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하의 <제국의 위안부>가 출간되었을 때는 나는 이 책의 제목을 이루고 있는 ‘제국(帝國)’이라는 낱말에 강한 거부감을 느꼈다. 그것이 국민 개개인이 가치의 근원체라고 믿는 천황에 대한 자기 동일시를 기반으로 하는 절대주의 천황제와 가족주의 국가관을 특징으로 하는 파시즘으로서의 ‘제국주의’를 떠올렸기 때문이었다. 왜 하필이면 '제국'의 위안부일까 왜 저자 박유하는 책의 제목으로 ‘일본(일본군)’이라는 가치 중립적인 명칭 대신에 ‘제국’이라는 어휘를 선택했을까. … [Read more...] about “제국의 위안부”, 일본제국 논리로 ‘위안부’ 문제를 재해석하다
스물일곱 윤동주, 후쿠오카 감옥에서 지다
1945년 2월 16일 오전 3시 36분,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간도 출신의 조선 청년 윤동주(尹東柱, 1917~1945)가 스물일곱 짧은 생애를 마감했다. 그는 1943년 7월, 귀향길에 오르려다 일경에 체포된 이래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기소되어 이듬해 3월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일제는 뇌일혈로 사망했다고 통보했지만 윤동주는 학창시절에 축구선수로도 활약할 만큼 건강했다. 건장한 20대 청년이 수감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돌연한 죽음을 맞았다는 것은 쉬 믿어지지 않는 … [Read more...] about 스물일곱 윤동주, 후쿠오카 감옥에서 지다
알파벳, 괄호 밖으로 나오다
'알파벳, 괄호 밖으로 나오다' 이후 가겨찻집에 첫 번째 ‘알파벳, 괄호 밖으로 나오다’를 쓴 게 2013년 10월이다. 주로 은행 등 금융기관 쪽의 회사 이름을 영자로 표기하기 시작한 현상에 관해서 썼다. 국민은행이 ‘KB(케이비)’라고 쓰기 시작한 이래 계속된 현상은 마침내 ‘NH(농협)’와 ‘MG(새마을금고)’에까지 이르렀다. 워낙 글로벌 시대라 하니 기업체의 이름을 영어식으로 쓰는 것은 새삼스럽지 않다. 그러나 그것을 표기하면서 한글 없이 영자로만 쓰는 건 다른 문제라는 게 … [Read more...] about 알파벳, 괄호 밖으로 나오다
1월, 이육사 베이징 지하감옥에서 지다
1944년 1월 15일 새벽 5시, 베이징의 일본 총영사관 지하 감옥에서 한 조선 청년이 눈을 감았다. 그는 겨울을 봄을 예비하는 ‘강철로 된 무지개’로 여겼던 사람, ‘청포도’와 ‘광야’를 노래했던 시인 이육사(李陸史, 1904~1944)였다. 향년 40세. 1943년 4월에 베이징으로 온 육사는 충칭과 옌안을 오가면서 국내에 무기를 반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7월에 모친과 맏형의 소상(小祥)에 참여하러 귀국했다가 늦가을에 일경에 체포된 뒤 베이징으로 압송되어 새해를 맞은 지 16일 … [Read more...] about 1월, 이육사 베이징 지하감옥에서 지다
2013년 12월, 김장문화가 인류무형 문화유산이 되다
2013년 12월 5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8차 유네스코 무형 문화유산 보호를 위한 정부간 위원회’에서 한국의 김장문화(Kimjang:Making and Sharing Kimchi in the Republic of Korea)를 인류 무형 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하기로 결정했다. 김장문화는 종묘제례 및 종묘 제례악(2001)이 처음으로 인류 무형 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된 이래, 판소리(2003), 강릉단오제(2005), 강강술래·남사당 놀이·영산재·제주칠머리당 … [Read more...] about 2013년 12월, 김장문화가 인류무형 문화유산이 되다
