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나 집회에서 시민 측의 폭력성이 문제가 되거나 도로 점거가 문제가 될 때, 꼭 돌림노래처럼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선진국에선 저런 식으로 시위하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으며, 만약 했다간 경찰이 총을 발포한다고.
그래서 살펴봤습니다.
1. 법치주의의 개념을 확립한 독일입니다.
2. 신사의 나라 영국입니다.
3. 근대 민주주의의 고향 프랑스입니다.
4. 한국 애국보수의 영원한 마음의 고향, 우남이 그렇게 본받고 싶었던 약속의 땅, 세계 일류국가 미합중국입니다.
이렇게 시위가 과열되는 게 좋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는 ‘한국과 달리 폭력적이지 않은 선진국의 시위’라는 이름으로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의 시위 사진들을 모아 올렸습니다.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도로를 가득 메워 교통체증을 유발하고 공공기물을 파손하고 경찰차를 너덜너덜하게 만든 사진들이 가득했습니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입니다만, 이렇게 시위가 과열되는 게 좋다거나 그러는 게 응당 옳단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만 “선진국에선 이랬다간 총알받이가 되어도 찍 소리 못한다더라”는 일부 수구파 분들의 이야기가 도시전설에 가깝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자신의 의사 혹은 정치적 지향과는 무관하게 현장에 투입되어 시위대를 막아야 하는 임무를 띈 의경들에게, 폭력과 적개를 학습당하고 그걸 현장에서 실행에 옮겨야 하는 그들에게 왜 안쓰러운 마음이 없겠습니까. 그러나 그 안쓰러움은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 및 결사의 자유를 제한함으로써 막는 것이 아니라, 치안당국의 과잉진압 방침을 철회하는 것으로 막아야 합니다. 젊은 청년들에게 국가를 대리해 폭력을 수행할 것을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말입니다.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경찰과 시위대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시위를 목격한 바 있습니다. 지난 토요일도 그럴 수 있었습니다. 치안당국도 그 사실을 몰랐을 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 및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고 겁박으로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고 지하철역 출구를 막아 이동의 자유를 앗아간다면, 거리에 나온 사람들은 부득이하게 저 ‘선진국’들의 사례를 본받게 될 겁니다. 1960년에도 그랬고 1987년에도 그랬던 것처럼.
원문: 이승한의 페이스북