ㅍㅍㅅㅅ https://ppss.kr 필자와 독자의 경계가 없는 이슈 큐레이팅 매거진 Mon, 18 Sep 2023 03:06:32 +0000 ko-KR hourly 1 https://wordpress.org/?v=5.8.10 https://ppss.kr/wp-content/uploads/2015/07/ppss-100x100.png ㅍㅍㅅㅅ https://ppss.kr 32 32 갈아넣는다고 돈을 더 버나요? https://ppss.kr/archives/263960 Mon, 18 Sep 2023 03:06:32 +0000 http://3.36.87.144/?p=263960 1.

신에게 권한을 부여받아 인간은 최대한 근면하게 일을 해야 한다고 배워온 청교도 이민자 가정의 자녀인 프레데릭 테일러. 오늘날로 치면 생산관리 컨설턴트와 같은 역할을 공장에서 담당하고 있던 그는, 막상 현장이 자신의 관점과는 다르게 움직이자 문제 의식을 가지기 시작했다. 왜 같은 시간 동안 일을 했는데 누구는 더 많은 작업을 하고 누구는 더 적은 작업을 할까. 그는 노동자의 등 뒤에서 초시계를 들고 작업 시간을 ‘측정’하기 시작했다. 이 행동은 곧 ‘표준 행동’이라는 기준을 만들었고, 모든 작업자들의 작업 편차는 줄어들기 시작했다.

연구를 통해 막대한 생산성의 증가가 일어난다는 것이 확인되자, 그것을 더 입체화시킨 사람이 바로 헨리 포드다. 그는 자동차의 작업 공정을 수백 개로 나누고, 각 공정을 또 수십 개의 작업으로 나누고, 각 작업을 표준 행동과 작업 시간으로 나누었다. 이 공정을 순서대로 배치하고 각 작업자들은 주어진 하나의 작업만 하도록 하여 숙련도를 높이고 시간을 줄였다. 이것이 경영의 역사를 바꾼 ‘컨베이어 시스템’의 시작이다.

프레데릭 테일러는 측정과 통계라는 과학적 기법을 경영에 도입하여 비약적인 생산성의 증대를 이루었다. 헨리 포드는 당시 부유층만 탈 수 있었던 승용차를 공장 노동자들도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가격을 낮추는데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전성기 전 미국의 자동차 시장 점유율의 절반은 모델T라는 단일 제품이 차지하게 되었다.

 

2.

그러나 예상할 수 있듯이 그 그림자는 컸다. 노동자들은 존재가 아니라 도구로 사용되었고, 이로 인한 문제점은 곳곳에서 발생했다. 영화 〈모던 타임즈〉의 등장인물이 톱니바퀴에 빨려 들어가는 장면은 이 시대의 적나라한 메타포였다.

내가 놀란 지점은 당시의 사업주들뿐 아니라 오늘날의 리더들 중에도 이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이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내가 강의 때 테일러리즘과 포디즘에 대해 이야기하면 “안 좋은 면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그래서 더 돈을 벌게 된 거 아닌가요?”하는 사람도 꽤 많이 있다. 목적을 위해 직원을 수단으로 소모하면 정말 극한의 생산성을 만들 수 있을까? 내가 잠 안 자고 스스로를 갈아 넣으면 그만큼 더 생산성이 올라갈까?

테일러는 그의 기념비적 저서 『과학적 관리의 원리(The Principles of Scientific Management)』를 1911년에 발간했다. 이후 1920년대에 걸쳐 포디즘이 산업을 휩쓸고 갔다. 그때 하버드 대학교수인 엘든 메이요가 주축이 되어 또 하나의 기념비적 연구인 호손 실험(Hawthorne Experiment)을 실시한다. 그중 가장 유명한 ‘조명 실험’을 보자.

실험 설계는 단순했다. 작업 현장의 조건과 근로자의 생산성과의 관계를 분석하기 위해 조명의 조도를 바꿔보거나 통풍, 온도, 작업대의 높이를 바꿔 가며 생산성을 측정하는 것이었다. 결과는 상식적이었다. 단순 반복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도 작업 환경을 개선하면 생산성이 올라간다는 상관관계를 입증한 것이다. 노동자들은 더 밝은 조명, 더 시원한 작업실, 더 편한 자세에서 더 높은 생산성을 보였다.

100년도 전에 실시한 이 실험 역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심지어 수십 년 뒤 다른 학자는 ‘자신이 실험체가 된다는 것을 인지하면 더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열심히 하는 척을 한다’는 행동에 “호손 효과(Hawthorne effect)”라는 이름을 붙였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이 실험은 신호탄을 쏴주었다.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론의 안티 테제로서 ‘인간관계이론(Human relation theory)’이 태동했다. 이것이 발전하여 맥그리거의 그 유명한 XY이론을 비롯한 오늘날의 조직문화이론, 행태과학, 동기심리학 등이 되었다. 이를 통해 인간은 숫자가 아니라 존재로서 일을 한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증명하고 있다.

 

3.

미국은 세계대전을 거치며 컨베이어 시스템을 통한 막대한 군사물자 생산 능력을 과시했다. 종전 이후 엘리트 장교들은 기업으로 들어가서 컨베이어 스타일의 경영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말로 ‘군대식 조직문화’의 시초는 여기였다.

그 모습을 보다 못한 피터 드러커는 1954년 발표한 그의 책 『경영의 실제(The Practice of Management)』에서 다음과 같이 천명한다.

인간은 도구가 아니며, 목표와 자기 통제를 기반으로 한 관리(Management by Objective and Self-control)를 해야 한다.

