ㅍㅍㅅㅅ https://ppss.kr 필자와 독자의 경계가 없는 이슈 큐레이팅 매거진 Tue, 11 Oct 2022 01:45:45 +0000 ko-KR hourly 1 https://wordpress.org/?v=5.8.10 https://ppss.kr/wp-content/uploads/2015/07/ppss-100x100.png ㅍㅍㅅㅅ https://ppss.kr 32 32 윤석열 대통령이 6·10 항쟁을 맞아 국민훈장을 수여한 이유 https://ppss.kr/archives/255191 Wed, 06 Jul 2022 02:21:40 +0000 http://3.36.87.144/?p=255191 6.10 항쟁일에 김세진, 이재호 열사에게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했다. 김세진, 이재호 열사는 서울대 학생으로 1986년 분신을 했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의 노래 <벗이여 해방이 온다>는 김세진, 이재호 열사의 죽음을 기리는 노래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민훈장은 매우 매우 잘하는 일이다. 민주화는 이제 진보-보수를 뛰어넘는 ‘우리 모두의 것’이 되고 있다. <님을 위한 행진곡> 탄생의 주인공인 광주항쟁 당시에 시민군의 대변인을 했던 윤상원 열사도 훈장을 받았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인혁당 가족들의 억울한 이자 부담을 덜어주라는 법원의 화해 결정을 법무부 차원에서 수용했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왜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는 이런 것을 하지 않았을까? 아마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는 검찰과 싸우느라 이런 걸 챙길 여력이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꼭 이 일이 아니더라도, 민주당의 진짜 근본 문제는 ‘만들고 싶은 나라’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은, 한국의 진보적 시민사회는 ‘저항 세력’으로서 오랜 세월을 살았다. 그들은 반대하는 것을 통해 자신을 정립해 왔다. 그래서 예전 운동권 언어로 ‘안티테제’는 있는데 ‘진테제’는 없는 상황인 것이다.

2019년은 3.1운동 100주년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이때를 ‘건국 100주년’으로 기념했다. 내가 만약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참모였다면, 박정희 정부 시절 한국의 중화학공업을 주도했던 김정렴(비서실장), 오원철(경제비서관)에게 민주당 정부 대통령의 이름으로 ‘건국 100주년 훈장’을 주었을 것이다. 후배 세대의 한 명으로서 진심을 담아, 한국의 산업화를 이끌고 중화학공업을 일으켜줘서 진심으로 고마웠다고 말이다. 당신들의 진심어린 애국심 덕분에 우리의 아들, 딸들이 선진국 시민이 되는 초석이 될 수 있었다고. 다른 정당이 아닌 ‘민주당 정부’의 대통령 이름으로 훈장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2019년 3월만 해도 두 분은 모두 살아계셨다. 그러다 2019년 연말, 2020년 연초에 각각 돌아가셨다.

정치는 ‘반대의 결집’이 중요하다. 정치는 속성상 전선과 정치적 차별화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86들이 잘한다. 구체적으로 반대의 동원, 증오의 결집, 네거티브, 프레임, 뒤집어씌우기를 잘한다. 이들은 20대 때부터 반독재 민주화운동과 총학생회 선거를 통해 이런 것을 엄청나게 많이 해서 ‘달인의 경지’에 이르렀다.

그런데, 한 차원 더 높은 전선을 형성할 수 있다. 정치는 속성상 “싸우는 것”이다. 다만, 싸움의 방향과 대상을 바꿔서 ‘자기 자신’과 싸우는 것이다. ‘낡은 우리’와 싸워서 ‘혁신 우리’가 되는 것이다. 이는 ‘낡은 진보’를 내일의 ‘혁신 진보’로 이끌 수 있다. 증오심을 동원하는 진보가 아니라, 한 차원 높은 통합을 선도하는 것이다. 보수를 욕하는 게 아니라, 보수의 역사적 성취를 확 끌어안는 것이다. 그게 바로 ‘주류적 세계관’이다.

민주당과 86들은 비주류 마인드를 버리고 ‘주류적 세계관’을 가지려고 해야 할 때이다. 그때야말로 진짜 주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원문: 최병천의 페이스북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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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신냉전, 경제안보비서관, 공급망 관리법: 진보와 보수를 떠나 국가적으로 중요한 아젠다인 이유 https://ppss.kr/archives/254910 Fri, 17 Jun 2022 04:26:56 +0000 http://3.36.87.144/?p=254910 1.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 비서실에서는 새로운 조직이 생겼다. 국가안보실 밑에 경제안보 비서관이라는 직책이 신설됐다. 국가안보실 자체는 문재인 정부 때도 있었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가안보실장은 정의용 실장이었다. 윤석열 정부에서 오히려 새로운 것은 경제안보 비서관의 신설이다.

신임 경제안보 비서관은 왕윤종 동덕여대 교수다. 예일대 경제학 박사 출신이고,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F) 국제거시금융실장, 세계지역연구센터 소장, SK차이나 수석부총재, 현대중국학회장을 거친 중국통이다.

2021년 11월경에 ‘요소수 사태’가 터졌다. 당시 나는 민주당에 아는 분들을 통해 이재명 캠프에 간략한 메모를 전달했다. 메모의 요지는, 단순하게 요소수 사태에 대한 메시지를 넘어 공급망 쇼크와 공급망 재편의 중요성을 담은 차이나 리스크 관리법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차이나’라는 표현은 정무적 고려를 담은 것이기도 하다)

요소수 사태 직후 이재명 캠프는 가격통제 정책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는데, 내 메모가 전달된 이후에 ‘아주 쬐금’ 반영되었다. ‘공급망 위기관리’라는 워딩이 반영됐다.

출처: 인수위사진기자단

왕윤종 경제안보비서관은 링크한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공급망 관리 기본법’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지난 대선 때, 내가 이재명 캠프에 전달한 메모의 문제의식과 완전히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왕윤종 비서관의 인터뷰를 보면, 최근 윤석열-바이든 정상회담에서 추진하기로 한 IPEF(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 워크)에 대해서 “중국 배제는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강조했는데, 이 역시 아주 잘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 IPEF 추진은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그러나 미국 입장이 그런 것이지, 한국 입장이 그런 것은 아니다.
한국은 IPEF에 적극 합류하되 정부의 공식적 입장은, “중국 배제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할 필요가 있다. 이는 논리적으로도 합당하고, 정무적으로 합당하고, 외교적으로도 합당한 메시지다.

 

2.

윤석열 정부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공무원 정권’이라는 점이다. 소위 ‘늘공’ 정권이다. 청와대 비서관 및 내각을 발표할 때, 언론에서 ‘서오남 내각’이라는 표현이 회자됐다. 서울대-50대-남성을 지칭한 표현이다. 서울대-50대-남성을 세 글자로 줄이면 ‘공무원’이다. 다시 두 글자로 줄이면 ‘관료’다.

어느 정권이나, 진보든, 보수든 정치와 정책의 협업은 불가피하다. 그간 집권당 입장에서 정책은 결국 관료가 주도해왔다. 그것은 박정희 이래 최근까지 보수의 전통이다.

진보도 대체로 비슷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역시 관료에게 주요 정책을 맡겼다. 문재인 정부의 경우 새로운 실험을 했다. 진보 교수에게 정책을 맡겼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정책실장은 4명이었다. (순서대로) 장하성, 김수현, 김상조, 이호승이었다. 앞의 3명이 진보성향 교수였다.
취임 이후 약 3년 6개월은 진보 교수가, 나머지 1년 6개월은 기재부 출신 관료가 청와대 정책실장을 했다. 국민들 입장에서 볼 때, 아래 선택지 중 누가 더 유능하다고 생각할까?

  1. 진보 교수가 더 유능하다고 생각할까?
  2. 경제 관료들이 더 유능하다고 생각할까?

 

3.

어느 정권이나, 진보든, 보수든, 국가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3대 메가 아젠다와 만나게 된다. ①외교·안보 ②경제·성장 ③정치·사회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질서는 3가지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크게 3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1기는 1945년~1991년, 2기는 1991년~2010년대, 3기는 2010년대 이후~앞으로 계속이다.

1기는 미소 냉전기였다. 2기는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탈냉전 미국 유일 헤게모니기였다. 이때가 진정 ‘팍스 아메리카나’(미국에 의한 평화)의 시대였다. 3기는 미중 신냉전 시기다.

출처: SBS

소련 붕괴 이후, 미국 유일 헤게모니가 작동하던 시대에는 안보걱정 없이, 경제적 효율성의 극대화가 가능한 시대였다. 글로벌밸류체인의 전성기였다. 미국 헤게모니에 도전하는 나라가 아무도 없었다. 당시 중국이든 러시아든 모두 미국과 친해지려고 노력하던 시절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 달라졌다. 외교·안보 환경도, 경제·성장 환경도 다 바뀌었다. 안보와 경제가 연계되는 시대로 바뀌었다. 전통 안보도 중요해졌고, 경제 안보도 중요해졌다.

공급망 재편이 매우 중요해졌다. 정부와 대기업의 공동대응 체계가 매우 중요해졌다. 미국과 중국이 경쟁하는 전략 산업에서의 기술 우위가 매우 중요해졌다.

향후 한국 정치는 어느 정부이든, 진보든 보수든 미중 신냉전의 강화라는 환경적 변화를 직시한 상태에서 어느 세력이 더 균형 잡힌 대응을 하는지에 따라 경제 고관여층의 지지와 신뢰가 결정될 것이다.

원문: 최병천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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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퇴임사”로 보는 문재인 정부 5년의 성과 https://ppss.kr/archives/253858 Mon, 09 May 2022 10:38:28 +0000 http://3.36.87.144/?p=253858 5월 9일은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날이다. 5월 10일은 윤석열 정부의 첫날이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많은 감회를 담아 퇴임사를 발표했다. 퇴임사에는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가 생각하는, 문재인 정부 5년의 성과’가 집약적으로 담겨 있다. 이는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자료다. 문재인 대통령 퇴임사 전문을 통해 문재인 정부 5년의 성과를 정리해본다.

첫째, ‘국정농단 사건’ 이후 민주주의를 회복했다. 한국 국민들의 위대함이다. 다만, 문재인 정부가 얼마나 촛불 광장의 열망에 부응했는지에 대해서는 ‘숙연한 마음’이 든다고 자평했다.

둘째, 평창 동계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만들었다. 문재인 정부 초기, 한반도는 전쟁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그러나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대화와 외교 국면으로 전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렇게 자평했다.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것은 우리의 의지와 노력 부족 탓만은 아니고, 우리의 의지만으로 넘기 힘든 장벽이 있었다.

매우 타당한 말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남북 관계는 단지 남한과 북한 두 나라에 의해 결정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관계의 연장에서 접근해야 한다. 원래 남북 관계는 ‘민족주의적’ 접근이 아니라 ‘지정학적’ 접근이 중요하다.

셋째, 일본의 부당한 수출 규제로 인한 위기를 극복했다. 이를 소부장 자립의 기회를 삼아 소부장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측면으로 이어졌다.

