ㅍㅍㅅㅅ https://ppss.kr 필자와 독자의 경계가 없는 이슈 큐레이팅 매거진 Tue, 27 May 2025 07:21:20 +0000 ko-KR hourly 1 https://wordpress.org/?v=5.8.10 https://ppss.kr/wp-content/uploads/2015/07/ppss-100x100.png ㅍㅍㅅㅅ https://ppss.kr 32 32 구글에서 뉴스가 사라지면 광고 수익은 줄어들까? https://ppss.kr/archives/269204 Tue, 27 May 2025 07:21:20 +0000 https://ppss.kr/?p=269204 구글이 시작한 ‘뉴스 없는 검색’ 실험

2025년 3월 18일, 구글은 유럽연합(EU) 전역의 디지털 뉴스 산업을 분석한 보고서「The Value of News Content in the European Digital Ecosystem」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유럽 내 뉴스 콘텐츠의 플랫폼 기여도·경제적 가치·사용자 이용 행태·수익 분배 구조의 형평성 등을 정량적 데이터와 함께 분석하며, 뉴스 생산자와 플랫폼 간의 지속 가능한 상생 모델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구글 검색에서 뉴스가 사라지면, 과연 사람들은 계속 구글을 이용할까? 광고 수익은 얼마나 줄어들까?

사진: UnsplashFirmbee.com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구글은 2024년 11월부터 2025년 1월까지 약 두 달 반 동안 유럽 8개 나라에서 실험을 진행했다. 이탈리아·스페인·폴란드·네덜란드·벨기에·그리스·덴마크·크로아티아가 대상이었다. 구글은 전체 사용자 중 1%를 무작위로 골라, 이들에게 뉴스 관련 검색 결과를 전혀 보여주지 않도록 했다. 뉴스 기사 링크는 물론, 구글 디스커버와 구글 뉴스 서비스에서도 뉴스 콘텐츠를 완전히 제외했다.

이는 단순한 UX 테스트가 아니었다. 검색·유튜브·지메일·쇼핑·디스커버·외부 광고 네트워크 등 구글 생태계 전반에 걸친 수익 변화와 사용자 반응을 추적한 ‘경제 생태계 실험’이었다.

2025년 3월, 구글은 「The Value of News Content in the European Digital Ecosystem」를 공개했다

 

구글은 왜 이런 실험을 했을까?

이번 실험의 배경에는 유럽연합의 저작권법 개정이 있다. 유럽은 2019년에 새 저작권 지침을 도입하며, 구글 같은 플랫폼이 언론사의 기사 일부를 미리 보여주는 것에도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이 법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이 바로 ‘기사 이웃권(또는 인접권)’이다. 쉽게 말해, 언론사가 만든 기사 제목이나 미리 보기 문장을 구글 검색 결과에 표시할 경우 그 언론사에게 돈을 줘야 한다는 뜻이다.

구글은 이에 따라 유럽 24개국의 4,400여 개 언론사와 정식 계약을 맺고 비용을 지불해 왔다. 하지만 각국 정부와 언론사들은 “뉴스가 구글에 큰 이익을 주고 있으니 더 많은 보상이 필요하다”며 꾸준히 데이터를 요청했다. 구글은 이에 응답해 “뉴스 콘텐츠가 실제로 구글 수익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알아보겠다”라고 밝히고 이번 실험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 이 실험은 바로 EU 저작권 지침(2019년 제정) 제15조, 이른바 ‘뉴스 인접권’ 조항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실증적 접근이었다.

 

실험 방법은 어땠을까?

실험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됐다.

  • 전체 사용자 중 1%는 뉴스 콘텐츠가 전혀 보이지 않도록 설정했다.
  • 구글 검색, 이미지 검색, 영상 검색, 디스커버(개인화 피드), 구글 뉴스까지 모두 적용했다.

이를 통해 뉴스로 분류된 유럽 언론사 도메인 13,409개의 콘텐츠가 검색 결과에서 사라졌다. 이와 동시에 광고 수익의 변화를 측정하기 위해 유튜브·구글 지도·플레이 스토어·지메일 등 다양한 서비스도 함께 분석했다. 실험 기간은 2024년 11월 14일부터 2025년 1월 31일까지였다.

 

실험 결과 1. 검색 사용자 수, 약간 줄었다

실험 기간 동안 뉴스가 제거된 사용자들의 이용 변화는 다음과 같았다.

  • 구글 검색 사용자 수는 약 0.77% 감소했다.
  • 구글 디스커버 사용자 수는 약 5.47% 감소했다.
  • 구글 뉴스 사용자 수는 오히려 1.54% 증가했지만, 통계적으로 큰 의미는 없었다.

참고: 일부 사용자가 검색에서 뉴스를 못 보자, 직접 구글 뉴스 페이지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뉴스 콘텐츠는 플랫폼에 어떤 가치를 주는가?

보고서는 전체 검색 질의 중 약 2~4%만이 뉴스 관련 키워드라고 밝혔다. 반면, 사용자의 검색 동기나 참여 지속 시간에서 뉴스 콘텐츠는 신뢰성과 공익성 측면에서 ‘비재무적 기여’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유럽 이용자들은 뉴스를 통해 브랜드 신뢰도를 느끼고, 공공 이슈에 대한 입장 형성을 하는 데 기여한다는 점에서, 단순 트래픽 이상의 사회적 공공재로서의 가치가 강조된다.

 

실험 결과 2. 광고 수익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가장 관심을 끈 부분은 광고 수익의 변화였다.

  • 검색 광고 수익은 0.02% 증가했다. (실질적 변화 없음)
  • 디스커버 광고 수익만 2.03% 감소했다. (디스커버는 뉴스 의존도가 높은 서비스)
  • 유튜브, 지도, 쇼핑, 외부 사이트 등 다른 서비스들의 수익은 변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뉴스 콘텐츠를 빼도 구글의 전체 광고 수익에는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가 없었다.

 

광고 수익과 사용자 트래픽의 연결 고리

뉴스탭을 통한 광고 수익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검색을 통한 광고 클릭의 대부분도 뉴스가 아닌 상업 콘텐츠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즉 뉴스 콘텐츠 자체가 광고 수익을 직접 창출한다기보다, 플랫폼 전반의 ‘정보 신뢰도’를 높여 사용자 기반을 유지하는 간접적 역할을 수행한다는 구조다.

 

국가별로는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

국가별 결과를 보면 일부 차이가 있지만, 전체 흐름은 동일했다.

  • 스페인: 검색 사용자 수 -1.11%, 디스커버 -6.57%
  • 벨기에: 디스커버 사용자 수가 -9.91%로 가장 큰 감소
  • 그러나 어느 나라에서도 광고 수익이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감소하지 않았다.

 

실험이 주는 메시지
플랫폼 vs 뉴스업계, 누구에게 이익이 돌아가나

이번 실험은 단순한 검색 기능 실험이 아니라 뉴스 콘텐츠의 진짜 가치를 묻는 실험이었다는 점에서, 결과는 다소 충격적으로 비춰질 수 있다.

  • 사람들이 구글에서 뉴스를 덜 찾더라도, 구글은 계속 수익을 낼 수 있다.
  • 뉴스 콘텐츠는 ‘중요하지만’, 구글의 비즈니스에 직접적인 돈벌이 수단은 아니다.
  • 구글의 광고 수익은 대부분 상업적 검색어(예: 제품, 서비스, 장소 등)에 기반하고 있었다.

구글은 사실상 실험을 통해 그 질문에 과학적으로 답했다. 결론은 분명하다.

뉴스가 사라져도 우리는 돈을 잃지 않았다.

이는 플랫폼 중심 디지털 생태계에서 뉴스의 직접적 시장 기여도가 그리 크지 않다는 냉정한 데이터다. 뉴스는 구글에게 ‘공공성’은 줄 수 있어도 ‘수익성’은 낮은 콘텐츠인 셈이다.

 

플랫폼과 언론, 관계를 다시 생각해야 할 때

이번 실험은 플랫폼과 언론의 관계에 큰 질문을 던진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뉴스가 ‘있으면 좋은 콘텐츠’ 일 수는 있지만, ‘없으면 안 되는 콘텐츠’는 아니었던 셈이다. 구글은 뉴스가 없어도 사용자와 수익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따라서 언론사는 단순히 플랫폼에 노출돼 클릭을 얻는 모델에서 벗어나야 한다. 신뢰 기반의 콘텐츠, 구독 모델, 브랜드 강화 등 새로운 수익 구조를 찾아야 한다.

정책 당국은 뉴스 저작권 정책이 감정이 아닌 데이터에 근거해 설계돼야 함을 깨달아야 한다. 뉴스의 공공 가치와 시장 가치는 다르다. 이번 실험은 뉴스가 민주주의에 필수적인 공공 콘텐츠이지만, 플랫폼 시장에서는 필수적이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정책 당국은 이 간극을 직시해야 한다. 뉴스의 공공적 가치와 플랫폼 내 경제적 가치를 동일 선상에서 다룰 수는 없다. 이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면 저작권 정책도, 언론 지원책도 엇나갈 수 있다.

언론사도 여전히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에 콘텐츠 유통을 의존하고 있다. 기사 노출을 통한 클릭 수에 기대는 수익 모델은 점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지금 언론이 직면한 현실은 명확하다

플랫폼이 뉴스를 선택하지 않아도 운영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 언론은 플랫폼 밖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모델을 시급히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성·신뢰성·브랜드 충성도를 기반으로 한 구독 모델·유료 콘텐츠·커뮤니티 강화 등의 직접 독자 기반 수익 구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클릭 중심 모델의 한계, 플랫폼 의존 탈피가 시급하다. 언론은 이제 구글·페이스북 같은 플랫폼에만 의존하지 않고, 구독·유료화·커뮤니티·브랜드 기반 독자 전환 전략을 강화를 모색해야 하는 시기다.

플랫폼도 공공 콘텐츠 생태계에 기여해야 한다. 수익에 대한 기여는 적더라도, 사회 전체에 기여하는 뉴스의 간접 가치를 인정하고 투자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AI 요약이나 모델 학습 등 뉴스를 활용한 새로운 가치창출 영역에 대한 제도적 보상 체계도 논의돼야 한다.

뉴스 콘텐츠는 직접적인 수익만이 아닌, AI 요약, 검색 알고리즘 학습, 모델 트레이닝 등 다양한 형태로 재가공되며 간접적인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플랫폼이 이러한 데이터 기반 서비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뉴스를 활용하고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논의도 본격화돼야 한다. 플랫폼은 수익에 직접 기여하지 않더라도, 뉴스 콘텐츠가 지닌 사회적 기여와 데이터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에 따른 재투자 구조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U가 만든 저작권법은 언론사의 정당한 문제 제기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논의를 재구성해야 할 시점이다. 감정이 아닌 데이터에 기반한 새로운 정책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구글은 보고서에서 “향후 협상은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향후 유럽 전역의 뉴스 정책, 플랫폼 규제, 미디어 생태계 설계에서 이번 보고서가 사실상의 기준선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번 실험이 단지 구글 내부의 실험이 아니라, 전 세계 플랫폼 정책과 뉴스 생태계 전환의 촉매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뉴스 없는 플랫폼, 언론 없는 플랫폼… 그 사이의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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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이 던진 메시지는 간결하지만 무겁다.

뉴스 없이도 구글은 무너지지 않았다.

뉴스는 여전히 사회에 꼭 필요한 정보다. 하지만 플랫폼의 수익 구조 안에서는 그 비중이 생각보다 작을 수 있다는 현실이 드러났다. 플랫폼과 언론, 그리고 정책 결정자 모두는 이제 뉴스의 가치와 역할을 ‘경제’와 ‘공공’이라는 두 개의 시선으로 다시 바라봐야 할 시점에 서 있다.

이번 보고서는 단지 하나의 실험 결과가 아니다. 이는 다른 플랫폼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논리적 전환점이다. 언론계와 정책 당국은 이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뉴스가 사라졌을 때 일부 사용자는 이탈했지만, 구글의 광고 수익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구글은 흔들리지 않았다.