이 관리 시스템은 앞 글자를 따 ‘MBO’로 제창된다. 이것이 90년대에는 BSC로 입체화되었고, 2000년대 이후에는 OKR로 진화하게 된다. 즉 KPI를 중심으로 성취도를 측정하는 MBO는 본디 휴머니즘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많은 조직의 KPI는 100년 전 테일러 시대의 방법론을 채택하는 모순이 발생하게 되었다.

 

4.

오늘날에도 ‘성과가 우선이냐, 관계가 우선이냐’를 가지고 많은 갈등이 있다. 하지만 질문이 잘못됐다. 성과와 관계는 과연 Zero-sum/ Trade-off 관계인가? 아니다. 좋은 조직 문화와 인간관계 속에서 더 나은 성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수십 년의 경영학과 심리학 연구에서 이미 끝난 이야기다.

리프레시를 위한 충분한 휴식, 건강한 삶을 위한 주변인들과의 좋은 관계, 동기부여를 위한 인정과 존중이 기반이 된 공동체, 성장을 경험할 수 있는 환경. 이런 것들이 동기심리학에서 강조하는 생산성에 필요한 중요한 요인들이다.

자기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갈아 넣으며 일 하시는 분들에게 꼭 해드리고 싶은 말이다. 100년도 더 된 이 긴 실험의 결과는 명확하다는 것을.

원문: 최효석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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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의 마음 안에서 열정을 꺼내는 방법 https://ppss.kr/archives/264015 Wed, 19 Jul 2023 01:44:28 +0000 http://3.36.87.144/?p=264015
사진: UnsplashPriscilla Du Preez

늘 무기력하고 에너지가 없는 직원들을 어떻게 동기부여 시킬까요?

직원들은 고사하고 저도 이 일을 왜 하는지 모르겠어요. 매사에 재미가 없네요.

업무 현장에서 몰입과 동기부여를 주는 대표적인 방법에는 크게 네 가지가 있습니다.

  1. 명확한 장기 목표를 발견하고, 그것을 달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많은 성취 경험을 느끼게 하는 것입니다.
  2. 그것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타인의 간섭과 감독 없이 온전히 자율적으로 해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3. 작은 목표들을 성취할 때마다 충분히 기대한 보상이 주어져야 합니다.
  4. 그 과정에서 인정과 칭찬의 언어가 가득 차야 합니다.

 

직원의 동기부여를 돕고 싶다면

이걸 조직과 개인의 관점에서 적용하는 방안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먼저 조직의 리더가 열정을 찾지 못한 직원을 동기부여 하기 위해서는 아래의 방법론이 필요합니다.

작가 upklyak / 출처 Freepik

1. 이 일을 통해 그 직원이 성장할 수 있는 목표를 생생히 그려주시고, 롤모델이 되어주셔야 합니다.

안개 속을 걷는 사람과 전용 차선을 달리는 사람은 안정감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목표를 동경하게 하고, 자신의 커리어가 그 과정의 사다리에 있다는 점을 인지하게 해주어야 합니다.

2. 목표를 향한 로드맵에 회사는 가이드와 울타리가 되어 주되, 자신이 온전한 주도권을 가지고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이것이 임파워먼트입니다.

3. 목표에 다가가는 과정에서 이루는 성취를 축하하고, 그에 맞는 보상을 해주어야 합니다.

보상은 동기의 연료입니다. 금전적 보상으로 기본적인 욕구는 충족시키면서 비금전적 보상으로 만족감을 높여주어야 합니다.

4. 가장 돈이 들지 않고 효과가 큰 비금전적 보상은 ‘인정’입니다.

인정의 언어를 통해 직원의 노력과 수고를 크게 격려해 주세요. 연봉을 낮추고서라도 이직하는 회사의 공통적인 특징은, 내가 존중받으며 성장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스로의 동기를 찾고 싶다면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의 열정의 동기를 찾지 못한 분들은, 이렇게 해보세요.

작가 rawpixel.com / 출처 Freepik

1. 내 인생의 궁극적 목표를 찾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내 삶의 존재 목적과 의미를 발견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많은 사람들이 커리어에서 길을 잃는 가장 큰 원인은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어디서 열정을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발견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2. 내가 목표를 향해 가는 여정의 주인공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진짜 원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생계를 위해서 ‘정말 하기 싫지만 돈 때문에 해야만 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퇴사라는 목표 너머에 있는 삶의 목표를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일을 찾거나, 아니면 지금 하고 있는 일과 내 삶의 목표를 정렬(Align)하는 일을 해보세요.

3. 작은 목표를 성취할 때마다 스스로 보상을 해주세요.

다이어트나 수험공부 전문가들도 동기부여와 관련하여 하나같이 하는 말입니다. 다만 식단을 조절하다가 하루 폭식하는 종류의 보상보다는, 평소의 루틴한 삶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채워줄 수 있는 것들을 추천합니다. 여행, 학습, 관계 등이 되겠죠.

4. 자기 자신을 인정하는 습관을 가져보세요.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다들 잘 못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감사일기도 좋고 셀프코칭도 좋습니다. 스스로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채찍질만 하다 보면 스스로 성장의 발목을 잡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혼나면서 동기부여 받는 사람이 있나요?