일본이 부당한 수출 규제 의사를 밝힌 것은 명백하다. 그런데, 실제로 부당한 수출 규제를 얼마나 했는지는 불투명하다. 글로벌 밸류체인에서 일정 비율을 담당하는 삼성전자에게 일본이 실제로 ‘수출 규제’를 한다는 것은 사실상 세계 경제를 마비시키는 것과 같다. 일본의 수출 규제는 부분적으로는 수출 규제였고, 부분적으로는 ‘엄포’에 그쳤다.

물론 한국 입장에서는 일본의 수출 규제와 엄포로 인해 소부장의 중요성을 환기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소부장의 경쟁력이 얼마나 더 강화됐는지는 ‘데이터’에 근거해서 보다 실증적으로 연구할 필요성이 느껴진다.

넷째, ‘코로나19 방역 모범국가’가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상징하는 지표로 코로나19 대처상황보고서 969보를 인용했다. 한국은 코로나19 위기 상황 속에서도 빠르게 경제를 회복했고, 1인당 GDP 3만 5천 달러를 달성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사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 제조업이 가진 세계적인 경쟁력 덕분”이기도 했다.

다섯째, 한류 문화의 세계적인 위상이 높아졌다. 한류 문화는 한국이 문화 선도 국가로 성장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한류 문화의 성장에 덧붙여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 그린뉴딜, 탄소 중립 선언 역시 한국을 ‘선도 국가’로 만들었다고 언급했다. 또한 코로나 위기를 겪으면서 한국이 민주주의, 경제, 수출, 디지털, 혁신, 방역, 보건의료, 문화, 군사력, 방산, 기후 위기 대응, 외교와 국제협력 등 많은 분야에서 선도 국가가 됐다고 말하고 있다.

여섯째, 총괄적으로 대한민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한 유일한 나라’가 되었다. 지난 70년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물론 지난 70년간 한국이 가장 성공한 나라가 된 것은 문재인 정부만의 업적은 아니다. 지난 70년간 집권했던 정부 모두의 합작품이다. 동시에 한국 대기업 기업가의 공 역시 매우 컸다. 국민들의 우수한 역량과 헌신 역시 크게 작용했다.

한국이 가난한 개발 도상국에서 선진국이 된 것은 미국의 지원을 포함한 지정학적 요인, 우수한 관료들의 존재, 역대 정부의 노력, 기업가들의 과감한 투자와 혁신적 도전, 국민들의 피와 땀이 어우러진 결과물이다.

 

마무리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퇴임사를 통해 보는 문재인 정부 5년의 성과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1. 국정농단 사태 이후 민주주의 회복
  2. 평창 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만들면서, 한반도 전쟁 위기 국면을 대화와 외교의 국면으로 전환
  3.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에 맞서 소부장 경쟁력 강화
  4. 코로나 방역 모범 국가
  5. 한류 문화의 세계적 영향력 상승, 다양한 분야에서 대한민국의 국가적 위상 제고
  6. 총괄적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나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한 유일한 나라.

원문: 최병천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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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는 “정권교체 촉진세”다: 종부세를 폐지하고 재산세와 통합해야 하는 이유 https://ppss.kr/archives/253234 Mon, 18 Apr 2022 02:01:12 +0000 http://3.36.87.144/?p=253234 1.

1월 이후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2~5% 뒤지는 것으로 나왔다. 그런데, 실제 결과는 0.7%p 차이로 석패했다. 우리의 질문은 2가지다.

  • 첫째, 왜 갑자기 막판에 결집했는가?
  • 둘째, 막판 결집에도 불구하고 왜 패배했는가?

우리는 첫 번째 질문의 답을 알고 있다. 2030여성의 막판 결집 때문이었다. 이준석-윤석열에 대한 반감과 N번방을 추적했던 ‘불꽃’ 활동가 박지현 씨의 합류와 호소력이 막판 2030여성의 결집에 큰 도움이 됐다. 그런데, 두 번째 질문 던진 사람도 많지 않고, 답변도 빈약하다.

두 번째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유권자 구성 때문이다. 2022년 대선에서 유권자 구성은 ① 2030세대(32%) ② 4050세대(38%) ③ 607080세대(30%)였다. 2030세대에서 남녀가 ‘반까이’를 하면 어떻게 될까? 4050세대 유권자 비중이 38%이고, 607080세대 유권자 비중이 30%이기 때문에 고연령자의 (상대적으로) 높은 투표율을 감안해도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승리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졌다. 왜?

다시 말해, 민주당의 중요한 패인(敗因) 중에는 4050세대의 이탈이 있었다. 4050세대의 이탈과 유사한 현상이 실은 서울 지역의 패배다. 대선 기간 내내, 서울은 정권교체 여론의 진원지였다.

4050세대의 동원은 왜 약화됐는가? 다르게 표현해서, 4050세대의 이탈은 왜 발생했는가? 가장 중요한 원인이 좌편향적 부동산 정책 때문이었다. 더 크게는 좌편향적 경제정책때문이었다.

누구를 비난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우리 자신을 ‘업데이트’하기 위함이다. 더 강한 민주당, 더 유능한 민주당, 이후에라도 성공하는 통치의 경험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2.

부동산 정책은 크게 ① 세금 ② 대출 ③ 공급의 세 덩어리로 나눌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 ‘세금’은 주로 상대적 부유층에 해당한다. 나이로 치면 50대~70대가 해당한다. 반면, 20~40세대에게 특히 민감한 것은 ‘대출’이었다.

문재인 정부,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는 공급과 대출에 대해서도 아쉬운 점이 많았다. 그러나 여기서는 부동산 세금, 그중에서도 종부세(종합부동산세)에 논의를 집중하기로 한다. (부동산 세금은 취득 단계의 취득세, 보유 단계의 종부세와 재산세, 처분 단계의 양도소득세로 구분된다)

결론부터 말해, 문재인 정부에서 종부세는 ‘정권교체 촉진세’였다. 종부세는 정책의 정합성을 위해서도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정치적-정무적 관점에서도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종부세를 폐지하고 재산세와 통합하는 게 바람직하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현재 1주택자 종부세 폐지를 주장한다. 그런데, 이는 지금 시기에 매우 소극적인 대응이다. 종부세 자체를 폐지하고, 재산세와 통합하는 게 훨씬 깔끔하고, 그게 정공법이다.

 

3.

종부세의 결정적 문제점은 이도 저도, 아닌 짬짜면 & 잡탕밥 성격의 세금이라는 점이다. 현행 종부세에는 최소한 다음과 같은 5가지 서로 다른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 ①보유세 ②부동산 가격안정세 ③부유세 ④다주택자 규제세 ⑤지역균형발전세. 문제는 5가지 취지가 전부 짬뽕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자.

첫째, 보유세로서의 종부세다.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보유세는 국세가 아니라 지방세다. 왜냐하면, 보유세의 철학 자체가 지역의 행정 인프라와 연동되어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보유세를 ‘국세’로 매기는 경우는 한국의 종부세 이외에 거의 없다.

둘째, 종부세는 부동산 가격안정세의 취지를 갖는다. 2018년 대비 2021년의 3년 동안 주택분 종부세의 증가배율은 (무려) 14.3배였다. 원론적으로 보유세가 옳은지, 거래세가 옳은지, 소득세가 옳은지는 토론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3년에 14.3배가 상승하는 것은 명백하게 부당하다. 그런데, 3년에 14.3배가 올랐다. 도대체 왜?

부동산 가격이 2배 가까이 뛰는데, ‘세금’을 통해 부동산 가격을 잡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이는 비유하면, 반도체 수출이 대박을 쳐서 상위 10%에 해당하는 삼성전자 노동자들 소득이 급상승하자, 불평등 축소의 일환으로 법인세를 경기변동 상황에 맞춰 올렸다 내렸다 하는 상황에 비견할 수 있다. 전 세계 그 어떤 나라도 법인세를 ‘소득불평등 완화’의 일환으로 1년 만에 올렸다, 내렸다 하는 나라는 없다.

셋째, 종부세는 부유세(富裕稅) 성격을 갖는다. 문제는 서울에 21억 아파트 한 채 있는 경우와 지방에 7억 아파트 3채 있는 경우의 종부세 부과율이 20~30배 이상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서울 21억, 1주택’과 ‘지방 7억, 3주택’의 종부세는 확연히 다르다. 서울 1채 부자는 지방 3채 부자보다 종부세를 약 1/20~1/30만큼 덜 낸다. 종부세의 세계관은 부유세인데, 실제로는 ‘엉망진창’ 부유세인 셈이다.

넷째, 종부세는 다주택자 규제세 성격을 갖는다. 대한민국에서 자가 비율은 약 55%이고, 전월세 비율은 약 45%다. 전월세 주택이 공급된다는 것은 누군가 2채 이상의 다주택자여야만 한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 민주당의 정책적 목표는 무엇인가? 전월세 주택의 전면 폐지가 궁극적인 정책목표가 아니라면, 다주택자를 적폐(積弊)처럼 취급해서는 안 된다.

다섯째, 종부세는 지역균형발전세 성격을 갖는다. 종부세는 국세이다. 전 세계적으로 보유세가 국세인 경우는 거의 없다. 흔히 보유세로 유명한 미국을 비롯한 영미권은 대부분 ‘지방세’다. 보유세의 취지 자체가 지역의 행정 인프라에 대한 댓가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미국 실리콘밸리의 팔로알토 지역은 집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곳이다. 2층 단독주택이 200억~300억원 한다. 이 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보유세가 훨씬 높다. 그 이유는 자신이 낸 높은 보유세가 경찰, 도로, 학교 등의 지역 인프라와 서로 연동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치적 결정도 자신들이 한다. 비유하면, 서초동 주민들이 자신들의 재산세 비율을 자신들이 결정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한국의 종부세는 국세이면서, 누진세이면서, 부담 능력과 연동된 응능세(應能稅)이면서, 지역 인프라와 무관하다. 당연히 조세저항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4.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던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주택분 종부세의 총액은 다음과 같다.

▴2017년(3,878억원) ▴2018년(4,432억원) ▴2019년(9,524억원) ▴2020년(1조 8,418억원) ▴2021년(5조 7000억원)

  • 2018년 대비 2021년 주택분 종부세의 증가배율은 14.3배이다.
  • 2019년 대비 2021년 주택분 종부세의 증가배율은 5.7배이다.
  • 2020년 대비 2021년 주택분 종부세의 증가배율은 3.2배이다.

(공산주의 국가, 독재국가, 전제정을 제외하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민주주의 국가 중에서 3년 안에 14.3배가 증가하는 세금의 사례가 있었을까? 이렇게 단기간에, 이렇게 많이 세금을 더 걷는 것은 그 자체로 부당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공통으로 잘못한 것은 ‘고작 2%’라고 합리화했다는 점이다. 2%는 몇 명일까? 100만명이다. 세금은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퍼센테이지(%)’를 논거로 제시했다.

어떻게 세금의 정당성이 ‘퍼센테이지(%)’일 수 있는가? 2%이면 아무렇게나 걷어도 되는 것인가? 문재인 정부,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더더욱 잘못한 것은 2% 내외의 소수 부자들에게는 함부로 해도 된다는 세계관을 공공연히 주장했다는 점이다. (※ 이재명 후보는 국토보유세를 주장하면서 핵심 논거로 걷는 사람은 10%이고, 혜택은 90%가 본다는 점을 제시했다.)

