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가까운 미래, 인구과밀로 인해 강력한 산아제한정책이 실행된다. 한 가정 당 한 아이만을 양육할 수 있으며, 그 이상의 아이를 낳을 시 아동제한국에서 인구가 어느 정도 감소할 때까지 아이를 냉동수면상태로 보호한다는 내용의 법률이다. 이러한 법률이 시행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일곱 쌍둥이가 태어난다. 아이들의 아빠는 누군지 알 수 없고, 엄마는 출산 중 사망했다. 아이들의 할아버지인 테렌스 셋맨(윌렘 데포)은 일곱 쌍둥이를 몰래 키우기로 … [Read more...] about 신박한 설정을 따라가지 못하는 뒷심, ‘월요일이 사라졌다’
영화
‘B급 며느리’: 이상한 사람만이 진정한 사랑을 한다
일반적으로 상업영화들은 초반 5분에 많은 공을 들인다고 한다. 극장은 관객의 인내심을 강요하는 공간이지만 현대인들은 그닥 인내심이 없다. 들어보지 못한 생소한 이야기에 몰입하기는 쉽지 않은 법이며, 그래서 많은 상업 영화들은 짧은 시간 안에 적절한 자극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그 시간이면 ‘신과 함께’에서는 이미 주인공은 죽어 있다). 그런 셈법들이 일반화되면서 초반 5분마저 즐겁지 않다면 현실적으로 이 영화는 볼 게 없을 확률이 높아진다. 상업영화가 아니더라도 초반 장면들만 … [Read more...] about ‘B급 며느리’: 이상한 사람만이 진정한 사랑을 한다
익숙해진 리들리 스콧의 비관주의 ‘올 더 머니’
80세의 나이에도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리들리 스콧이 <에이리언: 커버넌트>가 개봉한 지 1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신작을 발표했다. 영화의 원제처럼 세상의 모든 돈(All The Money In The World)을 가진 J. 폴 게티(크리스토퍼 플러머)의 손자 J. 폴 게티 3세(찰리 플러머)가 납치되었던 실화를 그려낸 작품이다. <올 더 머니>는 최근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 <에이리언: 커버넌트>, <마션> 등의 큰 … [Read more...] about 익숙해진 리들리 스콧의 비관주의 ‘올 더 머니’
백인 구원자 영화의 부상과 몰락
※ The Economist의 「The rise and fall of the award-winning white-saviour film」을 번역한 글입니다. 할리우드 영화계가 인종에 대해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영화가 인종 문제를 다루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잠시나마 만족했죠. 1962년 케네디 대통령이 신년 연설에서 민권에 대해 이야기했고, 그 해 〈앵무새 죽이기〉와 〈아라비아의 로렌스〉가 나왔습니다. 현실에서는 흑인 운동가들이 민권 운동을 이끌기 … [Read more...] about 백인 구원자 영화의 부상과 몰락
명절의 거실 같은 지루함 ‘골든슬럼버’
※ 이 글은 영화 <골든슬럼버>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강도 위협을 당하던 아이돌 가수를 구해 모범시민 상을 받은 평범한 택배기사 김건우(강동원)는 오랜만에 연락을 준 무열(윤계상)을 만난다. 광화문에서 만난 무열은 어딘가 초조해 보인다. 잠시 건우가 택배를 배달하러 나간 사이 여당의 대선후보가 타고 있는 차량이 광화문 도로에서 폭발하고, 후보는 현장에서 즉사한다. 무열은 갑자기 건우가 대선후보 암살범이라며 살려면 도망치라는 이야기를 전한다. 건우는 … [Read more...] about 명절의 거실 같은 지루함 ‘골든슬럼버’
블랙필름의 새로운 역사 “블랙팬서”
※ 이 글은 영화 <블랙팬서>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원하지 않으시면 글을 닫아 주세요. 블랙팬서는 마블 코믹스 최초의 흑인 슈퍼히어로이다. 1966년 처음 등장하여 현재까지 가장 유명한 흑인 히어로의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급진파 흑인 인권운동 단체인 흑표당(BlackPanther Party)와 같은 이름이라는 점에서, 아프로 아메리칸들에겐 잊을 수 없는 영웅과도 같다. 2018년 드디어 영화화된 <블랙팬서>는 최초의 흑인 … [Read more...] about 블랙필름의 새로운 역사 “블랙팬서”
냉전 시대 남성성에 대한 블랙코미디 ‘셰이프 오브 워터’
※ 이 글은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의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내용 누설을 원하지 않으면 글을 닫아 주세요.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으며 많은 영화팬들의 주목을 받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신작 〈셰이프 오브 워터〉를 드디어 감상했다. 영화는 소련과의 우주개발경쟁이 한창인 1960년대의 미국, 항공우주국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엘라이자(샐리 호킨스)가 어느 날 실험실에 도착한 수중 괴생명체(더그 존스)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이야기를 … [Read more...] about 냉전 시대 남성성에 대한 블랙코미디 ‘셰이프 오브 워터’
‘염력’은 그런 영화가 아니다
개인적으로 〈염력〉을 보는 데는 상당한 결심이 필요했다. 관객들의 입소문이 무척이나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나만 당할 수 없기 때문에 추천을 한다는 웃지 못할 댓글들도 있었겠는가. 감독의 전작 〈부산행〉 역시 뭔가 투박했던 기억도 떠올랐다. 〈부산행〉은 분명 뼈대가 좋았기에 더 좋은 영화가 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 영화가 이토록 평이 좋지 않은 것에는 새로운 장르를 시도한 것이 문제가 아닌가 짐작했다. 그는 분명 능수능란한 감독은 아니다. 하지만 직접 본 〈염력〉은 만듦새는 … [Read more...] about ‘염력’은 그런 영화가 아니다
아쉬운 만큼 지지하고 싶은 영화 ‘1급기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1급기밀>은 2016년 유명을 달리한 홍기선 감독이 남긴 유작으로, 그의 사후 편집과 후반 작업을 마치고 개봉했다. 국내 상업영화로서는 최초로 방산비리를 다루는 작품으로, 2002년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 외압설 폭로와 2009년 방산비리를 폭로 등 여러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다. 영화는 국방부 군수본부 항공부품구매과 과장으로 부임한 박대익 중령(김상경)이 방송국 기자 김정숙(김옥빈)을 찾아와 전투기 파일럿 강영우(정일우)의 사고를 … [Read more...] about 아쉬운 만큼 지지하고 싶은 영화 ‘1급기밀’
‘천화’, 억지로 꿰맨 생과 사의 경계에서
영화 <천화>(2017)는 경계를 바라본다. 모든 사이에는 경계가 있고 그 선을 지나는 모든 것들은 왜곡 또는 차단된다. 삶과 죽음, 시간과 기억,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모두 그러하듯이. 어쩌면 <코코>(2017)와 대척점에 놓인 이야기일 것이다. 후자가 기억으로써 죽음을 초월한 유대를 그린다면 전자는 기억의 상실과 삶의 단절을 다룬다. 고승은 홀로 산에 올라 도저히 움직일 수 없는 지경에 이를 때까지 걷고 또 걷는다. 깊은 숲속에 다다르면 몸을 누이고 주변의 낙엽으로 … [Read more...] about ‘천화’, 억지로 꿰맨 생과 사의 경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