 

요약하자면

명확한 삶의 목표를 발견하고 그것을 성취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보상을 받아 보세요.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있는 환경을 찾아가세요. 이것들이 동기 심리학에서 이야기하는 가장 대표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원문: 최효석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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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을 원하신다면 자소서 대신 ‘제안서’를 써보세요 https://ppss.kr/archives/256222 Fri, 07 Oct 2022 01:30:35 +0000 http://3.36.87.144/?p=256222
작가 ijeab 출처 Freepik

1. 자소서 대신 제안서를 써보세요

‘내가 어떻게 살아왔다’는 과거 이야기보다는 ‘이 회사에서 이런 걸 해보겠다’라는 설득을 해보세요. 그 설득이 먹히면 100% 합격합니다. 월급 이상의 수익을 낼 만한 계획을 세운 직원을 채용하지 않을 회사는 없고, 그럴 아이디어를 보지 못하는 회사는 안 가는게 좋습니다.

 

2. 실력보다 태도를 보여주세요.

실력이 같은 상태에서 좋은 태도를 가진 사람을 선호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많으시지요? 실제로 주변 대표님들과 대화하다 보면 실력이 ‘부족해도’ 태도가 좋은 직원을 채용하겠다는 분들이 절대다수입니다.

실력은 키울 수 있지만 태도는 키우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비록 현재 실력은 좋으나 더 성장하려는 모습이 안 보이는 직원보다는, 지금 부족해도 열심히 배우고 노력하여 성장하려는 겸손한 직원을 훨씬 더 선호합니다.

 

3. 회사에 대한 로열티를 보여주세요.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합니다.

채용은 거래관계이며, 나는 월급 받는 만큼만 일하면 된다.

법적으로는 틀린 말이 아닙니다. 그러나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에 적극적으로 돕는 사람과, ‘이 일을 왜 제가 해야 하나요?’라는 태도를 표출하는 직원을 같게 보는 사업주는 아무도 없습니다. 후자의 경우 다른 직원을 압도하는 실력이 있지 않고서는 끝까지 함께 가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특히 면접 자리에서는 더 그렇겠지요.

 

4. 자기소개는 솔직하고 투명해야 합니다.

경력을 부풀리는 행위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시니어들은 질문 몇 개만으로도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 충분히 확인이 가능합니다. 실력이 부족한 사람보다 정직하지 않은 사람이 더 큰 문제입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객관적으로 설명하고, 과거 참여했던 프로젝트에서도 어떤 업무를 어느 정도 기여도로 하였는지 솔직하게 밝히는 게 회사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더 좋습니다.

 

5. 면접은 시험이 아니라 협상입니다.

면접자가 원하는 모범답안에 만점짜리 준비된 답변을 한다 한들 배운 대로 말한 답변은 크게 울림을 주지 못합니다. 면접은 이 회사에서 나를 채용한다면 내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어필하고, 어떤 성과를 만들어 기여할지 설명한 뒤 이에 대한 채용 조건을 협상하는 자리에 가깝습니다. 수동적으로 회사의 선택을 받으려고 기다리는 자세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자신 있게 어필해보는 걸 추천드립니다.

원문: 최효석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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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그룹 ‘뉴진스’와 차별화 전략 https://ppss.kr/archives/257160 Fri, 30 Sep 2022 05:44:15 +0000 http://3.36.87.144/?p=257160 뉴진스란 신인 걸그룹이 화제라고 해서 한번 찾아봤다. 걸그룹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내가 봐도 이 팀은 잘 될 수밖에 없다. 경영학적으로 설명해 보자.

  1. 시장에 경쟁자가 없는 포지션이면서
  2. 고객의 수요가 있고
  3. 그것을 충족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면

신사업이나 창업 아이디어의 거의 대부분은 성공한다. 그래서 이 세 가지의 체크 포인트가 스타트업 경영 전략 코칭 시 내가 주로 사용하는 프레임워크이기도 하다.

 

역사를 바꾼 자들은 모두 ‘이전에 없던 음악’을 했다

혁신에 관한 기업 사례는 뭐 넘치도록 많으니 음악의 사례를 들어보자. 음악의 역사를 돌아보면, 엄청난 성공을 한 분기점은 그동안 시도하지 않은 것이 창조될 때 나타났다.

17세기 서양음악의 사조였던 바로크(Baroque)는 지금 들으면 완전히 고전 음악이지만, 당시에는 아주 괴이하고 충격적이었다. 어원인 barroco도 ‘찌그러진(괴이하고, 부자연스러운) 진주’라는 뜻이다. 중세 시대와 르네상스 시대의 종교음악과 비교하면 충분히 혁신적이다. 중세 종교 음악과 바로크 음악의 차이는, 미술에 있어서 구상화와 추상화의 거리 정도의 큰 차이를 보여준다.

바로크 시대의 대표적인 작곡가 바흐 바흐흨 바하핰

비틀즈(Beatles)도 그렇다. 당대와 후대에 가장 인기 있던 밴드여서 영국 문화와 팝 음악을 상징하게 된 것만은 아니다. 로큰롤에서 시작하여 록, 팝, 하드록, 사이키델릭, 블루스, 프로그레시브, 포크, 재즈, 컨트리, 스카 등 대중 음악의 캄브리아기 대폭발과 같은 빅뱅을 일으킨 것이 이들의 가장 큰 기여라고 생각한다. 9집 화이트 앨범(1968) 하나에만 위 장르가 다 들어있다.

오늘날 한 앨범에 댄스, 발라드, 알앤비, 재즈, 록, 힙합, 시티팝 다 넣을 수 있는 가수가 있나? 뒤에 나올 서태지 외에는 이러한 다양성을 시도한 사례가 없다.

비틀즈

비슷한 기여를 한 뮤지션을 뽑자면 재즈 트럼펫 연주자인 마일즈 데이비스가 있다. 그는 생전에 이렇게 말한 적도 있다.

