ㅍㅍㅅㅅ https://ppss.kr 필자와 독자의 경계가 없는 이슈 큐레이팅 매거진 Fri, 06 Jan 2023 10:09:54 +0000 ko-KR hourly 1 https://wordpress.org/?v=5.8.10 https://ppss.kr/wp-content/uploads/2015/07/ppss-100x100.png ㅍㅍㅅㅅ https://ppss.kr 32 32 지난 125년 동안 출간된 책 중 최고의 책은? https://ppss.kr/archives/249612 Thu, 31 Mar 2022 04:41:08 +0000 http://3.36.87.144/?p=249612 뉴욕타임스에서 지난 125년 동안 미국에서 출간된 책 중에서 최고의 책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객들에게 설문조사를 했다. 여러 추천 과정을 거쳐, 1~5위에 선정된 작품을 발표하였다.

평소에 책을 읽지 않더라도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결과가 궁금할 것이다. 작년 한 해도 아니고, 지난 125년 동안의 최고의 작품이라니. 뜸 들이지 않고 바로 그 결과를 공유해본다.

 

1위 『To Kill a Mockingbird (앵무새 죽이기)』

1위는 바로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다. 역시나 그럴 줄 알았다. 성경 다음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책으로 꼽힐 뿐 아니라,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소설 설문조사에서 항상 1위를 차지하는 책이다. 인종차별과 인권 문제, 정의와 양심, 용기와 신념, 인간의 본질은 과연 무엇인지 자문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미국에서의 인종차별 문제는 그 역사와 뿌리가 깊고,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이다. 장담하건대, 향후 몇 년간 이 책이 계속 1위를 차지하지 않을까 싶다.

 

2위, 『The Fellowship of the Ring (반지의 제왕)』

2위는 판타지 세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반지의 제왕』이다. 나는 영화로 먼저 이 작품을 만났다. 영화도 꽤 잘 만들어졌지만, 책에서 펼쳐지는 광대한 서사와 세계관을 어찌 따라갈 수 있으랴. 개인적으로 『해리포터』도 재미있게 읽었는데, 『반지의 제왕』은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다.

 

3위, 『1984』

3위는 클래식 명작인 조지 오웰의 『1984』이다. 인간의 기본 욕구를 억제하는 독재 권력 사회를 묘사한 작품으로, 학생들의 필독서로도 자주 꼽히는 작품이다. 1949년에 출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covid-19 시국과 온라인상의 개인정보 침해나 감시 이슈가 대두되면서 재조명받고 있기도 하다. 그만큼 한번 읽어두면 남녀노소 구분 않고 아는 체 하는데 참 유용한 책이 될 것이다.

 

4위, 『One Hundred Years of Solitude (백 년의 고독)』

4위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대표작인 『백 년의 고독』이다. 역시나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명작이다. 『죄와 벌』이나 『백 년의 고독』과 같은 책은 충분히 유명하지만, 두께가 꽤 두껍고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길다 보니 초반 몰입에 진입장벽이 있다. 벌써 작가의 이름부터 길지 않은가.

서평 소개를 보면, ‘우르술란과 호세 아르까디오가 마꼰도라는 도시를 건설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어디까지가 사람 이름이고 도시 이름인지, 정신 바짝 차리고 읽어야 한다. 그렇다 보니 아직 원전을 제대로 읽어보지 못했다. 올 한 해 첫 독서 목표는 이 책으로 정해야겠다.

 

5위, 『Beloved (빌러비드)』

5위는 토니 모리슨의 『빌러비드』이다. 흑인 여성 작가 최초로 노벨상을 수상한 책이지만, 나에게는 다소 생소한 작품이다. 특히 흑인 여성 노예에 대해 초점을 둔 작품이라고 한다. 작가 특유의 정교한 문체와 서정적인 문장들로 쓰여 독자들의 진한 감동을 끌어낸다는 평이다.

제목인 ‘빌러비드(Beloved)’는 ‘사랑받은 자’를 뜻하지만, 역설적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사랑받지 못한 흑인 여성을 애도하는 뜻도 담겨 있다고 한다.

원문: 켈리랜드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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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같은 천재도 200%의 준비가 필요하다 https://ppss.kr/archives/248680 Wed, 19 Jan 2022 02:28:35 +0000 http://3.36.87.144/?p=248680 <KBS 뉴스라인>에서 조성진 피아니스트의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클래식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더라도 한 번쯤 그의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한국인 최초의 쇼팽 콩쿠르 우승으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자, 클래식계의 아이돌이라 불린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두꺼운 팬층을 자랑하며, 그의 공연은 1~2분 만에 표가 매진될 정도로 큰 인기다. 이 정도면 세계적 ‘엄친아’에 천재라고 불리는 게 당연할 것이다.

무대 위에서 그는 한없이 섬세하기도 하고 폭풍처럼 열정적이기도 하지만, 무대 밖에서는 수줍고 겸손한 매력 또한 갖고 있었다. 최근 <뉴스라인> 인터뷰에서 앵커가 차기 쇼팽 콩쿠르 본선에 오른 선, 후배분들께 한 말씀 부탁한다고 물었다. 그의 대답이 참으로 놀랍다.

제가 할 수 있는 조언은 딱히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콩쿠르 나갈 때 200%를 준비했어요.
200%를 준비해야, 떨리고 긴장되는 순간에 100%가 나오는 것이거든요.
그런 후, 잘되길 기도하며 운을 바라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 조성진, KBS 1TV 뉴스라인 인터뷰

순간 전율이 느껴졌다. 저렇게 타고난 천재도 100%를 발휘하기 위해 200%를 준비했던 것이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차고 넘치게 채운 후에도, 부디 행운이 나에게 따라주길 간절히 기도해야 100%가 되는 것이었다. 아무리 열심히 준비했다고 한들, 당일 날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한순간에 결과가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콩쿠르 당일날, 긴장해서 암기한 악보를 갑자기 까먹거나, 손가락이 땀에 미끄러질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실수조차도 대응할 수 있도록 평소에 200%를 준비하는 것이다. 그것만이 방법이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경건함마저 느껴졌다.

알다시피, 운이라는 것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아무리 열심히 한다 한들 때로 하늘은 겸손을 가르치기 위해서라며 가혹한 시련을 안겨줄 때도 있다. 굳이 가르쳐주지 않아도 될 텐데 말이다.

내가 최선을 다한다 한들 어차피 성공은 운에 따라 결정된다면, 어차피 ‘될놈될 (될 사람은 되게 돼 있다)’이라면, 굳이 힘들게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자연스레 자신의 노력보다 운에 더 기대를 걸어 보게 된다. 최선을 다하지 않는 자신을 탓하기보다 운명의 탓으로 돌리는 게 마음이 조금 더 편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면서 나는 왜 되는 것이 없을까. 왜 내가 원하는 것은 이뤄지지 않을까 실망하고는 한다.

그런 나에게 조성진 씨의 인터뷰는 큰 울림이 됐다. 천재도 100% 발휘를 위해 200%를 준비한다면, 지극히 보통 사람인 나는 300%를 준비해야 했던 것이다. 안된다고 실망하기 앞서, 30%도 겨우 준비하면서 나머지 70%는 운으로 채워지길 바랬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본다.