원문: 광화문덕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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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VS 튤립 버블 논쟁 https://ppss.kr/archives/269141 Mon, 12 May 2025 09:02:16 +0000 https://ppss.kr/?p=269141 비트코인은 등장과 동시에 ‘현대판 튤립 버블’이라는 낙인을 피할 수 없었다. 17세기 네덜란드를 뒤흔든 튤립 투기 열풍처럼, 비트코인 역시 급등과 폭락을 반복하며 ‘광기 어린 자산’이라는 비유의 중심에 섰다. 지금 다시 묻고 싶다.

과연 이 비교는 정당한가? 튤립과 블록체인은 같은 궤적 위에 놓여 있는가?

이 질문을 출발점으로 비트코인과 튤립 버블의 유사성과 차이를 짚고, 그 이면에 감춰진 경제적 열광, 기술적 전환, 그리고 자산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기로 한다.

출처: CNBC

 

튤립 버블, 최초의 자본주의 광기

17세기 초, 네덜란드는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 중 하나였다. 해상 무역의 중심지였던 암스테르담은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인 네덜란드 동인도회사(VOC, 1602년 설립)를 기반으로 초기 자본주의 금융 시스템을 꽃피우고 있었다. 공영 증권거래소, 국제 신용 시스템, 보험 산업까지 발달한 이 도시는 사상 초유의 유동성 시대를 열었다. 그 결과, 상인과 기술자, 항해사, 법률가 등 신흥 중산층과 상류 계층은 잉여 자본을 새로운 투자처에 쏟아부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바로 그때 오스만 제국을 거쳐 들어온 이국적인 식물, 튤립이 등장했다. 초기에는 단순한 관상용 식물에 불과했지만 일부 품종은 ‘튤립 브레이킹 바이러스(Tulip breaking virus)’라 불리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꽃잎에 마치 수채화처럼 번지는 줄무늬가 생겼다.

사진: UnsplashGiu Vicente

정상적인 튤립은 단색으로 피어나지만,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색이 깨지듯(break) 흩어진 듯한 모양이 나타나며, 꽃잎은 마치 그림처럼 예측 불가능한 패턴을 띠게 된다. 당시 사람들은 이 현상이 질병 때문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오히려 그것을 자연이 허락한 신비로운 예술로 여겼고, 이 불완전하고 비대칭적인 패턴을 ‘희귀성의 극치’, ‘자연이 허락한 유일무이한 무늬’로 인식했다.

즉, 튤립 브레이킹 바이러스(Tulip Breaking Virus)에 감염된 일부 품종이 세밀한 줄무늬와 얼룩이 있는 꽃잎(세멸색)을 만들어내며 엄청난 희귀성과 예술적 가치를 지닌 수집품으로 변모한 것이다.

무엇보다 이 바이러스로 인해 만들어진 튤립은 재현이 불가능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희귀 품종은 예측 불가능성과 유일성이라는 요소를 더해 가격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렸다. 가장 유명한 품종 중 하나인 ‘영원한 황제(semper augustus)’는 1636년 말 한 뿌리가 5,500 플로린에 거래되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당시 암스테르담 운하변 고급 주택 한 채의 평균 가격이 약 3,000 플로린이었음을 감안하면, 이는 단 한 송이 꽃이 도시 부동산보다 비쌌던 시대가 실제로 존재했음을 의미한다.

당시 영원한 황제(semper augustus)를 그린 그림. 화가는 알 수 없으며 1640년 이전에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미국의 노턴 사이먼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튤립의 신화, 하루아침에 무너지다

그러나 1637년 2월, 네덜란드 하를럼(Haarlem) 지역의 한 경매장에서 단 한 건의 거래가 유찰되며 분위기는 돌변했다.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수천 플로린에 거래되던 튤립 뿌리는, 그날 이후 단 한 명의 구매자도 나타나지 않는 ‘시장 실종’ 상태에 빠졌다.

이 한 건의 유찰은 ‘튤립이 더 이상 오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신의 신호탄을 낳았다. 불신은 곧 공포와 투매로 번졌다. 계약은 줄줄이 파기되었고, 한순간에 가격은 90% 이상 폭락했다. 가장 비싼 품종은 단 며칠 만에 가축 몇 마리 가격으로 전락했으며, 시장에는 공황 상태에 가까운 침묵이 이어졌다. 투기의 광기와 신뢰의 붕괴가 맞물린 그 순간, 세계는 역사상 최초로 기록된 대규모 자산 버블 붕괴를 목격했다.

이 사건은 훗날 경제학자들과 역사학자들에 의해 ‘튤립 마니아(Tulip Mania)’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고, 자산 거품과 투기 심리를 설명하는 고전적 사례의 원형으로 남게 되었다.

 

디지털 시대, 비트코인 등장

세기가 바뀌고 370여 년이 흐른 2009년, 전혀 다른 형태의 자산이 등장했다. 눈에 보이지 않고, 만질 수도 없으며, 정부도 발행하지 않는 비트코인(Bitcoin)이 그것이다.

처음에는 ‘코인’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기술적 실험에 가까웠다. 발행자는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정체불명의 인물 혹은 집단. 그는 중앙은행도, 국가도, 기업도 아닌 암호학과 분산 시스템을 바탕으로 작동하는 탈중앙 디지털 화폐를 제안했다. 비트코인의 모든 거래는 ‘블록체인(Blockchain)’이라 불리는 공개 분산 장부에 기록되고, 누구도 이를 위조하거나 되돌릴 수 없도록 설계됐다. 이는 역사상 처음으로, 제3자 없이도 신뢰를 자동으로 형성하는 화폐 시스템이었다.

사진: UnsplashAndré François McKenzie

출시 초기, 비트코인은 아무에게도 주목받지 못했다. 1BTC의 가격은 고작 0.003달러였다. 심지어 2010년에 1만 비트코인으로 피자 두 판을 주문한 ‘비트코인 피자 데이’가 상징처럼 회자될 만큼, 실용성과 생존 가능성조차 의심받는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상황은 달라졌다. 사이버 리버테리언, 해커 집단, 기술 공동체, 금융 엣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의 구조적 속성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 발행량이 제한된 희소성
  •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검열 저항성
  • 국가의 경계를 초월한 탈중앙·탈국가성

이들은 비트코인을 중앙 통제를 벗어난 새로운 금융 질서의 가능성으로 보기 시작했다. 특히 2020년 이후 팬데믹이 세계를 덮치고 각국 중앙은행이 제로금리 정책과 대규모 양적완화(QE)로 대응하면서, 시장에는 초과 유동성이 넘쳐났다.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을 피할 수 있는 대체 자산을 찾았고, 그 답 중 하나가 비트코인이었다.

2021년, 비트코인은 마침내 6만 달러를 돌파하며 역사적 정점을 찍었다. 불과 10여 년 만에 2천만 배의 가치 상승을 기록한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자산의 부상이 아니라, 신뢰와 화폐에 대한 인식 자체의 전환이었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궤적은 언제나 급등과 급락이 교차했다. 누군가는 그것을 ‘디지털 도박판’이라 불렀고, 또 다른 누군가는 ‘21세기의 디지털 금’이라 찬양했다.

  • 극단적인 변동성
  • 창시자의 익명성
  • 규제 회피적 글로벌 구조
  • 불확실한 내재 가치

이 모든 요소는 비트코인을 튤립 버블과 나란히 놓는 비교 논리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튤립’과 ‘코인’은 다르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거래되던 튤립 한 뿌리는, 아름답고 희귀한 물리적 실체를 지닌 자산이었다. 그러나 그 사용 가치는 감상과 과시에 국한된 소비재에 불과했다. 일부 품종은 희귀한 색조와 무늬, ‘튤립 브레이킹 바이러스’에 의해 만들어진 예측 불가능한 무늬 덕분에 엄청난 가격에 거래되었지만, 결국 그것은 시간이 흐르면 자연 증식이 가능한 식물이었다. 즉, 물리적 희소성은 유지되기 어려웠고, 자산으로서의 내재 가치는 시장의 열망에만 의존했다.

튤립은 식탁 위의 빵처럼 인간을 먹여 살릴 수도 없고, 건축 자재처럼 어떤 구조를 세울 수도 없었다. 그 가격은 결국 ‘이 뿌리를 더 비싸게 사줄 다음 사람이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에 기반한 것이었고, 그 믿음이 무너진 순간, 튤립은 꽃이 아니라 경제적 망상이 되었다.

반면, 비트코인은 실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실체를 능가하는 기술적·경제적 구조를 내포하고 있다. 그 핵심은 블록체인 기술, 즉 모든 거래를 투명하게 기록하고 검증하는 분산원장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중앙의 통제 없이도 신뢰를 구축하며, 누구도 임의로 조작하거나 변조할 수 없다. 신뢰를 코드로 구현한 기술, 그것이 비트코인의 본질이다.

또한 비트코인은 총 발행량이 2,100만 개로 고정되어 있다. 이는 금보다도 더 엄격한 희소성을 의미하며, 중앙은행이 찍어내는 화폐처럼 인위적 공급 확대나 인플레이션으로부터 자유로운 구조를 가진다.

비트코인은 단지 보관하거나 사고파는 자산이 아니다. 누구나 제3자의 개입 없이 개인 간 직접(P2P) 거래를 수행할 수 있으며, 국경을 초월한 송금에서도 빠르고 저렴한 수수료를 제공한다. 더 나아가, 이더리움과 같은 스마트 계약 플랫폼과 결합되면, 탈중앙 금융(DeFi) 생태계 및 토큰화 자산 시스템으로 확장될 수 있는 잠재력도 지닌다.

이처럼 비트코인은 단순한 가격 등락을 넘어, 디지털 화폐, 가치 저장 수단, 그리고 차세대 금융 인프라로서의 기능을 복합적으로 수행하는 자산이다. 그 존재는 물리적 실체 없이도, 프로토콜과 수학적 신뢰, 그리고 네트워크 효과 위에 구축된 새로운 디지털 질서다. 그것이 튤립과 본질적으로 다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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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거품의 배경에는 ‘돈’이 있다

튤립 버블이 발생한 17세기 초반, 네덜란드는 유럽에서 가장 부유하고 진보적인 국가였다.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인 동인도회사(VOC)를 중심으로 한 무역 제국은 막대한 부를 본국으로 끌어들였고, 암스테르담은 근대 금융의 실험장으로 떠올랐다.

공영 증권거래소, 이중 회계장부, 국제 신용거래. 당시로선 파격적인 제도들이 도입되며 자본주의의 기초 구조가 형성되었다. 그 결과, 상인·기술자·법률가로 구성된 신흥 시민계급에는 생존을 넘어선 ‘자산 증식’이라는 개념이 생겨났다.

그러나 문제는, 그들이 가진 돈이 갈 곳이 마땅치 않았다는 점이었다. 오늘날처럼 다양하게 분화된 금융상품이 존재하지 않았던 그 시대에, 그들이 선택한 자산은 뜻밖에도 튤립의 한 뿌리였다. 특히 희귀한 무늬와 색조를 지닌 튤립은, 단지 식물이 아니라 사회적 계급을 과시하는 수단, 수집 가능한 예술품, 그리고 결국엔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투기 대상으로 변모했다. 투기는 본능이 아니라, 방향을 잃은 자본의 필연적 선택이었다.

그로부터 약 400년 후, 비슷한 흐름이 또 한 번 반복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경기 부양을 위해 제로금리 정책과 양적완화(QE)를 단행했고, 특히 2020년 팬데믹의 충격 이후에는 미국 연준(Fed)을 중심으로 역사상 유례없는 수준의 초저금리·초과 유동성이 공급되었다.

 

시장, ‘돈의 홍수’에 잠기다

주식, 부동산, 미술품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자산 가격이 동반 상승했고, 투자자들은 점차 금, NFT, 비트코인 같은 대체 자산(Alternative Assets)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수익률을 증명해 낸 것이 바로 비트코인이었다.

희소성과 탈중앙성, 그리고 기술적 서사를 무기로,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이라는 내러티브를 형성했다. 특히 전통 자산을 불신하거나, 중앙 통제에 대한 회의감을 가진 젊은 세대와 기술 기반 투자자들에게는 비트코인이야말로 미래형 자산이자 새로운 질서의 상징처럼 보였다. 결국, 튤립이든 비트코인이든, 그 시작점은 다르지만 불을 붙인 건 같은 연료였다.