나는 음악을 네다섯 번 정도 바꿔 놨지요.

그는 재즈라는 음악 장르에서 비밥, 하드밥, 쿨, 퓨전까지 계속해서 새로운 사조를 창조시켰다. 일반인들은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지만, 미술로 따지면 미니멀리즘을 그리던 화가가 갑자기 극사실주의를 만들다가 액션 페인팅 기법을 창조한 수준이다.

한때 그의 밴드에서 건반 연주자였던 이 시대의 리빙 레전드 허비 행콕의 대표곡 2개를 뽑아볼까. 재즈 스탠다드인 〈Chameleon(또는 Cantaloupe Island)〉과 83년에 발표한 〈Rock it〉이 있다. 나는 처음에 동명이인이라 생각했다. 그는 정통파 컨템포러리 재즈 연주가이지만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신디사이저와 전자음악 발전에 크게 기여한 뮤지션이다. 그런 만큼 〈Rock it〉은 80년대 브레이크 댄서들의 음악으로 유명했을 정도로 완전히 새로운 음악이었다. 이 스탠다드 재즈 뮤지션이 만든 전자음악은 그때도 지금도 정말 충격적이다.

마일즈 데이비스
허비 행콕

마찬가지로 나는 한국 대중 음악에서 가장 큰 임팩트를 준 가수를 나는 서태지라고 생각한다. 이후 세대인 HOT, 룰라, 원더걸스 등등은 애초에 비교가 안 된다. 이전 세대인 조용필, 나훈아 등은 인기는 더 많을 수 있을지 몰라도 음악적 임팩트와 다양성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난 알아요〉가 1위를 한 1992년에 유행한 노래는 김국환의 〈타타타〉, 양수경의 〈사랑은 차가운 유혹〉 등이었다. 그래서 “대한민국 대중가요계의 역사는 〈난 알아요〉의 등장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평이 과장이 아니다.

그것은 이전까지 한국에 존재하지 않았던 음악이었다. 이후 서태지는 교육(〈교실이데아〉)이나 통일(〈발해를 꿈꾸며〉), 가출(〈컴백홈〉)과 같은 소재의 다양성을 선보였다. 장르 또한 힙합, 메탈, 발라드, 펑크 등 다양하게 시도했다. 이것은 표절 시비를 떠나 그 시도만으로도 위대하다고 평가한다.

서태지와 아이들

 

‘나음’이 아닌 ‘다름’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

위 사례들의 공통된 특징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팬들도 모르고 있던 그들이 좋아할 트렌드를 발견하여, 지금까지 시도되지 않았던 방식으로 선보여 새로운 장르를 창조하고 독식한다.

이는 세탁기, 에어컨, PC, 스마트폰 같은 인류의 삶을 바꾼 상품들의 공통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지금까지의 걸그룹은 대칭적 경쟁 구도였다. 전자제품으로 치면 같은 기능과 컨셉의 제품들이 스펙 경쟁만 하는 방식이다. 더 예쁜 외모, 더 좋은 몸매, 더 어린 나이, 더 큰 키, 더 강렬한 컨셉, 그리고 비슷한 장르…. 이런 패러다임에 팬들은 지친 것이다. 그런데 이런 고정 관념을 깨고 청량한 노래를 엄청나게 힙한 스타일로 리드하니 열광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건 기획의 승리다.

차별화의 기본 원칙은 ‘나음보다 다름’이다.〈마케팅 불변의 법칙〉에서 등장하는 첫 번째 법칙이 ‘선도자의 법칙’이다. 경영학에서는 교과서 첫 장에 나오는 이야기지만, 다들 머리로는 알면서도 실행을 못 한다. 그렇게 제자리걸음을 하던 업계에 경종을 울릴만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뉴진스 짱짱.

원문: 최효석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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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의 기본 원칙을 정리해 보자 https://ppss.kr/archives/256462 Mon, 22 Aug 2022 05:50:02 +0000 http://3.36.87.144/?p=256462

1. 회의의 기본은 Record & Rotate

  • 회의에 나온 안건을 기록하고, 참석자 모두의 의견을 돌아가면서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 모두가 볼 수 있는 기록지나 필기구가 반드시 준비되어야 한다. 회람용 핸드아웃은 회의 아이디어 발산을 위한 도구가 아니며, 리뷰는 회의가 아니다.
  • 전체가 참여하는 것이 아닌, 사진과 같은 칵테일파티 형식의 삼삼오오 모여서 의견을 나누는 행위는 회의가 아니다. 모두가 동일한 시각화 자료와 공동의 아젠다를 가지고 함께 몰입해야 한다.
  • 마찬가지로, 혼자서 자료를 검토하는 것도 회의가 아니다.

 

2. 자료 공유를 위한 회의가 가장 비효율적인 회의다

  • 회의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지향해야 한다.
  • 사전에 공유된 자료를 가지고 현황을 미리 숙지한 상태에서 참석해야 한다. 회의 시간에 자료를 리뷰하는 것은 모두의 시간을 낭비하는 회의다. 다 같이 모였을 때는 다 같이 할 수 있는 활동에만 집중해야 한다.

 

3. 회의는 진행자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일정한 회의의 규칙을 정하고, 순서에 따라 진행할 수 있는 회의 진행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전문 회의와 아마추어의 회의가 여기에서 갈린다. 사회자 없는 행사가 없듯, 진행자 없는 회의도 없다.

