ㅍㅍㅅㅅ https://ppss.kr 필자와 독자의 경계가 없는 이슈 큐레이팅 매거진 Mon, 02 Jan 2023 08:37:25 +0000 ko-KR hourly 1 https://wordpress.org/?v=5.8.10 https://ppss.kr/wp-content/uploads/2015/07/ppss-100x100.png ㅍㅍㅅㅅ https://ppss.kr 32 32 멋진 이야기를 쓰기 위한 25가지 주제 https://ppss.kr/archives/48674 https://ppss.kr/archives/48674#respond Mon, 25 Jun 2018 00:00:54 +0000 http://3.36.87.144/?p=48674 a

멋진 이야기를 쓰고 싶은 당신, 그러나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요? 여기 25개의 이야기 아이디어를 제시합니다. 흥미 있는 주제를 골라 이야기를 발전시켜보세요. 이 주제들은 영국에서 창의적 글쓰기를 배우는 GCSE 과정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코스웍 예제로, 기존 유명한 작품의 플롯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멋진 이야기를 쓰기 위한 스물다섯 가지 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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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 노인이 오래전 죽은 부인과 함께 찍은 사진을 잃어버린다. 그는 사진을 찾기 위해 죽은 부인의 물건들을 뒤지다가 그녀가 감춰둔 노트를 발견하는데 그 속엔 그가 전혀 모르던 비밀이 담겨 있었다. (톰 해리슨의 <Long Distance>)
  2. 쓸쓸하게 살던 할머니가 죽고 손녀딸은 할머니 생전에 자주 찾아가지 못한 것에 죄책감을 느낀다. 그녀는 할머니 유품을 정리하다가 할머니에게 숨겨둔 가족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엘리자베스 제닝스의 <Grandmother>)
  3. 한 여자(혹은 남자)가 절친에게 질투심을 느낀다. 질투심은 목숨까지 위협할 정도로 번진다. (셰익스피어의 <Othello>)
  4. 외모에 집착하며 거울 앞을 떠나지 않던 모델이 어느 날 얼굴이 망가지는 사고를 당한다. (실비아 플라스의 <Mirror>)
  5. 고층빌딩에 처음 관광 온 가족이 있다. 식구들은 모두 전망대로 올라가고 싶어 하는데 누군가는 9살 난 소년과 함께 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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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린아이가 케이크를 먹고 싶어 하지만 선반에 손이 닿지 않아 꺼내지 못하고 있다. 아이의 시점에서 케이크의 데코레이션과 상상의 맛 등을 재미있게 구성해보라.
  2. 남자는 여자에게 빠져 있다. 그러나 여자는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 여자가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가 알게 된 시점부터 시작하라. (캐롤 앤 더피의 <Harvisham>, 사이먼 아미타지의 <Give>, 스티비 스미스의 <The River God>)
  3. 남자는 연극에서 주연을 맡고 싶어 한다. 그러나 연출자에게 그는 첫 번째 선택이 아니다. 그러나 그의 가슴 속엔 어떻게든 그 배역을 따내고 싶은 위험한 야망이 싹튼다. (셰익스피어의 <Macbeth>)
  4. 질투심 많은 여자가 남편의 뒤를 쫓는다. 플래시백으로 이유를 설명하라. (<Medusa><Othello><Harvish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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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이가 친구의 생일파티에 가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날 아빠와의 중요한 약속이 있다. 이야기를 아이가 아빠와의 약속을 뒤늦게 알게 된 때부터 시작하라.
  2. 한 번도 요리와 빨래를 해본 적 없는 노인이 부인이 죽고 난 후 장례를 치르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는 이제 어떻게 혼자 살아갈 것인가. (테드 휴즈의 <Old Age Gets Up>)
  3. 당신은 숲속에서 길을 잃었다. 그런데 앙금이 있던 누군가와 우연히 만난다. 두 사람은 함께 숲속을 헤매다닌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The Road Not Taken>, D.H.로렌스의 <Storm in the Black Forest>)
  4. 번화한 도심에서 엄마가 아이를 잃어버린다. 아이는 평소 엄마에게 성가시게 굴곤 했었다. 엄마의 시점으로 묘사하라. (사이먼 아미티지의 <Mother a Distance Greater>)
  5.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가 자동차 사고를 당해 다리를 절단당한다. 그는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로버트 프로스트의 <Out,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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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랫동안 멀리 떨어져 있던 아빠가 아이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집으로 온다. 아빠와 아이는 서로 어떻게 반응할까? (시머스 히니의 <Follower>)
  2. 복권에 당첨된 후 주위 사람들이 조금씩 무언가를 요구하기 시작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 우정을 지킬 것인가 혹은 도망갈 것인가.
  3. 소녀가 아끼던 물고기가 죽었다. 플래시 백을 이용해서 재미있는 단편을 써보라.
  4. 우연히 아빠의 휴대폰에서 아빠의 애인으로부터 온 문자 메시지를 보았다. 엄마는 이 사실을 전혀 모른다. 이 당황스러운 장면으로부터 시작하는 이야기를 만들라.
  5. 두 남녀가 첫눈에 보고 반한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시작하라. (셰익스피어의 <Romeo and Juliet>, 캐롤 앤 더피의 <Hour>, 앤드류 마벨의 <To His Coy Mistress>, <Sonnet 18 Shall I Compare Thee>, <Sonnet 116 Let Me Not>, <Quickdr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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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집이 엉망이 됐다. 그런데 손님이 오기로 했다. 집을 치울 사람은 당신밖에 없다. 요리도 해야 한다. 그 과정을 자세히 묘사하라.
  2. 당신은 친구와 산속으로 캠핑을 떠났다. 텐트에서 잠을 자는데 밖에서 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3. 당신은 쫓기는 중이다. 당신에겐 그들이 원하는 무언가 특별한 게 있다. 그러나 당신은 그게 뭔지 모른다. 도시, 버려진 창고, 브라질, 숲속, 절벽 등 장소를 선택한 뒤 옮겨 다녀라.
  4. 당신은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최후의 생존자다. 이제 그들이 당신을 찾아냈다. <나는 전설이다>의 플롯을 에드윈 뮈어의 포스트 묵시록 시 ‘Horses’ 혹은 <파리대왕>과 결합시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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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폭군인 왕이 당신의 가족을 죽였다. 이제 당신은 복수를 하려 한다. 이야기의 시작은 당신이 복수의 칼을 갈고 성안으로 들어오면서부터다.
  2. 아침에 일어났는데 몸이 어딘지 이상하다. 거울을 보니 거대한 곤충으로 변해 있다. 방 안으로 들어온 가족이 깜짝 놀란다. 당신은 어떻게 반응할 텐가? (카프카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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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 인생은 원테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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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머의 루머의 루머’ 사소한 말 한마디가 사람을 죽인다 https://ppss.kr/archives/118179 https://ppss.kr/archives/118179#respond Fri, 15 Jun 2018 00:01:16 +0000 http://3.36.87.144/?p=118179

최고의 엉덩이 – 해나

이 사소해 보이는 쪽지 한 장이 자살을 불러왔다.

넷플릭스 드라마 〈루머의 루머의 루머(Thirteen Reasons Why)〉는 제이 애셔가 2007년 펴낸 동명의 소설이 원작이다. 고등학생 해나가 자살한 13가지 이유를 추적해간다. 해나는 자살하기 직전 자신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를 되짚어 13명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13명이 모두 커다란 죄를 저지른 것은 아니다. 가장 큰 죄는 한 사람이 범했지만, 그것은 단지 충동적으로 그 순간에만 존재했던 사건이 아니라는 게 해나의 생각이다. 나비효과처럼 크고 작은 인과관계가 얽힌 결과 마지막 사건으로 이어진 것이다. 13명 중 누군가는 꽤 사소한 잘못을 저질렀을 뿐이어서 억울할 수도 있지만, 작은 부주의가 쌓이고 쌓여 한 사람을 궁지로 몰아넣는 지경에 이르렀다. 즉, 쪽지 한 장도 살인의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

사건의 발단은 해나가 저스틴이라는 남자친구를 사귀면서부터다. 저스틴은 놀이터에서 놀던 중 미끄럼틀을 내려오는 해나의 엉덩이가 드러난 우스꽝스러운 사진을 찍었는데 그 사진이 같은 반 학생들에게 공유되면서 해나는 순식간에 ‘헤픈 여자’로 낙인찍힌다.

나쁜 소식은 빨리 퍼지고 한 번 생긴 고정관념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예민한 시기인 10대라면 더더욱 그렇다. 왕따가 된 해나는 제시카와 알렉스라는 새 친구를 사귀지만 오래 가지 못한다. 학생회장 후보로 나올 정도로 인기 있는 코트니와 어울리지만 해나의 사진을 보자마자 순식간에 안면을 몰수한다. 남학생들은 자기들끼리 내기를 하며 해나에게 접근해온다. 스토킹하며 몰래 사진을 찍는 학생도 있다. 해나는 숨을 곳이 없어 괴로워한다.

드라마는 해나가 가장 의지하는 친구 중 하나인 클레이 젠킨스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그는 해나가 남긴 카세트테이프에 등장하는 13명 중 하나다. 자신이 그녀 자살의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을 견디지 못한 클레이는 테이프를 천천히 들으면서 당시를 회상하고 인물들의 행적을 하나씩 추적해간다. 그는 해나를 그렇게 만든 이들에게 소심한 복수를 하기도 하고 자신의 과거가 드러날 때는 스스로 반성하기도 한다. 13부작인 드라마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씨줄과 날줄처럼 촘촘히 얽힌 이야기 실타래를 풀어간다.

드라마 초반부에 사소한 원인들이 밝혀질 땐 이야기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중반부에선 클레이가 지닌 ‘진짜’ 사연은 대체 무엇인지 호기심이 생긴다. 마침내 11부에서 클레이의 과거가 밝혀지고, 12부와 13부에서는 해나의 직접적인 자살 원인이 드러나며 극이 마무리된다. 드라마는 전반적으로 미스터리 구조로 구성되어 있어 이야기를 따라가는 재미가 있고, 감정 묘사가 세밀해 인물들에 대한 여운이 오래 남는다. 중반부에는 비슷한 사연들이 반복돼 피로감이 일기도 하지만 후반부에 굵직한 사건들이 벌어지면서 다시 탄력을 회복한다.

〈루머의 루머의 루머〉는 범인은 디테일에 있다고 말하는 드라마다. 사소한 잘못이 누군가에게는 큰 상처가 된다는 것. 학교도 학생도 상담 교사도 모두가 자신의 관점에서만 생각해 정작 큰 위기에 처한 학생을 돌보는 데 소홀했다는 것을 차분히 설명해간다.

죽기 직전 해나가 필요로 했던 것은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믿었던 사람의 따뜻한 말 한마디였다. 누군가 한 명이라도 그녀가 기댈 어깨를 내밀었다면 그녀는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기회는 많았다. 해나는 분명히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알아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루머들만 증폭돼 떠돌아다녔고, 누구도 루머의 진위를 파악해보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소문 속에서 해나는 죽어갔다.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 또 다른 해나를 막아야 한다는 클레이의 대사는 꽤 교훈적이고 진지하다. 클레이 역의 딜런 미네트는 어린 ‘석호필’ 웬트워스 밀러를 보는 듯 시종일관 진중한 표정으로 극의 중심을 잡아간다. 해나 베이커 역의 캐서린 랭포드는 이 드라마로 뉴 스타로 떠올랐다.

원문: 유창의 무비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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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무어가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12가지 방법 https://ppss.kr/archives/80218 https://ppss.kr/archives/80218#respond Mon, 21 May 2018 02:26:48 +0000 http://3.36.87.144/?p=80218 ※ 허핑턴포스트에 실린 마이클 무어의 연설문 「13 Rules for Making Documentary Films」을 참조한 글입니다. 한글 번역 전문은 여기서 볼 수 있습니다.


MichaelMooreCannes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

마이클 무어는 항상 뜨겁고 주관이 강한 작품을 만들어온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입니다. 1989년 〈로저와 나〉로 호평 받으며 데뷔했는데요. 35세까지 변변한 직업이 없던 무어는 16밀리 카메라 하나를 구입해 들고 다니며 3년 동안 영화를 찍었고, 독특하고 재미있으면서 뼈있는 일침을 날리는 다큐멘터리로 명성을 얻었습니다.

이후 그는 자신의 명성을 적극 활용하며 총기규제, 부시정부, 의료보험 등을 정면으로 겨냥한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콜럼비아 고등학교의 총기사고 원인을 추적한 〈볼링 포 콜럼바인〉(2002)을 만들어 칸 영화제 55주년 특별상과 아카데미 장편다큐멘터리상을 받았는데요. 2003년 오스카 시상식에서 부시 대통령을 향해 “Shame on you!”라고 한 발언이 오랫동안 화제가 됐죠.

부끄럽지만 친구하쟈능
부시의 친구 마이클 무어

이듬해 9·11 테러 이후 이라크 침공을 감행한 부시 정부의 비리 커넥션을 파헤친 〈화씨 9/11〉(2004)을 공개했고 칸 영화제는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화답했습니다.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 전세계 최대 흥행 기록도 갖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민간 의료보험의 이면을 폭로한 〈식코〉(2007), 미국식 자본주의의 결점을 주관적으로 비판하고 변호한 〈자본주의: 러브스토리〉(2009) 등을 만들었습니다.

의 한 장면. 단호하기 이를 데가 없습니다...
〈자본주의 러브스토리〉의 한 장면. 단호합니다.

그의 작품은 항상 인터뷰 대상을 비꼬거나 막무가내식 도전을 통해 정면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데 그 밑바탕에는 항상 유머가 깔려 있어 비판의 당사자가 아니라면 누구라도(…) 즐겁게 영화를 볼 수 있습니다. 올해 62세인 무어는 작년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참석해 자신이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연설했는데요. 그 내용을 리스티클 형식으로 정리해 싣습니다.

