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 오늘, 전라남도 구례군 광의면 월곡마을 대월헌에서 매천(梅泉) 황현(黃玹, 1855∼1910)이 절명시 4수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것은 열이틀 전(8월 29일)에 한일합병조약이 발효됨으로써 명운을 다한 조선왕조에 대한 한 선비의 마지막 의리였다. 칠언절구의 우국시 몇 수와 유서로 매천이 스스로 목숨을 마감하기 전에 성찰한 것은 지식인의 삶이었다. 매천, 죽음 앞에서 지식인의 삶을 성찰하다 난리 통에 어느새 머리만 희어졌구나. 몇 번 … [Read more...] about 포의(布衣)의 선비 황현, 망국의 책임을 대신하여 자정하다
최규하 대통령, 8개월 10일만에 ‘허수아비 옷’을 벗다
1980년 8월 16일, 최규하 대통령직 사임 1980년 8월 18일, 오전 10시 제10대 대통령 최규하(1919~2006)는 사임 성명을 발표하고 재임 8개월 10일 만에 권좌에서 물러났다. 그는 사임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지난 봄 학생들의 소요와 광주사태에 대해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정치 도의상의 책임을 통감해 왔고, 역사적 전환기에 임기 전이라도 사임함으로써 평화적 정권 이양의 선례를 남겨 정치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다. 최규하, 허수아비 옷을 벗다 정작 … [Read more...] about 최규하 대통령, 8개월 10일만에 ‘허수아비 옷’을 벗다
〈서울의 봄〉, 결말을 알면서도 관객들의 ‘분노’를 추동하는 영화
김성수 감독의 〈서울의 봄〉을 보다 지난 금요일, 아내와 함께 시내의 복합상영관에서 〈서울의 봄〉을 관람했다. 오전 10시 10분에 시작하는 조조 상영분이었지만, 객석의 한 1/4쯤은 찼다. 얼핏 보아도 대부분 젊은이였다. 아마, 그들은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시대보다 한참 뒤에 태어난 세대일 것이었다. (※관련 글 : 「한 고교생의 기억에 박힌 총격전, 그리고 영화 <서울의 봄>」) 지난달 22일 개봉했으니 3주차를 넘겼는데도〈서울의 봄〉은 여전히 폭풍 진격 중이다. 소재나 … [Read more...] about 〈서울의 봄〉, 결말을 알면서도 관객들의 ‘분노’를 추동하는 영화
유감과 사과, 혹은 사고와 참사 사이
‘어휘’는 화자의 내심과 의도를 드러낸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10.29.) 이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발언이 여론을 데우고 있다. 재난관리 주무 부서의 책임자이지만, 참사를 바라보는 그의 시각은 정부의 면책을 의식하는 듯 상식과 책임을 위태하게 넘나들었다. 참사 다음 날인 10월 30일, 그의 제일성은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한다”라는 것이었다. 이태원 참사, 정치적 책임론 경계하는 정부여당 그는 30일 … [Read more...] about 유감과 사과, 혹은 사고와 참사 사이
1923년 1월, 의열단 김상옥이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던지다
1923년 1월 12일 밤 8시께, 서울 한복판 종로경찰서 서편 유리창을 뚫고 폭탄 하나가 날아들어 터졌다. 일제 식민통치를 뒷받침하는 경찰력의 본산으로 숱한 독립운동가들을 탄압해 온 종로경찰서를 폭파하려는 이 의거에 일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폭탄이 터지면서 경찰서 안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건물 일부가 파손되고 행인 7명이 중경상을 입었지만, 당시 일경은 이 투탄 의거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종잡지 못하고 있었다. 일경이 투탄의 주역을 알아낸 것은 의거 닷새 후인 1월 … [Read more...] about 1923년 1월, 의열단 김상옥이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던지다