 

4. 진행자의 퍼실리테이션에 따라 치열하게 의견을 내야 한다

Multi-Diamond model을 통해서 아이디어의 발산과 수렴을 반복하면서 대안을 탐색하고 의사를 결정하는 회의가 되어야 한다. 주어진 자료를 검토하기만 하거나 의견을 피드백하기만 하는 회의는 굳이 모여서 진행할 필요가 없다.

Diamond Model / 출처: 휴넷

 

5. 회의의 그라운드 룰을 정하고 정해진 목표에만 집중해야 한다

회의 시간 동안 전화를 하거나 딴 짓을 하며 효율성을 낮추면 안 된다. 목표한 결과를 찾을 때까지는 주어진 시간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노트북, 핸드폰 등의 방해 요인을 찾아 제거한 후 진행해야 한다.

 

6. 자리는 수평적 회의를 만들기 위해 배치되어야 한다

직사각형 테이블은 자기도 모르게 미팅에 위계를 만들기 쉽다. 따라서 원형 테이블을 쓰거나 비정형적으로 자리를 배치하자. 그러면 참석자 모두 평등한 위치에서 말할 수 있으며, 자신의 의견이 수렴될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전감이 구축된다.

 

마무리하며

안 그래도 어제 데일리 스크럼 미팅 관련 워크숍을 진행하고 왔는데, 위 사진을 보니 현업 퍼실리테이터로서 전문 코멘트는 남겨야 할 것 같아서 정리해 보았다.

원문: 최효석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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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의사가 빈곤층의 실명을 방지한 한 가지 방법 https://ppss.kr/archives/251727 Wed, 23 Feb 2022 06:09:59 +0000 http://3.36.87.144/?p=251727 ‘아라빈드 안과병원’은 서비스 디자인의 유명한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빈곤층이 많은 인도에서 가난한 환자들이 돈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기초적인 진료를 받지 못해서 실명을 하는 일이 허다하자, ‘디자인적 사고’로 이를 극복한 유명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아라빈드 안과병원의 전경. 1976년 설립되었다.
아라빈드 안과 병원의 설립자 닥터 고빈다파 벤카다스와미(Dr. Govindappa Venkataswamy). ‘닥터 브이’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설립자 닥터 브이는 수술에 사용되는 렌즈나 기구의 가격을 낮추는 방법을 생각하지 앟았다.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보다 짧은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환자들에게 효율적으로 수술을 할 방법을 고민했다.

그가 영감을 받은 곳은 미국 여행 중 관찰했던 맥도날드였다. 맥도날드 매장에서는 동일한 맛의 햄버거를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는데, 해답은 분업에 있었다. 그는 이 분업 체계를 병원에도 도입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시설을 재배치하기로 했다. 수술실에 여러 개의 침대를 병렬로 배치하고, 각자 전문 분야를 가지고 있는 여러 의사들이 동시에 다른 부분을 수술한다. 그의 ‘공장식’ 수술 진료는 결과적으로 수술 원가를 극적으로 낮추는 결실을 만들어 냈다.

그 결과 아라빈드 안과병원은 이전까지 안과 시술을 받을 수 없었던 수많은 빈곤츠의 실명을 방지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의사 1인당 연간 시술 환자 수가 일반 병원의 5배에 이르는 효율성을 만들어 냈으며, ‘세계 최대의 영리 안과병원’이라는 성과도 달성하게 된다.

아라빈드 안과병원에서 수술을 받는 환자들
2012~2013년 한 해 동안 아라빈드 병원에서 받은 환자별 외래 진료와 수술 분포도 (출처: 아라빈드 2012~2013 연차보고서)

이 사례는 사회학적으로나 경영학적으로나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일반적으로 산업계의 효율성 증대를 위한 공장식 운영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식이 많지만, 동일한 서비스 품질을 유지한 상태에서 원가를 절감하여 혜택의 폭을 넓힌 것은 대단한 성과다. 또한 혁신을 통해 개선될 수 있는 것들을 ‘디자인(design)’적 관점에서 접근하였다는 것 역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즈니스 코칭 현장에서 이와 비슷한 Debate를 많이 본다. 많은 경영자와 실무자들이 퀄리티는 절대 건드려서는 안되 는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업을 하다 보면 퍼포먼스를 위해서 퀄리티를 양보해야 하는 상황이 굉장히 많이 생긴다. 그런 상황에서 퀄리티를 절대 포기 못 하는 경우는 예술가적 접근이다. 아이폰은 하이엔드를 지향하지만, 구글이 결코 기술이 없어서 픽셀폰을 미들엔드를 타겟으로 잡고 있는 것도 아닌 이유와 같다.

이것은 경영 전략이기도 하지만 의사결정권자의 마인드셋이기도 하다. ‘절대 바꿀 수 없는 것’이라는 Comfort zone을 초월하는 사고의 전환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질문에 직면하도록 하는 것이 코치의 역할이다.

Today’s challenge : 나는 내 분야에서 금기시되었던 어떤 도전을 건너볼 수 있을까?

원문: 최효석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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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적 문화가 안되는 조직들의 사례와 해결책 https://ppss.kr/archives/212904 Mon, 17 Jan 2022 06:46:42 +0000 http://3.36.87.144/?p=212904 1. 수평적과 수직적으로 해야 할 일을 구분하지 못함

정답은 “소통은 수평적으로, 업무는 수직적으로”이다. 그러나 이걸 구분 하지 못하고 반대로 하는 조직들이 상당히 많다.

출처: Freepik

예를 들어, 수평적 문화라는 강박에 잡히는 경우다. 리더가 주도적인 가이드를 주어야 하는 경우에도 일일이 구성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거나 만장일치 회의를 하는 등 신속하게 최선의 결과를 내지 못할 때 있다.