쌓인 돈은 방향을 찾고, 방향을 잃은 돈은 거품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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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저장’과 ‘투기’ 사이

비트코인은 어느 순간부터 ‘디지털 금(Digital Gold)’이라는 별칭을 얻게 되었다. 이는 단순한 은유나 마케팅 용어가 아니다. 금처럼 희소하고, 채굴이 가능하며, 중앙 기관 없이도 신뢰를 유지하는 자산이라는 점에서, 일부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을 21세기형 가치 저장 수단(Store of Value)으로 간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동시에, 비트코인을 ‘투기성 자산(Speculative Asset)’으로 보는 시각도 뿌리 깊다. 극심한 가격 변동성, 실질적 사용처의 불확실성, 그리고 무엇보다, “더 비싸게 사줄 누군가가 있다는 전제”에 기반한 거래 구조가 문제로 지적된다. 이러한 특성은 17세기 튤립 시장과 닮아 있다는 비판을 가능하게 한다.

비트코인은 금과 달리 물리적 실체는 없지만 실체를 대신하는 ‘코드 기반 신뢰’를 제공한다. 모든 거래는 블록체인이라는 분산원장에 영구적으로 기록되며, 누구도 이를 위조하거나 삭제할 수 없다. 이러한 구조는 비트코인을 단순한 자산을 넘어, 거래 인프라로 기능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으로 확장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결되지 않은 핵심 문제가 있다. 바로 극단적인 가격 변동성이다.

2021년, 비트코인은 6만 달러를 돌파했지만 불과 몇 달 사이 3만 달러 아래로 급락했고, 다시 상승하며 반복적인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다. 이러한 흐름은 전통적인 가치 저장 수단이 갖추어야 할 안정성을 위협한다. 그래서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비트코인은 ‘디지털 시대의 도박판’, 혹은 ‘기대와 공포 사이에 놓인 실험적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시각의 충돌 : 신뢰할 것인가, 회의할 것인가

비트코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극명하게 엇갈린다.

그것은 금융의 미래인가, 아니면 잘 포장된 망상인가? 새로운 질서의 실험장인가, 혹은 공포 위에 세워진 투기판인가?

먼저, 알레한드로 레예스(Alejandro Reyes)의 말을 들어보자. 버클리대학교 경제사 교수이자 금융 투기 버블 연구의 권위자인 그는, 튤립 버블과 비트코인을 자주 비교 대상으로 삼아왔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튤립은 일시적인 문화적 열광이었다면, 비트코인은 기술 기반의 시스템 전환이다.

즉, 두 자산은 가격의 등락은 닮았을지언정 태어난 맥락, 확장성, 구조적 기능 면에서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주장한다.

튤립은 단지 비싸졌을 뿐이지만, 비트코인은 금융 질서 자체를 실험한다.

IMF(국제통화기금)도 비슷한 시각을 보였다. 2021년 글로벌 금융안정성 보고서에서 IMF는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내재 가치에 대한 논쟁은 지속되지만,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자산은 국경을 초월한 금융 인프라로 기능할 수 있는 구조적 기반을 갖추고 있다.

이는 비트코인이 단순한 투기 대상이 아니라, 국제 금융의 기술적 대안 인프라로서 일정 수준의 가능성을 인정한 평가로 해석된다. 그러나 반대편에는 여전히 단호한 회의론자들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폴 크루그먼(Paul Krugman)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뉴욕타임즈》 칼럼니스트로 잘 알려진 그는, 비트코인을 ’21세기의 투기 도구’로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비트코인은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으며, 본질적으로 공포 기반의 투기 구조를 갖추고 있다. 가격은 믿음으로 유지되지만, 믿음은 급격히 무너질 수 있다.”

그는 화폐가치의 근간은 결국 신뢰를 바탕으로 한 법정화폐 시스템과 정부 보증에 있다고 본다. 그 어떤 기술적 구조도 이를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비트코인은 금융 한쪽에서는 금융 질서의 진화, 다른 한쪽에서는 디지털 시대의 망상으로 해석되고 있다. 금융 역사학자, 국제기구,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까지 각기 다른 위치에서 다른 언어로 이 자산을 해석하고 있지만, 그 갈라진 평가의 폭은 오히려 한 가지 사실을 말해준다.

비트코인은 아직 정의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정의되지 않은 상태 자체가 이 자산의 가능성과 동시에, 가장 큰 위험이기도 하다.

 

비트코인은 과연 ‘디지털 금’이 될 것인가

비트코인을 둘러싼 가장 상징적인 수사는 단연 ‘디지털 금(Digital Gold)’이라는 개념이다. 이 말은 단순한 마케팅 용어가 아니라, 자산으로서의 비트코인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프레임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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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Gold)은 수천 년 동안 인류 문명과 함께해온 궁극의 가치 저장 수단(Store of Value)이었다. 그 가치는 희소성, 물리적 내구성, 대체 불가능성, 그리고 어느 국가도 통제하지 못하는 보편성에 기반했다. 이러한 속성은 인플레이션과 금융 위기 속에서도 금이 법정화폐의 대안으로서 생존해 온 핵심 이유였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은 금과 같은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가?

  • 희소성: 총발행량이 2,100만 개로 고정되어 있어, 공급이 구조적으로 제한된다.
  • 탈중앙성: 정부·은행·기업의 통제를 받지 않는 독립적 시스템이다.
  • 위·변조 불가능성: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모든 거래가 영구적으로 기록되고 검증된다.
  • 검열 저항성: 누구도 사용자의 송금이나 보유를 막을 수 없는 구조다.

이러한 특성은 분명 금과 유사하며, 일부에서는 오히려 금보다 더 정교한 희소성과 신뢰 메커니즘을 갖췄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글로벌 자산운용사와 기술기업들은 비트코인을 자산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키기 시작했고, 2024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한 사건은, 그 흐름이 제도권으로 진입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계기였다.

그러나 ‘디지털 금’이라는 수식어가 붙기에는 여전히 넘어야 할 현실적 장벽도 많다.

  • 극단적인 가격 변동성: 금은 안정적인 가치 보존 수단이지만, 비트코인은 연 단위로 수십 퍼센트 이상 요동친다. 이는 가치 저장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를 위협한다.
  • 채굴 의존성과 에너지 소모: 비트코인 채굴은 막대한 전력을 요구하며, 탄소중립 시대의 흐름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 정책 및 규제 리스크: 각국 정부의 입장은 엇갈리고 있으며, 때로는 강력한 제재 조치가 내려지기도 한다. 이는 ‘금처럼 안전한 피난처’라는 서사를 흔드는 요소다.
  • 기술적 불확실성: 블록체인 기술은 아직 진화 중이며, 후속 기술에 의해 대체되거나 보완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이 ‘금’과는 전혀 다른, 디지털 시대의 신형 자산이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비트코인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거래 구조, 신뢰 방식, 금융 주권에 대한 사고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아직 ‘금’은 아니다. 하지만 금이 결코 가질 수 없는 ‘시대성’을 품고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 비트코인은 자산이자 언어이며, 자기결정권의 상징이고, 검열되지 않는 화폐이며, 기술 기반 신뢰가 구현된 자유의 도구다.

바로 이 지점에서, 비트코인은 단순한 ‘디지털 금’을 넘어, 금이 되지 못한 것들이 꿈꿔왔던 미래의 화폐가 될 가능성을 품고 있다.

 

반복되는 역사인가, 새로운 질서의 서막인가

비트코인과 튤립 버블의 비교는 단순한 흥미를 넘어, 시장의 심리와 자산의 본질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두 가지 모두 희소성과 열광, 그리고 급격한 가격 상승이라는 공통점을 지니지만, 그 뿌리는 전혀 다르다.

튤립은 일시적인 수요와 신기함에 기반한 감각적 투기 대상이었다면, 비트코인은 기술적 설계와 경제적 구조, 그리고 사회적 요구가 맞물린 복합적 금융 실험체다. 그것은 단순한 자산이 아니라 거래를 기록하는 방식, 신뢰를 분산시키는 메커니즘,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금융 구조라는 점에서 새로운 시스템의 전초기지라 할 수 있다.

물론, 비트코인은 아직 ‘완성된 금’이 아니다. 그 가치는 여전히 극심한 변동성, 정책과 규제의 불확실성, 기술 진화의 불안정성 속에 놓여 있다. 그 미래에는 장밋빛 낙관과 종말론적 경고가 동시에 존재한다.

그러나 단 하나, 분명한 사실은 있다. 비트코인은 우리 시대의 거울이라는 것이다. 그 안에는 신뢰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화폐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성찰, 권력은 기술로 재구성될 수 있느냐는 질문이 담겨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묻는다.

비트코인은 진짜 금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그조차도, 지나가는 한 송이 튤립에 불과할까?

그 답은 기술이 아니라, 시장에, 그리고 우리 각자의 믿음에 달려 있다.

원문: 광화문덕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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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검색이 불편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https://ppss.kr/archives/268699 Wed, 19 Feb 2025 03:41:25 +0000 http://3.36.87.144/?p=268699 어느새 ChatGPT와 같은 생성형 AI는 우리의 일상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세상에 이러한 기술이 모습을 드러낸 이후,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생성형 AI들이 빠르게 등장했다. 기술의 등장은 단순한 혁신을 넘어 정보 검색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이제 우리는 궁금한 점이 생기면 포털이 아닌 AI를 향해 묻는다. 이는 기존 검색엔진 시장이 위기에 처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위기는 자초한 것이다. 예견된 것이었다. 기존 검색엔진은 어느 순간부터 검색의 본질을 망각한 채 상업적 이해관계에 매몰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네이버 검색이 불편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익숙함 속에서 감지된 불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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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업무 중에 머릿속을 스치는 질문 하나. “이건 어디서 찾아보면 될까?” 자연스럽게 네이버를 열었다. 몇 개의 키워드를 입력했지만, 화면을 가득 채운 것은 정보가 아닌 광고였다. 내가 원하는 답은 어디에도 없었다.

광고를 피하려 구글로 방향을 틀었지만,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원하는 정보에 접근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음에 한숨이 쉬어졌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 ChatGPT를 열었다. 질문을 던지자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친구처럼 필요한 정보를 정리해서 제공했다. 즉각적이고 체계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단순한 정보의 나열이 아니라 맥락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답변이었다. 정보가 있었고, 논리가 있었고, 무엇보다 내가 찾고자 했던 정보가 담겨 있었다. 기존 검색엔진의 한계가 더욱 적나라하게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나는 깨달았다. 기존 검색엔진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고. 검색엔진이 사용자의 필요를 더 이상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그 역할을 대신할 도구가 등장하는 것은 필연이다

 

광고의 덫에 갇힌 네이버

네이버는 한때 국내 검색 시장을 지배했던 절대 강자였다. 하지만 점차 사용자들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검색의 핵심은 정보 제공이어야 하는데, 네이버는 점점 더 광고로 가득 찬 ‘디지털 쇼핑몰’처럼 변해가고 있어서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이 발간한 ‘ICT 브리프 2024 39호’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10월까지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은 57.32%로, 2015년 78.06%에 비해 20% p 하락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은 2022년 챗GPT 등장 이후 AI 검색엔진이 부상하며 단순 키워드 중심이었던 검색 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화했다고 분석했다.

이 통계는 네이버가 사용자들에게 점점 외면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상단 검색 결과의 약 30% 이상이 광고라는 점은, 검색 결과의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사용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이지, 상업적 목적이 앞서는 결과가 아니다.

 

AI의 부상, 검색의 패러다임 전환

지난 2022년 ChatGPT의 등장은 검색 시장에 지각 변동을 일으켰다. 기존 검색엔진이 키워드를 기반으로 링크를 나열하는 방식이었다면, ChatGPT는 사용자의 질문을 이해하고 필요한 정보를 직접 제공한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시간을 절약하는 수준을 넘어, 검색의 정의 자체를 재구성했다.

한국 IDC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8년까지 아태 지역의 AI 및 생성형 AI 지출액은 1,1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AI 기술이 단순히 새로운 선택지가 아닌 필수적인 도구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23년 2월 AI 챗봇 ‘빙’에 오픈 AI의 초거대 언어모델을 적용한 검색 엔진 ‘뉴 빙’을 발표했는데, 이후 지난해 12월 검색 점유율 10.53%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10%를 돌파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생성형 AI 기술 등장으로 기존 검색 엔진 사용 횟수가 현재 수준 대비 25%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지출 증가가 의미하는 바는 단순하지 않다. AI 기술은 더 많은 산업 영역에서 기존 방식을 대체하고 있으며, 검색 시장 또한 이 변화를 피할 수 없다.

