ㅍㅍㅅㅅ https://ppss.kr 필자와 독자의 경계가 없는 이슈 큐레이팅 매거진 Mon, 02 Jun 2025 03:06:01 +0000 ko-KR hourly 1 https://wordpress.org/?v=5.8.10 https://ppss.kr/wp-content/uploads/2015/07/ppss-100x100.png ㅍㅍㅅㅅ https://ppss.kr 32 32 AI스트레스, 다들 없으세요? https://ppss.kr/archives/268818 Mon, 02 Jun 2025 03:06:01 +0000 http://3.36.87.144/?p=268818 저는 국내 대형 카드사에 재직 중입니다. 금융회사가 다 그렇듯 상당히 보수적이고 변화에 늦은 편이죠.

그런데 작년 말 갑자기 회사 안에 AI 본부가 생겼습니다. AI가 화두긴 화두인가 봅니다. 세상이 변하고 있으니 빨리 쫓아가야죠.  그런데 제가 불려 들어갔습니다. 그냥도 아니고 팀장입니다. (제가요? 왜요? 라고 요즘 MZ들 하는 말 저도 해 보고 싶었습니다만…)

네, 작년 말 이후로 갑자기 브런치 글이 뜸해진 데는 이런 이유가 있었습니다. 뜬금없이 중간관리자가 되어서… 좌충우돌 중입니다. 글이 늦어져서 죄송합니다만 글감은 광속으로 쌓이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이야기도 할 게 많고요. 조직과 사람에 대해서도 글감이 마구 생겨나는 중입니다. 이걸 기뻐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차곡차곡 쟁여두는 중입니다.

남들은 AI 본부라고 하면 “우와”합니다. 네, 있어 보이죠? 저도 그랬습니다. 금융사의 AI라니 생각만 해도 가슴이 웅장해졌는데요… 와서 딱 3달이 지나고 있는 지금, 스트레스가 엄청납니다. 일이 많아서냐고요? 일도 많지만 일보다.. 그동안 경험해 보지 못한 스트레스가 생겼습니다.

제 문제면 조용히 제 일기장에 쓰고 말 이야기이지만 브런치에 쓰는 이유는, 이게 곧 여러분들도 겪게 될 스트레스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기술 변화 속도를 못 쫓아가면서 생기는 새로운 스트레스거든요.

저도 처음에는 인공지능 서비스 쓰는 게 즐거웠습니다만…. / 출처: tvN

 

왜 호들갑인가, 무엇이 문제길래

예전에 몇 번 글로 썼지만, 저는 어릴 때부터 상당한 얼리 어답터였습니다. 초2 때부터 컴퓨터를 접했고, 아이폰이 국내에 보급되기 전에 스마트폰을 쓰는 등 온갖 기술 추세에 늘 앞서 있었습니다. 앞서는 기준은, 새로운 무엇인가 나타났을 때 제가 기술적으로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던 것을 말합니다. (블록체인도 그랬는데 비트코인을 많이 못 사둔 것은… 유구무언입니다)

이창호 아재과 알파고와의 대결을 보면서 몬테카를로 트리 탐색을 뜯어볼 때도 그랬습니다. 한창 머신러닝이 뜨거울 때였는데요. 기술적인 부분은 이해했지만 이게 곧 chatGPT로 연결될 줄은 몰랐습니다. 알았다면 엔비디아를 열심히 샀겠죠. 저는 인공지능은 제가 죽기 전에나 보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진심입니다.

그러다가 chatGPT가 튀어나오고, 온갖 AI 서비스들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대세다’ 하던 게 한 2년 전인데 지금은 이 단어마저 옛말처럼 느껴집니다. chatGPT 4.5 이후에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문제가 아닙니다. 여러 AI들이 추론 능력을 강화하면서 AI는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논문 한두 개 읽어보면 되었던 옛날 기술과는 발전 속도가 차원이 다릅니다.

지난 몇 년간 저는 자고 일어나면 주로 미국 주식과 코인을 확인했는데요. 요즘은 자고 일어나면 SNS에서 간밤에 또 무슨 AI 신기술과 서비스가 나왔나 보는 게 일상이 되었습니다. LLM이라 불리는 기반 기술, 하드웨어, 응용 AI서비스들이 정말로 자고 일어나면 쏟아지고 있습니다. 호들갑 아니냐고요? 제가 본 지난 30년간의 기술 발전 중 지금이 가장 빠릅니다.

 

따라가지 못하니 스트레스가 되고 있습니다

예전부터 사람들은 많은 노트 앱을 썼습니다. 그러다가 에버노트라는 놈이 나와서 시장을 거의 평정하다시피 했죠. 관련 책이 쏟아지고 사람들은 생산성 향상 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어서 노션이 나왔고, 진짜 자료정리에 진심인 이들을 위해 옵시디언과 롬리서치라는 앱도 나왔습니다. 최근 10년 동안 있던 변화입니다. 이 정도 속도라면 누구든 충분히 따라갈 수 있습니다. 시간 내서 하나씩 쓰면서 익힐 수 있었죠.

노트 앱의 계보랄까요. 좌상단부터 에버노트 – 노션 – 옵시디언 – 롬리서치

그러나 최근 3년은 정말… 아니 최근 3개월도 심각합니다. LLM의 무서운 점은 ‘디지털로 하는 모든 행위에 영향을 직접적으로 준다’는 것입니다. 눈을 감고 생각해 보세요. 지금 디지털로 이루어지는 모든 곳에서 AI로 인한 변화가 있습니다. 이 정도 영향력이 있었던 기술이 기존에 존재했던가 싶습니다.

너무 급격한 변화는 시장 내 있는 모두에게 스트레스가 되고 있습니다. 개발자들은 새로 나오는 오픈소스 써 보기에도 바쁩니다. 일반 사용자들은 AI 응용 서비스 로그인 한 번씩 해보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뭔가 동료가 이야기하는 건 나도 써 봐야 할 것 같은 압박, FOMO가 여기서도 생기는 겁니다.

 

AI 활용도가 개인의 경쟁력을 좌우할 겁니다

2014년쯤이었나, 애플이 아이비컨이라는 걸 들고 나오면서 ‘마케팅의 미래는 비컨이다!’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저렴하게 비컨을 만드는 스타트업들이 엄청나게 많이 나왔고, 사라졌죠. 신기술은 늘 이런 식이 었습니다. 유행처럼 왔다가 망하면 빠르게 사라졌습니다. 성공 여부는 결국 얼마나 대중 고객들에게 닿느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AI는 이미 차원이 다른 문제가 되었습니다. 저만 그런 거고 여러분의 일상은 변함이 없다고요? 그 일상이 얼마 못 갈 겁니다. 구글, 메타, 네이버 등은 자사의 서비스에 AI를 자연스럽게 녹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싫어도 AI를 쓰게 됩니다. AI는 비컨, NFT, 메타버스와는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습니다.

자주 보셨을 구글 G메일의 상단 메뉴바. 맨 오른쪽에 별 모양의 AI (Gemini) 아이콘이 보입니다.

제 업무는 AI로 금융 신사업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국내외 전문가들이 AI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아주 잘 보고 있습니다. 이들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것을 보면 무서울 정도입니다. 겁도 납니다. 조금 오버해서 요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이세계물’이 이런 건가 싶습니다. 터미네이터 스카이넷이 곧 오고 있는 느낌은… 저만 그런 거겠죠?

AI를 잘 쓰는건 이제 필수입니다. 그리고 AI를 활용해서 사업을 만들고 키우는 사람은 큰돈을 벌 겁니다. 각자 준비 잘 하시기 바랍니다. 노션, 옵시디언은 안써도 큰 문제가 없었지만 AI는 그렇지 않을 거라서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이 글은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썼습니다만, 제 예전 글을 AI가 학습하면 이미 이 정도 글은 똑같이(혹은 저보다 더 잘)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올해 말쯤이면 저도 제 브런치 운영을 AI에게 맡기고 저는 주제만 던져줄지도 모릅니다. 그게 가능한, 그런 세상이 오고 있습니다. (덜덜)

원문: 길진세 New Biz on the BL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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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자서전 『소스 코드: 더 비기닝』: 금수저라 성공한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습니다 https://ppss.kr/archives/268812 Tue, 11 Mar 2025 02:39:19 +0000 http://3.36.87.144/?p=268812 저는 1979년생입니다. 하지만 저는 늘 마음은 27~28세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러니 20대 청년입ㄴ… 시작부터 무리수네요. 죄송합니다. 믿기 힘든 숫자라 AI에게 79년생이 몇 살이냐고 물으니 47이라는 충격적인 답변이 돌아옵니다.

팩트로 때리는 가혹한 AI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하자면 제 나이대 분들. 그러니까 70~80년대생 분들은 참으로 재미있는 경험을 하며 산 세대라고 생각합니다. 나이부심이 아니라 정말로 그렇습니다. 상상력이 풍부하던 어린 시절에 하이테크의 발전을 그대로 보면서 자랐거든요.

저보다 형님 세대 분들은 흑백 TV에서 컬러 TV로 변하는 걸 보셨습니다. 저는 그 정도는 아닙니다만, 예전 TV 수상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생생히 기억합니다. 최초의 핸드폰인 모토로라 단말기도 봤고, 거의 최초의 게임기인 대우 재믹스도 해봤고, 오락실이라는 게 처음 생겨서 50원, 100원 들고 한판 해 보겠다고 뒤에 서 있다가 동네 무서운 형들에게 털리기도 했습니다. 카세트테이프도 늘어날까 봐 소중히 듣다가 CD가 나오고 MP3가 나오는 변화도 겪었죠. 이거 추억팔이하면 끝이 없는데, 암튼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아날로그가 디지털로 변화하던 시절입니다. 제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께서 빌려준 돈을 현물로 받아오셨습니다. 당시 엄청난 고가였던 대우전자의 X-2라는 컴퓨터였습니다. 그게 제 인생을 일정 부분 바꿔주었습니다. 통신사에 입사하고, 금융회사로 와서 신기술을 접하고 있는 저의 밑바탕이 그때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1988년이네요.

그때 처음으로 접한 OS가 MSX-DOS였는데요, 마이크로소프트라는 회사가 일본의 아스키라는 회사와 합작해서 만든 OS였습니다. 제가 마이크로소프트라는 이름을 처음 들은 순간입니다.

MSX-DOS v1. 03

마이크로소프트는 그때도 대단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더 대단한 회사가 되었죠. 빌 게이츠는 대단한 인물이었지만 저한테는 좀 먼, 뭐랄까 전설 속의 캐릭터 같았습니다. 뉴스 너머로 볼 뿐이었죠. 사실 저는 게이츠를 많이 무시하고 있었습니다. 알려진 정보만 보면 딱 그 시절 미국의 금수저였거든요. 부모 빨로 성공한 캐릭터 같은 느낌이 싫었습니다.

  • 1955년에 성공한 백인 부부인 변호사 아버지와 은행가 집안 딸 어머니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남
  • 살면서 큰 어려움 없이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았으며, 부모님도 승승장구. 아버지는 로펌 파트너, 어머니는 대기업 임원.
  • 명문가 자제들만 가는 고등학교를 갔는데, 당시에는 귀하디귀한 컴퓨터를 쓸 수 있었던 환경!
  • 하버드에서 뜻있는 친구들과 창업!

