ㅍㅍㅅㅅ https://ppss.kr 필자와 독자의 경계가 없는 이슈 큐레이팅 매거진 Fri, 06 Jan 2023 10:21:43 +0000 ko-KR hourly 1 https://wordpress.org/?v=5.8.10 https://ppss.kr/wp-content/uploads/2015/07/ppss-100x100.png ㅍㅍㅅㅅ https://ppss.kr 32 32 나발니, 자유주의자인가? 극우 민족주의자인가? https://ppss.kr/archives/235758 Fri, 19 Feb 2021 00:58:16 +0000 http://3.36.87.144/?p=235758 알렉세이 나발니(Alexei Navalny)는 법을 전공한 법학도이며, 미국 예일 대학교에서 펠로우 쉽을 마치고 2000년, 24살의 나이로 러시아 사회자유주의 정당인 러시아 연합 민주당(Russian united democratic party), 일명 ‘야블라카’에 입당합니다. 하지만 7년 후 당으로부터 퇴출당하는데, 그 이유가 공공연히 떠들어대던 그의 극우 민족주의적 발언과 행위 때문이었습니다.

알렉세이 나발니. / 출처: AP News

그리고 2011년 민주주의를 위한 시위 운동 때 그는 가장 먼저 체포 구속된 야당 리더 중 한 명으로 다시 나타납니다. 2013년 그는 모스크바 시장 선거에 출마했으나, 패배하고 그 이후로 나발니는 공식 선거 출마가 사실상 금지되었습니다. 이때부터 그는 소셜 미디어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러시아의 젊은 층들은 점점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작년 크렘린의 암살 시도(?)로부터 살아남은 나발니는 현재 러시아의 반부패 영웅이자 야당의 지도자로 자리를 잡았으나, 러시아 국내외에서는 여전히 차기 대통령으로서 그에 대한 견해는 갖가지 의견이 많습니다.

언뜻 보기에 나발니는 정말 서구 사회가 러시아에 앉혀 놓고 싶어 하는 인물로 비칩니다. 그는 현재 러시아에서 반부패, 반 올리히가르히(신흥 재벌), 반 투표 조작 그리고 반 푸틴의 상징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나발니라는 인물에 대해 탐구를 하다 보면, 그의 가치가 꼭 서구 사회가 원하는 가치와 일치하는 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러시아 정부에게 투명성을 요구하기도 하나 여전히 반이민, 민족주의적 견해를 가진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대서양위원회의 러시아 언론 및 허위 정보 전문가이자 데일리 비스트의 칼럼니스트인 줄리아 데이비스(Julia Davis)는 나발니는 여전히 민족주의적 성향을 가졌으며, 그가 주장하고자 하는 바는 은 서구 세계의 가치관과의 연결이 아닌 러시아인이 러시아를 이끌어 갈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가치관이라고 묘사했습니다.

또한 그녀는 “러시아에서 아주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민족주의와 인종주의적 수사학은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다만 나발니의 지지자들은 이민자들에 대한 두려움과 분노, 일자리를 빼앗길 것에 대한 두려움과 분노의 관점에서 미국의 트럼프 지지자들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출처: US News & World Report

2006년 그는 러시아 내 초 민족주의, 극우 시위행진(Russian March)이 일어나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고, 1년 후 공개적으로 민족주의자 단체인 대 러시아 및 불법 이민 반대 운동과 연계한 정치 조직 더 피플(The People)을 설립했습니다.

모스크바의 연례 행사가 되어버린 그 극우 시위 행진에 나발니는 매년 정기적으로 참석하며 무슬림과 코카서스(카프카즈), 그리고 중앙아시아인에 대한 일련의 인종 차별적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러시아 스킨 헤드들이 모스크바에서 이민자들을 공격한 2013년 비률료포 인종 폭동(Biryulyovo race riots)에 지지를 표명하기까지 했습니다.