반대로 구성원들이 합의를 해야 하는 경우에 독단적으로 의사 결정하며 그것이 리더의 카리스마인양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이 모든 것이 수평과 수직을 구분하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영향이다.

 

2. 권한 위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음

권한 위임의 가장 큰 문제는, 첫째로 위임하지 않는 리더가 많다는 점 그 자체다. 구성원들의 잠재력을 끌어내기 보다는 자신이 시키는 것만 잘 하는 수족을 원하는 리더들이 많다. 실무자들의 숙련도가 낮은 경우에는 통하는 방법이지만 오늘날에는 협업을 이끌어 내는 능력이 리더십에서 매우 중요하다.

둘째로는 권한을 위임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책임만 위임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전결권을 주어야 하는데, 말은 권한위임이라 하면서 마이크로 매니지먼트를 지속하고 되려 책임자가 지어야 할 리스크를 실무자들에게 나누어 주는 방식을 권한 위임이라 생각하는 경우이다.

출처: Freepik

애초에 “권한 위임”이란 단어 자체가 번역이 잘못 되었는데, 원어인 “Empowerment”은 “Em+power+ment”로서 ‘힘을 복돋아 준다’는 의미에 가깝지 ‘위임’처럼 힘의 위치가 변하거나 양도되는 것이 아님.

 

3. 소프트 스킬로만 문화를 해결하려고 함

예를 들어 서로 말을 놓고, 영어 이름 쓰고 이런 것들을 통해 수평적 조직문화가 이루어 질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이런 것은 큰 상관 관계가 없다는 생각이다. 반말로 괴롭히는 것도 가능하고, 군대 같은 조직이지만 목표 중심으로 충성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출처: Freepik

정확하게는, 문화도 중요하지만 문화를 내재화 할 수 있는 제도가 함께 존재해야 한다. 많은 조직들이 조직문화 개선활동을 캠페인으로만 진행하면서 실패하는 원인들도 여기에 있다.

 

4. 위 문제들을 해결 하기 위해선?

출처: Freepik
  1. R&R이 명확해야 한다. 여기에는 업무 프로세스와 커뮤니케이션 체계가 포함된 직무 분석이 되어있어야 한다. 업무는 철저히 기능 중심의 수직적 구조로 연속화되어 있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상호 존중과 배려하는 수평적 문화가 되어 있어야 한다.
  2. 조직이나 프로젝트의 종류와 성격에 따라 자유롭게 의사결정권이 주어질 수 있도록 유연한 조직 정책을 갖춰야 한다. 여기에는 인사권, 예산권, 의사결정권이 다 포함된다. 하나하나 다 확인해야 마음이 놓이는 경영진들이 마인드를 바꾸어야 한다.
  3. 조직 문화가 습관이 될 수 있도록 규칙과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지하철 선로에 내려가지 마세요”라고 백날 캠페인 하는 것보다 스크린 도어를 설치하면 간단히 해결된다. 이렇듯 넛지를 이용하여 핵심 가치를 업무간에 자발적으로 준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행간을 읽어야 한다. “수평적 소통을 원한다”는 말은 사실 그 이면에 “관계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업무에만 몰입하고 싶다” 라는 의미다. 이걸 커뮤니케이션으로만 접근하면 피상적으로만 보이는 이유다.

원문: 최효석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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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학력 논란과 미국 경영대학원 시스템에 대하여 https://ppss.kr/archives/248964 Sun, 26 Dec 2021 19:31:11 +0000 http://3.36.87.144/?p=248964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의 학력 논란 즈음해, 경영대학원 시스템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드립니다.

12월 26일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 중인 김건희 대표. / 출처: 뉴시스

미국의 경영대학원은 Ph.D, MBA, 임원 교육(Executive Education) 이렇게 세 축으로 돌아갑니다. 석사가 없는 미국에서 Ph.D는 한국의 석·박사 통합 과정 개념입니다. 연구 중심 대학원 문화가 있는 미국에서는 이 Ph.D가 핵심이자 중추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연구를 위한 학위(Academic degree)와 별개로, 회사에 근무하는 재직자들을 위한 전문 학위(Professional degree)가 따로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영대에 있는 MBA, 로스쿨에 있는 LL.M, 행정대에 있는 MPA 등이 이런 학위입니다. 보통 대학 졸업하고 3–5년 정도의 경력을 가진 주니어 직원을 중간 레벨로 육성하기 위한 교육입니다.

MBA는 입학 전형(Admission criteria)에서 2–3년 경력을 요구하는 전문 학위 프로그램입니다만, 사원/대리급 직원들만 재교육이 필요한 건 아니죠. 그래서 시니어 매니저나 디렉터급을 위한 경영 교육 과정도 있습니다(보통 15년 이상의 경력 요구). 그게 경영 MBA(Executive MBA)입니다.

경영 교육은 기업체에 종사하는 임직원들을 위한 인바운드(Inbound) 단기 연수 과정인데, 사실상 학교 입장에서는 이게 돈이 가장 많이 됩니다. 경영대학원들은 여기서 돈을 벌어 박사 학생들 장학금을 줍니다. 하버드나 스탠퍼드 같은 경우 3–5일 과정 하나에 2,000–3,000만 원씩 받고 그럽니다. 여기서 우리가 “학력”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없는가를 구분하는 건 학교에서 과정을 수료하고 ‘졸업(Alumni)’ 자격을 주느냐 아니냐입니다.