1. 다큐멘터리가 아닌 영화를 만든다고 생각하라

다큐멘터리를 만들 땐 다큐멘터리를 기획하여 만든다는 생각을 하지 말고 영화를 만든다고 생각하라. 다큐멘터리가 아닌 영화를 만들기 시작하라. 이야기 전달 방법으로 영화라는 멋진 예술 매체를 선택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만일 정치가 목표라면 입당을 하거나 시위에 참가할 수 있다. 또 설교를 하고 싶다면 신학교를 가서 목사가 되면 된다. 강의를 하고자 하면 교사가 돼라. 그러나 여러분이 선택한 직업은 영화다. 영화를 만드는 것에 집중하라.

난 오늘 ‘다큐멘터리인’이라는 단어는 죽었다고 선포한다. 우리는 ‘다큐멘터리인’이 아니라 ‘영화인’이다. 마틴 스콜세지도 ‘픽션인’ 같은 단어로 자신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우리는 ‘다큐멘터리인’이라는 없는 말을 제조해 우리 자신을 묘사하는가? 이런 식으로 우리가 우리 자신을 코너에 몰아넣을 필요는 없다. 그렇잖아도 이미 우리는 충분히 격리된 상태에 있지 않은가.

영화인 마이클 무어
영화인 마이클 무어

 

2. 다큐멘터리는 엔터테인먼트다

열심히 일한 사람들은 드디어 주말이 되면 영화를 보러 갈 희망에 부풀어 있다. 극장의 불이 꺼지는 동시에 자신이 어딘가 다른 세계로 빠져들기를 원한다. 웃든, 울든, 생각하게 하든 관객은 빠져들고 싶다. 하지만 아무도 훈계를 받고 싶어하지는 않는다. 관객들이 바라는 것은 엔터테인먼트다.

제인 로더와 레퍼티 형제가 1982년에 만든 〈핵 카페(The Atomic Cafe)〉는 냉전 시대에 제작된 공포 조작 영화에서 여러 장면을 편집해 만든 작품이다. 지구의 멸망과 파멸에 대한 진지한 주제를 다룬 영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은 상영 내내 폭소를 터트렸다. 그런데 그 웃음은 그 어떤 진지한 교훈보다 더 큰 역할을 했다. 웃음은 현실에서 받는 고통을 치료하는 약이다. 그러니 진실을 추구하는 영화 내용을 쉽게 소화되게 하기 위해 꿀을 좀 섞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

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유머라고 믿는다. 언제부터인지 진보는 유머감각을 잃었다. 웃기는 것이 잘못된 것처럼 여겨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전에 TV 쇼를 맡았을 때 작가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웃기면 안 되는 주제를 다 적어봅시다. 그리고 이런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유머로 전달합시다.

판사님도 웃게 만들어야 한다.
판사님도 웃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목록을 만들었다. 대참사, 에이즈, 아동학대… “아동학대에 대한 웃긴 영화라고? 말도 안 돼”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물론 아동학대에 대한 희극을 만들자고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유머적인 요소를 이용하여 관객에게 충격을 줄 수 있다면 당연히 그렇게 할 가치가 있다. 유머는 권력으로 다른 이를 압박하는 사람을 적대할 수 있는 매우 날카로운 칼이다.

 

3. 관객이 분노하게 하라

내가 관객에게 바라는 것은 격분이다. 우울함은 수동적이지만 분노는 능동적이다. 분노를 느낀다면 5~10%의 관객은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뭔가 해야 돼. 지인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달해야 해. 더 알아봐야겠어. 이런 운동에 참여할 거야!

fahrenheit

〈화씨 9/11〉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할 때 이야기다. 심사위원장은 쿠엔틴 타란티노였다. 그는 시상식 후 식사 시간에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의 이번 영화가 나를 어떻게 바꿨는지 이야기해 드리고 싶어요. 사실 난 평생 투표를 한 적이 없어요. 등록도 안 한 상태이지요. 하지만 LA에 돌아가자마자 등록을 할 거예요.”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상을 받은 것보다 지금 한 말이 나에게는 훨씬 더 소중합니다. 왜냐면 당신이 느낀 것처럼 다른 수천 만 명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그것보다 바랄 것이 없으니까요. 이런 영화로 방금 말한 결과가 이루어지는 걸 볼 수 있다는 게 내 인생의 가장 큰 업적일 테니까요.”

데모꾼 마이클 무어
데모꾼 마이클 무어

 

4. 관객이 이미 아는 것은 버려라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은 또다시 듣고 싶지 않다. 원자력 발전이 나쁘다거나 유전자 조작 식품이 해롭다는 사실을 마치 자신이 처음 발견한 것처럼 떠드는 감독의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다. 혼자만 그 사실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설명충 다메요
설명충 다메요

물론 세상에는 바보들이 많다. 하지만 그들에 대한 걱정은 잊어버리고 나머지 똑똑한 사람들에게 집중하자. 그들이 세상에 변화를 일으킬 주역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뻔한 이야기는 금물이다. 생소한 것을 소개하라. 관객이 이제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을 다루는 것이 여러분의 임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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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와 나〉를 만들 때 일이다. 플린트 시에서 세를 들어 살고 있는 한 가족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경찰관에 의해 퇴거당했다. 임대료 150달러를 한 달 동안 못 냈다는 이유였다. 나는 그 경찰관을 촬영했다. 집 안에 있던 트리와 아이들 선물까지 길가에 내다놓는 그에게 “매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이렇게 퇴거시킵니까?”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는 “매년 4~5 가족을 크리스마스 때마다 쫓아내지요”라고 하더라. 그래서 “왜 난 한 번도 이런 광경을 못봤지요?”하고 물었더니 “글쎄요.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며 대낮에 쫓아내는데요”하는 것이었다.

플린트에는 4개의 지역 방송국이 있다. 그런데 그들은 이런 뉴스를 한 번도 내보낸 적이 없다. 이런 게 진짜 범행이 아니면 뭔지 난 모르겠다. 즉 은폐된 이야기를 알리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는 그만하자.

 

5. 진부함은 최대의 적이다

내 편집실 게시판에 이런 문구가 붙어있다. 하나는 “확실하지 않을 때는 나(무어)를 편집해 버려라.” 또 하나는 “기억하자. 우리의 관객은 이 영화가 끝나면 집에 돌아가서 섹스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관객의 저녁 시간을 망칠 영화를 만들면 안 된다. 일주일 내내 섹스할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금요일 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아, 너무 끔찍했어. 기분이 칙칙하네.” 이런 상태가 된다면 불꽃놀이는 물 건너 간 것이다. 관객에게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하는 건 옳지 않다. 관객이 영화를 보고 나올 때 에너지와 열정은 흥분 상태에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새로운 방법,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고안해야 한다.

 

6. 정말 나쁜 인간들의 정체를 밝혀라

지난 몇 년간 역사에 관한 굉장한 다큐멘터리들이 있었다. 팔레스타인에서 발생 중인 상황을 다룬 〈다섯 대의 부서진 카메라〉(2011) 같은 작품은 놀랍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미국 내에서 일어나는 정치 상황에 대한 다큐멘터리는 많지 않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좋은 작품들이 많지만 대부분 혹시 법적 문제가 야기될까봐 너무 조심스럽게 다룬다. 왜 나쁜 놈들의 정체를 밝히지 않나? 왜 특정 기업을 추궁하지 않나?

범인형 마이클 무어
범인 마이클 무어

어제 누가 내게 이렇게 물었다.

“소송 당할 위험은 없을까요?”

당연히 소송 당한다! 〈로저와 나〉 때문에 난 20번 이상 소송 당했다. 여러분도 소송 당할 것이다. 그러나 뭐가 문제인가?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이유를 망각한 것인가? 이 일에 안주란 없다. 한 시민으로서 영화인의 역할을 받아들였다면 그런 위험 정도는 당연한 것이다. 난 스태프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번이 마지막 작업이 된다고 해도 우리는 이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권력을 지배하는 자가 우리를 기피하게 할 정도의 내용이어야 한다.”

이렇게 ‘죽을 각오’를 해야만 여러분이 바라는 성공을 맛볼 수 있다.

샤머니즘 대통령
사실 진짜 범인은 샤머니즘입니다. 솔직히 판사님도 웃었죠?

 

7. 감독의 목소리를 담아라

꼭 자신이 카메라 앞에 서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내가 〈로저와 나〉에 출연하게 된 것은 사실 예상치 않았던 일이었다. 중요한 것은 관객은 실제 감독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마틴 스코시즈의 영화에서 관객은 누구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지 늘 명확하다.

모건 스펄록, 빌 마 등 성공한 다큐멘터리 영화인들은 영화 속에서 인간의 목소리를 잘 증폭시킨다. 많은 감독들은 개인적인 관점 또는 내레이션 삽입을 싫어해서 상황을 설명하는 자막 정도만 집어넣는데 관객은 이를 불친절하게 여긴다. 관객은 누가 그들에게 이야기하는지 궁금해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8. 언론을 향해 카메라를 돌려라

내가 지금 만들고 있는 다큐멘터리의 내용은 기존 언론이 다루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리려면, 언론을 카메라에 담을 필요가 있다. 내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난 촬영 중에 갑자기 카메라를 다른 언론의 카메라로 돌린다. 〈볼링 포 콜럼바인〉에 6살짜리 어린이의 장례식 장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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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리포터가 여기저기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이대고 있다. 내가 갑자기 카메라를 돌리자 어느 기자가 방송을 준비한답시고 머리 손질하고 귀에 이어폰 꽂느라 정신없다가 방송 시작 시간에 맞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리포팅을 하기 시작했다. 언론이 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데 얼마나 관심이 없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9. 내 의견을 반대하는 사람을 카메라에 담아라

그런 사람들이 더 흥미롭다. 엑손이나 GM 종사자에게 카메라를 들이대고 그 입에서 나오는 대로 녹화해 보라. 또 반대 의견을 가진 이와 대화해 보라. 가능하면 관리자를 만나라. 물론 내 얼굴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어서 그런 사람들이 만나기를 꺼린다. 그러나 내게 중요한 것은 내가 하는 일이 국민을 위한 것이지 이 나라를 지배하고 있는 몇 명의 거부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권력을 쥐고 있는 부자들의 핑계를 까발리는 것이 내 임무다.

부자 같은 인상 착의의 마이클 무어
부자 마이클 무어

 

10. 촬영 중 직감을 신뢰하라

촬영하면서 분노하고 있거나 울고 있거나 혹은 배꼽 잡고 웃고 있다면 관객도 같은 반응으로 여러분의 영화를 반길 확률이 높다. 그 느낌을 신뢰해야 한다. 왜냐하면 여러분도 한 명의 관객이기 때문이다. 난 스태프들에게 “관객이 지금 제작진으로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고 말한다. 난 영화를 찍는 순간 이미 관객이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 상상할 수 있다. 그들의 모습이 보인다. 나는 바로 그런 관객의 대리인이다.

대리수상 마이클무어
대리수상 마이클무어(아닙니다)

 

11. 줄이고 또 줄여라

편집은 짧게 하라. 비슷한 내용이라면 단어 수를 줄이고 장면 수도 줄이자. 누구의 똥 냄새도 장미향이 될 수 없고, 바퀴를 발명할 정도로 대단한 인간도 거의 없다. 관객은 여러분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인지한다. 그들은 관객에게 두뇌가 있다는 것을 신뢰하는 영화인을 사랑하고 존경한다. 세상 물정에 대해 약간 어리숙한 사람도 이 영화를 만든 사람이 자기 잘난 척을 하는지, 아니면 관객을 바보 취급하는지 다 알아차린다. 관객은 바보가 아니다. 단지 어떤 특정 분야에 대한 지식이 약간 부족할 뿐이다.

김성모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김성모형 마이클 무어

 

12. 이미지보다 사운드가 중요하다

음향이야말로 영화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주 요소이다. 극장에서 화면 초점이 잠깐 안 맞거나 옆으로 조금 넘어갈 때 항의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음향이 중단되는 순간 극장 안은 혼돈에 빠진다. 화질이 조금 안 좋거나 촬영 중에 경찰이 쫓아오는 바람에 화면이 심하게 흔들린다고 관객이 “도대체 왜 카메라가 저렇게 흔들리는 거야? 그만 흔들리게 해!”하며 고함을 지르는 일은 드물다. 스토리 구성만 제대로 되었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귀로 들을 수 있으면 관객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즉, 청각적으로 안테나가 곤두서 있다. 그러니 음향을 싸게 때우려고 하지 말자. 다큐멘터리는 특히 음향이 중요하다.

원문: 유창의 창작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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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가 소설을 쓰는 13가지 방식 https://ppss.kr/archives/80593 https://ppss.kr/archives/80593#respond Tue, 15 May 2018 05:52:56 +0000 http://3.36.87.144/?p=80593 국내외 어마어마한 팬덤을 형성한 것도 모자라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러나 정식으로 문학수업을 받은 적 없고, 스물 아홉 살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소설을 쓰고 데뷔한 작가입니다.

스물 아홉의 그는 재즈 바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재즈 음악을 들으며 일찍 결혼한 아내와 함께 사는 생활도 행복했지만 그는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장래에 대해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어느날 그는 사람 없는 야구장 관중석에 혼자 앉아 있다가 문득 “나는 소설가가 될 것이다”라는 계시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는 이를 ‘에피파니(epiphany)’라고 표현하고 있는데요. 그날 바로 몽블랑 만년필을 사들고 원고지에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그 작품이 바로 첫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1979)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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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는 최근 펴낸 에세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자신이 소설을 쓰게 된 계기와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가 이 책에서 밝힌 소설 창작론을 요약해봤습니다.