 

사용자들이 원하는 것: 신뢰와 맥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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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더 이상 광고와 정보 과부하 속에서 헤매고 싶지 않다. 기존 검색엔진은 정보의 혼재와 검증되지 않은 출처로 인해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네이버 블로그에 게시된 글들은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단순히 복사와 붙여넣기를 통해 확산되면서 정보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이러한 환경은 정보를 검색하는 이들이 원하는 명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에 접근하는 데 큰 장벽이 된다.

ChatGPT와 같은 AI 기반 도구는 광고 없이 질문에 정확히 답하며, 필요한 경우 출처를 명확히 제공한다. 또한, 사용자의 요청에 따라 정보를 검증하고 오류를 인정하며, 새로운 사실을 기반으로 수정할 수 있어 신뢰도를 높인다.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정보의 품질과 진위까지 확인하려는 사용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킨다.

결국, 이러한 AI 기반 검색이 대안으로 부상하는 이유는 기존 검색엔진이 사용자 경험과 신뢰를 회복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정보 과부하, 광고 위주의 결과, 검증되지 않은 콘텐츠의 범람은 검색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으며, 이는 사용자를 점차 AI 기반 도구로 이동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인 것이다.

 

검색의 본질: 질문과 답변의 신뢰성

검색은 단순한 정보 탐색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호기심, 이해하려는 노력, 그리고 지식에 대한 갈망의 표현이다. 그러나 네이버는 이러한 인간의 갈망을 더 이상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있다.

반면 ChatGPT는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고,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통찰과 맥락까지 담아 답해주고 있다. 이는 검색이 단순한 기술적 과정이 아닌 인간과 기술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ChatGPT는 단순한 도구가 아닌, 신뢰받는 동반자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초창기 네이버의 지식검색은 단순한 검색 도구를 넘어 사용자의 질문에 실시간으로 답하며, 그 자체로 살아있는 정보의 장을 제공했다. 당시 다른 포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사용자 참여 기반의 독창적인 콘텐츠는 네이버를 차별화된 플랫폼으로 자리 잡게 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네이버의 성공은 단순히 기술적 우위가 아니라,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신뢰와 가치를 창출했다.

그러나 현재의 네이버는 광고와 상업적 콘텐츠에 지나치게 의존하며, 초기의 핵심 가치를 상실한 듯 보인다. 초기 지식검색이 사용자 주도의 커뮤니티적 성격을 띠었다면, 오늘날 네이버의 구조는 정보 소비보다 정보 판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네이버가 다시금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필요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지식in 서비스로 각광받던 시절의 네이버

사용자들은 이제 단순한 검색 결과 이상의 것을 원하고 있다. 맥락과 통찰까지 담긴 답변을 얻기 위해 기꺼이 매월 수만 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정보를 얻는 행위가 아니라, 시간 절약과 신뢰할 수 있는 분석, 그리고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한 투자로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AI 기반 검색 도구의 부상이 단순한 편의성을 넘어 사용자의 삶에 실질적인 가치를 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네이버는 검색을 포기하고자 하는 것일까?

초기의 네이버가 ‘정보의 민주화’를 통해 사용자와 신뢰를 쌓았다면, 현재의 네이버는 상업적 이익을 우선시하면서 그 신뢰를 점차 잃어가고 있다. 물론 네이버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하며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검색이라는 기능은 단순한 수익 창출 수단이 아니라, 사용자가 문제를 해결하고 신뢰를 구축하는 플랫폼의 핵심이다.

만약 네이버가 검색의 본질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사용자는 더 나은 대안을 찾아 떠날 것이다. 네이버가 광고와 수익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에만 매몰되지 않고, 다시금 검색 본연의 가치를 되살리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검색은 이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AI 기반 도구가 제시하는 개인화된 검색, 맥락 기반 정보 제공은 기존의 키워드 검색 방식을 대체하고 있다. 미래는 언제나 변화를 거부하는 자를 밀어낸다. 검색의 본질을 되찾으려는 노력이 없으면, 네이버는 더 이상 우리의 질문에 답할 수 없는 과거의 유물이 될지도 모른다.

원문: 광화문덕의 브런치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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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 초봉, 얼마를 불러야 할까? https://ppss.kr/archives/266484 Tue, 30 Jul 2024 04:01:11 +0000 http://3.36.87.144/?p=266484 “초봉 얼마쯤 생각하세요?”

요즘 20대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초봉에 대한 정보가 필요함을 절실하게 생각하게 됐다. 구직자 입장에서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하지만 고용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인건비에 대한 적정한 비용 책정이 불가피하다. 고용하는 즉시 고정비가 되어 재무제표에 반영돼서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신입 직원에 대한 급여 책정에 기업이 관대할 것이란 건 착각이다.

이 때문에 ‘초봉’이란 개념 안에 사람과 기업 간 간극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신입 직원은 자신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자신의 높은 기술과 역량을 사용하기 위해 기업은 마땅히 높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하지만, 통상적으로 기업은 신입 직원에게 그렇게 높은 수준의 기술과 역량을 기대하진 않는다. 아무리 뛰어난 신입 직원이라고 하더라도 그들이 원하는 수준의 한정된 업무만 수행하면 돼서다. 그렇기 때문에 ‘초봉’이란 개념 속에 내재된 사람과 기업 간 간극이 좁혀지지 않아 사람이 기업을 떠나기도 한다.

기업은 이러한 학습된 고용과 관련한 데이터가 있다 보니 자신들의 고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람을 뽑곤 한다. 너무 높은 스펙을 가진 이들이 고용시장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늘 그렇다. 이상과 현실은 늘 괴리가 있다.

요즘 초봉 얼마를 받고자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주변 후배들과 나누다 보면 나도 모르고 그도 모르는 상황이라 정리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커리어 플랫폼 사람인과 잡코리아를 중심으로 내용을 정리했다.

출처 freepik

 

나의 첫 연봉이 2,000만 원이던 시절

2008년 인턴 시절 받았던 내 급여는 세후 120만 원, 첫 직장에서 받은 연봉은 2,000만 원이었다. 2년 후 내 연봉은 3천 중반대로 진입했다. 지금은 대기업에서 남부럽지 않은 연봉을 받고 있다.

당시 내게 연봉이란 개념보다 중요했던 건 일할 수 있는 곳에 대한 소속감과 안정감이었다. 입사하고 나면 내가 나의 쓸모 있음, 가치를 보여줌으로써 내 연봉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린 생각이었다. 젊은 시절 호기로움에서 온 착각이었다.

연봉이란 공채 입사자에게는 회사의 결정에 맡겨야 하는 부분일 수 있다. 하지만 경력 시장으로 몸을 내던지게 되면 내 연봉은 내가 만들어가는 구조로 바뀐다. 내가 원하는 몸값을 지불할 수 있는, 내게 배팅할 수 있는 기업을 찾아 계약하는 구조이니 말이다.

물론 공채 입사자는 기술과 역량이 조금 부족해도 조직 내에서 포용하고 함께 갈 수 있지만, 경력자는 냉철한 현실과 마주해야 한다. 기업이 자신이 원하는 높은 연봉을 지불한 만큼 기업이 원하는 기술과 역량을 가지고 주어진 임무를 완수해 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비란 없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요즘 초봉은 얼마일까?

내 첫 입사 시기였던 당시에서 16년이나 지난 지금, 요즘 초봉은 얼마 정도일까. 2024년 6월 기준 최신 자료 위주로 초봉에 대한 자료를 수집해서 정리했다.

네이버 초봉 5,250만 원
삼성전자 초봉 5,642만 원

  • 잡코리아 추산 2023년 기준

커리어 플랫폼 잡코리아가 추산한 지난해 기준 네이버의 초봉은 연간 5,250만 원으로, 삼성전자의 5,642만 원에 400만 원가량 뒤지지만 평균 연봉은 비슷한 수준이다. 양사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1인당 평균 연봉은 네이버 1억 3천449만 원, 삼성전자 1억 3천500만 원 수준이다.

다만 위의 초봉 수치는 어디까지나 잡코리아가 추산한 수치로, 현실과는 다를 수 있다.

찹코리아 기준 초봉 정보 (2021년 12월 기준)

대졸 구직자가 원하는 초봉 평균 3,610만 원

  • 2024년 01월 잡코리아 기준

커리어 플랫폼 잡코리아가 올해 신입사원 취업을 준비 중인 4년 대졸 학력 구직자 739명을 대상으로 ‘올해 희망연봉 수준’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대졸 구직자 희망연봉이 평균 3,610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평균 3,540만 원과 비교해 2.0% 높은 수준이다.

대졸 신입 구직자 희망연봉은 취업을 준비하는 기업별, 전공계열별, 성별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취업 목표 기업별로는 대기업 취업을 준비한다고 답한 구직자 희망연봉은 평균 4,300만 원이었다. 외국계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구직자 희망연봉은 평균 3,830만 원이었으며, 이어 중견기업 평균 3,520만 원, 중소기업 평균 3,070만 원 순이었다.

전공계열별로는 이공계열 전공자 희망연봉 수준이 평균 3,850만 원으로 가장 높았다. 또한 상경계열 희망연봉이 평균 3,700만 원이었으며, 인문계열 평균 3,410만 원, 예체능계열 평균 3,370만 원 순이었다. 성별로는 남성 구직자 희망연봉이 평균 3,860만 원이었으며, 여성 구직자 희망연봉은 평균 3,490만 원이었다.

한편, 구직자 5명 중 2명은 중견기업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 목표 기업 조사 결과 중견기업 취업을 준비한다는 신입 구직자가 41.1%로 가장 많았다. 이어 대기업 27.1%, 중소기업 21.0%, 공기업 7.3% 순이었다.

중소기업 대졸 신입 연봉 2,881만 원
4년제 대졸 사원 평균 연봉 5,356만 원

  • 2022년 5월 사람인 기준

커리어테크 플랫폼 사람인이 중소기업 기업 898개 사를 대상으로 ‘2022년 신입사원 연봉 현황’을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 기업의 4년제 대졸 신입사원의 연봉은 평균 2,881만 원(세전 기본급 기준)으로 집계됐다. 2~3년제 전문대졸 연봉은 평균 2,749만 원이었으며, 고졸 신입사원은 평균 2,634만 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CEO스코어데일리 기준) 중 사람인 연봉정보 서비스에 데이터가 확보된 94개사의 4년제 대졸 사원 평균 연봉 5,356만 원의 절반 수준(54%)이다.

출처: 사람인

신입 구직자 희망연봉 3,279만 원

  • 2022년 1월 사람인 기준

커리어테크 플랫폼 사람인이 구직자 1,505명을 대상으로 ‘2022년 희망연봉’을 조사한 결과, 평균 3,279만 원으로 집계됐다. 성별로 살펴보면, 남성은 3,536만 원으로 여성(3,098만 원)보다 438만 원 더 높았다.

취업을 원하는 기업 형태별로도 희망하는 연봉에 차이가 있었다. 외국계기업에 들어가려는 구직자들의 희망 연봉이 평균 3,859만 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대기업(3,647만 원), 벤처/스타트업(3,442만 원), 중견기업(3,363만 원), 공기업/공공기관(3,100만 원), 중소기업(3,014만 원) 순이었다. 지난해에 비교해 올해 희망 연봉을 높인 구직자는 29.1%로, 낮췄다는 구직자(21.8%)보다 7.3% p 많았다.

올해 연봉 눈높이를 높인 이유는 단연 ‘물가가 올라서’(67.1%, 복수응답)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밖에 ‘주변에서 희망 연봉이 높아져서’(15.5%),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져 보상 심리가 생겨서’(12.6%), ‘IT 업계를 중심으로 연봉 인상이 이어져서’(11.2%), ‘경제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되어서’(9.6%) 등의 순이었다. 이들이 지난해에 비해 높인 연봉 눈높이는 평균 232만 원이었다.

중소기업 10곳 중 3곳, 올해 연봉 인상 없다!

