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흐름 속, 약속장소 “노을이 나무에 걸쳐질 쯤, 네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에서 만나자.” 인도의 라다크족이 ‘약속 시각과 약속장소’를 정하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흥미로운 문장이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이를 바탕으로 의미 있는 약속을 만들어 내는 대화 방식은 그들에게 아주 익숙하다. 이에 비해 현대인의 약속을 위한 대화는 편리함과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상대방을 어떤 목적으로 만나 무엇을 할 것인지에 따라 이전보다 다양한 여건 및 선택지를 고려해야 하고, 그로 인해 … [Read more...] about 우리 어디에서 만날까?
문화
익선동에서 보낸 오후
악기로 유명한 낙원 상가의 뒤편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면 ‘익선동’을 만날 수 있다. 종묘, 종로, 인사동, 북촌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1930년대 서민을 위한 한옥마을로 개발해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한옥마을이라는 타이틀을 지녔다. 외적으로 전통적 한옥의 모양을 갖추지는 않았으나 오히려 근현대 서울의 일상적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녹은 곳이 아닐까 싶다. 급격한 시간의 흐름에서 한 발자국 벗어나 숨죽여 옛 모습을 간직한 동네였던 만큼 노후화된 흔적이 다수 보이지만 근래 카페와 갤러리, 레스토랑 … [Read more...] about 익선동에서 보낸 오후
그럼에도 그 하객은 노란 옷을 입었다
※ 스테파니 스투더라는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이 한국에서의 첫 결혼식에 참석하고 나서 쓴 글이다. 원 제목인 'AND THE GUEST WORE YELLOW'는 타이타닉이 침몰하던 순간에도 밴드가 연주를 했던 것처럼 앞으로 끔찍한 상황이 올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장의 혼란을 모면하기 위해 그런 행동을 했다… 정도의 오마쥬 같은 문장 느낌이다.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결혼식이라는 게 얼마나 형식적이고 경직되어 있으며 축하 또는 기념의 본질을 외면하고 있는지가 잘 나타나 있다고 본다. … [Read more...] about 그럼에도 그 하객은 노란 옷을 입었다
엄마는 희생의 아이콘이 아니다
※ The New York Times의 「Motherhood Isn’t Sacrifice, It’s Selfishness」를 번역한 글입니다. 저는 몇 주 정도 휴가를 내고 가족과 뉴저지 해변에 있는 우리 집에서 여름 휴가를 보낼 계획이었습니다. 가족은 저와 남편, 그리고 당시 9살, 7살이던 두 아들이었죠. 저희 엄마가 전화로 제 휴가 계획을 물었을 때 저는 해변에서 놀고 근처 놀이공원도 가고 맛있는 거 해 먹고 마당에서 가족과 함께 놀 생각이라고 말했죠. 아이고, 우리 딸 진짜 … [Read more...] about 엄마는 희생의 아이콘이 아니다
인류의 영원한 숙제, 아침을 먹을까 말까
고3 때, 어느 날 아침이었다. 어머니께서 아침을 차려주시며 근심 어린 표정으로 내게 조용히 물으셨다. “지각 아니니? 아침을 꼭 먹고 가야겠어?” 당시 등교 시간은 오전 7시 20분까지였다. 아침 청소를 하고 조회를 하고 8시에 0교시가 시작됐다. 등교한 순으로 원하는 자리에 앉는 시스템이었는데, 난 항상 교탁 앞에 앉을 정도로 지각을 밥 먹듯 했다. 그래도 난 아침은 꼭 먹고 가야 한다는 파였다. 대다수의 친구는 그렇지 않았다. 급식이 없어 모두 도시락을 싸 들고 다니던 시절이었다. … [Read more...] about 인류의 영원한 숙제, 아침을 먹을까 말까
고추장은 언제부터 비빔밥의 필수 요소가 되었을까?
옛 비빔밥에는 고추장이 필수가 아니었다 대표적인 음식/식문화 전문가들은 옛날의 비빔밥에는 고추장이 들어있지 않았다고 추정한다. 주영하 교수의 경우 ‘나물 중심으로 밥을 비빌 때는 고추장 대신 조선간장으로 맛을 냈는데 그 전통은 아직 안동의 헛제삿밥에도 남아 있으며 비빔밥에 고추장이 들어가게 된 것은 일제강점기 진주비빔밥이 그 시초로 보인다’고 했다. 당시 진주에는 우시장이 있었고 우시장 주변에서는 비빔밥에 육회를 사용했다. 이 육회의 비린 맛을 없애기 위해서 고추장을 약간 썼다는 … [Read more...] about 고추장은 언제부터 비빔밥의 필수 요소가 되었을까?
SEX IN THE CITY
어둠이 내려앉을수록 서울의 뒷골목은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유흥, 마사지, 도우미. 뒷골목에 번쩍거리는 네온사인. 건물 외관에 크고 작게 적힌 단어는 어둠에 걸맞은 유희를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은밀한 메시지다. 인류가 문명을 형성한 이래로 성을 사고파는 행위는 아이러니하게도 일종의 ‘출입제한구역’에서 ‘공공연히’ 이루어져 왔다. ‘밤공간’의 주요 고객은 대부분 전통적인 남성 중심 섹슈얼리티 인식을 지닌 남성들이고, 이들은 같거나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며 암묵적인 연대를 … [Read more...] about SEX IN THE CITY
눈 뜨고 있어도 코 베어 간다! 해외 소매치기 유형
해외여행 시 가장 걱정되는 것 중 하나, 바로 소매치기다. 특히 관광객이 많은 유럽은 말 그대로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어도 주머니가 탈탈 털린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소매치기가 많은 나라 순위를 보면 스페인 바르셀로나, 이탈리아 로마, 체코 프라하 등 관광명소로 유명한 도시가 대부분이다.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혼잡해 소매치기에 안성맞춤인 데다 관광객이 아름다운 풍경에 잠시 한눈 판 사이 비교적 쉽게 귀중품을 훔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 방문한 외국인들은 한국이 매우 … [Read more...] about 눈 뜨고 있어도 코 베어 간다! 해외 소매치기 유형
‘덩케르크’를 보면서 궁금했던 점: 불시착부터 홍차까지
※ 이 글에는 영화 〈덩케르크〉의 약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 스핏파이어 전투기에는 총알이 몇 발이나 들어 있었나 어설프게 만든 전쟁 영화 또는 드라마의 특징이 총에 화수분 탄약이 들어 있는지 총알이 떨어지는 일 없이 아주 무한정 쏟아지는 것입니다. 파리어(톰 하디 憤)가 몰던 스핏파이어(Spitfire)에는 몇 발의 총알이 들어 있었을까요? 스핏파이어에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만 A wing 타입의 기체에는 0.303 구경(7.7mm) 브라우닝 마크 2 기관총이 … [Read more...] about ‘덩케르크’를 보면서 궁금했던 점: 불시착부터 홍차까지
왜 나는 너를 이해하지 못하는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기란 어렵다. 단순히 노력이라던가 성의만의 문제는 아니다. 타고 난 재능의 문제이기도 하다. 가장 극단적인 경우는 타인의 감정을 느끼는 능력이 거의 없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그들에게 있어서 타인이란 돌멩이처럼 무생물과 같은 것이 아니라면 화성인이나 유령처럼 이해할 수 없는 무서운 존재일 것이다. 평범한 사람도 때때로 다른 사람들이 무서울 정도로 이해가 되지 않는 때가 있다. 그러나 우리가 우리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 노력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 [Read more...] about 왜 나는 너를 이해하지 못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