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미래 예측과 대비가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다
김나영(픗픗 아카데미 부대표, 이하 김): 뭐 하는 사람이라고 본인을 소개하시나요?
조홍일: 뭐든 마케팅으로 파는 사람입니다.
김: 지금까지 뭘 팔았어요?
조홍일: 보험, 핸드폰, 신발, 가방 등등, 마케터이기도 하지만 세일즈도 꽤 했어요. 말 그대로 영업. 마케터가 사무실에 앉아서 파는 거라고 한다면, 영업은 밖에서 파는 거죠.
김: 사무실에 앉아서 파는 것과 밖에서 파는 건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조홍일: 밖에서 파는 거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팔잖아요. 근데 사무실에서 파는 건 고객의 얼굴을 못 보니 표정이나 감정을 알 수 없죠. 뭐라도 팔려면 그 사람의 감정이나 마음도 알아야 하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알 수 있지? 이런 고민을 해보니, 고객들이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패턴을 보이는지가 실마리가 되더라고요.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상거래는 데이터로 남기 때문에, 요즘은 볼 수 있는 것들도 많죠.
김: 그래서 데이터를 파게 됐나요?
조홍일: 첫 회사에서 광고 성과 보고서를 쓰면서 노출량과 클릭량을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이 제겐 충격이었어요. 와 이런 것도 볼 수 있네? 누가 어떤 경로로 들어오고, 몇 번 보면 구매하고… 이것만 정리해도 우리는 더 잘 파는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왜 드라마 보면 마케팅 회의할 때, 아이디어 짜고, 토론하고 그랬는데, 당시 제 사수가 ‘마케팅은 숫자다. 통계를 알면 새로운 마케팅이 보여.’라는 이야기를 해주신 적이 있었거든요. 그게 진짜 시작이었어요.
김: 데이터를 파면 뭐가 좋은가요?
조홍일: 뭐든 예측이 가능해요. 사주와 손금과 관상, 이것도 수천 년 전부터 축적된 빅데이터죠. 대충 이날 이 시간에 태어난 사람들은 대충 어떤 삶을 살았다더라 하는 이 데이터베이스가 꾸준히 생기거든요. 그럼 너는 지금 이런 운을 갖고 태어났으니, 과거에 비슷한 사람들을 보건대 너는 앞으로 인생이 어떻게 갈 것이라고 예측을 해서 알려주잖아요.
비즈니스나 마케팅도 데이터를 통해 흐름을 파악하면, 다음 달 혹은 다음 분기는 어떻게 되겠다고 하는 예측이 가능해져요. 예측 결과 좋으면 더 좋게, 안 좋음이 예상되면 대비책을 미리 준비한다든지요.

데이터 기반의 마케팅을 한다면, 가장 먼저 과거의 흔적을 찾아보자
김: 데이터 기반으로 마케팅을 한다면, 제일 먼저 하시는 게 뭐에요?
조홍일: 일단 광고 계정을 다 열어서 지금까지 어떤 식으로 광고를 해왔는지를 먼저 볼 것 같아요.
김: 몇 달 치? 몇 년 치?
조홍일: 다. 있는 거 없는 거 전부. 그다음 광고 세팅 값도 봐야 하고, 개선점을 찾으며 AB테스트를 진행하고요. 그리고 고객 데이터를 파기 시작해요. 고객들의 주문 정보, 몇 번 들어왔는지, 어떤 연령층의 사람이 많이 들어왔는지, 이런 걸 보면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 나갈 수 있죠.
김: CRM 한다고 메일 보내고 문자 보내고 이런 것도 좋지만 고객 데이터를 잘 정리해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놔야 한다?
조홍일: 근데 대부분의 스타트업에선 그걸 잘 못 하죠.
김: 어떻게 정리해야 하나요?
조홍일: 일단 연령과 주소만 알더라도 조금은 보일 거예요. 그것부터 시작해야죠. 데이터를 정리해 둔 뒤 쭉 살펴보면, 뭔가 떠오를 수 있어요. 떠오른 것을 시작으로 계속 파고드는 거죠. 연령대별로 구매 횟수가 차이가 크게 날까? 각자의 객단가는 얼마일까? 어느 매체에서 많이 들어올까? 각 매체의 전환율은 얼마일까? 이런 식으로 계속 떠오르거든요. 그중에 뭔가 해볼 만한 그룹을 40대 여자라고 정했다면, 그들이 뭘 타고 들어왔는지도 GA를 통해서 알 수 있죠. 페이스북 광고를 보고 오네? 네이버 검색 광고로 많이 들어오는구나, 이런 걸 파악하고, 들어온 고객들의 전환을 더 일으킬 수 있게끔 도와야죠. 40대 여성이 제일 많이 들어오고 전환율은 4% 정도 되는데, 이거를 5%까지 끌어올려 보자, 이런 걸 목표로 삼을 수 있죠. 그러려면 이 사람들이 가장 민감하고 관심을 두는 부분이 뭐가 있을까를 고민해 볼 수 있어요.