2021년 종부세 대상자는 100만명이었다. 이 중에서 50만명이 서울이었다. 종부세 대상자 50만명은 전체 서울 인구를 기준으로 보면 약 5%(50만명/950만명)가 된다. 서울의 총 주택 수는 350만채다. 종부세 대상자 50만명을 가구 단위로 나눠보면 14.2%가 된다. 가구당으로 표현하면 7가구당 1채가 된다. (※ 물론, 종부세는 개인을 기준으로 부과한다. 그래서 가구 단위가 정확한 비교는 아니다. 이해의 편의를 위해 비교한다.)

 

5.

7개의 그림-그래프-표를 첨부한다.

1) 내가 했던 머니투데이 인터뷰 이미지다.
2) 2016~2021년 종부세 증가 추이 그래프다.
3) 2016~2021년 종부세 증가 배율표다. (금액과 배율을 표시했다.)
4) 2020년 총선과 2022년 대선의 서울지역 동별 득표율 그림이다. (출처 : 중앙일보)
5) 서울지역 25개 구별 평당 가격과 윤석열 후보의 득표율 비교 그림이다. (출처 : 중앙일보)
6) 명지대 경제학과 우석진 교수가 만든, 주택분 종부세와 윤석열-이재명 후보의 격차 그래프다.
7) 서울지역 표준공시지가 변동률과 윤석열 후보 지지율 변화 그래프다. SBS 마부작침 배여운 기자의 작품이다.

3.9 대선에서 서울지역 부동산 가격과 윤석열 득표율은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줬다. 해석은 두 가지가 가능하다.

  • 서울의 중산층 이상 부유층이 계급투표를 했다.
  • 종부세 등 조세저항에 대한 심판투표를 했다.

실제로는 둘 다 맞는 말일 것이다. 다만, 두 가지 팩트의 인식이 중요하다. 첫째,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에 투표했던 사람들이 이번에는 윤석열을 찍었다는 것이다. 윤석열을 찍은 서울지역 유권자 전부는 원래 ‘적폐’여서 민주당이 표를 못받은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 관계없다. 그렇지 않다면 뭔가 반성해야 한다.

둘째, 상대방이 부자이든 아니든, 상대방이 2%이든, 1%이든, 상대방이 100만명이든, 50만명이든, 10만명이든, 3년에 14.3배를 올리는 세금은 부당한다는 것이다. 3년 동안 14.3배 올리는 세금에 대해 조세저항의 심리를 갖는 것은 너무너무 당연한 일이다.

 

6.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윤석열은 정치 초보다. 평생 검사로 살았던 사람이다. 윤석열은 대선 캠페인 기간 내내, 자기 지지층이 누군지도 잘 몰랐다. 선거가 끝나는 날까지 중도 확장 캠페인은 거의 없었다.

1987년 대선 이후, 보수정당 계열의 대선 후보 중에서 윤석열만큼 약체였던 후보는 없었다. 후보 경쟁력 관점에서도 그랬고, 캠페인 관점에서도 그랬다. 윤석열은 실언의 왕이었고, 쩍벌남이었고, 모르는 것 투성이였고, 비전도 없었고, 정책도 없었다. 2012년 박근혜의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처럼 ‘중도 확장’의 감흥도 전혀 없었다.

그런데 우리는 윤석열에게 졌다. 윤석열은 2027년에는 다시 출마하지 않는다. 윤석열은 1987년 이후 한국 선거 역사상 보수정당 계열의 최약체 후보였기 때문에, 2027년에는 ‘더 쎈 놈’이 대선후보로 출마하게 될 것이다. 민주당이 0.7%p 격차의 패배에 안주할수록, 민주당의 재집권은 멀어질 것이다.

민주당은 86 운동권 세계관이 덕지덕지 묻어있는 정책을 남발하여 정권을 빼앗겼다. 이를 혁신할 생각은 하지 않고, 나이가 203040세대인 또 다른 청년 운동권으로 ‘화장술’을 발휘할 경우, 민주당은 이후에도 패배하게 될 것이다.

ⓒUnsplash

종부세는 정권교체 촉진세다. 종부세는 폐지해야 한다. 정책적 정합성 관점에서도 폐지가 옳다. 정무적-정치적 관점에서도 폐지가 옳다. 종부세에 담긴 보유세의 철학은 재산세와의 통합을 통해 실현하면 된다. 종부세의 세계관에는 86세대 운동권 철학의 낡은 지꺼기인 계급적 적대감과 로빈훗적 사고방식이 묻어 있다.

종부세는 참여 정부 시절에도 실패했다. 부동산 가격이 2배 가까이 오르는데 ‘세금’을 통해 가격을 잡으려 했다. 문재인 정부도 똑같은 실수를 했다. 부동산 가격이 2배 가까이 오르는데 ‘세금’을 통해 가격을 잡으려 했다. 전 세계 그 어떤 나라가, 그 어떤 민주주의 국가가, 어떤 정책 책임자가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동산 보유세 폭등을 통해 잡으려고 한다는 말인가?

민주당의 혁신은 ‘실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따뜻한 마음은 간직하되, 경제문제의 복잡성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누가 더 참된 운동권인지, 누가 더 센 주장을 하는지, 누가 더 참된 진보인지 다투는 정치를 그만해야 한다. 86세대 운동권을 203040세대 청년 운동권으로 바꾸려는 행태 역시 결코 해법이 될 수 없다.

원문: 최병천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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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을 원하면 용산으로 옮길 게 아니라, 매달 기자회견을 하면 된다 https://ppss.kr/archives/252705 Thu, 24 Mar 2022 04:08:19 +0000 http://3.36.87.144/?p=252705 뉴스토마토에서 용산 집무실 이전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물었다. 반대 58.1%, 찬성 33.1%, 잘 모름 8.7%가 나왔다.

출처: 뉴스토마토

역대 대통령 당선자는 당선 직후 50~70%의 지지율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지지하지 않았어도 “그래 이왕 대통령이 된 거, 한번 잘해봐라”라는 정서를 갖고 있다.

대통령 당선자의 최대 권력은 의제 설정 권력이다. 대통령 당선 직후는 일종에 허니문 기간이다. 당선자는 이 기간에 한국사회 개혁에 필요한 의제를 주도하며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게 일반적이다. 당선 직후의 의제 설정 권력은 한정된 자원이다. 시간을 되돌릴 수 없듯, 이 시기가 지나면 다시 생기지 않는다.

3월 9일 당선 이후, 윤석열은 약 2주간을 온통 용산 국방부 건물 이전 문제로 허비하고 있다. 윤석열 당선자가 용산 국방부 건물 이전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는 것은 윤석열을 찍었던 사람에게도 불행한 일이고, 대한민국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한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뜻인가? 전 국민 5,300만 명을 직접 만나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윤석열을 찍은 1,600만 명의 유권자를 직접 만나겠다는 것인가? 불가능한 이야기다. 현대적인 의미에서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는 것은 언론을 매개로 이뤄진다. 역대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면, 국민들의 궁금증과 의혹에 대해 충분히 해명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역대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대통령 집무실이 청와대에 있어서가 아니다.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건물로 옮기더라도, 사무실에 박혀서 참모들하고만 일을 처리한다면, 현재 청와대에 그냥 있는 것만 못하다.

출처: 뉴스1

윤석열 당선자가 국민과 소통을 원한다면, 매달 기자회견을 정례화하면 된다. 청와대에서 일하는지, 용산 국방부 건물에서 일하는지는 부차적인 문제다.

당선자 신분의 의제 설정 권력은 대통령 당선 직후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한다. 한정된 시간에만 발생하는 권한이다. 이 중요한 시간을, 집무실 이사 문제로 보내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다.

원문: 최병천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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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0.7% 차이’에 안주하게 된다면 https://ppss.kr/archives/252444 Thu, 17 Mar 2022 01:31:30 +0000 http://3.36.87.144/?p=252444 1.

2022년 3월 9일 오후 7시 30분, 출구조사가 발표되는 순간의 장면은 향후 민주당의 앞날을 예고해준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게 0.6%p 뒤지는 것으로 나왔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 이어 JTBC 출구조사가 발표됐다. 여기서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0.7%p 이기는 것으로 나왔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방송 3사와 JTBC 출구조사는 아주 짧은 시간 차이로 발표됐는데, 민주당은 마치 (보기에 따라)0.6%p 패배를 보고 환호성을 지른 것처럼 보이게 됐다.

최종 선거 결과는 0.7%p 격차로 이재명 후보가 패배했다. 이재명 후보는 1,600만 표를 넘게 받았다. 대한민국 선거 역사상 민주당 출신 대통령 후보가 받은 최다 득표다. 득표율을 기준으로 보면, 2012년 문재인 후보가 48.0%를 받았는데, 이번에 이재명 후보는 47.8%를 받았다.

현재 민주당의 분위기는 ‘고작’ 0.7%p밖에 안 진 것에 대해 안도하는 분위기가 아닌가 싶다. 혁신이란 개념의 본질 자체가 현재를 부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현재를 부정하는 것, 현재를 극복하는 것, 미래로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현재에 만족하는 혁신은 둥근 삼각형 같은 이야기다. 민주당은 ‘고작’ 0.7%p밖에 안 졌기에, 민주당의 혁신 역시 ‘고작’ 0.7%만큼만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2.

이번 대선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간과한 것 중에는 ‘보수의 유권자 혁명’이 있다. 국민의힘은 4.7 재보선에서 서울시장으로 오세훈, 7월 당 대표로 이준석, 11월 대선후보로는 윤석열을 선택했다.

오세훈은 누구인가? 10년 전에 끝난 정치인이라고 생각됐다. 이준석은 누구인가? 종편에나 출연하는 서른 여섯 살 짜리, 원외 청년 정치인에 불과했다. 윤석열은 누구인가? 박근혜와 이명박을 감옥에 보낸 장본인이다. 오세훈, 이준석, 윤석열의 조합, 그러니까 ‘오-이-윤 조합’은 몇 가지 특징을 갖는다.

  • 첫째, 오-이-윤은 3명 모두 비박(非朴)이다. 다르게 말하면 비주류 세력이었다.
  • 둘째, 오-이-윤은 3명 모두 원외 인사다.
  • 셋째, 오-이-윤은 3명 모두 탄핵을 찬성한 사람이다.

오-이-윤 3명 모두 비박-원외-탄핵 찬성 인사였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국힘의 아이덴티티는 ‘친박당’이었다. 친박당을 아이덴티티로 하는 국힘은 2016년 총선 패배, 2017년 대선 패배, 2018년 지선 패배, 2020년 총선 패배의 역사적인 4연패를 했다. 이후 친박당, 국힘당은 죽었는데, 살아있는 정당이 됐다. 죽었는데 살아있는 것을 우리는 좀비라고 부른다. 즉, 국힘당은 ‘좀비당’이 됐다.

국힘당이 좀비당이 되자, 보수 유권자들은 좀비가 아닌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좀비가 아닌 사람은 친박-원내-탄핵 반대 세력 중에는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보수 유권자의 집단지성이 찾아낸 사람이 바로 오-이-윤이었다.