  • 2022년 1월 기준

또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중소기업 513개사를 대상으로 2022년 연봉 인상 계획을 조사한 결과, 31.4%가 ‘동결하거나 삭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기업이 연봉을 동결하거나 삭감하는 이유는 단연 ‘작년 실적이 좋지 않아서’(51.6%, 복수응답)가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불확실성이 크고, 업황이 나쁠 것으로 예상되어서’(39.1%),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서’(18.6%), ‘비상 경영을 실시하고 있어서’(11.2%), ‘이미 연봉을 많이 올려서’(10.6%) 등의 순이었다.

올해 연봉을 동결 혹은 삭감하는 기업 중 58.4%는 작년에도 연봉을 동결했거나 삭감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인

직장인, 월급 500만 원 받으려면 평균 15년 걸려

  • 2020년 1월 기준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기업 349개사를 대상으로 ‘월급 500만 원(기본급, 세후 기준)수령까지 소요기간’을 조사한 결과, 평균 15.1년 차에 500만 원을 받는 것으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10년 차’(25.5%)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이어 ‘20년 차 이상’(18.3%), ‘15년 차’(15.5%), ‘18년 차’(8.9%), ‘16년 차’(4.3%), ‘19년 차’(4.3%) 등의 순이었다.

ⓒ사람인

월급 500만 원을 받는 데 소요되는 기간은 기업형태와 성별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었다. 기업형태별로 살펴보면, 대기업은 11.1년, 중소기업은 15.3년으로,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4.2년 빨랐다. 성별로는 남성은 평균 14.9년 차에 월급 500만 원을 받아 여성(16.8년 차)보다 1.9년 더 앞섰다.

전체 직원 중 월급 500만 원을 받는 직원의 비율은 평균 12.4%로 집계돼, 10명 중 1명꼴이었다. 구체적으로는 ‘5% 이하’(52.7%)가 절반 이상이었으며, ‘10%’(17.2%), ‘20%’(9.7%), ‘30%’(8.9%) 등의 순이었다. 대다수의 직장인은 200만 원대에서 300만 원대의 월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기업들의 직원 중 평균 45.3%가 200만 원대 월급을 받고 있었으며, 300만 원대 월급을 받는 직원은 전체 직원의 30.6%로 집계되었다. 즉, 직장인 10명 중 8명(75.9%)이 월 200만 원대에서 300만 원대의 급여를 받고 있는 것.

한편, 조사대상 기업 신입사원의 4년제 대졸 초임은 평균 2,631만 원으로 집계됐다. 대기업은 3,325만 원, 중소기업은 2,579만 원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초봉 격차는 746만 원이었다.

연봉 5,000만 원(2019년 5월 기준)

대기업 6.6년 vs 중소기업 10.5년

사람인이 기업 583곳을 대상으로 ‘연봉 5,000만 원 달성 기간’을 조사한 결과, 평균 10.3년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 형태별로 자세히 살펴보면 대기업(6.6년), 중견기업(9.3년), 중소기업(10.5년)의 순이었다.

특히, 대기업은 5년 차 이하에 연봉 5,000만 원을 받는 비율이 44%에 달했으나, 중견기업은 16%, 중소기업은 8%에 불과했다.

ⓒ사람인

 

기업별 초봉, 연봉 인상의 차이

기업 형태별로 신입사원 초봉 차이도 컸다. 전체 조사대상 기업의 신입사원 연봉은 평균 2,662만 원으로 집계됐으며, 기업 형태별로는 대기업(3,394만 원), 중견기업(3,155만 원), 중소기업(2,562만 원)의 순이었다.

동일 연차일 때 연봉이 차등 책정되는 기준은 단연 ‘업무성과’가 75.3%(복수응답)로 가장 많았다. 계속해서 ‘직무’(32.4%), ‘학력’(8.9%), ‘자격증 취득 여부’(5%), ‘성별’(2.9%) 등이 있었다.

학력별로 차이를 두는 기업(52개사)들은 대학원 이상(7.6년), 4년제 대졸(9.5년), 전문대졸(11.8년), 고졸 이하(13.1년)의 순으로 연봉 5,000만 원 달성 기간이 빨랐다.

전체 기업 중 연봉 1억 원 이상을 받는 직원이 있는 곳은 361개사(61.9%)였다. 기업 형태별로는 대기업(83.3%), 중견기업(79.5%), 중소기업(58.5%) 순으로 연봉 1억 원 이상을 받는 직원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사람들의 비율은 7.4%였으며, 연봉 1억 원에 다다르는 기간은 평균 20.6년이었다.

또, 성별로 연봉 1억 원 이상을 받는 직원의 비율을 살펴보면, 남성과 여성이 88:12로 남성이 여성의 9배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신입, 연봉 3,000만 원 받으려면 평균 4년 걸려

  • 2016년 7월 기준

‘대기업 1.3년 > 중견기업 2.8년 > 중소기업 4.6년’.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기업 581개사를 대상으로 ‘신입사원으로 입사 후 연봉 3,000만 원까지 소요기간’을 조사한 결과, 평균 4.3년으로 집계됐다.

기업 형태별로 보면, 대기업이 평균 1.3년으로 가장 짧았으며 특히, 65%는 ‘초봉부터’ 연봉 3,000만 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계속해서 중견기업(2.8년), 중소기업(4.6년) 순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3년 넘게 차이가 있었다.

업종별로는‘금융/보험’이 1.3년으로 가장 빨랐고, 계속해서 ‘조선/중공업’(3년), ‘석유/화학’(3.4년), ‘기계/철강’(3.4년), ‘제조’(3.7년), ‘자동차/운수’(4.1년), ‘건설’(4.2년), ‘정보통신/IT’(4.3년), ‘유통/무역’(4.4년), ‘전기/전자’(4.7년), ‘식음료/외식’(5.6년) 등의 순이었다.

연봉을 차등 책정하는 기준으로는 ‘업무 성과’가 72.6%(복수응답)로 단연 높았다. 다음은 ‘직무’(17%), ‘학력’(13.3%), ‘자격증 취득 여부’(8.6%), ‘공채, 수시 등의 입사경로’(3.1%), ‘성별’(2.9%) 등으로 드러났다.

직무별 차등이 있는 기업(99개사)들이 밝힌 주요 직무별 연봉 3,000만 원까지 소요되는 기간을 보면 ‘연구개발직’(평균 3.5년)이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뒤이어 ‘영업직’(3.8년), ‘제조생산(현장) 직’(4.7년), ‘서비스직’(5.3년), ‘일반사무직’(5.4년) 순이었다.

직무에 따라 연봉 인상의 차이가 있는 이유로는 ‘전문성이 필요한 직무라서’(64.6%, 복수응답)를 첫 번째로 꼽았다. 다음으로 ‘매출과 직접적으로 연계되어서’(46.5%), ‘회사의 핵심사업, 기술과 연계되어서’(38.4%), ‘동종업계 수준이 높은 편이라서’(13.1%), ‘인재 육성이 중요한 직무라서’(11.1%) 등의 이유를 들었다.

학력(77개사)의 경우, ‘대학원 이상’이 평균 1.8년으로 소요되는 기간이 가장 짧았고, ‘4년제 대졸’은 3.1년, ‘전문대졸’은 4.8년, ‘고졸 이하’는 6.8년이었다. 한편, 현재 신입사원 초봉은 평균 2,328만 원으로 조사되었다.

기업 형태별로 살펴보면, 대기업이 평균 3,595만 원으로 가장 높았고, 중견기업은 2,786만 원, 중소기업은 2,226만 원으로 집계됐다.

원문: 광화문덕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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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살펴 본 동네 카페 생존법 https://ppss.kr/archives/264263 Thu, 16 Nov 2023 03:48:25 +0000 http://3.36.87.144/?p=264263 노원구 중계동에선 메가커피가 무한 증식 중

요즘 중계동 은행사거리 인근의 커피숍을 비롯해 소호 커피숍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중계동 은행사거리에 올해 초에 오픈한 소규모 프랜차이즈 커피숍도 오늘부로 영업을 종료한 듯 보였다. 어제까지만 해도 운영하던 가게가 오늘 보니 모든 짐을 다 빼고 공사 중이었다. 10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 메가커피가 생겨 매출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나는 요즘 은행사거리에서 장사를 하던 가게가 문을 닫으면 거기에 어떤 점포가 들어서는지 예의주시하고 살펴본다. 내 나름의 상권분석을 해보고 있는 것이다. 내가 운영하던 가게가 아니다 보니 세부 매출 관련 데이터를 살펴볼 순 없지만, 해당 점포의 상권에 어떤 종류의 점포가 흥하고 어떤 류가 망하는지 내 나름대로의 데이터 경험(Data eXperience)을 구축할 수 있어서다.

최근 문을 닫은 카페 자리에 들어선 매장을 보고 트렌드를 알 수 있었다. 기존에 중계동 은행사거리에 있던 이디야 매장 자리엔 ‘샐러디’가 오픈했고, 하계동 이디야 커피 자리엔 메가커피의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 중이다.

중계점 은행사거리 신규 오픈 첫날 샐러디 출입문에는 사과문이 크게 걸렸다. 사장님이 가맹점 사업이 처음이다 보니 재료를 조금만 준비했고, 결국 오후 일찍 재료가 소진돼 찾아주신 손님들께 헛걸음하게 해드려 죄송하다는 내용이었다. 샐러디로 바뀌면서 핫플이 된 듯 보였다.

내 마음을 안타깝게 하는 프랜차이즈 커피숍도 있어 매일 매일 출퇴근 길에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 사이에 길 건너로 메가커피와 마주 보며 상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곳이다.

매장 규모는 둘 다 비슷비슷한데 출퇴근 길 내 눈에 보이는 광경은 너무나도 상반된 풍경이다. 오전 8시~9시 사이 메가커피에는 사람들이 아침 커피를 사려고 줄을 서서 기다린다. 하지만 해당 커피숍에는 사람이 없다. 심지어 현수막으로 크게 라지 사이즈 2,500원이라고 걸어놓았음에도, 사람들의 발걸음은 메가커피 앞에만 머물러 있다.

커피숍 운영이 쉬워 보여도 수익을 내려면 절대 만만하지 않다. 대중적으로 꽤 인지도가 높은 프랜차이즈 커피숍마저 이러할진대, 브랜드 인지도가 더 낮은 커피숍, 또는 개인 커피숍을 운영하기란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일 것이라 짐작했다.

실제로 중계동 은행사거리 커피 지도를 그려봤다. 한 번 걸을 때마다 보이는 게 커피숍이어서다. 여기에는 1,500원 저가 커피 브랜드부터 4,500원 이상 하는 고가 스타벅스 매장까지. 그야말로 가격대별, 브랜드별로 ‘커피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었다. 내가 표시하지 않고 빠뜨린 커피숍이 있을 수도 있어 혹여라도 빠졌다면 미리 양해를 구한다.

하나하나 찾아서 붙여 넣었다. 편집상 오류가 있을 수 있는 점은 양해를 구한다. ⓒ광화문덕

이런 상황에서도 불구하고, 꼭 커피숍을 차려야겠다는 의사결정을 내렸는가? 그렇다면 중계동 은행사거리에서 커피숍 운영을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데이터로 살펴보자.

 

서울시 공공데이터로 살펴본 중계동 은행사거리 상권 분석

  • 유동인구 늘며 가게 매출 증가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은행사거리 업종 전체 점포 수는 감소하고 있지만 업종 전체 매출액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동인구 역시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풀어 설명하면, 점포 수는 줄고 있지만 유동인구가 늘고 있어 매출은 증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출처: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
  • 지역적 특성, 10대들 은행사거리 선호

은행사거리는 중대형아파트 밀집 지역으로 인근에 초·중·고교 14개가 밀집되어 있고, 주간 유동 인구 대부분이 학생층과 주부다. 또 젊은 부부와 유아, 아동 등이 거주 인구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서울 노원구가 KT AI데이터융합지원단, 고려대 디지털혁신추진단과 손잡고 도시 여가-상권을 빅데이터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노원구 내 연령대별 선호 지역 조사에서 10대가 은행사거리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는 노원역, 40대 이상은 수락산 디자인 거리로 파악됐다.