김: 프로모션이나 이벤트처럼요?
조홍일: 40대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랜딩 페이지를 따로 만들어 전환율을 높이는 방법을 생각할 수도 있고, 네이버를 통해 들어와야 할인 쿠폰을 받을 수 있게끔 할 수도 있겠고, 여러 가지로 시도해볼 수 있는 게 많죠.
김: 그 과정은 어디서 누가 가르쳐 주진 않는데, 어떻게 공부해요?
조홍일: 요새는 세상이 너무 좋아져서, 유튜브에 치면 다 나와요. 구글은 모든 것을 다 알아요.
김: 그로스 해킹도 보면 마인드 셋이 제일 중요하다고 하는데, 데이터적인 마인드, 이건 어떻게 함양(?)해야 할까요? 비전공자, 비 개발자, 문송한 마케터들이 데이터 다루는 실력을 키우고 싶다면?
조홍일: 픗픗 강의를 들어야 합니다. (웃음) 제 강의를 들어라!

마케팅 0레벨에서 완성형이 되는 지름길, 데이터에 있다
김: 전에 엑셀로 고객 데이터 정리해 분석하는 과정 보여주신 것 되게 신기하긴 했거든요. GA, 엑셀로 데이터 다루시는 분들은 강의에서 보통 빅데이터나 공공데이터 끌고 와서 보여주기만 하는 경우가 많은데, 마케팅 데이터를 엑셀로 분석하는 과정이 신선했어요. 이런 건 어떻게 아시게 된 거예요? 이게 어디 있진 않은 것 같거든요.
조홍일: 사실 그건 굉장히 기본적인 통계 기법이에요. 통계 기법을 제가 마케팅에 적용한 거죠.
김: 통계를 모르는 사람들은 모르겠네요.
조홍일: 모를 수 있죠. 제가 생각하는 마케팅의 크리에이티브는 소재를 이쁘게 만드는 능력, 기발한 카피를 쓰는 능력, 이런 게 아니에요. 데이터를 보고 인사이트가 담긴 해석을 하는 것이 크리에이티브죠. 그렇게 하려면 여러 통계 기법을 찾아보게 되거든요. 구글링해서 얻을 수 있는 통계 기법은 기본적인 통계 기법이지만, 기본적인 통계 기법조차도 아직은 마케팅에 많이 사용하지 않아요.
김: 데이터건 통계건 ‘이걸 어떻게 적용하지?’라는 것이 보통의 생각이죠.
조홍일: 구글링으로 찾을 수 있는 통계 기법은 기본이에요. 함정에 빠질 일조차 없는 간단한 기법이죠. 보니까 쉽네? 기초네? 3줄만 읽으면 바로 어떤 건지 알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면 여기에 뭘 더 얹어서 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해 보니까 나온 거예요.
ABC 분석을 예로 들어볼게요. ABC 분석은 재고 관리를 개선하려고 나온 통계기법이에요. A, B, C를 상품군, 카테고리라고 해볼게요. 파레토 법칙이라고 아시죠? 20%의 베스트 상품이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한다고 하잖아요? 그럼 파레토 법칙의 베스트 상품들을 A그룹으로, 나머지를 B그룹으로 정의하고, B그룹 상품들을 어떻게 A그룹으로 올릴 것이냐, 이런 것을 고민하는 거죠. 그 방법을 생각해 내는 것이 크리에이티브예요.
제 생각엔 마케터에게 요구되는 크리에이티브는 그거에요. 퍼포먼스나 데이터 드리븐 마케팅을 하려는 분들께 필요한 거죠. 이런 숫자와 관련된 크리에이티브가 아니면 경영진과 대화가 안 돼요.
김: 의사결정을 끌어내고 싶다면 수치에 관한 생각을 가져라?
조홍일: 네, 무조건. 이거는 주니어가 시니어가 되는 데 필수적인 역량이라고 봐요. 회사는 누군가 의사결정을 해야 하잖아요? 그 결정권자를 설득하려면 결국은 숫자예요.