2007년 야블라카로부터 퇴출당하기 전, 나발니와 함께 일했던 동료인 엔젤리나 타레예바(Engelina Tareyeva)는 그가 일상적으로 인종 차별/비하를 하고 민족성을 근거로 사람들과의 관계를 판단한다고 비난하며 “나는 나발리를 러시아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표현했습니다. 거기에 “러시아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일 중 하나가 민족주의자들이 권력을 잡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2008년 그루지야(조지아)가 남오세티아와 압하지야 지역에서 친러 세력들로부터 분리하고자 하는 코카서스 분쟁이 발생하자, 러시아 군대는 조지아 지역을 침공해 수도 트빌리시까지 폭격을 가했습니다. 이후, 조지아는 서방의 동맹국이 되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나토 작적을 위해 병력을 투입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때 나발니는 서구를 지지하지 않았고, 러시아의 조지아 침공을 합리화하며 러시아에서 조지아 민족들을 추방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나발니는 조지아 인들을 ‘설치류(Grizuni, 러시아 민족주의자들이 사용하는 민족 비하 표현)’라고 칭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체첸과 다른 북 코카서스 공화국에 대한 “부패”하고 “비효율적인” 연방 보조금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Stop Feeding the Caucasus’라는 민족주의 주도 캠페인을 지지합니다.

출처: Radio Free Europe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사태에 대해서도 나발니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크림반도를 우크라이나에 반납하지 않을 것이라 언급했고,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 ‘크림은 러시아의 일부가 아니라는 자기기만을 하지 말라’는 충고까지 합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을 지지하는 것을 공식적으로 표명한 것입니다.

이렇듯 우익 포퓰리스트의 가치관을 지닌 그는 현재 러시아 내 반 정부 운동을 독점적으로 주도합니다. 다른 대부분의 야당 지도자들은 제거되거나 퇴출당했기 때문입니다. (급진좌파전선 지도자 세르게이 우달초프는 5년 전 수감, 자유주의자 보리스 넴초프는 2015년에 암살, 게리 카스파로프와 일리아 포노마레프와 같은 야당 유명 인사들은 추방…)

하지만 그간 그의 행적을 고려할 때, 여러 측면에서 나발니를 러시아의 도널드 트럼프라고 보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트럼프가 그의 사업 통찰력으로 미국 경제를 구하겠다고 약조하면서 큰 장벽을 구축했듯, 나발니는 악명 높은 러시아 관료제를 대체하고 국가 영향력을 줄이며 더 나은 자본주의를 만들겠다고 약조하는 동시에, 현 러시아가 당면한 상당 부분의 문제를 ‘불법 이민자’ 때문이라고 비난합니다. 실제 그는 구소련 시민의 자유로운 입국을 금지하는 비자 제도를 구축하고자 하며, 보호 무역 체제로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는 현재까지 나발니에 대해 반푸틴, 반부패 투쟁의 투사로서 그의 이야기만 들어왔습니다. 이제 그의 또 다른 이면을 보게 되었습니다. 혹자는 그가 30대 젊은 시절 정치 경험 부족으로 막말을 했던 실수 정도로 표현하나 정치적 이념, 즉 가치관이라고 함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최근 그의 행보들이 분명 러시아 민주주의의 발전과 부정부패 해방의 측면에서는 굉장히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그가 차기 러시아의 리더로써 적합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이것은 또 다른 문제인 것 같습니다.

원문: 천정우의 페이스북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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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고난은 컨설팅 펌의 그릇된 자문 때문일까? https://ppss.kr/archives/234868 Tue, 02 Feb 2021 03:04:23 +0000 http://3.36.87.144/?p=234868 최근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부의 향방과 관련하여 증권가뿐 아니라 여러 매체에서 말이 많다. 이 와중에 다시 한번 주목을 받는 부분이 2008년 진행되었던 LG전자 스마트폰 운영 체제에 대한 컨설팅에 관한 소문이다. 소문으로 무성했던 LG와 매킨지의 10년 불화설이 다시 한번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회자된다. 비단 LG전자뿐 아니다. D 그룹사도 마찬가지로 컨설팅 펌의 그릇된 자문에 의해, 작금의 고난을 겪는다는 비난이 인다.