 

1. 외국어로 쓴 뒤 번역해 나만의 문체를 만든다

그는 첫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200자 원고지 400장 정도 분량으로 썼지만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본인 스스로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이때 그는 남들과 다르게 써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일본문학에 대해 잘 몰랐고 러시아 문학과 미국 소설을 읽으며 자란 그에게 일본어 문장력으로 승부를 본다는 것은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는 소설을 영어로 다시 쓰기 시작합니다. 그는 이렇게 한 것이 영어 실력이 뛰어나서는 아니라고 말합니다. 오히려 영어로 쓰면 어휘가 제한되어서 짧은 문장, 평이한 문장을 쓸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쓴 문장을 다시 일본어로 ‘번역’하니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문장이 나와 이것을 자신의 문체로 삼기로 결정합니다. 하루키 특유의 번역투 문장이 시작된 것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그때 발견한 것은 설령 언어나 표현의 수가 한정적이어도 그걸 효과적으로 조합해내면 그 콤비네이션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감정 표현, 의사 표현이 제법 멋지게 나온다는 것이었습니다. 요컨대 ‘괜히 어려운 말을 늘어놓지 않아도 된다’, ‘사람들이 감탄할 만한 아름다운 표현을 굳이 쓰지 않아도 된다’라는 것입니다.” (50쪽)

소설의 세계는 역사적으로 문장의 대가들이 수많은 작품을 남겨온 전형적인 ‘레드오션’입니다. 이런 곳에 들어가려면 문장력으로 역사 속 천재들과 정면승부를 펼치기보다는 하루키처럼 나만의 문체를 찾아서 독창성을 발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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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오리지널리티는 마라톤이다

하루키는 오리지널리티란 단기간에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비틀스나 비치 보이스처럼 등장과 동시에 새롭다고 각광받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 기존의 틀을 깨는 작품이 탄생하면 처음에는 외면받다가 나중에 재평가가 이루어집니다. 스트라빈스키나 말러, 혹은 피카소의 그림이나 나스메 소세키의 문체 역시 그런 과정을 거쳤습니다. 처음에는 기성세대로부터 불쾌하다는 반응을 얻었지만 지금은 고전으로 추앙받고 레퍼런스로서의 기능을 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아무리 ‘내 작품은 오리지널입니다!’ 하고 소리쳐본들 그런 소리는 대부분 바람에 날려가 사라져버립니다. 무엇이 오리지널이고 무엇이 오리지널이 아닌가, 그 판단은 작품을 받아들이는 사람=독자와 ‘합당한 만큼 경과한 시간’의 공동 작업에 일임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작가가 할 수 있는 일은 자신의 작품이 적어도 연대기적인 ‘실제 사례’로 남겨질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즉 납득할 만한 작품을 하나라도 더 많이 쌓아 올려 의미 있는 몸집을 만들고 자기 나름의 ‘작품 계열’을 입체적으로 구축하는 것입니다.” (100쪽)

소설가라면 꾸준하게 소설을 써나가 작품 계열을 이룰 정도가 되어야만 나중에 그의 작품세계가 독창적이었다고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단순히 ‘한 방’을 노리고 쓴 작품 한 편으로는 독창성을 평가할 수도 없다는 것입니다.

하루키의 이 문장을 읽고 조금 뜬금없지만 미국의 극사실주의 화가 존 캐시어(John Kacere)가 떠올랐습니다. 그는 여성의 엉덩이 그림을 실제보다 훨씬 큰 사이즈로 그렸습니다. 그가 젊은 때의 치기로 이런 그림을 그리다 중단했다면 그는 한 번 튀어보려한 화가로 금세 잊혔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평생 동안 여성의 엉덩이만 그린 끝에 결국 그 분야의 대가로 오리지널리티를 인정받았습니다. 결국 오리지널리티란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그 아이디어를 손에 들고 달리는 마라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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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번역된 하루키의 책들. (출처: recordable.co.kr)

 

3. 더하지 않고 뺄 때 나만의 글이 나온다

하루키는 뉴욕타임스가 2014년 초기 비틀즈에 대해 언급했던 문장을 인용해 오리지널리티를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신선하고, 에너지가 넘치고, 그들 자신의 것” (113쪽)

그는 자신만의 문체나 화법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나에게 무엇을 플러스해간다’는 것보다 ‘나에게서 무언가를 마이너스 해간다’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정보 과잉 시대에 필요없는 콘텐츠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려야 머릿속이 좀 더 자유롭게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빼야 할까요? 하루키는 그 기준은 자기 자신만이 알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것을 하고 있을 때, 당신은 즐거운가’라는 기준을 갖고 가슴 설레는 기쁨이 찾을 수 없는 일이라면 미련 갖지 말고 깨끗이 몰아내라고 말합니다. 더 많이 버릴수록 더 많은 여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또 ‘나는 무엇을 추구하는가’보다 ‘뭔가를 추구하지 않는 나 자신은 원래 어떤 것인가’를 머릿속에 그려보라고 말합니다. ‘나는 무엇을 추구하는가’라는 문제를 정면에서 곧이곧대로 파고들면 이야기는 불가피하게 무거워지고 문장은 힘을 잃어버립니다. 어깨에 힘을 빼고 자유롭게 쓸 때 나만의 글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뭔가를 추구하지 않는 나 자신’은 나비처럼 가벼워서 하늘하늘 자유롭습니다. 손바닥을 펼쳐 그 나비를 자유롭게 날려주기만 하면 됩니다. 그렇게 하면 문장도 쭉쭉 커나갑니다.” (1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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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2015년 무라카미 하루키 블로그

 

4. 느긋하게 마음 먹고 쓰는 것을 즐긴다

‘작가의 블록’은 번아웃되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하루키는 소설을 써온 35년 동안 단 한 번도 슬럼프를 겪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는 그 비결로 자유로움을 꼽습니다. 쓰고 싶은 마음이 샘솟지 않을 때는 쓰지 않고, 오직 쓰고 싶을 때만 소설을 쓴다는 것입니다.

“첫 소설을 쓸 때 느꼈던, 문장을 만드는 일의 ‘기분 좋음’ ‘즐거움’은 지금도 기본적으로 변함이 없습니다. ‘자, 이제부터 뭘 써볼까’ 하고 생각을 굴릴 때 정말로 행복합니다. 소설이 안 써져서 고생한 경험은 없습니다. 만일 즐겁지 않다면 애초에 소설을 쓰는 의미 따위는 없습니다. 소설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퐁퐁 샘솟듯이 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57쪽)

하루키는 소설을 쓰는 것은 효율로만 따지자면 미련하고 비효율적인 행위라고 말합니다. 같은 이야기를 수없이 반복해서 표현하는 시간낭비라는 것입니다. 소설가는 이런 행위에 도전하는 사람입니다. 따라서 소설을 쓰려면 성격이 느긋해야 합니다. 비효율적인 일이라도 감당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성급하게 생각하고 판단하는 사람은 소설을 쓰기 힘듭니다. 아무도 알아줄 것 같지 않은 한 줄 표현을 더 잘 쓰기 위해 계속해서 문장을 고치고 다듬는 과정을 반복하려면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그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재능은 있지만 이 과정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은 대개 한두 권의 소설을 남기고 떠납니다. 하루키가 35년 넘게 소설가라는 직업으로 살고 있는 가장 큰 비결은 아마도 그의 이런 성격과 태도 덕분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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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감을 머릿속 캐비닛에 저장한다

“소설가를 지망하는 사람이 할 일은 재빠른 결론을 추출하는 게 아니라 재료를 최대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축적해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원재료를 많이 저장해둘 ‘여지’를 자기 자신 속에 마련해둘 일입니다.” (122쪽)

글을 쓰려면 글감이 필요합니다. 하루키는 장편소설을 쓰기 전에 차곡차곡 재료를 모읍니다. 그 재료를 노트하는 게 아니라 머릿속에 저장합니다. 그가 모으는 글감은 논리적인 사건보다는 뭔가 이상한 것들, 미스터리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것들입니다. 그는 이런 사건이나 생각들을 채집해 간단한 라벨(날짜, 장소, 상황)을 붙여 머릿속에 보관해둡니다. 잊어버리면 어떻게 하느냐고요? 하루키는 이렇게 말합니다. 어차피 잊어버릴 거라면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이니 그냥 놓아두라고요.

캐비닛이 가득 차면 서랍을 열어서 글감을 소설로 조립합니다. 그는 이 과정을 이렇게 묘사합니다.

“뇌 속 캐비닛에 보관해둔 온갖 정리 안 된 디테일을 필요에 따라 소설 속에 그대로 조립해 넣으면, 거기에 나타난 스토리는 나 자신도 놀랄 만큼 내추럴하고 생생하게 살아납니다.” (125쪽)

그렇다면 하루키의 머릿 속은 방대한 수의 서랍이 달린 캐비닛으로 가득 찬 공간일 것입니다. 하루키가 생각하는 소설가란 머릿속에서 서랍을 열고 재료를 꺼내 글이라는 ‘매직’으로 만들어내는 마술사입니다.

“만일 당신이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었다면 주위를 주의 깊게 둘러보십시오. 세계는 따분하고 시시한 듯 보이면서도 실로 수많은 매력적이고 수수께끼 같은 원석이 가득합니다. 소설가란 그것을 알아보는 눈을 가진 사람을 말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멋진 것은 그런 게 기본적으로 공짜라는 점입니다. 당신이 올바른 눈만 갖고 있다면 그런 귀중한 원석은 무엇이든 선택 무제한, 채집 무제한입니다. 이런 멋진 직업, 이거 말고는 별로 없는 거 아닌가요?” (140쪽)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 트란 안 훙 감독의 (2010) 포스터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 트란 안 훙 감독의 <노르웨이의 숲>(2010) 포스터

 

6. 하루에 원고지 20매씩 규칙적으로 쓴다

하루키는 새벽에 일어나 주방에서 커피를 데워 큼직한 머그잔에 따르고 그 잔을 들고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소설을 씁니다. 이 과정을 매일 반복합니다.

하루키는 장편소설을 쓸 경우, 하루에 200자 원고지 20매씩 규칙적으로 쓴다고 합니다. 그는 이 작업이 기계적이라고까지 표현합니다. 좀 더 쓰고 싶더라도 20매 정도에서 딱 멈추고, 오늘은 뭔가 좀 잘 안된다 싶어도 어떻든 노력해서 20매까지는 쓴다는 것입니다.

“쓸 수 있을 때는 그 기세를 몰아 많이 써버린다든지, 써지지 않을 때는 쉰다든지 하면 규칙이 깨지기 때문에 철저하게 지키려고 합니다. 타임카드를 찍듯이 하루에 거의 정확하게 20매를 씁니다.” (150쪽)

장편소설을 쓰는 데는 1년가량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한 가지 이야기를 머릿속에 담고 1년을 살아가려면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라톤을 뛸 때 아무리 힘들어도 왼발과 오른발을 규칙적으로 내뻗어야 하는 것처럼, 또 초반에 아무리 힘이 있어도 너무 무리하면 안 되는 것처럼, 장편소설을 쓰는 과정도 규칙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7. 소설 쓸 땐 소설에만 집중한다

하루키는 소설 쓰는 기간에는 소설 이외의 것은 하지 않습니다. 장편소설을 쓸 경우엔 가장 먼저 책상 위에 있는 것을 깨끗이 치웁니다. 만일 그때 에세이를 연재하는 중이었다면 거기서 일단 중지합니다.

그는 <양을 둘러싼 모험>(1982)의 집필에 착수하면서 그때까지 운영하고 있던 재즈 바를 정리하고 도쿄를 떠납니다. 한적한 곳에서 오로지 장편소설에만 집중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는 이때 상황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당시는 아직 문필 활동보다 가게 수입이 더 많았지만 마음을 굳게 먹고 그것을 버리기로 했습니다. 약간 과장해서 말하자면 퇴로를 끊어버린 것입니다. 주위 사람들은 하나같이 반대했지만 나는 전혀 망설임이 없었습니다. 예전부터 ‘뭔가 하기로 들면 내 손으로 철두철미하게 하지 않고서는 성이 차지 않는’ 면이 있었습니다. ‘가게는 다른 사람에게 맡겨놓고’라는 어중간한 짓은 성격상 못 합니다. 여기가 내 인생의 중요한 고비다. 마음을 굳게 먹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 아무튼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내가 가진 능력을 모조리 쏟아부어 소설을 쓰고 싶다. 안 된다면 뭐, 그때는 어쩔 수 없다. 다시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면 된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264~265쪽)

오로지 소설에만 집중해 규칙적으로 작업하는 것이 지치지 않고 오랫동안 작업을 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하루키는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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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고칠 곳이 없을 때까지 고친다

하루키는 하와이 카우아이 섬의 노스쇼어에서 <해변의 카프카>(2002) 초고를 6개월 동안 썼습니다. 이후 다 쓴 원고를 뜯어고치는 수정 작업을 수도 없이 하는데 그는 태생적으로 이 과정이 적성에 맞다고 말합니다.

우선, 이야기의 큰 그림과 일관성을 맞추는 1차 수정을 하고, 일주일 정도 쉰 뒤 묘사와 대화를 조정하는 2차 수정을 합니다. 다시 며칠 쉰 다음에 소설 전개 흐름의 나사를 조이고 푸는 3차 수정을 거칩니다.

이후 한 달 정도 여행을 다녀오면서 머리를 식힙니다. 하루키는 이 과정을 ‘양생’이라고 말합니다. 그냥 가만히 놔둬 바람을 쐬게 하면서 내부가 단단히 굳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글도 머리도 새로운 상태가 됩니다. 그 다음 철저한 고쳐쓰기에 들어갑니다. 그러면 전에 보이지 않던 결점이 또렷하게 보입니다.