예를 들어 경영 MBA는 정규 학위가 맞습니다. 예전에 안철수 후보가 와튼 EMBA 샌프란시스코 분교 나왔다고 정규 과정이 아니니 파트타임이니 어쩌니 말이 있었는데, 그건 비즈니스 스쿨을 모르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저 캠퍼스는 구글 샌프란시스코 오피스와 같은 건물에 있는데 저도 가본 적이 있습니다. EMBA는 업무와 학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수업 시간을 주말에 몰아넣고, 이미 경력이 많은 사람을 뽑았으니만큼 커리큘럼도 이론이 아닌 토론을 중심으로 짠 과정입니다. 교육 시수도 차이가 거의 나지 않습니다.

경영 교육에서 졸업 자격을 부여하는 과정은 보통 최고 경영자 과정이라 부르는 AMP(Advanced Management Program)입니다. 대기업에서 임원 예정자들 많이 보내는데 보통 6개월에서 1년 정도 진행합니다. 이거 수료하면 동문으로 쳐줍니다. 이건 학력에 넣으셔도 됩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AMP는 6개월에 1억 조금 넘습니다.)

김건희 학력 논란에 언급되었던 뉴욕대학교 스턴경영대. / 출처: NYU Stern

그런데 그 외 나머지 경영 교육은 동문 지위를 주지 않습니다. 교육의 길이도 열흘, 일주일, 5일, 3일, 심지어 하루짜리도 있습니다. 저도 미국의 탑스쿨에서 4일짜리 연수 과정을 들은 적이 있는데 당연히 이를 학력으로 말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보통 영문 이력서의 교육(Education)란에는 ‘Alumni’로 등록된 졸업 이력을 작성하고, 기타 연수 과정은 추가 교육(Additional education)이나 연수(Training) 같은 별도의 챕터로 나눠서 구분을 합니다. 저도 직업상 다양한 교육을 들었는데 정규 학위 과정과 별도의 수료 과정은 구분해서 적어 놓습니다.

 

요약하자면

  1. 김건희가 졸업한 서울대 EMBA는 정규 석사 맞음.
  2. 이 과정에는 3–5일 정도의 뉴욕대학교 스턴경영대의 단기 임원 교육 프로그램을 같이 끼웠음. 이건 그냥 수료증(Certificate of Completion)만 있고 학점(Credit) 인정을 해주지 않는 과정임.
  3. 이를 구분하지 않고 학력으로 퉁친 건 잘못된 것임. 표준 이력서는 이것을 구분하게 되어 있음.

원문: 최효석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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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는 왜 넷플릭스처럼 안 될까요? https://ppss.kr/archives/248019 Mon, 06 Dec 2021 04:58:33 +0000 http://3.36.87.144/?p=248019

한때 이 책 『규칙 없음』이 스타트업계를 휩쓸었습니다. 한국에도 넷플릭스와 같은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는 회사들이 쏟아져 나왔지요. 많은 회사가 ‘그래도 한국 문화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자평을 하며 여전히 고군분투합니다.

물론 매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우리의 조직문화가 나아가야 할 지향점으로서의 가치는 여전히 큽니다. 이 책에 있는 내용은 모두가 참고해야 하지만, 왜 한국 기업 문화에서는 적용이 잘 안 되었는지 제 경험을 통해 그 이유를 공유 드리겠습니다.

 

『규칙 없음』의 핵심 내용

1. 『규칙 없음』은 사실 ‘스스로 규칙을 만들 수 있는 직원을 채용하라’에 가깝습니다. 무법천지를 만들어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목표가 주어지면 그것에 맞추어 스스로 동작하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홀라크라시』 『소시오크라시』와도 일맥상통합니다.

2. 육성보다 채용이 몇 배나 더 중요한 활동입니다. 어중간한 직원을 뽑아 가르치고 관리하는 비용보다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구조를 만들 줄 아는 직원을 뽑는 것이 훨씬 더 낫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그런 인재는 연봉의 몇 배를 더 주는 것을 아까워 하지 말라고 하고, 한 명의 천재적 인재는 평범한 직원의 수백 배에서 수만 배 이상의 성과를 낸다는 말을 인용하기도 합니다. 회사 생활 하시는 분들이라면 이 말의 의미를 이해하고 공감하시리라 생각합니다.

3. 즉 이런 직원들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그것을 제한하는 출퇴근 시간, 각종 규정, 보고 체계 등등을 모두 없애는 과정을 설명한 것이 이 책의 주요 내용입니다. 극단적인 업무 투명성, 무제한 휴가, 피드백 문화 등등 현재 조직문화의 최전선에서 보여주는 사례를 실증합니다.

출처: Netflix Jobs

 

『규칙 없음』의 내용이 국내 문화에 잘 흡수되지 않은 이유

1. 가장 큰 차이는 노동 유연성입니다.

쉽게 말해서 실리콘밸리는 아무런 통제를 하지 않더라도 본인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 해고가 유연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게 안 됩니다. HR 실무자나 대표님들과 성과문화를 이야기하면 결국 마지막에 맞닿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는 제한 없는 무제한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합니다. 1년에 364일을 놀고 하루만 일해도 남들의 몇 배의 성과를 낼 수 있다면 근태로 시비 걸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런 규정이 있어도 대부분 연가 범위를 넘겨서 사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즉 통제의 주체를 회사가 아닌 개인으로 넘긴 것이지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함부로 자르지 못합니다.