 

3.

역대 선거 결과를 보면 지방선거와 총선의 경우, 선거 승패와 상관관계가 가장 높은 것은 대통령 집권 초반/후반 여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집권 여당이 집권 초반에 패배한 적이 거의 없고, 집권 여당이 집권 후반에 승리한 적 역시 거의 없다. 아주 아주 예외적인 경우가 이명박 정부가 집권하고 있던 2012년 4월 총선에서 박근혜가 비대위원장을 맡고 승리했던 경우다. (박근혜는 정말 대단한 정치인이다)

대통령 집권 초반/후반의 사이클을 기준으로 볼 때, 2022년 6월 지방선거는 민주당에게 매우 어려운 선거가 될 것이다. 이번 대선의 투표율은 77%였는데, 2018년 지방선거 투표율은 60%였다. 역대 투표율을 비교해봐도, 지방선거 투표율은 대선에 비해 15~20%p 낮은 게 일반적이다. 2024년 4월 총선은 윤석열 정부 임기 40%가 지날 때 치러지는 선거다. 대통령 집권 초반/후반 사이클 이론에 입각해서 볼 때, 윤석열 정부가 6 : 4의 구도로 승리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임기가 40%밖에 안 지났으니, 중간심판론의 설득력 역시 40%밖에 안 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 집권 초반/후반 사이클 이론에 의하면, 결국 2022년 지방선거도 민주당이 참패할 가능성이 많고, 2024년 총선은 6:4의 구도로 국힘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경향신문 기사가 말해주고 있듯이 현재 민주당의 다수 분위기는 ‘고작’ 0.7%p 격차로 패배한 것에 안도하고, 안주하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으로 보인다.

출처: YTN

국힘의 보수 혁명은 역설적으로 국힘이 ‘좀비당’이 됐기 때문에 성립되었다. 국힘이 ‘좀비당’이 되지 않았다면 보수의 혁명은 없었을 것이고, 보수의 정권교체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민주당에게 가장 우려스러운 상황은 좀비당도 되지 못하는 경우다. 그나마 좀비당이 될 때 혁신의 동력이 생기는데, 좀비당이 되지 못하면 혁신의 동력도 안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멀쩡한 ‘사람당’이 되면 그것도 좋은 일이다. 그런데, 가장 우려스러운 상황은 마치 반인반수(半人半獸)처럼 절반은 사람, 절반은 좀비 상태가 되는 경우다. 민주당이 0.7%p 격차에 안주하며 0.7%만큼만 혁신하려고 할 때, 민주당은 ‘반인 반좀당’이 될 것이다.

정치 사이클이 예정하고 있는 것처럼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2024년 4월 총선 모두 ‘무난하게’ 패배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원문: 최병천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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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대한민국의 호감도 상승: 무엇 때문이며, 누구의 공인가? https://ppss.kr/archives/251015 Tue, 15 Feb 2022 02:52:24 +0000 http://3.36.87.144/?p=251015 ※ 매일경제의 「일본도 한국에 호감으로…BTS가 국가이미지 올린 일등공신」을 참고한 글입니다.


1.

한국의 글로벌 위상과 관련하여, 2020년 연초에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4관왕을 했다. 곧이어 코로나 사태가 터졌는데 뉴욕타임스, BBC 등 저명한 외신을 중심으로 ‘K-방역’에 대한 엄청난 호평이 쏟아졌다.

불과 2015년경만 해도 ‘헬조선’이라는 표현이 유행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2020년은 국뽕의 원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로벌 대한민국’의 호감도 상승은 왜 일어난 것일까? 혹은 누구의 공으로 봐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에 해답을 제공할 수 있는 조사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됐다.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은 해마다 대한민국에 대한 국가 이미지 조사를 한다. 2021년 조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2.

한국 이미지에 대해 <긍정 평가 요인>을 물었다. 2021년 기준으로 열거해보면 아래와 같다.

자료 출처: 문화체육관광부

K-pop, 영화 등의 “문화적 요인”이 22.9%로 가장 많다. 그러나, 2위를 차지하는 한국산 제품 및 브랜드, 3위를 차지하는 국민소득과 경제 수준은 ‘경제적 번영’이라는 같은 카테고리로 볼 수 있다.

2-3위에 해당하는 ‘제품 및 브랜드’ ‘국민소득과 경제 수준’을 합치면 23.4%로 1위가 된다. 결국 ‘제품 및 브랜드’ ‘국민소득과 경제 수준’이 23.4%로 1위가 되고 k-pop과 영화, 드라마 등은 22.9%로 2위가 된다.

2017년 촛불시위로 상징되는 ‘한국의 민주주의’ 등 정치 상황은 6.2%이고, 2~3위를 합친 것을 고려하면 7위에 해당한다.

 

3.

흥미로운 부분은 한국인의 한국 호감도 평가와 외국인의 한국 호감도 평가가 보여주는 간극이다. 한국인의 한국에 대한 긍정 평가는 48.5%였다. 외국인의 한국에 대한 긍정 평가는 80.5%였다. 한국인들 자신은 긍정 평가 비율이 절반이 안 된다. 매우 인색한 평가다.

어떤 나라들이 한국을 긍정 평가하는 것일까? 한국을 긍정 평가하는 나라를 국가 순위별로 보면 다음과 같다.

자료 출처: 문화체육관광부

오른쪽부터 상위 13개 국가는 주로 동남아, 남미, 개발도상국 국가들이다. 14위부터~21위는 대체로 ‘서구 선진국’으로 불리는 나라들이다.  한국에 대한 긍정 평가가 가장 낮은 국가는 ‘지리적으로 인접한’ 중국과 일본이다. 22위가 중국, 23위가 일본이다.

 

4.

논의를 정리해보자. 글로벌 대한민국에 대한 해외에서의 호감도 상승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집약된다.

첫째, ‘제품, 소득, 경제력 수준’ 때문이다. 비중은 23.4%.

둘째, BTS와 봉준호, 오징어 게임으로 상징되는 ‘K-콘텐츠’ 때문이다. 비중은 22.9%.

그럼, ‘제품, 소득, 경제력 수준’의 상승 원인은 누구의 공이 가장 컸을까?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최대의 공헌자를 꼽는다면, 대한민국 대기업 총수들이었다고 봐야 한다.

다시 말해, 이병철, 정주영, 이건희, 박태준 같은 사람들이 해당한다. 이병철-이건희가 1980년대 초반에 삼성 그룹 전체가 어려워질 각오를 하고 반도체 투자를 하지 않고 설탕과 양복만 팔려고 했다면, 지금과 같은 ‘글로벌 대한민국’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정주영이 현대중공업을 만들던 시점은 1972년이다. 당시는 한국의 1인당 GDP가 1천 달러가 되지 않았다. (한국의 1인당 GDP 1천 달러는 1977년에 달성된다.) 그런데, 정주영은 현대중공업을 만들던 시점부터 세계 최대 규모로 만들었다. 나쁘게 말하면 ‘과잉투자’이지만, 좋게 표현하면 매우 장기적인 시야를 가진 것이었고 투자 스케일도 장난이 아니었던 거다.

이는 5.16 군사 쿠데타에 참여하고, 이후 박정희의 요청으로 포항제철 사장을 맡게 되는 박태준의 경우도 같다. 박정희와 박태준 역시 포항제철을 만들던 시점부터 세계 최대 규모로 만들었다.

슘페터 경제학은 “혁신의 경제학”으로 유명하다. 슘페터, 혁신, 창업을 다룰 때 중요한 키워드가 앙트레프레너쉽(Entrepreneurship)이다. 굳이 번역하면, ‘기업가 정신’ 혹은 ‘벤처 정신’ 쯤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이병철, 정주영, 박태준, 이건희 같은 사람들이야말로 경영학 교과서, 혹은 기업가 정신 관련 책에 나오는 앙트레프레너십 개념에 가장 부합하는 사람들이다.

삼성그룹 창업주인 이병철이 제창한 사훈은 사업보국(事業保國)이다. “기업을 일으켜 나라에 이바지하다”는 뜻이다.

냉전과 군부 독재를 겪어야 했던, 제3세계 후발 공업 국가인 한국의 현실에서 재벌 총수들은 한편으로는 정경유착을 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사업보국’의 애국심이 있었기에 과감한 투자를 했다고 볼 수 있다.

 

5.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을 복기해보면, 우리 민족 스스로의 선택보다 외부 환경의 강제에 의해 이뤄진 일들이 많다. 가장 대표적인 사건은 조선의 식민지화, 분단, 그리고 한국전쟁이다.

근대(Modern)의 원래 뜻은 ‘최근’이라는 시간적 개념에 불과하다. 그러나, 실제 역사에서 진행된 근대의 진행 과정은 유럽의 세계사적 팽창이었다. 즉, 유럽적 질서의 공간적 확장이었다.

식민지, 분단, 한국전쟁의 트라우마로 인해 한국민들은 한국을 깔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한국 우파(보수)는 일본과 미국을 ‘모방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한국 좌파(진보)는 스펙트럼이 더 넓었는데, 60년대~70년대는 제3세계 이론을 모방하려 했고, 80년대에는 소련, 중국 것을 모방하려 했고, 사회주의가 붕괴한 1990년대 중반 이후에는 유럽 복지국가를 모방하기 위해 노력했다.

한국 보수는 오랫동안 주류 세력이었기 때문에, 즉 자기가 통치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을 굳이 비판할 필요가 없었다.  반면, 한국 진보는 오랫동안 비주류 세력이었기 때문에 한국을 깔보는 경향이 훨씬 더 강하게, 그리고 오래 남아있게 되었다.

대한민국은 경제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사회 문화적으로도 ‘추격의 시대’를 지나고 ‘추월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추격의 시대에는 ‘추격형’ ‘모방형’ 경제였다. 추격의 시대에는 사회 과학 역시 ‘모방의 사회과학’이 중요했다.

그러나, 추월의 시대가 되면, 추월의 경제가 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세계와 물질에 대한 인식 역시 ‘추월의 사회 과학’이 되어야만 한다.

추월의 사회과학은 어떻게 가능한가? 그 핵심은 서구와 한국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제대로 비교하는 것이다. 동북아와 동남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제대로 비교해야 한다. 같은 동북아 국가 중에서도 한국, 일본, 중국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제대로 비교하는 것이다.

그 과정을 통해 ‘보편’으로서의 세계사와 ‘특수’로서의 한국사를 입체적으로 재구성해야만 한다.

원문: 최병천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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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미지 출처: 아시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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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캠프의 몰락, 혹은 보수의 몰락: 왜 그랬을까? https://ppss.kr/archives/249253 Fri, 31 Dec 2021 06:29:35 +0000 http://3.36.87.144/?p=249253
국민의 힘 대선 후보 윤석열. / 출처: 뉴시스

1.

