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에는 영화 〈토르: 라그나로크〉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어벤저스 원년멤버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 중 유일하게 솔로영화가 아쉬웠던 토르의 세 번째 솔로영화다. ‘라그나로크’라는 무게감 있는 제목을 가져오고 인디영화 씬에서 〈뱀파이어에 관한 아주 특별한 다큐멘터리〉와 같은 톡톡 튀는 작품들을 만들어온 타이카 와이티티를 영입한 마블의 선택은 적중했다. 〈토르: 라그나로크〉를 잘 짜인 작품이냐, 혹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나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와 같은 … [Read more...] about 어쨌거나 맛있는 잡탕 ‘토르: 라그나로크’
영화
영화 마니아가 뽑은 음악영화 베스트 10
간단히 말해서― 음악이 없는 삶은 잘못된 삶이며, 피곤한 삶이며, 유배된 삶이다. 프리드리히 니체 영화에서 음악도 마찬가지다. 음악이 없는 영화는 피곤하다. 음악은 영화의 탄생부터 함께 해왔다. 무성영화를 상영할 때도 극장엔 오케스트라 연주가 흘렀다. 음악영화 중 개인적인 선호도를 바탕으로 베스트 10을 꼽아봤다. 여기서 '음악영화'란 영화 속에 주인공이 노래를 부르거나 연주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음악으로 대사를 전달하는 뮤지컬은 아닌 영화다. 음악의 완성도만큼 영화의 완성도 … [Read more...] about 영화 마니아가 뽑은 음악영화 베스트 10
진정한 파국, 악행의 끝 ‘잇 컴스 앳 나잇’
※본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미지의 바이러스가 퍼지고, 이것에 걸린 사람들은 피를 토하고 피부에 발진이 일어나며 며칠 만에 사망한다. <잇 컴스 앳 나잇>은 바이러스가 퍼지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시작한다. 영화가 시작하면 폴(조엘 에저튼)과 아내인 사라(카르멘 에조고), 아들인 트래비스(캘빈 해리슨 주니어)가 할아버지에게 작별인사를 건네고 있다. 바이러스 증상이 드러난 그를 죽이고 불태운 뒤 땅에 묻는 것으로 영화가 시작한다. 물과 식량을 … [Read more...] about 진정한 파국, 악행의 끝 ‘잇 컴스 앳 나잇’
할리우드에서는 어떻게 창의적인 작가를 발굴하는가?
※ 이노우에 다쓰히코의 책 『왜 케이스 스터디인가』(어크로스, 2015)를 참고한 글입니다. 할리우드에서는 시나리오 작가가 직접 아이디어를 설명하는 ‘피치(pitch)’ 미팅이 자주 열립니다. 피처(pitcher)인 시나리오 작가는 캐처(catcher)인 프로듀서나 제작자, 영화사 경영진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짧고 간결한 문장으로 설득력 있게 ‘피치(던진다)’해야 합니다. 프로듀서는 짧은 피치 미팅에서 어떻게 작가의 창의성을 평가할까요? 프로듀서들은 어떻게 … [Read more...] about 할리우드에서는 어떻게 창의적인 작가를 발굴하는가?
거칠고 험악하며 유치한 성경 요약본 ‘마더!’
※본 글은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어떤 외딴 지역에 있는 집, 한 여성(제니퍼 로렌스)은 남편(하비에르 바르뎀)과 함께 살고 있다. 여성은 화재로 타버렸던 집을 홀로 수리하고, 시인인 남편은 자신의 작업에만 매진하고 있다. 그렇게 지내던 중 한 남자(에드 해리스)가 찾아온다. 그 집이 민박인 줄 알고 찾아왔다는 그는 남편이 자신이 좋아하는 시인임을 알아차린다. 하룻밤 사이에 남편과 남자는 친밀해지고, 여성은 자신의 집에 낯선 사람을 마음대로 받아들이는 남편이 … [Read more...] about 거칠고 험악하며 유치한 성경 요약본 ‘마더!’
헤르미온느는 백인일까?
※ 이 글은 「Is Hermione Granger White?」를 번역한 글입니다. 해리포터의 주요 등장인물인 헤르미온느 그레인저는 과연 백인일까요? 책 표지의 그림에 백인으로 등장하니까, 엠마 왓슨이 연기했으니까 백인일 거라고요? 사실 원작을 꼼꼼하게 읽어보면 출판사나 영화 제작사도 그저 상상력을 발휘해 자의적인 판단을 내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책 속의 내용만으로는 헤르미온느를 특정 인종으로 단정지을 수 있는 근거가 충분치 않으니까요. 문제는 헤르미온느의 인종이 … [Read more...] about 헤르미온느는 백인일까?
히스 레저의 필모그래피 톺아보기
2008년 1월 22일 히스 레저는 28살의 나이로 사망했다. 자신이 커트 코베인이나 재니스 조플린처럼 27살에 죽을 것 같다는 그의 이야기는 어느 정도 현실이 되었다. 1996년과 1997년 즈음 몇 편의 TV 시리즈에 출연하면서 본격적인 연기를 시작한 그는 1999년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에서 주연을 맡으며 인기를 얻게 된다. 그 후 모두가 알 듯 <패트리어트: 늪 속의 여우>, <기사 윌리엄>, <브로크백 마운틴>, <아임 … [Read more...] about 히스 레저의 필모그래피 톺아보기
편리한 성장의 불편함에 대하여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쓰네오의 회상과 독백을 통해 전개되는 쓰네오 자신의 성장 서사다. 아니, 그것을 의도한 영화라 하자. 내가 본 것은 성장이 없는 성장 서사의 기만이다. 성장 없는 성장 서사의 기만 장애를 가진 상대와의 연애가 반드시 일방을 강자나 약자로 만들 이유는 없다. 연애뿐 아니라 모든 관계에서 서로가 서로를 소비하고 대상화하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일이다. 각자가 가진 상이한 결여와 욕망들이 충돌하고 마찰하는 지점에서 서로가 소비되고, 우리는 그것을 … [Read more...] about 편리한 성장의 불편함에 대하여
DOLBY전: 그간 장비빨을 세운 사람들이 허무하겠구나
트탐라 편집장은 원룸에 살았다. 그가 가지고 있는 것은 2011년식 넷북에, 모니터는 겨우 11인치에 달하였고, 스피커는 기본 스피커였는데 그것으로는 단편영화 하나 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편집장은 장비가 형편없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언제나 작은 화면만 들여보고 있었다. 어느 날 집에 찾아온 돌리던 친구가 한심한 눈빛으로 그를 힐난하였다. "자네는 장비도 그렇게 부실하면서 어쩌자고 영화를 즐겨 본단 말입니까?" 그러다 편집장은 태연하게 껄껄 웃었다. "내 아직 돈이 없어서 … [Read more...] about DOLBY전: 그간 장비빨을 세운 사람들이 허무하겠구나
건전함을 위해 희생된 영화 포스터 수난사
키스는 No! 가슴골은 감추고, 담배는 절대 안 돼! 조선 시대 사극의 세트장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의 영화 포스터 심의 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의 들쭉날쭉한 심의 기준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그런데 최근엔 그 정도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과거엔 허용됐던 것들이 이젠 안 된다. 시대를 역주행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 포스터 역시 예술 작품으로 존중받는다. 솔 바스처럼 영화 포스터로 한 획을 그은 디자이너도 있다. 물론 포스터는 '기둥(post)에 붙인 … [Read more...] about 건전함을 위해 희생된 영화 포스터 수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