다음 단계는 제3자의 의견입니다. 하루키는 가장 먼저 아내에게 보여줍니다. 이때 한 가지 규칙이 있습니다. 그것은 ‘트집 잡힌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 어찌 됐건 고친다’는 것입니다. 비판을 수긍할 수 없더라도 어쨌든 지적받은 부분이 있으면 그곳을 처음부터 다시 고쳐 씁니다. 방향성이야 어찌 됐든, 다시 자리를 잡고 앉아 그 부분을 고쳐 쓴 다음에 원고를 재차 읽어보면 거의 대부분의 경우 이전보다 좋아졌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렇다면 대체 다시쓰기는 언제 끝나는 걸까요? 하루키는 레이먼드 카버를 인용해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한 편의 단편소설을 써내고 그것을 찬찬히 다시 읽어보고 쉼표 몇 개를 삭제하고, 그러고는 다시 한 번 읽어보고 똑같은 자리에 다시 쉼표를 찍어 넣을 때, 나는 그 단편소설이 완성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164쪽)

즉, ‘이 정도가 한계다. 이 이상 더 고치면 도리어 맛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라는 미묘한 포인트에 도달할 때까지’ 하루키는 교정지가 새카맣도록 지우고 다시 쓰기를 반복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책 영문판 표지들
무라카미 하루키 책 영문판 표지들

 

9. 퇴고 단계에선 자존심을 버린다

공들여 쓴 글에 대한 제3자의 비판을 듣는 것은 정신적으로 힘든 일입니다. 반박하고 싶고 내 의도를 몰라준 그가 야속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하루키는 글 쓰는 과정에서라면 제3자의 의견을 반드시 수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자존심이나 자부심 따위는 최대한 내던져버리라고 말합니다.

“장편소설을 다 쓰고 난 작가는 대부분 흥분 상태로 뇌가 달아올라 반쯤 제정신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제정신인 사람은 장편소설 같은 건 일단 쓸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제정신이 아닌 것 자체에는 딱히 문제가 없지만, 그래도 ‘내가 어느 정도 제정신이 아니다’라는 건 자각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리고 제정신이 아닌 인간에게 제정신인 인간의 의견은 대체적으로 중요한 것입니다.” (162쪽)

따라서 하루키는 제정신인 인간이 지적한 부분은 반드시 어떻게든 고치라고 말합니다.

“읽은 사람이 어떤 부분에 대해 지적할 때, 지적의 방향성은 어찌 됐건, 거기에는 뭔가 문제가 내포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 부분에서 소설의 흐름이 많든 적든 턱턱 걸린다는 얘기입니다. 내가 할 일은 그 걸림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설령 ‘이건 완벽하게 잘됐어. 고칠 필요 없어’라고 생각했다고 해도 입 다물고 책상앞에 앉아 아무튼 고칩니다. 왜냐하면 어떤 문장이 ‘완벽하게 잘됐다’라는 일은 실제로는 있을 수 없으니까.” (157~158쪽)

그러나 제3자의 비판을 듣는 것은 퇴고할 때뿐입니다. 하루키는 작품이 출간된 후에 들어오는 비평은 ‘마이페이스’로 적당히 흘려 넘깁니다. 그런 것에 일일이 신경을 쓰다가는 몸이 당해내지를 못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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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시간은 내편… 마감에 쫓기면서 쓰지 않는다

하루키는 마감에 쫓기면서 쓰는 작가들에게 일침을 가합니다. 그런 방식이 언제까지고 가능한 게 아니라고 말합니다.

“(마감에 쫓겨서 쓰는 방식은) 스타일로서는 꽤 폼나게 보이지만, 어느 기간에 그런 방식으로 뛰어난 작품을 써냈더라도, 긴 스팬을 두고 부감해보면 시간의 경과와 함께 작품이 점점 묘하게 비쩍 마른 듯한 느낌이 듭니다.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자면 어느 정도 자신의 의지로 시간을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입니다.” (169쪽)

한 마디로 시간 핑계대지 말라는 것입니다. 지금 최선을 다한 완성본을 내라는 것입니다. 나중에 ‘그때 더 잘 쓸걸’ 후회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어’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루키는 그가 직접 번역한 레이먼드 카버의 에세이를 인용합니다.

“시간이 있었으면 좀 더 잘 썼을 텐데… 나는 소설 쓰는 친구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듣고 정말 깜짝 놀랐다. 만일 그가 써낸 이야기가 힘이 닿는 한 최선을 다한 것이 아니었다면 대체 무엇 때문에 소설 따위를 쓰는가. 나는 그 친구를 향해 말하고 싶었다. 제발 부탁이다. 지금 당장 다른 일을 찾아봐라. 그게 아니라면 너의 능력과 재능을 최대한 쏟아부어 글을 써라. 그리고 변명이나 자기 정당화는 안 돼. 불평하지 마. 핑계 대지 말라고.” – 레이먼드 카버 <글쓰기에 대하여> 중 (1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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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작가는 군살이 붙으면 끝장이다

창작 활동을 이어가려면 ‘지속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체력입니다. 하루키가 매년 마라톤에 참가하고 매일 1시간씩 달리기와 수영을 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가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는 이유는 소설에 집중하기 위해서입니다. 지속력이 몸에 배도록 하기 위해 기초 체력을 만드는 것입니다.

하루키는 ‘작가는 군살이 붙으면 끝장’이라고 말합니다. 약간 비유적인 말이지만 그만큼 기초 체력을 중시한다는 것입니다. 큼직한 이야기를 하려고 할수록 작가는 좀 더 깊은 곳까지 내려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신력을 갖춰야 하고, 정신력을 지속시키기 위해선 체력이 필수입니다.

“자신의 내적인 혼돈을 마주하고 싶다면 입 꾹 다물고 자신의 의식 밑바닥에 혼자 내려가면 되는 것입니다.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과묵한 집중력이며 좌절하는 일 없는 지속력이며 어떤 포인트까지는 견고하게 제도화된 의식입니다. 아울러 그러한 자질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신체력입니다. 그것이 소설가로서의 나의 기본적인 생각입니다.” (195쪽)

 

12. 기분 전환을 위해 번역을 한다

하루키는 뛰어난 미국 문학 번역가이기도 합니다. 레이먼드 챈들러, 스콧 피츠제럴드, 커트 보네거트, 존 어빙 등의 작품을 일본에 소개했습니다. 그는 장편소설 집필 중엔 책상을 치우고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유일하게 번역만은 예외로 남겨둡니다. 그는 그 이유를 이렇게 말합니다.

“번역이란 기본적으로 테크니컬한 작업이라서 소설을 쓸 때와는 그 사용하는 뇌의 부위가 다릅니다. 그래서 소설을 쓰는 데 부담이 되지 않습니다. 근육의 스트레칭과 같아서 그런 작업을 병행하는 것은 뇌의 균형을 잡는 데 오히려 유익한지도 모릅니다.” (147쪽)

즉, 뇌의 균형을 잡기 위해, 기분 전환을 위해, 또 글쓰기 공부를 위해 번역을 한다는 것입니다. 오전에 5시간 정도 장편소설을 쓴다면 오후에는 운동을 하고 내킬 때 번역을 합니다. 이렇게 하면 소설 쓸 때 쓰지 않던 근육과 뇌의 다른 부위를 쓰면서 몸의 균형을 잡아줄 수 있습니다.

꼭 하루키처럼 번역을 하지 않더라도 테크니컬하게 두뇌를 쓸 수 있는 행동이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예컨대 딱딱한 법전을 읽는다거나 사건사고 기사를 본다거나 혹은 프로그래밍 코드를 짠다거나 단순한 게임을 한다는 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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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자유롭게 쓴다

하루키는 1978년 도쿄 신주쿠 진구 구장에서 프로야구 개막전을 지켜보다 야쿠르트 스왈로스 1번타자 데이브 힐턴이 2루타를 날린 순간 불현듯 소설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 첫 소설을 썼습니다. 큰 욕심도 없었고 어떤 제약도 없었습니다. 그 나름의 소설을 쓰고 싶었고 그렇게 했습니다. 그가 소설에 대해 갖고 있는 기본적인 태도는 자유로움입니다.

“자유롭고 내추럴한 감각이야말로 내가 쓰는 소설의 밑바탕에 자리한 것입니다. 그것이 기동력이었습니다.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엔진입니다. 다양한 표현 작업의 근간에는 늘 풍성하고 자발적인 기쁨이 있어야만 합니다. 오리지널리티는 바로 그러한 자유로운 마음가짐을, 제약 없는 기쁨을, 많은 사람들에게 최대한 생생한 그대로 전하고자 하는 자연스러운 욕구와 충동이 몰고 온 결과적인 형체에 다름 아닌 것입니다. (109쪽)

결과적으로 남들이 뭐라고 하든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글을 쓰면 될 것 같습니다. ‘예술가는 이래야지’ 하는 규칙을 마음에 담을 필요도 없고, 예술가가 아니라고 자조할 필요도 없습니다. 앞서 열거한 12가지 방식도 참고로만 할 뿐 그것을 따라할 필요도 전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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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무언가를 오랫동안 쓰려는 자는 그 과정에서 그만의 방식을 찾을 것이고, 또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무언가를 오랫동안 쓸 수도 없습니다. 따라서 위의 12가지를 규칙으로 베끼려 하지 말고, 노트도 하지 말고, 그저 하루키처럼 머릿속에 라벨을 붙여 담아두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만약 시간이 흘러 잊혀지면 그것은 하루키의 말마따나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일 지도 모르니까요. 자유롭게 나만의 글을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만의 규칙 또한 만들어지리라 믿습니다.

“다른 사람이 읽고 있는 책을 읽고 있다면, 다른 사람이 하는 생각밖에 할 수 없다.” – 무라카미 하루키

원문: 유창의 창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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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기 위한 14가지 습관 https://ppss.kr/archives/79254 https://ppss.kr/archives/79254#respond Fri, 04 May 2018 01:52:09 +0000 http://3.36.87.144/?p=79254 어떤 사람은 행복해 보이는 반면 어떤 사람은 불행해 보입니다. 인간은 언제 행복하다고 생각할까요? 단순히 돈과 여가 시간이 많으면 행복해질까요? 행복을 결정하는 요인과 행복해지기 위한 작은 습관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이 글은 『괴짜심리학』 『59초』 등 사회과학에서 이루어진 수많은 실험을 분석해온 리처드 와이즈먼의 책을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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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행복을 느끼는 감정 수위의 절반 정도는 이미 태어날 때 결정됩니다. 진화심리학자들은 특정한 유전자가 행복감을 결정한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이 특별히 더 행복해 보이는 이유의 50%는 유전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우리 주위에 분명히 더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이 있고 더 우울해 보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행복한 정도가 정해져 있다니 억울한가요? 하지만 절반만 그렇습니다. 후천적으로 변화시킬 여지는 충분히 있습니다. 나머지 50% 중 10%는 소득, 교육수준 등 환경적 요인에 의해 결정됩니다. 우리가 흔히 “돈이 많으면 행복할거야”, “대학 가면, 취직하면, 승진하면 행복하겠지” 하는 것은 이 때문이지요.

그러나 이런 요인들은 10% 내에서만 행복감을 좌우합니다. 생계에 필수적인 것들을 해결하고, 일정 문화수준을 유지할 정도가 되면 돈이 아무리 많아진다고 해서 행복지수가 더 높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복권 당첨된 사람들은 행복지수가 일시적으로 올라가지만 금세 원래 상태로 돌아옵니다. 그래서 한 번 돈맛을 본 사람들은 계속해서 돈을 추구하려 합니다. 마약처럼 약기운이 떨어지면 “더!” “더!”를 외치는 것이죠.

그렇다면 나머지 40%를 좌우하는 건 뭘까요? 이 부분은 언제든지 변화가 가능합니다. 나의 행동, 자신과 타인을 생각하는 방식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40%가 변화하면 불과 몇십 초 만에 훨씬 더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행복지수 구성요소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유전적 요인 50%
  • 돈, 학교, 직장 등 환경 10%
  • 행동, 태도, 사고방식 40%

행복지수 40%를 업그레이드해줄, 행복을 위한 14개의 작은 습관을 소개합니다.

 

1. 규칙적으로 웃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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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라.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엘라 휠러 위콕스의 시 ‘고독(Solitude)’의 첫 구절입니다. 행복은 웃음을 유발합니다. 그렇다면 역으로 웃음이 행복을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요? 사회과학자들은 이렇게 생각했고, 실험을 통해 이를 밝혀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한 동작이 심리를 좌우합니다. 이런 실험이 있습니다. 참가자를 두 집단으로 나눠 기사를 읽게 합니다. 기사를 읽는 동안 한 집단은 무조건 고개를 가로젓도록 했고, 다른 집단은 고개를 끄덕거리도록 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고개를 끄덕거린 집단의 사람들은 기사의 내용과 상관없이 그 기사를 더 긍정적인 것으로 인식했습니다. 반면, 고개를 가로저었던 집단의 사람들은 기사를 부정적으로 인식했습니다.

행복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은 행복할 때 웃지만, 웃기 때문에 더 행복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행복해지기 위해 억지로라도 웃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웃음은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됩니다. 혈액 순환이 원활해져 기분이 좋아지고 건강도 좋아집니다. 연구에 따르면 심장마비와 뇌졸중에 걸릴 확률이 40% 더 줄어들고, 수명도 4~5년 더 길어진다고 합니다.

웃을 때는 웃는 표정을 최소한 15~30초는 유지해야 효과가 있습니다. 또 규칙적으로 웃는 것이 좋습니다. 알람을 맞춰 놓고 신호가 울릴 때마다 규칙적으로 웃는 연습을 해보세요. 때로는 실성한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웃는 얼굴에 누가 침을 뱉을까요?

 

2. 연극배우처럼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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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연극배우입니다. 당신도, 나도,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주연이든 조연이든 역을 맡아 연기하는 중입니다.

세상에 연극을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연극은 인간이 원시 시대부터 즐겨온 원초적인 욕망을 표출하는 행위입니다. 아무리 뻣뻣하고 근엄한 사람도 무대에 올라 연기를 하기 시작하면 그 순간만큼은 아이처럼 행복한 표정을 짓습니다. 그렇다면 일상에서도 연기를 하는 것처럼 행동하면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걸을 때 팔을 약간 더 흔들고, 발에 탄력을 주면서 편안한 자세로 걷고, 대화 도중 손을 더 많이 쓰는 제스처를 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땐 고개를 더 많이 끄덕이고, 색이 더 화려한 옷을 입고, 감정 표현이 담긴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해 보세요. 목소리 높이에 변화를 많이 주고, 약간 빠르게 말하고, 악수를 할 때는 꽉 잡으세요. 객석에 아무도 없어도 상관없습니다. 행복은 상대방에 의해 결정되는 감정이 아닌, 내가 오롯이 느끼는 나의 감정이니까요.

