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의 사설 「全 목사 행태나 與의 정치적 비난 모두 방역에 도움 안 돼」는 양비론적인 제목만 봐도 뭔가 쌔한 느낌이 들지만… 사실 그것조차도 훼이크고 정부 비판 쪽에(!) 거의 전적으로 방점이 찍힌 사설이다. 이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비난과 낙인찍기가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교회 측을 적대시하고 범죄인 취급하면 잠재 감염자들을 숨어들게 한다고 주장했다. 방역을 걱정하는 척하는 이런 정치적 언행이 방역을 망치는 주범이라는 것이다.
일단, 나는 이 말 자체가 아예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랑제일교회가 암만 역대급 빌런 집단이라곤 하지만, 그럼에도 방역을 위해서는 최대한 유화적으로, 방역망 안으로 끌어들이는 게 대원칙이다. 특히 정부 차원의 메시지에서는.
근데 조선일보가 이런 말 할 자격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당시 언론들이 대부분 그랬지만, 조선일보도 이태원 집단감염 사태 때 게이클럽에 방점 찍고 보도하지 않았나? 그 전부터 HIV 관련 기사에서도 동성애가 원인이란 식으로 낙인 겁내 찍어대지 않았나?

감염병 사태에서 낙인찍기가 문제가 되는 건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감염 자체가 죄인 것처럼 구는 거. 동선 갖고 욕하고 주위에 전파했다고 욕하고. 그리고 두 번째는, 특정한 집단을 낙인찍는 거. 신천지가 그랬고, 게이들이 그랬고, 이제 사랑제일교회로 대표되는 개신교계가 그러하다. 감염자가 많이 나왔다는 이유로 그 집단, 그 정체성 자체를 비난하는 거다.
조선일보가 문제 삼는 건 이 중에 두 번째인데… 사실 이 중에 진짜 “그 집단, 그 정체성 자체를 비난했다” 할 만한 건 이태원 집단감염 사태 때의 게이 혐오 밖에 없지 않나 싶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클럽, 유흥주점, 헌팅포차 등은 모두 성행하고 있었다. 게이라서 뭐 딱히 더 방역수칙을 안 지키고 이런 거 없었다. 이태원 집단감염 사태의 트리거는 바로 그런 ‘유흥업소 성행’이지 ‘게이’라는 정체성이 아님에도, 많은 이가 ‘게이’를 싸잡아 욕했다.
게다가 ‘게이’라는 정체성은 그 자체로는 아무 문제가 없음에도, 외부로 드러날 경우 사회적으로 차별을 받고 혐오 범죄의 대상이 되는 종류의 것이다. 따라서 ‘유흥문화’가 아니라 ‘게이’에 방점을 찍고 ‘게이’를 싸잡아 욕하게 되면, 낙인을 두려워한 사람들이 방역망으로부터 숨어드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반면 신천지는… 이 경우는 조금 애매하다. 신천지에는 사이비종교라는 낙인이 있고, 사회로부터 규탄받는다. 그 낙인으로 인해 교인들은 방역망으로부터 피해 숨어들려 한다.
그런데 그렇다고 사이비종교를 차별하지 말라는 건 또 말이 이상하다. 사이비종교는 사회적으로 분명한 해악을 일으키기에 규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게다가 사이비종교 특유의 비밀스런 포교방식과 집단주의는 감염병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니 신천지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만 방역 당국으로서는 그들의 비밀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불이익이 없을 것임을 계속 강조하여 검사를 독려하는 수밖에. 이건 둘 다 같이 갈 수밖에 없는 거다. 방역을 위해 살살 달래줘야 하지만, 그렇다고 사이비종교를 까면 종교 혐오라고 하는 건 좀 말이 안 되잖아.

그리고 제일 안 애매한 게 사랑제일교회다. 사회적으로 분명한 해악을 일으키며, 사이비종교 특유의 비밀스런 포교와 집단주의로 방역망을 붕괴시킨다. 심지어 얘네들은 심지어 문재인이 코로나를 조작한다느니, 전광훈도 사실 음성이라느니, 보건소에 가면 멀쩡한 사람도 코로나로 나온다느니 하며 음모론을 적극적으로 퍼트리고 신봉하고 있다.
이 교회는 보건소의 방역을 대놓고 거부하고 방해하기까지 했다. 전광훈은 밖에선 코로나 안 걸린다, 예배 보면 다 낫는다며 당당하게 입을 털다가 당당하게 확진됐고, 보건소 측과 대치하기까지 했으며, 나중에는 마스크 벗고 전화 통화까지 하면서 보건소 차량에 탑승했다. 이들은 방역망을 ‘일부러’ 붕괴시키려 하는 이들이다.
그럼 이들에게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여주면, 이들이 방역망 안으로 들어올까? 그렇지도 않다. 빌런들은 방역 자체를 믿지 않으며, 방역망을 붕괴시키는 걸 목표로 한다(정작 전광훈 본인은 그새 몰래 검사받고 온 모양이지만). 이건 선후 관계가 반대다. 비판 때문에 두려워서 방역망에서 숨어드는 게 아니라, 방역망을 일부러 엿먹이고 있기 때문에 비판을 받는 거란 말이다.
또한 개신교인이라는 정체성 자체는 사회적으로 혐오 범죄의 대상이 되지도 않으며, 사회적으로 차별을 받지도 않는다. 자기들은 문재인이 자기들을 박해한다는 망상에 빠져 있을 테고, 차별금지법이 개신교를 역차별한다는 주장도 서슴지 않고 하지만, 그 헛소리를 곧이곧대로 들어줄 일이 아니잖은가.

이건 낙인찍기와 가장 거리가 멀다. ‘게이’라는 낙인을 찍는다는 건 말이 되지만, ‘개신교인’이라는 낙인을 찍는다는 건 말이 안 되지 않나. 심지어 그 교회가 사랑제일교회 같은 곳이라고 해도, 그가 특별히 사회로부터 차별받는 게 있던가. 그런데 왜 유독 사랑제일교회 사태에서는 사설까지 써가며 낙인찍기를 걱정하는 건지.
혐오와 증오를 퍼트리며 대놓고 방역망 붕괴시키겠다고 나서는 이들을 비판하지 못하면, 이건 그들의 행태를 추인해주는 것과 다름없는 꼴이 된다. 그뿐 아니라 방역에 협조하는 다른 시민들을 절망케 하고 상호 불신을 가중한다. 깔 건 까야 한다.
보수 개신교계의 혐오를 비판하는 것조차 “그것도 개신교 혐오”라는 식으로 퉁쳐버리면, 대체 우리는 혐오에 어떻게 맞서 싸울 수 있나? 이런 기계적인 정치적 올바름이 쿨병 말고 무슨 의미가 있겠나? 조선일보야 원래 그런 놈들이니까 똥글을 쓴다 쳐도, 알 만한 분들도 이런 얘길 진지하게 하는 게 좀 많이 당황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