또한, 천재도 200% 준비한다는 말이 살짝 위로가 되기도 했다. 만약 그가 ‘저는 준비 하나 없이도 100% 할 수 있다’고 한다면, 나같이 지극히 평범한 사람에게는 기회조차 없을 것이다. 천재도 실수를 하고, 실패를 두려워한다. 그래서 그들도 노력을 한다. 그것도 몇 배로 말이다.

그것이야말로, 그들이 더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 진정한 비법일지 모르겠다.

원문: 켈리랜드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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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부족하지만”이란 말의 함정 https://ppss.kr/archives/249245 Fri, 07 Jan 2022 06:30:11 +0000 http://3.36.87.144/?p=249245 아이 유치원 서류에 가족정보와 여러 사항들을 입력하고 있었다. 마지막 코멘트란에, ‘우리 아이가 많이 부족하지만 잘 지도해주세요!’라고 적었다. 제출 버튼을 누르기 전, 신랑에게 리뷰를 요청했다.

신랑이 쭉 훑어보다가 코멘트 부분에서 고개를 갸우뚱한다. 어떤 점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하고 묻는다. 내 의도는 아직 아이가 어리니, 이것저것 실수하더라도 잘 봐 달라는 표현이라 설명해줬다.

‘부족하다’는 말이 정말 부족하다기보다는, 아직 완벽하지 않음에 대한 인정, 일종의 겸손의 표현이라고 말이다. 그러자 신랑이 되묻는다.

왜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해?

추가하길, 미국에서는 아이가 부족하다는 표현이 자칫 잘못하면, 선생님의 특별한 주의나 관찰이 필요하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감 있는 첫인상을 주는 게 좋지, 서류에서부터 무언가 부족하다는 표현은 의도치 않은 오해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듣고 보니 그랬다. 가만 생각해보면, 한국에서는 ‘제가 부족하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고, 주변에서도 많이 듣게 된다. 자신을 낮추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출처: Freepik

심지어 자신을 최대한 돋보여야 하는 이력서나 자기소개서에도 ‘제가 부족하지만’ 이란 표현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함께 인터뷰를 하던 동료 직원 왈, ‘본인조차 부족하다고 느끼는데, 왜 우리가 이 사람을 뽑아야 하지?’라고 반문했던 일이 떠오른다.

그 지원자의 의도는 ‘저는 이 정도의 경지까지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최고의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입니다’라고 말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부족하지만’이란 말을 하지 않는 게 더 나았을 뻔했다.

멋진 발표를 마치고도 ‘저의 부족한 발표를 들어줘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시간을 낭비한 게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자신의 강의를 하찮은 것으로 포지셔닝해버린다.

감동을 주는 글을 썼음에도 글 소개 란에는 ‘끄적끄적 글 나부랭이를 쓰는 사람’ 또는 ‘늘 부족한 글쟁이’등, 스스로를 별것 아닌 것처럼 표현한다. 겸손이 미덕이라는 생각에서 일 것이다. 하지만, 그게 정말 겸손의 표현이었을까?

스스로를 부족하다며 낮추는 겸손함의 이면에는, 아직 본인이 보여주지 못한 더 큰 것들을 알아봐 줬으면 하는 의도가 은연중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린 완벽하지 않으면, 미완성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미완성은 부끄러운 것, 미안해야 하는 것으로 여긴다.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늘 부족하다는 생각. 나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 어딘가 있을 수 있는데, 감히 스스로를 드러내는 것은 교만하다고 말이다.

출처: Freepik

완벽은 좋은 것, 부족한 것은 나쁘고 숨겨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은, 새로운 도전과 시작을 머뭇거리게 만든다. 또한, 스스로 늘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타인 역시 스스가 만든 완벽의 잣대로 평가할 위험이 있다. ‘나보다 못한 것 같은데, 왜 저 사람은 뭐 이리 당당하지?’ 하면서 말이다.

어쩌면 세상에는 ‘완벽한 것’이란 존재하지 않을지 모른다. 각자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린 조금 더 스스로에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 어딘가 존재하지도 않을 완벽의 기준을 설정해놓고, 늘 ‘부족하다’는 말로 스스로의 가능성을 가두는 것을 멈추면 어떨까.

당신은 타인의 시선에서는 ‘완벽’ 하지 않을 수 있지만, 이미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이다.

원문: 켈리랜드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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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을 위한 에디슨의 명언 12가지 https://ppss.kr/archives/248676 Wed, 29 Dec 2021 17:53:37 +0000 http://3.36.87.144/?p=248676 보통 에디슨이 남긴 명언으로 가장 많이 아는 것은 “천재는 1퍼센트의 영감과 99퍼센트의 땀으로 이루어진다(Genius is one percent inspiration and ninety-nine percent perspiration)”는 말일 것이다. 보통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쓰이는데, 실제로 이 말은 노력을 아무리 해도 영감이 없으면 안 된다는 말이라고 한다.

천재 과학자로만 알던 에디슨이 이렇게 좋은 명언을 많이 남겼는지 몰랐다. 한마디 한마디가 감동이 되고 위로가 되는 참 주옥같은 말들이다. 이렇게 천재적인 사람도 알고 보면 평범한 우리와 다를 바 없다. 그럼에도 다른 점이 있다면, 어려움을 만났을 때 거기서 멈추지 않고, 한 걸음 더 내디뎠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 에디슨의 명언이 현재를 살아가는 당신에게도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에게 가장 와닿는 오늘의 명언은 이것으로 정했다!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고 못난 변명은 “시간이 없어서”라는 말이다.

  • 토머스 에디슨

1. 우리의 최대의 약점은 포기다. 성공으로 가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언제든지 한 번 더 시도해보는 것이다.

Our greatest weakness lies in giving up. The most certain way to succeed is always to try just one more time.

2. 어떤 것이 당신이 계획한 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쓸모없다는 뜻은 아니다.

Just because something doesn’t do what you planned it to do doesn’t mean it’s useless.

3. 노력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없다.

There is no substitute for hard work.

4. 당신이 하는 일이 당신이 무엇인지 보여줄 것이다.

What you are will show in what you do.

5. 가치 있는 일을 성취하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 요소는 근면함, 끈기, 상식이다.

The three great essentials to achieve anything worth while are: Hard work, Stick-to-itiveness, and Common sense.

6. 나는 평생 하루도 일해본 적이 없다. 모두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I never did a day’s work in my life. It was all fun.

7.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거의 모든 사람은 불가능해 보이는 지점까지 그것을 실행하고 나서는 낙담한다. 그곳은 낙심할 곳이 아니다.

Nearly every man who develops an idea works it up to the point where it looks impossible, and then he gets discouraged. That’s not the place to become discouraged.

8. 인생의 많은 실패자는 포기했을 때 그들이 성공에 얼마나 가까웠는지 깨닫지 못했다.

Many of life’s failures are people who did not realize how close they were to success when they gave up.

9. 분명 더 잘할 방법이 있다. 찾아보라.

There’s a way to do it better—find it.

10. 당신의 가치는 당신이 가진 것이 아니라 당신의 존재에 있다.

Your worth consists in what you are and not in what you have.

11. 나는 마지막 사람이 멈춘 곳에서 시작한다.

I start where the last man left off.

12. 훌륭한 아이디어는 근육에서 나온다.

Great ideas originate in the muscles.