김: 지금까지 이렇게 나왔고 앞으로 이렇게 될 것 같으니까 이렇게 하자. 기존의 데이터로 예측이 나오고 대안이 나오니까 설득이 된다.
조홍일: 그렇죠. 주니어가 시니어가 되는 데 가장 빠른 지름길. 데이터를 보고 ‘왜 이 날 튀었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그걸로 주니어가 해야 할 일은 끝난 거예요. 시니어는 왜 튀었는지 이유를 찾을 수 있어야죠. Why와 Reason. 그걸로 결정권자와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죠. 대부분 사수도 없고 소통은 대표랑 직접 해야 할 텐데, 별수 있나요. Why와 Reason을 뽑아 보고 그걸로 대표랑 이야기해야 해요.
김: 커머스에서 봐야 하는 데이터, DB에서 봐야 하는 데이터가 크게 달라요?
조홍일: 저는 같다고 생각을 해요. 딱히 차이가 있다고 본 적 없어요. 결국 봐야 하는 건 고객들의 행동 패턴이거든요.
김: 연령대라든가, 몇 시에 많이 들어온다든가, 어떤 매체를 타고 들어온다든가, 어떤 검색어로 온다든가 이런 것들을 다 분석하고.
조홍일: 그렇죠, 큰 궤는 똑같아요. 마케팅이라고 하는 큰 궤는 똑같은데, 커머스 같은 경우는 변수가 훨씬 많아요. 재고라는 말도 안 되는 하나의 변수가 이미 끼워져 있거든요. 그래서 재고량에 따라서 봐야 하는 수치들이 바뀔 수가 있어요. 만약에 품절이었다든가, 아니면 리뷰 숫자라든가, 이런 식으로 이거에 따라서 데이터가 확확 바뀔 수가 있죠.
남들과 거꾸로 대기업, 중견기업,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며 불효하다
김: 첫 직장부터 마케터? 어디서 일하셨는지?
조홍일: S생명에서 마케팅 일을 시작했죠.
김: 당시에는 어떤 걸 하셨나요?
조홍일: TV CF, ATL BTL 이런 거를 주로 봤죠. 신입사원이다 보니, 직접 한다기보다는 돕는 정도? 그리고 마스코트 인형 탈 쓰고 홍보하러 다니고… 꽤 잡다하게 했어요. 이것저것 하긴 하는데 정신도 없고, 얼마 지나니 익숙해지더라고요. 뭔가 실력이 는다거나 발전한다기보다는 그저 익숙해지는 느낌. 대기업에서 사원이 할 수 있는 건 정해져 있으니까요.

드라마 〈미생〉을 보면 주인공이 이런 이야기를 듣죠. 넌 서포트만 하면 된다고. 근데 저는 그게 너무 싫었어요. 실무를 하긴 하는데 이게 실무 같지 않은 실무, 그저 돕는 역할. 그게 싫었어요. 하는 게 전화 통화밖에 없는 거야. 그래서 전화해서 대행사에 보고서 받고, 모아서 선배에게 전달하고, 회의록 쓰고, 너무 재미없더라고요. 그래서 나왔죠.
김: 몇 년 채우고 나온 거예요?
조홍일: 딱 2년 채우고 나왔어요. 엄마한테 엄청나게 혼났습니다.
김: 혼날 만하네요. 그래서 어디 가셨어요?
조홍일: 나와서 노는데 한 곳에서 연락이 왔어요. 보험 대리점. S생명 외에도 다른 보험회사의 상품을 대신 팔아주는 그 수많은 곳 중의 한 곳. 원래 알았는데 상무님이 연락해 ‘마케팅, 같이 실무자로 해보지 않겠냐’ 해서 들어갔죠.
김: 그때부터 디지털 마케팅을 팠군요.
조홍일: 네, 본격적으로 그때부터 파기 시작했어요. 시작은 검색 광고부터 했던 것 같아요.
김: 거기선 어떤 일들을 했어요?
조홍일: 사실 광고 캠페인을 할 필요가 없는 곳이었어요. 무조건 DB만 많이 뽑으면 되는 거였어요. 보험영업은 전화 영업을 엄청 열심히 하잖아요? 근데 그분들께 계속 전화번호, DB를 나눠줘야 하므로, 그걸 계속해야 해요. 그래서 첫 번째 목표 KPI가 DB의 절대적인 양을 늘리는 거고, 두 번째가 CPA, DB 단가를 낮추는 것. 그게 주 업무였어요.