1970년 11월, 작가 미시마 유키오 할복하다
1970년 11월 25일, 작가 미시마 유키오 할복자살 1970년 11월 25일, 지금의 일본 방위성 본성인 자위대 이치가야 주둔소에서 작가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 1925–1970)가 할복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인질극 끝에 총감의 방 앞 발코니에서 기자들을 향해 미·일 안보 조약과 헌법의 개정을 요구하고 자위대 쿠데타를 촉구하는 이른바 ‘이치가야 연설’ 5분 뒤였다. 그의 요구에 따라 자위대원 1,000여 명이 집결한 가운데 미시마는 일본의 재무장을 금지하는 전후 헌법의 … [Read more...] about 1970년 11월, 작가 미시마 유키오 할복하다
조선일보의 ‘한자 교육’ 타령, 이제 그만 좀 합시다
국어 능력의 저하, '한자 교육 중단'에서 찾을 일이 아니다 지난 11월 중순에 인터넷에서 《조선일보》 기사 「‘무운을 빈다’… 이게 뭔 소리? 검색창이 난리 났다」를 읽었다. 부제는 “국어사전 명사 80%가 한자어… 한자 의무교육 중단 20년이 부른 풍경”이다. ‘한자어’니, ‘의무교육’이니 뻔한 레퍼토리여서 어떤 기사인지를 단박에 눈치챘다. 기사는 ‘한자를 모르는 젊은이들이 점차 늘면서 벌어지는 일’ 몇을 소개하면서 그게 다 ‘한글 전용’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일부 젊은이들이 … [Read more...] about 조선일보의 ‘한자 교육’ 타령, 이제 그만 좀 합시다
‘475세대’의 퇴장,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9월 말께부터 여러 일간지에서 ‘베이비부머(Babyboomer)’를 다룬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베이비부머라면 물론 한국 전쟁 후 급격한 출산 붐을 타고 태어나 세대를 이른다. 이들은 산업화와 민주화, 외환위기 등 격동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어 온 전후세대다. 베이비붐 세대는 6·25전쟁(1950~1953) 종전 2년 후인 1955년부터 산아제한 정책이 도입되기 직전인 1963년까지 9년에 걸쳐 태어난 이들이다. 이들은 너무 어려서 4·19 혁명이나 5·16 쿠데타를 알지 … [Read more...] about ‘475세대’의 퇴장,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1910년 12월, 첫 노벨상 시상이 이루어지다
노벨상, 그리고 노벨문학상 이야기 1910년 12월 10일 오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노벨상 첫 시상식이 열렸다. 알프레트 노벨(1833~1896)의 5주기를 맞아 3,150만 스위스 크로네(약 920만 달러)에 이르는 거액의 상금은 5개 부문 6명의 수상자에게 돌아갔다. 5개 부문 6명의 수상자 중 알 만한 사람은 물리학상을 받은 엑스(X)선을 발견한 뢴트겐((Wilhelm Conrad Röntgen)과 평화상을 수상한 프레데리크 파시(Frederic Passy, 국제평화연맹 … [Read more...] about 1910년 12월, 첫 노벨상 시상이 이루어지다
1872년 11월, 수잔 앤서니 자매들이 첫 대통령선거 투표를 하다
1872년 오늘은 미합중국 제18대 대통령 선거일이었다. 수잔 B. 앤서니(Susan Brownell Anthony, 1820~1906)는 세 명의 여동생과 함께 투표소로 가서 역사적인 투표를 했다. 때는 여성참정권이 없던 시대, 어렵사리 유권자 등록을 할 수 있었던 그녀는 이날 투표에 성공(!)한 뒤 동지이자 친구인 엘리자베스 캐디 스탠턴(Elizabeth Cady Stanton, 1815~1902)에게 승전보를 보냈다. 이 문제 때문에 올해 겨우내 골치가 아프게 되더라도 옳은 일을 … [Read more...] about 1872년 11월, 수잔 앤서니 자매들이 첫 대통령선거 투표를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