아니 딱 봐도 이건 뭐 금수저가 ‘맡겨놓은 성공 찾으러 왔다’ 느낌이지 않나요. 흙수저 입장에서는 짜증 나는 사기캐입니다. 그래서 신경 안 쓰고 살았는데, 이번에 회고록이 나왔다고 합니다. 어찌어찌 알았는지 출판사에서는 베스트셀러 작가인(죄송합니다) 제게 서평을 부탁하더라고요. 원고료라도 많이 주면 잘 써보겠지만 책만 주고 돈은 안 줍니다? 그래서 속으로 ‘이거 잘 걸렸다. 금수저 디스나 해야지’ 생각하며 책을 읽어 나갔습니다.

서두가 장황했으니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책을 읽어보니 제가 크게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라면받침 급의 위용을 자랑하는 빌 게이츠 회고록 1편 『소스코드』

1. 무언가에 미친 Nerd로 집중하고 노력하며 살았던 삶

13살 때부터 컴퓨터에 미쳐서 외박을 밥 먹듯 하며 부모님 속을 썩이고 다른 모든 것을 안 하는 삶을 살았더군요. 제13살 때를 돌이켜 보면 엄청난 차이가 있었습니다. 저는 컴퓨터로 게임하는 걸 좋아했는데, 빌 게이츠는 프로그래밍 자체에 빠져 있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컴퓨터 옆에서 먹고 자면서 주 80시간 이상 개발만 했더군요. 당시에도 금수저들은 많았을 텐데 빌 게이츠 같은 사람은 별로 없었던 것을 보면, 본인의 적성과 노력이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습니다.

2. 타고난 두뇌, 수학에 대한 열정

금수저인데 머리까지 좋습니다. 하버드, 프린스턴, 예일 등을 다 합격하고 하버드를 갑니다. 거기에 수학은 SAT 만점입니다. 숫자에 대한 감각은 사업할 때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책에서 고백하고 있습니다. 이 또한 금수저라서 되는 건 아니죠.

3. 세상의 변화를 읽는 감각, 자신의 길에 대한 확신

인공지능이 세상을 뒤흔드는 지금 보면 컴퓨터가 세상을 바꾸는 것은 요즘 말로 팩트죠.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 당시, 그러니까 70년대 초반에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분명 쉽지 않았을 겁니다. 빌 게이츠 또한 하버드를 나와서 좋은 일자리를 잡고 평생을 안락하게 살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그는 회고록에서도 ‘그때 확신이 있었다’라고 말합니다. 세상은 바뀔 것이고, 자기가 가고 있는 길이 옳다는 확신입니다. 그래서 하버드를 휴학하고 졸업도 하지 않고 회사에 올인합니다. 결론을 다 아는 우리지만, 저 당시로 돌아가면 우리는 저렇게 할 수 있을까요? 못하는 사람이 절대다수일 겁니다.

책의 두께가 어마어마해서 이거 다 읽을 수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실제로 책 초반의 어린 시절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재미없습니다. 놓을까 했는데, 고등학교 가서 코딩을 접하는 부분부터 아주 흥미롭습니다. 대학교에서 창업 후 스티브 잡스와 만나는 장면은 영웅 신화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추천하느냐? 네, 추천합니다. 먼저 4050 이상이시고 그 시절 컴퓨터를 기억하신다면(예를 들어 애플 II 시절) 아주 재미있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의미에서, 인공지능 시대를 살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도 추천합니다. 책에서 다루는 시대와 지금 시대가 놀랍게 유사한 부분이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 모르는 시대라는 공통점입니다.

소스코드는 빌게이츠 자서전 3부작의 첫 번째 책이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다음 편이 훨씬 기대가 되는데요. 나오기 전에 한 번씩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텍스트를 잘 보시면 70년대 컴퓨터 코드입니다.
커버와 속지 사이는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진짜 예전 프로그램 출력물이네요. 과거에는 프린터가 옆에 구멍 난 종이만 출력할 수 있었답니다. 이런 편집 센스 너무 좋아요.

원문: 길진세 New Biz on the BL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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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레기”를 피해 좋은 기사만 보는 법 https://ppss.kr/archives/266520 Wed, 10 Jul 2024 02:44:52 +0000 http://3.36.87.144/?p=266520 저는 영장류의 정점이라고 불리는 인간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아마 생물학적으로 저와 같은 분들일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가끔 참다랑어나 도미… 또는 붕어가 됩니다… 한가로이 물속을 헤엄치다가 바늘에 달린 먹이를 보고 덥석(!) 무는 거죠. 순간 힘차게 물속에서 낚아 올리는 분들이 있으니, 바로 기레기. 기자님들입니다.

온라인상의 치열한 전투. 낚는 자와 낚이는 자 / 출처:하나은행 페이스북

하루 종일 어떻게든 사람을 낚을 생각만 하는 기자님들 덕에 우리는 오늘도 붕어, 고등어, 다랑어까지 다양한 어류가 되고 있습니다. 참 슬픈 현실이죠.

제가 무선모뎀으로 PC통신을 하던 시절부터 30년 가까이 쭉 지켜본바, 기레기들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현재 그분들의 수익모델이 너무 공고하기 때문입니다. 조회수 기반으로 인센티브를 주는 기사와 광고의 환장의 콜라보는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저도 수없이 낚여서 뭍에 나와 파닥거렸습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이런 기레기들에게 낚이지 않기 위한 저만의 방법을 개발해 왔습니다. 한정된 하루의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려고 고민한 결과입니다. 오늘은 이 팁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하나씩 보시고 참고하시고, 가려서 취하시면 되겠습니다.

 

1. 기사 제목이 내용을 축약하고 있지 않으면 클릭하지 않습니다.

‘팀 쿡도 인정한 ‘이것’, 앞으로 아이폰에 어떤 영향이?’

‘대체 이유가 뭐죠? 국내 운동선수 70%가 사용한다는 이 앱, 왜 그런가 봤더니…’

뭔지 느낌 오실 겁니다. 유튜브 썸네일에서 자주 보던 낚시질이 언론 기사 제목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대명사를 남발해서 클릭을 유도하는 것입니다. 인터넷 미디어뿐 아니라 메이저 언론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제목 전략입니다.

‘이것’이 궁금하면 클릭해서 기사를 (및 같이 나오는 광고도 같이) 보라는 건데요. 제 경험상 이런 기사들은 기자가 자기 기사 내용에 자신이 없을 때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기사 내용에 자신이 있는 기자는 간결하게 하고 싶은 말을 제목으로 씁니다. 사실 기사 제목이 이처럼 이상해진 배경에는 인터넷 포털이 언론 유통의 키를 쥐면서 포털 1면에서 어떻게든 클릭을 받겠다는 과열 경쟁이 있습니다.

한정된 글자 수 속에서 어떻게든 클릭을 유도해야 하는 상황, 경쟁이 치열합니다. 출처: 네이트닷컴

그리고 짧고 자극적인 것에 익숙해진 유저들의 탓도 있겠지요. 저런 기사는 읽는 시간이 아까워서, 저는 일단 제목만으로 거르는 편입니다.

 

2. ‘커뮤니티 기반 취재기사’는 무조건 안 봅니다.

촘촘한 필터를 통과해서 겨우 기사를 클릭했습니다. 그런데 기사 첫 부분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따르면~’으로 쓰인 기사가 꽤 많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 저는 내용을 더 이상 보지 않고 ‘뒤로 가기’를 누릅니다.

기자라면 특정 사안에 대해 발굴하고, 관계자 인터뷰나 관련 내용 심층 취재를 통해서 기사를 보강해야 하는 게 보통입니다. 그런데 인터넷 커뮤니티 기반 기사들은 이런 식입니다.

  1. 요즘 결혼하려면 10억은 있어야 하지 않냐는 모 커뮤니티 글이 화제다.
  2. 그 글의 댓글들은 이러이러하다.
  3. 통계청에 따르면 요즘 결혼하는 데 드는 비용은 얼마얼마라더라.
  4. 아무개 전문가가 어디 방송에서 이런 게 문제라고 하더라. 또는 ‘누리꾼들은 이런 세태에 우려를 표했다’라고 하면서 마무리.

어디서 많이 보셨을 겁니다. 이런 패턴이 양산되는 이유는 노룩패스 아니 ‘노룩취재’, 즉 그냥 방에 앉아서 웹서핑으로 기사를 쓰는 기자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한정된 시간 안에 기사를 많이 써서 클릭율을 높여야 하니, 눈팅 기사나 다른 언론사 기사 받아쓰기가 편한 것이죠. 제 경험상 이런 기사들은 99% 시간낭비였습니다. 그러니 우리도 노룩합시다.

 

3. 기사를 정독하지 말고, 먼저 쓱 훑어봅시다.

일반적인 기업 관련 기사는 열에 아홉은 보도자료 배포본을 보고 씁니다. 동일한 시점에 특정 사안에 대해 제목만 다른 기사들이 쏟아지는 것, 많이 보셨겠죠. 이게 다 보도자료 때문입니다. 스타트업이건 대기업이건 홍보팀에서 하는 중요한 업무입니다. 이러다 보니 제목은 다 다르지만 내용은 매우 유사한 기사들이 쏟아지게 되죠.

보도자료 기반의 기사 작성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읽는 우리도 이를 감안하고 봐야 하는데요. 저 같은 경우 그래서 기사를 읽기 전 전체를 빠르게 훑어봅니다. 보도자료를 복붙한 건지, 추가로 기자의 의견이건 추가 취재건  들어갔는지 확인하는 거죠. 아까 본 내용보다 좀 더 보강된 기사라면 정독을 하고 그렇지 않으면 창을 닫습니다.

자기 논리를 자기가 이겨야만 기레기가 될 수 있습니다. 멀고도 험한 길입니다. (출처 HANRINIZM)

 

4. 기자명과 그 기자의 소속된 팀까지 봅니다.

주로 연예 뉴스에서 많이 보이는 패턴입니다. 기자 이름이 매우 매우 흔한 이름이고, 해당 기자의 과거 기사보기 검색이 안되면 저는 그 기사는 읽지 않고 패스합니다. 또 그 기자가 속한 팀 이름에 ‘인터넷’이 들어가면 거릅니다. ‘인터넷 뉴스팀’ 같은 거죠.

흔한 이름이라 하면 김빛나, 김하나, 이민수, 김철수 등(해당 이름을 가진 분들께 송구합니다)의 이름인데요. 너무나 동명이인이 많아서 도저히 검색엔진에서 찾을 수 없는 이름이 주로 쓰인다고 생각됩니다.

기자도 직업인지라 입사와 퇴사가 반복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다만 국내에는 인터넷 언론이 너무 많다 보니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기자임에도 가명으로 기사를 올리는 일이 빈번하다고 들었습니다.

좀 더 심하게는, 기사에 아예 기자 이름이 없는 기사도 요즘에는 보이더군요. 얼굴 사진 걸고 기자 소개까지 상세히 하는 기자님의 기사에 신뢰가 더 가는 게 아무래도 당연합니다.