내 주변에도 당시 사업 전략을 자문했던 컨설팅 펌을 욕하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띄어 이에 대해 한마디 해보고자 한다. 나는 모 그룹사 전략기획실에서 컨설팅 펌들과 업무도 해보았고, 컨설팅 펌에서 컨설턴트로서 전략이나 신사업 관련 자문을 오랜 기간 동안 수행해왔다. 즉 양측 모두 경험해보았기에 어느 정도 편견 없는 생각을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컨설팅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세금(tax)이나 법(legal), 각종 규제(regulation) 등에 대한 운영성 자문과 사업 기획이나 투자 결정 등을 위한 전략성 자문이 있다고 치자(원래는 다양하게 구분되나, 쉬운 이해를 위해). 대부분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소위 이러한 전략성 자문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이 전략성 자문은 대개 톱 매니지먼트의 의사 결정을 지원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대부분 컨설팅 펌을 부정하고 사람들은 그 프로젝트가 실제로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럼 이 타이밍에서 질문을 몇 개 해보자.

  1. 맥킨지든 BCG든 컨설팅 회사가 와서 당신이 20여 년간 몸담은 시장과 산업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할 때, 당신은 입 다물고 신기해하며 박수만 보낼 것인가?
  2. 그래서 컨설팅 펌이 뭔가 혼자 뚝딱뚝딱하더니 ‘결론은 B를 선택하시오’ 하면 ‘네~’ 하고 선택하는 프로젝트가 세상에 존재할까?
  3. 만약 그때 컨설팅 펌이 특정 회사에게 스마트 폰으로 가야 한다고 자문했다 치면, 그럼 지금 특정 회사가 스마트폰 시장을 석권할까?

나는 저렇게 진행되는 프로젝트를 본 적도 없고, 들어 본 적도 없다. 통상 저 정도 되는 프로젝트들은 사내에서 TFT가 붙어서 함께 업무를 하고, 주간 보고나 상시 보고 등 수시로 경영진들에게 보고가 된다. 즉 최소 주 1회씩은 경영진들과 소통을 한다는 의미이다. 때로는 경영진의 인사이트가 반영된 내용이 들어가, 컨설팅 펌에서는 그 근거와 논리를 만들어 주는 부분도 있다.

아, 그러니까 컨설팅 펌과 계약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가 뭐냐면 ‘책임 회피/전가’다. 얼마나 좋은가? 십수 년간 적자도 내고 하락하는 사업에 대해 한 방에 책임 전가가 가능하지 않나? 나는 정말 잘했는데, 쟤들(컨설팅 펌)이 이렇게 하라고 해서 사업이 망한 거지 않는가? 이야. 다들 보시다시피 말이다.

전문가들은 과거 누구 때문에 이랬네 저랬네 하기보다는 냉철하게 숫자를 보고 미래 가치를 추정한다. 실제 많은 일반인(?)이 당시 컨설팅 펌 욕할 때, 회사 내 전담 부서나 외부 전문가 등은 이번 분할/매각 건에 대해 회사의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냉정히 판단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액션 플랜을 수립해 나갈 것이다. 디스카운트가 해소되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증권가와 주식 시장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이 글은 사업의 방향성을 자문하기 위해 고용된 해당 컨설턴트들에게 책임이 없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한 바가 아니다. 거의 모든 책임이 컨설팅 펌에게 있다고 믿는 사람이 많이 보였기 때문에 쓴 것이지.

