같은 단순한 이분법적 분류로는 조직 내 다양한 동기에 관해 이해할 수 없다.

 

회의 시간을 돈으로 환산하지 말아야 할 이유

실제, 무엇이 외적 보상이고 무엇이 내적 보상인지를 구분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우리가 전경에 주목하면 천사가, 배경에 주목하면 악마가 보이는 심리적 기제가 동기 유발 과정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일을 하면서 외적 보상과 내적 보상은 에스허르의 작품에서 우리가 주목하는 것과 유사하다.

외적 보상은 노동자들이 돈이 우선시되는 환경일 때 즉, 연봉으로만 모든 것이 평가되고 금전적으로 불공정한 대우를 받는다고 인식할 때 전경으로 대두된다. 그 밖의 경우에는 외적 보상은 배경으로 후퇴하고, 일상적인 업무에서는 내적 보상이 전경으로 등장한다.

한때, 조직 내 모든 활동을 금전으로 환산하는 방식으로 구성원들에게 현재 업무와 시간의 가치를 주지시키는 경영 기법이 유행했다. 예를 들면, 당신이 만약 회의에 참석한다면 참석한 사람들의 연봉을 다시 시간 단위로 환산해서 참여한 시간의 비용만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결과가 나와야 함을 상기한 후 회의를 시작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ROI(Return On Investment)가 분명한 관리 방안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회의를 돈으로 환산하는 것은 회의를 더욱 경쟁적이고 비판적으로 운영하게 만들 것이다. 참석한 사람들 모두가 순식간에 자신의 외적 동기에 주목하게 되기 때문이다.

출처 Freepik

회의 시간을 돈으로 환산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마라. 내적 보상이 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는 집단 지성이나 창의성을 추구해야 할 회의인 경우에 특히 그렇다. 내적 보상의 가치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회의에서 회의의 비용을 환산해 외적 보상에만 주목하게 한다면 결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미국 해군대학원의 케네스 토마스 교수는 좋은 노동자를 확보하기 위해 외적 보상이 전경으로 대두되지 않도록 하는 조직 공정성을 높여야 하고, 내적 보상을 체계적으로 증진시키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조직 내 직무 동기를 평생 연구해 온 토마스 교수는 데시와 라이언의 자기결정성이론(self determination theory)을 보완하여 네 가지 내적 동기 요소를 정리했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의미, 자율성, 역량, 성과에 대한 욕구를 타고 난다. 아무 의미 없이 시키는 일만 하는데, 능력은 향상되지 않고 자신이 수행한 일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면 우리는 일을 할 때, 언제 좋은 느낌을 받는가?

  • 자신이 뭔가 가치 있는 일을 한다고 느꼈거나(의미)
  • 자신의 재량대로 일을 할 수 있었거나(자율성)
  • 어떤 활동을 특히 잘 해냈거나(역량)
  • 실제로 일이 진척되고 있음을 확인할 때(성과)

그렇기 때문에 일에 있어 이러한 긍정적인 느낌을 갖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보상 체계 설계가 필요하다.

일에 아무런 가치를 못 느끼는 구성원에게는 내적 동기를 강조하기 보다는 노력과 성과에 따른 합리적인 보상을 제시하며 일을 시작하게 해야 한다. 그러다 역량이 향상돼 충분한 유능감을 경험하게 되는 시기엔, 외적 동기는 배경으로, 내적 동기는 전경으로 올라 올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구성원 스스로 일이 주는 의미, 자율성, 역량, 성과를 성찰하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내적 보상이 전경으로 대두되게 만드는 기회가 반드시 필요하다.

원문: 박진우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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