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영화 <택시운전사>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택시를 모는 김만섭(송강호)은 아내와 사별하고 어린 딸과 단 둘이 생활을 이어간다. 사글세 10만원이 밀려 집주인에게 구박받던 그는 우연히 광주까지 장거리를 뛰면 10만 원을 주겠다는 외국인이 있다는 이야기를 주워듣는다. 그 외국인은 바로 일본에서 온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취만), 동료 기자에게 광주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서둘러 가기 위해 택시를 부른 것이다. … [Read more...] about 목격의 시선으로 담아낸 80년 광주
영화
그가 최고의 SF 소설가가 되는 데에는 1권으로 족했다
테드 창의 과학소설 『당신의 인생 이야기』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인공 구조물은 보이저 1호다. 1977년 발사된 이 우주 탐사선은 초속 16km로 40년째 비행 중이다. 천왕성과 명왕성을 지나 지구로부터 무려 205억km 떨어진 태양계 끝 ‘은하의 길’을 홀로 가고 있다. 2025년 무렵 모든 동력이 소진되고 지구와의 통신도 끊길 것이다. 그래도 항해는 멈추지 않는다. 태양계 너머 미지의 세계로 계속 나아간다. 목적지도 없고, 미래도 알 수 없는 고독한 비행이다. 보이저 1호에는 … [Read more...] about 그가 최고의 SF 소설가가 되는 데에는 1권으로 족했다
#살인예고남_여혐유투버 #토일렛_상영_반대
한 남성이 유투브 BJ의 방송을 보고 여성 혼자 일하는 왁싱샵을 찾아가 살해한 사건이 얼마 전 검찰에 기소되면서 공론화되었다. 왁싱샵을 비롯한 미용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대상화하는 저열한 방송들이 판을 치고, 홀로 일하는 여성의 신상정보를 방송을 통해 서슴없이 공개한 것의 결과이다. 해당 방송을 내보낸 BJ는 “사건이 벌어진 것은 유감이지만, 자신의 방송에 책임이 있지는 않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책임을 회피했다. 해당 사건이 공론화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신태일, 김윤태 등 ‘느금마 … [Read more...] about #살인예고남_여혐유투버 #토일렛_상영_반대
공간에 삶을 그려내어 흔적을 남긴 여성의 이야기
개인적으로 어두운 톤의 화면과 새하얗게 밝은 톤의 화면이 연이어 붙은 쇼트로 등장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갑자기 눈앞에 카메라 플래시를 들이댄 것처럼 눈이 아프다는 것이 그 단순하고 유치하지만 확고한 이유이다. 이유 같지 않은 이유지만 종종 몰입을 깰 정도로 거슬리는 경우도 있었다. 아이슬링 윌시가 화가 모드 루이스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내 사랑>은 이러한 화면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사계절이 끝없이 회전하며 등장하고, 어두운 집에서 새하얀 눈이 덮인 겨울로, 새하얗게 밝은 … [Read more...] about 공간에 삶을 그려내어 흔적을 남긴 여성의 이야기
여성 복수극의 원조 ‘701호 여죄수 사소리’
연인에게 배신당하고 감옥에 들어간 사소리(카지 메이코)는 강간과 구타를 당하는 등 지옥과도 같은 고통을 겪는다. 남자밖에 없는 간수들은 죄수들을 폭력적으로 대하고, 소장의 총애를 받는 몇몇 죄수들은 다른 이들과 구별되는 주황색 죄수복을 입고 감옥 일을 도우며 권력을 얻는다. 감방 동료와 탈옥을 시도한 사소리는 다시 잡혀 들어와 고통받는다. 그러던 중 교도소 안에서 반란이 일어나고, 사소리는 그 틈을 타 탈옥해 배신한 연인과 그의 동료들을 죽일 계획을 세운다. 이토 슌야의 〈여죄수 … [Read more...] about 여성 복수극의 원조 ‘701호 여죄수 사소리’