검색 광고만 온종일 했어요. 계속 키워드 찾고, 전환율 체크하고 그랬죠. 페북 광고 돌리자고 제안도 몇 번 했지만, 번번이 까이고… 그때 중견기업도 똑같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는 일 자체가 되게 부품같이 느껴지기도 하고… 물론 전보다 주도적으로 업무를 할 수는 있었지만, 또 왠지 아닌 것 같았어요. 그래서 대기업도 있어 봤고 중견도 있어 봤다, 그러면 스타트업으로 가 보자. 그때 또 스타트업들이 한창 많이 생길 때였어요.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아쉬웠던 부분이 새로운 매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이에요. 당시 페이스북이 한창 떴는데, 그걸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거든요. 물론 저도 SNS는 아무것도 몰랐고 검색 광고만 했으니 딱히 할 말은 없지만…
김: 검색 광고에선 어떤 게 중요하고 어떤 걸 잘해야 하나요?
조홍일: 검색 광고는 검색 결과의 위치마다 비용이 정해져 있어요. 그리고 좋은 광고는 더 많이 검색 결과를 클릭하게 만드는 건데, 당시에 고민한 건 남들이 다 광고를 거는 키워드 말고 중소단위의 키워드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어요. 그때 시도했던 것 중 하나가 광고 대비 매출액(Return of Ad Spending, RoAS)에 따른 키워드의 가치를 구현한 거였어요. 메인 키워드라 해도 RoAS가 무조건 좋지 않거든요. 중소 키워드도 그런 게 매우 많아요. 그 키워드들을 어떻게 관리를 했냐, 시간대별로 껐다 켰다, 그다음에 이슈별로 또 껐다 켰다, 이런 식으로 따로 관리하면서 조절했죠.
김: 그게 몇 년도였죠?
조홍일: 2015–2016년쯤에 그랬어요.
김: 로아스에 따른 키워드의 가치는 어떻게 만든 건가요?
조홍일: 키워드랑 각 키워드별 RoAS 결과를 다 매치해 본 거죠. 한 2주 정도 빡세게 했던 것 같아요. 당시 키워드가 40만 개 정도 됐고, 그걸 전부 다 했어요.
김: 예를 들어 픗픗 아카데미, 픗픗, 키워드 두 개가 있다면, 픗픗 아카데미=RoAS 200%, 픗픗=RoAS 300% 이렇게요? 이걸 40만 번을 했다고요?
조홍일: 그리고 그룹으로 묶었어요. 거의 한 달 정도 그 작업을 했어요. 그랬더니 성과가 괜찮았던 키워드들이 보이면서, 검색 광고의 전반적인 성과가 개선됐어요.
그때 카테고리별로도 묶어봤어요. 암 보험이면 암 관련 키워드들만 묶어 놓고 거기에서 로아스를 따져보는 거예요. 그다음 종신 보험이면 종신 보험에 관한 카테고리로 묶어 놓고 관련된 키워드들을 넣고, 로아스를 다시 또 세분화하고. 메인 키워드별로 카테고리를 나누고 그 안에서 또 로아스별로 나누고, 시간대를 조정하면서 틀어보고… 그러면 메인 타임에는 1위부터 5위까지 전부 다 우리 키워드 광고를 올려버리고, 상대적으로 검색량이 떨어지는 시간대엔 끄고. 그땐 네이버 데이터랩이 없어서 검색량을 일일이 체크를 해야 했어요.
김: 원래 없으면 수동으로 사람이 다 해야죠.
조홍일: 네, 그땐 없었으니까. 그것도 다 체크를 하면서 껐다 켰다, 순위변동 잡는 식으로 했죠. 재미있긴 했어요.
김: 키워드 갖고 해볼 수 있는 것들을 많이 해 보셨네요.
조홍일: 그때 거의 다 했던 것 같아요.
김: 성과가 좋아졌나요?
조홍일: 엄청. 그때 광고 단가가 30% 정도는 떨어졌으니까요.
조홍일: ‘소딧’이라는 부동산 P2P 회사였어요. 대출이 필요한 사람과 돈을 빌려줄 사람을 연결해 주고 수수료 받는 구조였어요. 대신에 담보는 부동산. 대출이 필요한 분들은 영업 팀이 찾고, 마케팅의 목표는 투자자들과 회원 수를 늘리는 거였어요.
김: 그때는 어떤 채널 위주로 하셨어요?
조홍일: 검색 광고와 페이스북, 네이버 배너광고를 진행했습니다.
김: 예산이 어느 정도였어요?
조홍일: 예산이 적었어요. 월 예산이 1,000–2,000만?
김: 목표 KPI도 궁금합니다.