황간, 유니짜장과 노근리
그 짜장면집을 알게 된 것은 요즘 한창 뜨고 있는 요리연구가 백종원의 이름을 딴 한 공중파의 요리 예능프로그램에서다. ‘돼지고기와 야채를 잘게 썰어 만든 유니[肉泥]짜장’으로 유명하다는 충북의 그 중국집은 군청 소재지인 영동읍이 아니라 황간면에 있었다. 황간의 중국집과 유니짜장면 이내 잊어버리고 만 그 중국집을 다시 기억하게 된 것은 조만간 거길 찾겠다는 동료 덕분이었다. 식구들과 함께 맛난 것을 찾아가는 여행을 즐기는 이였다. 그러나, 조금 멀지 않느냐고 했더니 동료는 … [Read more...] about 황간, 유니짜장과 노근리
요즘 뉴스는 왜 재미있는가
요즘 이웃들로부터 ‘뉴스를 볼 만하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딸아이는 ‘재미지다’고까지 표현한다. 텔레비전을 잘 보지 않게 된 나도 저녁 8시가 가까워져 오면 안경을 챙겨서 텔레비전 앞에 좌정하곤 하는 정도다. 공중파 방송의 뉴스를 보지 않게 된 건 전 정부 때부터니 벌써 여러 해가 지났다. 요즘 그나마 SBS가 분전하고 있을 뿐, 이미 망가져 버린 공영방송 뉴스는 요즘 언론 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나 보는 애물단지가 된 것이다. 뉴스 챙겨보는 '재미'가 … [Read more...] about 요즘 뉴스는 왜 재미있는가
10월, 유신독재가 시작하고 붕괴하던 날
1972년 10월 17일, 대통령 박정희는 위헌적 계엄과 국회해산 및 헌법 정지 등을 골자로 하는 대통령 특별선언을 발표했다. 삼선개헌에 이어 국회 해산과 헌법 일부 조항의 정지, 헌법개정안과 국민투표 계획 등을 내용으로 하는 4가지 비상조치를 통해 그는 민주 헌정을 파괴하고 영구집권을 위한 수순에 돌입한 것이었다. 10월 유신, 박정희의 영구집권 쿠데타 박정희의 특별선언은 10월 17일 발표 당시에는 특별선언, 특별조치, 비상선언, 비상조치, 유신적 조치 등으로 불리다가 … [Read more...] about 10월, 유신독재가 시작하고 붕괴하던 날
골프는 정말 ‘대중스포츠’인가
지구촌 축전이라는 올림픽도 예전 같지 않았다. 가족들이 텔레비전 앞에 모여 앉아 우리 선수들의 경기를 손에 땀을 쥐고 지켜보고, 메달 소식에 환호성을 내지르던 시절은 이미 갔다. 글쎄, 우리 집만 그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번 올림픽엔 가족들과 같이 경기를 응원한 기억이 전혀 없으니 말이다. 금메달 소식도 심상하고 안타까운 탈락도 그리 아쉽지 않다. 까짓것, 최선을 다했으면 됐지. 꼭 메달을 따야 맛이야? 우리도 이제 메달 빛깔에 일희일비하지 않을 만큼 살 만하게 된 것일까. 개인의 영광을 … [Read more...] about 골프는 정말 ‘대중스포츠’인가
여성 참정권 탄생의 역사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건국 83년 만에 '보통선거'를 통해 20명의 여성 지방의회 의원이 탄생했다. 그해 사우디아라비아는 여성들에게 투표권과 피선거권 등 참정권을 부여했는데 이는 1893년 뉴질랜드에서 처음으로 여성에게 참정권이 부여된 후 122년 만이다. 사우디 여성들 122년 만에 첫 투표 아닌 21세기에 웬 ‘여성참정권’이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기실 여성들이 참정권을 얻은 역사는 그리 오래지 않다. 그것도 일찌감치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온 구미 선진국에서는 이 … [Read more...] about 여성 참정권 탄생의 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