원문: 켈리랜드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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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거장들의 일기장에 있는 특별한 세 가지 https://ppss.kr/archives/248678 Sun, 19 Dec 2021 16:40:25 +0000 http://3.36.87.144/?p=248678

책 『타이탄의 도구들』에서 저자는 성공한 거장(titan)들을 만나 그들의 공통점을 분석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일기를 쓴다는 것이다. 너무 진부하게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일기 쓰기 방법에는 평범한 사람들과는 살짝 다른 점이 있다. 저자가 소개한 것을 바탕으로 내가 정리한 3가지 비법은 아래와 같다.

 

1. 아침에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쓴다

밤에 일기를 쓰면 ‘정말 스트레스받고 짜증 나는 하루였어’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은 반면,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에 쓰는 일기는 활기차고 효과적이다. 책에 나온 ‘아침 일기는 정신을 닦아주는 와이퍼’라는 표현이 참 마음에 들었다. 모호한 걱정, 초조함, 집착 등의 혼란한 생각들을 일기에 적어놓기만 해도 마음이 차분해지고 좀 더 맑은 눈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적어놓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겠지만, 종일 머리를 산만하게 만들 문제를 꺼내놓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오래되고 꽉 찬 옷장을 정리하려면 일단 꺼내놓아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2. 감사하게 여기는 것들, 굉장했던 일들을 적는다

이 부분이 가장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 대게 일기를 쓰게 되면 하루의 반성과 후회로 시작된다. ‘○○하지 말아야 했는데… 내가 왜 그랬을까’ 그러고는 ‘내일은 꼭 이걸 하자!’는 내용으로 마무리되고는 한다.

이렇게 체크리스트를 점검하는 식의 일기는 계속 미래에만 집중하게 만들고, 자연스레 불안을 커지게 만든다. ‘오늘도 못 했는데, 내일도 못 하면 어떡하지’하는 불안과 집착을 갖게 된다. 반대로 현재 가진 것에 감사하면 마침내 추구하는 걸 얻게 된다.

내게 정말 많은 도움을 주었거나 내가 매우 높이 평가하는 지인들, 오늘 내게 주어진 기회, 어제 있었던 근사한 일, 가까이에 있거나 눈에 보이는 단순한 것들 (양털구름, 사각사각 펜, 잔잔한 음악 등)에 대해서 감사함을 담아 쓰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참 편해지고 풍족해짐을 느낀다.

 

3. 저녁에 한 번 더 점검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쓴 아침 일기를 밤에 집에 돌아와 다시 살펴보는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잠들기 직전에 한다. 밤에는 오늘 있었던 굉장한 일과 오늘을 어떻게 더 좋은 날로 만들었나를 떠올려본다.

종일 우울로 가득 찬 날이라 할지라도, 짜내고 짜내서 좋았던 일과 굉장했던 일을 생각해낸다. 굉장하다고 할 것도 없는 것도 그렇다고 적어본다. 예를 들어,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침대를 정리한 일, 회의 시간에 1-2분이라도 일찍 들어가서 여유롭게 시작한 것, 커피를 한 잔 덜 마신 것 등, 별것 아닌 것도 굉장하다고 적어본다. 그러면, 내일도 무언가 굉장한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좋은 기분이 든다.

 

덧: 나의 ‘아침 감사 일기’ 포맷

일기를 반성문으로 채우기보다는 감사함으로 채워보자. 일단 잘 모르겠으면, 이미 성공해서 증명된 방법을 따라 해 보자. 그게 빠른 시작도 가능하고,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다. 익숙해진 후 나만의 방법을 만들어가면 된다. 책 내용을 바탕으로 나의 ‘아침 감사 일기’ 포맷을 아래와 같이 만들어봤다. 현재 일주일째 꾸준히 쓴다.

PDF 나 이미지 파일로 저장 후 프린트해서 사용해도 좋다. 나 같은 경우, 굿 노트(Good Notes) 필기 앱에 넣어 아이패드로 작성한다. 맨 위 상단에는 날짜를 적고, ‘아침에 대답해야 하는 내용’을 작성하고, ‘밤에 써야 하는 내용’은 저녁에 점검한다. 하단에는 네모 박스로 감사할 것 외에 생각나는 것들을 자유롭게 적을 수 있는 공간을 추가했다.

5분 아침 감사일기 포맷, 일단 따라 해보자. 삶이 달라질 것을 믿는다.

일기 작성 시간은 총 5–10분을 넘지 않게 간단하게 적는다. 글 쓸 때 삐뚤빼뚤해지지 않도록 점선 바탕을 사용했다. 누군가에게도 감사 일기장이 유용하게 사용됐으면 좋겠다.

원문: 켈리랜드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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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영어책을 낭독하면 생기는 힘] 6. 원서 직독직해와 아티클 직독직해 https://ppss.kr/archives/239819 Thu, 04 Nov 2021 03:37:57 +0000 http://3.36.87.144/?p=239819 ※ 이 글은 ‘매일 영어책을 낭독하면 생기는 힘’ 시리즈입니다. 아랫글에서 이어집니다.

  1. 원서를 읽는 새로운 방법: 직독직해의 신세계
  2. 낭독 북클럽을 조직하다 
  3. 낭독을 강조하는 이유가 뭘까?
  4. 몰입의 힘, 함께의 힘, 다양성의 힘
  5. 쫄지 않는다, 리딩이 빨라졌다
  6. 실패하지 않는 첫 원서 고르는 법

꼼꼼히 읽고픈 당신을 위해

한국어와 영어의 가장 큰 차이는 어순일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어로는 “나는 제인과 점심 먹었다”라고 하지만, 영어로는 “나는+먹었다+점심을+제인과 (I ate lunch with Jane)”라는 순서로 말해야 한다. 여기에 무엇을, 어디서, 어떻게, 왜 먹었는지에 대한 추가 정보들이 붙게 되면, 문장은 길어지고 자연스레 머릿속에 정리해야 할 것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길을 잃는다. ‘잠깐, 누가 뭐 했다고 했지?’ 하고 다시 처음부터 읽어나가야 한다.

영어 원서를 읽을 때 가장 많이 드는 혼란이 이런 것이다. 혼자 눈으로 읽어 나갈 때는 ‘내가 잘 이해하는 것이겠지’ 하는 믿음으로 일단 읽는다. 하지만 한 장 읽고 나면 뭔가 2% 부족한 게 느껴진다. 때로는 앞에서 잘못 이해하는 바람에 다른 상상의 영역에서 헤매기도 하고, 분명 읽긴 읽었는데 무엇을 읽었는지 모르는 경우도 생기기 마련이다.

눈으로 읽다 보면 빠르게 읽는 것 같지만, 그냥 ‘책을 봤다’ 는 것과 정말 ‘이해하고 넘어갔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인 것이다. 원서 리딩 시,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지나간 부분, 자세히 읽지 않아 내용을 놓치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어떻게 하면 꼼꼼하게, 저자가 쓴 글을 충분히 이해하면서 원서를 읽을 수 있을까? 원작의 감동을 어떻게 하면 100% 느낄 수 있을까? 그래서 시작한 스터디가 “원서 직독직해” 낭독 북클럽이었다.

 

원서 직독직해 소개

‘직독직해’ 방식은 영어의 어순대로 앞에서부터, 의미 단위로 끊어서 차례대로 해석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I will go to Paris during this summer vacation’이라는 문장이 있다. 그러면, 주어 동사 목적어 어순에 맞춰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며 해석하는 게 아니라,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끊어서 읽는다. “나는 파리에 갈 겁니다” 끊고, “이번 여름 방학에요” 이렇게 말이다. 문장이 길어지면, 계속 이어 붙여서 해석하면 된다. 조금 더 붙여 볼까?