조홍일: 절대적인 수치를 잡진 않았어요. 왜냐면 그것조차도 잡을 수 있는 CMO가 없었어요. 기준과 프로세스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어떤 것이 명확히 우리 회사 입장에서 좋은 건지 마케팅 플랜을 못 세우던 상황이었어요. 지금에야 훨씬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당시 저는 쪼렙이라…
김: 1,000–2,000만이면 검색 광고와 페이스북 분배가 대충 어떻게 됐어요?
조홍일: 대출 키워드, 그다음이 투자 키워드. 대출과 투자 키워드는 비싸더라고요. 반면 페이스북은 저예산으로도 충분히 뽑을 수 있어서 페이스북 광고를 정말 많이 했어요. 그리고 배너광고, 리타게팅 광고를 돌렸고요. 그때 처음으로 광고 대부분을 다 제 손으로 할 수 있었고 또 재밌었어요. 역할은 퍼포먼스 마케터였지만 콘텐츠 마케팅도 같이했고요.
사수 없이 두 명이 구르면서 시니어로 성장하다
김: 두 명의 마케터가 1,000–2,000만을 돌렸다는 거네요. 지금 스타트업에서 마케팅하는 분들 대부분의 고민일 거예요. 사수가 없고, 자기가 얼마나 잘하는지 못 하는지 기준도 없고, 그래서 혼자 공부해야 하고, 또 잘 모르던 걸 계속해야 하고, 그런 상황이니 막막함이 되게 크거든요.
조홍일: 저도 그랬죠. 그때 공부 진짜 열심히 했어요. 사수가 없으면 커뮤니티에서 사수를 찾았어요. 회사 내에서 사수가 없으면, 밖에서라도 찾아야지. 그래서 모임도 열심히 나가고 점점 많은 분 만나고 알게 되면서 배우고, 아, 내가 진짜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공부를 많이 하게 됐었어요. 그때 생각하면 너무 웃긴 게, 전환을 늘리려면 전환 캠페인을 돌렸어야 하는데 트래픽 캠페인을 만들어 놓고 전환이 왜 나오지? 이런 걸로도 고민하고요.
그때 혼자서 되게 페이스북 공부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이것도 건드려보고 저것도 건드려보고,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그때도 대행사들을 컨트롤하는 방법도 혼자서 터득했어요.
김: 대행사를 어떻게 컨트롤해요?
조홍일: 그때부터 수치로 이야기했죠. 대행사인데 갑처럼 행동하는 경우들이 있어요. 그 이유는 인하우스 마케터 담당자가 잘 모르거나 연차가 짧거나 해서인데, 그럼 말도 안 되는 결과를 들이대죠. 제가 데이터에 집착하게 된 이유 중 하나예요. 내가 봤을 때 다른 데서 이만큼 나온다는데 왜 못 맞춰주냐, 그것부터 시작해서 못 하면 대행사 바꾸면 되지, 이러면 본인들이 또 열심히 맞추려 하고.

김: 그래서 데이터 드리븐의 시각을 갖고 싶은 사람들한테 어떻게 공부하든가 이렇게 하면 좋다든가, 한마디 해 주신다면?
조홍일: 〈미생〉에서 감명 깊게 본 대사가 몇 개 있어요. 그중 하나가 ‘정답은 모르는 데 해답은 아는 사람이 있다.’ 마케팅에 정답은 없거든요. 근데 해답을 줄 수 있는 게 바로 데이터 드리븐이에요. 저 대사 다음 ‘회계 공부는 하고 있나?’ ‘네.’ ‘그래, 회계는 돈이 하는 말이야.’ 하고 이야기해요. 저는 이거를 ‘데이터 공부는 하고 있나? 데이터는 고객이 하는 말이야.’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김: 강의 때는 어떤 내용을 다루셨나요?
조홍일: 사회초년생 때부터 마케팅과 신사업 관련해 계속 일하다 보니 많은 부분이 데이터로 측정이 가능해지더라고요. 그런데 빅데이터, R, 파이선, 머신러닝 이런 말로 데이터는 마치 특정한 사람만 접근이 가능하게 보이는 요즘의 상황이 싫었어요. 그래서 우리 매출과 마케팅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엑셀로도 분석할 수 있는 방법, 특히 제가 처음에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맡으면 하는 방법을 그대로 녹였습니다. 이 강의를 하는 이유는, 좀 더 사람들이 데이터를 갖고 놀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예요. 따라 할 수 있는 예제와 함께 제가 하는 방식 그대로 녹였으니, 반복 학습하시면서 자사의 데이터로 실습해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