윤석열 후보가 경북 유세에서 매우 자극적인 발언들을 했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대해 “좌익 혁명 이론과 북한 주체사상 이론을 배운” 집단이며, “국가와 국민을 약탈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이번 주 발표된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후보는 윤석열 후보를 5~10% 앞서고 있다. 발표 조사의 약 1/3은 ‘오차 범위를 넘어’ 이재명 후보가 앞서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가 21년 12월 29일 발표한 여론조사. / 출처: 아주경제

이재명 후보는 10월 10일 선출되고, 윤석열 후보는 11월 5일 선출됐다. 윤석열 후보가 선출된 지 약 60일 정도 됐다. 그간 윤석열 캠프가 했던 일들을 복기해보자.

  1. 김종인, 김한길, 김병준을 동시에 영입했고, 김종인은 이후 사퇴했다. 김종인 사퇴 뉴스가 2주간 도배됐다.
  2. 그 뒤 또 2주간은 이준석의 1차 사퇴 파동이 터졌다.
  3. 12월 3일 금요일, 울산 합의가 이뤄졌다. 티격 태격하던 4주간 약 10%의 지지율이 빠졌다.
  4. 12월 20일 월요일.  윤석열 캠프는 신지예를 영입했다.
  5. 12월 21일 화요일. 이준석은 조수진 최고위원과 티격태격 싸우다가 선대위원장과 홍보위원장을 사퇴했다. (*이준석의 2차 사퇴 파동)
  6. 12월 26일 일요일. 삼프로TV에는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나란히 출연했다.
  7. 여러 종류의 실언들이 있었다. 가장 압권은 대학생 강연에서 “여러분들의 미래에는 앱으로 일자리를 구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발언이었다.
  8. 12월 28일 수요일.  윤석열은 경북에서 ‘좌익혁명과 주체사상’을 언급하며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공격했다.

 

2.

위에서 언급한 1~8번의 사건 중에서 내가 가장 황당했던 것은 신지예 영입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황당한 사건은 이준석의 2차 사퇴 파동이었다. 신지예 영입은 민주당으로 비유하자면, ‘2030 남성표’를 받겠다고 일베 영입을 한 것과 같은 사건이었다. 그리고 이 경우, 민주당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신지예 영입은 김한길이 주도했다. 윤석열이 김한길에게 힘을 실어줬다. 김한길은 1997년 김대중 대통령의 당선에 역할을 했던 사람이다. 선거 경험이 많고, 나름 ‘전략통’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김한길은 ‘슈퍼 울트라, 이재명 후보 선거운동’을 해준 셈이다.

윤석열 캠프의 신지예 영입 사건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윤석열 캠프의 핵심 의사결정권자들이 자신들의 지지자가 누구인지, 이번 대선에서 ‘스윙보터’가 누구인지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알더라도 매우 피상적으로, 느낌적 느낌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알 수 있다.

출처: 시사저널

이준석의 경우, 1차 사퇴 파동은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었다. 정치인이 자신의 몸값을 올리는 방법 중 하나는 ‘가장 쎈 놈’과 싸우는 것이다. 윤석열 자신이 대표적인 경우다. 윤석열이 대선 후보가 되기까지 한 일이라고는 ‘쎈 사람’ 6명과 싸운게 전부다. ①국정원장 원세훈 ②박근혜 구속 ③이명박 구속 ④조국 전 법무부 장관 ⑤문재인 대통령 ⑥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윤석열은 ‘실언의 왕’이라는게 들통났지만, ‘쎈 사람 6명’과 싸운 업적으로 국힘 대선후보가 될 수 있었다. 이준석의 1차 사퇴파동은 ‘쎈 사람 6명과 싸운, 바로 그 윤석열’과 싸운 것이다. 국힘의 경우, 당규를 통해 ‘대선후보의 당무 우선권’이 규정되어 있다. 대선 후보가 당무를 장악하는 것은 당헌 당규에 입각한 매우 합법적인 행위였다.

오히려 당 대표 권한을 내세우는 이준석 주장이 무리한 것이다. 그런데, 이준석은 ‘2030세대 유권자의 대표 정치인’이라는 정치적 상징자본을 무기로 싸움을 걸었다. 윤석열의 지지율을 떨어뜨렸지만, ‘자기 정치’ 관점에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준석의 2차 사퇴 파동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이었다. 정치권에서 통용되는 “싸움의 법칙”중에는 ‘자기보다 쎈 놈이랑 싸우고, 자기보다 급이 낮은 사람과 싸우지 않는다.’ 라는 게 있다. 조수진 최고위원이 누구인지 아는 국민이 몇 명이나 될까? 그런데, 이준석은 국민들이 누군지도 모르는 조수진 최고위원과 티격태격 싸우더니, 어느 날 자기를 비난하는 조수진 최고위원의 홍보물을 핑계로 사퇴 예고를 하고, 실제로 사퇴해버렸다.

이준석은 어떤 요구 사항을 갖고 사퇴한 것도 아니었다. 말 그대로 지 혼자 ‘그냥’ 사퇴했다. 최근 이준석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마치 본인의 사퇴가 윤석열 후보의 캠페인 기조 변경 요구 때문인 것처럼 말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사후적인 명분 만들기에 불과하다.

당 대표라는 사람이, 바로 며칠 전에 사퇴 파동을 통해 대선 후보와 정치적 합의까지 했던 사람이, 불과 2주일도 안돼서 정말이지 하찮은 일을 핑계로 2차 사퇴를 하는 것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행동이었다.

 

3.

12월 28일 수요일, 경북 유세에서 좌익 혁명 이론과 북한 주체사상을 들먹이는 윤석열의 “빨간 색깔 가득한” 발언들은 오히려 지지율의 추가 하락으로 귀결될 것이다. 대구-경북의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탄핵을 적극 찬성했던 37세 청년 이준석을 당 대표로 밀어줬다. 박근혜를 감옥 보냈던 윤석열을 대선후보로 밀어줬다.

그 이유는 그들이 ‘탄핵 찬성 유권자에게도 어필하는, 중도 확장’을 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석열의 ‘빨간 색깔 발언’은 이러한 보수 유권자들의 바람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윤석열 캠프는 보수 결집을 의도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보수의 추가 이탈로 귀결될 것이다.

윤석열 캠프는 왜 ‘자폭’하고 있을까? 얼핏 윤석열 본인이 ‘정치 초보’여서 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윤석열 캠프의 자폭 과정은 다중 주체에 의한, 집합적 행위라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후보 개인’은 실수할 수 있다. 미숙할 수 있다. 그런 결함을 커버해주는 것이 집단적, 주체로서의 캠프이다. 캠프는 집단적, 집합적 주체로 봐야 한다.

정치, 담론 생태계 관점에서 볼 때, 윤석열 캠프 및 한국의 보수세력은 새로운 유권자 집단이었던 2030 세대에 대한 분석을 전혀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들이 어떤 특성, 어떤 니즈(Needs)를 갖고 있고, 그들 사이의 갈등 축은 무엇이었는지 전혀 파악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유권자 지형, 지지층의 스펙트럼 파악, 스윙 보터의 실체와 욕망구조를 파악하는 것은 ‘캠프의 핵심’이 알아야 하는 ABC같은 것이다. 캠프도, 후보도, 당 조직도, 당 연구소도, 조중동을 위시한 보수 언론도 이에 대해 심도 있게, 객관적으로 알려고 하지 않았고, 내부 컨센선스 형성 작업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당 대표인 이준석은 비단 주머니 따위의 허세나 부리며, 정작 ‘당 대표’가 수행해야 할 ‘대선 전략에 필요한, 인프라 작업’은 전혀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4.

한국 정치에서 대선을 앞둔 63일이면 꽤 긴 기간이다. 앞으로 또 어떤 일이, 어떻게 벌어질지 모를 일이다. 그래서, 대선의 판세가 결정됐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다만, 현재까지 파악된 것들이 있다. 캠프의 캠페인 역량 관점에서 볼 때, 국힘 당 조직과 보수의 담론 생태계가 매우 허약해졌다는 점이다. ‘새로운 변화’에 매우 둔감하고, 새로 알려고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회는 변한다. 경제 환경도 변하고, 정치 상황도 변한다. 새로운 유권자가 출현하고, 유권자 지형도, 정치적 갈등 축도 변화한다.

출처: 중앙일보

진보/보수를 떠나,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국민의힘은 국민의힘대로, 항상 새로운 변화를 분석하고 공부해야 한다. 새로운 변화에 재적응하고, 선도하는 역량을 키우지 않는다면, 금방 패배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

(이재명 후보의 역전과 안철수의 10% 돌파에는 신지예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윤석열 캠프에 합류했던 신지예는 지난 3일 사퇴했다.)

원문: 최병천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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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고난도 외교에 감탄하다: 호주 정상회담, ‘미중 패권기’에 한국 외교의 모범 https://ppss.kr/archives/249085 Wed, 29 Dec 2021 18:48:48 +0000 http://3.36.87.144/?p=249085 문재인 대통령이 호주 방문을 했다. 호주 정상회담을 했고, 공동성명서를 채택했다. 그런데, 그간 진행된 경과를 복기해보면 매우 놀랍다. 결론부터 말해 문재인 대통령이 고난도 외교를 했음을 알 수 있다. 진심 감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호주 국빈방문을 할 즈음, 국제적으로는 2가지 이슈가 있었다.

  •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주최한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있었다.
  • 중국의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보이콧 결정 여부’가 이슈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주최한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참여했다. 발언 내용을 보면 민주주의에 대해 발언하되 중국을 자극하지 않는 내용들이었다. 인권, 가짜뉴스와 민주주의 관계에 대해 발언했다.

출처: 조선일보

호주 국빈 방문 중 호주 기자들이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대한 입장을 물어봐도, 혹은 중국 포위 전략의 일환인 쿼드와 오커스에 대해 물어봐도, 중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은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대한 보이콧’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중국 언론으로부터 환영을 받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주최한 민주주의 정상회의 참석은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반면,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발언은 중국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 양쪽에게 선물을 하나씩 줬다. 재밌는 것은 그다음부터다.

 

중국의 위협에 맞서 한국-호주의 군사 협력 강화

문재인 대통령은 호주 국빈방문을 통해, 호주에 K9 자주포를 무려 1조 원어치 수출했다. 그리고 희토류 등의 광물을 수입하기로 했다. 호주는 중국과 외교적 대립 상태에 있다. 호주 입장에서는 군사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때 문재인 대통령은 호주에게 K9 자주포를 선물했다. 한편으로는 호주에 수출한 것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중국의 위협에 맞서 한국-호주의 군사 협력을 강화한 것이기도 하다.

‘호주의 희토류 수입’도 같은 맥락이다. 희귀한 광물을 통칭해서 희토류라고 한다. 반도체를 비롯한 많은 전자 제품에서 ‘희토류’는 꼭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희토류가 가장 많은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다른 나라와 갈등이 있는 경우 희토류를 ‘안보 무기’로 사용하기도 한다.

실제로 2010년 일본-중국이 센카쿠열도(중국명 다오위다오) 분쟁이 있을 때, 중국은 일본에게 희토류 수출을 금지했다. 일본은 중국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요컨대 한국이 호주에게 K9 자주포 1조 원 규모를 수출한 것도 중국 위협에 대한 한국-호주의 군사적 방어력을 키운 것이다. 한국이 호주에게 희토류 수입을 하기로 한 것 역시도 중국 위협에 대한 방어력을 키우는 조치였다.