I will go to Paris during this summer vacation with my friend Jane, who I have known since high school.

문장이 길어져도 쫄 것 없다. 그대로 이어서 해석하면 된다. “친구 제인이랑 같이 갑니다” 끊고 “우린 서로 알아 왔어요” 끊고 “고등학교 때부터 말이죠”라고 말이다. 여기서 더 길어져도, 계속 문장을 이어 붙여 차근차근 해석해 나가면 된다.

직독직해에 그룹 스터디 방식을 더했다. 6명이 한 조가 돼서 스카이프 그룹 통화로 매일 1시간씩 원서 책을 소리 내서 직독직해하는 것이다. 첫 책은 청소년 권장도서인 『기억 전달자(The Giver)』와 『아름다운 아이(Wonder)』로 시작했다. 두께도 적당하고, 내용도 흥미진진하고, 단어 수준도 어렵지 않아 시작 책으로 안성맞춤이었다.

원서리딩이 처음이라면 『샬롯의 거미줄(Charlotte’s Web)』이나 『아름다운 아이』 같은 어린이 도서를 추천한다.

방법은 기존 원서 낭독 방법과 동일하다. 돌아가면서 2단락씩 소리 내서 읽는다. 기존 원서 낭독 북클럽과 다른 점은, 영어 문장을 소리 내서 한번 읽은 후, 바로 직독직해로 해석하는 것이다.

 

직독직해 맛보기

『아름다운 아이』의 첫 단락을 직독직해하면 아래와 같다. 한번 같이 따라 해 보면, 색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Wonder
– Chapter 1 –

I know I’m not an ordinary ten-year-old kid.
‘나는 압니다’ (끊고) ‘내가 평범한 10살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요’

I mean, sure, I do ordinary things. I eat ice cream. I ride my bike. I play ball. I have an XBox.
‘내 말은’ (끊고) ‘물론, 나도 평범한 것들을 하지요’ (끊고) ‘나는 아이스크림을 먹어요’ ‘나는 자전거도 타요’ ‘나는 공놀이도 하고요’ ‘나는 XBox 도 있습니다’

Stuff like that makes me ordinary. I guess. And I feel ordinary.
‘이런 것들이 나를 평범하게 만들어주죠’ (끊고) ‘내 생각에는요. 그리고 나는 평범하다고 느낍니다.’

Inside. But I know ordinary kids don’t make other ordinary kids run away screaming in playgrounds.
‘마음속으로는요’ (끊고) ‘그러나 나는 압니다’ (끊고) ‘평범한 아이들은 다른 평범한 아이들을 달아나게 만들지 않죠’ (끊고) ‘운동장에서 비명을 지르면서요.’

I know ordinary kids don’t get stared at wherever they go.
‘나는 압니다’ (끊고) ‘평범한 아이들은 쳐다보는 시선을 당하지 않죠’ (끊고) ‘그들이 어디를 가든 지간에요.’

If I found a magic lamp and I could have one wish, I would wish that I had a normal face that no one ever noticed at all.
만약 내가 매직 램프를 찾을 수 있다면 (끊고) 내가 한 가지 소원을 빌 수 있다면 (끊고), 나는 소망할 것입니다 (끊고) 내가 평범한 얼굴을 가지게 해 달라고요 (끊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게 말이에요.

  • R. J. 팔라시오, 『아름다운 아이』 中

『아름다운 아이』는 선천적 안면기형인 얼굴을 가진 10살 꼬마의 성장기를 따뜻하고 아름답게 그린 책이다. 멤버들과 이 책을 읽으며, 아이가 느꼈을 슬픔과 친구들 간의 우정과 가족들 간의 사랑에 감명받아 함께 눈물 흘린 기억이 있다. 이렇게 의미 단위로 한 문장씩 읽어나가면 어느새 한 장이 끝나고, 한 챕터를 마치고, 마침내 한 권을 완독하는 것이다. 완전한 감동과 함께 말이다.

 

원서 직독직해 방법이 좋은 이유 3가지

이렇게 작년 4월부터 시작한 직독직해 그룹방의 책이 벌써 10권을 넘었다. 일반 낭독과 달리, 원서 직독직해의 장점을 3가지 정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원서 직독직해 그룹이 그동안 읽은 책.

1. 눈으로 후루룩 읽어서 지나칠 부분을 꼼꼼히 점검 가능하다.

혼자 읽을 때보다 진도는 늦을 수 있다. 하지만 한 줄 한 줄 직독직해로 읽으면 문법이나 구조가 다시 보인다. 마치 생선 살을 발라내듯이 문장을 분해하며 읽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2. 한국어와 영어의 구조적 차이가 느껴진다.

영어는 주어를 사물로 하느냐, 사람으로 하느냐에 따라 사용하는 동사와 문법 구조가 달라진다. 또한 능동태, 수동태에 따라 전달하는 느낌도 다르다. 문법을 세부적으로 들어가지 않더라도, 책을 직독직해하면서 실제로 어떻게 활용되는지 확실히 느낄 수 있다.

3. 책의 감동을 느끼며 완독할 수 있다.

책이라는 게 문맥과 흐름이 있으므로, 모르는 단어가 나온다고 머뭇거리거나, 일부러 멋지게 해석하려고 주저할 필요 없다. 꼼꼼히 읽지만, 성큼성큼 큰 걸음으로 쭉쭉 읽어 나가면 된다. 해석이 막히는 부분도 스토리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해되기 때문이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 느끼는 감동과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원서 직독직해는 나에게 영어 원서 리딩의 신세계를 보여주었다. 더 새로운 방법을 발굴할 때까지 당분간 이 세계에서 흠뻑 빠져 재밌는 책을 많이 읽을 계획이다. 당신도 주저하지 말고 같이 신세계로 빠져보길 권한다! Start Now, Get Perfect Later!

 

하루 한 개 영어기사 읽기

직독직해 방식을 원서뿐 아니라 신문/매거진의 아티클에도 적용해서 읽어보기 위해 ‘아티클 직독직해 스터디’ 그룹을 조직했다. 이 스터디는 원서 낭독 북클럽이 있기 전부터 해왔던 것이라, 이제 거의 5년이 돼가는 것 같다.

방식은 원서 직독직해 방식과 동일하다.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 《CNN》 《NPR》 등 주요 미디어에서 한 주에 같이 읽을 아티클을 미리 선정해 멤버들과 스터디 자료로 공유한다. 원서 직독직해와 달리 아티클 직독직해는 사전에 모르는 단어는 미리 찾아오고 아티클을 미리 숙지하고 참여한다. 준비가 많이 되어있을수록 스터디에서 얻어가는 것이 많다.

돌아가면서 한 단락씩 낭독 후 직독직해한다. 샘플로, 지난 이코노미스트 메인 기사 첫 단락을 함께 해면 감이 올 것이다.

이코노미스트 (The Economist) 매거진

Time to make coal history

Around the world the mood is shifting. Xi Jinping has adopted a target to cut China’s net carbon emissions to zero by 2060. Under Joe Biden, America will rejoin the Paris agreement, which it adopted five years ago. In the financial markets clean-energy firms are all the rage. This month Tesla will join the S&P 500 share index—as one of its largest members.

