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상업영화들은 초반 5분에 많은 공을 들인다고 한다. 극장은 관객의 인내심을 강요하는 공간이지만 현대인들은 그닥 인내심이 없다. 들어보지 못한 생소한 이야기에 몰입하기는 쉽지 않은 법이며, 그래서 많은 상업 영화들은 짧은 시간 안에 적절한 자극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그 시간이면 ‘신과 함께’에서는 이미 주인공은 죽어 있다). 그런 셈법들이 일반화되면서 초반 5분마저 즐겁지 않다면 현실적으로 이 영화는 볼 게 없을 확률이 높아진다. 상업영화가 아니더라도 초반 장면들만 … [Read more...] about ‘B급 며느리’: 이상한 사람만이 진정한 사랑을 한다
문화
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가성비를 넘어 가심비의 시대라고 한다. 가성비는 가격 대비 성능에 대한 만족도를 이야기하고, 가심비는 가격대비 마음의 만족도를 이야기한다. 가성비이든 가심비이든 이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키는 활동이 있는데, 바로 '독서'다. 비싸도 거의 2만 원을 넘지 않고, 싸게는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유쾌한 활동, 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이미 독서 관련 책들은 쏟아져 나오고 있으니, 이 책을 진리처럼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작가가 주장하는 의견들 중 본인에게 와 닿는 … [Read more...] about 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차별로 몸에 새겨진 부정적인 나이테와 우리가 싸워야 할 것들
어린 시절 나무의 나이는 나이테를 통해 알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나이테는 단순히 나무의 연령 뿐 아니라 생각보다 더 많은 정보를 담는다. 기후가 좋은 봄과 여름에 자란 부분은 색이 옅은 반면 가을과 겨울에 자란 부분은 색이 짙고 단단하다. 나이테를 통해 기후와 환경이 얼마나 좋았고 나빴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이테는 환경이 나무에게 미친 흔적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이라고 다를까? 한때 우리는 인간이 모든 것을 해내고 극복할 수 있다고 믿었던 시기가 있었다. … [Read more...] about 차별로 몸에 새겨진 부정적인 나이테와 우리가 싸워야 할 것들
한국의 ‘인문학’,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
오늘날 한국사회의 ‘인문학 담론’에 대한 약간의 단상. 이번 화두도 애스크 에프엠(Ask.fm)에서 주고받은 문답 때문에 나왔다. Q. 근데 강유원은 왜 강신주처럼 인기스타가 되지 못할까요? A. 요리의 품격과 건강을 챙겼으나 즐기려면 그만큼의 노력도 필요한 식당 vs. 맥도날드 여기서 ‘노력’은 인문학에 대한 배경지식 뭐 그런 차원에 머무는 게 아니다. 무엇보다 '인문학이라는 개념을 적절하게 인식하는 것 자체부터 시작하는 노력'을 지칭하고 싶다. 그 시작은 다른 어떤 화두라도 … [Read more...] about 한국의 ‘인문학’,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
벼랑에서 물러서기
※ 조지 몬비엇(George Monbiot)의 「Stepping Back from the Brink」을 번역한 글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안다. 여러 해 동안 과학자들은 우리가 지구의 생태적 한계를 돌파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는 우리가 기후 파괴와 생태적 붕괴의 와중에 있다는 것을 안다. 그렇지만 우리는 체질적으로 이 지식에 따라 행동할 수 없는 듯 보인다. 합중국은 거대한 생태적 울화의 속박을 풀겠다고 약속한 인간이 선출되었고, 불행하게도 배출해버렸다. … [Read more...] about 벼랑에서 물러서기
내가 선택한 방법으로 출산하고 싶어요
임신 테스트기에 두 줄이 선명하게 뜨고 병원에 가서 임신 사실을 확인했다. 드라마에서 봤던 것처럼 펄쩍 뛰며 좋아하기보단 걱정이 앞섰다. 아. 나 이제 뭐 해야 하지? 주변 친구 중에 임신한 친구도 없었고 조언을 들을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국내 최대 임신·출산·육아 정보 카페라는 곳에 가입해서 이것저것 읽기 시작했다. 성별을 알고 싶어서 각도를 재서 짐작해보는 ‘각도법’ 이야기부터 ‘이게 가진통인가요? 진진통인가요?’라는 글까지 처음 듣는 단어가 넘쳐났다. 인터넷에 … [Read more...] about 내가 선택한 방법으로 출산하고 싶어요
하나님은 당신 편이 아닐 수도 있다
한국교회 목사들과 교인들의 온갖 반사회적이고 비윤리적인 범죄와 기독교 신앙이 어쩜 그렇게 '찰떡궁합의 케미'를 보여줄 수 있는지 내게는 항상 일관된 관심과 분석의 대상이다. 너무나 여러 이유가 있고 다채로운 해석이 가능하지만 그 이유 중 하나가 '하나님은 내 편'이라는 아전인수적 신앙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교회에서 부르는 찬양 가사나 시중에 나온 QT교재를 봐도 대부분 '주님과 나'와의 관계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리고 한국교회 비리나 사건, 사고를 보도하는 참담한 기사에 달리는 … [Read more...] about 하나님은 당신 편이 아닐 수도 있다
지금의 10대를 ‘마스 제너레이션’이라 부르는 까닭
설 연휴, TV에서 마땅히 볼만한 프로그램이 없어 넷플릭스를 살펴보았다. 이 패턴만 봐도 TV 시대의 위험이 단적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TV에 볼만한 게 없어도 채널을 돌리면서 어떻게든 맘에 드는 채널을 찾으려 했지만 이제는 한 바퀴만 돌려보고 마땅한 채널이 없으면 바로 넷플릭스를 켜는 시대다. 최근 고향에 있는 부모님 댁의 TV가 대형 스마트TV로 바뀌면서 넷플릭스가 연동된다. 큰 화면으로 보는 넷플릭스의 UHD 4K 영상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신세계다. 아직도 어떤 순간 깜짝 놀라며 … [Read more...] about 지금의 10대를 ‘마스 제너레이션’이라 부르는 까닭
백인 구원자 영화의 부상과 몰락
※ The Economist의 「The rise and fall of the award-winning white-saviour film」을 번역한 글입니다. 할리우드 영화계가 인종에 대해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영화가 인종 문제를 다루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잠시나마 만족했죠. 1962년 케네디 대통령이 신년 연설에서 민권에 대해 이야기했고, 그 해 〈앵무새 죽이기〉와 〈아라비아의 로렌스〉가 나왔습니다. 현실에서는 흑인 운동가들이 민권 운동을 이끌기 … [Read more...] about 백인 구원자 영화의 부상과 몰락
소통의 기술: 인간을 알아야 소통을 한다
외롭거나, 아니면 천박하거나 학부 재학 중에 철학자 탁석산 선생님의 말하기 특강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 때 탁 선생님은 쇼펜하우어를 인용하면서 사람은 ‘외롭거나, 아니면 천박하거나’ 둘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여기서 외로운 삶이란 철학자 칸트처럼 이성의 명령에 따라 논리적으로 사는 삶이다. 탁 선생님은 그렇게 살면 고결할 수는 있지만 친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천박한 삶이란 이성보다는 좀 더 감정과 본능에 충실한 삶을 사는 것이다. 탁 선생님은 이 경우 삶은 … [Read more...] about 소통의 기술: 인간을 알아야 소통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