 

한국-호주 공동성명 10항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한국-호주의 공동성명 내용이다. 일단 제목부터 흥미롭다. 「한국·호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공동성명」이다.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선언한 것이다. 물론 외교적 수사에 그칠 가능성도 있으나, 실제 내용을 보면 내실이 단단하다.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는 용어 사용 자체에도 의미가 있다. / 출처: 서울신문

성명은 총 27개 조항으로 이뤄져 있다. 이중 가장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10항이다. 내용은 아래와 같다.

10. 주요 해상 무역 국가로서, 호주와 대한민국은 인도-태평양의 안정이 남중국해를 포함한 해양 영역에서의 국제법 준수에 달려있다는 점을 인식한다. 정상들은 분쟁이 유엔해양법협약을 포함한 국제법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양 정상은 항행 및 상공 비행 자유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하였다. […]

위 조항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 남중국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며,
  • 해양 영역에서 국제법 준수’를 분명히 하며,
  • 유엔해양법과 국제법에 따라 항행의 자유’를 명시하기 때문이다.

위 세 가지 조문은 모두 남중국해를 자국의 영해라고 주장하는 중국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1600년대 이후 해양 패권을 주도한 영국-미국이 주장하는 항행의 자유와 그를 뒷받침하는 국제법을 분명히 한다.

 

한국-호주 공동성명 21항

언론에서는 덜 다뤘는데, 한국-호주의 공동성명 21항에도 중요하고 흥미로운 내용을 담았다.

21. 정상들은 자유롭고 개방된 국제 무역을 촉진하는 데 있어 다자 규범과 제도의 중요성을 인정하였다. 양 정상은 경제적 피해를 초래하는 방식으로 경제정책 및 조치를 오용함으로써 훼손되어서는 안 되는, 개방적이고 포용적이며 지속 가능하고 투명한 시장 경제 원칙들과 규칙 기반 국제 무역시스템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였다. 양 정상은 또한 WTO, APEC, G20 및 OECD를 포함한 다자 기구 및 포럼에서 더욱 긴밀히 조율해 나가기로 하였다. […]

21항의 주요 내용은 ‘국제무역과 관련된 개방된 다자규범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 조항이 외교적인 맥락에서 의미를 갖는 이유는 미국과 유럽연합은 ‘개방된 국제무역 질서’가 중국의 부상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개방된 국제무역 질서와 다자기구’를 형해화(形骸化)하려는 의도가 있다. 실제로 미국이 채택한 중국보고서와 유럽연합의 중국 관련 보고서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대한민국 최고의 중국경제 전문가 중 한 명인 한국 금융연구원의 지만수 박사는 이런 미국-유럽의 게임룰 변경 시도를 배구와 이종격투기로 비유한다. 배구 게임은 WTO 체제 내에서 ‘경제 영역에 국한된’ 경쟁을 의미한다. 1995년 출범한 WTO 체제의 최대 수혜자는 중국이 됐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손해 보는 장사를 했다고 생각한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게임의 룰’을 변경하려고 시도한다. 비경제 영역도 싸움의 방식으로 인정하는 새로운 룰을 만들려 하는 중이다. 이를테면 ‘이종격투기 게임’으로 룰을 변경하려는 중이다. 국제적 다자무역 질서를 위축시키고, 비경제적(군사적·외교적) 수단을 강화하려 한다.

한국 경제 역시 ‘개방된, 다자간, 국제무역질서’에서 가장 큰 혜택을 받았던 나라 중 하나다. 미국, 유럽연합, 중국의 이해관계가 무엇이든과 무관하게 한국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자유롭고, 개방된, 국제무역 질서, 다자규범과 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한국-호주의 공동성명에 담긴 21항의 의미다.

즉 21항은 미국-유럽연합과 다른 경제구조를 가진(중국과 유사한 경제구조를 가진) ‘한국의 국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국-호주의 공동성명 26항과 27항을 보면, 2+2 형식으로 2년마다 정기적으로 회담을 하기로 했다. 국방부 장관, 외교부 장관, 통상 관련 장관 등이 연례 전략회의, 국방 정책 회의, 경제공동 회의, 에너지-광물 자원 협의 회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포괄적-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걸맞은 후속 실무 조치들이다.

 

‘미중 패권 경쟁 시대’에 한국의 외교는 어떠해야 하는가

한국은 미국 편이어야 하는가, 중국 편이어야 하는가? 많은 전문가는,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은 이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한국의 외교는 한국 편이어야 한다’는 주장을 실천으로 입증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호주 국빈방문을 즈음한 시점, 있었던 일들을 간략하게 정리해보자.

  •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주최한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참석해서, 미국의 체면을 세워줬다. 그러나, 중국을 자극하는 발언은 하지 않았다.
  • 문재인 대통령은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발언함으로써 중국 언론으로부터 환영 입장까지 받아냈다. 중국에게 선물을 줬다.
  • 한국-호주 정상회담을 통해, 호주의 군사력을 강화하는 K9 자주포를 1조 원 규모만큼 수출하고, 중국이 안보위협 카드로 사용할 수 있는 희토류를 호주에게 수입하기로 했다. 수출-수입 모두에서 국익을 극대화한 경우이다.
  • 중국은 싫어하지만, 한국의 국익 관점에서 명백하게 바람직한 ‘남중국해를 둘러싼 항행의 자유’에 대해 호주와의 공동입장을 분명히 했다.
  • (미국과 유럽연합은 축소하려는 입장이지만) 한국의 국익 관점에서 명백하게 바람직한, ‘자유롭고 개방된, 다자간, 국제무역질서와 제도의 중요성’을 공동성명에 반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호주 국빈방문 기간에 보여줬던 일련의 외교적 행보들은 미국 편도, 중국 편도 아니었다. 어떤 것은 미국 맘에 들고, 어떤 것은 중국 맘에 드는 것이었다. 더욱 본질적으로는 (국제정세 및 제약조건을 고려하되) 한국의 국익을 극대화하는 외교였음을 알 수 있다.

원문: 최병천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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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과 춤을 추자』: 중국의 부상과 4가지 화두, 그 해답을 찾아 https://ppss.kr/archives/246946 Fri, 05 Nov 2021 03:03:29 +0000 http://3.36.87.144/?p=246946 서울대 국제대학원 조영남 교수는 중국정치 전문가다. 중국은 공산주의 계획경제에서 사회주의 시장경제로 이행했다. 실제로는 쉬운 일이 아니다. 대단히 신기한 일이다. 조영남 교수는 이에 대한 정치적 이행과정을 『덩샤오핑 시대의 중국』(민음사) 3부작을 통해 심층적으로 다뤘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용과 춤을 추자』(민음사)는 2012년 6월에 출간된 책이다. 9년 전도 현재 상황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2018년 트럼프에 의한 ‘무역전쟁 선포’가 미-중 관계의 새로운 전환점이긴 하지만, 책의 시의성이 떨어진다고 보긴 어렵다. 책은 크게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1–2장)에서는 총론 및 4개의 질문을 던진다. 2부–5부는 4개의 질문에 대해 각각 해답을 구한다. 4개의 질문은 다음과 같다.

  1. 중국은 미국을 추월하고 세계를 지배하게 될 것인가? (2부, 3–5장)
  2. 중국은 지난 30년처럼 지속적인 성장을 하게 될 것인가? (3부, 6–8장)
  3. 중국이 과거 소련처럼 붕괴하거나 정치적 민주화할 가능성은 어떠한가? (4부, 9–11장)
  4. 한국의 입장에서, 바람직한 중국 정책은 무엇인가? (5부, 12–14장)

이를 편의상 다음과 같은 표현해본다.

  1. 중국의 미국추월 가능성
  2. 중국의 지속성장 가능성
  3. 중국의 정치체제 전망
  4. 한국의 바람직한 정책

책 전체의 구성은 3-3-3 법칙을 따른다. 예컨대 중국의 미국추월 가능성을 살피기 위해 ①중국이 지역강대국에서 글로벌 강대국이 될 것인지? ②미국, 일본을 포함한 주변 국가들의 대응은? ③20년 후 동아시아 지역 질서는 어떻게 될 것인지? 이렇게 3가지를 살펴보다. 그리고 다시 ‘중국이 지역강대국에서 글로벌 강대국이 될 것인지’를 살펴보기 위해, ①경제력 ②군사력 ③소프트 파워 3가지를 살펴본다.

결과적으로 책 전체의 구성은 4개의 큰 질문+각 질문의 관전 포인트 3개+관전 포인트별 3개의 세부 이슈를 검토하는 방식을 취했다. 대략적으로 볼 때, 4×3×3 = 36개의 세부 논점을 살펴보는 것과 같다. 이는 다분히 교과서적 구성이다. 교과서적 내용을 대중적인 방식으로 서술한 책이다. 그렇기에 중국의 부상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에 대한, 체계적인 서술은 이 책의 최대 장점이다.

이제, 위에서 언급한 4가지 질문 각각에 대해 하나씩 살펴보기로 하자.

 

1. 중국의 미국추월 가능성

첫 번째 질문은, 중국은 미국을 추월하고 세계를 지배하게 될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중국의 국력을 ①경제력 ②군사력 ③소프트 파워. 3가지 측면에서 살펴본다.

경제력

중국은 2010년 총GDP 규모에서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가 됐다. (중국은 5.8조 달러, 일본은 5.6조 달러) 2020년 기준으로, 중국은 미국 GDP의 약 70% 수준이 됐다. 많은 경제연구소는 2028년을 전후해서 중국의 총GDP가 미국의 총GDP를 추월할 것으로 전망한다. (*코로나 이전, 2019년 기준, 미국은 21.5조 달러, 중국은 14.3조 달러였다. 중국 GDP는 미국 GDP의 66%였다.)

군사력

이를 살펴보려면 경제성장률 추이를 먼저 봐야 한다. 2001년 WTO 가입 이후 약 10년간 중국의 연평균 성장률은 12% 내외였다. 경제성장률이 워낙 가파르다보니 국방비 증가율 역시 매우 가팔랐다. 1996년부터 2008년까지 중국이 발표한 국방비 증가율은 연평균 12.9%였다. 2002년 대비 2011년 중국의 국방예산은 무려 4.6배 증가했다(80쪽). 세계에서 가장 빠른 증가율이다.

1998년 대비 2010년의 군사비. 실제로는 ‘중국의 공식발표’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1998년 대비 2010년의 국방비 증가 규모를 비교하면 미국 2.7배, 중국 7배, 일본 1.1배, 영국 1.8배임을 알 수 있다. 중국의 GDP 대비 국방비 지출비중은 미국에 비해 더 많다. 요컨대, 중국 GDP가 미국을 제치는 2028년경에서 약 10년의 기간 이내에, 중국의 국방비 절대규모가 미국보다 커질 가능성이 높다.