석탄을 역사 속으로 보낼 시간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분위기가 변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의 실질적인 탄소 배출을/ 2060년도까지/ 제로 국가로 만들겠다고/ 선언하였습니다 (= 탄소 중립을 목표로 제시하였습니다). 미국은/ 조 바이든 당선자하에서/ 5년 전 채택했던/ 파리협약에 재가입할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 시장에서는/ 클린 에너지 회사들이 큰 인기를 끕니다. 이번 달/ 테슬라는 S&P 500 지수에/ 편입될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최대 멤버 중 하나로서 말이죠.

단어 정리

  • around the world: 전 세계, 세계적으로
  • carbon emissions: 탄소 배출
  • be (all) the rage: 크게 유행하다, 큰 붐을 일으키다
  • share index: 주가지수
  • S&P 500: Standard & Poor’s 500 Stock Index(미국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가 뉴욕 증시에 상장된 회사 중 500대 기업을 뽑아 만든 주가지수)

하나의 멋진 번역문이 되기 위해 시간을 들일 필요는 없다. 앞에서부터 의미 단위로 끊어서 하나씩 해석해 나가면 된다. 이렇게 매일 하나의 아티클 하나씩 소화해 나가는 것이다. 혼자서 영자신문 아티클을 읽기는 쉽지 않지만, 스터디 멤버들과 함께하면 가능하다. 특히 내가 약한 분야에 대해, 배경지식이 있는 분들의 추가 설명까지 곁들일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글로벌 시사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도 아티클 클럽의 매력이다. 관심과 시야를 집이나 회사를 벗어나, 우리 주변의 사회이슈나 글로벌 사안으로 넓히는 것은 생각이 확장에도 도움이 된다. 매일 아티클을 읽으면서, 한국뿐 아니라, 미국, 중국, 러시아, 유럽, 동남아시아 등, 여러 국가들에서 발생하는 주요 사안에 대해서 알 수 있다.

당장 미얀마에서 발생하는 시위나 아프리카에서 벌어지는 자원 전쟁이 나랑 무슨 상관이야 싶을 수 있다. 내일 당장의 나의 의식주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번 COVID-19 팬데믹에서도 봤듯이, 우리는 세계 경제와 안보가 하나로 이어진 시대에 산다. 한 국가의 위기가 다른 국가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한 국가의 업적과 성공이 또 다른 혁신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아티클 클럽은 미국 시간 아침 여섯 시에 진행된다. 미국 동부, 중부, 서부에서 각각 한 분씩 조인하시고, 한국에서도 퇴근 후 하루를 아티클 낭독과 마무리하기 위해 4분이 조인하신다. 퇴근 후 피곤할 법도 한데, 아티클을 미리 읽어오고 준비해오시는 분들도 참 대단하신 분들이다.

야근이나 회식으로 발표 참여를 못 하는 경우도, 퇴근하는 지하철에서 음소거를 해놓고 듣기만 하더라도 꼭 참여하신다. 쌍둥이를 출산한 후 산후조리 기간에도 직독직해 시간에 참여하신다. 그렇게라도 하루라도 스터디를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시험을 보는 것도 아니고, 자격증을 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렇게 열심히 사시는 분들이 주변에 많아질수록, 나 또한 자극이 되고 동기부여가 된다. 오래가는 스터디가 되려면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나도 스터디 멤버들의 배움에 기여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준비한다. 다음 주는 어떤 사건/사고, 이벤트들이 우릴 찾아올지 벌써 기대가 된다.

원문: 켈리랜드의 브런치(1부/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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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다시 안을 수 있을까요?: 스킨십 격리의 시대 https://ppss.kr/archives/236788 Mon, 06 Sep 2021 05:34:35 +0000 http://3.36.87.144/?p=236788 여전히 깊은 어둠 속을 지나는 코로나 시대. 마스크 쓰기와 사회적 거리두기는 이제 당연한 에티켓이 되었다.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를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나도 악수를 하거나 포옹을 해서는 안 된다. 혹시라도 기쁜 마음에 한 발짝 다가서려고 하면, 상대방이 뒤로 한 발짝 물러서는 슬픈 현실이다.

가족을 제외하고, 당신이 마지막으로 타인과 포옹한 적은 언제인가? 악수를 한 적은? 마지막으로 타인과 스킨십을 한 게 언제인지 떠올려보면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아니, 이제는 오히려 굳이 스킨십이 필요한 걸까 하는 생각이 들지 모르겠다.

팔꿈치 인사(Elbow Bump)가 악수를 대신한다.

흔히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다. 의식주만 해결되면 살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본능적으로 인간은 고립된 상황에서 불안과 우울, 두려움을 느낀다.

미국 심리학자인 해리 할로우의 ‘원숭이 애착 실험’은 스킨십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이 실험에서 새끼 원숭이는 우유통이 꽂혀 있는 철사로 된 엄마 인형보다, 먹을 것이 없더라도 부드러운 헝겊으로 되어 있는 엄마 인형에게 더 큰 애착을 느꼈다. 철사 인형에게는 배를 채우러 잠깐 들렸을 뿐, 부드러운 감촉을 주는 엄마 인형을 하루 18시간 이상을 껴안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배고픔보다 따뜻한 온기가 더 그리웠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감옥에서 문제를 일으킨 재소자를 독방에 격리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일 것이다. 그만큼 고립은 신체적인 처벌을 받는 것보다 더 괴롭고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이 밖에도 스킨십이 교감능력 향상이나 스트레스 감소 및 면역력을 향상 시켜준다는 과학적 연구 결과는 많다. 본능적으로 인간은 생존을 위해 스킨십을 갈구하는지도 모르겠다.

 

스킨십 격리의 시대

코로나로 인해 우린 자발적으로 스스로를 격리하는 사회에 산다. 종일 자신이 접촉하는 유일한 사람은 라텍스 장갑을 끼고 케어해주는 도우미의 손길뿐이라는 한 노인의 인터뷰가 마음 아프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이 더 그리운 법이다. 하지만 지금은 손녀나 자식들이 쉽게 찾아올 수 없고, 설령 만난다 한들 안아 줄 수도 없다. 임종의 순간조차도, 가족들과 유리벽을 통해 마지막 인사를 나눠야만 하는 상황이 우리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서로 거리를 둬야 살아남는 ‘스킨십 격리의 시대’가 그래서 더욱 슬프고 쓸쓸하다.

사회가 우울하고 각박할 때, 우리는 정서적으로 의지하고 신뢰할 누군가를 찾는다. ‘악수’의 기원이 무기를 소지하지 않았다는 신뢰의 표시로 손을 내민 것에 있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포옹은 내 심장을 내어 보이는 것이니, 더 큰 신뢰와 애정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포옹을 하면, 자연스레 서로의 심장이 맞닿게 되고, 상대의 따스한 온기도 느껴진다. 마치 ‘당신 곁에 내가 있어요’라고 온몸으로 말하는 듯하다.

비닐로 ‘허그 커튼’ ‘허그 글러브’를 만들어 안아주는 사람들.