  • 은행사거리 유동인구 하루 평균 5,400여 명

유동인구는 하루 평균 5,400여 명으로 나타났다. 유동인구 측면에서는 굉장히 매력적인 상권을 여전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출처: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은행사거리의 주요 매출을 일으키는 인구는 40대 여성이었다. 그리고 월요일에 매출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이 집중되는 시간대는 초중고 학생들이 학교를 마치고 나와 학원으로 향하는 시간대인 오후 5시부터 학원이 끝나는 시간대인 저녁 9시까지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유동인구를 살펴보면 10대가 52%로 나타났으며, 토요일에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시간대는 역시 오후 5시부터 9시였다.

중계동 은행사거리에 오후 9시에 서 있으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학원에서 아이들이 쏟아져 나온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거리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란 걸 온몸으로 느낄 테니 말이다.

출처: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
  • 은행사거리 생존 점포, 770개 유지 中

은행사거리의 점포 수는 770개를 유지하고 있다.

출처: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

교육 소비가 30.1%이고 음식 소비가 30%로 가장 높다. 말 그대로 교육과 음식 업종이 대세인 상권이란 얘기다.

출처: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은 외식업종의 경우 변동 폭이 크다는 것이다. 변동 폭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오랜 기간 장사하기 위해서는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출처: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

 

그렇다면 커피를 얼마나 팔아야 커피숍 운영이 가능해질까?

빠른 이해를 돕기 위해 아주 후려쳐서 계산해 보겠다.

  • 최소한의 카페 유지비

카페를 유지하는데 들어가는 최소한의 비용이란 게 있다. 이것은 유지비용으로서 고정비 항목으로 구분될 수 있다. 여기에 포함되는 것은 임대료, 인건비, 재료비, 세금, 기타 등이다.

  • 임대료 150만 원

은행사거리에서 임대료는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겠으나, 2023년 9월 3일 기준으로 은행사거리 상가 월세로 올라온 부동산 시세를 살펴보면 약 100만 원~200만 원 정도다. 커피숍이니 소규모 테이크아웃 전문점으로도 할 수 있겠으나, 다른 커피숍과의 차별화를 두려면 커피숍 안에 테이블 한두 개 정도는 있는 게 맞다고 생각하여 월세는 중간값인 150만 원으로 가정하고자 한다.

출처: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
  • 인건비 600만 원

가장 좋은 경우는 직접 커피숍을 운영하는 경우다. 이 경우 인건비는 0원이다.

직접 운영하지 않는다면, 이때부터 고민이 시작된다. 일단 평일에 아르바이트생 2명이 필요하다. 오전과 오후타임이다. 풀타임으로 구해도 되지만 아르바이트로 풀타임을 구하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일단,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한다고 한다면 평일 최소 2명(오전, 오후), 주말 2명(오전, 오후)이 필요하다. 풀타임으로 하게 된다 해도 비용은 어차피 동일하다. 다만 풀타임 1명으로 고용할 경우 해당 아르바이트생의 개인 사정으로 불가피하게 쉬어야 할 때, 또는 정기 휴가 기간 동안에 단기 대체 인력을 별도로 구해야 하는 리스크는 존재한다. 아니면 그날 직접 해야 한다.

커피숍의 특성상 출근길 고객과 은행사거리 피크시간대 유동인구를 모두 잡기 위한 점포 운영 시간은 오전 7시부터 밤 10시까지다. 하루 15시간 동안 운영하는 데 따른 비용은 최저시급 1만 원으로 계산하면 총 15만 원이다.

2023년 8월 4일 고용노동부는 2024년도 적용 최저임금을 시간급 9,860원으로 결정·고시했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206만 740원(1주 소정 근로 40시간 근무, 월 209시간 기준)이다. 사업의 종류별 구분 없이 전 사업장에 동일한 최저임금이 적용된다.

  • 출처: 고용노동부 2024년 적용 최저임금 시간급 9,860원 보도자료(2023.08.04) –

쉬는 요일 없이 월 운영을 지속한다고 한다면, 30일 기준으로 해서 인건비만 450만 원이 책정된다. 물론 이것은 단순 셈법이다. 실제로는 인건비가 더 많이 들어간다. 그 이유는 주 15시간 이상 근무 시 주휴수당이 추가돼서다.

그런 측면에서 아르바이트 생을 고용할 경우 최소 인건비로 600만 원가량은 책정해야 한다. 여기에는 아르바이트생이 신메뉴 쿠폰, 자사 음료, 인센티브, 근무복, 명절선물 등 복리후생 비용도 포함해서다.

매니저를 고용해도 비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아래는 메가커피 직영점 운영 카페 점장 구인 글에 올라온 글이니 참고하길 바란다.

출처: 인크루트
  • 맛있는 커피 유지비 월 300만 원

에스프레소 머신 구입비용 3,000만 원/30개월 = 월 100만 원

스타벅스에서 사용한다는 블랙이글은 110년 전통의 이탈리아 ‘빅토리아 아르두이노(Victoria Arduino)’사에서 제작하는 최상급 핸드 메이드 에스프레소 머신이다. 무려 대당 3,000만 원대의 제품이다. 스타벅스는 리저브 일부 매장에 한해 이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내린 커피를 7,000~9,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출처: 스타벅스코리아 공식 네이버 블로그

저가형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하는 것은 선택일 수 있지만, 경쟁력 있는 커피숍에 대한 데이터 분석이 이 글의 목표이니 스타벅스 에스프레소 머신 기준으로 고정비를 산출하고자 한다.

3,000만 원을 계산의 편의를 위해 30개월 할부로 나누면 월 100만 원의 고정비가 지불되는 셈이다. 정확히는 2년 6개월이지만, 3년으로 계산한 이유는 은행사거리의 평균 영업 기간이 3.3년이어서다.

출처: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
  • 매력적인 가게 유지비 월 500만 원

인테리어 비용 약 2억 원/40개월 = 월 500만 원

고정비 항목에는 초기 투자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보통 프랜차이즈의 경우 인테리어 비용으로 평균 2억 원 정도를 받고 있어 기준으로 삼았다. 평균 영업 기간이 3.3년(39개월)이니 계산 편의를 위해 40개월로 나누면, 월 500만 원이 된다.

여기까지만 정리해도 총 1350만 원이다.

150만 원(임대료)
600만 원(인건비)
100만 원(맛있는 커피 유지비)
+ 500만 원(매력적인 가계 유지비)
= 총 1350만 원

여기에 재료비, 세금 등이 추가 된다.

  • 중계동 은행사거리의 점포당 월평균 매출액 1,635만 원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에서 제공된 은행사거리에서 영업 중인 점포당 월평균 매출액은 1,635만 원이다. 결국 은행사거리에 신규 카페를 내서 평타만 쳐도 본전이라는 얘기가 된다.

출처: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

 

커피숍에서 월 1,635만 원을 벌려면?

그렇다면, 여기서 1,635만 원을 벌려면 커피를 몇 잔을 팔아야 하는지 분석해 보자. 단순 계산으로 1,635만 원/30일 = 일 54.5만 원이다. 하루 54.5만 원을 벌려면 커피 값이 3,000원이라고 하면, 182잔을 팔아야 벌 수 있다. 하루 15시간 근무하니 시간당 평균 12잔을 팔아야 한다.

문제는 시간당 평균 12잔을 팔면 본전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여기에 재료비와 세금 등도 추가된다. 그리고 운영하는 게 자선사업 하는 것이 아니니 운영하는 당신에게도 당신이 원하는 수준의 수익이 나야 한다.

그러려면 이제 원하는 금액을 추가해서 계산해 보길 바란다. 만약 당신이 커피숍 운영으로 월 500만 원 이상의 수익을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재료비 30%, 세금 10%에 전기세·수도세·가스비 등 유지관리비 5%를 더해야 한다.

중계동 은행사거리에서 신생기업생존율은 약 66%다. 쉽게 말하면 절반은 망한다는 얘기다. 그것도 3년 차에 말이다.

 

커피값 3,000원 받는 것도 쉽지 않다

중계동 은행사거리에는 저가 커피 테이크아웃 매장도 많다. 스타벅스를 제외한 일반적인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형성하고 있는 아메리카노 커피 가격이 3,000원 정도라서 3,000원으로 잡았을 뿐이다. 커피값을 저가형으로 가져가면, 커피를 더 많이 팔아야 한다.

커피값을 저가형으로 가져가고, 샌드위치나 조각 케이크 또는 마카롱, 쿠키 등을 팔아서 수익을 보전한다고 해도 역시 고민해야 할 부분이 많다. 신선한 샌드위치를 수급하거나 직접 만들어서 팔았을 때 재고 처리에 대한 문제 등이 또 발생한다.

그리고 내가 팔겠다는 것과 손님이 와서 사는 것과는 전혀 다른 얘기다. 아무리 내가 가성비 좋게 만들었다해도 손님이 오지 않으면 모두 재고 손실로 처리될 뿐이다. 판매량을 정확히 예측해서 버려지는 비용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것도 만만찮은 부분임을 고려해야 한다.

중계동 은행사거리 주변 주거 인구의 소득 수준은 월 300만 원~ 400만 원대를 유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한 데이터를 참고해서 가격을 3,000원 이하로 할지 이상으로 할지는 직접 고민하면 될 듯하다. 실제로 은행사거리 수많은 커피숍에 대한 시장조사를 직접 해보면서 장단점을 파악해 보는 것도 중요하디다.

출처: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

 

고정비를 줄여야 한다

일단 후려쳐서 계산한 고정비용이 여기 있다. 여기서 내가 직접 하면 인건비 600만 원 부분이 내 것이 될 수 있다. 빡세게 일한 만큼 받는 대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임대료 150만 원 + 인건비 600만 원 + 에스프레소 머신 100만 원 + 인테리어 500만 원 = 총 1350만 원

내가 실제로 커피숍을 운영해볼까 해서 주변에 조언을 구했던 때가 있다. 그때 커피전문점 경험이 있는 분들은 이구동성으로 내게 조언했다. “커피숍은 무조건 직접 운영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쉽지 않아”라고.

뿐만 아니다. 커피숍이라도 주변 상권을 분석해서 메뉴를 소비자에게 제안해야 한다. 아침 출/퇴근 시간, 점심시간 샌드위치와 커피세트를 판다고 해보자. 주변 식사 가격이 형성된 것이 있으니 아침 시간에는 가볍게 맥머핀 수준의 가격으로, 점심에는 주변 식당 한 끼 식사 이하로, 저녁에는 커피 마시길 부담스러워하는 분들이 많으니 커피 대신 마실 수 있는 세트 메뉴를 개발해야 할 것이다.

Unsplash

또한 ‘왜 지역 주민들이 스타벅스도 아닌 메가커피도 아닌 내가 운영하는 커피숍을 이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차별화 포인트도 필요하다. 서울시 상권분석 데이터에서 봤듯이 평일 오후 5시부터 9시 사이에 40대 여성 고객들이 굳이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찾아와 내 커피숍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킬러 콘텐츠(여기서는 메뉴나 해당 커피숍만의 차별화된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런 것에 대한 아이디어가 없다면 중계동 은행사거리에서 신규 개업한 절반이 망하는데 그 절반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이건 꼭 중계동 은행사거리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프랜차이즈를 고민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런 부분을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알아서 고민하고 지원해 주니 말이다.

사진: UnsplashAlisa Anton

이번 글은 이 말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예전에 ‘퇴직하면 치킨집 하나 차리지’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회사 그만두고 커피숍이나 차리겠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접근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

그러니 데이터를 찾아 살펴보자. 이미 공공데이터는 너무도 많은 부분에서 오픈돼 있다. 그리고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직관적으로 알아볼 수 있게 시각화해서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문: 광화문덕의 브런치


광화문덕의 DXReport

업무효율화 툴이자, 소상공인 사장님들의 든든한 지원 프로젝트 DXReport 시리즈를 소개합니다.