소프트 파워

중국은 대외정책의 한축으로 소프트 파워를 활용한다. 크게 세가지 축이다. 베이징 컨센서스, 유가 사상의 세계적 보급, 정교한 외교정책. 베이징 컨센서스의 핵심은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을 돕는 것이다. 다만 독재 여부, 권위주의 여부를 따지지 않는다. 이런 나라들은 대부분 미국과 서구에 비판적인 나라들인 경우가 많다. 중앙아시아, 중동, 남중국해를 관통해서 유럽과 해상로 및 육로를 개척하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带一路) 정책 역시 베이징 컨센서스의 일환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베이징 컨센서스와 일대일로 정책은 중층적 성격을 갖는다. 첫째, 중국의 SOC역량 강화 정책이다. 둘째, 미국과 서구에 비판적인 권위주의 국가들과 ‘통일전선’을 형성하는 정책이다. 이는 마치, 1917년 러시아 혁명 직후 소련이 ‘제3세계 민족해방운동’을 지원하며 서방 자본주의의 포위를 탈출하며 ‘국제적 통일전선’을 구축하려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베이징 컨센서스와 일대일로 정책이 권위주의 개발도상국 버전의 소프트파워 정책이라면, 선진국 버전의 소프트파워 정책은 유가 사상의 보급이다. 핵심은 공자학원의 설립이다. 중국은 2004년부터 세계 각지에 공자학원 설립을 추진했다. 2010년 10월 기준, 91개 국가 322개가 설치되어 있다. 2021년 6월 《중앙일보》 보도에 의하면 “2020년 말 기준 전 세계 162개국 총 541개 공자학원이 운영”된다. 다만 최근 선진국에서는 공자학원이 폐쇄되는 추세라고 한다.

공자학원은 설립 대학에 약 10억 원을 지원하고, 매년 운영비로 약 1–2억 원을 주고, 실제로는 중국 공산당의 이념을 선전하는 역할을 한다. 매우 ‘중국 공산당스러운’ 사업 방식이다.

공자학원 교양교재 『민주적 역량』.

조영남 교수는 중국의 부상은 과거 영국과 미국이 ‘글로벌 강국’으로 부상할 때와 다르다고 지적한다. ‘중국의 부상’이 갖는 특징으로 3가지를 꼽는다. ①불균등성 ②지역성 ③취약성이다.

불균등성이란 중국의 경우 경제력은 향후 미국을 제칠 가능성이 높지만 군사력은 ‘지역강대국’ 수준으로 봐야 하고, 소프트파워는 한계가 명백하기 때문이다. 과거 영국의 팍스 브리타니카와 미국의 팍스 아메리카나의 경우, 경제력, 군사력, 소프트파워 모두에서 우위였다. 지역성은 중국의 관심사가 (아직은) ‘글로벌 이슈’ 전반이 아니라 대만해협 문제, 동중국해, 남중국해 이슈에 국한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취약성은 불평등, 격차 확대, 급격한 초고령화 등 중국 내부 문제를 의미한다.

‘중국의 부상’에 대한 주변 국가들의 대응 및 향후 동아시아 지역질서 형성에 대한 조영남 교수의 전망은 2가지 지점에서 매우 흥미로웠다. 첫째, 조영남 교수는 동아시아 국제질서를 전망함에 있어 글로벌 강대국, 지역 강대국, 중견국가, 지역 다자주의의 중층적 개념을 활용한다. 여기서 ‘글로벌 강대국’은 미국과 중국이다. ‘지역 강대국’은 러시아, 일본, 인도를 의미한다. ‘중견국가’는 한국, 호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이 해당한다(4장–5장).

둘째, 조영남 교수는 향후 동아시아 국제질서는 미국과 중국 두 나라가 좌우하기 어렵다고 본다. 글로벌 강대국, 지역강대국, 중견국가, 지역 다자주의 체제가 뒤섞여서 작동하는 중층적 혼합 체제=무지개 색깔의 시루떡 체제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이 일방적으로 주도할 수 없고, 미국이 일방적으로 주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러시아, 일본, 인도의 역할에 따라 ‘힘 대결의 우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조영남 교수의 분류법에 의하면, 한국은 호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과 함께 중견국가에 포함된다. 무난한 분류라고 생각한다.

 

2. 중국의 지속성장 가능성

두 번째 질문은, 중국은 지난 30년처럼 지속적인 성장을 하게 될 것인가이다.(3부) 조영남 교수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중국의 국가발전 전략을 살펴본다. 중국 국가발전 전략은 4개 분야를 살펴보면 된다. 3부(6–8장)의 핵심 내용이다. 4개 분야는 ①정치전략 ②경제전략 ③사회전략 ④외교전략이다.

중국의 국가발전 전략을 집약한 개념도.

정치전략의 핵심은 의법치국이다. 경제전략의 핵심은 과학적 발전관이다. 사회전략의 핵심은 조화사회론이다. 외교전략의 핵심은 평화발전론이다. 이에 대해 각각 살펴보자.

첫째, 정치전략

정치전략의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의법치국(依法治國)이다. 이는 법치국가와 유사한 개념으로 보면 된다. 다른 하나는 집권능력 강화다. 의법치국은 국가의 운영 방식이고, 집권능력 강화는 역량의 문제다.

의법치국은 1997년 제15차 당 대회의 결정사항이다. 중국 공산당은 1987년 제13차 당 대회에서 ‘당정분리’를 추진했다. ‘공산당의 권력집중’ 해소를 개혁과제로 상정했다. 그런데, 1989년–1991년 동독, 동유럽 공산주의, 소련 붕괴를 지켜보며 ‘당정 분리’ 노선을 폐기한다. 이후 채택한 대안적 노선이 의법치국이다. 의법치국은 마오쩌둥 방식의 1인 독재와 대비되는 것이며, 동시에 정치 민주화 노선과 대비되는 것이다.

조영남 교수는 중국의 정치민주화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해, 민주화에 관한 정치학계의 논의 중 크게 두 가지 이론을 소개한다. 하나는 근대화론이다. 근대화→산업화→도시화→중산층의 형성→민주화의 경로를 의미한다. 한국과 대만의 사례가 해당한다. 다른 하나는 행위자 중심론이다. 엘리트 내부의 역학관계를 중시 여기는 이론이다. 한국과 대만이 민주화를 하던 1986–1988년 기준, 1인당 GDP는 약 4,000달러였다. 중국은 이미 그 수준을 지났다. 중국에서 ‘근대화론’에 입각한 정치민주화가 추진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내 생각을 보태면, 조영남 교수는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지만 중국에서 정치민주화가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의 역사에서 확인되는 내전 가능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은 주나라 이후 현재까지 약 2,400년이 흘렀는데 약 1,400년은 통일 왕조기였고, 약 1,000년은 내전기였다. 비율로 치면 약 60%가 통일 왕조기였고 약 40%가 내전기였다.

다르게 말하면, 중국 국민들에게 실제로 주어지는 정치적 선택지는 자유민주주의적 다당제에 기초한, 내전의 일상화인지, 유능한 공산당 1당 통치에 기초한, 평화체제를 선택할 것인지의 문제로 귀결된다. 이는 중국의 지리 정치학적 특징과 인구 규모 때문이다. 중국은 ‘통일된’ 단일 국가를 구성하기에는 사이즈도 너무 크고 다양성도 큰 반면, 그렇다고 ‘별개의’ 국가로 운영되기에는 지리적으로 광대한 평야지대이며, 역사적-문화적 일체감이 너무 높다.

덩샤오핑은 중국공산당의 통치 정당성에 관한 3단 논법을 전개한다. ①중국의 최우선 과제는 경제성장이다(온포, 소강, 대동의 3보(步) 전략). → ②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사회정치적 안정이 절대적이다(덩샤오핑 왈, “안정이 모든 것에 우선한다”). → ③정치사회적 안정을 위해서는 공산당의 일당 통치가 필요하다. 중국은 92%의 한족, 55개의 소수민족이 공존하고, 13개 국가와 국경선을 마주 하기에, 내전(內戰)을 막고, 안정을 위해서는 공산당의 일당 통치가 중요하다.

정리하면 덩샤오핑의 논리구조는 ①경제성장의 중요성 → ②사회·정치적 안정의 중요성 → ③공산당 일당통치의 불가피성의 3단 논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중국 공산당의 ‘집권능력 강화’에 관한 내용이 흥미롭다. 혁명당(Revolutionary party)에서 집권당(Ruling party)으로의 전환이라고 표현한다. 현재 한국의 민주당과 민주화운동 세력에 빗대면 반독재, 사회운동당에서 집권당으로의 전환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둘째, 경제전략

경제전략의 핵심은 과학적 발전관이다. 참고로 ‘과학적 발전관’이라는 용어는 후진타오 시기(2002–2012)에 주로 사용한 개념이다. ‘과학적 발전관’의 연장으로 3가지 정책 전환을 추진한다.

  1.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성장 방식의 전환이다. 투자와 수출 중심 경제를 내수(소비) 중심 경제로 전환하고, 제조업 중심을 서비스업 중심으로, 에너지 다소비형 성장을 과학기술, 혁신중심 성장으로 전환한다.
  2. 균형 발전이다. 지역 간 격차, 도시/농촌의 격차 완화를 위한 서부대개발이 대표적이다.
  3. 지속 가능 발전이다. 환경 및 에너지 문제를 고려하는 성장이다.

경제 전략을 살펴보면서 흥미로운 점은 소련식 붕괴와 중국식 번영의 차이점에 대한 조영남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두 가지를 짚는다.

  • 첫째, 정치 전략의 차이다. 소련은 정치 민주화를 추진했는데, 중국은 정치 제도화를 추진했다는 점이다. 정치 민주화는 자유민주주의, 다당제를 의미한다. 정치 제도화는 국가권력이 ‘제대로’ 작동하게 하고, 정치와 사회의 간극을 좁히는 것을 의미한다.
  • 둘째, 경제 개혁 전략이 달랐다. 소련은 ‘충격요법’ 방식으로 시장도입을 추진했다. 반면, 중국은 점진적·계획적 시장도입을 추진했다. 시장은 ‘무정부 상태’에서 작동하는 것이 아니다. 유능하고 좋은 정부가 있어야 좋은 시장이 작동한다.

내 생각을 약간 보태면, 우리는 ▴시장 ▴기업 ▴국가를 모두 구분할 필요가 있다. 시장은 개념적으로 ‘주체’(행위자)를 의미하지 않는다. 룰이 작동하는 ‘어떤 공간’을 의미한다. 경제적 행위주체는 기업(가)이다. 국가는 제도를 설계 및 감시하는 주체이다.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불확실성과 위험을 감수하는 기업(가)이 제대로 기능해야 하고, 제도 설계자로서 국가 역시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시장과 기업을 개념적으로 혼동하면 안 된다. 하나는 ‘무대=공간’이고, 다른 하나는 ‘행위자’이다. 속성상 기업은 독점, 지배, 초과이윤을 추구하고, 시장은 경쟁과 질서의 조화를 추구한다. 예컨대, 반(反)독점법은 ‘시장’의 순기능을 살리기 위해, ‘기업’의 탐욕을 견제하는 법이다.

셋째, 사회전략

사회전략의 핵심은 조화사회론이다. 2012년에 출간된 이 책에도 ‘공동부유론’이 나온다. 특히 3대 민생을 강조한다. 교육, 의료, 주택이다. 책에는 안 나오지만 일자리를 포함하면 4대 민생의제로 볼 수 있다. 4대 민생의제는 어느 나라든 항상 중요하다.