예전에 길거리 ‘프리 허그(Free Hug)’가 등장한 적이 있다. 여전히 유교 문화가 지배적인 우리 사회에, 타인과의 허그를 꺼리는 경향이 있기에 더 큰 주목을 받았다. 아무 이유 없이 나에게 기꺼이 가슴을 내어주는 타인에게 현실에 지친 사람들이 큰 위로와 감동을 받은 것이다. 코로나 시대의 허그는 직접 접촉 없이 서로 끌어안는 척만 하거나, 비닐을 사이에 두고 포옹하는 방식으로 응용된다. 그런 몸짓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사회에 사는 현실이 안타깝다.

 

당신을 다시 안을 수 있을까요?

온라인 교육과 화상 미팅이 아무리 발전한다고 한들, 직접 만나는 대면 만남을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차가운 스크린 화면을 통해서가 아닌, 따뜻한 온기와 숨결이 느껴지는 진짜 사람과의 만남이 더욱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다시 힘껏 안을 수 있는 시간이 올까? 내가 위로받기 위해, 또는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해, 두 팔을 활짝 벌릴 수 있을까? 아니, 그전에 다시 손을 꼭 붙잡고 악수 할 수 있을까?

예전에 너무나 당연했던 것들이 이제는 그리움의 대상이 돼버린 듯하다. 서로 멀어지고 격리해야 살아남는 시대, 코로나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신체적 접촉, 스킨십의 소중함이 아닐까. 걱정 없이 당신을 다시 안을 수 있는 진정한 ‘프리 허그’의 날이 오면, 정말 힘껏 안아주고 싶다!

원문: 켈리랜드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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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도 같이 피아노 배워 보실래요?” https://ppss.kr/archives/236538 Fri, 13 Aug 2021 05:25:44 +0000 http://3.36.87.144/?p=236538 우리 집 꼬마도 어느덧 피아노를 시작할 나이가 됐다. 어렸을 때 피아노를 배우는 것은 통과의례 같은 느낌이다. 무슨 악기를 배우든 피아노가 기초가 되어 주기 때문일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피아노 학원이 문을 닫아서, 대신 선생님이 마스크를 쓰고 집으로 방문 지도해주러 오셨다.

한동안 먼지가 쌓여 있던 피아노의 뚜껑이 열리고, 검은색과 흰색의 반지르르한 건반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 꼬마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도레 도레’를 치는 것을 어깨너머로 지켜보니 참 대견스럽다. 그리고 문득 과거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벌써 30년도 더 됐다. 신발주머니 같은 가방을 옆구리에 끼고, 집 앞 피아노 학원을 참 바지런히 다녔었다. 그 당시 ‘국민학교’ 저학년이 되면, 동네 아이들 너도나도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누구나 한 번쯤 피아노로 상 한 개씩은 타봤을 정도로, 참 열심히들 배웠다.

그러다가 중학교 들어갈 때쯤 전공을 할 생각이 아니면 대부분 악기 배우는 것을 관두는 게 일반적이었다. 대개 ‘체르니 100번’ 또는 ‘체르니 30번’ 정도로 피아노 역사를 마무리 짓기 마련이다. 그 후 입시, 대학 생활과 취직을 거치며 피아노는 그저 어린 시절 추억 같은 존재로 서서히 잊혀 갔다.

그리고 2021년. 시간이 훌쩍 흘러, 우리 꼬마가 피아노를 친다. 나의 아련한 눈빛이 느껴졌는지 피아노 선생님께서 “어머니도 같이 피아노 배워 보실래요?” 하시는 게 아닌가! 뜻밖의 제안에 “제가요? 저도 배워도 되나요?”라고 깜짝 놀라 답했다.

내가 지금 피아노를 배운다고 전공을 할 것도 아니고, 직장 업무에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리고 우리 꼬마가 배우려고 시작한 건데, 내가 배워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럼요. 아이 수업 마치고 30분 정도 배워보세요.

 

그럼… 다시 해볼까요?

그동안 잊었지만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언젠가 다시 피아노를 배우고 싶어 했던 것 같다. 기억하는가? 과거 『피아노 명곡집』. 이 책을 아직도 교재로 사용한다는 것이 참 반가웠다. 한국에 계신 엄마에게 연락해, 국제 특급우편으로 배송받았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엄청난 배송료 폭탄을 안고 당당히 도착한 파랑이와 빨강이. 오래된 친구를 만난 기분이었다. 설레고 반가운 마음에 책장을 넘겨보니, 그때 그 노래, 그 악보가 그대로 있었다. ‘엘리제를 위하여’ ‘소녀의 기도’ ‘뻐꾸기 왈츠’ ‘꽃노래’… 제목만 들어도, 피아노 선율이 자동으로 떠오르는 곡들이다. 왠지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졌다.

추억의 『피아노 명곡집』. 표지도 그때 그대로라 더 반가웠다.

첫 레슨 시간. 그 유명한 ‘엘리제를 위하여’이다. 전 국민의 자동차 후진 소리로 기억되는 바로 그 곡이다. 뭔가 쑥스럽고 거칠지만, 그래도 나름 정성을 다해 연주했다. 선생님께서 “악보는 잘 보시네요, 이번에는 조금 더 부드럽게 연주해보세요, 이렇게” 하고 시범을 보여주셨다. 정말 같은 곡이 맞나 싶을 정도로 참 소리가 아름답게 들렸다.

30년이 지나 다시 쳐본 ‘엘리제를 위하여’가 이렇게 애잔하고 감미로운 곡일 줄이야! 피아노 선율에 빠진 30분 레슨 시간이 마치 3분처럼 지나갔다. 그렇게 나의 피아노와의 인연은 다시 시작되었다.

중년이 돼서 배우는 피아노 레슨은 참 재미있다. 무엇보다 익숙한 피아노 선율이 추억으로 나를 초대하는 것 같다. 그토록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과거에 쳤던 곡을 칠 때면, 옛날 동네도 떠오르고, 친구들과 장난치던 장면, 내가 연습하는 동안 옆에서 간식을 준비하시던 엄마의 모습도 떠오른다.

또한 피아노 선율에 집중하며 감성 충만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더 이상 ’10번 연습하기’처럼 숙제 체크할 필요도 없다. 대회 나갈 것도 아니니, 같은 곡을 수십 번 반복할 필요도 없다. 이제 오롯이 나를 위해 연주하는 것이다. 같은 곡을 치더라도, 손목과 손가락의 강약에 따라서 같은 음도 여러 방식으로 전달된다.

어떤 곡은 부드러운 강이 흘러가는 듯하고, 어떤 곡은 따스한 카스텔라 처럼 부드럽고 달콤하게 느껴진다. 또, 어떤 곡은 왼손의 저음과 오른손의 고음이 마치 남녀가 연애하듯 속삭이는 것 같다.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를 그동안 잊고 지냈다니! 정말 억울할 뻔했다.

코로나로 종일 컴퓨터 스크린에 앉아 재택근무를 한 지 곧 1년이 돼간다. 무료하고 답답한 일상에, 피아노 레슨은 단비와 같은 존재가 됐다. 나중에 우리 꼬마도 커서 이 시간을 기억할 때가 오겠지? 그때 엄마가 피아노를 즐겁고 행복하게 쳤던 모습으로 기억되면 좋겠다. 내가 그랬듯이, 우리 꼬마에게도 피아노와의 좋은 추억과 기억이 많이 남았으면 좋겠다.