 

5. 특정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면, 괜찮은 기자와 언론사가 구분됩니다.

저는 지난 12년간 구글 알리미로 ‘핀테크’, ‘지불결제’ 등 금융 관련 키워드를 등록해 두고 금융 관련 소식을 메일로 받고 있습니다. 하루에 많게는 20~30개의 기사를 봅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기사 제목과 언론사만 보고도 클릭을 할지 말지 결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게 참 뭐라 딱 설명하긴 어려운데요, 경험적으로 어떤 언론의 어떠한 기사는 읽어볼 만하다는 데이터가 제게도 쌓인 거죠.

여기서는 제가 즐겨 읽는 업계 기자님들을 들어보겠습니다. 핀테크 & 금융 관련해서는 바이라인 네트워크의 홍하나 기자님, 전자신문의 길재식 기자님, 블로터의 황금빛 기자님 글은 믿고 무지성 클릭합니다. 더벨의 기사들도 좋아합니다.

기자님들도 한 분야에 업력이 쌓이면 글에서 내공이 돋보입니다. 앞으로는 본인이 관심 있는 업계의 기사를 보실 때, 기자까지 유심히 보시길 권합니다.

 

마치며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옛말이 있죠. 현대사회에서는 수십 배는 더 강해진 것 같습니다. 온라인의 파급력이 강해졌으니까요.

불량 기사로 우리의 소중한 시간을 노리는 낚시꾼들이 많습니다. 우리 붕어들, 아니지 사람들이 더 현명해져서 낚이지 않아야 낚시꾼들을 고사시킬 수 있습니다. 꼭 필요한 정보를 잘 전달하는 좋은 낚시꾼들만 많은 세상을 그려보며 이만 줄입니다.

원문: 길진세의 New Biz on the BL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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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직원이 말하는 절약법: 2024년은 허리띠 졸라매야 합니다 https://ppss.kr/archives/265045 Tue, 13 Feb 2024 03:25:38 +0000 http://3.36.87.144/?p=265045 제가 올해로 19년째 회사를 다니는데… 단 한 해도 회사가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없었습니다(물론 사장님 & 임원진 피셜). 그 결과 만성 위기 불감증에 걸려서, 사장님이 아무리 위기라고 그래도 양치기 소년, 아니지 양치기 중년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올해는 회사가 위기가 문제가 아니라(물론 여전히 위기라고 합니다만) 진짜로 대한민국이 위기인 것 같습니다. 태영건설 부도 뉴스도 그렇고, 자영업자 뉴스도 그렇고, 각종 연체율을 비롯해서 지표들이 모두 안 좋죠. 작년 한 해 제가 일했던 곳이 거시경제 흐름을 중점적으로 보는 금융전략팀이었기에 개인적으로 위기감은 더 큽니다. 각종 지표들을 봤을 때 심상치가 않거든요.

연초부터 이런 이야기하는 게 저도 우울하지만, 아마도 올 한 해는 모두에게 굉장히 추운 1년이 될 겁니다.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할 판국이니 뭐든 해야 합니다.

그러나 마음은 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그런 여러분의 니즈를 고려하여, 저 나름의 절약 비법들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아래 내용은 제 기준이며, 왕도는 없습니다. 각각의 항목들을 보시고 여러분이 개인의 상황에 맞게 취하시면 됩니다.

작가 upklyak 출처 Freepik

 

1. 통장 쪼개기는 추천합니다. 가급적 저축은행 통장을 주력으로 하세요

4개의 통장 이후로 유명해진 이야기입니다. 월급이 들어오면 각 항목별 통장으로 나누어 관리하라는 거죠. 1개의 통장으로 관리하면 계획적인 예산관리, 소비가 안 된다는 주장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맞습니다. 1개의 통장이든 n개의 통장이든 뭐가 문제냐, 1개도 관리 잘하면 된다고 주장하실 겁니다. 하지만 언제든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장점입니다. 해 보시면 압니다.

여기서 제가 하나 더 추천드리고 싶은 건, 저축은행 통장을 적극 활용하시라는 겁니다. 저는 웰컴저축은행의 직장인사랑 보통예금(오늘기준 연 3.2%), 다올 저축은행의 Fi커넥트 통장(연 4.0%)을 주력으로 사용 중입니다. 잠깐만 돈을 넣어놔도 이자가 붙는 점을 활용하셔야 합니다.

저축은행 이미지가 워낙 안 좋아서 많은 분들이 꺼려하시죠. 그러나 비대면으로 쉽게 계좌 개설이 가능하고, 이율이 국내 최고 수준이며, 5천만 원까지는 예금자보호가 되니 안전합니다. 안 하면 매우 손해입니다. 대출받는 게 아니라면 신용등급과도 아무 상관이 없으니 꼭 사용하시길 추천합니다.

이제는 기본이 되어 버린 통장 쪼개기 / 출처 : 한화생명 블로그

 

2. 뭔가 살 때는 국내 가격 비교→ 테무/알리 체크→ 샵백까지 꼼꼼히 챙기세요

온라인 쇼핑할 때 저는 일단 네이버, 다나와 등에서 가격 비교를 합니다. 이후 테무와 알리에서 같은 품목이 얼마나 하나 체크합니다. 급하게 필요한 물건이 아니고 단순한 물품이라면 중국 사이트를 애용합니다.

국내에서 살 때는 Shopback 사이트를 거쳐서 구매하는 편입니다. 여기를 거쳐서 구매하면 결제액의 n%를 적립해 줍니다. 소액을 살 때는 큰 체감이 없지만, 가끔 큰 걸 지르게 되면 반드시 사용하시길 권합니다.

온라인 결제하다 보면 은근히 큰 금액이 많아서 잘 쌓입니다. 추천합니다.

 

3. 신용카드, 체크카드 리빌딩을 적어도 3개월에 한 번씩은 해야 합니다.

작년 경기가 안 좋아지며 카드사들은 앞다투어 고객에게 좋은 카드를 단종시켜 버렸습니다. 그동안 혜택 경쟁을 했던 이유는 고객을 다른 카드사에 빼앗기기 싫었기 때문인데요, 다 같이 혜택을 줄이면서 대동단결하고 있습니다. (이런 건 참 단합이 잘됩니다…)

저는 소문난 체리피커로서, 각 카드사의 주요 혜택을 잘 찾아 먹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여러분께 받으라고 추천할 만한 카드는 거의 다 단종되어서 사실 추천하기가 쉽지 않네요. 지금 발급받을 수 있는 카드 중 그나마 추천할 만한 카드는 한 종뿐입니다. (좋은 카드는 작년에 다 전멸…)

올해 나온 카드 중엔 이게 제일 괜찮습니다. (아직 올해가 얼마 안 된 건 함정)

카드사는 고객 사용액의 일정액을 수수료로 가져갑니다. 그러니 ‘최소한 이 정도는 쓰시오’라는 기준점을 ‘전월실적’이라고 해서 만들어 둡니다. 카드 쓰시면서 다들 보셨을 겁니다. 전달에 30만 원은 써야 이번달에 서비스를 주는 카드가 많죠.

그런데 이번에 좀 상식 밖의 카드가 나왔습니다. BC의 GOAT카드라는 건데요. GOAT는 Greatest of all time의 약어입니다. 이 카드는 전월실적 없이 100만 원까지 국내 1.5%, 해외 3%를 적립해 줍니다. 100만 원 딱 맞춰 쓰시면 되는데, 100만 원 넘어가더라도 국내 1%, 해외 2% 적립되니 여전히 괜찮은 수준입니다.

본인의 주력 카드와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카드는 주력으로 써도 좋지만 본인이 소유한 더 좋은 카드를 다 썼을 때 추가로 사용하기 제격인 카드입니다. 일종의 상비군이랄까요. 카드사 직원 입장에서는 사실 적자를 각오하고 만든 카드로 보입니다. 이런 카드는 고객에게 좋은 카드입니다. 조기에 단종 가능성도 있으니 일단 발급받으시길 권합니다.

 

4. 통신은 무조건 알뜰폰, 전화기는 무조건 자급제

이전 글에서도 몇 번 적었습니다. 통신 3사를 쓰신다면 가족결합, 유선 결합의 할인 폭을 잘 확인해 보세요. 대부분의 경우 단말기를 중고나 자급제로 구매한 후 알뜰폰을 사용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5. 렌털상품은 가급적 쓰지 마세요

허울 좋은 단어인 ‘구독경제’ 이전부터도 우리 주변에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렌털 상품들이 있었습니다. 정수기와 비데가 대표적입니다. 이후 안마의자도 그렇고요.

저도 집에 정수기를 쓰는데, 개인 설치형 정수기를 쓰고 필터만 1년에 한 번씩 구매합니다. 정수기는 전문가가 꼼꼼히 관리해야 한다고 렌털업체에서는 선전하는데, 제가 10년 동안 셀프로 해 본 결과 건강상 아무 문제 없습니다.

정수기와 같은 렌털 상품은 기계값을 다 내고도 반영구적으로 묶여서 끌려다니는, 아주 악독한(제 기준) 상품입니다. 개인 구매 대비 만족도는 낮은데 비용은 높은 대표적인 판매 방식이니 잘 생각해 보세요.

 

마치며

금융상품에서 주의할 점, 여러분의 생활 속에서 조심할 점이 한두 개가 아닙니다. 세상 모두가 여러분의 소중한 돈을 노리고 있습니다. 정신 차리고, 한 푼 두 푼 모을 계획을 짜 봅시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문: 길진세 NEW Biz on the BL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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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직원과 멍게의 놀라운 공통점 https://ppss.kr/archives/265099 Tue, 16 Jan 2024 04:05:27 +0000 http://3.36.87.144/?p=265099 횟집에 가면 메인메뉴가 나오기 전 개불, 낙지와 함께 멍게가 종종 나옵니다. 멍게 다들 좋아하시나요?

멍게입니다. 비빔밥 생각이 간절하네요 / 출처: 경남몰

특유의 싸한 맛 때문에 소주 안주로 각광받는 멍게. 저도 처음에는 이상한 비주얼 때문에 머뭇거렸지만 지금은 즐겨 먹습니다. 잘 아는 건 아니라서 그냥 바닷속에서 적당히 사는 녀석이겠거니 생각했습니다. 맛있으면 그만이지, 어떤 생물인지가 뭐 그리 중요하겠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어느 책에서 멍게에 대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충격을 받았습니다. 나이 먹을수록 충격받을 일이 잘 없는데 말이죠.

 

멍게 녀석, 엄청난 습성을 가지고 있잖아…?

여러분은 멍게에 대해 잘 아시나요? 멍게는 양식도 하지만 해녀들이 바닷속에서 잡아 올리기도 합니다. 바위틈에서 입만 뻐끔거리고 있어서 칼로 따서 채집해 온다고 하네요.

횟집에서 손질하기 전의 멍게는 다들 보셨을 겁니다. 전체적으로는 붉은 파인애플 같은 모양을 하고 있고, 입 역할을 하는 구멍이 있죠. 돌 사이에 뿌리를 내리고 바닷물을 마셔서 플랑크톤 등을 먹는다고 합니다.