 

3. 스트레스 받을 땐 수다 떠는 대신 글을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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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해소법으로 그동안 많이 알려졌던 것 중 대표적인 것 두 가지는 분노를 표출하고 수다를 떠는 것입니다. 그래서 샌드백을 치거나 친구를 만나라고 하지요. 하지만 두 가지 모두 행복감을 끌어올리는데는 효과가 없습니다. 일시적으로 기분이 나아질지 몰라도 금세 원래 자리로 돌아오고 말거든요.

분노를 표출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머릿속에서 생각을 지우고 명상을 하는 것입니다. 스트레스의 원인을 생각하면 할수록 더 열받거든요. 행복해지려면 분노하지 말고 차분해져야 합니다.

또, 수다를 떠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글을 쓰는 것입니다. 말로 하는 것과 글로 쓰는 것의 차이는 의외로 꽤 큽니다. 다른 사람에게 고통스러운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은 잡담한 것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 대신 글로 쓰면 더 차분하게 체계적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말로 할 때는 흥분할 수 있지만 글로 쓸 때는 흥분하다가도 이내 생각을 정리하게 됩니다.

글쓰기가 행복감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는 많습니다. 매주 배우자나 애인에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글로 쓴 사람들은 헤어지지 않고 함께 살 확률이 20%나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이들은 스트레스가 줄었을뿐만 아니라 콜레스테롤 수치마저 현저하게 감소했습니다. 행복을 위한 글을 쓸 때는 감사의 표현, 미래에 대한 상상, 사랑의 감정을 담은 글을 쓰는 게 좋습니다.

 

4. 녹색 식물을 사무실과 집에 놓아 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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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은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창조성을 자극합니다. 일본의 한 심리학자는 사무실에 식물을 둔 경우와 두지 않은 경우를 비교하는 실험을 했는데 그 결과, 식물이 있을 때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내놓는 건수가 15% 증가했다고 합니다.

진화심리학자들은 그 원인이 수천 년 전 수렵, 채집을 하던 인간의 속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초록색의 건강한 나무는 근처에 식량이 많다는 것을 뜻했기에 옛날 사람들은 식물을 보며 안도감과 행복감을 느꼈다는 것입니다.

식물이 가진 이런 속성은 색깔에 대한 인간의 인식에도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녹색은 긍정적이고 창의적인 느낌과 연결됩니다. 빨간색이 부정적인 느낌을 유발하는 것과 정반대입니다. 미국 대학의 한 연구팀은 창의적인 사고를 요하는 문제를 각각 빨간색 글자와 녹색 글자로 내면서 비교했는데 사람들은 빨간색으로 쓴 문제를 녹색에 비해 3분의 1 밖에 풀지 못했다고 합니다.

 

5. 물건보다 경험을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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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번 돈을 어디에 쓰면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멋진 차를 살까요? 예쁜 옷을 살까요? 아니면 여행을 떠나거나 외식을 할까요?

물건을 사면 그 효과는 단기적이라서 금세 사라집니다. 그러나 경험을 사면 그 효과가 더 오래 지속됩니다. 새로나온 멋진 전자제품과 옷을 샀다고 해보겠습니다. 처음에는 신나고 들뜹니다. 하지만 머지않아 낡고 유행이 지나면 더 매력적인 물건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이미 행복한 느낌이 사라진 것입니다.

그러나 여행, 외식, 콘서트, 영화, 연극, 춤, 번지점프 등 경험을 산 경우는 어떨까요? 경험은 사람들과 나눌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줍니다. 또 경험에 대한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서 왜곡돼 나쁜 기억은 지워지고 좋은 기억만 남습니다. 목표를 이루거나 상당히 노력이 필요한 경험일수록 뇌에 긍정적인 자극이 조금씩 변하면서 계속 들어오기 때문에 훨씬 오랫동안 행복 수준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물건과 경험의 선택은 자존감과도 연결됩니다. 어린 시절부터 자존감이 낮았던 사람들이 물질주의에 빠질 확률이 높습니다. 물건을 탐하면서 낮은 자존감을 채우려 한 것이죠.

 

6. 받는 것보다는 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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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은 받고 싶어합니다. 선물이든 사랑이든 돈이든 받으면 기분이 좋습니다. 하지만 사회과학의 연구들은 받을 때보다 줄 때 더 기분이 좋아질 거라고 말합니다. 막연히 기부가 세상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을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기부가 개인의 행복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입증해냅니다.

돈을 받은 경우와 준 경우의 뇌를 비교해 촬영한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자신의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가는 것을 볼 때 뇌 속 깊은 곳에 있는꼬리핵과 중격의지핵의 활동이 활발해졌습니다. 특히 자발적으로 기부할 때 두 영역의 활동은 매우 활발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두 영역은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다른 사람에게 크게 인정 받을 때에도 활발해지는 부분입니다.

자선 단체 혹은 친구, 가족, 동료에게 작은 돈이나 선물을 줘보세요. 남을 위해 단돈 몇천 원이라도 쓰는 것이 나의 행복을 위한 최선의 투자가 될 수 있습니다.

 

7. 거절하지 않을 부탁을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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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 꼭 필요한 요소 중 하나는 친구입니다. 나와 마음이 맞는 친한 친구를 갖는 것은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입니다. 집단에서 외톨이라도 마음이 맞는 사람이 딱 한 명만 있다면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합니다. 부당한 행위를 당해 일어서야 할 때 동조하는 사람이 단 한 명만 있어도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하죠. 그만큼 마음이 맞는 친구나 동료를 갖는 것은 중요합니다.

많은 인간관계 전문가들은 가까워지고 싶으면 먼저 다가가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어떻게요? 그 사람은 나에게 관심도 없는 것 같은데 어떻게 친해질 수 있나요? 이것은 비단 친구관계뿐만 아니라 사랑에 빠진 사람이나 비즈니스 관계에서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무조건 친절하게 대하면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할까요?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친절한 사람을 좋아하지만 너무 친절하면 부담스러워합니다. 무엇보다 임팩트가 없으면 금세 잊혀집니다. 그렇다면 이를 반대로 적용해보면 어떨까요? 그 사람이 나에게 친절을 베풀도록 유도해서 임팩트를 만드는 것입니다. 톨스토이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사람은 친절을 받은 사람보다 자신이 친절을 베푼 사람을 더 좋아한다.”

‘프랭클린 효과’를 들어보신 적 있나요? 100달러짜리 미국 지폐의 모델인 18세기 정치인 벤저민 프랭클린에서 따온 용어입니다. 주의회 서기가 된 프랭클린은 라이벌 정치인과 친해지고 싶었습니다. 업무적으로 협력을 구해야 할 일도 있었거든요. 하지만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프랭클린은 그가 진귀한 책을 갖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는 그에게 책을 빌려달라고 요청하는 편지를 씁니다. 그는 책을 빌려주었고 다음에 의회에서 먼저 말을 걸어왔습니다. 책을 통해 우정이 시작된 것이죠. 두 사람은 죽을 때까지 친구로 남았습니다. 나중에 프랭클린은 자서전에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적이 당신을 돕게 되면, 나중에는 더욱 더 당신을 돕고 싶어 하게 된다.”

 

8. 머뭇거리는 일이 있다면 일단 시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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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어떤 일이 있습니다. 할까 말까 당신은 망설이고 있습니다. 두 가지 경우겠죠. 한다고 해서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지 않거나 혹은 닥친 일의 규모에 압도되어 엄두가 나지 않거나.

만약 전자의 경우라면 반대로 생각해보세요. 한다고 해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는 말은 한다고 해서 나쁘지도 않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렇다면 굳이 안할 이유가 있을까요? 안하는 것을 상수로 놓지 말고, 하는 것을 상수로 놓고 안할 이유를 찾으세요.

후자의 경우라면 처음에는 엄두가 나지 않을지 몰라도 일단 시작하면 관점이 바뀝니다. 스스로의 다짐이든 타인의 설득에 의해서든 그저 몇 분 동안 그 일을 시작하기만 하면 끝까지 해내려는 충동이 생길 때가 많습니다.

식당에 가면 단체손님의 복잡한 주문내역을 한 번에 외우는 종업원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특별히 더 기억력이 좋아서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한 번 머릿속에 주입한 것을 음식을 서빙하기 전까지 계속해서 머릿속에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손님이 식당을 나가고 나면 뭘 주문했는지 까맣게 잊어버립니다.

복잡하고 힘든 일일수록 일단 시작하세요. 그러면 인간은 중간에 멈추지 않으려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끝까지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노력해서 얻은 성취감은 행복감을 증대시킵니다.

 

9. 아이디어가 필요하면 누워 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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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다고 느끼는 특정한 자세가 있나요? 누워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요? 당신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이를 실제로 검증한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누워 있을 때 좋은 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심리적으로 편안해집니다. 인간은 편안할 때 행복감을 느낍니다. 둘째, 아이디어가 더 잘 떠오릅니다. 막힌 생각이 정리되면 스트레스도 줄어듭니다.

뇌 속에 청반이라는 작은 부위가 있습니다. 이 부위가 활성화되면 약간의 생각만으로도 노르아드레날린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됩니다. 이 호르몬은 심장박동을 빠르게 하고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에너지를 더 많이 방출시킵니다. 서 있을 땐 중력이 상체의 피를 아래로 끌어당겨 청반의 활동을 증가시키는 반면, 누워있을 때는 청반의 활동이 감소합니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덜 받게됩니다.

 

10. 햇빛을 30분 이상 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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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봄날 행복감을 느낄 때가 있죠? 항온동물인 인간은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너무 춥거나, 너무 덥거나, 혹은 햇빛이 들지 않는 곳에서는 행복해지기 쉽지 않습니다. 더 특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해가 따사롭고 날씨가 좋을 때는 밖으로 나가서 햇빛을 직접 쐬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따뜻한 날씨는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하고 기억력도 향상시켜 줍니다. 다만 실외에서 30분 이상을 보내야만 그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30분 미만 동안 햇볕을 쬔 사람은 오히려 평소보다 기분이 더 우울해진다고 합니다. 햇볕을 마음대로 쬘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게 되기 때문이라네요. 행복해지고 싶다면 화창한 봄날, 태양을 두려워하지 말고 자주 밖으로 나가세요.

 

11. 고양이보다 개를 길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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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기르면 일상생활에서 받는 고통과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개는 충직하고 유대감을 갖기 쉬운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대학의 한 연구팀은 심장마비 발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개를 기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개를 기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12개월 뒤 생존 확률이 약 9배나 높았습니다. 개를 기르는 사람은 일상생활의 스트레스에 잘 견디고, 삶에 대해 훨씬 느긋한 태도를 가지며, 자존감도 높고, 우울증에 걸릴 확률도 더 낮았습니다. 심지어 건강을 유지하는데 배우자보다 개가 더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개가 옆에 있을 때 심박동 수와 혈압이 더 낮았고, 숫자를 셀 때에도 실수가 적었습니다. 하지만 고양이를 이용한 실험에서는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왜 개일까요? 여러 주장이 있습니다. 매일 개와 함께 산책할 때 육체적, 정신적 건강이 좋아진다는 견해, 개는 시시비비를 따지지 않는 무조건적인 친구이기 때문이라는 견해, 개를 쓰다듬거나 만지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진정되는 효과가 있다는 견해 등입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이유는 개를 통해 다른 사람과 사교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개를 데리고 산책나온 사람들이 많은 공원에 가면 낯선 사람끼리도 쉽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만약 개를 기르기 힘든 상황이라면 로봇 애완견도 도움이 됩니다. 미국 대학의 한 연구에 따르면 로봇 애완견 아이보 역시 환자에게 개와 똑같은 정도의 감정적 유대감을 발생시켰습니다.

또 동물이 나오는 비디오를 보는 것 역시 직접 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것과 같은 회복 효과가 있습니다. 그에 반해 드라마를 보는 것은 텅 빈 화면을 보는 것과 생리적으로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러니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은 습관적으로 틀어놓은 TV를 통해 드라마를 보는 것보다 동물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12. 부정적인 생각을 몰아내려 애쓰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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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나쁜 일을 겪으면 자꾸만 그 일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이라는 것은 하면 할수록 더 커집니다. 부정적일수록 그 효과는 배가 됩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겨울에 쓴 유럽의 여름 인상기>에서 “북극곰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해보라. 그 생각을 떨치려고 애쓸수록 북극곰이 계속 생각날 것이다”라고 썼습니다.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더 생각하게 되는 것이 인간입니다.

이런 효과는 정치적으로도 이용됩니다. 조지 레이코프가 진보와 보수의 프레임을 분석해 쓴 책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에는 선거를 앞두고 의제를 던져 프레임을 공고화하는 정치 전략가들의 사례가 나옵니다. 어떤 의제를 던지면 그것이 프레임이 되어 상대방은 그 이슈를 부정하더라도 더 말려들게 된다는 것입니다. 선거를 앞둔 유권자에게 멍청이를 뽑지 말라고 하면 그들은 더 멍청한 후보를 뽑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러니 선거에서 네거티브 전략은 결과적으로 네거티브 덫에 걸린 후보를 당선시킬 확률을 높입니다.

이는 일상생활에서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에게 초콜릿을 생각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면 그는 오히려 초콜릿을 더 많이 먹게 됩니다. 중독성이 강한 어떤 노래가 자꾸 떠오를 때 그것을 의식할수록 계속해서 귓가를 맴돕니다. 마찬가지로 마음속에서 부정적인 생각을 쫓아내려 하면 할수록 괴로움을 줄이기보다 늘릴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의식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부정적인 생각을 잊으려 하는 시도 자체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주의를 딴 데로 돌려야 합니다. 몰두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아야 합니다. 그것이 행복해지는 길입니다.

