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필담(大味必淡)이 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 평양냉면. 멀겋고 슴슴한 육수지만 모자람 없이 꽉 찬 한 그릇의 행복을 맛볼 수 있는 음식이다.
이 요리는 원래 북한의 추운 겨울 동안 저장하고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음식으로, 주재료는 메밀과 소고기 또는 꿩 육수로 만든다. 한국 전쟁 이후 북한에서 남쪽으로 내려온 많은 난민들이 이 음식을 한국에서도 선보이게 되면서 지금은 여름 별미로써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음식이 되었다.
간혹 단순하고 심심하다고 여겨질 수 있지만 사실은 깔끔한 고기 육수와 구수한 메밀면의 조화로운 맛의 균형을 느낄 수 있는 복합적인 맛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한 입 먹으면 ‘갸웃’하지만 먹고 나서는 또 생각이 난다는 마성의 중독성을 지녔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또한 각각의 식당마다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평양냉면을 제공하니 ‘투어’를 다니는 마니아들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이러한 식도락가들의 눈에 띈 새로운 식당들이 있다. 평양냉면의 다양한 변주를 경험할 수 있는 신흥 강자들의 출현은 즐거운 마음으로 평양냉면 지도를 다시 쓰게 되는 계기가 된다. 이번 주는 그릇째 들고 후루룩 마시고 싶은! 슴슴하고 짜릿한 맛의 평양냉면 맛집을 소개한다.
1. 평냉의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영등포 ‘서도냉면’
평양의 옛 지명 ‘서도’에서 이름을 딴 서도냉면. 평안도 출신 할아버지가 좋아하던 국수를 재현해 준비하고 있다.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맑은 스타일의 육수를 내는 평양냉면과는 거리가 좀 있는 진한 고기 감칠맛이 밴 육수가 특징. 국물의 간도 일반적인 평양냉면 집에 비해서 어느 정도 되어 있는 편이다.
넉넉히 넣어주는 메밀면은 적당한 탄력과 구수한 향이 살아있어서 술술 잘 들어가는 식감. 딱 하나 있는 사이드 메뉴는 ‘양지수육’으로 부드럽게 삶은 소고기 양지살과 오이절임, 데친 쪽파를 간장소스에 찍어 먹는 요리다. 맛이 강하지 않아 사르르 녹는 식감의 수육이라 냉면과 잘 어우러진다.
오픈 직후부터 줄 서는 손님들로 어느 정도 웨이팅을 감안해야 하는데, 요즘 평양냉면 물가가 장난 아닌 것을 감안할 때 한 그릇에 만원 하는 가격도 인기의 비결이다.
- 위치: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로19길 9
- 영업시간: 평일 11:30 – 21:00(B·T 15:00 – 17:00), 주말 11:30 – 17:00, 월요일 휴무
- 가격: 물냉면 1만원, 비빔냉면 1만원, 소고기 수육(작은 접시) 1만9000원
- 후기(식신 네일아트여신): 약간 우래옥 스타일이랄까 고기 육수가 아주 진한 편이라 너무 슴슴한 스타일 안 좋아하시면 여기 들려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요즘 물가에 가격도 착하네요.
2. 오늘이 제일 맑은 육수, 청담 ‘평양냉면 진청수’
청담에서 핫하게 떠오르고 있는 신상 업장. ‘오늘이 제일 맑은 육수’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아주 맑고 깨끗한 스타일의 육수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 육수는 한우와 돼지고기로 만드는데, 마치 세숫대야 냉면이 떠오를 정도로 양을 넉넉하게 주는 것이 특징. 여기에 즉석에서 제면하여 뽑아내는 메밀면을 넣어 투박하게 예스러운 맛의 냉면을 만든다.
고객들의 피드백에도 적극적인 편이라면 굵기나 고명에 변화를 주는 등 계속해서 업그레이드되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도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수육, 제육, 육전, 녹두전, 만두 등 대부분의 사이드 메뉴들이 반 접시 주문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 위치: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70길 9
- 영업시간: 매일 11:00 – 21:30(B·T 15:00 – 17:00)
- 가격: 물냉면 1만3000원, 비빔냉면 1만3000원, 만두 반 접시 7000원
- 후기(식신 파슬리파슬파슬): 최근 먹어본 평냉집 중에서 국물 젤 맑은 곳이 여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맑은 육수! 깔끔하고 시원해서 해장에 아주 좋네요ㅋ 오픈된 주방에서 면 바로 뽑아서 나오는 게 보여서 믿고 먹을 수 있었어요.
3. 크고 빛나는 냉면을 만드는, 성수 ‘대엽’
성수동 주택가 골목에 새롭게 문을 연 평양냉면 맛집.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상 맛집이지만 시원한 냉면을 맛보기 위한 손님들의 방문이 많은 편. 이곳의 평양냉면은 탁하지도, 맑지도 않은 중간 정도의 육수에 똬리를 튼 메밀면, 소와 돼지 편육 한점씩과 오이, 계란이 들어있는 것이 특징. 육수에서 육향이 꽤나 나는 데 끝맛은 개운하게 딱 떨어지는 깔끔한 맛이다.