멍게는 자웅동체로, 무성생식과 유성생식을 같이 합니다(몸에서도 새끼가 분리되어 나오지만, 정자와 알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이것도 신기하죠) 알에서 갓 깨어난 멍게는 꽤 고등생물이라고 합니다. 실제로도 뇌, 신경, 척수 등 고등동물에게서 볼 수 있는 것들이 많이 갖추고 있죠. 그 상태로 바닷속을 둥둥 떠다니며 뿌리내릴 장소를 찾는다고 하네요.

멍게 유충. 꽤 고등한 생물이라고 합니다 / 출처: 미상

그러다가 괜찮은 장소를 보면 자리를 잡고 몸을 변화시켜서 우리가 아는 멍게처럼 되는데요. 이때 자기 뇌와 신경 등을 모두 먹어서 소화시켜 버린다고 합니다(…?!) 소화기관과 순환계 장기만 남겨놓고요. 스스로 뇌를 없애버리는 겁니다. 덜덜덜.

저는 처음에 잘못 읽은 줄 알았습니다. 남들은 없어서 만들어보려고 애쓰는 기관들을 스스로 없애다니요? 하지만 이 녀석은 그때부터 뿌리를 내리고 바닷물을 빨아들여서 플랑크톤을 먹으면서 유유자적하게 살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짱박혀서’ 편히 사는 거죠. 아니지, 편하다는 개념이 맞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뇌가 없어지면 아예 생각 자체를 안 할 테니까요.

예전에 「가축은 뇌가 작아진다고 합니다」라는 글에서 회사원이 야성을 잃고 가축화되어 가는 것을 걱정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훨씬 더 대단한(!?) 녀석이 멍게였습니다. 스스로 생각하는 기관을 없애버리는 생물이 있을 줄이야.

우리 몸에서 뇌가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서 두개골로 보호되는 이유는, 그만큼 가장 중요한 기관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놈은 그 중요한 뇌를 스스로 없애버리고 있는 겁니다.

한편 이 사실을 알게 되자 멍게가 남 같지 않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멍게의 삶의 방식에 호기심이 느껴졌습니다. 저도 요즘 ‘멍게의 유혹’을 많이 느끼거든요. 심지어 주변에서 ‘인간 멍게’들을 많이 보기도 했고요.

너무 귀여워서 ‘멍게 새끼’로 잘못 알려진 적도 있는 유명한 사진. 사실 일본에 서식하는 어느 성체 멍게들이라고 합니다 / 출처: 미상

 

대기업이 사육하는 ‘인간 멍게’ 이야기

대기업 회사원이 멍게가 되어가는 과정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취준생 때는 눈을 빛내며 어느 회사든 뽑아만 주신다면 충성할 각오를 보입니다만… 취업 후 회사 생활을 하면 할수록, 부서나 직무를 찾을 때 본능적으로 천적이 오지 않을(임원이 관심을 두지 않고 일도 별로 없을) 안락한 곳을 찾아갑니다. 어차피 일 열심히 하나 안 하나 월급 차이는 크지 않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그러니 대충 하는 척하면서 눈에 안 띌 곳이 필요합니다. 머리를 많이 써야 하니, 자리 잡을 때까지는 뇌가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많은 고민을 하면서 (짱 박히기)좋은 자리를 찾아갑니다.

그렇게 자리를 찾은 후에는 자신의 창의성과 온갖 아이디어를 다 뇌에서 들어내는 게 좋습니다. 조직이 시키는 거 말고 창의적으로 뭐 하려고 하면 힘들어지거든요. 그러니 시키는 것만 합니다. 윗사람 말이 곧 빛이요 진리입니다. 임원 지시가 이상한 걸 알더라도 아무 생각 없이 시키는 대로 합니다. 삽질해도 월급은 나오니까요. 그렇게 비슷하게 흘러갑니다.

뇌가 없는 것처럼 일을 합니다. 시키는 것만, 욕 안 먹을 정도로 말이죠. 멍게도 혹여나 너무 열심히 플랑크톤을 잡아먹으려 바위틈 밖으로 나가면 해녀 눈에 뜨여서 끌려 올라가기나 합니다. 일을 많이 하면 일이 더 오는 것과 비슷하죠. 그러니 퇴직하는 그날까지 적당히 다른 멍게들처럼 되도록 돌 사이 깊숙이 숨어있는 게 좋습니다.

그렇게 영혼을 털리고 멍게가 된다 / 출처: 윤직원의 브런치

가축, 월급루팡, 멍게 모두 비슷한 것 같지만 실은 멍게의 각오가 좀 더 결연하다고 하겠습니다. 자기 뇌를 없애버리다니 이거야 로 결사의 각오 아닐까요. 그런데 멍게야 그렇다 해도 사람은 왜 일부러 멍게가 될까요?

 

‘멍게’를 키워내는 조직이 되거나, 되지 않거나

저는 조직과 시스템이 멍게를 양산해 내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열정 있는 직원이 열심히 뭔가 해 보려 하지만, 잘되면 조직과 상부의 공이고 안 되면 본인 탓이죠. 이 경험을 반복하다 보면 자포자기하고 스스로 뇌를 없앤 멍게가 되어가는 것이죠. 이런 증상은 사람이 몇 없는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사람이 별로 없으면 티가 나서 하기 힘듭니다)

물론 좋은 회사라면 멍게로 변해가는 직원도 사람(?)으로 되돌릴 수 있을 겁니다. 한데 그런 회사는 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멍게를 예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동기부여만 잘하면 됩니다. ‘회사에서 열심히 하는 것’이 아래 3가지 중 하나만 채워주면 되죠.

  1. 내 지갑을 채워주든가
  2. 내 경력을 채워주든가
  3. 내 자부심을 채워주든가

중요한 건 입사나 재직이 아니라 ‘열심히 하는 것’에 대한 보상으로 있어야 한다는 거죠. 이는 회사도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부분이고, 회사원 스스로도 어떻게 동기부여가 되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자연 속에서 적응하며 살아가는 생물들을 보면 늘 놀랍습니다. 인간 멍게 분들도 어찌 보면 회사라는 환경 속에 나름 잘(?) 적응한 분들일 겁니다. 저도 회사에 뿌리를 내리고 뇌를 덜어내는 중 아닐까 반성이 되나요.

여러분은 어떤 생물에 가까우실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문: 길진세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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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의 승부수 애플페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https://ppss.kr/archives/257147 Mon, 26 Sep 2022 03:21:25 +0000 http://3.36.87.144/?p=257147 애플 팬 사이에 회자되던 내기(?)가 있었습니다. 국내에 애플페이가 들어오는 게 먼저냐 통일이 먼저냐인데요. 오죽이나 안 들어올 것 같으면 이런 내기가 다 생겼을까 싶습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니 통일이 먼저면 좋았을 텐데, 이 논쟁의 종지부를 찍을 때가 오는 듯합니다. 애플페이가 국내 출시될 거라는 뉴스가 연일 나오고 있거든요. 꽤 구체적으로요.

이런 분도 계셨던 모양인데 미리 애도를 표합니다… / 출처 : IT잇섭 유튜브

어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시작되었던 루머는 시간이 흐르면서 각종 언론의 확정 보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루머의 내용은 VAN 사들이 현대카드의 요청으로 애플페이 결제를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자고 일어나면 후속보도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 VAN : 가맹점에 단말기를 놓고, 카드사까지 공중망을 통해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회사입니다.

현재까지 보도된 내용은 이렇습니다.

  • 6개 VAN사가 현대카드와 협력 중이라더라 (파이서브, 나이스 정보통신, 한국 정보통신, KIS정보통신, KG이니시스, KSNET 라고 꽤 자세히 회사명까지 보도되었습니다)
  • 12월부터는 사용 가능할 거 같다 (어디서는 11월이라고도 보도합니다)
  • 현대카드가 1년간 독점적으로 먼저 한다. (그 이상이라는 의견도 왕왕들립니다)
  • 코스트코, CU에서 시작, 이후 약 60개 프랜차이즈에서 가능할 것이다. (코스트코는 현재도 현대 독점이니 언급될 테고요. 편의점이나 다른 대형가맹점은 NFC 단말이 있으니 나오는 이야기일 겁니다)
  • 현대카드는 NFC 단말기 도입 및 서비스 구축비용의 최대 60%를 지원할 것 (진위가 제일 궁금한 부분입니다. 이유는 뒤에)
  • 온라인 결제 도입도 병행할 거다 (사실 이게 더 쉬우니 맞을겁니다)
  • 기존에 나왔던 현대카드 전체에서 되는 게 아니라 전용카드 상품을 출시할 수도 있다 (카드사의 수익성 보전 차원에서는 있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2019년 골드만삭스를 통해 나왔던 애플 신용카드 (출처: 애플)

자꾸 후속보도가 나오니 기정 사실화되는 분위기입니다. 아니땐 굴뚝에 연기 날까요, 진짜 나오긴 하려나 봅니다.

생각해 보면 참 오래 걸렸습니다. 애플페이가 나온 게 2014년인데 지금에야 출시된다니 말이죠. 2가지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1. 낮은 NFC 결제 인프라 보급률

많은 기사에서 나왔던 이야기입니다. NFC 결제가 가능한 단말기는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나 보이지, 쉽사리 보기 어렵습니다. 국내 가맹점수는 연중 개폐업을 반복하기에 대충 280~330만 사이로 집계되는데요. 이중 6~7만 개 정도에만 NFC 결제기가 깔려 있습니다.

기존 결제기(POS/CAT)에 이렇게 생긴 장비를 추가하면 NFC 결제가 가능합니다. / 출처: KIS정보통신

카드사나 VAN사가 NFC 결제기 도입을 여러 번 시도했습니다만, 여신전문금융업법의 가맹점 부당지원 항목 때문에 불발되곤 했습니다. 과거에 대형가맹점에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악습이 빈번하다 보니 지원이 금지된 건데요. NFC 결제 단말기를 무상으로 준다면 이 또한 부당지원으로 해석될 여지가 생깁니다. 무려 5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입니다.

언론 보도처럼 현대카드가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 한다면 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정말 궁금합니다.

 

2. 없다가 생기는 수수료들

국가별로 애플페이를 도입한 카드사에게 애플은 추가로 수수료를 받아왔습니다. 카드 플레이트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무카드 거래 (CNP, Card Not Present)이니 받겠다는 것이었죠. 사용액 기준으로 미국은 0.15%, 중국은 0.03%, 이스라엘은 0.05% 정도를 카드사에서 받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정부 주도로 가맹점 수수료가 많이 낮아진 상황입니다. 특히 영세가맹점의 경우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최저 0.8% 일 정도로 낮습니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얼마 안 되는 돈 받아서 VAN사에게 떼주고 추가로 애플에게도 줘야 한다는 말입니다.

카드사로선 완전히 새로운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니 싫을 수밖에요. 대비되는 삼성 페이는 현재 이런 항목을 안 받고 있으니 더 그럴 거고요. 우리나라가 중국만큼 규모가 되는 것도 아니니 미국 수준으로 받을 듯한데, 비용이 부담스러울 겁니다.