 

많은 사람이 아는 것처럼 당시 컨설팅 펌이 L사에 자문해준 내용이 ‘스마트폰 체제로 가지 말고, 피처폰 체제로 가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던 당시는 2008년 가을로 이미 사내외에 스마트 폰이 대세가 될 것이라는 공감대가 자리 잡은 상태였었고, 컨설팅의 내용은 스마트폰 운영체제(OS)로 무엇을 선택하는 것이냐에 대한 것이 주였었다. 지인들의 말에 의하면 프로젝트 내용 중 ‘이 회사는 스마트폰보다 피쳐폰에 더 경쟁적 역량이 있다.’는 주장이 있었는데, 이 주장이 그렇게 와전된 것이 아닐까 싶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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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의 수술실 내 CCTV 반대에 관하여 https://ppss.kr/archives/227049 Mon, 28 Sep 2020 02:08:14 +0000 http://3.36.87.144/?p=227049

현재 병원 내 CCTV 설치 의무화를 두고 이슈가 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의사들이 이 부문을 반대하는 논리적 근거가 매우 궁금했다. 얼마 전 국회에서 열렸던 ‘수술실 CCTV 설치를 위한 토론회’에서 경기도 의료원, 환자단체, 소비자단체, 법조계 인사, 대한의사협회(의협) 중 의협만 제외하고 모두 수술실 내 CCTV 설치에 찬성을 했다.

과연, 의사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한병원의사협의회(병의협)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1. “미리 환자의 동의를 구한다고 하더라도 환자가 자신의 수술 영상이 유출될 수 있다는 점까지 감안해서 동의하지는 않을 것”
  2. “수술실 내 CCTV 설치는 수술실에서 일하는 의료 노동자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다.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면 의사뿐 아니라 수술실에서 일하는 모든 인력들이 감시받으며 일하게 된다”, “의료진의 집중력을 저하하고, 의사 환자간 불신을 조장해 의료의 질을 저하할 우려가 크다”
  3. “CCTV를 설치해도 의도적이고 계획적으로 자행되는 대리 수술은 막을 수 없다는 점 때문”, “수술에 참여하는 의료진은 수술복과 수술 가운, 모자와 마스크 등으로 신체 대부분을 가리고 있기 때문”

결국 환자 개인정보 이슈와 의료진들의 인권 침해 이슈가 핵심으로 보인다(다른 선진국도 도입하지 않았다는 비교는 차치하고).

출처: 청년의사

사실 1번과 3번은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1번은 환자의 사전 동의를 기반으로 할 것이고, 그럼에도 병원 내부에서의 정보 유출은 관련법으로 규제 관리하면 된다. 그리고 이 이슈는 환자 측에서 결정할 사안으로 환자 측은 CCTV 설치를 찬성하는 입장이다. 3번은 이름표나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표기만 있어도 해결 가능한 문제이며, 음성으로 어느 정도 식별이 가능해 보인다. 게다가 요즘 기술이 얼마나 좋은지…

문제는 2번인데, 수술실 CCTV로 인해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를 CCTV가 감시해 의사의 집중력이 저하된다는 논리다(솔직히 환자 간 불신 조장은 CCTV를 달면서 완화되는 것 같은데).

사실 수술실 CCTV의 활용은 일상적인 수술 등 오퍼레이션을 항상 공개하겠다는 것이 아닌, 특정 사고나 이슈 발생 시 근거로 활용되는 용도가 분명하다. 즉 의사를 감시하는 목적이 아니라 발생 가능한 사고를 미리 예방하는 차원의 목적이 크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CCTV가 지켜보고 있으면 집중력이 저하되어 평소 내 실력이 나오지 않는다’는 논리는 얼핏 듣기에 비전문적으로 비친다.

물론 2번 사안은 보건 의료진들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청취하고 논의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든다. 실제 그들이 근무할 환경이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서 일반 화이트칼라 사무직의 사무실 내 CCTV 설치는 왜 의무화하지 않느냐는 얼토당토않은 비교는 하지 않아 주었으면 한다. 실제 사무실 내 사고가 발생할 리스크가 있는 부서의 경우, 의무화하라고 하지 않아도 이미 회사에서 다 설치해 모니터링 중이니까.