독특하게 작은 공기에 밥을 따로 내어주는데 면을 다 건져 먹고 난 뒤 밥을 말아 먹는 재미도 있다. 라드유에 구워내는 다양한 전이 마련되어 있어 퇴근길 전과 평양냉면, 수육 등을 놓고 반주를 즐기기에도 좋다.
- 위치: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2길 36
- 영업시간: 매일 11:30 – 22:00(B·T 15:00 – 17:30), 일요일 휴무
- 가격: 평양냉면 1만2000원, 비빔냉면 1만2000원, 모듬전 2만6000원
- 후기(식신 피맥너는러브): 평냉하면 기대하는 슴슴하고 구수한 맛 그대로를 내서 오랜만에 만족스럽게 먹었습니다. 육향이나 풍미도 좋았어요. 밥 주는 곳은 처음인데 마지막 남은 육수에 밥 말아 먹는 게 은근 별미에요
4. 3대가 이어가는 이북의 맛, 성남 ‘성일면옥’
1946년 평양에서 처음 냉면집을 시작한 조부의 유지를 이어 인사동, 성내동을 거쳐 백현동에서 이북 음식을 만들고 있는 식당. 평양냉면 이외에도 이북 스타일의 만두, 편육, 만두국, 온면 등을 판매한다.
이곳 평양냉면은 슴슴하기보다는 제법 육향과 간이 있어서 초보자에게도 호불호가 없는 편. 면발은 메밀 함량이 높아 질기지 않고 잘 끊어지는 식감과 구수한 향이 살아있다. 비빔냉면 또한 과일의 단맛으로 맛을 내어 단맛이 튀지 않고 슴슴하다. 여기에 돼지 앞다리살을 맛있게 삶아 식혀 썰어낸 이북식 편육을 곁들이면 더욱 좋다.
냉면무김치, 백김치 등의 반찬과 곁들여도 좋은데, 이런 반찬들은 1KG 단위로도 판매하고 있다. 1인 좌석이 있어 혼밥 손님들도 방문하기 편한 식당이니 냉면 투어를 다니기에도 좋다.
- 위치: 경기 성남시 분당구 동판교로52번길 10
- 영업시간: 매일 11:00 – 20:00(B·T 15:00 – 17:00), 월요일 휴무
- 가격: 평양물냉면 1만3000원, 비빔냉면 1만3000원, 온면 1만4000원
- 후기(식신 마음만은몸짱): 언제나 믿고 먹는 평양냉면~ 더워지면서 손님 많아요. 무척 담백한 맛이고 양도 많습니다. 자꾸만 생각나는 맛이네요. 재방문 의사 있어요.
5. 바람과 시간으로 만드는 한식, 강남역 ‘김인복의 광평’
제주 광평리에서 재배한 100% 순 메밀 제주 냉면을 맛볼 수 있는 곳. 코엑스 인근 본점의 인기에 이어 강남역 인근에서도 이 맛을 볼 수 있는 직영점이 생겼다. 대표 메뉴인 평양냉면은 단아한 그릇에 정갈하게 담겨 나오는데 예쁜 면 똬리만 봐도 조리장의 내공을 짐작할 수 있다.
면 사리 위는 배, 절인 무, 열무, 아롱사태 수육이 큼지막하게 올라있다. 똬리를 젓가락으로 슬슬 풀어서 맛보면 면의 구수한 메밀 향이 느껴지는 것이 일품. 이 구수한 향이 육수에도 배어들어 먹을수록 당긴다. 면발은 적당히 탄력 있으면서 질기지 않아 속이 편안하다.
어느 정도 먹다가 테이블 위에 비치된 다시마 식초를 넣으면 또 다른 맛으로 냉면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팁. 제주 흑돼지의 뼈 등심 부위 위주로 구워낸 ‘난축맛돈 구이’도 꼭 맛봐야 할 필수 코스다.
- 위치: 서울 서초구 서운로 135
- 영업시간: 평일 11:00 – 22:00(B·T 15:00 – 17:00), 토요일 12:00 – 21:30, 일요일 휴무
- 가격: 평양냉면 1만6000원, 비비작작 골동면 1만8000원, 비빔냉면 1만6000원
- 후기(식신 수원시청앞돼지): 또간집에서 빵 터졌을 때부터 가고 싶었는데 강남점 생겨서 넘 좋아요ㅋㅋ 가격은 좀 있지만 음식 퀄리티가 정말 고급스럽고 맛있어요. 육수 깔끔해서 그릇째 들고 다 마시게 됩니다. 돔베고기랑 전복김치도 같이 드셔보시는 걸 추천.
원문: 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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