수수료 이슈는 또 있습니다. 애플페이는 NFC 결제 국제표준규격인 EMV 규격을 지원합니다. 이 표준을 따르게 되면 별도의 수수료를 내야 합니다. (사용액의 1% 전후일 거라는 설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KLSC (Korea Local Smart Card)라는 독자 규격을 신설했습니다.

혹자는 독자화로 인해 갈라파고스 되는 걸 염려하는데요. 국부유출을 막자는 의미도 있으니 마냥 부정적으로 볼 건 아닙니다. 애플페이가 국내 환경에서 구동되려면 EMV수수료를 내거나, 애플페이 결제 규격에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이 부분을 기술적/사업적으로 어떻게 처리했을지가 관전 포인트입니다.

자, 이러한 문제들을 넘고 넘어, 애플페이가 국내에 도입된다면 어떨까요? 정말로 결재판을 바꿀 태풍이 될까요? 그랬으면 좋겠지만 저는 꽤 부정적입니다. 다음의 이유 때문입니다.

① 국내 아이폰 사용자 비율은 22%라고 합니다.

2022년 7월 갤럽에서 스마트폰 사용도 조사를 했습니다. 97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이므로 오차는 있겠지만, 아이폰 사용자는 전체의 20% 였고요. 사용자 중 18~29세가 52%, 30대가 42%였습니다. 좀 더 찾아볼까요? 카운터 포인트 리서치의 자료에 따르면 22년 1분기 기준 국내 아이폰 점유율은 22%라고 합니다.

22%의 사용자가 모두 사용하는 것도 아니겠죠. 젊은 층에서 주로 쓴다고 가정하면 예상 고객은 더 줄어들 겁니다. 카드사가 도입을 주저해왔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② 애플페이는 결제의 수단일 뿐, 돈을 더 쓰게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폰 유저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애플페이가 들어왔다고 해서 한 번 결제할 건을 두 번 결제하게 되진 않습니다. 즉 전체 결제 시장의 파이가 커지는 효과는 크지 않을 거란 말이죠. 신기하고 즐거운 경험이지만 그건 그거고, 내가 사야 할 서비스와 재화는 정해져 있습니다 (그리고 통장 잔고도 정해져 있…ㅠㅜ)

그러니 애플페이 도입 이슈로 VAN사 주가가 폭등하는 것은 좀 희한한 현상입니다. 결제 건수가 늘고 금액이 커져야 VAN사 수익에 도움이 되는 것인데 말이죠. 물론, 대형가맹점에서 2곳 이상의 VAN을 동시에 사용하는 경우가 꽤 있기에 이런 경우는 애플페이를 지원하는 VAN쪽으로 물량이 더 갈 수는 있겠지만… 크게 유의미할진 모르겠습니다.

애플페이는 일종의 수저 같은 겁니다. 포크로 먹던 수저로 먹던 밥만 먹으면 되는 건데 말이죠. 수익이 중요한 카드사 입장에서도 고민되긴 마찬가지입니다.

③ 국내 환경에서 애플페이는 가맹점주가 먼저 나서서 움직일 요인도 적습니다.

삼성페이는 시골 국밥집 아주머니도 어떻게 결제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자꾸 고객이 들고 와서 요구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으니까 가능한 일입니다. QR 기반의 지역화폐도 비슷합니다. 많은 고객이 직접 요구하기에 가맹점주가 학습당하는 겁니다. ‘당하는’이 중요합니다. 새로운 결제수단을 실제로 사용하며 가맹점 매출에 영향을 줄 정도로 빈도가 높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 거죠.

애플페이가 출시되면 아이폰 유저들은 자신이 자주 가는 매장의 사장님에게 애플페이 되게 해 달라고 요구할까요? 애플페이가 안된다고 하면 화를 내며 나가버릴까요? 물론 열혈 팬들도 있으시겠지만, 대부분 가지고 있는 실물 카드를 찾아 내밀게 되실 겁니다.

이게 ‘최대의 문제’입니다. 애플페이 하나로 모두를 커버할 수 없기에 결국 카드를 가지고 다니게 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이런 대안이 있으면 가맹점주와 싸우지 않게 됩니다. 그러니 가맹점주는 굳이 NFC 도입을 챙기지 않게 됩니다. 일종의 악순환입니다.

결제시장은 철저한 All or Nothing입니다. 그동안 오프라인 결제시장으로 진격해 온 사업자가 한둘이 아닙니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페이코 모두 QR 스티커를 뿌리고 NFC 모듈도 놓으며 노력했지만 성공한 사업자가 없습니다. 이들의 전략이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라, ‘익숙함에 대한 도전‘인 게 문제인 거죠.

대안이 없게 한 번에 모든 가맹점에서 되게 하는 것만이 오프라인 페이 시장에서 이기는 길입니다. 국내에서 이걸 해낸 건 삼성 페이가 유일합니다. 기술적으로 가맹점 인프라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던 거죠.

 

결론: 애플페이로 인한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1. NFC 인프라 확대의 단초가 될 것이며,
  2. 온라인 결제에서 어느 정도는 기존 간편 결제의 M/S를 빼앗을 것입니다.

애플페이는 대형가맹점 위주로 시작할 것임이 이미 예고되었습니다. 국내 27개 VAN사중 6개사가 전산개발 중이라는 소식이 그 의미입니다. 전 가맹점에서 사용될 수 있다면 모든 VAN사들이 다 개발에 참여했을 겁니다. 하지만 애플페이가 출시된다면, 어떤 조건이건 많은 팬들이 신청할 겁니다. 애플페이 전용카드가 아니라 현대카드의 모든 상품이 다 된다고 하면 더 편리하게 등록하고 사용하겠죠.

오프라인 어디 어디 매장에서 사용 가능하다는 정보가 빠르게 퍼지며 팬들 사이에 공유될 겁니다. 그래서 단말기가 없던 대형가맹점들도 NFC 단말 설치를 고민하게 될 거고요.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논란은 잦아들 겁니다. 되는 곳에서 사용하는 패턴에 고객들은 익숙해질 것이고, 애플페이의 집객력을 두고 가맹점들의 판단도 갈리겠죠.

한편 애플페이 출시 자체는 NFC 단말 보급에 대해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가지고 논의가 시작되는 계기가 될 겁니다. 우리나라는 딱 10년 전인 2012년, USIM 기반 모바일카드로 NFC결제에 도전했지만 크게 화제가 되지 못했습니다. 결제 인프라는 업계에서나 관심을 갖지 일반인들은 관심 없습니다. NFC 결제가 화제가 되는 것도 아이폰이니까 가능한 거죠. 향후 어떤 결제시장의 이벤트도 이 정도로 주목받기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됩니다.

해외에서는 주로 보안 이슈로 NFC 결제가 확산되고 있는데요. 삼성페이도 NFC 결제를 지원하기 때문에 그동안 논의되지 못했던 결제방식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겁니다. 소문대로 현대카드가 1년을 독점 운영한다고 하면 독점이 풀리는 시점부터 뜨거워질 것 같네요.

반면 온라인 결제는 인프라 이슈가 덜하기 때문에 (물론 영업의 이슈는 있습니다만) 오프라인보다 빠르게 활성화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현대카드 앱카드 내에 애플페이 결제를 옵션으로 넣는다면 바로 온라인 결제에 반영 가능할 것이라서요. 모바일 결제창에서 아래의 순서대로 진행되겠죠.

신용카드 결제 → 현대카드 선택 → 현대카드 앱카드 구동 → 애플페이 선택

만약 전용카드로 출시되는데 그 카드가 서비스는 별로 안 주고 연회비는 높다면 모를까, 애플페이 도입은 현대카드에게 손익 측면에선 도움이 되지 않을 겁니다. 대신 현대카드는 혁신을 선도하는 이미지를 얻겠죠. 과거 kt가 아이폰을 도입하며 skt 보다 부족했던 혁신성을 얻은 것처럼, 현대카드 역시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겁니다.

아직은 뭐하나 공식적인 게 없으니 추론은 이 정도입니다. 상품 구성, 수수료, 기술방식, 인프라 확보 방안 등 저도 궁금한 게 참 많은데요. 연말까지 재미있게 관전해 보고자 합니다. 간만에 빅이벤트이다 보니 혼자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네요.

원문: 길진세 New Biz on the BL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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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무시’해야 성공합니다 https://ppss.kr/archives/251009 Thu, 10 Feb 2022 01:13:19 +0000 http://3.36.87.144/?p=251009 저는 어릴 때 공부가 참 싫었습니다. 일단 왜 이걸 제가 알아야 하는지도 모르겠는데 마구잡이로 외우게 시키는 게 싫었습니다. 좋은 대학을 가면 인생이 다 풀린다고 학교 선생님은 늘 말씀하셨는데요. 인생 살아보니 통계적으로는 맞는 말인 듯 하나, 선생님들도 이를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분은 없었죠. 아무튼 공부는 싫었습니다.

제 학창 시절을 이보다 더 잘 설명하는 그림은 보지 못했습니다.

일종의 악순환입니다. 하기 싫은데 하라고 하니, 가서 앉아는 있는데 시간은 정말 징그럽게 안 갑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체감상 고등학교의 1년이 회사의 3년쯤 되는 것 같습니다.

어찌어찌 대학을 오고 군대를 가니 또 시간이 안 갑니다. 제대 이후 복학한 후부터는 시간이 좀 빨리 갑니다. 회사 들어와서는 오오! 매우 빠릅니다. 그렇게 17년이 흘렀습니다. 혹시 공감이 안되신다면, 무서운 비밀 하나 알려드릴까요? 바로 오늘이 2월 1일이라는 겁니다. 제야의 종 치고 1월 1일 떡국 먹은 게 엊그제 같지 않으세요? 그런데 2022년이 벌써 8.3%가 흐른 거죠.

어릴 때 시간이 정말 안 가던 이유는 모르고 지냈지만 시간이 흐른 후 읽은 기사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어릴수록 뇌가 영상을 저장하는 주기가 짧다고 합니다. 일종의 사진기 같은 우리 뇌가 중학생 때는 1분에 10컷을 찍고 어른이 되면 1분에 5컷을 찍는 거죠. 동일한 시간에 대해 사진을 많이 찍은 만큼 시간이 안 가는 것처럼 느끼게 됩니다.

도식화하면 이런 느낌입니다. / 출처: 한겨레

저 또한 갈수록 시간이 왜 이리 빨리 가는가에 대한 불만 속에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한술 더 떠서 나이가 들수록 점점 무언가를 강요받게 되는데요 바로 선택과 집중입니다. 사회초년생 대비 챙겨야 할 것이 엄청나게 늘어나거든요.

입사 1~2년 차일 때 저의 관심사는 재테크, 업무 잘하는 법, 애인이 생기는 법 등이었습니다만, 이제는 나이 드신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들에 관한 일들, 인생 이모작 준비, 그동안 알게 된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관리 등 신경 쓸 부분들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갈수록 인터넷의 트렌드를 다 따라가기도 벅찹니다. 제가 급격한 꼰대 화가 되었다기보다는(일부는 맞겠으나…) 요즘 핫한 드라마와 유튜브, 밈을 볼 시간이 없어지는 겁니다.