원문: 켈리랜드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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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은 사람은 없다, 오버나이트 오트밀 https://ppss.kr/archives/243090 Tue, 27 Jul 2021 07:19:24 +0000 http://3.36.87.144/?p=243090

활기찬 아침을 위해 또는 건강을 위해서는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아침을 잘 먹어두면, 점심까지 속이 든든해 간식을 찾거나 폭식하지 않기 때문에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 그렇다고 아침에 고기를 구워 먹을 수는 없고, 베이글이나 시리얼 같은 식단은 뭔가 든든한 식사를 했다기보다 대충 때운다는 느낌이 강하다. 또한 건강하게 식사를 했다는 느낌도 덜하고 말이다.

그러던 와중에 몇 달 전 ‘오버나이트 오트(Overnight Oats)’를 알게 됐고, 그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한국에서 오트(oats), 즉 ‘귀리’는 조금 생소할 수 있지만 식이섬유소가 풍부해 해외에서는 아침식사 대용으로 많이 이용한다. 대개 뜨겁게 죽처럼 만들어 먹는데, 여행이나 출장을 가면 호텔 조식으로 빠지지 않고 나온다.

하지만 뜨거운 오트밀 죽은 뭔가 심심해서 나랑은 잘 맞지 않았다. 오트가 건강음식이란 이야기는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뭔가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 잘 찾지 않았다. 그러다 주말 공터에서 열리는 농산물 직판장 (Farmer’s Market)을 둘러보던 중 ‘오버나이트 오트밀’을 작은 용기에 담아 시식하는 코너를 우연히 접했다.

조리법은 간단했다. 오트에 우유를 부어 자작하게 하룻밤 담가놓는 게 핵심이다. 슈퍼 푸드로 불리는 ‘치아시드(Chia Seeds)’도 오트와 함께 넣은 후 용기를 냉장고에 넣어둔다. 말 그대로 ‘오버나이트’(밤사이), 우유를 잔뜩 흡수한 오트와 치아시드가 통통하게 불어 촉촉하고 부드러워진다. 그 위에 그릭 요거트 (Greek Yogurt)와 피칸, 호두, 잣 같은 견과류나 블루베리, 바나나 같은 과일 등 온갖 건강식품을 토핑처럼 얹은 후 섞어 먹는 것이다.

선호에 따라 여러 토핑을 얹어 먹을 수 있으니, 무한대의 레시피가 나온다. 키워드를 검색하면 다양한 팁이 있다.

다음날, 하룻밤을 기다린 ‘오버나이트 오트’의 용기 뚜껑을 설레는 마음으로 열어본다. 통통 불은 치아시드와 오트 위에 내가 좋아하는 4–5종의 견과류를 넣고 요거트와 함께 섞으니 꽤 꾸덕꾸덕해졌다. 빵도 죽도 아닌 것이 과연 이게 무슨 맛일까 싶었는데, 한 입 베어 문 순간 그 자리에서 바닥까지 싹싹 훑어 먹었다.

아삭아삭한 견과류의 크런치함과 달콤한 과일의 풍미가 입안을 가득 채웠다. 냉장고에 하룻밤 넣어 놓은 덕분에 시원하면서도 바삭한 게 오독오독 씹는 재미를 더했다. 몸에 좋은 식품은 다 들어가 있으니, 먹는 동안 부담도 덜하고 절로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이렇게 아침을 먹고 나면 속이 정말 든든하다. 밤새 우유에 담가진 치아시드는 10배 정도 사이즈가 불어나기 때문에, 섭취했을 때 포만감을 느끼게 해 준다.

아침으로 먹으면 오후 1–2시까지 배가 고프지 않았다. 속이 든든하니 단 음식이나 간식을 잘 찾지 않게 되었다. 일부러 책상 위에 두고 먹으려고도 해도 손이 잘 가지 않았던 견과류들도, 이렇게 섞어 먹으니 씹는 재미가 더해져 더욱 다양하게 먹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변비로 고생했었는데, 식이섬유가 많은 오트밀과 치아시드 덕분에 매일 아침 규칙적으로 화장실을 갈 수 있는 것도 너무 좋았다.

한 번은 친구들과 2박 3일 캠핑을 가서 아침으로 오버나이트 오트밀을 만들어서 소개해줬다.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먹어본 친구들 모두 한 입을 베어 물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뜻밖의 기대 이상의 맛이라 반갑고 놀라는 표정이었다. 그날 아침은 빵이나 시리얼 대신, 온갖 좋은 재료는 다 들어간 오버나이트 오트밀로 건강한 아침을 맞이했다. 또한 별도의 조리 없이 간편하게 떠먹으면 되니 설거지 거리가 없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말 그대로, 한 번도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을 ‘오버나이트 오트밀’. 꼭 한번 도전해 보길 권한다. 그 맛에 빠지면, 나처럼 당신도 매일 아침이 기다려질 것이다.

원문: 켈리랜드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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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말해주지 않는 승진의 비밀 https://ppss.kr/archives/241768 Mon, 07 Jun 2021 02:32:30 +0000 http://3.36.87.144/?p=241768

매년 초에는 각 회사마다 승진 발표가 있다. 뜻밖의 소식이거나, 간절히 기다리고 있던 사람에게는 이보다 기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필코 될 것이라 기대했으나 승진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참담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마치 올림픽 메달을 발표하기라도 하듯, 승자에게는 스포트라이트와 환희가, 패자에게는 절망과 우울함이 밀려온다. 내년을 다시 기약해야 하나? 아니면, 이제 떠날 때가 된 것인가? 이게 내 길이 아닌가? 아니, 내가 잘하는 게 있긴 한 것일까?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마땅한 비난의 대상을 찾을 수 없다 보니, 결국 무기력한 자기 비하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늘 그렇듯, 자기 비하는 성장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해서는 거기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나 또한 직장생활을 15여 년 남짓 하다 보니, 연달은 승진도 해봤고, 반대로 연이은 탈락의 아쉬움도 경험해봤다. 그동안 승진의 희로애락을 경험해보고, 어느덧 멤버들의 승진을 결정할 수 있는 위치가 되고 보니, 이제 승진에 대해 다른 프레임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조금 생긴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승진의 비밀을 나눠보고자 한다.

 

내가 잘하는 것과 회사가 원하는 것이 맞아야 한다

매년 초 회사에서는 기조를 발표한다. 올해는 ‘모바일 원년이 될 것입니다’ 또는 올해는 ‘AI 본격 도입을 실행할 것이다’ 등등 여러 비전을 제시한다. 이런 말들을, 의례적으로 연초에 하는 덕담처럼 넘기는 경우가 많은데, 승진을 노린다면 회사의 기조발표에 귀를 쫑긋 세워야 한다. 이는 회사가 올 한 해 어떤 방향에 힘을 실어줄지, 그리고 어떤 인재가 중용될지에 대한 발표이기 때문이다. 내가 맡은 업무가 관련이 덜하다고, 뒤로 물러나 있으면 안 된다. 회사의 기조와 어떻게 연계시킬지, 내가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항해에 비유해보자. 회사가 올해 ‘우리는 동쪽으로 갈 겁니다!’라고 선원들을 재배치하고 깃대를 올리고 있는데, 나 혼자 서쪽으로 갈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해보자. 당신이 기존에 얼마나 열심히 노를 저었는지는 중요치 않다. 회사는 ‘지금’ 동쪽으로 가는데 기여할 사람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당장 하던 일을 그만둘 필요는 없다. 하지만, 뱃머리가 어디를 향하는지를 상시 점검하고 확인해야 한다.