  1. DXRepot : 뉴스 및 구글 자동 모니터 및 키워드 분석, 주식 종목 리포트 모니터, 네이버 블로그 분석 툴
  2. DXLawReport : 판례 검색 툴
  3. DXDicReport : 초중고 및 대학생, 직장인들의 영어단어 암기 돕기 위한 툴

혹여라도 상권분석에 대해 어려움이 있는 분이 있으시다면, 저의 브런치에서 ‘제안하기’를 통해 메일 주세요. 같이 데이터를 찾아 고민해 드릴게요. 언제든 편히 연락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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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팥빵 이야기: 14세기의 단팥만두, 그리고 19세기의 단팥빵 https://ppss.kr/archives/255588 Wed, 20 Jul 2022 05:58:50 +0000 http://3.36.87.144/?p=255588 문득, 단팥빵의 시작이 궁금해졌다

우연히 초대받게 된 ‘홀릭스‘라는 앱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단팥빵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동안 단팥빵에 대해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 없었기에, 각 잡고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글이 단팥빵의 시초는 일본이라고 적어놨다. 단팥빵은 일본에서 개발한 빵이며, 과자 빵 반죽에 팥앙금을 충전하여 만드는 과자 빵의 일종이라는 게 그 설명이었다.

단팥빵 출현의 배경에는 메이지유신이 있다. 이후 서구 문화가 일본에 밀려들어가 프랑스, 영국, 러시아 등 유럽 각국의 빵이 일본에 소개되었고, 이 과정에서 단팥빵이 개발되었다는 것이다.

참고문헌

  • 한국민속대백과사전 ‘단팥빵’ 항목
  • 고등학교 제과제빵(교육자원부·중앙교육진흥연구소, 2002), 빵·과자 백과사전(장상원, 민문사, 1992), 제과·제빵재료학(신길만, 교문사, 2004), 화과자대계(박근성, 비앤씨월드, 1994).

일본인들이 빵을 본 것은 16세기 이후다. 1543년, 포르투갈의 배 트럼엘타 호가 폭풍우로 일본의 다네가 섬에 도착했다. 당시 성주였던 다네가시마 도키타카는 배에 있던 포르투갈 사람들과 중국 사람들을 후하게 대접하고, 그 보답으로 철포 두 개와 화약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포르투갈인이 빵을 먹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 1549년 프란시스코 사비에르라는 선교사가 가고시마에 상륙해 기독교의 포교를 허락받았다. 그는 포교에 필요하다며 빵과 와인을 가지고 들어왔다. 이후 서양인의 왕래가 빈번해지면서, 서양 문화와 함께 과자가 들어왔다.

1720년 나가사키 야화에 따르면 설탕과 아몬드로 만든 과자인 하르테, 치즈케이크, 카스텔라, 별사탕, 캐러멜, 비스킷, 빵 등의 과자가 나가사키 지방의 토속 산물로 열거되어 있다. 이를 종합해 봤을 때, 일본에서는 400년 전에 이미 빵이 과자의 하나로서 일본에 자리잡았음을 알 수 있다.

단팥빵은 1875년에 기무라 야스베가 처음으로 개발했다. 유럽식 전통 빵과 다르게 밀가루에 효모를 넣지 않고 주정을 넣어 발효시켰다. 아시아인에게 친숙한 팥도 이용했다. 단팥빵을 비롯하여 우리나라 제빵계에서 가장 친숙한 품목인 크림빵, 소보로빵 모두 일본을 통해 우리나라에 전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이지 초기 시대의 ‘기무라야’ 빵공장. 여기에서 단팥빵을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 가게는 지금도 긴자에서 영업 중이다.

 

자, 그러면 이제 ‘단팥만두’에 대해서도 알아볼까

단팥빵 이야기를 하다 갑자기 단팥만두로 화제가 넘어가 놀랐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다음 문장을 읽어보면 단팥빵과 단팥만두가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단팥빵은 서양 빵과 동양 만두의 결합체다. 밀가루 반죽에 채소나 고기를 넣고 찐 게 만두다. 단팥을 넣은 밀가루 반죽을 동양식으로 찌는 대신에 서양식으로 구우면 단팥빵이 된다.

정리하면, 단팥을 넣은 밀가루 반죽이라는 측면에서 단팥만두와 단팥빵의 시작은 동일하다. 차이는 조리 과정이다.

그렇다면 이제 단팥만두의 시초에 대해 알아보자. 대부분의 글이 단팥빵을 만든 이가 일본인이라고 적어 둔다. 그런데 류잔 선사가 시조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건 또 무슨 말일까? 그래서 찾고 또 찾았다. 그러다 어렵게 찾아낸 글이 있다.

1341년, 원나라에 유학을 갔던 일본 승려인 류잔 선사가 귀국할 때 임정인이라는 이름의 중국인이 동행했다. 일본으로 온 임정인은 이후 절에서 만두를 빚으며 생활했다. 그는 만두 속에 고기 대신에 단팥을 넣었다고 한다.

신도 사이에서 이 단팥만두는 큰 인기를 끌었다. 그 사실이 일왕의 귀에까지 들어갈 정도였고, 이후 임정인의 단팥만두는 일본에서 만주로 발전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찐빵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화과자의 시조로 임정인을 받들고 있다고 한다. 이 글에서는 단팥빵이 서양 빵과 동양 만두의 결합체라 정의하고 있다.

일본의 만쥬
한국의 찐빵

단팥빵의 시조를 ‘단팥만두’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까? 이는 내가 아닌 관련 전문가의 몫이라 생각한다. 그래도 단팥빵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발굴한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마무리하며

단팥빵 위의 참깨가 늘 궁금했는데, 이제 알았다. 이 참깨는 단팥빵 속의 내용물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옛날에는 단팥빵의 종류가 두 가지였다. 하나는 팥 알갱이가 씹힐 수 있도록 체로 거르지 않은 통단팥을 넣은 것이었고, 또 하나는 팥을 체로 걸러서 가라앉힌 고운 앙금을 넣은 빵이었다고 한다. 겉으로도 두 빵을 구별할 수 있도록 통단팥 빵에는 겨자씨를 뿌리고, 팥앙금 빵에는 참깨를 뿌렸다는 이야기.

단팥빵 마시쪙!

원문: 광화문덕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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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살리는 대화법 “스낵토크” https://ppss.kr/archives/251341 Wed, 16 Feb 2022 01:14:34 +0000 http://3.36.87.144/?p=251341 “안녕하세요!” 답답한 마음에 찾아간 카페. 언제나 나를 반겨주시는 사장님이 앉아 계신다.

“잘 지내셨어요?” 사장님만의 억양이 반갑게 느껴진다. 자리에 앉아 10평 남짓한 카페를 둘러본다. 그사이 달라진 부분은 없는지 궁금해서다.

“최근에 CD를 주문했는데 LP판으로 왔어요. 반품하기도 그래서 이번 참에 LP 플레이어 장만했어요” 그러고는 LP 한정판이라며 최근 구매한 LP판을 꺼내 틀어주신다. LP판을 긁으며 울려 퍼지는 음악은 그만의 감성이 있는 것 같아 귀를 기울여본다.

“사장님 오늘도 커피 부탁드려요” 이곳에는 에스프레소 머신이 없다. 모든 커피는 사장님이 직접 드립 커피 방식으로 내려주신다.

우리의 대화는 시작되고, 사장님과 나는 우리가 잘살고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이 공간은 내게 마음 피난처이기도 하다. 우울할 때는 내 마음속 동굴처럼 와서 그냥 말없이 앉아있다 가곤 했다.

“사장님 저는 요새 말수를 줄이려고 해요. 친해지려고 제 허물을 터놓고 이야기했던 말이 제게 독화살이 되어 돌아오는 일들을 겪고 나니 그냥 말을 줄여야겠다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스낵토크가 필요해요.”

“네? 스낵토크요?”

“상대방과 늘  의미 있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만 할 수 없잖아요. 대화란 상대에게 내가 적의가 없음을 알리는 정도, 너와 나는 교류하고 있고 나는 너에게 우호적인 사람이라는 정도의 느낌만 줘도 돼요. 그렇게 한다면 상대가 굳이 나를 씹을 필요가 없을 테니까요.”

“하… 어렵네요. 전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늘 진지하고 의미 있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거든요. 무의미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것이 시간 낭비 같아서요… 무의미한 대화를 주고받는 시간이 아깝고 그런 대화를 하는 것 자체에 대해 회의적이었다고 할까요.”

“하지만 잘 생각해봐요. 말수를 줄이거나 상대와 말을 끊어버리면 그 사람도 느끼겠죠. 광화문덕 님이 자신을 경계하고 있고 뭔가 불편해서 피하고 있다는 걸요. 그러다 어떤 계기가 생겨서 혹은 오해가 있지만 불편하니 그냥 지나치는 일들이 반복되면 결국 적대감으로 확대될 수도 있을 거예요. 오해는 부정적인 기폭제와 같으니까요. 그럼 그때부터는 돌이킬 수 없을 거고요. 그래서 이런 상황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이 스낵토크인 거죠.”

“이제 이해했어요. 그런데 머리는 이해했지만, 마음이 스낵토크에 대해 받아들일 준비가 전 아직 안됐나 봐요…”

“스낵토크는 대화를 하고 있지만, 대화하지 않는 것과 같아요. 상대와 말은 하고 있지만 나에 대한 정보는 어떤 것도 전달하지 않으니까요. 그냥 무의미한 대화들을 주고받으며 서로 적대하지 않는 걸 보여주는 암시 같은 것이랄까요”

스낵토크라… 사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주변에 서로 무의미한 이야기들을 주고받는 이들을 종종 보곤 한다. 나는 그들을 그동안 이해하지 못했다. 이 소중한 시간에 왜 그런 서로에게 어떤 의미도, 가치도 없는 이야기들을 그리고 그 어떤 것도 서로에게 유익하지 않은 말들을 주고받는지에 대해…

하지만 그것은 사회생활을 하기 위한 하나의 고급 스킬 장비였다. 라오킹으로 따지면 5티어급 황금 장비랄까.

원문: 광화문덕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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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및 본문 이미지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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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수가 적어지는 이유: 나이가 들수록 ‘내 말’이 나를 해칠 수 있다 https://ppss.kr/archives/250806 Thu, 03 Feb 2022 01:30:28 +0000 http://3.36.87.144/?p=250806 소통이 중요한 줄 알았다

착각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은 저마다 신념 같은 것이 생긴다. 자신이 듣고 보고 느낀 것을 토대로 구축한 하나의 통계치다. 그것을 기준으로 상대의 말과 행동을 평가하고 판단한다.

처음 만난 사람들은 서로를 경계하며 탐색하는 시간을 갖는다. 10대와 20대, 30대 때까지만 해도 이 시간 동안 서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소통을 늘려나가야 한다고 믿었다.

내가 순진했다. 직장이란 공간에서 내 속을 함부로 꺼내 보이면 안 된다. 그건 내 약점을 노출하는 것과 같다. 직장은 치열한 전쟁터인데 내가 바보 같았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같은 공간에서 협업하면서 나아가려면 단점보다는 장점을 보려고 애쓰는 이들도 많다. 연인 관계를 빗대어 말하면, 처음에 서로의 호감을 사기 위해 장점만을 찾아 칭찬하고 아껴주고 하며 부단히 노력한다랄까.

하지만 노력이 소홀해지는 순간 비극은 시작된다. 상대의 마음을 얻었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상대가 내게 의지한다고 믿는 시점부터 변하는 것이 인간이다. 상대의 장점을 찾으려 애쓰는 것이 줄어들고, 자신이 해왔던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바라는 마음이 싹트면서부터… 단점이 눈에 거슬리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협업은 깨진다. 그를 믿고 말했던 나의 약점들이 날카로운 칼날로 에워싼 부메랑이 되어 나를 향해 돌아온다.

 

이제부터는 매 순간 선택해야 한다

출처: Freepik

내 단점을 크게 보는 그, 그의 단점이 눈에 거슬리는 내가… 올 한 해를 마지막으로 서로 다른 업무를 찾아갈지,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더 많이 노력하며 함께 나아갈 방법을 찾을지… 이때부터는 말수를 줄여야 한다.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마구마구 눈에 띄는 단점들에 대해… 굳이 불필요한 말을 보태며 내가 상대에게, 상대가 나에게 쏘아대는 순간, 우리가 서로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했던 수많은 시간은 물거품이 되어 사라진다.

본인만 모른다. 자신이 내뱉은 말 속에 드러난 가시를. 그로 인해 자신이 초반에 그토록 더 나은 협업 관계를 만들려고 노력했던 이들이 상처를 받고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어느 순간부터 상대와 거리를 둬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 마음이 들 때면 좋았던 순간, 잊지 못할 순간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그 순간들을 떠올리며 지금의 현실 속 스트레스를 감내하려고 애쓰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을 자각하는 순간이 오는 것은 한순간이다. 내 마음 속 인내의 끈은 끊어지고 만다.