결국 유한한 각자의 24시간을 어떻게 배분하냐의 문제가 되고, 이를 잘하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을 잘해야 합니다. 일종의 게임 캐릭터 스탯 같은 거죠. (체력 3, 지력 3, 아, 이러니 공격력이 부족하네… 현질 해야 하나 같은 느낌 이랄까요.)

그런데 저는 선택과 집중에 하나 더 추가할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바로 ‘무시’입니다. 살다 보면 신경 안 써도 될 일에 지나치게 시간과 에너지가 들어갈 때가 있습니다.

오늘 낮 사거리에서 노란 불에 지나갔는데 카메라에 찍힌 거 아닐까?

아까 발표 때 그렇게 말할게 아니었는데 잘못했나?

어떤 인플루언서가 짝퉁을 팔았다고 사과하던데 무슨 일인지 궁금하네.

이런 일들, 다들 겪어보셨지 않나요? 매일 매 순간 겪고 계실 겁니다. 이런 이슈들의 공통점은, 반드시 아래 세 가지 구분 안에 든다는 것이죠.

  1. 이미 벌어진 일이라 지금 후회·고민해도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많음.
  2. 그 일이 어찌 되든 전혀 상관없는 남의 일인데 내가 걱정해주고 있음. (재벌과 연예인 걱정은 하는 게 아닙니다.)
  3. 내 영향권 밖의 일이라 고민해도 별수가 없음.

이럴 때는 과감히 ‘무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까 찍힌 것 같은 과속카메라… 신경 쓰이죠. 쓰이는데 여러분이 경찰청 서버를 해킹할게 아니라면 이미 돌이킬 수 없습니다. 전후 상황을 아무리 생각해봐야 소용이 없습니다. 그럴 때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 게 여러분의 생산성에 도움이 됩니다.

연예인 관련 뉴스도 그렇습니다. 이 아무개가 저 아무개와 열애를 하건 말건 우리 인생과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우리의 관심은 그들에겐 돈이지만, 우리에겐 아무 도움이 안 됩니다. 그 시간에 차라리 팔 굽혀 펴기를 하는 게 더 나을 겁니다.

저나 여러분이나 논리적으로는 이 모든 걸 모르는 바 아니지만, 잘 안되죠. 그래도 정말 열심히 노력하셔야 합니다. 여러분의 정신 건강에 엄청난 영향을 주거든요.

여러 가지 사건, 인간관계, 뉴스가 우리 삶 속에 넘쳐납니다. 2월 1일, 아침에 일어나서 제가 스마트폰을 통해 한 행위들을 한번 세어봤습니다. 20건 정도의 뉴스를 읽었고, 10여 개의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톡을 날렸으며 설날이라서 문자도 10여 건 보내고 받았습니다. 꼭 필요하다 싶은 것만 했는데도 이렇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인간관계도, 나에게 전달되는 뉴스도 많아집니다. 사건 사고도 엄청나게 많아집니다. 취준생 시절 차가 없을 때는 걱정 안 했던 과속카메라 걱정도 하게 되는 것처럼요. 선택과 집중이 중요해지고 동시에 빠르고 정확한 무시 능력도 중요해집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쓸데없는 걱정으로 보낸 지난 시간들이 참 아깝습니다. 그때는 그게 꼭 필요한 것인 줄 알았는데요. 시간이 흐르고 보니 하나, 안 하나 큰 차이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매 순간 이 생각과 고민, 걱정이 내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객관적으로 보려는 훈련을 하세요. 멘탈이 강해지는 비결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의 삶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원문: 길진세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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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하지 않는 선’의 기준은 무엇일까?: 『더 이상 무리하지 않겠습니다』 저자 길진세 인터뷰 https://ppss.kr/archives/247817 Wed, 24 Nov 2021 06:00:18 +0000 http://3.36.87.144/?p=247817 책을 내고 나면 밀려드는 주문, 인터뷰 요청, 세간의 관심으로 정신없는 하루를 보낼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예전엔 저도 그런 줄 알았는데요. 그러기는커녕… 세상은 놀라울 정도로 무관심하답니다. 책을 낸 건 작가 본인에게는 큰 일이지만, 그냥 본인에게만 큰 일이었던 거죠. 저처럼 초보는 물론이고 베테랑 작가님들도 같은 상황입니다. 박창선 님이 구구절절이 이 이야기를 하신 글이 있으니 링크 남깁니다.

그런데 사실 그도 그럴 것이, 작년 통계로 우리나라에서 영업일 기준으로 하루에 출간되는 도서가 무려 292권이었습니다. (…) 매일 300권 가까이 책이 나오는 겁니다. 그중에 주목받고 화제의 도서에 오른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닌 거죠.

그러던 차에, 예스24에서 서면으로 7문 7답을 요청해왔습니다. 관심에 목말라하던 터라 황송한 마음으로 답변을 적어 회신했습니다. 며칠 뒤면 나오겠지만 여기서 전문을 공개합니다. 정말 담담히 적어 내려 갔으니 책을 안 사시더라도 ‘아 이 아재는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하고 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Q. 안녕하세요, 작가님! 독자들을 위해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 자기소개 부탁 드립니다.

A. 공채로 회사생활을 시작했고 현재는 카드사에서 다양한 신규사업을 담당합니다. 인터넷은행 카드계구축, 여러 핀테크와 협업, 정부재난지원금, 마이데이터 추진 등이 최근에 했던 프로젝트들이네요. 모바일과 핀테크에 관심이 많아서 덕업일치 회사생활을 하는 중입니다.

길진세 작가.

Q. ‘직장인’으로서는 충분히 인정받으며 만족스러운 포트폴리오를 쌓아오셨다고 생각하는데, 어떤 계기로 브런치 연재라는 ‘부캐’를 키우게 되셨는지, 바쁜 와중에도 꾸준히 글을 쓰게 만드는 원동력이 궁금합니다.

A. 질문을 반사(?)해 볼까요? 본캐와 부캐를 나누지 않아야 바쁜 와중에 꾸준히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책의 서두에서 말씀 드린 것처럼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업으로 합니다. 브런치에는 모바일과 핀테크 그리고 회사생활 관련된 글을 쓰는데, 이게 부캐라기 보다는 본캐의 연장 같은 느낌이거든요. 그래서 힘들진 않았습니다.

모바일이나 핀테크를 사과나 복숭아 같은 과일이라고 한다면 회사생활은 과일박스쯤 될 것 같은데요. 과일을 좋아해서 자주 먹다 보면 과일박스도 자꾸 접하게 되고 관심을 가지게 되는, 그런 과정이랄까요. 그 소회를 40대 아재의 풋풋한 감성으로 브런치에 적었는데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셨습니다.

Q. 책 서두에서도 살짝 언급하셨듯이 책을 읽지 않고 제목만 접한 분들에게는 “월급 루팡을 권장하는 책”으로 오해하는 분이 있을 것 같아요. (왠지 회사에서 몰래 읽어야 할 것 같은 제목) 작가님이 말씀하신 ‘무리하지 않는 선’의 의미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책 출간 후 직장 동료 분들, 특히 상사 분들의 반응도 궁금해요.

A. 일리 있는 말씀이세요. 저도 처음엔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목을 바꿀까 고민하다가 번쩍 든 생각이, ‘아니 그렇다면 “더욱 더 무리하며 회사 다니겠습니다”라는 제목이면 적절한 것인가’였어요. 무리하지 않는 게 열심히 안 하는 건 아닙니다. 열심히 하는 게 무리하는 것도 아니고요. (아 뭔가 라임이 생겨서 리듬을 타야 할 것 같은데요.) 그런데 우리는 무리해서 회사를 다니는 게 회사생활을 열심히 하는 거라고 생각하죠. 그렇게해서는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또 회사야 행복할지 몰라도 무리하는 우리는 불행해져요.

무리하지 않는 선이란, 회사 생활도 일잘러로 평가 받으면서 개인의 워라밸을 챙기는 것을 말합니다. ‘EBS만 봤는데 서울대 갔어요’랑 비슷하게 들리신다면 정상입니다. 그런데 주위를 한번 둘러보세요. 주변에 일잘러로 평가받는 분들 상당수가 무리하며 회사를 다니는 건 또 아닙니다.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분명한 선은 있습니다. 일잘러들은 개개인 나름이 그 선을 찾아 지키고요.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직장동료들은 선후배 할 것 없이 일단 공감해주고 계십니다. 작가 본인 앞이라 의식해서 그러시는 줄 알았는데 이야기해보니, 다들 느끼고 계셨어요. 사실 회사 오너를 제외하고는 모두에게 해당되는 내용이니까요.

출처: YES24 채널예스

Q. 책 제목과 표지 일러스트를 보면 MZ세대 주니어들의 선언포고(?)가 아닐까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시니어임에도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일하겠다’고 말씀하신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시니어로서 ‘무리하지 않는 선’에 대한 딜레마가 오는 순간이 있는지. 그런 순간에는 어떻게 마음을 정리하고 대처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딜레마의 순간은 ‘무리해야 하는 순간’ 이라고 봐도 되겠네요. 많이 있습니다. 사람마다 능력이 다르잖아요. 제 위의 임원이 볼 때는 한 시간이면 끝날 일인데 실제로 저는 하루는 걸리는 일이 있다고 해볼까요? 제가 하루만 에 일을 해가면 임원은 실망할 테니 저는 무리해서 한 시간 만에 해야 하는 그런 상황. 회사 다니다 보면 자주 있어요. 제가 일을 주니어에게 시킬 때도 같고요.

이때 마음을 정리하는 제일 좋은 팁은, 책에서도 살짝 언급했지만 바로 빠른 ‘손익계산’입니다. 제가 이렇게 글로 표현하지 않아도 사실 여러분들도 다 하고 계신 부분이에요. 사람의 본능 같은 거죠. 내가 지금 이 일을 무리해서 끝내면 내가 뭐가 좋지? 잃는 건 뭐지? 이런 부분에 대해 빠르고 냉정하게 계산합니다. 나한테 더 좋으면 무리하고, 아니면 안 합니다.

여기에 필요한 능력은 다른 게 아니에요. 모든 상황과 사람에 대한 이해에요. 회사가 왜 바쁜지, 저 사람은 왜 이걸 이렇게 나에게 시키는지 등을 모두 안다면 합리적으로 대처할 수 있습니다. 회사의 모든 것을 늘 잘 관찰하시길 바랄게요. 이런 것들이 여러분의 결정에 큰 도움이 됩니다.

Q. 내가 ‘무리하는지’는 바로 티가 나는 반면 내가 ‘인정받을 정도로 일을 잘하는지’ 스스로 돌아보는 것이 조금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특히 막 일을 시작한 주니어나 사수가 없는 스타트업의 경우에요. 타인의 평가가 아니라 내가 지금 일을 잘하는지, 스스로 확인하기 위해 제일 먼저 확인해야 할 부분은 어떤 것일까요?

A. 잘하는지 확인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머릿속으로 내가 다른 회사에 입사했다고 가정하는 거에요. 지금 하는 일을 그대로 들고, 다른 회사에 갔을 때 그 회사의 업무를 어떻게 해야겠다는 계획과 자신감이 생긴다면 잘하고 계신 겁니다. 여러분이 가지고 계신 명함에 회사 타이틀이 있지만 그건 여러분 게 아니잖아요. 사장님이나 주주들까지. 여러분이 가진 업무능력이 여러분 것이죠.

