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리 감독 각본 주연” 어떤 영화의 홍보 카피로 이것만큼 흥미를 느끼게 만드는 문구가 있을까? <여배우는 오늘도>는 문소리가 그간 연출했던 단편 <여배우>, <여배우는 오늘도>, 그리고 <최고의 감독> 세 편을 1, 2, 3막으로 삼아 장편으로 만들어낸 작품이다. 영화제에서만 접할 수 있었던 그의 세 영화를 이번 개봉을 통해 한 번에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영화 속에서 문소리는 문소리로 등장한다. 문소리로 등장한 문소리는 자신의 이야기를, 또 … [Read more...] about 배우는, 여성은, 문소리는 오늘도
영화
영화 속 4차 산업혁명: 헬스케어
인간, 노화와 죽음에 도전장을 던지다: 〈프로메테우스〉·〈엘리시움〉과 헬스케어 최근 흥미로운 책을 읽었다.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 전작 『사피엔스』에서 인지·농업·과학 세 개의 혁명으로 인류의 역사를 설명한 저자는 인간에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로 책을 갈무리했다. 7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는 아프리카의 한구석에서 자기 앞가림에만 신경을 쓰는 별 중요치 않은 동물이었다. 이후 몇 만 년에 걸쳐 이 종은 지구 전체의 주인이나 생태계 파괴자가 되었다. 오늘날 이들은 신이 … [Read more...] about 영화 속 4차 산업혁명: 헬스케어
역사의 피해자를 그려내는 모범답안 ‘아이 캔 스피크’
※ 이 글에는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원칙주의자인 9급 공무원 박민재(이제훈)가 명진구청으로 발령 오면서 영화가 시작한다. 범령과 조례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그는 금세 구청의 에이스로 자리 잡는다. 그런 그의 앞에 나옥분(나문희) 할머니가 나타난다. 도깨비 할머니라고 불리며 수많은 민원을 들고 오는 구청의 유명인사다. 민재는 막무가내로 민원을 들이대는 옥분에게 원리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말한다. 어느 날 옥분은 자신이 다니던 영어학원에서 유창하게 … [Read more...] about 역사의 피해자를 그려내는 모범답안 ‘아이 캔 스피크’
문화로 읽는 경제경영: 왜 사람들은 코난과 김전일 말을 안 들을까?
※ 이 글에는 영화 〈파이널 데스티네이션〉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파이널 데스티네이션〉의 한 장면 한 남성이 수영장에서 수영하고 있는데 웬 초등학생이 물총으로 장난을 친다. 장난에 기분이 나빠진 남성은 그 아이로부터 물총을 빼앗아 아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올려놓는다. 그런데 그곳은 배수장치에서 공기를 빼서 압력을 만드는 배기구였다. 때마침 올려놓은 물총이 떨어지면서 배기구의 스위치를 켜고, 곧 엄청난 수압으로 수영장 물을 빼내기 시작한다. 그때 남성은 자신의 동전을 튕기면서 … [Read more...] about 문화로 읽는 경제경영: 왜 사람들은 코난과 김전일 말을 안 들을까?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결혼은 무서운 일이다
흔히들 결혼하는 여자들의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두려움이며, 타당한 감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결혼은 남자에게도 매우 두려운 일이다. 결혼이 두려운 첫 번째 이유는 선택의 여지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봉건시대의 결혼은 그저 부모님이나 중매쟁이가 정해주는 대로 하면 되는 일이었다. 다른 선택의 여지를 생각해본 적이 없으니 그저 운명이려니 생각하며 같이 살다 보면 정도 든다. 게다가 인생도 짧아서 대부분 60세 이전에 끝나니 더더욱 다른 고민을 할 여지는 … [Read more...] about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결혼은 무서운 일이다
영화를 통해 보는 심리: 의존성 성격장애
나는 영화에 대해서 쓸 때 될 수 있는 대로 등장인물의 성격분석을 피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영화에 대한 심리학적인 분석이라고 하면 보통 바로 그걸 하리라고들 기대하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인물 성격분석 말고도 영화에 적용할 수 있는 심리학의 효용은 많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 유감스럽게도 별로 성공적인 시도는 아니었던 듯 싶다. 지금까지 재미있다는 평을 들은 글은 주로 등장인물의 성격을 건드린 것들이고, 그런 분석이 빠진 글은 사람들에게 심리학의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는 … [Read more...] about 영화를 통해 보는 심리: 의존성 성격장애
“그것 It” 안전망으로 기능하지 못하는 집의 공포
<그것>은 일곱 아이의 이야기다. 말을 더듬는 빌(제이든 리버허) 천식을 앓으며 약을 달고 사는 에디(잭 딜런 그레이저) 눈이 커 보일 정도로 도수 높은 안경을 쓰고 다니는 리치(핀 울프하드) 랍비의 아들이기에 유대교 공부를 하게 된 스탠리(와이어트 올레프) 전학 온 지 얼마 안 되어뉴 키드로 불리는 벤(제레미 레이 테일러) 도살장을 운영하는 집안에서 하는 마을의 몇 안 되는 흑인 마이크(초슨 제이콥스) 그리고 이들이 속한 ‘루저스 클럽’의 … [Read more...] about “그것 It” 안전망으로 기능하지 못하는 집의 공포
‘어둠의 여인’: 겹겹이 쌓인 사회적 맥락의 공포
영화가 시작되면 자막으로 이란의 상황을 설명한다. 이란-이라크의 전쟁이 한창인 1988년 테헤란, 쉬디(나제스 라쉬디)는 딸(아빈 만샤디)와 함께 아파트에 머무르고 있다. 데모 경력 때문에 복학을 거절당한 그는 같은 의대생인 남편(바비 나데리)과 다툰다. 곧 남편은 징집되고 쉬디는 딸과 단둘이 남는다. 미사일 공습이 이어지며 다른 지역으로의 탈출을 고민하던 중, 딸의 인형은 자꾸만 사라지고 딸은 보이지 않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미사일이 떨어지면 유령이 나타난다는 옆집 여인의 말을 … [Read more...] about ‘어둠의 여인’: 겹겹이 쌓인 사회적 맥락의 공포
‘그 후’ 남은 게 사랑이랬다
최근 홍상수의 영화들은 이야기적으로 매끄러워지고 형식적으로 안정화되고 있으며, 감정적으로 진해지고 있다.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에서는 반성을,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에서는 존경과 존중의 고백을,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서는 자기 파괴적인 태도를 보여주었다. 그의 21번째 장편영화인 <그 후>는 사랑이라는 테마를 정면으로 대하며 믿음이라는 태도로 이를 대한다. 홍상수 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플래시백, 캐릭터로 등장하는 유부남 주인공의 아내 등의 … [Read more...] about ‘그 후’ 남은 게 사랑이랬다
여성 복수극의 맹점을 고스란히 품은 영화 ‘어미’
※본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녹색의자>, <오세암> 등을 연출한 박철수 감독의 어미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통해 관람했다. ‘무서운 여자들: 괴물 혹은 악녀’ 특별전을 통해 상영된 <어미>는 페미니즘이 다시 부흥하는 지금 시점에서 다시 돌아볼 만한 작품이다. 라디오를 진행하는 홍여사(윤여정)는 딸 나미(전혜성)의 대학입시 뒷바라지에 열을 올린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 앞에서 홍의 차를 기다리던 나미는 인신매매범에게 납치당하고 … [Read more...] about 여성 복수극의 맹점을 고스란히 품은 영화 ‘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