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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자존감이라는 것에 대하여

2019년 7월 19일 by 김현성

만약 먼 훗날에 누군가가 “당신이 30대 때 배운 가장 큰 것은 무엇입니까?”라고 묻는다면 (그전에 그런 질문을 받아 마땅한 사람이 되는 것이 먼저겠지만), 두 가지로 대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인생은 원래 잘 풀리지 않는 것”이고, 두 번째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누군가에게 빚을 지며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생은 잘 풀리지 않기에, 우리는 항상 빚을 지며 살 수밖에 없다.

가끔 학생 시절 이야기를 할 때가 있는데, 사실 그렇게 학업에 충실한 학생이 아니었다. 학고를 맞을 위기에 몰려 지도 교수님께 낙제만 면하게 주십사 빈 적도 있었고, 학교를 도중에 쉬며 인턴을 할 때는 학교와 직장의 차이가 아직 개념이 제대로 잡히지 않아 지금의 나 자신이 보았을 때는 뜨악한 짓거리도 자주 했던 기억이 난다. 승진을 하지 못할까 봐 덜덜 떨던 때 갑자기 한 줄기 빛처럼 도움을 주신 분도 계신다.

그럼에도 어찌 됐든 졸렬하게나마 앞가림 정도 할 수 있을 만치 밥을 벌어 먹고살 수 있게 된 것은 결국 여기저기서 많은 숨은 빚을 내가 졌기 때문이다. 멀게는 저놈이 비록 마음에 안 들지만 그나마 개미 발톱만치라도 재능과 가능성이 있어 보였기 때문에 당장의 실력도 빽도 절도 없는 인간을 감히 다른 회사에 추천해주신 분이 계셨던 것이고, 가깝게는 자식이 아니라 호로에 가까운 인간을 30년 가까이 건사한 부모님이 계셨던 것이다. 사실 더 헤아리자면 끝도 없다.

물론 개개인의 출발선은 모두 다르고, 형편이 좋지 않아 학업을 영위하기 어려울 정도의 사람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정부가 세금을 걷어 다양한 제도를 통해 도와주려 노력하고 있다. (현대에 이르러 어떤 정부가 들어섰든 이는 마찬가지였다.) 결국 이 경우에도 얼굴도 모르는 많은 사람에게 잘게 나눠서 빚을 진 셈일 것이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일지라도 그 나름대로의 가치를 보전하고 발현할 수 있게 사회 전체가 나서서 돕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가 살면서 누군가에게 빚을 진다는 것은 그것 자체가 불가피하기도 하지만 작게는 지인이, 크게는 사회가 정도는 다를지라도 우리가 가진 가치를 알아보고 보전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뜻이다. 누군가는 타인을 통해 자존감을 획득한다는 것을 비웃을지 모르겠으나 함부로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누군가에게 빚을 짐으로써 누군가 나의 가치를 알아봐 준다고 생각했고, 결국 이것이 자존감으로 이어졌다.

삶이 타인에게서 진 유무형의 빚으로 이루어졌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나 자신이 아무리 작은 것을 이룩했다 할지라도 그것이 오롯이 나의 몫이라는 생각을 버리게 된다. 이는 결국 스스로의 몫을 숨기고 타인에게 드러내지 않는 행동 양식으로 연결되며, 시대와 시대를 걸쳐 인류는 이를 ‘겸허함’이라고 불러왔다. 겸허함이야말로 높은 자존감을 가진 사람들의 특징이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절대로 자신의 성과를 자랑하거나, 또는 자신의 자존감이 높음을 타인에게 드러내 놓지 않는다.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은 자존감이 높은 것이 아니라 그저 항상 누군가에게 신세를 알게 모르게 져 왔음에도 마음에 빚이 없는 사람일 뿐이다. 겸허함이라는 것은 높은 자존감만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하나의 선물이다. 비록 그 인간이 마음에 많은 빚을 지고 상처투성이일지라도 말이다. 우리는 조심해야 한다. 겉으로는 화려해보일지 몰라도 마음에 빚이 없는 사람들을 말이다.

원문: 김현성의 페이스북

Filed Under: 문화

김현성

필자 김현성 facebook

직장인 5년차 주니어. 경제와 국제정세, 금융시장과 원자재에 관한 글을 주로 씁니다. 법률과 예술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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