 

13. 결정은 무의식에 맡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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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고민을 얼마나 하는 것이 좋을까요? 바둑 격언에 ‘장고 끝에 악수 둔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사회과학에서도 입증된 행위입니다.

아주 오랫동안 고민해서 내린 결정과 잠시 고민하다가 두뇌게임을 하며 머리를 한참 쓴 후 무의식적으로 내린 결정을 비교한 실험이 있습니다. 전자보다 후자의 경우 후회할 확률이 더 낮았습니다.

인간의 의식은 합리적이고 공정한 방식으로 상황을 파악해 최선의 행동을 결정하려 하지만 능력이 제한적이라 한 번에 적은 수의 사실과 수치만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일이 복잡해지면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한계가 있는 것이죠. 상황을 전체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지엽적인 것에만 몰두하게 되고, 따라서 오래 고민할수록 후회할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무의식은 복잡한 결정을 처리하는데 훨씬 뛰어납니다.

어떤 결정을 내릴 때, 너무 깊이 생각하는 것은 즉흥적으로 선택하는 것만큼이나 나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결정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파악하고 나서 의식을 딴 데로 돌리는 행위를 한 뒤 무의식에게 결정을 맡기는 것입니다.

 

14. 결정에 후회하고 있다면 장점을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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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말걸” 하는 후회가 밀려옵니다. 후회는 불행의 씨앗입니다. 후회하면서 행복한 인간은 없습니다.

후회를 미연에 방지하려면 기회가 닥쳤을 때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기 때문에 후회하고 있다면 더 늦기 전에 상황을 바로잡을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아직 늦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관계를 복원하고, 학교에 입학하고, 회사를 창업하면서 다시 시도해봐야 합니다.

그러나 이미 저만큼 멀어져서 되돌리기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런 경우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때 다른 선택을 해서 일어났을 지도 모르는 긍정적인 결과는 버리고, 부정적인 결과만 찾아보는 것입니다.

그때 그 선택을 했을 때 분명히 나쁜 결과도 있을 것입니다. 그것을 세 가지쯤 꼽아보세요. 그리고 지금 현실에서 좋은 점 세 가지도 꼽아보세요. 이때 단점과 장점을 세 가지 이상 너무 많이 꼽으려 하지는 마세요. 단점을 많이 꼽으려 할수록 더 이상 단점이 없는 것 같아 반대로 장점이 보이기 시작하고, 장점을 많이 생각할수록 오히려 더 나쁘게 보이는 법이니까요.

행복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지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이 가진 것을 원하는 데 있습니다.

원문: 양유창의 창작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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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독자의 신뢰를 쌓는 5가지 방안 https://ppss.kr/archives/96530 https://ppss.kr/archives/96530#respond Fri, 12 Jan 2018 00:26:49 +0000 http://3.36.87.144/?p=96530 ※ 미국언론연구소(API)는 12월 15일 『독자의 신뢰를 쌓는 5가지 방안(5 ways to build trust with your readers going into 2017)』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이 글은 지난 10월 버지니아주 로아노크에서 열린 ‘저널리즘과 여성’ 컨퍼런스에서 API가 제시했던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1. 독자가 있는 커뮤니티를 파악하고 그들이 당신의 뉴스룸을 알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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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들은 뉴스룸을 빠져나와 독자가 있는 커뮤니티를 찾아가야 한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람들과 만나야 한다. 그들이 뉴스룸을 알도록 해야 한다. 비디오나 페이스북 라이브로 뉴스를 전할 땐 바이라인으로 얼굴을 집어넣어라. 언론사 홈페이지에선 뉴스룸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친절하게 설명하라.

‘인디애나폴리스 스타’라는 언론사는 주기적으로 커피숍을 빌려 ‘커피와 뉴스’ 미팅 행사를 열고 있는데 이 모임에서 뉴스룸은 지역 주민들과 어떤 뉴스를 취재할 것인지, 또 왜 그 뉴스를 취재하는지를 공유한다.

 

2. 뉴스를 수정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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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은 실수를 숨기려고만 한다. 하지만 실수를 인정하고 바로잡으면 독자들은 뉴스를 더 신뢰할 것이다. 프린트 미디어든 온라인 미디어든 마찬가지다.

‘콜럼비아 미주리안’은 ‘Show me the Errors’라는 콘테스트를 마련해 매월 독자들이 틀린 부분을 지적해오면 보상을 해주면서 신뢰를 쌓으려 노력하고 있다.

 

3. 스토리에 맥락을 추가하라

뉴스에는 흐름이 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뉴스는 없다. 전조가 있고 배경이 있다. 그 맥락을 기사에 추가하라. 과거의 배경 스토리를 업데이트하거나 다른 보도를 링크하는 방법이 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이 스토리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뉴욕타임스’는 오클랜드 화재 소식을 전하면서 기자들이 새롭게 취재한 내용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했다. 기사 속에는 기자들이 어떤 의문을 갖고 취재하고 있는지, 또 다음 취재는 어떤 내용일지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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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뉴스룸의 구성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정보원을 발굴하라

뉴스룸은 커뮤니티를 대변하기 위해 다양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 의견을 반영할 때 매번 똑같은 사람의 의견만 싣는다면 독자는 식상해할 것이고, 심지어 그를 더 이상 전문가로 인정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새로운 정보원을 발굴해야 한다.

다른 미디어와 제휴하는 것도 방법이다. 예컨대 히스패닉이 많은 커뮤니티에선 스페인어 라디오 방송국과 파트너십을 체결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2015년 네일숍 직원들의 인권실태와 관련된 기사를 영어, 한국어, 중국어, 스페인어로 발간해 다양성을 추구했다.

 

5. 어떻게 기사를 작성했는지, 정보원은 누구인지 투명하게 밝혀라

독자들은 취재 과정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알지 못한다. 이 과정을 투명하게 해 독자들을 참여시켜라. 스트레이트 뉴스와 의견 뉴스를 명확하게 구분하고, 기자가 스토리를 어떻게 발굴했는지 그 과정에 대해서도 써라. 사업국과 편집국 차원에서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도 밝혀라.

존스 수녀의 ‘개인 감옥 조사’가 좋은 예다. 편집국장 클라라 제프리는 왜 기자를 기업이 운영하는 감옥으로 보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별도의 기사를 작성했다.

원문 : 유창의 무비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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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 큐브릭이 완벽한 작품을 만든 방법 https://ppss.kr/archives/62915 https://ppss.kr/archives/62915#respond Sat, 02 Dec 2017 10:40:07 +0000 http://3.36.87.144/?p=62915 1999년 타계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완벽주의로 악명이 자자합니다. 그의 영화를 보는 것은 정말 멋진 경험이지만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 과정은 지옥 그 자체였다고 하지요. 그는 어떻게 자신의 모든 작품을 역사에 남는 걸작으로 만든 걸까요? 큐브릭이 완벽한 작품을 만들어낸 5가지 방법을 소개합니다.

 

1. 원작의 명성을 무시하고 독자적으로 각색한다

큐브릭은 강렬한 이야기가 될 원석이라면 원작이 좋든 나쁘든 상관없이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단편, 장편, 심지어 논픽션도 각색해 자신만의 스타일로 바꾸었습니다.

<샤이닝>은 스티븐 킹의 원작과 전혀 다른 플롯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스티븐 킹은 큐브릭의 영화를 끔찍이 싫어했지요.<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와 <아이스 와이드 셧>은 단편을 각색했고, 풍자 코미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의 원작은 [레드 알러트]라는 진지한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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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스트레인지러브>

냉전 시대에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같은 과감한 코미디를 만드는 것은 굉장히 무모해 보이는 일이었습니다. 핵전쟁 공포가 최고에 달한 시점에 핵폭탄이 터지는 장면을 보여주다니 다들 경악했지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는 개봉했던 1964년 비슷한 주제를 진지한 톤으로 다룬 <페일 세이프(Fail Safe)>라는 영화와 곧잘 비교됐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도 <페일 세이프>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결국 오래 남는 것은 독창성입니다.

하지만 큐브릭은 자신보다 더 재능이 뛰어나다면 원작자의 도움을 받기도 했습니다. 1962년 작 <롤리타>는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가 직접 각본을 썼고, 1968년 작 는 아서 클라크와 함께 각본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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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리타>

 

2. 원대한 구상을 한다

큐브릭 영화의 스케일은 유난히 큽니다. 그는 늘 예산을 초과해 투자자를 괴롭혔습니다.

<배리 린든>은 1,100만 달러가 들었는데 이 금액은 1975년에는 엄청난 액수였습니다. <샤이닝>에 등장하는 오버룩 호텔의 거대한 공간감을 표현하기 위해 큐브릭은 장소를 물색한 게 아니라 아예 대형 세트를 지었습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원래 예산은 600만 달러였지만, 큐브릭은 1,050만 달러를 썼습니다. 지름 38피트의 휠 모양 우주선 세트를 만드는 데만 75만 달러를 들였습니다. 이 영화는 ‘인류의 기원’, ‘목성 미션’, ‘목성을 넘어 무한으로’ 등 3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섹션의 테마는 전혀 다르고, 스케일은 어마어마합니다. 하지만 큐브릭은 이를 한 편의 영화로 묶어냈습니다.

마틴 스콜세지는 큐브릭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큐브릭은 전통적 드라마 구조와 타협하지 않았다. 그는 원대한 실험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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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3. 자신과 스태프와 배우들을 혹사시킨다

큐브릭의 완벽주의가 가장 힘들게 한 것은 역시 같은 촬영을 계속 반복해야 했던 배우와 스태프들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까다로운 기준을 만족할 때까지 찍고 또 찍었습니다.

<아이스 와이드 셧>은 무려 400일 동안 쉬지 않고 촬영해 기네스북에 올라 있습니다. 이 영화에 톰 크루즈와 시드니 폴락이 등장하는 13분짜리 씬이 있는데요, 이는 무려 3주 동안 촬영한 것입니다.

시계태엽
<시계태엽 오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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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릭은 배우에게 같은 장면을 다른 방식으로 연기해보도록 요구했습니다. <시계태엽 오렌지>에서 말콤 맥도웰이 ‘싱잉 인 더 레인’을 부르게 된 것도 이것저것 해보다가 우연히 떠오른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롤리타>와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에 출연했던 피터 셀러스는 이렇게 술회했습니다.

“한 장면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우리는 녹음기가 있는 테이블에 둘러앉아 그 대목에 애드리브를 넣어봅니다. 그러다 보면 완벽한 대사를 얻을 수 있습니다.”

<샤이닝>을 찍을 때 큐브릭은 잭 니콜슨에게 각본을 분석해보라고 했습니다. 니콜슨은 테니스 공을 호텔벽에 던지는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이 장면은 의미심장한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영화에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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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을 여러 번 하는 것이 이들을 단순히 성가시게만 했던 건 아닙니다.<아이즈 와이드 셧>을 찍을 때 톰 크루즈는 궤양이 더 나빠졌지만 큐브릭의 명성을 생각해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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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닝>

하지만 <샤이닝>의 셜리 듀발은 다릅니다. 그는 큐브릭 때문에 신경쇠약에 걸렸고, 이를 숨기지 않고 다 얘기하고 다녔죠. 나중에 듀발은 이렇게 술회합니다.

“난 그때 그를 정말 미워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가 저에게 ‘제 인생의 역할’을 준 중요한 감독이라고 생각해요.
전 제가 감히 상상하지도 못한 배우가 됐어요.”

배우만 고생한 것이 아닙니다. 스태프도 영화에 나오지 않았다 뿐이지 다른 방식으로 신나게 혹사당했습니다.

<아이드 와이드 셧>은 영국에 세트를 지어 놓고 많은 장면을 촬영했습니다. 큐브릭은 세트에 들어갈 신문걸이 같은 자질구레한 소품들의 사이즈가 정확한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스태프를 뉴욕 맨해튼으로 보내 정확한 수치를 재오도록 했습니다.

아이즈와이드셧
<아이즈 와이드 셧>

 

4. 뚝심 있게 장애물을 돌파한다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를 만들 때 큐브릭은 정부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당시 민감했던 핵폭탄과 정치인들을 소재로 다루고 있었으니까요.

프로덕션 디자이너 켄 아담은 영화의 세트를 만드는 도중 세트장을 찾아온 한 군인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영화가 얼마나 정확한지 점검하고 있었습니다. 아담은 큐브릭에게 이것을 말했고, 큐브릭은 그에게 이런 메모를 남겼습니다.

“당신이 만드는 것들의 레퍼런스를 일일이 체크해야 할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FBI의 조사를 받게 될 테니까요.”

큐브릭은 초기작 <공포와 욕망>, <킬러의 키스>를 찍을 때 가족과 친구들에게 손을 벌렸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공포와 욕망>에 돈을 대기 위해 생명보험까지 해약해야 했습니다.

킬링
<킬링>

큐브릭은 상업영화 데뷔작 <킬링>을 만들 때부터 전문가들과 논쟁에서 지지 않았습니다. <킬링>의 촬영감독은 명성 높았던 루시엔 발라드였는데 큐브릭의 완벽주의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발라드는 큐브릭이 자리를 비운 사이 달리 쇼트 하나를 25밀리 렌즈 대신 50밀리 렌즈를 이용해 찍었습니다. 그 거리만큼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애초 콘티에 그려진 장면과 같은 사이즈의 화면이 나왔죠. 하지만 큐브릭은 루시엔을 바라보며 이렇게 소리 질렀습니다.

“뭐가 똑같아요? 그건 완전히 다른 거예요. 관점이 바뀌잖아요. 25밀리 렌즈로 당장 갈아 끼우던지 아니면 당장 꺼져버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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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 린든>

 

5. 새로운 기술을 적극 도입한다

제임스 카메론이 <타이타닉>과 <아바타>를 위해 신기술을 발명하기 훨씬 전에 이미 큐브릭은 기술적인 연출에서 혁신가였습니다.