회사가 바뀌었다고 가정하면 그것만 남습니다. 동료, 환경, 다 바뀌는 그 순간에도 내가 흔들리지 않는다면 지금 잘하고 계신 거에요. 불안하고 자신이 없어진다면, 왜 그런지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출처: YES24 채널예스

Q.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회사를 다녀야 하는 이유로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일을 찾기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아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일임에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그 열정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일을 지치지 않고 오래 할 수 있는 작가님만의 팁이 있을까요?

A. 바로 남을 의식하지 않는 거에요. 그냥 제가 저만 바라보고 혼자 갑니다. 그래야 오래 할 수 있어요. 여러분은 골프 치세요? 골프는 스코어가 있죠. 뭐든 숫자로 정량화하면 비교하기 쉬워져요. 머리는 올렸냐 (필드에 나갔느냐), 몇 타를 치느냐 등등으로 우열을 논합니다. 거의 모든 스포츠가 그렇죠. 그래서 싫던 좋던 비교를 하게 됩니다.

저는 글을 쓰는 걸 좋아하고, 오랫동안 해왔어요. 이 글이라는 놈이 재밌는 게, 우열이 없어요. 비교도 어려워요. 백 개의 글이 있으면 그냥 있는 거지, 1등부터 100등까지 구분할 필요는 없잖아요. 혹자는 이러실 수 있습니다. 글은 조회수가 있고, 책으로 내면 판매부수라는 지표가 생기지 않느냐고요. 네, 하지만 100부 팔린 책은 엉망이고 1만 부 팔린 책은 최고라고 누가 단정할 수 있겠습니까. 그저 다른 생각이 있을 뿐이죠. 스포츠와 다른 점이에요. 저는 제가 정한 길이면 남을 의식하지 않고 그냥 제 길을 갑니다. 이게 팁이라면 팁이에요.

Q. 이 책을 통해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말씀 부탁 드립니다.

A. 일본드라마 싫어하시는 분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교훈을 강요한다는 거죠. 극중의 배우들은 진지하기 이를 데 없지만, 보는 우리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그런 거. 다들 아실 겁니다. 저도 책이 그렇게 느껴질까 봐 걱정되었어요. 그래서 최대한 제 경험을 바탕으로 재미있게 풀어내려고 애썼어요. 아마 바쁘게 달려오셨고, 지금도 뛰고 계실 텐데요. 삶 전체를 돌아보고, 무리하지 않는 선을 잘 찾으며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원문: 길진세의 브런치 / YES24 채널예스


예스24 / 교보문고 / 알라딘 / 영풍문고 / 네이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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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뱅크, 잘 만든 은행 사용기 https://ppss.kr/archives/246602 Mon, 18 Oct 2021 03:06:55 +0000 http://3.36.87.144/?p=246602

10월 5일, 드디어 토스뱅크가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세 번째 인터넷 전문은행으로서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는 만큼 기사는 많이 보셨을 겁니다. 실제 사용해 본 서비스 전반을 리뷰해 보고자 합니다.

 

1. 이자 2%의 위엄

금리가 워낙 낮다 보니 은행들은 고객을 모으기 위해 여러 꼼수를 씁니다. 대표적인 게 바로 예적금과 수시입출금 통장의 이자 표기법이죠. ‘세전 5%’라고 크게 광고하지만 작은 글씨로 ‘예금액 100만 원까지만’이라고 쓰여 있는 식입니다. CAP을 설정해 두고 그 이상의 금액에 대해서는 0.1% 이자를 주는 건데 어찌 보면 고객을 기만하는 사례라고 하겠습니다. (부들부들)

이 CAP을 감안해서 봤을 때 그동안 가장 경쟁력이 있었던 수시입출금 상품은 웰컴저축은행의 1,000만 원까지 세전 2%를 주는 통장이었습니다. CAP이 1천만 원 정도 되면 파킹 통장으로도, 실제 사용 통장으로도 쓸만합니다. 그런데 토스뱅크는 시작부터 무제한 세전 2%를 들고나왔습니다.

여러 커뮤니티에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죠. 저렇게 하면 100% 적자다, 예대마진으로 커버가 안 될 거다 등등. 토스 역시 2% 이자를 언젠가 변경할 것으로 보입니다만, 현재 CAP 없는 2% 이자는 국내 최고 수준이 맞습니다. 이 정도면 다른 은행을 이용하는 게 손해인 수준입니다.

‘하나로 끝’이라는 카피에서 느껴지는 자신감.

 

2. 계좌 개설 45초는 진짜였습니다.

처음 인터넷 전문은행이 나오고, 시중은행들도 모두 따라가면서 사실 비대면 계좌 개설의 고객 경험은 모두 비슷비슷해졌습니다. 현행법을 지키면서 타사 대비 차별점을 갖게 하고 싶었겠으나 그게 될 리가 있나요. 결과는 여러분이 보시듯 이놈이고 저놈이고 고만고만해졌습니다.

그런데 토스뱅크는 좀 달랐습니다. 좋은 아이디어를 선보였는데요. 계좌 개설 시 비대면 본인인증을 보통 1원 입금으로 처리하는데, 토스뱅크는 토스의 PFM(Personal Finance Management, 개인자산관리)을 위한 스크래핑을 활용해서 ‘1원을 토스뱅크가 입금 후 타 계좌에 들어온 걸 토스뱅크가 읽어서 바로 입력’해 버립니다. 즉 고객은 신분증 촬영 후 할 게 없습니다. 자동으로 1원이 내 소유 계좌 중 하나에 입금되고, 토스가 그걸 스크래핑해서 읽어온 뒤 1원이 입금되어 있으면 비대면 인증을 완료해 버리는 것이죠.

다른 은행들이라고 이렇게 안 하고 싶었을까요. 토스뱅크는 토스 앱에 포함되어 있기에 이게 가능합니다. 고객의 다른 은행 정보를 토스뱅크가 아닌 토스가 이미 가졌으니까요. 다른 은행, 심지어 카카오뱅크조차도 이는 불가능합니다. 이렇게 해서 토스뱅크의 계좌 개설은 다른 은행들보다 훨씬 빠르게 처리됩니다.

 

3. 의미심장한 강제(?) 오픈뱅킹 연결

계좌를 만들면서 구렁이 담 넘듯 시중의 오픈뱅킹 참여은행, 증권사 계좌를 모두 가져와 연결합니다. 오픈뱅킹에 늦게 대응했던 카카오뱅크도 유사한 모습을 보여준 바 있는데요. 목적은 토스뱅크로 돈을 옮겨두기 위한 장치입니다. 토스는 인증서 정보가 이미 있기에 이 또한 매우 빠르게 진행됩니다.

 

4. 카드 혜택이 상당히 좋음, 시즌제 염두 예상

카드 혜택은 이미 공개된 바 있는데요. 혜택이 상당히 좋습니다. 아래는 사전 공개된 카드 혜택 내용입니다.

  • 실적 조건 없이 매일 즉시 캐시백
  • 커피, 편의점, 택시, 패스트푸드, 대중교통에서 쓰면 바로 300원 캐시백. 5개의 영역에서 매일 한 번씩, 월 최대 4만 6,500원의 혜택
  • 커피 마시면 300원: 스타벅스, 이디야, 투썸플레이스, 커피빈, 풀바셋, 블루보틀, 할리스, 엔제리너스, 파스구찌, 탐앤탐스
  • 편의점에서도 300원: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미니스톱
  • 패스트푸드에서 300원: 맥도날드, 쉑쉑버거, 버거킹, 맘스터치, 롯데리아
  • 택시 타면 300원: 택시 현장 일반 결제, 카카오택시, 타다, UT, 마카롱
  • 대중교통 타면 300원: 교통카드 기능으로 버스, 지하철
  • 여기에, 모든 해외결제에 3% 캐시백까지

전월 실적이 없기 때문에 이 모든 혜택은 엄청나게 좋은 겁니다. 매일 체리피킹만 해도 상당한 이득입니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가 4,100원인데 300원 할인은 7.3%죠. 편의점에서 1,000원짜리 음료를 마시며 300원은 30%입니다. 체크카드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1% 내외에서 왔다 갔다 하는 걸 생각하면 퍼주기 혜택입니다.

왜 이렇게 하는 걸까요? 일단 토스는 내년 1월까지는 마케팅 비용으로 생각하는 듯합니다. 공지사항 등에서 카드 혜택이 22년 1월 2일까지로 예고되어 있기에 혜택 변화는 확정적입니다. 카카오뱅크가 체크카드를 시즌제로 운영하니 비슷하게 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밖에 카드번호, 유효기간, CVC가 앱에서만 보이게 한점(실물카드에는 미표기)이 좋았고요. NFC를 통한 카드 등록과 스마트 OTP 활용도 인상적인데, 이건 추후 리뷰하겠습니다.

세 배 빠르게 잔고가 소진되는 카드가 되고자 붉은색으로 했습니다.

 

5. 빠르고 좋은 조건의 신용대출

은행앱이 나왔으니 흥미롭게 이 기능, 저 기능 써 봤지만 막상 신용대출은 경험을 해 볼까 말까 좀 고민이 되었습니다. 대출을 위해 신용평가 정보를 조회하면 여러모로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걸 경험으로 알았거든요. 그래도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실제로 대출 발생까지 해봤는데요. 안 했으면 후회할 뻔했습니다.

먼저, 금리가 광고했던 대로 최저 수준입니다. 각자 신용 현황에 따라 다르시겠지만 제 경우는 제가 받을 수 있는 최저 수준의 금리로 받았습니다. 한도 또한 최고 수준이 맞았습니다. 대출 진행 속도도 매우 빠릅니다. 과거 카카오뱅크 신용대출을 처음 접했을 때 느낌이었습니다. 대출 속도는 사실 고객이 체감하기 어려운 부분인데요. 매일 대출을 일으키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대출 프로세스 진행 중에는 어떤 고객이든 집중하고 긴장하기 때문입니다. (은행느님의 한도와 금리 선고? 하사?를 기다리게 되니)

속도보다 제가 감동한 건, 대출 말미에서였습니다. 토스뱅크 계좌에 잔고가 없어서 지연이 발생할 것에 대비해, 토스에 등록한 본인의 다른 계좌의 잔액을 토스뱅크가 가져올 수 있도록 오픈뱅킹 동의를 받았습니다. 대출을 갚다 보면 종종 잔액이 모자라서 억울한 연체를 당할 수 있는데요. 이 부분에 대한 케어는 참 좋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대출 회수율을 높이려는 전략일 수도…)

대출 말미에 출금동의를 구합니다. 좋은 시도입니다.