솔직히 아래 영상을 보면, 수술실 CCTV 사안이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물론 영상 속 가해자로 분류되는 사람들은 결코 반기지 않겠지만 말이다. 다시 한번, 수술실 CCTV는 대중에 공개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의료 사고 등 특정 이슈 발생 시 당사자들 간 분쟁에 활용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당신이나 당신 가족의 수술이라면 어떻겠는가?

원문: 천정우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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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이 곧 돈’인 러시아의 고위 관료 체제에 대하여 https://ppss.kr/archives/223583 Fri, 21 Aug 2020 07:18:34 +0000 http://3.36.87.144/?p=223583 일전에 한 행사를 준비하면서 한 정치인분과 만나 협력을 논의한 적 있다. 고위 관료까지 지냈던 분으로 북방 비즈니스에 큰 관심이 많았고, 따라서 그 행사에 러시아의 고위 관료들을 초청하고 싶어 했다.

그중에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나 유리 트루트네프 부총리, 알렉산더 칼루쉬카 극동 개발부 장관 등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분은 러시아 총리가 참석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총리나 대통령까지 초청할 수 있다고 하셨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
유리 트루트네프 부총리

해서 우리 회사 대외협력부 파트너와 미팅을 했는데, 반응이 굉장히 냉소적이었다. 상대가 피식 웃는 순간 나도 좀 ‘빠직’했다. 대한민국에서도 총리 등 고위 관료가 대응할 수 있다 재차 말했는데도 계속 냉담한 반응이었다. 따지고 보면 우리 회장이 나서면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고작 대외협력부한테 가로막혀 있던 나의 처량한 상황에 짜증이 밀려왔다.

여담이지만 그 행사에는 당시 우리나라의 국회의장·경제 부총리·장관·차관 등 고위 관료가 다수 참가했고, 러시아에서도 고위 관료와 주지사·청장 등이 참석했다. 이번에 러시아 정부 측과 다시 협업을 하면서 새삼 느낀 것이 있다. 러시아 정부 고위 관료의 파워는 막강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비즈니스를 하고, 정치와 경제가 결합된 ‘러시아 고위 관료’ 체제에 대하여

이 파워를 마냥 좋게만 볼 수는 없다. 그냥 ‘슈퍼 갑질’을 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러시아에서는 고위 관료 한 마디에 기업들이 일사천리로 움직인다. (우리 나라 같았으면 정부의 갑질이라고 난리도 아니었을 것이다…)

사회주의에서 탈피한 지 어언 30여 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관료들의 파워는 우리나라의 그것과 차이가 크다. 소련이 무너지면서 소련의 전직 관료들을 막대한 부를 거머쥐었다. 개중에는 그대로 정치권이나 관료로 남은 이들도 많지만, 대부분 부호가 되는 길을 택했다. 이러한 현대사적 흐름을 가진 러시아 고위 관료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러시아 행정부 종합 청사

1) 권력은 돈이다

어떤 자리에 있든 고위 관료들은 어디에서나 돈을 벌 수 있다. 최근 연방 정부의 노력으로 부패 척결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의 눈높이에서 보면 부정부패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 (연방 정부는 엄청 개선되었지만).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그들의 가족들은 대부분 큰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심지어 주지사나 시장의 가족이 시의 도로·블록 공사를 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2) 정치인들과 경제인들의 결합

러시아에는 수많은 국영 기업들이 있다. 설사 민간 기업이더라도 친(親)푸틴 기업들이 즐비하다. 많은 대기업 부회장이나 이사회 의장 등이 전직 관료나 푸틴 측근으로 이루어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굳이 기업명을 거론하지 않아도 찾아보면, 대부분 전직 관료거나 관료의 친인척들이다.

러시아 두마(의회)에도 수십 명의 백만장자들이 있다. 이들은 모두 잘나가는 사업체와 막대한 자본을 소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정치권에 입문했다. 그들의 사업은 정치적 영향력으로 지속 확대된다. 1992년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에 만들어진 올리가르히 적 자본주의의 소산이라 할 수 있겠다.