회사에서 서로 상관이 없을 것 같은 일도 자세히 살펴보면 교집합이 있는 경우가 많다. 관련 부서 담당자와 가볍게 티타임(tea time)을 하며, 어떤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는지 파악하고,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적극 제안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한, 배가 클수록 한 번에 방향을 바꾸기 쉽지 않기 때문에, 방향이 전환되는 과정에 여러 기회들이 숨어 있을 수 있다.

회사가 나아가려는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노를 젓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꼭 승진을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회사의 비전과 내 비전이 맞을 때,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그렇게 크고 작은 기회를 많이 갖다 보면 성과를 낼 가능성도 높아진다. 마치 권투선수가 작은 잽을 여러 번 날리다, 기회가 왔을 때 강력 KO 펀치를 날릴 수 있듯이 말이다.

좋은 성과는 큰 발판으로 삼아 앞으로 나아가면 되고, 실패에서 배울 것은 배우고, 버릴 것은 과감하게 버리면 된다. 결국 내가 잘하는 것, 잘 해낼 수 있는 것을 회사의 비전과 맞춰나가는 것이 성장의 핵심이다.

 

궁합이 맞는 리더를 만나야 한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한들, 인사권을 가진 내 직속 상사가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면 소용없는 일일 수 있다. 성격이 급하고 일을 벌이는 것을 좋아하는 팀장에게, 보고가 늦고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직원은 답답해 보이고 자칫 무능해 보일 수 있다.

반대로 새로운 아이디어와 다양한 개선안을 제출해도, 변화에 대한 리스크에 부담을 많이 느끼는 팀장에게는 제대로 받아들여질 리 없다. 또한, 서로 성향이 맞다고 해도,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이 그에게는 우선순위가 낮은 일일 수 있다.

문제는 내가 상사를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당신이 성향도 잘 맞고 당신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상사와 일하고 있다면, 당신은 정말 행운아다. 반대로 내 가치를 몰라주고 심지어 무시하는 상사와 일할 때의 좌절감과 소외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당연히 승진은 먼 이야기가 될 것이다.

이럴 때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도움이 된다. 상사도 결국 회사란 조직에 속한 구성원이다. 상사도 그의 직속 상사에 의해 평가를 받고 승진이 결정된다. 당신이 어떻게 해야 그 사람의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일단 내가 옳고 나를 몰라주는 상사는 나쁘다는 공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렇게 개인 문제로 치부하면 답이 없다.

상사와의 갈등을 개인 문제로 생각하기보다,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도움이 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팀장은 기차로 가길 원하고, 나는 자가용으로 가길 원한다고 해보자. 둘 다 장단점이 있고, 꼭 어느 것이 맞다고 할 수 없다. 알고 보면 의사결정 시 팀장도 본인의 취향에 따라 결정하는 게 아니라, 나에게는 보이지 않는 회사 여러 부서의 입장, 주어진 예산과 일정, 그리고 본인의 직속 상사와의 관계 등 여러 요소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경우가 많다.

세부사항에 대해서도 일일이 팀원들에게 설명하기 힘들고, 다수결로 의사 결정할 수 없는 일이 많다. 이럴 때 무조건 내 의견을 포기하고 ‘예스맨 (yes! man!)’ 이 되라는 것이 아니다. 팀장 입장에서도 오히려 이런 직원들은 매력이 없다.

기차로 부산에 가길 원하는 상사에게 자가용으로 갔을 때의 장점을 설명한 후, 기차로 가면서도 자가용을 선택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장점 몇 가지를 옵션을 제시하면 어떨까. 예를 들어, 모두가 한 번에 같이 이동하기보다는, 3~4명씩 소규모로 나누어 유연한 시간대에 출발하고 희망하는 기차역에 정차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제안하는 것이다. 또는 선발대를 별도로 조직해, 선발대는 자가용으로 먼저 이동 후 도착지에서 식당이나 관광명소를 물색해 놓겠다고 제안해도 좋을 것이다.

내 직속 상사는 장애물이 아니라, 내가 성장하기 위한 디딤돌이라 생각해야 한다. 팀의 리더로서 그 사람의 위치와 역할을 존중하면서,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유연하게 접근해야 한다.

크게 생각해보면, 내 직속 상사가 인정받아야 우리 팀 업적도 빛날 수 있다. 일종의 팀플레이인 셈이다.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 윈-윈(win-win) 할 수 있는 관계가 되도록 노력해야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 그것이 결국 내가 승진하기 위한 패스트 트랙(fast-track)이 되어줄 것이다.

 

어쨌든 순풍이 불어줘야 한다

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의 관중을 압도하는 놀라운 퍼포먼스에도 불구하고, 어처구니없이 기량이 한참 떨어진 러시아 선수에게 금메달을 빼앗긴 사건을 떠올려보자. 김연아 선수는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불공정한 심판을 만난 것은 그녀의 잘못이 아니다. 금메달을 못 땄다고 해서, 김연아 선수가 초라해지거나 경기를 못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가 뭐라 해도, 우리가 인정하는 최고의 금메달은 김연아 선수였다. 그녀의 퍼포먼스가 그것을 명백히 증명하고 있다.

승진도 마찬가지다. 내가 아무리 회사의 기조에 맞춰 열심히 일했고 상사와도 궁합도 잘 맞는데도 불구하고, 승진이 안 될 수 있다. 잔인하고 안타깝지만 그럴 수 있다. 회사에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 따위란 없다. 모든 여건이 다 갖춰졌다 생각했지만, 마지막 순간에 뒤집어지거나, 뜻밖의 상황으로 승부가 결정되기도 한다.

그럴 때,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요소에 크게를 의미 부여하기보다는 올해 스스로 배우고 성장했다고 느낀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자. 직장상사의 평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나와 함께 일했던 동료가 인정해준다면 그것만큼 기쁘고 보람된 일은 없을 것이다.

앞서 말한 항해에 비유하자면, 결국 직장 생활은 파도타기와 같은 게 아닐까? 순풍이 불면 앞으로 나아가면 되고, 역풍이 불면 몸을 낮추고 때를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안되는 상황에서 아등바등하기보다는, 잠시 힘과 에너지를 아껴두었다가 다시 순풍이 불 때 힘껏 위로 솟구치면 된다.

김연아 선수가 무슨 메달을 받든 중요치 않다. 그녀가 보여준 퍼포먼스와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들보다 빨리 간다고 좋은 것일까?

여전히 나는 매년 초가 되면 승진을 기대하고 있는 수많은 직장인 중 한 명이다. 우리는 조기졸업, 조기 승진 등 남들보다 빨리 가는 것이 훌륭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승진의 희로애락을 겪으며 나름 깨달은 것은 있다면, 남들보다 빨리 간다고 그게 좋은 것만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파도와 바람의 방향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내가 상황을 조정할 수 없다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착실히 해나가면 된다. 어떠한 상황이 닥치더라도 스스로 단단히 지탱할 수 있도록 뿌리를 깊게 내리는 것이다. 파도가 일렁일 때 무너지지 않을 방향 감각과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진짜 기회가 왔을 때, 쭉쭉 뻗어 나갈 수 있도록 말이다.

내 삶은 이 회사가, 오늘의 승진이 끝이 아니다. 분명 기회는 온다. 세상은 생각보다 꽤 공평하다는 것을 믿어보자!

원문: 켈리랜드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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