 

이 순간 떠오르는 이가 있다

내가 존경하는 분이 계신다. 그는 말수가 극도로 적다. 후배들 앞에서 그 어떤 빈 소리도 하지 않으신다. 그저 주로 듣고 웃어 넘기신다. 물론 말을 꼭 해야 하는 상황이 올 때면 정말 꼭 필요한 말씀만 하신다.

그분을 처음 알게 된 것은 10여 년 전, 그분이 차장이셨을 때다. 어느덧 팀장이 되고 임원이 되셨다. 매월 한 번은 찾아뵈려고 한다. 만나 뵈면 늘 나의 신세 한탄이 이어진다. 그렇게 하지 말아야지 다짐하고 만나곤 하지만 그분 앞에만 서면 어린아이처럼 거침없이 현실 속 직장 내 분통을 토해내듯 쏟아낸다.

요즘 그분이 이토록 말수가 적어진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직책이 올라갈수록 나이가 들어갈수록 말이 많아서 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은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요새 말수가 줄고 있다. 정말 어릴 적부터 본 사람이 아니면 쉰 소리를 안 하려고 한다. 말이 많으면 실수가 불가피하고, 아이스브레이킹을 하기 위해 뇌를 거치지 않고 내뱉은 말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때가 많다는 것을 알아서다.

원문: 광화문덕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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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미로, 어디로 가야 하는지: 영화 “머니볼” https://ppss.kr/archives/248956 Mon, 10 Jan 2022 04:34:36 +0000 http://3.36.87.144/?p=248956
머니볼(2011)

인생은 늘 불공평한 듯 보인다. 가진 자들과 덜 가진 자들의 경쟁이고 전쟁터이니 말이다. 머니볼에서도 그러한 모습은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단장 빌리 빈(브래드 피트)은 턱없이 부족한 예산으로 구단을 이끌어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쓸만한 선수들은 모두 타 구단에서 빼앗아갔다. 그들의 자리를 대체해야 할 선수를 구해야 하지만 문제는 돈이다. 단장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야구를 해보려 한다.

하지만 이는 기존 메이저 야구 방식이 아니다. 선수들의 출루율 데이터를 기반으로 타 구단에서 사실상 방치되어 있는 선수들을 발굴하고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그들을 영입해 경기를 뛰려고 한다. 감독은 그것은 야구가 아니라며 반발하며 정석대로 할 것이라고 고집을 부리지만, 결국 소위 메이저리그에서 통하는 상식으로 기용 될만한 선수들 모두 트레이드하는 극단적 처방을 단장은 하게 된다.

그렇게 단장인 브래드 피트는 기존 메이저리그 방식이라고 통하는 게임의 법칙을 송두리째 뒤흔들어버린다. 그러면서 브래드 피트는 말한다.

가난한 구단이 우승하면 변화를 일으킬 수 있어. 내가 원하는 건 그거야. 난 변화를 일으키고 싶어.

나는 그들의 생리를 알아. 마지막 시즌에서 패배하면 모두 유령 취급하지.

영화는 브래드 피트의 과감한 도전이 성공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오클랜드는 20연승 달성에 성공하며 서부 지구 우승 후 ‘2002년 아메리칸 리그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챔피언십 진출은 좌절된다.

플레이오프에서의 패배 후 영화 속 내레이션에는 당시 평가가 적나라하고 생생하게 흘러나온다.

애틀레틱스 실력은 불안정하고 야구를 완전히 바꿔보겠다는 단장과 주변 브레인들의 생각은 애초부터 잘못된 거야. 야구는 컴퓨터의 통계 숫자 놀음이 아니라 몸으로 하는 거라고. 때론 도루와 희생번트가 필요하고 안타 치고 홈을 밟으며 점수를 내는 거지. 그런 스포츠를 숫자 놀이로 접근하려 한 게 잘못이지.

세상은 결과만을 가지고 모든 것을 평가하는 시대다. 그게 현실이다. 과정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과정 속에서 아무리 역사에 남을 20연승을 했다고 하더라도 챔피언십 우승을 하지 못하면 어차피 패배자일 뿐이다. 그게 혹독하고 냉혹한 현실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가운데에서 과정 속 희망을 보는 이가 있기에 우리는 꿈꾸는 걸 이어갈 수 있다. 보스턴 레드삭스 구단주는 빌리의 의미 있는 도전이 사실상 성공했음을 인정해줬다.

돈이 좋은 점은 많은 걸 할 수 있다는 거야. 야구계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깔아뭉갤 수 있는 사치도 누리게 해 주니
욕을 많이 먹은 건 알지만, 오래된 틀을 깨려면 아픔이 따르지.
저들은 야구의 방식뿐 아니라 야구 자체를 위협당한 거야.
무엇보다 두려운 건 생계가 끊기고 삶의 방식이 바뀌게 되는 거지.
그런 상황에선 그 누구나 그 일의 주도권을 쥔 자들, 결정권을 가진 자들은 다 광분하게 되어 있어.
이젠 자네 모델대로 팀을 재조직하지 않는 구단은 도태당할 거야.

그는 가난한 구단을 통해 변화를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다. 다른 이들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정작 빌리는 자신의 도전이 실패했다고 생각했다. 영화는 이제 마지막을 향해 달려간다. 빌리는 자신의 픽업 트럭을 타고 가고 있다. 그리고 딸이 준 녹음 CD를 튼다. 그리고 흘러나오는 영화의 OST. Lenka의  ‘The Show ‘.

난 잠시 중간에 멈춰있는 것뿐이야.
인생은 미로 사랑은 수수께끼.
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
노력해봤지만 혼자서는 할 수 없어.
그리고 난 이유를 모르겠어.

I’m just a little bit caught in the middle
Life is a maze and love is a riddle
I don’t know where to go
I can’t do it alone I’ve tried
And I don’t know why

난 시기를 놓쳐버린 소녀일 뿐.
정말 무섭지만 내색하진 않아.
난 알아낼 수가 없어.
그게 날 우울하게 하는 걸 알지만 난 그냥 내버려 둘 거야.
그리고 그냥 쇼를 즐길 거야.

I’m just a little girl lost in the moment
I’m so scared but I don’t show it
I can’t figure it out.
It’s bringing me down I know. I’ve got to let it go.
And just enjoy the show. Just enjoy the show.

원문: 신동진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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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에너지는 너를 위해 써” 절대 사람을 피해 이직하지 마라 https://ppss.kr/archives/217845 Thu, 11 Jun 2020 10:30:23 +0000 http://3.36.87.144/?p=217845

선배, 얼굴 한번 봐야죠.

며칠 전 스치듯 바람결에 날아온 후배의 안부 인사. 미세하게 떨리는 후배의 목소리는 그의 말을 흘러가게 놔둘 수 없게 만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이 자리에 마주 앉아있다. 요즘 내 주머니 사정을 알았는지, 후배는 순댓국을 먹자고 했다.

광화문 일대를 워낙 잘 안다고 생각했던 자만감 때문에, 주변을 헤매다 10분이나 늦어서야 순댓국집에 도착했다. 후배는 미리 와서 눈치가 보였는지 내 것까지 이미 주문을 해놓은 상태였다. 다행히 도착하자마자 순댓국이 나왔다.

무슨 일 있어?

앉자마자 무슨 일이 있는지부터 대뜸 꺼냈다. 하지만 후배는 딴청을 피웠다.

여기 순댓국집이 맛집이에요. 늦게 오면 기다려야 해요.

그랬다. 11시 40분, 이르다면 이른 점심시간이었으나 이미 좌석은 꽉 차 있었다. 작은 문밖으로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순댓국을 먹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일단 먹기부터 하자고 했다. 분위기를 보니 오래 대화를 나누며 느긋하게 기다리는 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순댓국을 먹으며 잠자코 기다리기

1920년대와 30년대의 초기 순댓국은 돼지 삶은 물에 내장을 넣고 기호에 따라 우거지와 함께 끓인 국이었다고 한다. 순댓국에 순대가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붕어빵에 붕어가 안 들어간 것처럼 말이다.

순댓국이라 하는 것은 돼지 삶은 물에 기름을 건져 버리고 우거지를 넣어 끓이면 우거지가 부드럽고 맛이 좋다. 그러나 이 국물에 그냥 내장을 썰어 넣고 젓국을 처서 먹는 것은 술집에서 하는 상풍이다. 이 국물에다가 된장을 걸러 붓고 무나 우거지와 콩나물, 소고기까지 넣고 끓여야 맛이 좋다. 이 국은 많이 먹으면 설사가 난다.

  • 동아일보, 1931년 10월 3일 자
출처 :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동아일보 1931년 10월 3일 자

그러다 1940년대에 들어서면서 지금과 같은 순댓국이 된 것으로 보인다.

1946년 손정규의 《우리 음식》에는 돈장탕(豚腸湯)이라 하여 돼지고기, 선지, 찹쌀이나 녹말가루, 숙주나물, 배추김치 등을 잘 섞어 양념한 뒤 돼지 창자에 넣고 끝을 묶어 삶아서 그 삶은 물에 잘라 넣어 먹는 음식이 기록되어 있다.

  • 육경희 순대실록, 2017

 

근처 커피숍으로 이동한 후, 후배가 털어놓은 이야기

광화문은 커피숍이 참 많은 곳이다. 하지만 그만큼 어딜 가나 수많은 인파로 만원이기 일쑤다. 후배를 나의 아지트인, 한적한 커피숍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대화를 나눴다.

선배, 너무 힘들어요.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후배는 새로 이직한 회사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엄밀히 따지자면 예전 회사의 좋은 부분과 지금 회사의 안 좋은 부분을 비교하며 부정적 요인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가 지금의 일터로 변경하고자 결심했을 당시만 해도 그는 분명 현재 회사의 안 좋은 부분과 이직할 회사의 좋은 부분을 비교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이직하고 나니 좋은 부분보다 아쉬운 부분, 부족한 부분에 더 신경 쓰며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이었다.

잘 생각해봐. 우리는 늘 더 나은 것을 소유하고자 해. 사랑도 직장도 물건도 말야. 그런데 이상하지. 늘 가지기 전에는 그것만 있으면 될 것 같았는데… 막상 내 것이 되고 나면 이내 좋은 것보단 아쉬운 부분, 부족한 부분에 집중하게 되니 말야.

사실 이 세상 어디에도 완벽한 조직은 없다. 그건 이상일 뿐이다.

또라이 불변의 법칙이란 거 들어봤지? 내 경우를 돌이켜봐도 그래. 지금 직장에서 날 괴롭히거나 꼴 보기 싫은 사람 때문에 이직하며, 이직한 곳에는 상또라이가 둘이나 있더라고. 어딜 가나 사람 때문에 힘들어. 그건 피할 수 없는 거야.

이직은 사람이 싫어 도피하듯 하면 안 돼. 어차피 상또라이가 제곱으로 있을 테니까 말야. 만약 그곳에 또라이가 없어서 네가 너무 행복하다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해. 네가 상또라이일 수 있어. 네가 어느새 네가 그토록 싫어했던 괴물이 되어버린 것일 수 있어…ㅎㅎ.

(정색하고) 지금 네가 고민하는 것도 맞지만, 이렇게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일단 너무 힘들면 다음 플랜을 짜 보자. 하지만 한 번 더 명심해야 해. 사람을 피해서 이직하면 안 돼. 네 목표와 비전을 이루기 위해 이직하는 거지.

그러니 목표와 비전을 명확히 하고, 지금 상황에서 그것을 이루기 위해 해야 할 것들에 집중해 봐. 현재의 부정적 인식은 어차피 도움이 안 돼. 너를 위해 네 에너지를 쓰도록 노력해 봐.

후배와 1시간여의 진지한 상담을 마치고 회사로 돌아오는 길에 혼잣말을 하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

어느 순간 너도 알게 될 거야. 40대가 되어 보면, 네가 하는 게 어떤 고민인지 말야. 부디 40대가 되어 후회하지 않길 바랄 뿐이야. 집중해야 해, 너의 에너지를. 너를 성장시키기 위해, 너의 미래를 위해…

원문: 신동진의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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