기이하고 충격적인 성장영화 ‘로우’
※ 이 글은 영화 <로우Raw>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성장영화, 카니발리즘을 소재로 삼다 쥐스틴(가렌스 마릴러)의 가족은 채식주의자이다. 뷔페식 식당의 고기 메뉴들을 쭉 지나쳐 매쉬드 포테이토만 받아가는 쥐스틴과, 그 속에 섞여있는 고기 한 조각에 불같이 화를 내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가 시작된다. 쥐스틴은 친언니인 알렉스(엘라 룸프)가 다니는 대학 수의학과에 입학한다. 혹독한 신고식으로 유명한 수의학과에서 신입생들은 영화 <캐리>처럼 … [Read more...] about 기이하고 충격적인 성장영화 ‘로우’
주말에 보기 좋은 좀비영화 베스트 10
2016년 〈부산행〉이 한국 좀비영화의 새 역사를 쓰며 주목받았습니다만 그동안 한국에 좀비영화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1980년 강범구 감독의 〈괴시〉를 시작으로 〈죽음의 숲 - 어느날 갑자기 네 번째 이야기〉 (2006) 〈이웃집 좀비〉(2009) 〈미스터 좀비〉(2010) 〈좀비스쿨〉(2014) 등이 만들어졌습니다. 그저 대규모 상업영화에 좀비가 등장한 것은 〈부산행〉이 처음일 뿐이죠. 세계 최초의 좀비영화는 1932년 작 〈화이트 좀비〉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이 영화는 … [Read more...] about 주말에 보기 좋은 좀비영화 베스트 10
밀실과 미스터리의 숨 막히는 조합 ‘오텁시 오브 제인 도’
어느 젊은 여성의 시체가 부검소에 실려 온다. 부검의인 토미(브라이언 콕스)와 그의 보조이자 아들인 오스틴(에밀 허쉬)은 시체 부검을 의뢰받는다. 꽤 오래된 시체임에도 지나치게 깨끗한 외형에 의문을 품은 부자는 본격적으로 부검을 시작한다. 신원미상이기에 제인 도(Jane Doe)라고 이름 붙여진 시체는 부검할수록 사인이 드러나는 것이 아닌 미스터리만을 더해간다. 영화 <제인 도>는 86분의 짧은 러닝타임 동안 호흡곤란이 올 정도로 관객을 몰아간다. 시체 부검이라는 … [Read more...] about 밀실과 미스터리의 숨 막히는 조합 ‘오텁시 오브 제인 도’
결혼 후, 남과 여의 욕망에 관한 이야기
도시에서 잘 쉬기란 참 쉽지 않다. 어려운 건 아닌데, 내 맘대로 되는 것도 아니라 ‘쉽지 않다’. 카페에 가면 스피커 위치를 먼저 살피고, 아무리 맛있는 음식점에 가도 옆 테이블에서 너무 크거나 듣기 불편한 소리가 들리면 오히려 스트레스만 받고 나온다. 사람 별로 없고, 드문드문 연 가게에서 정리하는 시간 갖기가 편해 주말에는 종종 여의도나 상암동에 간다. 내가 일하지 않는 동네니까 가능한 일. 일요일에는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에서 하는 일본 영화감독 ‘나카히라 코우 회고전’에 다녀왔다. … [Read more...] about 결혼 후, 남과 여의 욕망에 관한 이야기
‘덩케르크’: 이것을 영화라고 할 수 있을까?
1. 타임머신 방의 예시 예시를 하나 들어보자. 먼 미래, 인류사상 첫 "타임머신 방"이 문을 연다. 타임머신을 이용해 고객을 과거의 역사 속 어디로든 보내주는 놀이시설이다. 물론 고객 안전과 역사 유지를 위해 고객과 과거 간 상호작용은 극히 제한되지만 고객은 과거의 사건을 직접 눈으로 보고 그 소리를 들으며 냄새까지 맡을 수 있다. 첫 고객은 영국인이었다. 먼 미래의 영국에도 "덩케르크 정신"이라는 말은 전해진다. 이 말의 유래가 궁금해진 그는 타임머신 방을 이용해 그 유명한 됭케르크 … [Read more...] about ‘덩케르크’: 이것을 영화라고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