2. 넷플릭스이기 때문에 가능한 점이 큽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책에서 나온대로 S급 인재를 남들보다 몇 배나 더 보상을 쳐줄 수 있는 브랜드파워와 자금력이 있기 때문에 데려올 수 있는 것이 있기도 합니다. 넷플릭스도 DVD 우편배달 하던 시절에는 이런 정책을 사용하기 힘들었고, 이미 막대한 자금력을 갖추었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이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런 인재 채용이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회사가 어디 있을까요. 하지만 넷플릭스 정도의 성장세, 인지도, 자금력을 갖추지 못해서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실제로 이 책에서 나온 정책을 도입한 (넷플릭스의 정책을 참고한 것이 명확해 보이는) 국내의 스타트업들도 당근마켓, 딥브레인AI 등 막대한 투자유치로 현금 자산이 넉넉한 기업들입니다.

3. 배경, 문화, 철학에 대한 고찰 없이 제도만 흉내 내려고 하는 경우입니다.

이 책에서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의 히스토리를 보면 수많은 시행착오와 시도를 통해 벽돌 한 장씩 쌓듯 이러한 문화를 만들어 나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스타트업 CEO도 아니고 나이도 1960년생입니다. 그와 같은 마인드셋을 갖춘 사람을 보기도 쉽지 않지만 그만큼의 경력을 경험한 사람도 드뭅니다.

과정을 생략하고 제도만을 따라 한다고 우리 회사가 넷플릭스가 될 리 만무하지요. 그래서 이 책의 제도를 주입(implant)한다는 생각보다는,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어떻게 우리 조직에 제도를 맞출(sync) 것인가 하는 관점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출처: Netflix Jobs

그럼에도 넷플릭스가 이야기하는 조직문화는 우리 기업들이 지향점으로 삼아야 할 모범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너무 이상적이라고 하는 분들도 많지만 실리콘 밸리를 넘어 국내에서도 이러한 방향으로 조직문화를 진화시키는 기업들이 많이 생기는 것은 고무적인 일입니다.

원문: 최효석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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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인가 재즈인가: 구조화와 비구조화 https://ppss.kr/archives/222589 Thu, 11 Nov 2021 02:40:29 +0000 http://3.36.87.144/?p=222589 많은 기업 고객은 대부분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에 그 가격만큼의 서비스 범위와 프로세스, 기대 결과를 예측 가능하기를 원하십니다. 그러나 학습과 성장의 관점에서 그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오히려 역효과를 냅니다.

커리큘럼 설계를 할 때는 구조화-반구조화-비구조화의 사이에서 구성을 정합니다. 완전한 비구조화란 한 편의 잘 짜인 연극과 같습니다. 실제로 대기업 워크숍의 경우 분 단위 시나리오와 워크숍에 사용할 질문 리스트까지 제출하라는 경우도 있습니다. 유능한 강사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진행합니다. 보통 이런 경우 만족도는 높지만 말 그대로 한편의 잘 짜여진 연극에 참여한 느낌이 듭니다. 그러나 많은 전문 강사는 매일 똑같이 연기하는 느낌이 드는 이런 방식의 워크숍에 많은 회의감을 느낍니다.

매일 기계처럼 똑같은 이야기만 반복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이게 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완전한 비구조화는 아무런 사전의 준비가 없는 즉흥성이 생명입니다. 첫 만남에서 범위와 규칙을 함께 정합니다. ‘지금 기분이 어떠세요?’ ‘어떤 주제에 대해 같이 저와 대화를 나누고 싶으세요?’ ‘세션이 마친 뒤에 어떤 결과를 기대하시나요?’ 같은 주제로 과정과 결과를 참여적으로 함께 설계합니다. 구조화가 연극이라면 비구조화는 재즈입니다. 즉흥으로 시작되지만 합을 맞출수록 기대하지 않은 과정을 통해 예측하지 못한 결과가 나옵니다. 제 경우 훨씬 더 임팩트가 큰 결과는 늘 비구조화에서 나옵니다.

하지만 정말 제안서나 시나리오 없이 그냥 들어간다는 점은 기업 고객들을 이해시키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쨌든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고객의 니즈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반구조화의 형태로 많이 진행합니다. 주제와 절차 정도는 사전에 협의하고 세부 내용은 당사자 간 협의하는 형태입니다. 저는 주로 반구조화와 비구조화 사이의 형태를 선호하고, 여건이 된다면 완전한 비구조화를 지향합니다. 워크숍의 경우 슬라이드를 안 쓴 지는 몇 년 됐고, 작년부터는 판서조차 하지 않고 진행합니다.

물론 이는 굉장한 기술이 필요합니다. 사실 재즈 연주는 그냥 느낌대로 치는 게 아니라, 릭(lick)이라 불리는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의 멜로디를 순간적으로 찾아 적용하는 개념이라 볼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코치로서 그 상황에 맞는 질문, 그 시점에 필요한 진단, 그 감정에 맞는 대응은 다양한 상황을 철저하게 연습된 상태에서 최상의 선택을 하는 것이 비구조화의 핵심입니다. 유능한 상담가나 코치는 이러한 거의 모든 시나리오상 경우의 수에 적절한 대응을 즉시 할 수 있습니다.

학습은 우연한 문제 상황을 스스로 해결해나가면서 생겨납니다. 안내해주는 학습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과정을 스스로 찾아 나갈 때 더 많은 변화가 발생합니다. 그 복잡과 혼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변화가 일어납니다. 완전히 잘 설계된 커리큘럼은 예측 가능한 만족도를 기대할 수 있게 하지만, 그 이상의 성과를 원한다면 개별화(customization)을 넘은 동기화(synchronization)가 필요합니다.

원문: 최효석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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