<배리 린든>을 만들 때 큐브릭은 촛불 하나로 영화에 필요한 모든 조명을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그는 NASA가 1960년대 달을 촬영할 때 썼던 10개의 렌즈 중 3개를 구입했습니다. 그는 이 렌즈를 카메라에 부착해 원하던 조명을 얻었습니다.

<샤이닝>은 스테디캠을 제대로 이용한 첫 영화로 자주 인용됩니다. 이 영화에서 소년을 따라다니는 카메라 워크는 기존 스테디캠보다 훨씬 낮은 위치에서 촬영된 것입니다. 큐브릭은 이 장면을 찍기 위해 휠체어에 카메라를 매달았습니다.

원문: 양유창의 창작이야기


참조: 12 Stanley Kubrick Strategies for Perfecting a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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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 감독이 영화를 만드는 아홉 문장 https://ppss.kr/archives/93314 https://ppss.kr/archives/93314#respond Tue, 14 Nov 2017 11:00:37 +0000 http://3.36.87.144/?p=93314 김지운 감독은 1998년 <조용한 가족>으로 데뷔한 이래 2년 정도의 간격으로 새 장편영화를 내놓고 있습니다. <밀정>은 그의 8번째 장편영화였죠. 그사이 세 편의 옴니버스 영화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그가 만드는 영화의 특징은 장르가 매번 바뀐다는 것입니다. <조용한 가족>은 호러 코미디, <반칙왕>은 코미디 드라마, <장화, 홍련>은 호러, <달콤한 인생>은 갱스터 누아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서부극, <악마를 보았다>는 고어 스릴러, <라스트 스탠드>는 액션, 그리고 <밀정>은 누아르입니다. 한 감독의 필모그래피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데 작품마다 한 장르에 올인한 감독도 만들기 힘든 완성도를 보여주기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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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 영화는 이야기뿐만 아니라 촬영, 미술, 음악 등 시청각적인 자극이 상당합니다. 8편 중 어느 하나 완성도가 떨어지는 영화가 없고, 대중성도 겸비해 흥행에서 크게 실패한 영화도 없습니다.

이처럼 기복 없이 꾸준하게 뛰어난 영화를 만들고 있는 김지운 감독의 창작력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그가 지금까지 여러 인터뷰에서 남긴 말을 바탕으로 김지운 감독이 영화를 만드는 방법을 9가지 포인트로 정리했습니다. 비단 영화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만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1. “스타일이라는 것이 단지 영상이 스타일리쉬라고 한다면 난 반대해요.”

  • <악마를 보았다> 크랭크인 전 인터뷰 중

김지운 감독은 영화가 단지 영상이나 이야기로만 평가받는 것에 반대합니다. 영화란 이야기, 비주얼, 사운드를 구성하는 요소, 즉, 각본, 촬영, 음악, 미술, 분장 등이 한데 어우러진 종합예술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영화를 볼 때 주로 이야기만 강조하잖아요. 이야기가 어떤가에 대해 그 영화에 대한 평이 나오기도 하고요. 그래서 오해받고 있는 영화가 많다고 생각해요.”

그는 자신의 영화가 스타일리쉬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만족하지만, 그것이 단지 영상 때문이라면 반대한다고 말합니다. 종합예술인 영화라는 장르 안에서 스타일이 있다는 말을 듣고 싶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장화, 홍련>부터 시작해 <달콤한 인생>, <놈놈놈>까지 화면 느낌 때문에 스타일리시라고 얘기하면 조금 잘못된 거라고 생각해요. <반칙왕>과 <조용한 가족>은 이야기 중심으로 간 영화인데 그렇다고 스타일이 없는 건 아니잖아요.”

김지운 감독은 영화를 기획할 때 장르를 먼저 선택한 뒤 주제를 생각합니다. 누아르 장르를 택했다면 한 인간의 흥망성쇠를 떠올리고, 공포라면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두려움을 상상합니다. 서부극이라면 최고가 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속도감 있게 그려야겠다는 생각을 하죠.

장르란 일종의 규칙이고 관객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상투성의 늪을 벗어나기만 한다면 크게 실패할 확률이 적은 게임입니다. 그는 특유의 미학적인 감각으로 매번 상투성을 벗어나는 영화를 만듭니다. 그것이 바로 김지운만의 스타일입니다.

2

 

2. “나는 공간에 빠져드는 경향이 있는데, 시나리오를 쓸 때도 어떤 공간이 먼저 있고 그 공간과 인물이 조응해나가고 부딪히는 과정을 거쳐 이야기를 만드는 편이다.”

  • 씨네21, 2016.8

김지운 감독의 영화는 공간의 영화입니다. <조용한 가족>의 산장, <장화, 홍련>의 외딴 집, <놈놈놈>의 만주 벌판 등을 떠올려보면 공간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알 수 있습니다.

그는 공간을 먼저 상정한 뒤 영화를 구상합니다. 스페인 그라나다를 기차로 여행하면서 그는 세르지오 레오네가 서부극을 찍은 벌판을 보게 됐는데 그때의 시각적 쾌감이 만주를 찾는 계기가 됐고 곧바로 <놈놈놈>을 구상했습니다.

공간을 중시하는 그의 이런 성향은 학창시절 연극 연출과 미술을 담당할 때 무대를 꾸미던 습관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무대 하나를 놓고 여러 상황을 만드는 과정에서 좁은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핀 라이트 하나만으로도 색다른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그때 배웠다고 하네요.

하지만 그는 공간에 집착한 나머지 영화의 더 큰 그림을 못 보게 되는 것 같다며 최근엔 공간 우선주의에서 벗어나겠다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는 <놈놈놈> 이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공간에 너무 집착하다 보니까 자꾸 시퀀스를 공간을 열고 닫는 것으로 시작하고 끝내는 것 같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시퀀스의 간격이 약간 뻑뻑해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는 공간의 강렬함을 죽이지 않으면서 어떻게 리듬감을 계속 살리면서 가느냐를 더 신경 쓸 것 같아요.”

이후 그는 영화 속 공간을 강조하면서도 영화의 전체적인 리듬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악마를 보았다>와 <밀정>이 그 결과물입니다.

3

 

3. “내가 왜 영화를 만드나 생각해봤더니 사람들의 표정 때문인 것 같다. 어떤 순간에 나오는 불가사의하고 불가해한 표정 때문에 영화를 만든다.”

  • 필름 2.0, 2008.7

김지운만큼 배우를 멋지게 그려내는 감독은 보기 힘듭니다. 표정, 동작, 한숨, 눈동자의 흔들림, 살짝 새어 나오는 입김까지 기막히게 포착합니다. 영화는 사람의 이야기고, 사람은 배우의 연기에서 나온다는 아주 단순한 사실을 그는 스크린으로 보여주는 감독입니다.

“애니메이션을 볼 때에는 잘 만든 작품임에도 지루할 때가 있는데 왜 영화는 아닐까? 그건 사람이라는 우연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체온이 있고, 감정이 있고, 심장이 있는 존재들의 예기치 못한 표정을 우연히 발견했을 때 나는 짜릿함을 느낀다. 이 표정을 포착해내기 위해 나는 영화를 하는구나, 그런 생각을 해봤다.”

대사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있지만, 사실 대사는 그 사람의 진심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누군가 어떤 말을 내뱉은 뒤 시선을 돌린다면 그 말은 공허하게 들릴 수 있거든요. 말이 할 수 없는 것, 즉, 상대방을 응시하는 시선, 입술의 실룩거림, 콧등의 땀 같은 것들이 훨씬 더 그 사람의 감정을 드러냅니다.

그래서 김지운 감독은 끊임없이 배우들에게 스몰 액팅을 주문합니다. 긴장감 넘치는 장면도 거기서 만들어집니다.

그는 훗날 묘비명에 다음과 같은 문구를 넣고 싶다고 말합니다.

‘사람의 얼굴을 가장 매혹적으로 담는 감독이 여기 묻히다.’

4

 

4. “내가 다른 사람들이랑 교류가 많지 않고 술자리나 이런저런 얘기를 안 하는 것은, 그냥 재미가 없어서 그런 거예요.”

  • 디렉터스컷, 이현승 감독과의 인터뷰 중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술자리에서 친구들과 옛날 이야기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행복한 사람과 그 시간이 지루한 사람. 김지운은 후자입니다. 그는 재미가 없으니까 “빨리 가서 영화나 한 편 더 봐야지. 이게 더 남는 거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저도 얘기하는 거 좋아하고 듣는 거 좋아하는 사람인데요. 그런데 술자리에 가면 말도 안 되는 자의식, 지적 허영심, 착각을 얘기하는 예술영화를 보는 것 같은 지루함 있잖아요. 이런 것 때문에 자리 박차고 들어오는 것뿐이에요.”

영화 보고 음악 듣는 것이 시시하게 느껴질 정도로 자신을 잡아당기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기꺼이 그 사람과 어울립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런 사람이 많지 않다고 하네요. 자신의 이야기도 그 사람에게 전달이 잘 안 되고, 그 사람의 고민도 뭔지 잘 모르겠으니 그냥 집에 들어가서 음악 듣고 영화 보는 게 행복하다는 것입니다.

김지운 감독은 어린 시절 이사를 많이 다녀서 늘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일이었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던 덕분에 누구보다 뛰어난 관찰력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또 부모로부터 예술적 재능을 물려받아 그림에 재주가 있었고, 영화광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영화를 봤습니다. 그는 사색적으로 책을 읽고 음악 듣기를 즐기는 사람입니다. 직접 선곡한 음악을 아침마다 커피 한 잔 마시면서 들을 때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이고요.

그는 뭉치자고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를 오글거린다고 생각해 참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의 영화에도 오글거리는 대사나 장면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는 ‘의기투합’ ‘도원결의’ 같은 단어를 내뱉는 사람들을 향해 이렇게 말합니다.

“그렇게 모여서 잘되는 것도 별로 없는 것 같고, 설사 잘된다 한들 뭐 크게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이처럼 철저한 솔로 지상주의자인 김지운 감독은 아이러니하게도 뭉치는 것을 선으로 알았던 시대를 살아왔습니다. 올해 53세인 그는 독재 타도를 외치며 들고 일어났던 386 세대에 속하거든요. 뜨겁게 살던 또래들은 다들 흩어져 제 갈 길을 갔지만 원래부터 독고다이였던 김지운은 그때나 지금이나 자신이 재미있어하는 영화와 음악으로 내면을 쌓고 있습니다.

이런 솔로 지향적인 인생 때문에 그는 또래들과 전혀 다른 ‘결’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의 후배인 장진 감독은 김지운 감독이 보여주는 독자적 이야기와 풍자성을 ‘보배 같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5

 

5. “나는 촬영 때 배우나 스태프에게 현장에서 논다는 기분으로 하자고 했어. 내가 제일 싫어하는 연기가 ‘열연’이야, 그런 연기는 너무 싫어.”

  • 씨네21, 2000.2

예술가는 사냥꾼일까요, 농부일까요? 대중예술을 하는 사람은 사냥꾼처럼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이야기를 잡으러 가야 할까요? 아니면 농부처럼 묵묵히 자신의 이야기를 심어 놓고 때가 오기를 기다려야 할까요? 김지운 감독은 이렇게 말합니다.

“삼류 작가일수록 말을 직접적으로 하고, 시대적 요청에 더 부응한다.”

대중과의 소통과 공감은 아마도 모든 예술가의 꿈일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 정서적 영역인 ‘공감’은 예술가가 의도를 갖고 그렇게 만든다고 해서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오히려 수용자가 발견하는 것입니다. 예술가는 대중이 잘 발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기만 하면 됩니다. 억지로 던져주려고 하면 대중은 무시당했다고 생각해 등을 돌릴 수 있습니다.

김지운 감독이 배우들에게서 기대하는 연기가 열연이 아닌 것도 이와 일맥상통합니다. 억지로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발견되는 작품을 만들고 싶기 때문입니다.

  • “나는 배우들이 최선을 다했다고 그러는 게 닭살이야. 너무 그렇게 최선을 다해버리면 숨 쉴 틈도 없고, 여백도 없고…. 나는 기존에 깔려 있는 것에 뭘 하나 던졌을 때 일어나는 파장, 파열, 충돌에서 나오는 새로운 기운, 그런 걸 포착하려고 해. 그래서 리허설도 별로 안 하고 배우들이랑 사전에 얘기도 많이 안 해. 나도 감으로, 배우들도 감으로 왔으면 했거든.”

6

 

6. “저는 작업할 때 항상 음악을 먼저 들어요. 영화가 어떤 형태를 갖추기 전에 반복해서 듣는 음악이 있어요.”

  • <악마를 보았다> 크랭크인 전 인터뷰 중

<달콤한 인생>을 만들 때 김지운 감독은 ‘콜드플레이’의 음악을 귀에 꽂고 다녔습니다. <놈놈놈>을 만들면서는 라틴 음악을 많이 들었고, <악마를 보았다>를 촬영하기 전에는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처럼 서늘한 클래식을 틀어놓았습니다. <밀정> 촬영 전에는 영화에도 쓰인 라벨의 볼레로를 들었습니다. 그는 음악을 집중적으로 들으며 영화를 어떤 식으로 만들지 영감을 얻습니다.

“음악들이 내 몸 안에 배고, 그 음악이 주는 정서, 리듬감, 호흡, 아우라가 영화에 투영될 수 있도록 작업할 때마다 특정 음악을 듣는 편입니다.”

그는 음악을 영화에 적당히 삽입하지 않습니다. 영상과 동급의 언어로 씁니다. 영상의 분위기를 설명하는 것을 넘어 영상이 만들어낸 감정을 고조시키기 위해 사용합니다. 슬픈 영상에 슬픈 음악을 써서 동어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밝은 음악을 사용해 언밸런스한 느낌으로 감정을 배가합니다. 이를 통해 슬픈 장면은 더 큰 슬픔으로 남게 되죠.

그는 영화에서 음악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영화 기획단계부터 음악 감독을 먼저 선정해 어떤 음악이 어울리는지 미리 맞춰보고 어울리는 음악을 주문한다고 합니다.