러시아 국가 두마 의회. 국회인가 전경련인가

3) 비즈니스 하는 정부

정부 내의 부서가 수익 사업을 하는 곳이 부지기수다. 이들은 대개 부동산 임대업 등을 영위하는데, 덕분에 처음 들었을 때 깜짝 놀랐다. 정부 소유 건물이 많다. 토지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데 도시 개발 정책을 객관적으로 잘 펼칠 수 있을까?

또한, 주나 시 정부의 관료들은 해외 투자 유치와 같은 영업 실적에 압박을 받는다. 극동개발부 장관이나 주지사들이 경질되는 것을 쉽게 목도 할 수 있다. 그들은 살아남으려면 푸틴의 말을 잘 이행하면서 자본을 유치해야 한다. 실제로 매년 각 지방 정부 관료 수장들을 투자 유치 실적 등으로 평가하여 나래비를 세운다는 후문도 무성하다.

 

한국적 마인드로 접근하면 안 되는 이유

러시아를 방문하는 많은 한국 사람들이 러시아 고위 관료들에 대해서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투자를 한다는데, 당연히 만나 줘야지, 우리의 요구 사항을 잘 들어줘야지’ 라는 등 갑의 마인드로 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결국 그런 접근의 비즈니스는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적 마인드로 접근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쉽지 않다.

자원이 풍부한 대기업들이야 내부 소스와 자문료 써가며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데 무리가 없다 하더라도, 중소기업들이 주로 진출하는 극동 지역 투자 프로젝트들에 한국 정부 측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원문: 천정우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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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 푸틴의 지지율은 왜 여전히 50%가 넘는가? https://ppss.kr/archives/223585 Fri, 14 Aug 2020 01:31:44 +0000 http://3.36.87.144/?p=223585 최근 러시아 친구들과 얘기를 하다가 느낀 점인데, 왜 절반 이상의 러시아인들이 푸틴을 지지하는지 약간은 이해가 되었다.

  • 미국에 맞설 강력한 러시아가 필요하다.
  • 정적의 싹을 잘라 경쟁자가 없다.
  • 언론을 억압하고 통제하여 여론을 조성한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러시아 국민들 마음속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트라우마’ 가 아닐까 싶다. “과거에는 상황이 지금보다 더 나빴고, 언제든 다시 그렇게 나빠질 수 있다”는 두려움은 푸틴 세대가 공유하는 정서라고 하는데, 바로 이 점이다. 이를 이해하려면 당시 시대적 배경을 알고 있어야 한다.

푸틴은 99년 8월 16일에는 보리스 옐친 대통령으로부터 러시아의 총리로 임명되었으며, 그해 12월 31일 옐친이 사임하면서 총리로서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됐다. 그런데 그 이전의 러시아가 어떠했는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91년 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 연방의 초대 대통령 옐친은 집권 후 무리하게 경제 개혁을 추진하면서, 러시아의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경제 파탄으로 소련이 해체된 이후 겨우 호흡기를 달고 있던 러시아는 거의 빈사 상태에 돌입하게 되었다. 경제 개혁 실패로 러시아의 GDP는 급락했고, 수많은 국영 기업들의 예산이 크게 삭감되고 몰락하면서, 예금은 휴지 조각이 되고 만다. 이런 상황 속에서 대다수의 러시아 국민들은 빈곤과 실업의 늪으로 빠져 버린다.

이렇게 국민들이 굶고 죽어 나가는 판에 관료들은 어떠했는가? 당시 흑자를 내고 있던 에너지 자원 관련 공기업들이 소련 내 관료나 정부 핵심 관료들에게 넘어가면서, 벼락부자들이 탄생하게 되었다. 이 어려운 시기에 옐친은 집권 연장을 위해 올리가르히(신흥 재벌)들과 결탁하여 그들의 배를 불려주는 정책을 펼쳤다. 이에 더해 96년 체첸 반군과의 전쟁에서 굴욕적인 패배를 당하며, 사실상 독립국가와 진배없는 자치권을 주게 되었고, 98년에는 결국 국가 부도 상태인 모라토리움을 선언하게 된다. 90년대 초 이후 약 10년을 회고하는 러시아 친구들은 이렇게 말했다.