 

결론: 카카오 금융과 완전히 다른 방향을 가는 토스

토스뱅크의 계좌와 카드를 사용해 보니, 토스뱅크는 토스 앱 내에 완벽히 녹아들어 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토스 앱은 금융 슈퍼 앱이 되어가는 중입니다. 그 안에서 자리를 잡았다는 것은 중요한 특징입니다. 카카오 금융(페이, 뱅크)과 완전히 대비되는 점이죠.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톡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별도 앱으로 나와 있습니다. 카카오톡 안에는 카카오페이가 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겁니다. 둘은 여러모로 유사하죠. 특히 플랫폼을 노린다는 점에서 카니발이 없을 수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한 지붕 두 가족을 하고요.

반면 토스뱅크는 토스 앱 안에 있는 점을 100퍼센트 활용합니다. 증권은 별도 탭으로 구성되었지만 토스뱅크는 토스의 PFM 안에 녹아들어 있습니다. 계좌는 계좌 탭에, 카드는 카드 탭에 노출될 뿐 별도의 토스뱅크로서 묶이지 않습니다. 고객에게 별도로 인지시키지 않습니다. 고객은 그저 다른 은행 계좌를 보듯 토스뱅크 계좌를 보게 될 뿐입니다.

이렇게 되면 사실 토스 앱이 슈퍼 앱으로서 토스뱅크 상위에서 뱅킹을 하나의 서비스로 흡수하는 그림입니다. 카카오페이 안에서 카카오뱅크가 구동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카카오도 이렇게 했다면 페이가 훨씬 잘되었겠죠. 카카오뱅크의 트래픽을 페이가 흡수하게 될 테니까요.

저는 토스의 전략이 옳다고 봅니다. 고객에게 토스와 토스뱅크를 구분하게 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이 말은 카카오페이와 뱅크는 갈수록 스텝이 꼬일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고객은 이 두 서비스의 차이를 학습 당해야 하고, 별도의 진입 경로로 서비스를 사용해야 하니까요. 시간이 흐를수록 큰 허들로 작용할 겁니다.

토스에도 큰 과제가 생겼습니다. 아무리 요즘 금융 앱이 원앱(One App)을 주장합니다만, 토스는 덩치가 너무 커져버렸습니다. 사용자 수도 장난이 아닌 마당인데, 가벼워지긴커녕 자꾸 뭘 다는 중입니다. 초기의 경쾌함을 유지하면서 증권/은행/페이먼트/기존 서비스를 유지하는 건 엄청난 기술을 요구합니다. 국내 앱 중에 이걸 해내는 핀테크 서비스는 없습니다. 토스가 첫발을 딛는 중이죠.

개인별 토스뱅크 가입 순위에 대한 논란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대출 총량 규제와 시스템 안정성을 고려한 판단이었을 것이나, 남의 추천회수 상승에 따라 내 순위가 뒤로 밀리게 되는 현 구조는 실책이라고 봅니다. 토스에 대한 호감이 분노로 바뀔 여지를 주기 때문입니다. 실제 홍보 효과를 누릴 수는 있었겠으나, 좀 더 매끄러운 방법이 없었을까 싶습니다.

이상으로 토스뱅크에 대한 제 감상을 마칩니다. 3호의 거센 도전을 1호와 2호가 어떻게 받아낼지 흥미롭습니다. 감사합니다 🙂

원문: 길진세 New Biz on the BLOCK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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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루틴이 필요한 이유 https://ppss.kr/archives/243183 Mon, 12 Jul 2021 01:41:31 +0000 http://3.36.87.144/?p=243183 웬만하면 글은 나이 들어 보이지 않게 쓰려 노력합니다만, 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티를 내야 할 때가 생깁니다. 첫 번째는 몸 아픈 이야기할 때입니다. 20대 때는 별로 아프지 않았습니다. 아프고 안 아프고의 차이 아세요? 큰 병이나 상처야 당연한 겁니다만, 의외로 잔병에서 차이가 나는데요. 20대 때는 뭘 언제 먹든 잘 체하지도 않았습니다. 술병도 잘 안 났고 다음 날 숙취도 별로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30대가 되니 조금씩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집니다. 40대 중반을 향해 가는 요즘에는 농담이 아니라 알약 먹고도 종종 체합니다. 안 아프려고 먹는 게 약인데 이걸로 체해서 누워있으려니 현타 한가득입니다.

건강에 이어 또 하나 티를 안 낼 수가 없게 되는 부분이 뭐냐면, 바로 시간에 대한 압박입니다. 나이 들면 들수록 여유로워질 줄 알았는데요. 물론 제가 능력이 부족해서 저만 이런 거면 모르겠으나… 저는 나이 들수록 더 여유가 없어지고 있었습니다. 제가 열심히 살아서가 아니라(물론 그렇게 해석하고 싶지만) 전선(戰線)이 넓어집니다. 그게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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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때는 인생의 목표가 어찌 보면 취업이었습니다. 일단 대학 입학한 뒤 학점에 멘탈 털리고 군대를 갔는데요. 군대에서도 어떻게 인생을 살아가나 고민하다 보면 결국 취업 준비로 귀결되더군요. 제대하고 나서는 말할 것도 없이 취업이 지상과제가 됩니다.

저는 하고 싶은 일이 명확했습니다만, 제가 취업할 당시인 2005년은 요즘처럼 창업이 활성화되어 있진 않았습니다. 또 당장 먹고살 길을 걱정해야 했던 터라 취업 말고 다른 길은 생각하기 힘들었던 게 사실입니다.

암튼 취업을 하고 나니 겨우 한숨 돌렸습니다. 그런데 이제 겨우 중간보스 하나 넘긴 거더군요. 수능(최약체 중간보스였는데 못 이김) – 취업(좀 쎈 놈인데 겨우 이김) 에 이어서 결혼(혼자 잘한다고 되는 거 아님) , 집 장만(대보스. 못 이길 것 같음) 등등 끝판왕들이 남아있었습니다. 수능이나 취업에 비하면 집 장만의 난이도는 비할 바가 아닌 것 같습니다.

암튼 30대 들어서는 숨 가쁘게 재테크며 회사 일이며 해나갑니다. 20대 때 집중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신경 쓸 게 많아집니다. 주식이나 부동산을 안 할 수가 없으니, 하루 종일 읽을 관련 뉴스도 많습니다. 웹사이트 보기도 바빴는데 유튜브에도 정보들이 넘쳐납니다. 거기에 회사는 갈수록 많은 일을 시키죠. 가족이 늘어나며 챙길 일도 늘어가고… 난리입니다.

진짜 전쟁이면 화력을 한데 모아서 일점돌파라도 해서 적의 방어선을 무너뜨리고, 뭐 이런 게 가능하겠습니다만 이 전쟁은 여러 전투를 동시에 이겨야 합니다. 하나만 잘해선 안됩니다. 이러니 바빠지는 거죠.

40대쯤 되면 안정적으로 자리도 잡고 취업하느라 못했던 게임도 실컷 하고 그럴 줄 알았는데요… (과거형) 게임은 무슨 게임입니까. 출퇴근 지하철에서 남이 게임하는 거 녹화해놓은 유튜브를 2배속으로 보는 게 다입니다. 아, 눈가가 촉촉해지네요.

이런 상황 하에서 최근 들어 점점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뭘 이리 바쁘게 사나. 다 내려놓고 ‘에헤라디야’로 갈까 (이것도 마냥 부정적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마음이 편한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라서요)

그게 아니라 진짜로 전쟁에 이기고 싶다면, 삶을 ‘루틴화’해야겠다는 겁니다. 다방면에서 일어나는 전투에서 이기려면요. 신경 쓸 게 많을 때 이를 해소하려면, 단위 시간당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제 능력이 더 뛰어나지거나 시간을 많이 확보해서 일처리를 많이 하는 두 가지 옵션밖에 없더라고요. 전자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마는 제가 이게 되는 놈이었으면 이런 고민을 안 하고 있겠죠. 후자를 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삶을 단순화, 루틴화 해서 신경 쓸 거리를 최소한으로 하고, 그래서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고, 그 시간을 생산적인 일에 투자하는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스티브 잡스가 이세이 미야케의 터틀넥을 100벌 넘게 샀다거나, 마크 저커버그가 맨날 똑같은 티만 입는 이유가 다른데 신경 쓸 에너지를 줄이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예전에는 그저 괴짜들의 유별난 점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살아보니 이게 맞습니다.

안 해도 될 걱정, 안 해도 될 선택 등에 빼앗기는 시간이 정말 많습니다. 비단 옷만이 아닙니다. 하루가 지나고 자기 전에 하루를 쭉 돌이켜 보면 눈에 보입니다. 아침에 했던 행위가 그날 하루나 삶 전체에 어떤 의미가 있었나 생각해보면 거의 없거든요.

하다못해 제가 지금 하고 있는 브런치 글쓰기는 ‘글’이라도 남는데, 아침에 화장실에서 스마트폰 기사에서 본 아무개 탤런트의 만혼 걱정은 제게 남는 게 없습니다. 밥 먹을 때 잠깐 화젯거리로나 쓰일는지… 그리고 모 탤런트가 저의 이 걱정하는 마음을 알아줄 리도 없고… 그냥 까먹는(잊어버리는) 글, 까먹는(버리는) 시간일 뿐입니다.

자투리 시간을 효과적으로 모아나가려면 결국 삶의 루틴이 필요해집니다. 정해진 시간에 변수를 최소한으로 줄이며 시간을 쓰는 겁니다. 출근은 몇 시에 항상 어디서 어떻게, 재택 하는 날은 몇 시부터 몇 시까지 무엇을, 이후는 어떻게 등등을 말이죠. 초등학생의 방학생활 표를 만들라는 뜻이 아닙니다. 해야 할 일을 최소한의 에너지로 처리하는 방법을 만들어두자는 거죠. 이렇게 절약한 하루의 에너지를 필요한 곳에 배분하는 게 결국 하루하루를 알차게 쓰는 것이었습니다.

Food 벡터는 pch.vector – kr.freepik.com가 제작함

제가 뭐라도 아는 듯 적고 있지만 세상 사람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인건비를 들여서 무언가 일을 맡기는 거죠. 생산성과 시간의 등가교환이 매일 일어납니다. 세탁대행, 청소대행, 세차대행 등등의 서비스가 그래서 성업 중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새벽 4시에 일어나 미라클 모닝을 외치며 일하는 건 아닙니다. 저도 의지가 그 정도는 못되어서 남들보다 더 뭔가를 하진 못합니다. 저는 (+)를 하기보다 (-)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실시간 TV는 아예 안 봅니다. 연예뉴스, 쓰레기 기사들 안 읽습니다. 골프 안 치고, 술자리도 가급적 줄입니다. 이런 식으로 (-)를 없애면 결국 남는 시간이 생깁니다. 이때 글을 쓰거나 하고 싶은 생산적인 일을 합니다.

브런치를 본격적으로 쓴 게 한 4년 전부터이니 그때부터 조금씩 저도 삶의 루틴 만들기를 해나갔습니다. 이제 좀 되는 것 같습니다. 하루아침에 절대로 안  됩니다. 자신과의 싸움이거든요. 대신 위력도 절실히 느낍니다. 좀 더 어릴 때 왜 못했을까 아쉽습니다.

한 번쯤 시도해 보시길 강력히 권합니다. 오랫동안 하면 뭔가 달라지는 걸 느끼실 겁니다.

원문: 길진세 New Biz on the BLOCK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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