7

 

7. “이제까지 영화를 만들 때 나는 ‘어떻게 만들지’를 많이 생각했다. 지금은 ‘무엇이 필요한가’를 가장 먼저 생각한다.”

  • 씨네21, 2016.8

김지운 감독은 옴니버스 영화 <인류멸망보고서>(2011) 중 <천상의 피조물>을 끝낸 뒤 할리우드로 떠났습니다. 그가 할리우드로 가기로 결심한 이유는 충무로에서는 더 이상 시도해볼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할리우드로 가야 새로운 영화를 찍을 수 있을 것 같아서였습니다.

아놀드 슈왈제네거, 포레스트 휘태커 등 할리우드 스타들과 <라스트 스탠드>(2013)를 만든 뒤 그는 워너브라더스의 투자를 받아 한국에서 <밀정>을 만들었습니다.

다시 한국 배우 및 스태프와 작업하게 된 김지운 감독에게 누군가 할리우드로 가기 전과 후에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이 뭔지 물었습니다. 그의 대답은 ‘효율성’이었습니다. 영화를 더 명확하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방법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이제까지 영화를 만들 때 나는 ‘어떻게 만들지’를 많이 생각했다. 어떻게 찍을지를 생각하다 보니 이것저것 새로운 시도도 해보고 이상하게 비틀어보기도 한 거다. 지금은 ‘무엇이 필요한가’를 가장 먼저 생각한다. 필요한 것을 배우와 스태프에게 말하고, 그것을 짧은 시간 내에 집중해서 끄집어낸다.”

효율성이란, 어떤 신을 찍을 때 충분히 만족스러운 컷이 나왔어도 만약을 대비해 다른 방식으로 한 번 더 찍어보는 것을 예전에는 당연시했다면 이제는 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면 여느 창작자들은 불안해질 것입니다. 나중에 쓸만한 컷이 없으면 어쩌지 하고 말이죠.

하지만 김지운 감독은 충분한 프리프로덕션을 통해 그 상황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필요한 컷을 얻었기에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믿게 됐습니다.

8

8. “혹시 예민하고 게으른 족속 중에 실재는 없고 보는 감각만 일류인 친구들이 있다면, 그래서 괴롭다면, 조금만, 조금만 더 움직여보라고 말하고 싶다.”

  • 김지운의 숏컷 중

김지운 감독은 서울예대 중퇴 후 10년 가까이 백수생활을 했습니다. 그때 평생 백수로 살 거라고 생각하면서 정말 게으른 생활을 했는데 어느 날 우연한 사고로 백수생활을 청산했고 직접 쓴 시나리오로 감독 데뷔에 이릅니다.

그는 자신처럼 게으르게 집에 틀어박혀 감각만 키워온 친구들에게 이불을 박차고 나와 직접 해보라고 말합니다. 영화 <매트릭스> 중 로렌스 피시번의 대사처럼 ‘케이크를 보는 것과 맛보는 것은 커다란 차이가 있다’면서요. 그가 데뷔작으로 영화계의 시선을 사로잡은 배경에는 ‘10년 백수’로서 갈고 닦아온 ‘눈팅’ 공력이 큰 도움이 됐다는 말도 덧붙입니다.

“‘보는 것만 고수’라는 말이 있다. 예민한데 게으른 족속들한테 일어나는 현상이다. 너무나 다양하고 많은 체험으로 보는 감각만 일류라는 얘긴데, 보는 것만 일류가 되어서는 머리만 큰 아이로 남아 있을 공산이 크다. 직접 해보라. 해보면 기대 이상의 자기실현을 구현할지도 모르고 그로 인해 또 다른 세상이 기다릴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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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중요한 것은 자기 생각대로 사는 것, 그래서 돌아온 결과에 대해 자기가 책임질 수 있는 것이다.”

  • 김지운의 숏컷 중

인생을 돌아볼 때 후회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요?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육체가 화장터에서 불에 타버리기 전까지 ‘그때 이렇게 할걸’ 하며 자책하는 시간으로 인생의 남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데뷔 후 탄탄대로를 걸어온 것 같은 김지운 감독에게도 시련은 있었습니다. 특히 20대를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릴 때, 그가 지금의 김지운이 될 거라고 믿은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김지운은 백수였던 그때나 세계가 주목하는 영화감독이 된 지금이나 결정은 자신이 했던 것이고, 그 결정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 사는 것이 결국 내 삶이잖아요. 어떤 멘토가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난 그런 멘토도 없었어요. 내가 결정한 걸 하고 그것이 어떤 결과를 낼 때 나한테 돌아오는 게 있는 것이지, 남의 말을 듣고 했을 때는 그 결과가 좋든 나쁘든 결국 후회하게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절대로 남의 생각대로 살아오지 않았다고 자부하고 만족도 하고요. 제가 제 삶을 결정한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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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 감독은 만국 공통어인 선과 악을 다루는 데 능숙하다.

– 아놀드 슈왈제네거

그의 영화엔 영화를 뭔가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두 가지 요소가 있는데, 그 첫 번째가 스타일이다. 캐릭터의 내면을 드러내주는 깊은 성찰과 시적인 감각이 있다.

두 번째는 영상적 아름다움이다. 액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영화에는 폭력성의 시적 순간 같은 게 있는데 이것이 특별한 것들을 끄집어낸다.

– 포레스트 휘태커

원문 : 유창의 무비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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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니아가 뽑은 음악영화 베스트 10 https://ppss.kr/archives/58053 https://ppss.kr/archives/58053#respond Sat, 28 Oct 2017 17:15:28 +0000 http://3.36.87.144/?p=58053

간단히 말해서― 음악이 없는 삶은 잘못된 삶이며, 피곤한 삶이며, 유배된 삶이다.

  • 프리드리히 니체

영화에서 음악도 마찬가지다. 음악이 없는 영화는 피곤하다. 음악은 영화의 탄생부터 함께 해왔다. 무성영화를 상영할 때도 극장엔 오케스트라 연주가 흘렀다. 음악영화 중 개인적인 선호도를 바탕으로 베스트 10을 꼽아봤다.

여기서 ‘음악영화’란 영화 속에 주인공이 노래를 부르거나 연주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음악으로 대사를 전달하는 뮤지컬은 아닌 영화다. 음악의 완성도만큼 영화의 완성도 역시 중요하게 고려했다. 무턱대고 음악으로 러닝타임을 채운 〈송 원〉 같은 영화는 제외했다.

 

10. 태양의 노래 (2006)

태양의노래

불치병에 걸린 소녀의 첫 사랑. 뻔한 드라마를 업그레이드해준 유이의 통기타.

 

9. 홀랜드 오퍼스 (1995)

홀랜드오퍼스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는 것은 온갖 고락을 함께 한다는 것. 클라리넷의 재발견으로 기억되는 영화.

 

8. 플래쉬댄스 (1983)

플래시댄스

What a Feeling, Maniac, Lady 등 히트곡으로 필링 충전. 난니 모레티가 〈나의 일기〉에서 열광했던 제니퍼 빌즈! 80년대 특유의 긍정적인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영화.

 

7. 치코와 리타 (2010)

치코와리타

재즈를 듣기 위해 쿠바에 가고 싶게 만든 애니메이션.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을 볼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6. 원스 (2006)

원스 (1)

글렌 한사드와 마르게타 이글로바. 더블린의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두 남녀. 한곡 한곡 완성되어 갈 때마다 자연스럽게 감정이 차곡차곡 쌓이는 최고의 어쿠스틱 무비. 〈원스〉의 진정성에 비하면 〈비긴 어게인〉은 값싼 향수 같다.

 

5. 야반가성 (1995)

야반가성

〈오페라의 유령〉의 홍콩식 해석. 마지막 장면에서 장국영이 부르는 노래에 울지 않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4. 파니 핑크 (1994)

파니핑크

에디트 피아프의 Non, Je Ne Regrette Rein이 가장 멋지게 쓰인 영화는 〈인셉션〉이 아니라 바로 이 영화. 엉뚱하고 사랑스런 29세 파니 핑크의 따뜻하고 섬세한 감수성.

 

3. 위플래쉬 (2014)

위플래쉬

드럼 연주를 들으면서 숨이 멎을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 느꼈다. 연출, 연기, 연주 삼박자를 갖춘 최고의 영화.

 

2. 서칭 포 슈가맨 (2011)

서칭포슈가맨 (1)

남아공에서 벌어진 놀라운 이야기에 어울리는 정말 멋진 어쿠스틱 기타. 감독의 갑작스런 죽음까지 얽혀 더 신비로운 영화.

 

1.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2000)

사랑도리콜이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음악을 위한 로맨틱코미디. 벨벳 언더그라운드, 밥 딜런, 스티비 원더… 언제 봐도 귀가 즐겁다.

원문: 양유창의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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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앞서 브레인스토밍하는 17가지 방법 https://ppss.kr/archives/32113 Sat, 21 Oct 2017 11:00:02 +0000 http://3.36.87.144/?p=32113 ※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려 한다. 무언가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첫 문장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브레인스토밍이 필요하다. 글은 나와 프롬프트 간의 1대 1 싸움이다. 누가 대신 만들어주지 않는다. 그런데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는다면? 브레인스토밍을 시도하라.

이 글은 카렌 비스너(Karen Wiesner)의 『First Draft in 30 Days (Writer’s Digest Books)』에서 발췌한 내용에 살을 붙인 것이다. 비스너는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 14년 간 90권의 책을 출간한 베스트셀러 작가로,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이 비스너의 글을 소개하기도 했다.


작가들의 성공에서 간과해선 안되는 가장 기본적인 스킬이 브레인스토밍이다. 브레인스토밍은 평범한 이야기를 아주 특별한 것으로 만들어준다.

브레인스토밍은 작업 도중에 하는 것보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려 할 때 하는 것이 더 좋다. 낮과 밤, 언제 어디서나 브레인스토밍하라. 그 결과는 폴더를 만들어서 그때마다 메모하라. 브레인스토밍은 내면의 자원을 마법의 요소로 만들어줘 기념비적인 책이 탄생하도록 돕는다.

 

Keep your brain in gear

우선 써야 할 글의 전체 아웃라인을 그려라. 전반적인 스토리를 구상하거나 특정 장면을 떠올리는 것은 연대기, 캐릭터, 스토리 연결 같은 기본적인 이슈를 풀어내는데 도움을 준다. 이때 브레인스토밍을 하면 어려운 플롯과 캐릭터 설정을 좀 더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아웃라인을 그렸으면 무엇을 쓸지에 대한 하루하루의 계획을 짜야 한다. 어떤 장면에 대해 쓰기 하루 혹은 일주일 전에 그 장면에 대해 브레인스토밍하라. 그러면 때가 됐을 때 앉자마자 즉시 쓸 수 있다. 만약 도중에 막혀서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 처한다면, 아래 17가지 방법을 써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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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슷한 장르의 다른 책이나 영화를 봐라

다른 사람의 결과물을 참조하는 걸 표절 우려 때문에 의도적으로 피하는 사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많이 들어 있어야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

2. 사운드트랙을 만들어라

당신의 책에 맞는 노래를 골라라. 그 노래가 스토리에 영감을 줄 수 있다.

3. 쇼핑해라

당신의 주인공 캐릭터가 좋아할 만한 것을 구입하라

4. 집을 나가라

사람들을 관찰하라. 제스처, 행동, 대화를 몰래 엿듣고 힌트를 얻어라.

5. “만약에” 질문을 던져라

플롯과 캐릭터에 대해 다른 상황을 가정해보라.

6. 독특한 아이디어를 플롯에 적용해서 어떻게 진행되는지 테스트해보라

전혀 다른 아이디어로 쓰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곳에 나아갈 방향이 보이기도 한다.

7. 아무에게나 스토리를 들려줘보라

이는 당신의 머릿속에 있는 스토리를 명확하게 정리하는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미처 몰랐던 플롯의 약점을 파악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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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잡지와 신문을 봐라

당신이 스토리에서 구상한 것과 비슷한 사람이나 배경의 사진을 찾아라. 신문에서 흥미로운 사건이 담긴 기사를 스크랩해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써라.

9. 같은 방에서 다른 글을 쓰는 파트너와 함께 써라

서로에게 쓴 것을 읽어줘라. 비평까지 해줄 필요는 없다. 1930년 알렉스 오스본이 브레인스토밍을 처음 고안했을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은 ‘자유로운 의견 개진’과 더불어 ‘평가 금지’였다.

10. 당신의 캐릭터에게 편지를 써라

발신자는 당신이어도 좋고, 스토리 내의 다른 캐릭터여도 좋다. 당신이 만든 캐릭터들을 인터뷰하라.

11. 글 쓰기 좋은 호텔이나 리조트에서 주말을 혼자 보내라

하루종일 주의집중할 수 있는 공간은 더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외부와의 연락에서 차단된 곳이어야 한다.

12. 각 장면들을 연대기순으로 늘어놓아보라

시간 순서대로 나열하고 빈 공간을 채워나가라.

13. 인물들의 관심사를 적어보라

주인공의 특기나 취미 같은 것들 말이다. 살아 있는 사람처럼 보이는가?

14. 당신의 주인공들과 비슷한 커리어를 가진 사람들을 인터뷰하라

인터뷰한 뒤 스토리를 구상하려 하지 말고, 아웃라인을 짠 뒤 인터뷰를 하는 게 더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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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스토리의 배경을 찾아가라

직접 가보면 새로운 영감이 떠오를 것이다. 사진이나 영상으로 단지 시각적으로만 경험하는 것보다 직접 냄새를 맡고 공감각적으로 지각하는 것은 전혀 다른 느낌을 갖게 해준다.

16. 방해받지 않을 특별한 방을 만들어서 써라

매일 호텔로 가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안다. 집 안에서라도 주위가 산만해지지 않을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게 좋다.

17. 그냥 써라

완벽한 단어나 문장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아라. 아이디어를 그대로 써라. 나중에 고치면 된다.

원문: 유창의 시네마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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