당시 어떤 사람이 상점에 들어와서, 총 들고 돈 내놓으라고 하면 내놓아야 한다. 길 가다가 사람을 때리고 죽이는 일이 빈번했으며, 경찰력은 거의 운영되지 못하기에 살아남는 것은 온전히 개인의 몫이었다. 한 마디로 현재의 러시아 국민들이 보기에 지옥과 같았다고 보면 된다.

보리스 옐친과 푸틴, 옐친의 후생을 위탁하다

하지만, 이러한 10년 간의 러시아 혼란과 불안은 푸틴이라는 새로운 지도자의 등장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불법적인 자본 유출과 탈세 등을 일삼던 올리가르히를 손보기 시작했다. 탈세, 사기와 횡령 등으로 올리가르히들을 소탕해 가며, 서서히 그들을 정부에 복종하게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 최대 국영 석유·가스 기업이 탄생하게 되었고, 이들로부터 정부 예산의 상당 부분을 충당해 나가기 시작했다.

2005년부터 국가최우선과제(National Priority Projects)로 건강, 교육, 주거, 농업 등을 선정하여 육성하고, 여성과 임산부 등에 대한 복지 혜택을 확대해 나갔다. 근로자들의 임금은 대폭 인상되었고, 낡은 산업 시설을 정비해 나갔다. 군수 물자들을 수출하며, 세계 2위 군수 물자 수출국으로 부상하며 외화를 벌어들였다. 결과적으로 절 대빈곤층 비율은 2000년 30%에서 2008년 14% 대로 낮아졌고, 당시 연평균 경제 성장률은 7% 수준을 유지했다.

이 뿐만 아니라, 푸틴은 체첸을 전쟁으로 진압하여 영토를 수복(?)함으로써 ‘행동하는 사람’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2002년 체첸의 모스크바 극장 테러 진압(인질 129명 희생하며 진압)한 사건은 잔인한 진압으로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체첸 분리독립 진압이 상징했던 것은 당시 권역 내 러시아 영향력 축소라는 흐름을 부숴 버리는 것으로, 러시아 국민들의 푸틴에 대한 폭발적인 열광으로 이어졌다. (지지율 83%로 폭등) 강력한 러시아, 강력한 지도자 이미지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앙겔라 메르켈, 토니 블레어, 쟈크 시라크, 블라드미르 푸틴, 그리고 조지 W 부시는 2006년 러시아에서 열린 첫 G8 회의에 참석했다.

결론적으로 푸틴은 러시아 경제와 영광의 회복이라는 결과를 가져왔고, 이 시기를 살아왔던 러시아 국민들에게는 큰 상징적인 존재가 되어 버린 것이다. 독재가 어쩌고저쩌고는 그들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들의 마음속에는 푸틴의 정권 교체가 순탄하게 이어지지 않을 경우, 또다시 겪게 될지 모르는 경제 파탄과 혼돈의 지옥이라는 ‘트라우마’가 여전히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끝으로 한 기사에 실린 인상적인 문구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1917년 10월 혁명을 앞두고 볼셰비키 중앙위원들 대부분이 당장 무장봉기를 일으키기에는 주위의 적들이 너무 강하다고 생각했다. 당시 중앙위원이던 알렉산드르 쇼트만이 이런 생각을 전하자, 레닌은 코웃음을 치면서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왼쪽 눈을 가늘게 뜨고” 이렇게 반문했다.

“그런데 누가 우리에게 대항하겠나?”

  • 『레닌』, 로버트 서비스, 시학사, 545쪽

코로나바이러스가 너무 강하다고 주장하는 참모들에게 푸틴은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그런데 걔들 중 누가 나에게 덤비겠나?”

원문: 천정우의 페이스북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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