(넷째 외교전략은 생략한다.)

 

3. 중국의 정치체제 전망

세 번째 질문은, 중국이 과거 소련처럼 붕괴하거나 정치적 민주화의 가능성은 어떤지의 문제를 다룬다(4부). 내용적으로 볼 때, 중국의 정치구조를 크게 3가지를 다룬다. 중국의 정치안정 비결, 중국 정치의 미래, 중국 공산당의 성공비결이다.

중국의 정치안정 비결

조영남 교수는 중국의 정치안정 비결을 ▴정치 ▴행정 ▴이념의 측면에서 살펴본다. 정치에서 주목할 포인트는 엘리트 지배연합의 안정화다(9장). 마오쩌둥이 지배하던 대약진 시대(1958–1960년)와 문화대혁명 시대(1966–1976년)에는 ‘숙청’과 ‘인민재판’이 작동하던 시대였다. 엘리트 지배연합의 불안정기였다.

덩샤오핑이 주도하던 개혁개방기는 ‘정치적 과도기’로 볼 수 있다. 1986년 학생운동으로 인한 후야오방의 퇴진, 1989년 천안문 시위와 자오쯔양의 퇴진은 정치적 불안정성을 보여준다. 이후 장쩌민 시대(1992–2002년)와 후진타오 시대(2002–2012)는 매우 순조롭게 권력이 이양됐다. 엘리트 지배연합의 안정화를 보여준다.

이념 측면에서, 마오쩌둥은 ‘평등사회 실현’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그 결과물은 대약진과 문화대혁명이었다. 사회, 정치, 경제 모두를 핍폐하게 만들었다. 1989–1991년 기간에는 동독, 동유럽, 소련이 몰락해버렸다. ‘사회주의 이념’은 중국인들에게 매력이 없어졌다. 1989년 천안문 사태와 1991년 소련 붕괴를 겪으며, 중국은 이념의 재정비 작업을 한다. 핵심은 ▴사회주의 ▴민족주의 ▴유가사상의 짬뽕이다.

내용적으로 보면, 1992년 제14차 당대회때 채택한 사회주의 시장경제론과 사회주의 초급단계론이 사회주의와 경제론의 절충으로 볼 수 있고, 1997년 제15차 당대회 때 채택한 의법치국론이 사회주의와 정치론의 절충으로 볼 수 있다.

현행 시진핑 체제에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중국몽)에 대한 강조는 아편전쟁(1840년) 이후 100년의 치욕을 지렛대로 하는 중화 민족주의를 상징한다. 최근 다시 이슈가 된 ‘공동부유론’은 사회주의적 문제의식의 재환기다. 중국은 앞으로도 사회주의, 민족주의, 유가사상의 짬뽕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조영남 교수는 중국 정치의 미래를 ‘경우의 수’로 나눠서 살펴본다.(10장) 크게 다섯가지 모델이 있다. ①전체주의(totalitariannism) ②민주화 ③연성 권위주의(soft authoritarianism) ④강성 권위주의(hard authoritarianism) ⑤정치적 붕괴다.

  1. 마오쩌둥 체제는 전체주의, ‘1인 독재’였다.
  2. 민주화의 대표 사례는 한국과 대만이다. 한국과 대만은 권위주의 체제에서 민주화로 이행한 경우다.
  3. 연성 권위주의는 싱가포르가 해당한다.
  4. 강성 권위주의는 1인 독재인 전체주의와는 구분되지만, 다당제와 민주적 시민권의 보장이 매우 제한적인 모델이다.
  5. 정치적 붕괴는 동유럽과 소련이 해당한다.

이중에서 현재 중국정치, 그리고 향후 중국 정치의 미래 역시 ④강성 권위주의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볼 수 있다. 싱가포르는 인민행동당이 실질적으로 일당지배를 하지만, 정치적으로 다당제가 보장되어 있고, 민주적 선거를 실시한다. 중국 정치와 구분되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특히 재미있었던 부분은 11장. 중국공산당의 성공비결이었다. 이 단락이 재밌었던 이유를 생각해보면, 내가 여전히 좋은 정당 만들기에 많은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조영남 교수는 중국 공산당의 성공비결을 3가지를 꼽는다. ①유능한 통치엘리트의 충원 및 육성 ②공산당 운영의 정상화와 제도화 ③공산당 당내 민주 확대다.

이중에서 특히 중요한 분야는 ①유능한 통치엘리트의 충원 및 육성 방식 ②공산당 운영 방식이다. 1982년 대비 1997년 통치 엘리트 변화의 특징에서 가장 두드러진 측면은 기술관료의 전면적 부상이다.

여기서 기술관료의 정의는 대학에서 이공계를 전공하고, 일정기간 엔지니어 및 전문적 업무에 종사하고, 최고 관리자 및 지도자로 승진한 경우다. 3가지를 ‘and 조건으로’ 충족한 경우다.

기술 관료의 부상을 분야별로 살펴보면, 국무원 부장(장관급)의 경우, 1982년은 2%에서 1997년은 70%로 바뀌었다. 성(省)의 당 서기는 1982년은 0%에서 1997년 74%가 됐다. 성급 정부 수장의 경우(성장, 부성장) 1982년은 0%에서 1997년은 77%가 됐다. 중앙위 위원을 보면 1982년은 2%에서 1997년은 51%가 됐다.(p.282–284, *첨부 파일 참조.)

왜 중국은 기술관료가 급증했을까? 기술관료 급증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나는 그 이유를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중국공산당의 ‘미션’이 경제성장이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경제성장을 잘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관료적 리더십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의 경우 박정희식 개발독재와 연계한, 관료주도 경제성장 모델이 작동했기에 동아시아 경제기적의 한 주체가 될 수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2000년대 이후 중국은 다시 사회관리형 리더십이 부상했다는 점이다. 이들의 전공은 인문, 사회과학 분야다. 2007년 상반기, 2008년 기준, 사회관리형 엘리트의 비중은 약 75%–82%다. 대표적인 사람이 시진핑이다. 시진핑은 칭화대 법학 박사 출신이다. 반면 국무원 총리인 리커창은 베이징 대학교 경제학과 출신이다(285–287쪽).

중국 공산당 조직 체계도 매우 흥미로웠다. 중국 공산당의 의사결정기구는 당대회 → 중앙위 → 정치국 →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체계를 갖는다. 당대회(전국대표대회)는 5년에 한번 개최한다. 중앙위는 총 371명이다. 중앙위는 1년에 1회 가을에 개최한다.

정치국은 총 25명이다. 중국공산당의 실질적인 최고 지도부는 정치국이다. 매월 1회 이상, 수시로 개최한다. 후진타오 체제(2002–2012년)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은 총 9명이다. 보통 매주 1회 이상, 수시로 개최한다. 이들은 ‘고유 역할’이 정해져 있다. 각자는 고유 역할을 넘어 월권을 해서는 안 된다.

9명의 역할은 각각 ①국가주석, ②국가 부주석, ③전국인민대표대회(국회) 위원장, ④국무원(행정부) 총리, ⑤국무원 부총리, ⑥통일전선 담당, ⑦이념-선전 담당, ⑧규율 담당, ⑨정법(치안) 담당이다. 2012년 출범한 시진핑 체제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은 7명으로 줄었다. 국가 부주석과 국무원(행정부) 부총리 자리가 사라졌다.

 

4. 한국의 바람직한 정책

네 번째 질문은, 한국의 입장에서 바람직한 중국 정책은 무엇인가이다(5부). 조영남 교수는 한국입장에서 중국에 대한 바람직한 대응을 ‘정책 3중주’라는 개념으로 제시한다. ‘정책 3중주’의 주요 내용은 남북관계를 중심축으로 관여 정책, 위험분산 전략, 다자주의 정책을 펴는 것이다.

대체로 수긍 가능한 이야기다. 맥락으로 볼 때 세계 질서를 글로벌 강대국, 지역 강대국, 중견국가, 지역 다자주의로 이해하는 것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고, 향후 세계질서를 혼합체제로 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글로벌 강대국은 미국, 중국이며, 지역 강대국은 일본, 러시아, 인도가 해당하고, 중견 국가는 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호주가 해당하고, 아세안의 다른 나라들이 다자주의에 해당한다.

다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미국과 중국의 대결이 심화될 경우, 남북관계의 안정적 유지가 가능한지다. 조영남 교수는 한미 동맹은 북한의 위협에 한정된, 안보동맹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중국 포위동맹으로 작동하면 안 된다고 거듭 강조한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의문이 생긴다. 미국 입장에서, 한미동맹의 본질이 정말로 북한 위협에 대한 방어 동맹이었는가? 그렇지 않다.

미국 입장에서 한미동맹의 역사적 본질은 미국의 체제경쟁자였던, 소련에 대한 방어 동맹으로 봐야 한다. 한반도의 분단, 38선의 획정, 한국전쟁의 발발, 압록강에서 중공군의 개입에 의한 1.4후퇴, 1953년 현행 휴전선의 획정과 정전협정 체결 등 일련의 과정은 남북관계가 남과 북의 민족적 대립관계가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치학의 산물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해방 직후 38선은 미국과 소련의 ‘균형선’이었고, 1953년 한국전쟁 직후 휴전선 역시 북한, 소련, 중국을 한편으로 하고, 미국, 한국을 한편으로 했던 힘과 힘이 부딪히는 균형선이었다. 미국의 입장에서 ‘과거 체제경쟁자’는 소련이었다. 소련 포위가 가장 중요했기에 1972년 닉슨의 중국 방문과 1979년 미국과 중국의 수교가 맺어졌다. 반면 지금 미국의 체제 경쟁자는 단연 중국이 됐다. 한국은 결국 선택해야 한다. 경우의 수는 총 5가지다.

  1. 미국과 손잡는다.
  2. 중국과 손잡는다.
  3. 둘 다 거리를 두며, 아무런 동맹을 맺지 않는다.
  4. 미국과 손잡되, 중국과도 비교적 사이좋게 지내려고 노력한다(강조점은 한미동맹).
  5. 중국과 손잡되, 미국과도 비교적 사이좋게 지내려고 노력한다.

한국의 현실적 선택지는 정해져 있다. ④번이다. 미국과 굳건하게 손잡되, 중국과도 비교적 사이좋게 지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먼 미래에는 변경될지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이 선택이 불가피하다.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킬지 여부와 연동되어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차원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본질적으로 팍스 아메리카나의 역사적 산물로 봐야 한다.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게 될 때 글로벌 스탠다드는 권위주의 체제가 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제국의 역사’를 살펴보면, 결국 자신의 체제를 ‘이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예컨대, 소련이 지배하는 곳에서는 경제체제는 계획경제와 국유화, 정치체제는 일당독재가 뿌리를 내리게 된다.

조영남 교수의 『용과 춤을 추자』가 갖는 매력은 중국을 둘러싼 국제정치 지형, 중국의 경제성장 전략, 소련과 중국의 차이점, 중국식 정치체제의 저력, 중국 공산당의 저력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조영남 교수 자신이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중국 전문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원문: 최병천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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